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김광수 씨 부친 故 김명중 씨

잠 제대로 못 자고 온종일 일하며 빚 갚느아 고생하셨습니다
가족에게 자상하지 못했지만 허무하게 떠날 줄 몰랐습니다

2017년 4월 김명중(오른쪽) 씨 생전 모습. 아들 김광수 씨와 손자를 만나 찍은 사진. 가족제공. 2017년 4월 김명중(오른쪽) 씨 생전 모습. 아들 김광수 씨와 손자를 만나 찍은 사진. 가족제공.

아빠 안녕~ 나야 아빠 아들.

이렇게 아빠 돌아가시니까 반말로 써보려고 해. 왜냐하면 아빠는 나에게 너무도 무섭고 원망했던 대상이었는데, 사실 아빠가 이렇게 세상에 없으니 그동안 못 해봤던 말투로 얘기하고 싶어.

아빠랑 이렇게 친구처럼 대화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못했잖아. 나도 어색하긴 하지만 이제 아빠에 대한 감정들이 무의미해졌으니 편하게 얘기할게. 아빠가 살아있었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텐데 말이야.

사실 난 아빠가 너무 무섭고 미워서 차라리 일찍 돌아가셨으면 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아빠가 진짜로 세상에 없어지니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감정들이 정말 순식간에 무너졌어. 신기하지 이제는 아빠가 너무 불쌍하고 너무 그리워 미워도 잘 해줄껄 하며 후회도 되네.

어렸을때는 그랬어, 난 아빠 발걸음 소리만 들어도 너무 무서워서 아빠 못 보게 이불 속에 숨고 아빠랑 마주치고 싶지 않아서 자는 척도 하고 솔직히 아빠도 알자나. 우리 어렸을 때 아빠가 엄청 술 마시고 가족들을 폭행했던 일, 아빠는 정말 젊었을 때 사고도 많이 치고 그랬었지. 우리집 문제아였지.

근데 지금은 이해해. 아빠도 그많은 빚들을 하루종일 일하며 하루 한,두시간 자면서 빚갚느라 고생한거, 그래서 인지 아빠가 너무 예민해 있고 가족들에게 여유와 사랑을 베풀 수 없다는 것도 알아, 참 신기 한 건 말이야. 그 당시 난 아빠가 빚 갚는 거 보다 우리에게 조금은 자상한 아빠, 친구 같은 아빠가 되길 바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빠가 열심히 빚 갚는데 매진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이해하게 되었어.

그렇다고 아빠를 용서한단 의미는 아니야, 난 사실 아빠에 대한 상처가 너무 많아, 그걸 글로 적기도 부족하지, 그래도 이제 아빠가 세상에 없으니 무의미한 감정들은 이제 내 가슴속에서 지우려고 해. 마지막에 아빠를 보내고 나니 내 감정들이 정말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아빠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더라, 그래도 잘 해줄걸 후회를 해봐.

나도 이제 아빠가 되어보니 아빠를 이해하게 되었어. 아빠가 마지막엔 그렇게 허무하게 이 세상을 떠날 줄도 몰랐어. 나도 자식인지라 아빠가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가슴속에 돌덩어리가 들어 있는 것 같아. 아빠가 마지막까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리고 죽기 직전엔 우리 생각을 했을까하며 나 혼자 생각해. 아빠 마지막 모습이 아른거려, 그래도 아빠를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2019년 8월 6일 김명중 씨가 강릉 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 가족제공. 2019년 8월 6일 김명중 씨가 강릉 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 가족제공.

아빠가 미워도 미안해, 내가 너무 미안해, 그 얘기를 못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아빠가 나에게는 원망스러운 아빠긴 했지만, 그래도 아빠한테는 마지막에 남아있는 감정은 미안한 감정이 더 드는 거 보니 그래도 아빠가 나 어렸을 적에 잘했었나봐. 고마운 감정이 더 큰 거 같기도 하고 그러니 이렇게 되었을 때 내 가슴속 깊은 곳에 미안한 감정이 남아있지.

아무튼, 아빠 내가 그곳에서는 행복하고 편안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 우리 걱정말고 아빠가 비록 가슴속에 있었던 말들 우리에게 표현하지 못했어도 우린 이제 알 것 같아.

우리도 아빠 사랑해, 지금에서야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어. 너무너무 고생 많았어. 아빠 살아 있을때 잘 해줄 걸 하고 진짜 후회되네.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근데 난 아빠 돌아가셔도 안 울 거라 생각했는데, 아빠 유골 보는 순간 뭔가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막 눈물이 나더라.

아빠가 너무 불쌍해서 나는 눈물이었던거 같아, 더는 외롭게 힘들게 있지 않아도 돼. 아빠 그곳에서는 우리 사는 모습 보면서 많이 응원해줘.

아빠에게 하고픈 말은 많지만 글로 다 적기에 너무 많을거 같아 이 정도만 쓴다. 아빠 고생 많았어요.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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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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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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