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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노바디' '모탈 컴뱃' '비밀의 정원'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노바디' '모탈 컴뱃' '비밀의 정원'

◆노바디감독:일리야 나이슐러출연:밥 오덴커크, 알렉세이 세레브리아코프 비범한 과거를 숨긴 채 살아가는 한 가장의 통쾌한 반전 액션영화. 허치(밥 오덴커크)는 매일 출근을 하고, 분리수거를 하고 일과 가정 모두 나름 최선을 다하지만 아들한테는 무시당하고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하다. 그러던 어느 날, 집안에 강도가 들고 허치는 한 번의 반항도 하지 못하고 당한다. 더 큰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는데 모두 무능력하다고 허치를 비난하자 그동안 꾹 참고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고 만다. 약자에게 더 약하고, 강자에게는 한 없이 강한 한 남자의 분노가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린 악당들의 최후가 일상 속 관객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킨다. 주연을 맡은 밥 오덴커크의 실제 경험이 스토리에 녹아들었다. 91분. 15세 이상 관람가. ◆모탈 컴뱃감독:사이먼 맥쿼이드출연:루이스 탄, 조 타슬림, 제시카 맥나미 1995년 동명의 영화를 비롯해 꾸준히 제작되고 있는 게임 원작 영화. '모탈 컴뱃'은 전 세계 9천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인기 서바이벌 격투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액션물이다. 최강 챔피언들이 지구의 운명을 걸고 벌이는 서바이벌 대혈전 모탈 컴뱃. MMA 격투 선수 콜 영(루이스 탄)은 대전을 앞두고 선택받은 전사들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서브제로(조 타슬림)의 공격을 받는다. 콜 영은 지구와 가족을 보호하고 자기 혈통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모탈 컴뱃에 참가해 죽음의 전투를 치른다. 세상에서 가장 잔혹한 게임의 특징을 고스란히 살려 영화 역시 찢고 터지는 청소년 관람불가의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다. '아쿠아맨', '컨저링', '쏘우' 시리즈를 성공시킨 제임스 완이 제작을 맡았다. 109분. 청소년 관람불가. ◆비밀의 정원감독:박선주출연:한우연, 전석호, 유재명 성폭행 사건 이후 피해자의 삶과 치유를 그린 영화. 정원(한우연)은 남편 상호(전석호)와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사를 준비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정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10년 전 전 정원을 성폭행한 범인을 잡았다는 경찰의 연락이다. 이 전화로 정원의 감춰진 비밀이 드러나며 평온한 일상은 무너진다. 사건 이후 정원을 키워 온 이모부(유재명)와 이모(염혜란)는 그런 정원이 안타깝다. 결국 경찰의 방문으로 정원의 과거는 상호에게까지 알려지게 되고, 과거의 일을 말하지 않은 것이 거짓말을 한 것 같아 정원은 죄책감에 휩싸인다. 편집감독으로 활동하던 박선주 감독의 데뷔작. 제19회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단편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한 '미열'을 장편화했다. 110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4-0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자산어보' '아무도 없는 곳' '커피 오어 티'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자산어보' '아무도 없는 곳' '커피 오어 티'

◆자산어보감독: 이준익출연: 설경구, 변요한, 이정은 이준익 감독이 윤동주를 주인공으로 한 '동주'에 이어, '자산어보'를 쓴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을 조명한 흑백영화. '자산어보' 서문에 등장하는 창대라는 인물을 새롭게 발견함과 동시에 두 사람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순조 1년, 신유박해로 세상의 끝 흑산도로 유배된 정약전(설경구)은 바다 생물에 매료되어 책을 쓰기로 한다. 바다를 훤히 꿰고 있는 청년 어부 창대(변요한)에게 도움을 구하지만 창대는 죄인을 도울 수 없다며 거절한다. 창대가 혼자 글공부를 하는 것을 알게 된 정약전은 서로의 지식을 거래하자고 제안하고, 둘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간다. 흑백영화지만 컬러 장면이 3번 나온다. 배우 설경구의 첫 사극영화 출연작이다.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출연: 연우진, 김상호, 아이유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이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그들과 나눈 대화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 어느 이른 봄, 아내가 있는 영국에서 떠나 서울로 온 창석이 미영(아이유)을 만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두 사람은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늙음과 죽음을 떠올린다. 이후 새 소설 출간을 돕는 편집자 유진(윤혜리)과 만난다. 유진은 인도네시아 유학생이었던 전 남자친구로부터 겪었던 상실을 고백한다. 한 카페에서 우연하게 마주친 성하(김상호)는 창석에게 가슴에 품고 다니던 조그마한 하얀 약통의 비밀을 알려준다. 창석은 한 바에서 시 쓰기를 좋아하는 주은(이주영)과 만나기도 한다. 이들을 통해 기억, 상실, 죽음, 늙음 등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83분. 15세 이상 관람가. ◆커피 오어 티감독: 데렉 후이출연: 류호연, 팽욱창, 윤방 얼떨결에 의기투합한 세 청년의 좌충우돌 스타트업 도전기를 그린 중국영화. '첨밀밀'(1997)을 연출한 진가신 감독이 제작을 맡고, '리틀 진가신'으로 불리는 신예 데렉 후이가 감독을 맡았다. 도전하는 스타트업마다 10전 10패, 항상 실패하는 웨이 진베이(류호연), 대륙 횡단 새벽 배송을 꿈꾸며 고향으로 컴백한 펑 시우빙(팽욱창), 바리스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리 샤오췬(윤방). 달라도 너무 다른 성격이지만 하고 싶은 일로 성공하고 싶은, 마음만은 한뜻인 세 친구가 와이파이도 안 터지는 시골 윈난에서 의기투합한다. 오랜 기간 동안 보이차만 재배해 온 윈난에서 커피 사업 전자상거래에 도전하는 세 청년의 재기발랄한 이야기다. 유쾌한 스토리와 함께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얘기한다. 97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4-0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패왕별희:디 오리지널

[김중기의 필름통] 패왕별희:디 오리지널

어제는 배우 장국영(1956~2003)의 기일이다.여린 듯, 슬픈 듯 묘한 그의 이미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에 남아 이날만 되면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떠올리게 한다. 장국영 영화 최고의 작품이라 할 첸 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1993)가 이번 주 '디 오리지널'이란 수식어를 붙이고 개봉했다.'패왕별희:디 오리지널'은 기존 156분에서 15분이 추가됐고,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화질도 보강됐다. 눈물을 가득 담아 일렁이는 장국영의 눈빛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두 경극배우가 무대로 향한다. 천하무적의 영웅 초패왕, 마지막까지 그를 지켰던 우희. 무대가 사라진 체육관 건물."뭐하는 사람들이요?"라고 관리인이 묻는다."우리는 옛 경극배우들입니다.""아니, 두 분은… 전 열렬한 팬이었습니다."관리인이 둘을 위해 불을 켜준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된다.1924년 베이징. 어린 두지가 매춘부인 엄마의 손에 이끌려 경극학교에 온다. 육손인 두지를 학교가 받아주지 않자, 엄마는 그 자리에서 두지의 여섯 번째 손가락 잘라버린다. "나는 본디 계집으로 태어나"라는 대사를 읊지 못해 매질을 당하지만, "난 왕이 되고, 네가 왕비가 되는거야"라는 두 살 많은 시투의 말에 힘을 얻는다. 가혹한 체벌과 혹독한 훈련에도 두지는 남자다운 시투와 단짝이 된다.세월이 흘러 1937년 두지(장국영)와 시투(장풍의)는 우희와 패왕으로 인기 경극배우가 된다. 우희에 몰입할수록 두지는 시투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시투가 홍등가의 주샨(공리)과 결혼을 약속하면서 큰 상실감에 빠진다.이후 두지는 아편에 의지하고, 일본군 앞에서 경극을 했다는 이유로 감옥까지 가지만, 시투에 대한 그리움과 갈등은 쌓이기만 한다. 이들에게 더 큰 비극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1966년 문화 대혁명이었다.'패왕별희'는 중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한 경극배우의 슬픈 삶을 그린 걸작이다.어린 시절 엄마의 손에 이끌려 남성성이 거세된 채(육손이 잘린 상징성)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려 흔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한 남자의 삶이 드라마틱하게 그려진 작품이다. 특히 애잔하고 애틋한 장국영의 눈빛 연기가 관객에게 두고두고 잊히지 않는 영화였다. 제46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당시 중화권 최초였다.지금의 중국을 생각하면 다시는 나오기 어려운 중국 영화다. 이번 개봉 버전도 여전히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무삭제판이다.추가된 장면들은 예전에 동성애 코드 우려 때문에 쓰지 못했던 장면들이다. "나는 본디 계집으로 태어나"라는 대사를 못해 체벌을 당한 두지를 시투가 씻겨주는 장면, 성인이 된 두지가 시투에게 "1분 1초라도 떨어지면 한평생이 아니잖아"라고 애원하는 장면, 두지가 주샨과 결혼을 선언하는 시투에게 "가지 말라"고 말하는 장면 등이다. 시투를 향한 두지의 감정들이 세밀하게 드러나는 장면들이다.시투를 향한 두지의 애틋함을 동성애로 낙인찍을 수 있지만, 가혹한 역사에 휘둘린 연약한 인간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밖에 없었던 배우, 그러나 그들에게 다가온 숙청의 시간과 이어지는 문화 대혁명. 역사라는 수레바퀴에 자유로운 이가 누가 있을까. '패왕별희'는 이를 패왕과 우희의 이별로 은유하고, 한 경극배우의 한 맺힌 개인사와 예술혼으로 승화시킨 것이다.디지털 작업을 거쳐 첸 카이거 감독의 영상미도 살아난다. 경극의 화려한 분장과 의상이 더욱 선명한 색감으로 감상할 수 있다.'패왕별희'는 중국적인 소리와 색채로 가득 차 있다. 캐릭터의 인생유전이 드라마틱한 중국 현대사처럼 극적이다. 무엇보다 장국영의 인생작으로 그의 삶과 닮은 혼신의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장국영의 눈빛 연기와 함께 그가 부른 OST '사랑이 지난 후에'가 사랑할 시간을 주지 않은 우희, 아니 장국영의 슬픈 이별을 떠올리게 해 가슴을 울리게 한다.지금은 사라진 옛 제일극장에서 '패왕별희'를 본 후 한동안 쟁쟁거리는 소리와 함께 떠나지 않던 슬픔이 기억난다. '패왕별희'는 1993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서울에서 개봉했지만, 대구에서는 이듬해 3월에야 개봉했다.그때 모 방송국 개그맨은 콘테스트에서 장국영 흉내로 입상하기도 했고, 첸 카이거가 내한해 영화 홍보를 하기도 했다. '패왕별희'는 무려 3개월이나 나를 감질나게 한 영화였고, 개봉하자마자 뛰어가 본 후 내 삶의 영화가 됐다. 매년 4월 1일 장국영의 영화를 감상하며 그를 추모하는 것이 연례행사가 된, 그 계기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171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4-02 06:30:00

지자체 지원 받은 독립영화,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지자체 지원 받은 독립영화,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

다음 달 29일부터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에 대구시와 달서문화재단이 지원한 대구지역 영화인들의 장·단편 독립영화들이 경쟁 부문에 잇따라 진출해 눈길을 끌고 있다.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에 따르면 대구에서 제작된 장편 독립영화 '희수'(감독 감정원)가 한국경쟁 부문에, 단편영화 '나랑 아니면'(박재현 감독)이 한국단편경쟁 부문에 나란히 진출했다.전주국제영화제는 그간 꾸준히 대구 독립영화의 저력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혜영'(김용삼 감독), '수성못'(유지영 감독), '파란나비효과'(박문칠 감독), '내가 사는 세상'(최창환 감독) 등이 경쟁 부문에 소개돼 왔다.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일 '희수'는 산업재해를 배경으로 놓고 전개되는 영화로, 노동자로서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한 여성의 흔적을 좇는 영화다. 극단적으로 간결한 표현을 통해 보는이의 눈길을 사로잡는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랑 아니면'은 팬데믹 시대에 놓인 노년 부부의 일상을 다뤘다. 대구의 익숙한 지역들을 영화 배경으로 했다. 지역 관객들에게 좀더 현실적으로 다가갈 것이란 평가다.특히 두 작품은 각각 대구시와 달서문화재단의 제작지원으로 완성됐다. '희수'는 '지역영화 기획개발 및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작품으로 대구시가 2천만원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나랑 아니면'도 대구다양성영화제작지원사업과 달서문화재단의 '예술人 희망in 달서 시네마 프로젝트'에 선정돼 1천300만원의 제작비를 지원받았다.감정원, 박재현 두 감독은 "대구에서는 최근 많은 신진 창작자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이 좀 더 좋은 제작환경에서 영화를 찍을 수 있으면 좋겠다"며 "코로나로 영화 창작자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었는데 여러 지원사업으로 영화를 안정적으로 찍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며 소감을 밝혔다.한편 전주국제영화제는 4월 29일부터 5월 8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2021-03-31 11:38:58

