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태우는 '펫택시'…"어디든 같이가요 멍멍~"

[반려동물 시장을 잡(JOB)아라] 펫택시 운전사

펫 택시를 운영중인 김보람 씨가 동물손님을 태우고 운행 준비를 하고 있다. 독자제공 펫 택시를 운영중인 김보람 씨가 동물손님을 태우고 운행 준비를 하고 있다. 독자제공

 

 

반려동물 운송서비스 '펫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동물 고객의 모습. 임소현 기자 반려동물 운송서비스 '펫택시'를 이용하고 있는 동물 고객의 모습. 임소현 기자
펫택시를 이용 중인 동물 손님이 차창 밖을 구경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임소현 기자 펫택시를 이용 중인 동물 손님이 차창 밖을 구경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다. 임소현 기자

반려견과 병원에 가려 집을 나섰다. 차가 없는 뚜벅이에게 선택지는 많지 않다. 대중교통 아니면 택시. 이 육중한 녀석을 안고 버스와 지하철을 오르내릴 용기는 없어 큰 도로로 나와 택시를 기다린다. 물론 만반의 준비도 끝냈다. 반려견은 켄넬(휴대용 견사)에 들어갔고 혹시 몰라 배변 패드도 준비했다. 그리고 자신 있게 손을 쭉 뻗었지만 실패. 달려오던 빈 택시는 켄넬을 보더니 휙 떠나버렸다. 뒤이어 멈춘 택시 기사는 차 창문 밖으로 머리만 빼꼼 내민 채 "거기 든 거 뭡니까?"라고 묻는다. "강아지요. 안될까요?"라고 답하니 대답도 없이 떠나 버렸다.

겨우 잡아 올라탄 택시에서 한숨 돌리려는 찰나. 기사 아저씨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요즘은 개 팔자가 상팔자야. 개는 개답게 살아야지. 덩치 보니까 애완견 같지도 않은데 말이야" 인신공격, 아니 견신공격이라니. 울컥하는 마음에 한마디 하려는 순간, 낌새를 차린 아저씨가 묵직한 압박을 훅 날린다. "털 날리지 않게 조심하쇼" 순간 깨갱. 그래, 태워 주는 게 어디야. 그냥 조용히 가자. 쓰라린 마음을 홀로 다독이며 죄인이 된것 마냥 몸을 움추린다.

동물 손님들이 타는 뒷 자석은 방수매트 재질로 이루어져 있고, 하네스 전용 안전벨트가 구비되어 있다. 임소현 기자 동물 손님들이 타는 뒷 자석은 방수매트 재질로 이루어져 있고, 하네스 전용 안전벨트가 구비되어 있다. 임소현 기자

◆동물 운송업 등록증 어렵게 취득

반려동물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지만 반려동물 이동권은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경북 경산시에서 '펫 택시' 업체 '펫뛰뛰'를 운영하는 김보람 씨도 이런 고충 때문에 창업을 결심했다. 택시만 타면 강아지가 크다, 험상궂게 생겼다는 온갖 구박을 당하기 일쑤였고, 트렁크에 태우라는 어마 무시한 소리도 들은 적도 있다. 기차를 타고 멀리 갈 때는 또 어떤가. 강아지가 무겁다 보니 사람 짐 챙기기는 고사하고 계단 몇 칸만 올라도 온 몸에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마음 고생, 몸 고생 몇 년 하다 보니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요. 처음엔 욱하는 마음으로 펫 택시 창업에 관심 가졌죠 (웃음)"

'펫 택시' 업계에 호기롭게 발을 들였지만 과정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펫 택시'는 2018년 동물보호법 개정으로 '동물운송업'이 법적으로 인정받으며 활성화되기 시작했지만 서울이나 큰 도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생소한 업종이다. 조언을 구할 창업 선배조차 없는데다 관련 법령이 아직 명확하지도 않고 지자체에서도 허가를 내본 경험이 없어 잘 모르겠다는 답만 돌아왔다.

