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 모두 노인이거나 곧 노인이 된다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로 진입한 후 18년 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2025년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어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저출산, 의료기술의 발달과 생활수준의 향상 등으로 평균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장수(長壽)는 개인적으로나 국가적으로 큰 축복이지만 한편으로는 건강·빈곤·세대 간 갈등 문제 등을 수반한다.

첫째, 건강 문제이다. 나이가 들수록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잦은 질병에 노출되기 쉽고, 상실감·소외감·고독감 등 정신적으로 황폐화되기 쉽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00년 339만 명에서 2019년 768만 명으로 2.2배(429만 명)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인구가 8.6%(411만 명)밖에 늘지 않은 것과 크게 대비된다. 특히 홀몸 어르신은 54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3배나 늘어 심각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에서 보듯 건강을 잃어버리면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도 부담이 되고, 의료나 복지 서비스 등 노인복지비와 재정 지출 확대로 정부 재정을 악화시킬 수 있다.

둘째, 빈곤 문제이다. 2002년의 마드리드 고령화 국제행동계획(MIPAA)도 노인 빈곤 문제를 주요 의제로 채택했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내 1위다. 2017년 기준 노인 빈곤율은 43.8%로 일본의 19.6%보다 2.2배나 높다. 빈곤은 고용 시장과 범죄 발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 국민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은퇴하는 연령은 71.6세인 데 반해 미국 67.9세, 영국 64.7세, 프랑스 60.8세이다. 우리는 생애 가장 늦은 주기까지 일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일 것이다.

또한 노인 빈곤은 범죄 증가로도 이어진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 범죄는 2014년 9만5천371명에서 2019년 14만4천735명으로 51.8%(4만9천364명) 늘어났다. 반면, 전체 범죄는 오히려 9.1%(193만 명 → 176만 명) 감소했다.

필자가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재직 때 교도소를 방문했는데 고령의 수감자가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교도관은 "요새는 70대, 80대 수용자가 수두룩하고 어디든지 나이든 사람이 많이 들어온다"고 대답했다. 고령 수용자의 증가는 노인 빈곤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셋째, 세대 간 갈등 문제이다. 필자는 몇 해 전 ASEM의 노인 인권 콘퍼런스에 참석, 노인문제 전문가들과 현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이슈들이 논의됐지만, '세대 간 갈등'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제기하는 나라는 별로 없었다. 반면 우리는 좁은 국토에 비해 과밀한 인구 탓인지 세대 간 갈등 문제가 심각한 사회 현안이 되고 있다. 세대 간에 서로를 내 몫을 빼앗아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된다.

그 회의에서 "우리는 모두 현재 노인이거나 곧 노인이 될 사람들이다"고 말해 큰 호응을 얻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사회 구성원들이 모두 한 배를 탄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정하며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와 기업 모두 경제적 파이(π)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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