[김중기의 필름통] 스파이의 아내

[김중기의 필름통] 스파이의 아내

"당신이 스파이라면, 저는 스파이의 아내가 되겠어요."일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가 25일 개봉했다. 제목으로는 일본풍의 가벼운 코믹 멜로를 연상시키지만, 이 영화는 일본 군국주의의 광기를 소재로 한 멜로 서스펜스다. 어두운 과거를 외면하는 일본의 풍토에서는 보기 어려운 소재이기에 '파격적'인 영화라 할 수 있겠다.배경은 1940년 일본 고베. 태평양전쟁 발발 전 일본은 대동아 신질서 건설이란 망령에 휩싸여 있다. 곧 화염에 휩싸일 듯 불쏘시개 같은 세상과 달리 풍요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가 있다.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와 그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 유사쿠는 고급 양복과 위스키를 즐기는 신식 자본가이고, 사토코는 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소녀 같은 감성의 아내다.어느 날 남편이 만주로 출장을 떠난다. 그리고 돌아온 남편이 수상하다. 혹시 새로운 여자가 생긴 걸까. 남편의 주위를 서성이던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만주에서 일본군이 병균으로 인간을 생체실험 했고, 수많은 주검을 보았으며 그 증거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그 증거를 미국으로 가져가 폭로하려는 계획까지 밝힌다.'스파이의 아내'는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후보작이자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다.J-호러의 중심에 있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첫 시대극이다. 그는 '큐어'(1997), '회로'(2001), '절규'(2006) 등 기요시 3부작을 내면서 J-호러의 거장으로 불리던 감독이다. 일본 현역 감독을 통해 731부대의 끔찍한 만행을 엿본다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군국주의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는 영화 중 하나가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1976)이다. 포르노에 가까운 노출로 유명했던 바로 그 영화다. 욕정과 섹스에 몰입한 한 남자를 통해 감독은 군국주의에 대항할 수 없었던 시대의 무기력을 은유한다.그를 잘 보여주는 것이 거리를 행진하는 일본군의 모습이었다. 다다미방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이뤄지던 은밀한 스토리가 일본군의 위용에 짓눌린 주인공의 시대적 한계로 발전되는 장면이다.'스파이의 아내'도 몇 차례 일본군들의 활보 장면을 보여준다. 제작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바람에 교묘한 카메라워크로 만회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는데, 흥미롭게도 '감각의 제국'과 흡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그러나 '스파이의 아내'는 더 이상 무기력하지 않고, 시대에 저항한다.영화는 세 캐릭터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부부와 함께 아내의 소꿉친구였던 타이지(히가시데 마사히로)가 헌병대 대장으로 오면서 세 인물의 갈등으로 커진다.코즈모폴리턴으로서 '만국인'임을 자처하는 유사쿠는 자국의 비인간적 만행을 세계에 알리려 하고, 타이지는 일제의 선봉에 선 군인으로 이를 막으려 한다. 사토코는 안락한 삶을 포기해야 할 위기에서 고뇌에 빠진다.기요시 감독은 사토코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남편의 품안에서 행복에 겨워하던 아내가 서서히 세상을 알아가게 되면서 세 사람의 밀고 당기는 갈등이 긴장감을 높인다.영화 초반 유사쿠는 아내를 주인공으로 한 짧은 영화를 제작해 몇 차례 상영회를 갖는다. 아내가 금고의 비밀 서류를 꺼내고, 남편이 그의 아내에게 총을 쏘는 장면이다. 구슬픈 가사의 일본 노래가 깔리는, 독일 표현주의적 기법에 오손 웰스 주연 '제3의 사나이'(1949)를 연상시키는 단편영화다.이 영화의 옛 연기 톤처럼 '스파이의 아내'는 사뭇 연극적인 느낌으로 그려진다. 대형 군중신이 필수인 시대극이지만, 한정된 공간에 머물며, 캐릭터들의 대사 또한 연극적인 톤이다. 배경은 물론이고, 음악까지 고전적이다. 연출적 의도일까 아니면 제작비의 한계에서 오는 궁여지책일까.'스파이의 아내'는 치명적인 생체실험을 직접적으로 보여주지는 않지만, 참극이 자행된 역사는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를 기록영상과 사진, 손으로 쓴 노트를 통해 도큐먼트화 한다.일본의 극우성향이 갈수록 심해지는 요즘, '스파이의 아내'는 감독의 시대의식과 일본영화의 고전적인 맛, 극적 반전까지 느낄 수 있는 영화다. 116분, 12세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2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더 박스' '고질라 VS. 콩' '최면'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더 박스' '고질라 VS. 콩' '최면'

◆더 박스감독: 양정웅출연: 박찬열, 조달환 어느 뮤지션의 감성 충전 로드무비. 박스를 뒤집어써야만 제대로 노래를 할 수 있는 지훈(박찬열)과 돈 한 푼 없지만 음악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감각이 뛰어난 프로듀서 민수(조달환)가 만났다.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지훈을 위해 민수는 대형 냉장고 박스를 구해 함께 버스킹을 제안한다. 인천, 전주, 경주, 여수, 울산 등지를 다니며 인기를 얻는다. 무대가 거듭될수록 콘서트의 완성도는 점점 높아진다. 과연 이들이 약속했던 10번의 무대를 다 채울 수 있을까. 엑소의 멤버 박찬열과 매력적인 배우 조달환의 콤비가 잘 어울리는 영화다. 특히 빌리 아일리시, 콘드 플레이, 머라이어 캐리, 루이 암스트롱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주옥같은 노래들이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한다. 94분. 12세 이상 관람가. ◆고질라 VS. 콩감독: 아담 윈가드출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 밀리 바비 브라운 킹콩과 거대 괴수 고질라의 대결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1962년 작 '킹콩 대 고질라'의 대결 이후 59년 만의 재대결이다. 거대 몬스터들의 습격을 받은 지 3년 후, 콩은 스컬 아일랜드를 떠나 인간들에게 보호관찰을 받고 있다. 한편, 인간들에게 등을 돌린 고질라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비밀 연구 회사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지구 안의 또 다른 지구인 할로우 어스의 에너지원을 찾아야만 인류가 안전할 수 있는 위기 상황. 그때 분노의 찬 고질라의 공격이 시작되고, 마침내 신화적 존재인 콩과 고질라의 세기적 대결이 시작된다. 2020년 넷플릭스 '에놀라 홈즈'로 인기를 끌었던 밀리 바비 브라운이 매디슨 러셀 역으로,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네이선 린드 역으로 출연한다. 113분. 12세 이상 관람가. ◆최면감독: 최재훈출연: 이다윗, 조현, 김도훈 최면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학교생활에 충실한 영문과 대학생 도현(이다윗)은 우연히 편입생 진호(김남우)를 통해 최면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도현은 준비되지 않은 채 갑자기 최교수(손병호)에 의해 최면 치료를 받게 된다. 그러나 최면 체험 이후 그는 알 수 없는 기억의 환영을 보기 시작하고 친구들도 하나 둘 이상한 환영에 시달리다 의문의 사건을 맞이한다. 도현은 극도의 두려움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대학 캠퍼스를 배경으로 풋풋한 학생들의 모습과 이들의 불안정한 심리를 대비시켜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도현이 겪는 환영에는 폐건물이 된 교회가 등장해 어둡고 스산한 느낌을 더한다. 액션 사극 '검객'을 연출한 최재훈 감독의 작품. 수년간 미술감독으로 활동해 시각적 공포를 극대화한다. 8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3-2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러빙 빈센트

[김중기의 필름통] 러빙 빈센트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가슴이 아린다. 늘 사랑에 실패했고, 부모로부터 인정받지 못했으며 그가 평생 몸 바쳐 그린 그림들은 세인들로부터 외면당했다.정신병과 불운에 시달리다 37세에 생을 마감하고 나서야 사람들은 그를 다시보기 시작했다. 훗날에야 '현대미술은 반 고흐에게 큰 빚을 졌다'는 말로 그를 칭송하며 '위대한 화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유일하게 그의 옆을 지킨 것이 동생 테오다. 테오는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고흐를 정신적, 물질적으로 후원했다. 얼마나 형제애가 강했던지 고흐가 죽고 6개월 뒤 테오도 세상을 떠난다.'러빙 빈센트'(2017)는 이런 고흐를 흠모하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2017년 개봉해 놀라움과 함께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이번 주 재개봉으로 극장가에 다시 걸렸다.고흐는 워낙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 그를 그린 영화들이 많았다. 커크 더글라스 주연의 '열정의 랩소디'(1956)처럼 그의 불같은 예술혼을 그린 영화도 있었고, '반 고흐: 위대한 유산'(2013)처럼 그의 죽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영화도 있었다. 줄리안 슈나벨 감독은 그의 혼미한 정신을 관객에게 체험시키듯 하는 영화 '고흐, 영원의 문에서'(2018)를 내놓기도 했다.'러빙 빈센트'는 극영화가 아닌 애니메이션이다. 화가들이 직접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모든 인물과 장면들이 고흐의 작품을 재현했다. 짙게 바른 물감의 질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이 미디어 아트 전시를 보는 듯하다.요즘 애니메이션은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서 복사한 그림을 수정해 만들기에 예전에 비해 품이 덜 드는 편이다. 이에 비해 '러빙 빈센트'는 상상을 초월한다. 제작기간 총 10년. 125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6만여 점의 그림을 그렸다. 고흐의 작품 800여 점 중 130여 점이 이 영화에 녹아들었다.'러빙 빈센트'는 반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지난 1891년 프랑스 아를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 테오에게 보내는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배달하면서 죽음의 의문을 풀어가는 줄거리다.우체국장의 아들 아르망은 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고흐의 마지막 편지를 테오에게 직접 전해주는 여정을 시작한다. 테오의 행방을 찾기 위해 먼저 물감 상인인 탕기 영감을 찾아간다. 술을 권하며 그는 테오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전해준다. 고흐의 어린 시절 이야기도 해주며 주치의 가셰가 수상하다는 점을 일러준다.고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아르망은 그의 죽음이 석연찮다는 것을 알면서 서서히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다. 가셰 박사의 집을 찾아간 그는 가정부로부터 고흐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의 삶에 빠져든다.고흐는 주변 사람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가난하고 힘든 농부들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리고 그들의 등에 비춰지는 빛을 진실되게 담아냈다.탕기 영감과 가셰 박사를 비롯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이 고흐의 작품을 바탕으로 그려진 것이다. 언젠가 한 번쯤은 봤음직한 그림들이다. 시대를 넘어 고흐의 체취와 붓놀림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가 있는 밀밭' 등 유명한 그의 작품들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나와 눈 호강을 시켜준다.더글러스 부스, 제롬 플린, 시얼샤 로넌 등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배우들이 목소리만 녹음한 것이 아니라 직접 연기도 했다. 그 움직임을 촬영한 영상본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섬세한 표현이 가능했다.이 영화는 고흐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들을 그리지만, 마지막은 삶의 편린들을 모아 고흐의 아픈 자화상을 그려낸다. 푸른 눈에 다크 브라운의 턱수염, 야윈 얼굴, 우수와 슬픔이 가득한 빈센트다.그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성 대신 이름인 '빈센트'를 서명으로 남겼다. 아버지와의 불화 때문에 성을 쓰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빈센트는 자신을 낳기 1년 전 어머니가 사산한 형의 이름이기도 했다. 빈센트에서 이미 무한한 슬픔이 묻어난다.고흐의 마지막 편지는 이랬다."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아마 별 것 아닐지 몰라. 별을 볼 때면 언제나 꿈꾸게 돼. 난 스스로 말하지. 왜 우린 창공의 불꽃에 접근할 수 없을까? 혹시 죽음이 우리를 별로 데려가는 걸까? 늙어서 편안히 죽으면 저기까지 걸어서 가게 되는 걸까? 늦었으니까 자러 가야겠어. 잘 자고 행운을 빌게.악수를 보내며, 사랑하는 빈센트(Loving Vincent)가"한없이 외롭고, 힘들고, 아팠던 한 남자가 우리에게 행운을 빌며 악수를 청한다. 보고 또 봐도 가슴이 저리고 쓰린, 고흐 아니 빈센트다. 95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1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모리타니안'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 '그녀가 사라졌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모리타니안'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 '그녀가 사라졌다'

◆모리타니안감독: 케빈 맥도날드출연: 베네딕트 컴버배치, 조디 포스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관타나모 다이어리'를 원작으로 한 스릴러. 쿠바의 미군기지 내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된 한 남자의 실화를 그리고 있다. 변호사 낸시(조디 포스터)는 모두가 꺼리는 한 남자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되어 기소는 물론, 재판도 없이 6년 동안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슬라히(타하르 라힘). 냉정하고 완고하기로 소문난 군 검찰관 카우치(베네딕트 컴버배치)는 강력한 증거들을 내밀며 그의 유죄를 확신하고 그의 무죄를 주장하는 낸시와 동료 테리(쉐일린 우들리)는 국가 기밀이란 이유로 은폐된 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한다. 평소 인권운동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온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제작까지 참여했다. 129분. 15세 이상 관람가. ◆브레이브 언더 파이어감독: 알렉세이 누즈니출연: 콘스탄틴 카벤스키, 이반 얀코브스키 사상 최악의 산불이 번진 화재 현장 속에서 사람들을 지켜내기 위해 거대한 불길과 맞서는 여섯 명의 소방대원의 이야기를 그린 러시아연방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 과거 화재 현장에서 사고로 동료 대원을 잃은 소방 대장 안드레이(콘스탄틴 카벤스키). 아픈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최악의 화재가 발생한다. 안드레이와 함께 한 팀이 된 여섯 명의 소방 진압 대원들이 불길로 출동한다. 안드레이를 비롯해 당당한 남자로 인정받기 위해 출동한 철부지 신입, 딸 바보 아빠, 화재로 아내를 잃은 남편, 불길만 보면 돌진하는 무대포 근육맨, 노래와 아이들을 사랑하는 순수한 소방대원까지 화재 현장으로 출동한 소방대원들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을 담아내며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107분. 12세 이상 관람가. ◆그녀가 사라졌다감독: 루크 이브출연: 브렌튼 스웨이츠, 릴리 설리번 잃어버린 사랑을 찾아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달콤한 러브스토리. 환영과 환청에 시달리는 데본(브렌튼 스웨이츠)은 꿈에 그리던 이상형 루시(릴리 설리번)를 만나 달콤한 데이트로 마법 같은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꿈처럼 루시가 사라져버리고, 주변 사람들 모두 데본의 환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데본은 그녀와 함께 갔던 장소, 나눴던 이야기들, 그때 느꼈던 감정까지 모두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랑에 빠진 순간의 강렬했던 기억을 믿는 그는 루시를 찾아 호주 대륙을 횡단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작가 글렌 돌만은 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친구를 통해 환영과 환청을 겪는 인물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자 결심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영화의 시나리오가 탄생했다고 한다. 108분. 12세 이상 관람가.

