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토할 때까지 피자를 먹을 거야.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김종섭 ㈜빅아이디어연구소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위기'라는 단어가 무섭지 않아 슬프다. 너무 자주 듣다 보니 단어의 힘이 빠져버렸다. 진짜 두려운 것은 위기에 덤덤해져버린 우리의 모습이다. 태어났으니 살아가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이렇게 우리는 생업의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파는 것이 인간이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우리는 못 팔고 있다. 자연스럽게 삶이 피폐해져간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올해 2, 3월에는 작년에 수주한 일로 버티었다. 이제 진짜 여파는 하반기 때 올 것이라 한다. 나 역시 광고 회사를 운영하는 CEO이다 보니 이런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광고를 고민해본다. 어떤 광고를 해야 팔 수 있을까? 고객과 어떤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매출이 올라갈까?

파는 것이 인간이라는데 팔 수 없다면 그 자괴감이 얼마나 대단할까. 퇴직금을 모두 털어 카페를 차린 조 부장님, 기업 홍보팀에 입사한 이 대리님, B2B 비즈니스를 하는 중소기업 김 대표님. 그들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도 광고를 고민하고 있을 분들을 위해 말이다. 광고계에 있으며 내가 깨달은 광고의 법칙을 하나 소개하고 싶다.

'Love overcomes everything.'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는 뜻이다. 광고에서도 마찬가지다. 광고 캠페인에도 사랑이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날로 똑똑해져가고 있다. 내 지갑을 탐하는 것인지 금방 눈치챈다. 광고에서 절대 자신이 소비자보다 똑똑하다고 생각지 마라. 광고주는 절대 소비자를 이길 수 없다. 그들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순전한 사랑이다. 아무런 계산 없이 고객을 사랑해야 좋은 광고가 탄생한다.

여기 도미노 피자의 사례가 있다. 도미노는 특이하게도 길바닥에 난 구멍에 집중했다. 피자와 도로의 구멍이 무슨 관계냐고? 도로의 구멍이 배달차를 덜컹이게 해 피자가 뭉개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망가진 모양의 피자를 보고 좋아할 고객은 없다. 어떻게 하면 고객의 걱정을 덜까 고민하다 도로 포장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그렇게 도미노 피자는 도로의 구멍을 메우기 시작했다. 당연히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미노는 달랐다. 오직 고객에게 제대로 된 피자를 배달한다는 신념으로 묵묵히 도로를 메워갔다. 그리고 메워진 곳에는 도미노의 로고와 'OH YES WE DID'(네, 우리가 했어요!)란 글을 새겨두었다. 이런 캠페인 속에는 고객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고객의 주머니만 노렸다면 특가 할인이나 1+1 전략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 브랜드에 도로의 구멍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도미노에는 보였다. 구멍을 메우고 도미노는 고객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마음까지 훔쳤다. 이 캠페인에 대한 한 시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 "저는 이제 토할 때까지 도미노 피자만 먹을거예요!" 한 브랜드를 사랑하게 만드는 일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여기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브랜드가 먼저 소비자를 사랑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광고이다. 어떠한 달콤한 글이나 이미지로도 감동을 줄 수 없는 영역이다. 광고에는 유머, 수사법, 크리에이티브 등 다양한 기술이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을 부리기 전에 무엇이 기본이 되어야 하는지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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