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상 읽기] 이제는 국민이 주인공인 헌법을 가질 때

29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에서 미래통합당이 불참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철 자유기고가 이상철 자유기고가

완전성을 상징하는 숫자 '3'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나 신화 속에 깃들어 있다.

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불교의 삼존불, 고대 로마의 3신과 게르만 신화의 최초의 신도 삼형제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단군신화의 환인, 환웅, 단군은 삼신으로 모셔졌고, 세상의 이치를 '천(天)·지(地)·인(人)'으로 구성하여 삼태극으로 그려 내었다. 이처럼 성스럽게 여겨졌던 3이라는 숫자는 오늘날 국가 통치원리와도 무관치 않는데 대표적인 것이 3권 분립이다. 인류는 고대 신분사회, 암흑의 중세시대, 그리고 절대군주제의 폭정과 파시즘을 거치며 주어진 질서에 대한 의심과 권력의 집중과 전횡을 막으려는 인간관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우리 헌법도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정부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3권 분립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국회의원의 장관 등 각료 겸직과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결과 여당이 국회 과반이상을 차지하거나 여당의원들이 총리나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입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가 어렵다. 사법부도 그 수장인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행정부의 우위는 부인하기 어려우며,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점, 4대 권력기관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국정원장)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권력이 행정부에 집중된 면이 있다.

21세기가 한참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1987년 체제인 6공화국 헌법을 가지고 있다.

헌정사상 최초, 여야 간의 합의로 탄생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 시대를 연 상징과도 같지만 이제는 상생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헌법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개헌이 경제와 민생 등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며 개헌 반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개헌은 도대체 언제 해야 되냐'고 오히려 되묻고 싶다. 이제는 개헌을 할 때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방향성은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잠재된 독재를 방지하는 데 있다.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국회의사당. 연합뉴스

먼저, 국회가 행정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

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회의장 직속으로 하여 행정부의 권한남용과 정부회계에 대한 실질적 감독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례상 여당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는 방식을 바꾸어 국회의원 총선거 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지역구가 아닌 전국단위로 국민들이 직접 선출케 하여 의장단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시켜 감사원을 지휘하게 해야 한다. 또한 삼권분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국회의원의 각료 겸직을 금지하여 본래 역할인 행정부 견제와 입법 활동에 전념케 해야 한다. 부수적으로 총리나 장관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 자리를 거쳐 가는 폐해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사법부의 위상 및 대표성 강화를 위한 대법원장 선출방식 변경이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대법원장도 직접 국민이 선거로 선출하면 좋겠지만 직선제의 적합성여부, 법원이 가지는 전문성 등을 고려해 보면 선뜻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차선책이지만 전체 법관들이 선거로 대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여 그 중 2인을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이럴 경우, 조직 내 신망을 받는 인사가 대법원장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조직 내 민주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

세 번째로, 대통령 중임제와 부통령 신설이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을 직접 헌법에 명시할 만큼 독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나 단임제는 레임덕과 짧은 임기 내 성과에 대한 압박을 가져와, 근시안적 국정운영을 초래하였고 포퓰리즘의 먹이감이 되었다. 국가 발전의 장기적 비전실행을 위해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나올 때 마다 회자되는 것이 책임총리제이다. 하지만 총리는 선거로 직접 선출되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미약하며 그 운영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통령제 신설을 주장하고 싶다.

대통령 선거를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하여 국정의 운영권을 나눈다면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통령이 경제나 외교, 안보 등의 전문가일 경우 안정적 국정운영에 큰 도움이 되며 부통령후보가 정당 간 연정의 형태로 추진될 경우 협치와 공화주의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미래통합당 의원에 대한 강제 상임위 배정과 상임위원장 일방 선출에 대한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이다.

원칙적으로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지방자치권을 확대·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견제장치도 필요하다.

먼저, 공적결정에 대한 민간참여 보장과 공직개방이다.

현행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과 독립성 및 위상을 강화시켜 지방자치단체의 핵심결정에 있어 공론화 과정에 그 참여권을 보장하고 과거 제2공화국 헌법에 명시된 읍·면·동장 선거를 부활하여 일선행정의 결정권과 집행권을 분권화시켜 풀뿌리 책임행정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요하는 직위들은 과감히 민간에게 개방하여 만성화된 관료주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 국민들은 웬만한 고위공무원들보다 똑똑하다. 맘카페에서 정책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정치인들도 상당수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니 말이다.

또 하나는 부단체장의 직접 선출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최근 부산시장 사태에서 보듯이 보궐선거까지 중앙에서 임명된 부단체장이 1년 가까이 시정을 이끄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취지와 맞지 않다. 지자체장 선거도 정·부 러닝메이트로 하여 유고나 궐위 등 비상시에도 시정추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부단체장이 해당 지역에 필요한 분야인 경제, 보건, 문화, IT산업 등의 전문가일 경우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중앙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선 기존의 협력관제도를 개선·확대하여 다양한 중앙부처의 인력들과 지방정부 인력들이 상호 협력·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이 반만년 역사의 경험과 투쟁 속에서 얻어낸 가장 위대한 성과를 표현한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이 주인이다."는 문장으로 집약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이 모든 일에 관여할 수는 없기에 대리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머슴처럼 일하겠다며 큰절을 연신해대던 대리인이 알고 보니 '하자투성이'일 경우, 분하고 괘심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

요즘 구매한 상품은 웬만하면 교환·반품이 가능하나 선출된 정치인들의 리콜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국민소환제 신설과 주민소환제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하나 내 보자면, 종전 국회의원 지역 선거에서 2위 득표자에게 그 직을 승계케 하면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 전 후보자 간 야합을 방지하는 동시에, 특정지역에 특정정당이 싹쓸이 하는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후보들이 선거법을 준수하는 경향이 강해질 거라 예상되며 보궐선거 비용 또한 아낄 수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홈페이지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홈페이지

아무리 청렴하고 위대한 철인이라도 너무 강한 권력은 늘 위태롭다. 세계 최고의 헌법으로 손꼽히는 바이마르 헌법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나치 정권을 탄생케 하였다. 아무리 법이 훌륭해도 대리인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주인인 국민은 어느새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한 번의 선거 승리로 국가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허용하는 나약한 법치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영원히 지킬 수 없다.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 새로운 헌법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단순히 유권자의 지위를 넘어 헌법 안에서 '영원한 캐스팅보터'로서 권력을 견제·감시하고 국가의 주요사항을 결정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장되었으면 좋겠다.

패권정치의 부활은 결국 피의 보복을 부를 뿐이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분권'과 '협치'라는 아름다운 정치기술로 이제는 국민이 주인공인 헌법의 시대를 열자!

자유기고가 이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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