2021-03-1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 씨 유' '웨이 다운' '리스타트'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 씨 유' '웨이 다운' '리스타트'

◆아이 씨 유감독: 아담 랜달출연: 헬렌 헌트, 존 테니 10대 연쇄 납치사건을 소재로 한 스릴러. 10살 소년이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공원을 지나가다가 유괴된다. 담당 형사 그렉(존 테니)은 녹색 주머니칼을 증거로 15년 전 해결된 연쇄 납치사건을 떠올린다. 아내 재키(헬렌 헌트)의 불륜으로 아들 코너와 엄마의 관계도 최악이다. 재키는 집안에 은식기와 액자가 사라지고, 가장 아끼는 커피 잔도 없어져 그렉에게 얘기하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재키의 전 애인 토드가 집에 오고 이층에서 던진 커피잔에 맞아 쓰러지면서 이 집에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경악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헬렌 헌트가 재키 역을 맡아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보인다. 감독은 SF '아이보이'를 연출했다. 의외의 반전이 충격적인 영화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웨이 다운감독: 하우메 발라게로출연: 프레디 하이모어, 리암 커닝엄 스페인 액션 범죄 영화다. 인양 사업을 하는 월터(리암 커닝엄)는 깊은 바다 속에서 보물 좌표가 새겨진 동전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스페인 정부에게 빼앗기고, 동전이 스페인 은행에 있는 금고로 옮겨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200년 전 최고의 공학자들에 의해 완성된 후 난공불락이라 불리는 스페인 은행의 금고를 털기 위해 월터는 비상한 두뇌를 지닌 대학생 톰(프레디 하이모어)을 섭외하고, 금고의 기술적 문제에 대해 순수한 흥미를 느낀 톰은 팀에 합류한다. 주어진 시간은 월드컵 결승전이 펼쳐지는 105분. 톰은 19세기 완성된 금고의 비밀을 밝혀내고, 삼엄한 감시를 피해 5명의 팀원들과 함께 동전을 되찾아야 한다. 프레디 하이모어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어거스트 러쉬'의 아역배우.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리스타트감독: 조 카나한출연: 프랭크 그릴로, 멜 깁슨 매일이 반복되면서 점차 킬러로 성장해간다는 액션영화. 아침 7시에 일어난 로이(프랭크 그릴로)는 괴한에게 습격 받는다. 이것이 익숙한 듯 로이는 모든 공격을 피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죽음의 타임 루프에 갇혀 매일 수많은 킬러들이 자신을 죽이는 매일을 반복하고 있었던 것. 매일 죽기가 반복되지만 이전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점점 살아남는 실력이 늘어나면서 깨어난다.145번째 아침, 오늘부터는 내가 킬러가 된다. 매일 죽음이 반복되는 타임 루프에 갇힌 전직 특수부대 요원이 자신의 죽음과 관련된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총과 폭탄, 칼 등으로 매일 죽는 주인공에게 어떤 음모가 있을까. '브레이브 하트'의 멜 깁슨이 함께 출연한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3-1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역대급 흥행작, 재개봉 러시

[김중기의 필름통] 역대급 흥행작, 재개봉 러시

'그때 그 감동 그대로' 역대급 흥행작들이 재개봉 러시를 이루고 있다. 지난주 '람보 특별판'이 개봉한 이후 속속 재개봉된다.'람보'(1982)는 198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의 레전드. 베트남전이 끝난 뒤 사회로부터 냉대받던 참전 군인의 분노와 울분을 화려한 액션으로 그린 영화다. 이후 속편들과 달리 1편은 전쟁의 참상과 반전 메시지를 잘 전해주는 수작이었다.트로트만 대령(리처드 크레나) 앞에서 람보(실베스터 스탤론)가 "군에서는 수백만 달러 장비도 다뤘지만, 여기서는 주차관리원도 하기 어려워요"라며 오열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람보는 전쟁광이 아니라 전쟁의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한 젊은이였던 것이다.이번에 개봉된 특별판은 9분가량의 특별 영상이 추가된 버전이다. 엔딩크레딧 중간에 실베스터 스탤론과 제작진이 직접 나와 영화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추가됐다. 시사회 후기 등 재미난 얘기들을 풀어낸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샤론 스톤이 성적 매력을 '감질나게'(?) 선보였던 '원초적 본능'(1992)도 특별판으로 오는 18일 개봉한다.범죄물 작가 캐서린 트라멜(샤론 스톤)이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되고,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 닉(마이클 더글라스)과 위험한 줄다리기를 그린 섹슈얼 스릴러. 1992년 개봉 당시 대담한 성적 묘사와 노출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샤론 스톤이 취조를 받으면서 도도한 자세로 담배를 피우며 다리를 꼬는 장면은 전 세계 남성 관객의 눈을 크게 뜨게 만들기도 했다.파격적인 인물 설정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극적 구성, 줄거리에 잘 녹아든 음악과 뛰어난 편집 등 여러 흥행요소가 있지만, 한국식 작명 또한 절묘했다. 원제 'Basic Instinct'에서 '기본적', '기초적'이란 단어를 '원초적'으로 작명해 영화의 원 뜻을 살리면서도 감각적이고 치명적인 느낌으로 증폭시켰다.국내에서 주요 장면이 삭제돼 개봉되는 바람에 오리지널 버전의 DVD나 훨씬 더 적나라한 VHS 감독판을 구하기 위해 당시 흔하지 않았던 해외 주문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폴 버호벤 감독은 이 작품으로 히트영화 제조기로 이름을 날렸으며, 샤론 스톤은 이 영화의 섹시 이미지를 살려 '슬리버'(1993) 등 '야한 영화'에 출연하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다.29년 만에 스크린으로 다시 만날 '원초적 본능 특별판'은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 및 감독, 배우들의 코멘터리까지 담겨 옛 팬들의 기억을 새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138분. 청소년 관람불가.한국 영화 역대 두 번째 1천만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2004)도 17일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개봉한다.강제규 감독과 장동건, 원빈 주연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6.25 전쟁을 배경으로 엇갈린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린 전쟁영화다. '쉬리'(1999)로 한국 블록버스터 시대의 문을 연 강제규 감독과 당시 최고의 배우 장동건과 원빈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다.신파적인 전쟁영화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워낙 사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전쟁 장면 묘사와 뜨거운 형제애가 굴곡진 한국 역사에 녹아들어 관객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진태(장동건)의 약혼녀 영신으로 출연한 배우 이은주가 이 영화가 개봉한 이듬해 사망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태극기 휘날리며'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으며 '실미도'(2003)에 이어 두 번째로 1천만 관객을 동원, 한국영화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다. 148분. 15세 이상 관람가.'공동경비구역 JSA'(2000)도 24일 재개봉한다. 남북 병사의 총격 살인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가는 미스터리 성격의 영화다. 비 오는 캄캄한 밤, 북측 초소에 총성이 울린다. 낭자한 피 속에 두 명의 북한 경비병이 사망하고 현장을 탈출한 남측 병사는 양측의 총격전 속에 귀환한다. 이 사건을 두고 북측은 남측의 도발이라고 선전하고, 남측은 북측을 응징한 쾌거라고 환호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남북 병사들이 초코파이를 먹고, 총알로 공기놀이를 하며 동네 형, 동생을 만난 듯 같이 보내는 시간들이 인상적이다. 서로를 죽이는 권총 탄환이 놀이를 통해 이들의, 나아가 한반도의 비극적 운명을 희화화하고 있는 것이다. 분단의 비극과 진한 휴머니즘을 감동적으로 보여준 한국 영화 수작 중 하나다. 110분. 15세 이상 관람가.실베스터 스탤론, 샤론 스톤, 장동건, 원빈, 이은주,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시간이 흘렀지만 그들의 아름답고 화려한 젊은 시절을 스크린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재개봉 소식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1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미나리

[김중기의 필름통] 미나리

미나리는 가난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모두가 구정물을 길에 버리던 1970년대. 흙길 옆 움푹 파인 수채통에는 어김없이 미나리가 자라고 있었다. 비눗물에 밥알까지 널려 있던 그 더러운 곳에서 연초록 풀이 자라고 있는 것은 희한한 풍경이었다. 미나리는 그렇게 폐수 속에서 싹을 틔웠다. 타고난 정화력 때문이었다.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는 제목에서 이미 한국인들의 끈끈한 삶의 생명력을 은유한다. 고향을 떠나 먼 이국에서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한 한인 가족을 통해 고난 속에서도 지속되어야 할 삶의 위대함을 잔잔하게 웅변하는 영화다.1980년대 미국 아칸소의 외진 농지에 한 가족이 이사를 온다. 아내 모니카(한예리)는 번듯한 전원주택을 꿈꾸었지만, 그녀 앞에 나타난 것은 비 새는 이동식 간이주택. 여기서 살 생각을 하니 앞이 막막하다.남편 제이콥(스티븐 연)은 대농장의 꿈을 얘기한다."여기 토양의 질이 미국 최고야!"그는 한국인들이 좋아할 작물을 키워 슈퍼마켓에 팔면 부자가 될 수 있다고 아내를 다독인다.딸 앤(노엘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S. 김)은 넓은 초원이 신기하기만 하다. 다만 데이빗이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어 부부는 걱정이다.'미나리'는 이 가족이 캘리포니아에서 아칸소로 이주하면서 시작된다. 아내의 불평으로 봐서 캘리포니아에서도 넉넉하게 살지 못했고, 사업도 손대는 것마다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아칸소의 농장은 이 부부의 희망찬 미래일 수도 있지만, 파경의 소지도 갖춘 벼랑 끝 지점이다.부부는 병아리 감별공장에서 일하면서 시간을 쪼개 땅을 일군다. 저축한 돈은 줄어들고, 덩달아 부부의 갈등도 깊어진다. 이때 고국에 있던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온다. 한국 할머니의 등장으로 가족은 어수선해진다. 순자는 전통적인 한국 할머니다. 순자가 멸치와 고춧가루 등과 함께 가져 온 것이 미나리 씨앗. 그리고 척박한 땅에 그 씨앗을 뿌린다.'미나리'는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1978년 미국 콜로라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아칸소 시골 농장에서 자랐다. 그가 기억하는 많은 한국적 요소들이 영화 속에 녹아 있다.그동안 미국 이민의 역사를 그린 영화들은 많았다. 대기근을 피해 뉴욕항에 내린 아일랜드인, 1900년대 뒤이어 들어온 이탈리아인 등 이민자들의 삶을 그린 영화들은 대부분 스펙터클한 화면에 웅장한 서사로 그들의 혹독한 삶을 미화했다. 거기에 노스탤지어 정서로 관객을 유혹하기도 했다.그러나 '미나리'는 지극히 소박하면서 정적인 영화다. 이들을 괴롭히는 것도 물 부족이나, 비가 새는 것, 아이가 아픈 것 등 너무나 소소하고 생활적인 것이다. 내러티브는 잔잔하고, 기승전결도 파고가 높지 않다. 왜곡되거나 과장하지도 않는다.감독은 이를 '진심의 언어'라고 했다. 영화적 유머 코드도 손주들에게 화투를 가르치고, 오줌 싸는 손자에게 보약을 달여 먹이고, "고추가 고장났다"며 놀리는 할머니의 투박함 정도. 회초리를 드는 아빠의 모습도 미국인이면 질겁할 수 있지만, 한국적인 유쾌함으로 풀어낸다.'미나리'가 돋보이는 것은 이런 담담한 연출 때문이다. 거창한 내러티브의 기교 없이 잔잔한 수면 아래에 흐르는 희망의 메시지를 관객들이 느끼도록 하는 것이다.이 가족의 위기와 고난 극복은 꿈을 갖고 정착하는 미국 이민사를 응축하고 농축한 것이다. 문화적 다름도, 종교적 신앙도 용광로 속에 녹여 무지개로 승화시키려는 미국 이민의 상징인 셈이다. 그것을 감독은 미나리가 가진 식물적 특성과 함께 'water dropwort'가 아닌 'minari'라는 한국명으로 이 가족의 끈기와 신뢰를 얘기하고 있다.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까지 '미나리'가 현재까지 들어올린 트로피는 75개에 이른다. 특히 윤여정 씨의 연기에 미국 관객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관객에게는 너무나 익숙해 다소 밋밋할 수도 있지만, 그들에게는 신선하면서 새로운 영상 문법으로 다가온 것이다.'미나리'는 미국영화다. 한국어 대사가 50%가 넘고, 배우들이 모두 한국인들이지만, 제작사가 미국의 '플랜B'이기 때문이다. 배우 브레드 피트가 세운 영화 제작사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미국영화로 분류되고, 골든글로브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여하자 "미국영화에게 외국어영화상이 말이 되느냐?"며 인종차별이라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그러나 제작비만 달러였지 '미나리'는 한국영화다. 한국의 문화와 한국인의 기질이 전편에 녹아 있고, 그 모든 것을 한국 영화인들이 한국식으로 엮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한편으로 '미나리' 같은 독립 저예산 영화에 열광하는 미국 관객의 태도가 놀랍다. 예전과는 확연히 다른 반응이다. 그만큼 한류,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과 친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난해 '기생충'의 오스카상 수상 낭보에 이어 다음달 25일(현지시간)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미나리'가 거둘 수확도 기대된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3-0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리야와 마지막 드래곤' '중경삼림' '멀리가지마라'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리야와 마지막 드래곤' '중경삼림' '멀리가지마라'

