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먼저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이 했던 말을 기억이나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혹시 기억하지 못할까 몇 가지만 추려본다.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 취임식에서 했던 말이다. 이 말은 "상식대로 해야 이득을 보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이어졌다. 앞서 한 방송사에 출연해서는 "만약 문재인 하야 시위가 일어난다면 광화문 광장에 나가 끝장 토론이라도 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말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줄 때는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하게 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불과 석 달 전이다.

문 대통령의 어록은 주옥같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힘주어 말 할 때 국민들은 감동했다.

화려한 수사(修辭)가 진실을 가린다는 사실을 그땐 몰랐다. 하지만 진실을 아는데 오랜 세월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이제 그 말의 성찬은 감동이 아닌 분노가 되었다. 화려했던 수사는 부메랑이 되어 문대통령을 향해 날고 있다.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자니 화병이 날 것 같아' 광화문 '조국 파면' 집회에 참석한다는 국민이 많다. '문재인 하야' 소리가 집회 때 마다 나온다.

평범한 국민조차 문 정권이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으려 들고', '상식대로 하면 손해만 보는 세상'을 만들었음을 직감한다. 침묵하던 대통령은 '끝장 토론'에 나서기는커녕 검찰총장에게 '검찰 개혁'을 '지시'하며 화살을 엉뚱한 데로 돌렸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정치인이 놓치지 않아야 할 감각으로 사물과 인간에 대해 거리감과 균형감을 갖는 '목측능력(目測能力)' 즉 '눈대중'을 꼽은 바 있다. 정치인이라면 모든 것을 자로 재 듯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눈대중으로 전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대다수 국민이 조국은 아니라는데 조국만 쳐다보고, 광화문에 모인 성난 군중을 보고도 '국민분열이 아니다'는 대통령의 눈대중은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국민 눈에도 한참을 못 미친다. 베버의 시각에서 보면 문 대통령은 적어도 정치를 해서는 안 될 사람인 셈이다.

그래서인가 지금 세상은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가 되었다. 상식과 거리가 먼 일들이 너무나도 자주, 태연히 벌어진다. 권력 한복판에 선 조국 장관의 동생은 구속영장실질심사조차 포기했음에도 '건강상의 이유'로 풀려났다. 조국 부인의 증거인멸은 또 다른 유력자의 입을 빌리는 순간 증거인멸이 아닌 증거보전 시도가 된다. 검찰은 의혹 당사자인 조국부부의 휴대폰조차 압수수색하지 못했다. 부부에 대한 계좌추적 역시 손도 못대고 있다. 그 사이 이 권력실세는 '깨끗한 사람'이 된다. 죄도 없이 온가족이 검찰에 탈탈 털린 피해자로 둔갑한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일가 비리를 수사중인 검찰을 향해 조급한 개혁안을 쏟아내고 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일들이다.

국민들은 상식의 붕괴를 걱정하고 있다. 서울대총학생회가 조국 사퇴를 촉구하며 내세운 구호가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다. 의사 5천명이상이 서명한 선언문 제목에도 '상식이 통하는 나라'가 등장한다.

독일 법학자 게오르크 옐리네크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했고, 또 상식은 도덕의 최소한이라 할 수 있다. 그리 보면 상식은 법의 최소한의 최소한인 셈이다. 그런 상식이 허물어지면 그 빈자리는 혼란이 밀고 들어올 것이다. 다시 '상식이 통하는 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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