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김홍도(1745~1806?) '포의풍류도'

종이에 담채, 27.9×37㎝,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종이에 담채, 27.9×37㎝,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김홍도가 자신의 모습을 그렸음직한 자화상적 이미지로 알려져 있는 그림이다. 자신을 그렸을 수도, 혹은 주문에 따라 의뢰인이 요청한 모습을 그려준 그림일 수도 있다(혹시 석농 김광국?). 어느 경우든 '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는 물질보다 정신을 우위에 두고 절제와 검소를 생활 수칙으로 여겼던 조선의 유교 이념과 동떨어진 세계를 보여준다. 주류 이념과 무관한 세계에 살며 자신의 정서적 행복을 추구하는 애호가, 수집가의 취향을 소유물, 또는 상상의 소유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편안한 차림으로 버선도 신지 않은 맨발을 드러낸 채 비파를 연주 중이다. 비파는 목의 위쪽 부분이 꺾여 있고 줄이 4개인 당비파인데, 지금 제일 바깥쪽 줄을 왼손으로 누르고 오른손으로 뜯고 있다. 눈이 비파의 현을 향해 있어 소리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무릎 앞에 놓여 있는 생황은 주인공이 악기를 두 가지나 연주할 줄 아는 음악 애호가임을 알려준다.

그림 속 물건들은 고급 악기인 비파와 생황처럼 주인공이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오른쪽의 휴대용 끈이 달린 호로병은 김홍도의 신선그림에 자주 나오는데 신선들이 어깨에 메거나, 허리에 차거나, 지팡이나 나귀 귀에 매달아 가지고 다니는 술병이다. 주인공은 근심을 잊게 하는 망우물(忘憂物)인 술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칼은 일도양단의 단호한 결단력을 상징한다. 높이 쌓인 책이 있는 독서인이고, 책 무더기에 기대놓은 두루마리 묶음은 주인공이 때로 이를 펼쳐 그림과 글씨를 감상하는 서화 애호가임을 알려준다. 향로가 있고, 긴 목의 양쪽에 손잡이가 달리고 빙렬이 있는 병은 중국 송나라 때의 유명한 가마인 가요(哥窯) 스타일 도자기이다. 그 옆의 중국 고동기(古銅器) 고(觚)에는 간찰 묶음, 여의(如意), 산호가 꽂혀 있다. 모두 값비싼 수입 골동품이다. 주인공은 돈을 이런데 쓰는 사람이다. 둥근 벼루에 조각 먹이 걸쳐져 있고 파초 잎 옆에 붓이 있다. 종이가 아니라 파초 잎에 시를 쓰는 것은 시가 떠오르면 써 볼 뿐이지 남겨 놓거나 자랑하려고 시를 짓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화제는 "지창토벽(紙窓土壁) 종신포의(終身布衣) 소영기중(嘯咏其中) 단원(檀園)"이다. "종이 창 흙벽 집에서 평생 벼슬 없는 포의로 시 읊으며 살리라"는 이 말은 명나라 문인 진계유의 시 '암서유사(岩栖幽事)'에 나오는 구절이다. 머리도장은 주문호로인 '빙심(冰心)'으로 '얼음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인데 인장의 형태가 병 모양이어서 '옥호빙심(玉壺冰心)'으로 읽는다. 옥호빙심은 당나라 시인 왕창령의 '부용루송신점(芙蓉樓送辛漸)'에 나온다. 말미의 주문방인은 '김홍도'이다.

 

미술사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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