◆리야와 마지막 드래곤감독: 돈 할, 카를로스 로페즈 에스트라다목소리 출연: 켈리 마리 트랜, 아콰피나 어둠의 세력에 의해 분열된 쿠만드라 왕국을 구하기 위해 전설의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펼치는 판타지 애니메이션. 인간과 드래곤이 평화롭게 공존하던 쿠만드라 왕국에 살아있는 모든 생명을 삼키는 악의 세력 드룬이 들이닥치자, 드래곤들은 인간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고 전설 속으로 사라진다. 500년 후 부활한 드룬이 또다시 세상을 공포에 빠뜨리자, 전사 라야(켈리 마리 트랜)는 분열된 쿠만드라를 구하기 위해 전설 속 마지막 드래곤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그러나 '라야'는 험난한 여정을 겪으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드래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겨울왕국2' 이후 디즈니가 선보이는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동남아시아 문화가 반영됐다. 114분. 전체 관람가. ◆중경삼림감독: 왕가위출연: 임청하, 양조위, 왕페이 왕가위 감독의 1994년 작으로 재개봉했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두고 있는 홍콩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를 담고 있는 수작 영화다. 네 명의 청춘이 짝을 이뤄 두 가지 이야기를 펼친다. 별개의 두 이야기가 한편으로 연결되는 구조. 첫 번째 에피소드는 금발 가발을 쓰고 다니는 마약 밀매업자(임청하)와 사복형사(금성무)가 우연히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이야기. 여자는 마약 조직의 일원으로 인도인 일당을 고용해 마약 밀수를 꾀하지만 공항에서 인도 사람들은 마약과 함께 사라진다. 여자 친구에게 차인 금성무는 사다놓은 파인애플 통조림들의 유통기한이 끝나기 전에 새 여자 친구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엉뚱한 아가씨 화예(왕페이)가 실연한 제복 경찰(양조위)을 위로하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멀리가지마라감독: 박현용출연: 손병호, 손진환, 최재섭 형제간의 욕망과 갈등, 그리고 반전과 파국을 그린 블랙 코미디. 아버지의 임종을 앞둔 3남 1녀 형제자매가 유산 상속을 위해 큰형 집에 모인다. 공증인이 참석한 가운데 유산 분배에 관한 유서가 발표되고, 저마다 상속액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다. 그때 큰형의 아이를 데리고 있다는 유괴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사남매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가족이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아버지의 유산에 욕심이 앞선다. 조카를 살리기 위해서는 적게는 3억원, 많게는 9억원의 상속분을 내놔야 하는 상황. 영화는 '유산', '20억', '불청객', '멀리가지마라' 총 4개의 장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연극 무대를 그대로 옮겨 온 것 같은 독특한 구성이 돋보인다. 명절 때 흔히 벌어지는 형제간의 말다툼이 녹아들어 공감을 얻는다. 75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3-0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라스트 레터

[김중기의 필름통] 라스트 레터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22년 전 우리나라에서 유행했던 일본영화 대사다. 하얀 설원 위에서 여주인공이 이미 떠난 사람을 그리며 "잘 지내고 있나요?"라고 외치던 장면이다.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1995). 일본 문화 개방과 함께 1999년 개봉해, 아련한 첫 사랑의 추억을 일본 특유의 아날로그적인 감성으로 그려내 한국 관객들을 감동시킨 영화였다.22년 만에 이와이 슌지 감독의 레터 시리즈라고 할 '라스트 레터'가 지난 24일 개봉했다. 잘못 배달된 편지로 인해 첫사랑의 아픈 사연을 그렸던 '러브레터'처럼, '라스트 레터'도 편지를 통해 아련한 첫사랑을 추억하게 하는 영화다.언니 미사키(히로세 스즈)의 장례식을 치른 유리(마츠 다카코)는 부고를 전하기 위해 언니의 고교 동창회에 참석한다. 자신을 언니로 오해한 동창들로 인해 차마 언니가 죽은 사실을 전하지 못한다. 과거 유리 자신이 짝사랑했던, 정작 그는 언니 미사키를 좋아했다, 쿄시로(후쿠야마 마사하루)와 재회한 유리는 그에게 편지를 보내게 된다.어긋한 편지 수신자라는 플롯을 이번에도 사용했다. 25년간 첫사랑을 잊지 못한 소설가 쿄시로는 둘에게서 편지를 받는다. 첫사랑의 여동생과 첫사랑의 딸이다. 그러나 정작 자신이 사랑했던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라스트 레터'는 아날로그 감성에 목을 매는 영화다.꼭꼭 눌러 쓰는 편지에 주인공이 첫사랑인 그녀가 그리워서 출판한 단 한 편의 소설, 교복 입은 그때 소년과 소녀의 소환, 필름 카메라와 인화된 사진, 우체통과 우체부. 20여년이 넘었지만 그 풍경은 지금 일본의 모습 그대로이고, 감독 또한 그 감성을 떠나보내기 아쉬워한다.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를 놓지 못하는 집착이랄까?갑자기 날아든 편지로 주인공은 과거로 떠난다. 녹음이 짙은 여름날 교정. 남학생은 전학 온 여학생을 만난다. 어린 쿄시로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손편지로 마음을 전한다. 직접 전할 용기가 없어 동아리 후배이자 미사키의 동생인 유리가 편지 심부름을 한다. 그러나 유리 또한 쿄시로를 은근히 사모하고 있었던 것. 꼬여버린 둘의 사연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관객의 마음을 애타게 한다.'라스트 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고향인 센다이에서 촬영됐다. 어린 시절 감독과 함께 했을 공간들이 감독의 정서를 잘 드러내준다.'러브레터'가 겨울이고, '라스트 레터'가 매미 소리 쨍한 여름인 것을 제외하고 등장인물과 에피소드, 그들을 엮는 정서와 감성은 모두 '러브레터'의 변주다. 죽은 첫사랑이 산 사람을 통해 전이돼 되살아나는 것도 그대로다. 그리움은 여동생을 거쳐 첫사랑의 딸에게로 건너가 영화 후반, 아주 오랫동안 머문다.'라스트 레터'는 풋풋한 지나간 청춘에 대한 추억, 첫사랑의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 그 모든 것을 안타깝게 보내고 지금 다시 반추하며 오래된 앨범을 들추게 하는 그런 영화다. 닿을 듯 말 듯 지나가버린 아쉬움이 가슴을 애잔하게 만들기도 한다.'러브레터'에 출연했던 나카야마 미호와 토요카와 에츠시가 부부로 출연하고, 이와이 슌지 감독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유리의 남편으로 얼굴을 내민다. 거기에 '4월 이야기'의 마츠 다카코까지,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를 통해 보아온 여러 인물들의 근황을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러브레터'에 대한 그리움이 짙은 관객들에게는 또 한번 이와이 슌지 감독의 감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르겠다.그러나 25년이 지나도 성장하지 못하고 여전히 아날로그의 추억에 갇힌 감독의 소모적인 배회를 보는 듯해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다. 캐릭터들도 지극히 부자연스럽고 평면적이고, 플롯도 구태의연하다. 10대의 풋풋한 사랑에서부터 노년의 사모까지 담아내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맛이 없다.특히 첫사랑의 존재가 그녀와 쏙 빼닮은 딸에게로 건너와 중년이 된 남자 주인공과 교감할 때는 그것이 너무나 의도적이고, 부자연스러워 아연실색케 한다. 감독의 시선은 여전히 과거 지향적이고, 연민에 사로잡혀 있고, 유아적이다.'라스트 레터'는 만나지 말아야 할 첫사랑을 본 것 같은 아쉬움을 주는 그런 영화다. 120분. 전체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2-26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카오스 워킹' '고백' '더 레이서'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카오스 워킹' '고백' '더 레이서'

◆카오스 워킹감독: 더그 라이만출연: 톰 홀랜드, 데이지 리들리 전 세계 34개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패트릭 네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F영화. 사람들의 생각이 실시간으로 노출되는 '노이즈'에 감염된 세상 뉴 월드. 토드(톰 홀랜드)는 이 곳에 불시착한 의문의 유입자 바이올라(데이지 리들리)와 마주하게 된다. 혼돈의 세상 속 숨겨진 비밀에 의문을 품은 두 사람은 뉴 월드를 탈출할 계획을 세우고, 뉴 월드의 통치자 데이비드(매즈 미켈슨)는 위험을 직감하고 이들을 추격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독특한 세계관이 인상적인 영화다. 바로 '생각이 보이고 들리는 세상'이다. '노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 모두의 생각이 '소리'와 '이미지'의 형태로 실시간 노출된다는 설정이다. 탈출과 추격 장면이 긴박감 넘친다. 109분. 15세 이상 관람가. ◆고백감독: 서은영출연: 박하선, 하윤경, 감소현 쉽게 치유될 수 없는 아동 학대의 상처를 통해 죄와 벌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독립영화. 국민 1인당 1천원씩 일주일 안에 1억원이 되지 않으면 유괴한 아이를 죽이겠다는 전대미문의 유괴사건이 일어난다. 1천원 유괴사건이 전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오르는 사이, 사회복지사인 오순(박하선)이 돌봐주던 보라(감소현)라는 아이의 아버지가 숨진 채 발견되고, 보라 역시 어디론가 사라졌다.사건을 조사하던 신입 경찰 지원(하윤경)은 보라 아버지는 물론 학대 부모들의 불의를 참지 못했던 오순을 의심한다. 학대하는 부모와 이를 보다 못한 유괴범. 과연 누가 죄를 지은 것이며 누가 벌을 받아야 할까. 배우들의 진심 어린 연기와 감독의 진중한 연출이 많은 여운을 던져준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 ◆더 레이서감독: 키에론 J. 월쉬출연: 루이스 탈페, 이안 글렌 1998년 전 세계가 열광한 '투르 드 프랑스' 아일랜드 대회. 20년 동안 팀을 승리로 이끌어 온 최고의 페이스메이커 돔 샤볼(루이스 탈페)은 주전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기량을 인정받기 위한 약물 복용의 유혹까지 느낀다. 심리적 불안과 위기감 속에서 돔은 이제 팀의 우승이 아니라 선수로서 생명의 위협까지 감내하게 된다.시속 100km에 달하는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겪게 되는 가장 드라마틱한 3일을 속도감 넘치게 그려낸 스포츠 영화다. 화려한 사이클 경주 뒤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선수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신선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7회 호주 영국영화제 등에 초청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2-26 06:30:00