보람 씨는 자료들을 하나하나 모으며 동물 운송업 허가 조건을 갖춰 나갔다. 운행을 위한 차량부터 준비했고, 허가 조건에 맞는 차량 내부 용품을 구비하기 시작했다. 택시 내부는 이동 중 동물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하고, 동물이 다칠 우려가 없는 재질로 제작되어야 한다. 또한 직사광선 및 비바람 피할 수 있는 설비, 적정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설비, 급제동 또는 출발에 대비한 상해 예방 설비 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렵게 따낸 사업자등록증인 만큼, 완벽하게 준비하고 손님을 받고 싶었어요" 보람 씨는 반려동물 운송 시뮬레이션만 몇 번을 했는지 모른다. 주행 연습 파트너는 보람 씨의 반려견 '하찌'. 멀미가 심해 차만 타면 토를 하는 녀석을 태우고 수십번은 넘게 펫 택시를 운행했다. 사람과 달리 차에 익숙하지 않은 반려동물을 위해 방어운전은 필수다.

보람 씨는 혹시 모를 급정거, 급출발을 피하기 위해 브레이크 밟는 습관부터 바꾸려고 노력했다. "유별난 제 반려견이 만족하면 그때 영업을 시작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연습을 시작했어요. 몇 주 지나자 하찌가 뒷자석에 누워 코를 골며 자더라고요. '아 이제 진짜 시작이다' 라고 생각했죠"

보람 씨의 펫 택시는 운행 내내 보호자와 운전사가 반려동물 정보를 공유하며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독자 제공 보람 씨의 펫 택시는 운행 내내 보호자와 운전사가 반려동물 정보를 공유하며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독자 제공
펫 택시에는 승차거부,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 과속·난폭 운전이 없다. 독자 제공 펫 택시에는 승차거부,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 과속·난폭 운전이 없다. 독자 제공

◆사람 택시에 있는 OOO가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택시를 이용하며 가장 불편했던 경험으로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를 꼽는다. 막상 택시를 타면 기사님에게 조용히 가 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보람 씨의 택시는 손님과의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오히려 손님이 신이 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먼저 늘어놓는다. 펫 택시를 단순히 운송 개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보람 씨의 신념 때문일까.

"반려동물이 차를 타면 낯설고 무서워 제어가 안될 때도 있고, 사고 등 돌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어요. 이를 케어할 수 있는 기초적인 행동·수의학 지식은 필수라고 생각해요". 보람 씨는 펫 택시 창업을 준비하며 반려동물 공부도 함께 시작했다. 반려동물 관리사, 행동교정사 등의 자격증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손님과 반려동물 정보를 공유하고, 보호자가 궁금해하는 반려견의 특성을 알려주고 행동교정 조언을 건넨다. 보람 씨의 택시는 움직이는 반려견 상담소 같기도 하다.

과속이나 난폭 운전도 없다. 실제 이날 구경한 보람 씨의 운전은 다소 답답할 정도로 모범적이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이렇게 느리면 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운전석 옆 요금 미터기를 슬쩍 보니 아뿔싸 전원이 나가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바가지 택시인가. 외국인들이 타면 미터기를 끄거나 일부러 천천히 간 뒤 택시요금을 더 받는 그 악명높은 택시 말이다.

보람 씨에게 조심스레 물어보니 "펫 택시는 사람 택시랑 요금 책정을 다르게 해요. 오해하셨구나"라며 허허 웃는다. 펫 택시는 일반적으로 기본요금에 거리당 추가요금이 붙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기본요금 5000원에 1km당 1000원의 거리 요금이 추가되는데, 3.2km를 이용하면 기본요금 5000원에 3200원이 추가되는 셈이다. 불안해하는 반려동물을 위해 잠깐 멈추어 바람을 쏘인다거나,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요금이 오르지 않는 장점이 있다.

짐이 많거나 짧은 거리를 가는 손님도 마다하지 않는다. "승차거부는 웬만하면 없어요. 여태 눈치 보며 택시 탔을 보호자들 생각해서라도, 펫택시는 그러면 안 되죠" 얼마 전엔 견주 3명과 반려동물 4마리까지도 택시에 탑승했다. 반려동물 마릿수 제한은 운송업 기준에 따로 기재되어 있는게 없어 안전에 지장받지 않을 선에서 탑승 인원은 사람 3인 까지로 운행하고 있다. 인원, 마릿수에 상관없이 이용 요금은 동일하다. 오히려 보호자가 미안한지 "이래서 남는 것 있냐고" 캔 음료를 건넸다고.

