[매일춘추] 고집불통(Go집不通)

한철승 글로브포인트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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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혼밥, 혼술이 아니라 홈밥, 홈술이라는 책 제목을 서점에서 보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집(home)의 중요성이 주목받고 있다. 요즘 지인과 통화를 하면 "내일부터 재택입니다." "얼마 전부터 집에서 근무합니다." 등 코로나가 심각했던 초기에 듣는 소리를 다시 듣는다.

2020년을 압축해서 그림을 그린다면 소재 몇 가지는 확실하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를 유지한 모습이 보인다. 일하는 풍경도 빌딩과 집에서 컴퓨터를 보고 있는 모습으로 표현하면 된다. 배경에는 돌기가 무성한 바이러스균이 있고 사이사이에는 와이파이 표시가 있다. 그림은 창의성은 낮아도 사실성은 높은 작품일 것이다. 10년 후 '아 그때는 정말 이랬지'라는 공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지금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는 최선의 방책이 접촉을 제한하는 일이기에 원천봉쇄 하는 방법을 택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전투 중에도 농번기에는 전투를 멈추고 본연의 직업인 농경을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현재의 우리는 코로나라는 적과 대면을 차단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 직장에서 집으로,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사이'를 단축해야 한다. 카페나 노래방이나 사우나 같은 공간을 패싱하고 바로 집으로 가라는 말이다. 아직은 바이러스 정복하는 백신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니 확산을 막는 방어책을 쓰는 것이다.

인간에게 집은 존재만으로 위안이고 강력한 보호다. 초가삼간의 집이든 100층 건물 펜트하우스든 본질은 '안심'이다. 두 다리 뻗어 누울 수 있는 공간이고 속옷만 입고 다녀도 신경 쓸 일 없는 공간이면 족하다. 집이라는 공간에 대한 물리적, 심리적 침범은 '안심'이라는 기본을 앗아가는 심각한 범죄다. 무단침입이라는 범죄가 강제적 침입뿐 아니라 비동의한 상태의 사소해 보이는 진입에도 적용되는 이유다. 인간이 법으로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을 수는 없지만 코로나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간편하고 효율적인 방지책 중 하나가 다름 아닌 집인 사실은 다행이다.

다시 냉정과 열정을 보여줄 때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종결되거나 내년 설날 마스크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조급하고 감상적 접근으로 해결될게 아니라는 냉정함을 갖자.
각자의 영역에서는 뜨거운 열정이 필요하다. 치료를 위한 백신 개발에서 전문가들이 역할을 하고 방역당국도 방역에 전념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 더 확산되느냐, 줄이느냐의 현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열쇠는 가장 힘이 없는 우리가 쥐고 있다. 우리의 열정의 표현은,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할 거 없는 마스크 쓰기와 거리두기를 기본으로 하고 당분간, 혹은 오랫동안 집으로 바로 가기를 고집하고 외부와 통(通)하는 일을 금하는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

결국 고집불통(Go집不通)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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