[정다운의 영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마틸다

[정다운의 영화 속 음식이야기] 영화 마틸다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보통의 아이들보다 조금 다른 아이라면 부모는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행동인 것일까. 이번에 소개 할 영화는 '마틸다'이다.◆부모의 무관심속 마틸다의 어린시절마틸다는 또래의 감수성을 가지면서도 특별한 능력을 가진 여자 아이이다. 하지만 사기꾼 아빠, 빙고 게임에 빠진 엄마, 먹는 것과 TV 외에는 관심이 없는 오빠로 구성된 마틸다의 가족들에게 그녀는 그저 '귀찮은 아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더구나 그들의 눈에 마틸다의 특별한 능력이 보일리도 없었다.어려서부터 마틸다는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익혀가기 시작했다. 두 살 때부터는 핫케잌 반죽을 직접 해 먹으면서 집안의 모든 책들을 탐독했다.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어진 마틸다는 10블록이나 떨어진 거리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 가서 매일 책을 읽었고 저녁이면 다시 10블록을 걸어 집으로 돌아 왔다. 이런 마틸다의 모습에 도서관 사서는 회원증을 만들어 책을 한꺼번에 여러 권 대출 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줬다. 그렀게 기쁜 마음으로 그 길을 다녔던 마틸다는 학교 울타리 넘어 또래 친구들이 뛰어 노는 것을 보고 마음 한 곳의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책보다는 TV를 보기를 강요같은 가족의 구성원으로 태어났지만 물과 기름처럼 전혀 섞일 수 없는 마틸다와 다른 가족들. 마틸다에게 있어 그들은 이미 가족이 아닌 '단순한' 식구로 한집에 머무르는 관계였을 뿐이다. 식구(食口)란 뜻 그대로 '밥을 같이 먹는 사이'를 말하는 것으로 피를 나눈 부모형제 사이가 아니어도 한 집에 살면서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면 '한 식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족(家族)이란 '집안 대대로 피를 나누며 그 관계를 이어가는 사이'를 이야기 하는 것으로 식구보다 훨씬 좁은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정의에서 본다면 마틸다와 다른 가족과의 관계는 함께 피를 나눈 마틸다-가족의 관계이지만, 그 내면의 관계에 있어서는 남보다 못한 마틸다-식구의 관계였다.하루는 마틸다가 책을 사 줄 것을 부탁했지만 아빠는 '책은 쓸모없는 것이라면 TV보기'를 강요당했다. 그 순간 마틸다의 분노는 극에 달해 TV의 전원에 불꽃을 일으키며 TV를 망가트려 버렸다. 마틸다 자신도 놀라고 식구들도 놀랐다. 마틸다는 자신이 그렇게 한 것인지에 대한 희미한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고 식구들은 서로의 탓만 하면서 투덜대다 그 자리를 떠 버렸다.◆희망을 가지고 마틸다 학교에 입학.마틸다의 삶에 있어 의미 없는 시간들이 흘러가던 어느 날, 포악한 교장에게 중고차를 판 마틸다의 아빠는 마틸다를 학교에 보내주기로 한다. 즉, 그 중고차에 마틸다를 끼워 판 샘이다. 학교에 처음 가는 날, 흥분을 감추지 못한 마틸다 앞에 보이는 장면은 자신이 생각하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허물어져 가는 흉칙한 학교 건물, 놀이 기구 하나 없이 먼지만 흩날리는 작은 운동장, 거기다 전직 올림픽 운동선수 출신인 교장 선생님까지. 하지만 집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그 학교로 걸어간다.흉악하고 포악한 교장을 제외한다면 그 학교는 괜찮은 곳이었다. 특히나 담임선생님은 너무나 좋은 분이신데다가 마틸다의 재능을 인정해 주는 유일한 분이셨다. 마틸다가 첫 수업에서 높은 숫자의 곱셈을 암산으로 해 냈을 때부터 담임선생님은 마틸다가 보통의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교장 선생님은 말 그대로 폭군이었다. 아이들은 때려서 가르쳐야 하고 최소한의 자유만을 허용해야 하며 맛있는 음식을 주어서도 안 된다. 이러한 생각에 사로 잡혀 있는 사람이 과연 교육이란 것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까지 할즈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폭군인 교장,강제로 케익먹이기하루는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학생들 중에 식탐이 가장 많은 뚱보 친구를 앞으로 불러냈다. 자신이 먹으려고 둔 맛있는 초코케잌이 없어 졌는데 분명 그 친구가 먹었으며, 그에 대한 벌로 교장선생님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3단 초코 범벅 케잌 먹기를 강요한다. 아무런 증거도 없는 교장 선생님의 단순한 억측에서 나온 광기였다.불려 나온 친구는 그 자리에서 정중하게 사양하지만 자비란 없는 교장 선생님에게 '정중한 사양' 따위가 통할리 없었다. 그 어마어마한 크기의 케잌을 꼬마 친구에게 먹이는 것은 이미 훈육을 넘어선 고문이었다. 거의 마지막까지 왔을 때 그 친구는 정신이 혼미해 졌고, 그 순간 마틸다가 의자에 올라가 '할 수 있어'를 외친다.다른 모든 친구들도 교장 선생님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함께 그 행동에 동조한다. 마침내 친구들의 외침에 힘을 얻어 그 거대한 케잌을 다 먹고야 만다. 도저히 다 먹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서 다 못 먹으면 '쵸키(벌을 받는 어두운 독방)'에 가둬 버릴 것이라 단단히 벼르고 있던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한 채 이 일이 가능하도록 선동한 마틸다를 대신 쵸키에 가두어 버렸다.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금 교장선생님이 살고 있는 집은 원래 마틸다의 담임선생님이 살던 집으로 일찍 어머니를 잃은 담임선생님을 위해 그녀의 아빠가 이모인 지금의 교장 선생님을 집으로 들였고 얼마 지나지 않게 아버지마저 잃게 되면서 담임선생님의 이모, 즉 지금의 교장 선생님의 폭력에 마틸다의 담임선생님은 그대로 노출되고야 말았다. 조금 나이가 들어 그 집을 빠져 나와 자신이 살던 저택 옆에 있는 작은 오두막으로 급히 몸을 옮길 때에는 정신이 없어 귀중한 보물을 하나도 챙기지 못하고 나온 것이 너무 안타깝다고도 했다.◆초능력의 힘을 발휘하는 마틸다이 이야기를 들은 마틸다는 담임선생님과 함께 교장 선생님이 살고 있는 저택으로 들어갔다 겨우겨우 도망쳐 나오고는 그 집에 들어가지 않고 선생님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 그 전에 너무나 화가 나 정신을 한곳에 집중했을 때 TV를 망가뜨린 적이 있었던 때를 기억해낸 마틸다. 어쩌면 그 사건이 우연이 아닌 마틸다가 가진 비밀스러운 힘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비밀의 힘, 바로 암력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그 힘을 마틸다 마음대로 조절하기 위해 여러 번의 연습이 필요했지만 영리한 마틸다는 곧 그 힘을 다루는 법을 익혔다.그리고 어느 날, 그날도 역시 교장 선생님은 마틸다를 목적으로 아이들 겁주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마틸다는 자신의 힘을 이용해 담임선생님 아버지의 초상화를 불러와 칠판에 붙혀 놓고는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를 스스로 움직이는 분필로 칠판에 글로 써서 명했다. 마틸다의 담임선생님은 처음부터 자신의 집이었던 곳으로 돌아갔고, 교장 선생님은 마을을 벗어나 영원히 다른 곳으로 떠났다. 그리고 그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아는 담임선생님으로 바뀌었다.◆마틸다를 입양하는 담임선생님이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 왔다 싶을 때, 마틸다의 부모는 이제까지 마틸다에게 한 일 중 가장 최고의 일을 하고 떠난다. 마틸다의 친권을 포기하고 담임선생님이 마틸다를 입양하는 것에 찬성하는 서류에 싸인을 한 것이다. 마틸다는 비로서 식구가 아닌 가족을 얻게 된다, 담임선생님이라는 가족. '입양'이라는 관계로 마틸다와 담임선생님은 진전한 '가족'이 되었다.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며 배려하는 이러한 관계가 참된 가족이 아니던가.이 영화를 보고 만들어 보려 하는 케잌은 밀가루 양을 최소화한 초코케잌에 가나쉬 범벅을 한 초코케잌이다. 3단 초코케잌은 지난 번 '블랙 포레스트'에서 기본적으로 만들어 봤기 때문에 이번에는 리얼하게 찐한 초코 케잌을 만들어 보려 한다. 만드는 방법 또한 간단하니 초콜릿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당장 도전해 보시길 권한다.◆만들기1. 계란 2개: 거품기로 휘저어 풀어주기2. 흰설탕 110g: 계란을 푼 그릇에 설탕이 녹을 정도까지 저어 주기3. 다크초코(벨코라도 55%) 200g: 녹여서 반죽 그릇에 부어 잘 섞어 주기4. 버터 110g: 녹여서 반죽에 잘 섞어 주기5. 박력분 80g, 코코아 파우더(발로나) 15g, 천일염 곱게 간 것 15g, 베이킹 파우더 1/4t: 한꺼번에 체 친 뒤 반죽 그릇에 넣은 뒤 11자 섞기로 살살 날가루가 보이지 않게 섞어주기6. 2호 원형팬에 유산지 깔고 반죽 붓기7. 17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20분 정도 굽기8. 꺼내서 한 숨 식힌 뒤, 지퍼팩에 넣어 밀봉 후 냉장고에서 하루 숙성 후 사용 1. 깊이감이 있는 용기에 다크 초콜릿(88g)과 카카오 매스(12.5g)을 함께 넣어 둔다2. 전자렌지에 데운 올라고당(12.5g)과 생크림(120g)을 용기에 부어 준 뒤 바 믹서로 거품이 일지 않도록 저어 준다.3. 초콜릿 녹인 것이 체온 정도로 식었을 때, 실온 상태의 버터 40g을 넣고 바믹서로 다시 한 번 매끈하게 섞어 준 후 사용한다.버터를 넣으면 초콜릿의 굳는 속도가 빨라지니 잘 살펴 보세요 ※준서맘의 팁위에 제시된 초코 케잌의 분량으로는 볼륨감이 있는 케잌을 만들기 어려워요. 식고나면 케잌이 납작해 지거든요. 계량을 두 배로 해서 2호 원형 틀 두 곳에 나누어 담은 뒤 구워 한 단을 놓고 다크 가나쉬를 적당히 올린 뒤, 다시 다른 초코 케잌 한단을 올려 케잌을 만들면 보기에 좋은 싸이즈의 케잌이 된답니다.그리고 이 케잌은 데코가 중요하지 않아요. 다크 가나쉬를 빈 곳이 없도록 충분하게 케잌 시트에 발라준 뒤 숟가락 뒷면으로 떠 올리듯 삐죽삐죽하게 만들어도 좋아요. 물론 아이싱이 가능하시면 이쁘게 아이싱을 하셔도 좋구요.2호 원형 시트 두개에 적당한 가나쉬의 양은 제시한 양의 2.5배가 가장 적당합니다^^

2021-02-24 14:42:16

[김중기의 필름통] 뉴스 오브 더 월드

[김중기의 필름통] 뉴스 오브 더 월드

톰 행크스 주연의 '뉴스 오브 더 월드'(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야만의 시대에 휴머니즘을 역설하는 감동적이고 우아한 서부영화다.1870년, 남북전쟁이 끝난 지 5년 후 텍사스. 대위로 남북전쟁에 참전했던 제퍼슨 카슨 키드(톰 행크스)는 시골을 돌아다니며 신문과 잡지에 난 뉴스를 읽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그들에게 새로운 이야기로 웃음과 삶의 활력을 주는 '뉴스맨'인 것이다.어느 날 길을 가다 피습당한 마차에서 혼자 살아남은 소녀 조해나(헬레나 젱겔)를 만난다. 조해나는 어릴 때 인디언의 습격으로 부모가 사망하고, 인디언에 의해 길러진 독일계 금발 소녀였다.영어를 한마디도 못하고 키오와 인디언 말만 하는 소녀를 떠안은 키드는 먼 친척에게 데려다 주기 위해 자신의 마차에 태운다. 그리고 수백 마일의 긴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서히 인간적으로 가까워진다.이 영화는 톰 행크스가 출연한 첫 서부영화다. 그는 '스플래시'(1984), '빅'(1988) 등 가벼운 코믹영화에서부터 액션, 전쟁, 스릴러, SF, 스포츠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영화를 섭렵했지만, 50년 연기생활 중 서부영화는 처음이다. 그만큼 서부영화는 그의 이미지와는 맞지 않았다.서부영화는 존 웨인이나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같은 터프 가이에게 어울리는 장르다. 무법과 살인, 생존을 위한 야만이 가득한 그 시대에 톰 행크스가 끼어들 여지는 없어 보였다.그는 어떤 장르의 영화든 인류가 보편적으로 가져야 할 따뜻한 휴머니즘과 인간으로서의 책임과 이웃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포레스트 검프'(1994)가 대표적이다.'용서받지 못한 자'(1992)와 같은 수정주의 웨스턴이 등장하면서 서부영화의 통속적인 영웅놀이는 막을 내린다. 그 이후 서부영화는 약자, 특히 여성과 인디언에 대한 다른 시선이 담기면서 휴머니즘 넘치는 수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뉴스 오브 더 월드'는 폴레트 자일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원작 소설은 10살에 인디언에 끌려가 그들에게 길러진 아돌프 콘의 실존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영화는 둘이 겪는 고난의 여정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믿음에 대한 로드무비다. 키드와 조해나는 둘 다 상처받고 버려진 존재다. 키드는 전쟁에 참전해 원하지 않은 살인을 저질렀고, 아내마저 병으로 잃어버린 외로운 영혼이다. 아내의 무덤조차 찾지 않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조해나 또한 부모를 잃고, 낯선 문화에서 길러진 이방인이다. 인디언이 말살되면서 이제 두 번째 양부모와도 비극적 이별을 한 어린 여자애다.문화와 언어, 인종과 성별, 나이마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이 마차를 타고 한 곳을 향해 가는 여정. 쉽지 않은 동행이다. 영화는 마치 지구 반대편처럼 아득한 격차 속에서 서서히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고 있다.물론 웨스턴답게 악인과 격투도 있다. 조해나를 노린 악당 세 명의 추격과 이를 조해나의 기지로 격퇴하는 장면은 짧지만, 스릴 있고 박력 있다.흥미로운 것은 뉴스라는 설정이다. 그 힘든 시기에도 신문이 발행되지만, 모든 사람들이 신문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맹률도 상당히 높았던 때다. 그럼에도 뉴스는 현실을 이해하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희망의 메신저다.키드는 그런 희망에 불을 지피는 휴머니스트다. 동네 주민들을 착취하며 자기에게 유리한 신문을 읽으라고 강요하는 인종차별주의자와 대척점에 서면서 위기를 맞기도 한다. 이 악인은 15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존재하는 반인간적 천민 자본가와 차별주의자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뉴스 오브 더 월드'는 서부영화의 화려한 총격전과 액션을 원하는 관객과는 맞지 않겠다. 액션 스릴러 '본 슈프리머시'(2004) 등 세 편의 본 시리즈를 감독한 폴 그린그래스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할 수도 있다.이 영화는 웨스턴의 거침과 그 속에서도 보듬고 피워나가야 하는 인간애를 담은 야생화 같은 영화다. 톰 행크스의 외유내강의 신념과 지성이 특히나 잘 담긴 '톰 행크스표 영화'다.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이 조해나 역을 맡은 헬레나 젱겔이다. 2008년 독일에서 태어난 13살 아역배우로 영어를 못하지만, 버려진 것에 분노하는 조해나 역을 대사가 아닌 눈빛으로 잘 연기한다. 조해나는 복잡다단한 캐릭터로 앞으로 눈여겨 볼 배우다. 118분. 12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2-1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미션 파서블' '인투 더 미러' '더블패티'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미션 파서블' '인투 더 미러' '더블패티'

◆미션 파서블감독: 김형주출연: 김영광, 이선빈, 오대환 가벼운 웃음에 적당한 액션을 버무린 전형적인 한국 코믹액션물. 입금만 되면 뭐든 가능해지는 흥신소 사장 우수한(김영광)과 중국의 비밀 요원 유다희(이선빈)가 함께 공조해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가능하게 한다는 줄거리다. 중국의 총기가 한국에 유입될 위기에 처하자 중국의 비밀 요원 유다희가 한국 국정원과의 공조를 위해 한국으로 온다. 그녀가 만난 건 국정원 요원이 아닌 흥신소 사장 우수한. 유다희는 우수한이 국정원 요원인 줄 착각하고 공조를 청하게 된다. 우수한은 유다희가 내민 1천만원을 마다하지 않고 수락한다. 각자의 사정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에 도전한 이들이 결국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주인공이 함께 공조하면서 벌어지는 코믹한 상황이 영화의 줄기.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인투 더 미러감독: 아이작 에즈반출연: 마틴 발스트룀, 조지아 킹 우연히 평행세계를 발견한 주인공들이 그 속에서 점차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캐나다 SF 스릴러영화. 네 명의 젊은이가 2년 전 주인이 실종된 집에서 주차 앱을 제작하는 스타트업을 시작한다. 투자자들은 원하는 시간 내에 앱을 완성하지 못하면 계약 취소를 하겠다 통보한다. 다급한 그들은 다락방에서 수상한 거울을 발견하고, 거울 건너편에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거울이 평행세계로 가는 포털이었던 것. 더구나 거기는 180배나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다른 세상으로 가서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넷은 거울 속 세상이 완전히 같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거울 속 다른 세계의 신용카드를 훔치고 그 사람들의 아이디어까지 도용하는 범죄까지 저지른다. 104분. 15세 이상 관람가. ◆더블패티감독: 백승환출연: 신승호, 배주현, 정영주 갈 곳 잃은 젊은 영혼을 달래줄 '먹방'같은 영화. 광고문구도 '고열량 충전 무비'다. 씨름 유망주 우람(신승호)은 동료 선수의 죽음으로 슬럼프를 겪고 씨름판을 떠나게 된다. 앵커 지망생인 현지(배주현)는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를 정신없이 보내지만 갈수록 꿈과 멀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힘든 두 청춘이 고된 하루를 보내고 난 후 서로에게 힘과 위안이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 중심에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스크린을 가득 채우며 관객의 침샘을 자극한다. 짜장면, 제육덮밥, 참치덮밥 등은 물론 더블패티 햄버거, 아구찜, 곱창전골 등 갖가지 음식들이 등장한다. 가수 아이린(배주현)의 스크린 데뷔작. 11년간 축구선수로 활동했던 신승호가 강우람을 개성있게 연기한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2-19 06:30:00