물론 짧은 거리 운행도 가능하다. 반려동물 고객들은 병원, 미용실 예약 등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곤 하는데 그런 시설들은 집에서 기껏해야 5~10분 거리다.

그런가하면 사람 택시에는 없는 것들도 많다. 풀풀 날리는 개털, 고양이털부터 아무리 닦아도 없이 지지 않는 동물들의 체취까지. 손님이 실례라도 한 날엔 장사 공 치는 날이다. 사실 이런 특별한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보람 씨의 택시의 브레이크 타임은 꽤 긴 편이다. 다른 운전기사들은 긴 운전에 잠시 눈을 붙이기도 한다지만 보람 씨는 차량 청소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차 문과 창문을 개방하고 내부 소독과 청소를 한다. 혹시라도 다른 승객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예약 한 건이 끝날 때마다 매번 청소, 소독을 하다 보니 브레이크 타임이 길어져요. 그러다 보면 예약 문의가 많아도 서비스 횟수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죠"

보호자 없이 혼자 탄 손님의 모습. 뒷좌석 풀 커버 시트에 하네스 전용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태운다. 독자 제공 보호자 없이 혼자 탄 손님의 모습. 뒷좌석 풀 커버 시트에 하네스 전용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태운다. 독자 제공
병원 방문을 위해 이동 서비스를 예약하는 반려동물이 가장 많다. 독자 제공 병원 방문을 위해 이동 서비스를 예약하는 반려동물이 가장 많다. 독자 제공

◆펫택시에 타는 다양한 동물 손님들

반려동물을 데리고 급히 움직여야 할 때는 아무래도 병원을 방문해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서인지 병원 방문을 위한 이동 서비스를 예약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 경우엔 보람 씨도 긴장감에 몸이 한껏 움추려든다. "항상 안전 운행을 하려 하지만, 아픈 아이들을 태울 때 더 신경이 써지는 거 같아요" 보통 예약제로 운영되는데, 몇일 전엔 영남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에게서 급히 와줄 수 있겠냐는 연락을 받았다고. 그 시간대 예약이 없어 단숨에 달려가보니 길고양이 3마리를 구출한 상황이었다.

길고양이들의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차량이 없어 고민 중에 펫 택시에 연락을 했다는 것. 고양이는 계속 울기도 울고, 길고양이의 경우 한눈에 봐도 위생상태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일반 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길고양이 손님을 병원에 데려다 놓고도 하루 종일 걱정이 됐다는 보람 씨. '예약도 안했는데 와주셔서 감사해요. 덕분에 아가들 잘 회복하고 있네요' 늦은 밤 학생의 문자를 받고서야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졌다.

혼자 타는 손님도 있다. 물론 제 발로 올라타는 건 아니다. 보호자가 목적지 예약을 해 두면, 보람 씨가 집 앞에 가서 반려동물을 태운 뒤 병원이나 미용실로 데려다 준다. 그리고 그 곳에서 반려동물의 볼일이 끝날 때 까지 기다렸다가, 반려동물을 다시 태워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린다. 보호자 없이 혼자 탄 반려동물을 주의 깊게 살피는 일도 보람 씨 몫이다.

뒷좌석 풀 커버 시트에 하네스 전용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태우는데 룸미러로 차량 뒤쪽을 주시하며 반려동물의 상태를 살핀다. '괜찮아' '아이 예뻐' '다 왔어' '착하다' 보호자 없이 애쓰는 동물 손님을 위한 격려도 잊지 않는다. 차에 태우기 전 냄새부터 맡게 하고, 최대한 불안하지 않도록 짧은 운행이더라도 유대관계를 형성하려 노력한다. 그런 보람 씨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듯 반려동물도 열심히 그 시간을 버텨준다. 보호자가 없어 낯설 만도 할 텐데 말이다.

"마음 편히 차를 타고 가는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보면 너무 뿌듯해요" 퇴근시간도 일정치 않은대다 운전에, 청소에 온 몸이 쑤셔도 보람 씨는 그저 즐겁다. 다만 '개도 택시타냐' 는 비아냥을 들을 때면 여전히 속이 상한다. "펫택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이 서비스는 사치가 아니라 남에게 피해도 안 주고 나도 편하기 위한 선택이지 않을까요. 반려인, 비반려인이 서로 배려하는 날이 언젠간 오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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