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일상 같은 성탄절

박병욱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교회 집무실 창가에 성탄 촛불을 켰다. 흰색 양초 모양의 램프 열 개가 나란히 서 있는 전등이다. 켜고 끄는 것이 그저 스위치를 한 번씩 누르기만 하면 되는데도 기분은 켤 때와 끌 때가 사뭇 달라진다. 책상에 앉아 있다가 시선이 창가로 가면 성탄 촛불이 눈에 들어온다. 동시에 지금이 성탄의 계절임을 기억한다.

교회 봉사부 교인들은 이미 김장을 하여 필요한 이웃에 나누었다. 수고 하는 중에도 다들 즐거운 표정에 노래를 흥얼거리며 양념을 버무렸다. 위로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과일과 금일봉도 드릴 예정이다.

시내 중심가에는 대형 트리가 세워졌고, 불빛 찬란한 포토존에서 너도나도 셀카 촬영에 열중이다. 한결같이 환한 표정이다. 거리에는 빨간색의 자선냄비가 등장했다. 구세군이 종을 치며 관악기를 연주한다. 상점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방송에서도 캐럴이 자주 나온다. 빨간 코트, 빨간 머플러, 빨간 모자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연말연시의 아름다운 리추얼이다. 리추얼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사회행위이다. 때로는 기계적으로 반복된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오후에 퇴근하여 저녁을 먹고 그냥 눕자마자 잠에 곯아떨어지는 것이 행복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직업과 직장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출근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냥 시계추가 흔들리듯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하루 세 끼 먹는 것은 그냥 끼니때가 되어 먹는 것이다. 세 끼가 걱정거리가 된다거나 가치와 의미를 반드시 물어보고 감격하여 눈물 콧물 쏟아가며 먹는 식사라면 아마도 행복한 형편은 아닐 것이다. 아주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경우이다. 그래서 대단히 중요한 일도 리추얼의 반복인 것이 더 행복한 삶의 증거일 때가 많다. 그저 아무렇지도 않게 반복되는 일상 속에 행복이 있다.

우리가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아름다운 삶이지만, 선을 베푸는 일을 아무것도 아닌 양, 그저 반복되는 일상인 양 여긴다면 이것이 행복한 삶이다. 의미와 가치를 물을 것도 없이 그냥 해야 되는 일이니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한다면 아름다운 것이다.

올해도 작년처럼, 아니 작년보다 더 태연히 성탄절을 보내자.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듯, 서로 도우며 사는 삶이 너무나 당연한 리추얼로 살아가자. 이것이 더 성스러운 성탄절이다. 성탄절은 구세주 예수님이 탄생하신 날이다. 구세주는 특별한 곳이 아닌 평범한 사람의 모습으로 평범한 삶의 자리에 오셨다. 예수님은 특별할 것 없는 목수 아버지 밑에서 자란 목수 청년이었다. 매일 열심히 일하여 생계를 꾸리는 일상적 삶이 성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의미를 묻지 않는 곳에 더 깊은 의미가 담겨있다.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내가 피하고 싶은 비참한 현실로서가 아니라, 기꺼이 함께할 수 있는 일상의 현실로 여기자. 아무렇지도 않게 자비를 베풀고, 특별하지 않은 마음으로 봉사하고, 즐겁게 남의 짐을 지고, 기쁘게 섬기자.

연말이 되면 마음속에 우울한 바람이 불어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든다. 해마다 찾아오는 성탄절은 겨울의 우울을 떨쳐버리고 새 시간을 맞는 리추얼이다. 성탄의 불빛이 거리마다 밝혀져 있다. 마음까지 환해지면 좋겠다. 독자 여러분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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