박정민, 청룡영화제서 故박지선 추모 “아직 그 친구 보내지 못했다"

박정민, 청룡영화제서 故박지선 추모 “아직 그 친구 보내지 못했다"

배우 박정민이 지난해 세상을 떠난 개그맨 故박지선을 추모했다.박정민은 지난 9일 밤 개최된 '2021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수상 소감을 위해 무대에 올라선 박정민은 잠시 머뭇거리다 "만약에 제가 이 마이크 앞에서 딱 한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할 수 있다면 딱 한 분이 떠오른다"며 "제가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를 촬영할 때 항상 저에게 괜찮냐고 물어봐 준 친구가 하나 있다. 늘 저의 안부를 물어주고 궁금해 해주던 친구가 작년에 하늘나라로 갔다"고 말문을 열었다.이어 박정민은 "제가 아직 그 친구를 보내지 못했다. 그래서 제가 만약 상을 탄다면 괜찮냐고 물어봐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하늘에서 보고 있는 그 누나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앞으로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연기하겠다고 꼭 얘기해주고 싶었다. 상을 주셔서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울먹였다.박정민과 故박지선은 연예계에서 소문난 절친으로 유명하다. 박정민의 영화 홍보 현장에서 진행자와 출연자로 만나 돈독한 사이가 된 두 사람은 지난 2019년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 친남매같은 각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김윤지 인턴기자

2021-02-10 14:40:31

예매율 1위 ‘새해전야’ 10일 개봉, 이동휘 “극장에서 만나요”

예매율 1위 ‘새해전야’ 10일 개봉, 이동휘 “극장에서 만나요”

영화 '새해전야'가 10일 개봉한 가운데 배우 이동휘가 직접 관람을 독려했다.이동휘는 이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여러분 드디어 '새해전야'가 개봉합니다. 안전수칙 잘 지켜서 극장에서 만나요. 천두링 씨와 염혜란 누나와의 호흡 기대해주세요"라는 글을 게시했다. 글과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새해전야'에서 예비부부로 열연을 펼친 이동휘와 중국 배우 천두링의 모습이 담겼다.영화 '새해전야'는 인생 비수기를 끝내고 새해엔 더 행복해지고 싶은 네 커플의 두려움과 설렘 가득한 일주일을 그린 작품이다.극중 이동휘는 대륙의 예비 신부와 결혼을 앞둔 여행사 대표 용찬 역을 맡아 대사의 90% 이상을 중국어로 소화한다. 용찬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기 위해 중국어 공부에 매진했다는 이동휘는 원어민 못지않은 중국어 실력으로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릴 예정이다.한편 '새해전야'에는 이동휘와 천두링을 비롯해 유인나, 유연석, 이연희, 염혜란, 유태오, 김강우, 소녀시대 수영 등이 출연한다.김윤지 인턴기자

2021-02-10 14:29:05

[김중기의 필름통] 어니스트 씨프

[김중기의 필름통] 어니스트 씨프

리암 니슨은 그 이름 자체로 하나의 캐릭터가 된 배우다. 거칠고 무지막지하다. 세련은커녕 촌스런 외모에 다정하지도 않아 아내를 비롯해 뭇여성들에게 배척만 당한다. 그러나 퉁명스런 외모 뒤에 벙어리 삼룡이 같은 우직함이 있어, 결국은 그 여성들을 다 돌아서게 한다.그의 액션은 이처럼 정형화돼 있지만, 그럼에도 그의 이름으로 실패한 영화들은 거의 없다. 그만큼 인간적 액션 히어로가 관객의 공감을 얻고 있다는 이유다.그의 이름으로 나온 따뜻한 신작 액션물이 '어니스트 씨프'(감독 마크 윌리엄스)다. 장르로 치면 액션 멜로 스릴러다. 이제 스릴은 손 씻고, 멜로를 취하려다 액션에 휘말리는 리암 니슨 다운 장르영화다.해병대 출신 폭파전문가 톰(리암 니슨)은 은행털이가 취미인 사나이다. 7개 주 12개의 은행을 털어 900만 달러를 개인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의 범행은 돈이 목적이 아니다.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은행을 골탕 먹이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정직한 도둑', 어니스트 씨프(Honest Thief)다.FBI가 8년 동안 추적했지만 그 어떤 단서도 찾지 못할 정도로 그의 도둑질은 완벽했다. 언론에서는 '신출귀몰'(In and Out) 은행털이범이라고 부른다.그런 그가 사랑에 빠진다. 창고 직원 애니(케이트 월쉬)에게 이제 남은 인생을 바치기로 한다. 결혼해 함께 살 집도 보여주고 프러포즈에 성공한다. 착하게 살기로 결심한 톰은 FBI에 전화를 걸어 자수하고 훔친 돈을 모두 돌려주는 조건으로 협상을 벌인다.그러나 일이 꼬이고 만다. 수백만 달러의 현금 박스를 본 FBI가 돈에 욕심이 난 것이다. 그 돈을 착복하고, 톰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 것이다. 그 상대가 리암 니슨인데도 말이다.'어니스트 씨프'는 감성까지 담은 리암 니슨표 액션영화다. 고지식하고, 융통성없는 그가 이제 한 여인에게 '귀의'하는 험난한 여정이 담긴 것이다. 그의 감정은 솔직하고, 정직하고, 착하다. 그래서 애니도 마음이 흔들리고, '이 남자는 내 남자다'라며 그를 돕는다.착한 범죄자와 나쁜 경찰이 대결구도다. 나쁜 FBI는 살인도 마다않고, 톰은 물론 애니의 목숨까지 노린다. 톰은 이제 자신뿐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까지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의 목에 걸린 누명의 고리는 견고하다. 아무도 범죄자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절박한 상황에서 그는 필사적으로 나쁜 경찰과 대결한다. 그는 폭파전문가이지 않는가.'어니스트 씨프'의 액션은 '테이큰'처럼 크지 않다. 조직을 일망타진하며 벌이는 총격신이 아닌 단신의 몸으로 버텨내는 현실 액션이다. 그래서 통쾌한 액션을 기대한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지만, '어니스트 씨프'에서는 작지만 짜임새있는 액션과 스릴을 선보인다. 사건전개도 군더더기없이 빠르고 경쾌하다. FBI 내부에 그의 말을 믿는 단 한 사람의 착한 경찰을 박아 놓아 휴머니즘마저 자극한다.감독 마크 윌리엄스는 오랫동안 제작과 기획을 맡아온 영화인이다. 넷플릭스 미국드라마 '오자크'의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기도 했다. '오자크'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와 스릴로 인기를 얻었다.'어니스트 씨프'는 리암 니슨의 캐릭터에 절대적으로 의지한 안전한 연출 방향을 잡았다. 누명을 쓴 범죄자가 누명을 벗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스토리는 이미 통속성을 인정받은 설정이다. 거기에 주연배우가 가진 아우라마저 강렬하니 새로운 연출로 도박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검증받은 안전한 플롯으로 무난하게 끝까지 이어간다. 킬링타임용 영화로서는 합격이라는 말이다.리암 니슨(1952년생)은 우리 나이로 이미 70세다. 그런데도 이런 액션에 대단히 잘 어울리고, 또 잘 소화한다는 것이 놀랍다.그는 2017년 "액션 영화는 끝"이라고 선언한 적이 있다. '테이큰'을 비롯해 액션 스릴러물에 출연하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며 "이제 액션영화는 '그만 하라'고 관객들이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테이큰3'(2015)를 찍고도 비슷한 언급을 한 적이 있다.그러나 그 이후에도 '커뮤터'(2018), '콜드 체이스'(2019)를 찍었고, '어니스트 씨프'(2020)까지 이어오고 있다. 193cm의 훤칠한 키에 이웃 아저씨같은 정감 넘치는 이미지를 제작자들이 놓아주지 못할 것이다.관객 또한 그를 아직 놓지 못하고 있다. '어니스트 씨프'는 아직 건재한 그의 존재를 보여줘 다행스럽다는 느낌마저 든다. 99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2-0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푸트닉' '페어웰' '해피투게더'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스푸트닉' '페어웰' '해피투게더'

◆스푸트닉감독: 이고르 아브라멘코출연: 옥사나 애킨시나, 표트르 표도로프 1983년 우주궤도를 돌던 오르비타 4호가 원인불명의 사고로 지구에 불시착한다. 사고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유일한 생존자인 우주비행사를 조사한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회복 속도와 안정세, 모든 것이 의심스러운 가운데 보다 정밀한 조사를 위해 뇌 전문의 클리모바(옥사나 애킨시나)가 만국과학연구소로 향한다. 그녀는 악화와 회복을 반복하는 베시냐코프(표트르 표도로프)를 진찰하면서, 외계의 기생생물이 그의 몸 안으로 침투하여 불시착과 함께 지구로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베시냐코프와 기생생물 사이의 공생관계를 파악한 클리모바는 그를 구하기 위해 또 다른 계획을 꾸민다. '에일리언'처럼 여성 주인공과 외계생물, 바디 호러 등을 결합한 액션과 스릴러를 보여준다.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페어웰감독: 룰루 왕출연: 아콰피나, 자오 슈젠 암에 걸려 3개월밖에 못 사는 할머니를 위해 '착한 거짓말'을 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 뉴욕에 살고 있는 빌리(아콰피나)는 할머니(자오 슈젠)를 특히 좋아한다. 어느 날 할머니의 병을 알고 부모님과 함께 중국에 간다. 가족들은 할머니에게 손자가 결혼식을 올린다는 거짓말을 하고, 다함께 결혼식을 준비한다. 룰루 왕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린 현실 가족 영화다. 아콰피나는 뉴욕 출신으로 한국인 어머니와 중국계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배우.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한국계 최초로 뮤지컬, 코미디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쥬만지: 넥스트 레벨'에서 밍 역을 맡기도 했다. 아콰피나의 연기력과 섬세한 연출, 미술과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100분. 전체 관람가 ◆해피 투게더감독: 왕가위출연: 장국영, 양조위 왕가위 감독의 1997년 작으로 지난 4일 재개봉했다. 홍콩을 떠나 지구 반대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온 보영(장국영)과 아휘(양조위). 이과수폭포를 찾아가던 중 두 사람은 사소한 다툼 끝에 이별하고 각자의 길을 떠난다. 얼마 후 상처투성이로 아휘의 앞에 다시 나타난 보영은 무작정 "다시 시작하자"고 말한다. 서로를 위로하며 점차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또 다시 서로의 마음에 상처내는 말을 내뱉은 뒤 헤어진다. 왕가위 감독의 허무주의적인 색채와 감성이 잘 녹아든 수작.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국적인 풍광과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낸 촬영, 흑백과 컬러의 과감한 편집 등이 돋보인다. 1998년 한국 개봉 당시 삭제된 장면 등 4K로 리마스터링된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다. 97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2-0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세 자매' '북스마트' '캐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세 자매' '북스마트' '캐롤'

◆세 자매감독: 이승원출연: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아버지의 생신에 모인 가족들이 막내 남동생의 이상한 행동을 접하며 저마다 가슴에 묻어둔 이야기를 풀어내는 가족 드라마. 그 중심에 세 자매가 있다. 소심한 첫째 희숙(김선영), 완벽한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늘 골칫덩어리 셋째 미옥(장윤주). 셋은 아픔과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다. 희숙은 사이비 종교에 빠져 힘든 날을 보내고 있으며, 둘째 미연은 겉으로는 성실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지만 속으로는 폭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충격에 휩싸인다. 셋째 미옥은 한 순간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성급한 결혼을 한 철부지다. 같이 자랐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세 자매를 통해 이 시대의 삶과 가족의 의미를 짚어본다. 115분. 15세 이상 관람가. ◆북스마트감독: 올리비아 와일드출연: 케이틀린 데비, 비니 펠드스타인 발랄하고 경쾌한 미국 하이틴 코미디. 내년에는 꿈도 연애도 다이어트도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은 19살 소녀 에이미(케이틀린 데비)와 몰리(비니 펠드스타인).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둘은 대학과 스펙이 인생의 전부라고 믿는 '범생이' 여학생이다. 춤은 글로, 파티는 책으로 배운 둘은 고3의 마지막 파티에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 초유의 일탈을 꿈꾼다. 10대들의 상큼하고 생동감 넘치는 '끼'를 볼 수 있는 영화다. 제작진은 두 배우의 완벽한 호흡을 위해 10주간 합숙을 시키면서 극중 10년 간의 우정을 느끼게 했다고 한다. 연출을 맡은 올리비아 와일드는 '트론: 새로운 시작'(2010)의 쿠오라 역을 비롯해 '그녀'(2013), '리처드 쥬얼'(2019)에 출연한 배우로 '북스마트'는 감독 데뷔작이다. 102분. 15세 이상 관람가. ◆캐롤감독: 토드 헤인즈출연: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영국 토드 헤인즈 감독의 2015년 작품으로 이번에 재개봉했다. 인생의 모든 것을 던질 수 있는 사랑을 만난 두 여인의 이야기를 그린 감성 드라마. 1950년대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는 언제나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여성이다. 뭇남성들로부터 구애를 받지만 사랑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아 받아들이지 못한다.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결혼해서 사랑스러운 딸과 함께 살고 있다.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아 이혼 소송 중에 있다. 둘은 테레즈가 일하는 백화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낀다. 동성에게 느끼는 감정이 혼란스럽고 힘들지만 감춰둘 수도 없는 일이었다. 캐롤은 테레즈에게 전화를 하게 되고 처음으로 같이 식사를 하게 된다. 118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1-01-2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단상

