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다름을 단절이 아닌 통로로

우리는 코다입니다(이길보라·이현화·황지성 글/ 교양인 / 2019년)

농인 엄마와 코다 아들. 농인 아빠 황용학 농인 엄마와 코다 아들. 농인 아빠 황용학

"응애응애"

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부모의 마음은 어떨까? "엄마, 엄마" 차마 부를 수 없는 아기의 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농인(청각장애인 중 수화언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을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 CODA, 농부모의 자녀)라 부른다. 그들은 경계에 서 있는 존재다.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 사이, 음성언어와 시각언어(수화언어) 사이, 청(聽)문화와 농(聾)문화 사이. 이 책은 소리를 듣고 침묵을 읽으며 사이를 살고 경계를 잇는 코다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다.

'너의 이야기를 우리가 듣고 있다고'의 화자인 이현화는 수어통역사이자 언어학자다. 농부모를 통해 공기처럼 마셔온 수어로 국립국어원에서 한국수어사전을 편찬하고 있다. 음성언어만 통용되는 사회에서 그녀는 보호받는 보호자다. 육체노동이 유일한 밥벌이인 부모님의 주머니 사정을 일찌감치 알아차리고 가정사 구석구석은 그녀의 입과 귀를 통한다. "너는 두 살 때부터 밖에 누가 와 있는 걸 내게 알려줬어."(25쪽)

세계의 각자 지붕 아래에서 홀로 견디던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를 CODA라 명명한 코다 인터내셔널이라는 조직에서 그녀는 코다 코리아다. 청인 사회를 만나는 순간 장애가 되는 농인과 장애와 비장애 세상을 매일 넘나드는 농부모의 자녀는 아직 그들만의 세상에 서 있다. "농인이 농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사람들이 그다지 관심이 없는 거죠."(82쪽)

'침묵의 세계를 읽어내는'의 화자 이길보라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이 이야기꾼의 선천적인 자질이라고 믿으며 글을 쓰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는다. 엄마에게서 수어를 배우고 세상으로부터 음성언어를 배운 그녀는 사회의 몫을 개인에게 돌리는 세상을 향해 소리친다. "나는 '통역사'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으로 태어난 것인데 어딜 가나 통역사가 되어야 했다."(143쪽)

이름조차 생소한 소수자의 위치에서 그녀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다양한 매체로 전한다. "우리는 코다야 우리가 자랑스러워/ 함께 모여 소리를 높이자/ 우리 부모님은 농인이고 우리는 그게 좋아/ 우리는 소통하려고 늘 수어를 해/ 청사회에서는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어/ 그런데 그게 뭐 어때?"(152쪽)

'나는 지워진 이들의 유물이자 흔적입니다'에서 장애인 인권활동가이자 여성학자인 황지성은 페미니즘과 장애학을 연구하고 있다. 들을 수 없는 아버지의 언어와 걸을 수 없는 어머니의 걸음 사이에서 수치심과 열등감을 행복으로 빚어내기 위해 부단히 애쓴 그 역시 어쩌면 이방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버지 가족들은 장남이 유년기에 질병에 걸려 아무 대책 없이 장애인이 되어야만 했던 그 순간부터 모든 것을 체념했을지도 모른다."(266쪽)

이길보라의 영화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통해 코다라는 이름을 얻은 그는 우리가 돌아가야 할 집을 안다. "우리는 정상성 세계에서 오래전 탈락했지만 비정상인 서로를 그대로 인정하고 의존하고 돌보는 공동체로 이미 살아가게 될 것이다."(328쪽)

우린 모두 각자 다른 방식의 몸으로 산다. 수많은 차이가 엮여 우리가 된다. 다름을 단절이 아닌 통로로 만들어가며 경계에 오롯이 마주 선 코다들의 삶을 응원한다. 그들의 이야기가 부서지지 않고 고유한 자산과 다문화적 정체성으로 온전히 받아들여질 수 있길 기도한다.

자신의 다름이 버거운 이들, 타인의 다름이 불편한 이들이 보면 좋겠다. 역시 다른 우리도 읽으면 좋겠다.

하승미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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