[김중기의 필름통]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단상

일본 역대 흥행 1위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이 이번 주 한국에 상륙했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과 함께 한국 극장가에 미국과 일본 애니메이션 대결이 펼쳐지고 있다. '소울'은 개봉 6일째인 지난 25일까지 4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모처럼만에 극장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고, '귀멸의 칼날' 또한 높은 예매율을 기록하며 '원산지 핸디캡' 속에서도 선전을 펼치고 있다.'귀멸의 칼날'은 지난해 일본 박스오피스 역대 애니메이션 흥행 기록을 모두 갈아치운 애니메이션이다. 10월 16일 개봉돼 3일 동안 342만 명이라는 놀라운 관객수를 동원했다. 개봉 10일 만에 107억 엔의 수입을 기록해 '최단기간 흥행 수입 100억 엔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일본인들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들의 놀라운 애정은 역대 흥행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애니메이션과 극영화를 통틀어 일본의 역대 영화 흥행 1위는 항상 애니메이션이었다. 19년 동안 흥행 1위를 지킨 것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이를 깬 것이 '귀멸의 칼날'이다. 지난해 말 최고 흥행 타이틀을 개봉 73일 만에 갱신했다.역대 흥행 10위 안에 든 영화 중에도 애니메이션은 6편이나 된다. '겨울왕국'(4위), '너의 이름은'(5위), '원령공주'(7위), '하울의 움직이는 성'(8위)이다. 그밖에는 '타이타닉'(3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6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10위)이 있고, 일본 극영화는 '춤추는 대수사선'(2003)이 9위에 유일하게 랭크돼 있다.애니메이션 외의 작품들도 대부분 만화적인 상상력의 영화이고, '춤추는 대수사선' 또한 드라마를 영화로 옮긴 것이어서 일본 극영화의 대참사는 흥행순위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그래서 '일본영화는 곧 애니메이션'이라는 등식이 고정화됐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미국 등에서 개봉된 일본영화 톱10도 대부분 애니메이션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너의 이름은'(2017),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역대 일본영화 흥행 1, 2, 3위다.중국 또한 톱10이 모두 일본 애니메이션이고,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색적인 것은 중국은 '도라에몽' 시리즈가, 미국에서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와 '드래곤볼' 등이 포진해 있어 일본과 차이를 두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용 콘텐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일본 애니메이션이 처음 등장한 것은 50년 전이다. 일본 최초의 TV 애니메이션 '우주소년 아톰'(1963), '은하철도 999'(1978) 등이 인기를 끌면서부터다.당시 TV물을 보면서 자란 인물들이 일본 애니메이션을 이끈 선두주자들이었다. 오토모 카츠히로('아키라'), 오시이 마모루('공각기동대'), 안노 히데아키('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이다. 그러나 그들이 처음부터 각광받은 것은 아니었다.'오타쿠'는 1970년대 만들어진 용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 등에 심취해 사회와 담을 쌓고 살아가는 폐쇄적인 젊은이들을 일컬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들이 문제화되기도 했다. 일본 사회의 암적인 존재로 간주됐다. 그러나 그들이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을 전 세계에 알리는 주역이 된 것은 아이러니하다.50년 남짓한 세월 동안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이제 일본이 자랑하는 유일한 콘텐츠가 됐다. 일본 극영화는 참혹한 수준에 이르렀다. 과거 오즈 야스지로가 '동경이야기'(1953)에 담았던 소시민의 담백한 삶이나, 구로자와 아키라가 '카게무샤'(1980)에 담았던 웅장한 서사에 화려한 미장센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됐다. 로맨스는 야단스럽고, 액션은 기괴하며, 서사는 경박한 영화들만 만들어내는 '하류' 영화의 고장이 되고 있다.극영화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2018)이다. 사소한 좀도둑질로 살아가는 도쿄 변두리의 이색 가족을 그린 영화로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그가 수상 후 귀국했을 때 공항에는 그 어떤 환영 인파도 없었다. 일본의 어두운 이면을 세계에 알린 파렴치한 감독이 돼 있었던 것이다.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을 때 전 국민이 환호하고, 공항이 환영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기생충' 또한 반지하 가족을 통해 한국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직접적으로 다뤘다.이 일화는 현재 일본의 문화콘텐츠가 고립되고, 고사(枯死)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때 백안시했던 젊은이들이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면서 현실을 부정하고, 만화같은 환상에 경도된 그들의 문화적 취향이 일본 역사상 최고의 흥행영화 '귀멸의 칼날'에 담겨 있는 것이다.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1-29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커넥트' '파힘' '모추어리 컬렉션'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커넥트' '파힘' '모추어리 컬렉션'

◆커넥트감독: 제이콥 체이스출연: 아지 로버트슨, 질리언 제이코브 스마트폰에서 나타난 괴물에게 사냥감이 된 아이와 엄마의 사투를 그린 공포물. 자폐증과 언어장애를 겪고 있는 소년 올리버(아지 로버트슨)의 유일한 친구는 스마트폰. 어느 날 밤 스마트폰이 저절로 켜지면서 화면 속 기괴한 그림이 친구가 돼 주겠다고 한다. 화면을 넘기자 실제 괴물이 나타나고 올리버는 비명을 지른다. 엄마 사라(질리언 제이컵스)는 올리버가 악몽을 꾼 것이라 여긴다. 하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만 눈에 보이는 괴물은 현실 세계로 튀어나와 물리력을 행사하고, 올리버를 디지털 기기 너머의 '뒤집힌 세계'로 끌고 가려 한다. 스마트폰 과잉 사용에 따른 정서적 불안을 공포로 연결시킨 상상력이 돋보인다. 지난해 11월 북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96분. 15세 이상 관람가 ◆파힘감독: 피에르 프랑수아 마르텡 라발출연: 아흐메드 아사드, 제라르 드빠르디유 2012년 프랑스 체스 선수권 12세 미만 부문에서 우승한 방글라데시 출신 소년 파힘의 실화를 담은 영화. 방글라데시의 체스 신동 파힘(아흐메드 아사드)은 아버지와 단 둘이 고국을 떠나 프랑스로 망명한다.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 체포된 아버지 때문에 파힘의 신변이 위험해졌기 때문이다. 불법 이민자 신세가 된 파힘 부자는 적십자의 도움으로 임시 거처에서 생활하게 된다. 아버지는 어려운 망명 생활 속에서도 아들의 재능을 키워주기 위해 체스 클럽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운 좋게도 괴짜 선생 실뱅(제라르 드빠르디유)에게 제대로 된 체스 수업을 받게 된다. 프랑스 노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가 체스밖에 모르는 괴짜 파힘을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사랑으로 가르치는 실뱅 역을 연기했다. 108분. 전체 관람가 ◆모추어리 컬렉션감독: 라이언 스핀델출연: 클랜시 브라운, 케이틀린 커스터 기괴한 장의사가 들려주는 시체들과의 기묘한 일화를 그린 판타지 공포물. 늙은 장의사 몽고메리 다크(클랜시 브라운). 어린 소년의 장례식이 있던 날, 다크 앞에는 당돌한 소녀 샘(케이틀린 커스터)이 나타난다. 조수로 일하게 해달라고 부탁한 샘은 계약을 맺은 후 그가 겪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고, 다크는 영안실에서 시체에 얽힌 끔찍하고 뒤틀린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를 들은 샘은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영안실 컬렉션'이란 제목에 맞게 환상적이면서 잔혹한 판타지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인다. 독립적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인과응보와 사회 풍자까지 담아내며 선과 악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한다. 111분. 청소년 관람불가

2021-01-2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더 시크릿'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더 시크릿'

21일 개봉한 '더 시크릿'(감독 유발 아들러)은 전쟁의 상흔을 안고 살아가는 한 여인의 처절한 복수와 진실 찾기를 그린 스릴러다.종전은 전쟁의 끝이 아니다. 개인의 상처를 아물게 해주지는 않는다. 전쟁의 아픈 기억은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당사자를 괴롭힌다. 특히 여성들이 겪은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트라우마는 더욱 심하다.여기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여인이 있다. 1959년 미국에 살고 있는 루마니아 출신의 마야(누미 라파스). 그녀는 남편 루이스(크리스 메시나)와 아들 패트릭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어느 날 공원에서 이상한 휘파람 소리를 듣게 된다. 그 휘파람은 그녀가 감추고 싶었던 15년 전 끔찍한 기억을 소환한다.2차 세계대전 중 유럽. 마야는 여동생과 함께 술 취한 독일군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한다. 휘파람의 주인공은 그때도 이 휘파람 소리를 냈다. 마야는 그 남자(조엘 킨나만)를 납치해 지하실에 가두고 심문한다.그러나 그는 완강히 부인한다. 독일인이 아니고 스위스인이며 군인도 아니었다고 결백을 주장한다. 아내와 아이가 있다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한다.15년 전 기억이다. 너무나 짧은 순간 당한 것이라 기억마저 파편적이다. 악몽으로 심리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이 여인의 확신을 믿을 수 있을까. 유럽도 아닌 미국, 그 남자일 확률은 너무나 낮다.영화는 혹 마야의 집착이 빚어낸 오해가 아닐까 한 차례 흔들린다. 유럽에서 만나 결혼한 남편 루이스는 군의관 출신이다. 그에게 비교적 이성적이고 객관적인 판단을 맡긴다. 그러면서 둘의 갈등이 빚어진다.'더 시크릿'은 여러모로 '시고니 위버의 진실'(1994)을 연상시키는 영화다. 이 영화는 남미를 배경으로 15년 전 독재정권에서 비인간적인 고문으로 고통받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우연히 이웃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곡 '죽음과 소녀'를 틀어놓고 자신에게 전기고문과 성폭행을 가했던 바로 그 의사인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를 납치해 묶고 진실을 추궁한다.극적 플롯은 너무나 흡사하다. 진실을 찾는 과정에서 복수와 용서의 딜레마에 빠지는 구성이다. 감독 유발 아들러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한 영화 '베들레헴'(2013)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더 시크릿'에서도 공동 각본으로 이름을 올렸다.'시고니 위버의 진실'에 비해 다소 사적이며 사건을 둘러싼 경험도 지엽적이다. 그래서 영화의 울림이나 긴장감은 약한 편이다. 루이스가 아내와 남자의 상반된 주장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에도 드라마의 상투성이 엿보인다.그러나 마야 역의 누미 라파스는 그 중에서도 돋보이는 연기를 펼친다. 그녀는 2019년작 '엔젤 오브 마인'에서도 이와 유사한 캐릭터를 맡은 적이 있었다. 옆집 아이가 7년 전 사고로 죽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확신한 엄마 역이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상실감에 빠진 한 엄마의 집착과 광기라고만 여긴다.'더 시크릿'의 마야 또한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남편 때문에 고독한 싸움을 해야 한다. 누미 라파스는 이런 역할이 제법 잘 어울리는 배우다. 혼자 싸우는 외로운 여전사역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2012)에서도 그랬고, 그녀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스웨덴 스릴러 '밀레니엄' 3부작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그녀의 모든 캐릭터에는 강한 이미지가 바닥에 깔려 있다.'더 시크릿'에서는 강한 면모와 함께 연민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혼자 살아남은 것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다. 세 살 어린 여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혼자 도망친 것에 대한 기억이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힌다. 가해자에게 듣고 싶은 것도 그때의 진실이다.'더 시크릿'은 누미 라파스가 총괄 프로듀서까지 맡아 애착을 보여준 작품이다. 그러나 한 여인의 복수를 소재로 한 심리극으로서는 연출의 치밀함이나 시나리오의 신선함이란 측면에서 아쉬운 지점이 있다.그럼에도 전쟁이 얼마나 개인의 삶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기는지에 대한 경각심은 잘 보여주고 있다. 100년 가까운 시간에도 잊을 수도, 잊히지도 않는 트라우마를 우리는 지금도 실감하고 있지 않는가. 98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1-22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 엠 우먼' '마이 미씽 발렌타인' '블라인드'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아이 엠 우먼' '마이 미씽 발렌타인' '블라인드'

◆아이 엠 우먼감독: 문은주출연: 틸다 코햄 허비, 다니엘 맥도널드 1970년대 여성들의 아이콘이었던 가수 헬렌 레디의 인생과 무대를 담은 영화. 헬렌 레디는 페미니스트 운동의 찬가가 된 히트곡 'I Am Woman'으로 유명한 호주 출신 가수. 빌보드 1위, 그래미 최우수 보컬상 수상, 9곡의 넘버 원, 6장의 골드 앨범, 3장의 플래티넘 앨범, 2천500만 장 앨범 판매에 빛나는 세계 3대 디바.세 살배기 딸의 손을 잡고 뉴욕 음반사를 찾아가는 헬렌(틸다 코햄 허비). 그러나 뉴욕에서의 데뷔는 쉽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식당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지만 임금은 턱없이 적다. 하지만 헬렌은 포기하지 않고, 매니저이자 남편인 제프와 친구이자 저널리스트인 릴리안의 지원을 받으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문은주 감독은 한국에서 태어나 5살에 호주로 이민을 갔다. 117분. 15세 이상 관람가. ◆마이 미씽 발렌타인감독: 진옥훈출연: 유관정, 이패유, 주군달 기다리던 데이트를 앞두고 감쪽같이 사라진 발렌타인데이를 찾아 나선 여성과 비밀의 열쇠를 쥔 남성의 사랑을 다룬 대만 로맨틱 코미디. 우체국에서 일하는 샤오치(이패유)는 남들보다 모든 게 1초가 빠른 여자다. 샤오치는 사랑도 자신의 눈앞에서 빨리 지나가 버린 게 아닌가 생각하지만, 어느 날 공원에서 만난 류원썬(주군달)과 사랑에 빠진다.발렌타인데이 데이트 약속을 잡은 샤오치는 당일 아침 "어제가 발렌타인데이였다"는 말을 듣고 황당해한다. 버스 운전기사인 타이(유관정)는 샤오치와 대조적으로 모든 것이 1초 느린 남자다. 운전 도중 우연히 학창 시절 첫사랑이던 샤오치를 발견한다. 그러던 중 발렌타인데이 아침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멈춰버리는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119분. 12세 이상 관람가. ◆블라인드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출연: 유런 셀데슬라흐츠, 할리나 레인 2008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후 무려 13년 만에 정식으로 개봉하게 된 영화. 동화 같은 화면과 새하얀 눈으로 덮인 배경이 인상적이다.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고 짐승처럼 난폭해진 루벤을 위해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다들 오래가지 못해 그만둔다. 새로운 낭독자로 온 마리가 첫 만남에서부터 루벤을 제압한다.마리는 어릴 때 학대로 얼굴과 온몸에 가득한 흉측한 상처와 남들과 다른 모습에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니지만, 볼 수 없는 루벤 앞에서만은 자신을 드러낸다. 루벤은 마리의 기품있는 목소리와 단호한 행동에 관심을 갖고, 마리를 아주 아름다운 모습일 거라 상상하며 사랑에 빠진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것이 처음인 마리 역시 낯선 이 감정이 사랑임을 깨닫고 마음을 연다.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1-15 06:3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소울'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소울'

우리는 피투성이 존재다.피투성(被投性). 던져진 존재, 내 뜻대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삶의 무게는 더욱 무겁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삶의 행로는 가끔 절망을 안겨주는지도 모르겠다.내가 원하지 않았기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가능하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라는 삶의 고민도 생긴다.픽사 애니메이션 '소울'(감독 피트 닥터, 켐프 파워스)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애니메이션이다. 통상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전하는 장르가 아닌가. 그러나 '소울'은 어른들에게 더 진한 감성을 자아내게 하는 애니메이션이다.뉴욕의 한 중학교. 음악 교사로 일하는 조(제이미 폭스)에게 두 가지 큰 행운이 찾아온다. 하나는 임시직이 아니라 연금과 보험이 보장되는 정규직 교사라는 제안. 하필 그가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도 함께 찾아온다.풍요한 삶과 배고픈 꿈의 갈등에서 조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을 선택한다. 기쁨에 겨워 전화 통화를 하던 중 맨홀에 빠지는 사고를 당하고 만다. 깨어보니 저 세상으로 가는 계단이다. 가장 행복한 날 죽음을 맞은 것이다.너무나 억울했던 조는 평생을 꿈꿔 왔던 무대를 포기할 수 없어 도망치다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떨어진다. 이곳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꼬마 영혼들이 인간 수업을 받는 곳이다. 자신의 취향을 찾고, 성격도 만들어지는 수련원인 셈.조는 이곳에서 꼬마 영혼들이 '지구 통행증'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멘토가 된다. 그리고 인간으로 태어나길 거부하는 유급생 22(티나 페이)를 맡게 된다. 22는 테레사 수녀조차 멘토가 되기를 포기한 문제아. 조는 22가 '지구 통행증'을 받으면 다시 지구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22에게 필요한 마지막 열정 한 조각을 찾아 주기 위해 애를 쓴다.'사후 세계가 있다면, 생전 세계도 있지 않을까?'영화 '소울'의 출발점이다. 같은 부모에게 태어나도 왜 성격이 다른 자녀가 태어날까. 생전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있을까.픽사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은 전통적 애니메이션의 틀을 벗어난다. 전작 '업'(2009), '인사이드 아웃'(2015)에서 보여준 피트 닥터 감독의 놀랍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다. 어린 딸의 좌충우돌 감정변화를 보고 '인사이드 아웃'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처럼 '소울'도 딸의 성격이 왜 다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그래서 생전 세계가 태어났다.'업'이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그렸다면,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의 탄생과 소멸을 형상화한 애니메이션이다. 동화 같은 단순한 환상이 아닌 인간이란 존재의 근원적 물음까지 접근한 성찰적 애니메이션으로 승화시킨 것이다.'소울'도 생각할 지점을 많이 배치해 풍성한 느낌을 준다. '포레스트 검프'의 깃털처럼 가을바람에 날아온 단풍나무 씨앗은 삶에 대한 애착과 자연과 인생, 생명 등 삼라만상의 법칙을 전해주는 듯하다.먹다 남긴 피자와 빵 조각, 아빠의 양복과 엄마의 실타래 등 대사 없이 사색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은유와 상징도 곳곳에 담겨 있다. 다시 태어나기 위해 애를 쓰는 조를 통해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내가 가진 소소한 행복에 감사하게 한다.'소울'은 픽사 애니메이션 최초로 흑인이 주인공이다. 또한 대부분의 캐릭터가 흑인이고 흑인 문화인 소울 음악이 제목을 통해 연상되기도 한다. 뉴욕 지하철에서 기타를 치며 구걸하는 기타리스트도 흑인 청년이다.중구난방인 아이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는 첫 장면부터 흑인 여성 뮤지션 도로시아(안젤라 바셋)의 색소폰 선율이다. 이외에도 재즈 음악이 영화 전편에 흐른다.영화 '레이'(2004)에서 전설적인 음악가 레이 찰스 역으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을 받은 제이미 폭스가 조의 목소리 연기를 한다. 영화 속 조의 아버지 이름이 '레이'이기도 하다.작화도 예전 만화적인 톤에서 벗어나 사실적이다. 실제 거리를 보는 듯하다. 뉴욕 거리 풍경에 대한 고증을 많이 한 결과. 대신 '태어나기 전 세상'은 '인사이드 아웃'처럼 파스텔 톤에 캐릭터들도 비슷해 친숙하게 다가온다. "내 바지 어딨어?"라는 한국어 대사도 나오고, '호호만두'라는 한국어 간판도 나온다.'소울'은 여러모로 애니메이션의 전환점이 될 영화다. 어른들까지 감동시키는,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확장시킨 작품인 것이다. 1월 20일 개봉 예정. 107분. 전체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1-15 06:30:00

범죄도시2, 더욱 강력해진 마동석…비현실적 팔뚝 굵기 인증샷

범죄도시2, 더욱 강력해진 마동석…비현실적 팔뚝 굵기 인증샷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배우 마동석이 영화 '범죄도시2' 촬영 인증샷을 공개했다.마동석은 12일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범죄도시2. 잘 마무리해서 재미있는 영화 만들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라는 글과 함께 두 장의 본인 사진을 올렸다.사진 속 마동석은 마스크를 쓴 채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인 우람한 '팔뚝'을 과시했다.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안전하고 조심히 촬영하세요", "범죄도시2 벌써 기대돼요", "잘못했어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범죄도시2'는 지난 2017년 개봉해 688만 관객을 모은 '범죄도시'의 후속편으로 괴물형사 마석도(마동석)가 새로운 강력 범죄와 맞닥뜨리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 마동석 외에도 최귀화, 손석구, 박지환, 허동원, 하준 등이 출연한다. 김윤지 인턴기자

2021-01-12 16:50:33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완벽한 가족' '걸' '미스터 존스'

[김중기의 필름통] 새 영화 '완벽한 가족' '걸' '미스터 존스'

◆완벽한 가족감독: 로저 미첼출연: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가족과 함께하는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엄마가 모두를 깜짝 놀라게 할 자신만의 계획을 고백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의 신작. 수잔 서랜든, 케이트 윈슬렛, 샘 닐 등 탄탄한 연기자들이 출연한다. 두 딸의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로서 행복한 삶을 꾸려가던 릴리(수잔 서랜든)는 어느 날, 오직 자기 자신에게 바치는 특별한 인생 플랜을 세우기로 결심하고 모든 가족들을 부른다. 그리고 평생을 옆에서 함께 버텨 준 남편 폴(샘 닐)의 도움으로 릴리는 일 년 중 가장 반짝거리는 하루, 크리스마스를 앞둔 저녁에 가족들 앞에서 폭탄선언을 하게 된다. 영화는 삶의 마지막을 결정하는 용기와 왜 그렇게 결단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98분. 15세 이상 관람가. ◆걸감독: 루카스 돈트출연: 빅터 폴스터, 아리 보르탈테르 소년과 소녀의 경계에서 발레리나를 꿈꾸는 16살 라라(빅터 폴스터)가 호르몬 치료와 학업을 병행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용기와 도전을 그린 벨기에 영화. 제71회 칸영화제에서 황금 카메라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오직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꿈으로 가족과 함께 유명 무용학원 근처로 이사를 온 라라는 자신을 이해해 주는 아빠 마티아스(아리 보르탈테르)와 어린 남동생 밀로(올리버 보다트)와 함께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무용학교의 강사들과 학교 관계자들은 라라의 당당함과 발레리나가 되고 싶어 하는 노력을 인정해주지만, 또래 친구들은 그에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태어난 생물학적 성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간절함이 잘 그려진 작품이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미스터 존스감독: 이그네츠카 홀란드출연: 제임스 노튼, 바네사 커비 1933년 소련을 여행하며 스탈린 정권의 참혹한 진실을 밝혀낸 젊은 기자 가렛 존스의 이야기를 담은 폴란드 영화. 1930년대 초 런던. 히틀러와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로 주목받은 전도유망한 기자 가렛 존스(제임스 노튼). 그는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혁명자금에 의혹을 품고 직접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존스는 뉴욕타임스 지국장을 만나 협조를 청하지만, 이미 그는 현실과 타협한 상태. 존스의 투철한 기자정신에 마음이 움직인 베를린 출신의 기자 에이다 브룩스(바네사 커비)가 그에게 실마리를 던져준다. 계속되는 미행과 도청, 납치의 위협 속에서 가까스로 우크라이나로 잠입한 존스는 마침내 참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런던으로 돌아와 참상을 폭로한다. 118분. 15세 이상 관람가.

2021-01-08 06:00:00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차인표'

[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차인표'

배우 차인표는 '바른맨' 사나이다.가정적이고 젠틀하면서 로맨틱한, 마치 깎은 듯한, 그래서 다소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그 흔한 스캔들이나 인간적 실수 하나 없으니 말이다.그가 '바른맨'이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가 007 영화의 악역을 차 버린 것이다. 2002년 '007 어나더데이'의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북한군 문대령으로 이 영화의 최고 악당역이다. 그는 무력으로 한반도를 통일해 미국과 맞서 싸우려는 신세대 엘리트 군인이다.007 영화는 세계적인 흥행을 보장받는 오락 액션영화다. 본드걸도 그렇지만, 악당도 상당한 카리스마로 전세계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을 수 있는 기회다. 그런데 그걸 걷어찼다? 출연료만 하더라도 상당할 텐데.출연을 거절한 것이 한반도 남북분단 상황을 오락거리로 이용하는 것 때문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배우로서 다소 의외의 이유였다. 차인표는 인기에 연연하는 단순한 배우나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영화 속 픽션까지 자신의 이미지와 결부시키는 '바른맨'이라는 것을 그때 느낄 수 있었다.그 이후 그가 출연한 배역은 모두 한 치의 흠결도 없는 캐릭터들이었다. 그래서 생생하게 살아 있는 차인표가 그리웠던 차에 지난주 한 편의 영화가 공개됐다. 아예 그의 이름이 제목이 된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다.그동안 그가 공들여 쌓은 '멋지고, 강인하고, 젠틀한' 차인표를 모두 벗어버린 영화다. 진흙탕에 구르고, 유치하면서 '진정성'만 외치는 한물 간 배우로 자신을 '셀프 디스'한다.영화 속 차인표는 톱스타였지만 지금은 빛바랜 배우다.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과 함께 4대 천왕에 오르고 싶지만, 그것은 헛된 바람이다. 그래서 세인들에게 잊혀진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다.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1994)로 전국적 신드롬을 일으킨 자신이 아닌가. 가죽 재킷에 모터 사이클, 색소폰으로 여심을 사로잡았고, 검지를 흔드는 제스처는 지금까지도 유효하지 않은가.그가 협찬으로 받은 운동복을 입고 산에 올랐다가 진흙탕에 구른다. 여고 샤워실에 들렀다가 건물이 무너지는 바람에 갇히고 만다. 구조될 수도 있지만, 나신인 자신의 치부를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없어 매니저 아람(조달환)을 부른다.'차인표'는 시도가 참신한 코미디 영화다."왜 모두 나를 망가트리려고 할까?" 영화 도입부에 나오는 차인표의 물음이다. 차인표는 견고한 틀을 가진 배우다. 스스로는 모든 미덕을 다 갖추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이것이 틀이 되어 그 속에 갇혀버린 것 같은 답답함도 느껴지는 배우다. 그 틀을 깨 관객들에게 웃음과 쾌감을 주겠다는 시도다.5년 전 이 영화의 제안을 받았을 때 그는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그러나 5년 후 그는 나름대로 고민 끝에 이 영화에 출연한다. 그리고 이제까지 차인표가 입고, 걸치고 있던 모든 갑옷을 벗어버리고 발가벗고 건물더미에 갇힌다."차인표로는 이제 투자도 안돼!", "언제까지 손가락만 흔들건데", "한물 갔다는 말이야!" 등 처절하면서 아픈 현실을 그대로 목도한다. 그리고 그는 깨달음, 각성의 시간을 갖는다.자신의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 분투하는 한 배우의 고심과 용기가 돋보이는 영화다. 과거와 달리 차인표의 철없고, 소심하면서 가벼운 이미지도 귀여운 중년남의 매력이 한껏 보인다. 그가 나왔던 CF 등을 패러디하는 것도 그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재미있는 설정이고, 여느 부부와 다름없는 아내인 신애라와의 대화(목소리 출연)도 반갑다.그러나 영화적 구성과 내러티브는 코미디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매끄럽지 않은 설정에 그래픽, 학교 관리사인 김주사(송재룡) 등 등장인물의 과장된 연기, 안이한 연출 등 외형적 틀은 실망스러운 영화다.차인표의 이미지 변신을 위한 '헌신'을 좀 더 깊이 있는 상징성으로 승화시켰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그럼에도 차인표의 '진정성'은 충분히 느껴지는 영화다. 매니저 아람은 "도대체 진정성이 뭔데?"라고 외친다. 진정성은 설명하기 모호하지만, 예술가로서는 꼭 가져야 할 덕목이다.그가 부르짖는 진정성이 처음에는 가식적인 배우가 갖고 있는 허위처럼 느껴지지만, 영화 '차인표'를 본 후, '007 영화'도 걷어찬 그의 진정성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도 한다.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2021-01-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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