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환상적 일몰' 가고 싶은 섬…소매물도

헤어질 땐 아쉬워서 발그레…세계 3대 일몰지 부럽지 않는 자연 쇼
수직의 해안 절벽·해식동굴…통영 8경 중 제3경으로 유명
등대섬 전망대 서면 '일망무제'

소매물도 남단의 '가고 싶은 섬' 등대섬은 하얀 등대와 짙푸른 바다,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소매물도 남단의 '가고 싶은 섬' 등대섬은 하얀 등대와 짙푸른 바다, 해안 절벽이 어우러져 비경을 간직하고 있다.

 

소매물도의 환상적인 일몰 풍경. 소매물도의 환상적인 일몰 풍경.

 

소매물도의 민가 모습. 소매물도의 민가 모습.

 

소매물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 소매물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약 26㎞정도 떨어져 있다. 면적은 2.51㎢, 해안선 길이 5.5㎞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통영시 한산면 매죽리에 속하며 북쪽 해상 일대는 한려해상 국립공원이다.

◆ '가고 싶은 섬' 소매물도 등대섬

해안에는 수직의 해안절벽을 따라 다양한 암석경관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해식애(해안절벽), 해식동굴, 시 아치(sea arch:해안 침식지형의 하나로 파랑의 차별 침식으로 암석에 구멍이 생겨 아치 모양을 하고 있는 지형) 등이 곳곳에 발달하여 해안지형 경관이 절경을 이루고 있어 '통영 8경'중 제3경으로 알려져 있다. 소매물도 남단의 등대섬은 2000년 9월 5일 해양수산부에 의해 '특정도서'로 지정고시 되었으며, 2007년에는 문화관광부에서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하였다.

소매물도에 가기 위해 거제도 저구항에서 배를 탔다. 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는 약 40~50분여 거리다. 잔잔한 파도를 가르는 여객선은 흡사 유리판 위를 구르는 바둑돌처럼 매끄럽다. 운이 좋다면 돌고래의 유영을 만날 수도 있는 뱃길이다. 화답이라도 하듯 돌고래 한 마리가 뱃전을 스치듯 지난다.

◆'한려해상 바다백리길' 눈길

소매물도항에 2시 15분경에 하선한 일행은 여장을 풀기가 무섭게 섬 관광에 나섰다. 섬 관광코스는 소매물도항에서 능선을 올라 해발 152m에 있는 '매물도 관세역사관'을 거쳐 등대섬전망대, 등대섬을 둘러보는 코스다. 제일먼저 반기는 것은 땅바닥에 쓰인 '한려해상 바다백리길'이란 단어다. 시멘트포장길을 조금 오르자 돌로 된 계단으로 접어들고 검은색차광막 아래에서 건어물을 팔고 있는 할머니를 만난다. 몇 시까지 장사를 하느냐는 질문에 그저 소녀처럼 수줍게 웃기만 한다. 아마 마지막 배시간이 4시 30분이니 그 배를 타기 위한 관광객들이 등산로를 빼져나갈 때까지로 보인다. 일행은 주전부리용으로 오천 원짜리 건어물 한 봉지를 샀다.

◆숲 우거진 옛 소매물도 분교자리

조금 더 오르자 오른편으로 우거진 숲이 눈길을 끈다. 숲의 동편으로 숲의 역사를 알리는 안내판이 지난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섰다. 안내판에 의하면 이곳은 옛 소매물도 분교자리다.

'1969년 4월 29일 개교하여 졸업생 131명을 배출하고 1996년 3월 1일 폐교(중략) 이후 여행자들의 쉼터로 이용되기도 하였고 드라마나 영화, CF의 촬영장소로 인기가 높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자연에 완전히 융합되어 잡목이 우거진, 그저 산기슭에 불과할 뿐이다. 낡은 그네라도 있고 녹슨 철봉이라도 있어 객기를 부리고픈 마음조차 놓아둘 곳이 없다.

다시 길을 나선 일행은 해발 152m에 있는 '매물도 관세역사관'을 지나 등대섬전망대에 섰다. 일망무제(一望無際:눈을 가리는 것이 없을 만큼 바라보아도 끝이 없이 멀고 먼 모습)란 이를 두고 말하는 것 같다. 소매물도는 한반도의 동남쪽에 위치한 최남단의 섬이다. 등대섬을 넘어 직진하면 곧장 오키나와를 거쳐서 태평양이다. 수평선이 먹줄을 놓은 듯 가지런한 가운데 양쪽 끝이 아래로 살짝 휘었다. 이는 지구가 둥근 때문일 것이다.

◆'홍해의 기적' 지나면 등대섬

이제 소매물도의 최고 비경으로 홍해의 기적(모세의 기적 : 성경 출애굽기에서 전하고 있는 내용으로 이스라엘 민족이 이집트를 탈출해 약속의 땅으로 가던 중 기적적으로 홍해를 건넌 사건을 말한다)을 지나면 곧장 등대섬이다. 2시부터 5시까지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룻밤을 자는 탓에 서두를 건 없다. 나무계단과 데크로드를 따라 가는 길은 아래로 치닫는 경사가 심해 만만치 않다. 이윽고 바닷가에 다다랐지만 중도에서 포기했다. 모난 돌이 억겁의 세월 속에 안으로, 안으로 자신을 담금질해 둥글어 졌다지만 완전이 마음을 비운 것은 아니었나보다. 크고 작은 몽돌 사이를 한발 또 한발 조심스럽게 지나던 일행의 무릎에 이상이 온 것이다. 아쉬움에 돌아서는 뒤편으로 녹색의 향연 위로 허옇게 페인트를 뒤집어쓴 등대가 하늘을 찌를 듯 우뚝하다.

◆전설 간직한 '남매바위'

돌아오는 길은 고래등 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우회하기로 했다. 갔던 길로 돌아오는 코스보다는 약 1.1Km정도가 멀다. 하지만 저녁시간 까지는 한참이다 보니 시간도 죽일 겸, 섬을 에둘러 보고 픈 마음이 일었기 때문이다. 숲길과 너덜겅의 연속이다. 오르고 내리기를 몇 차례, 모퉁이 하나만 돌면 목적지인 소매물도항이다. 이곳에서 소매물도의 유일무이한 전설 하나를 만난다. 일명 '남매바위'에 관한 전설이다.

어릴 때 헤어졌다가 성장해서 만난 쌍둥이 남매가 오누이 사이인 줄 모르고 사랑에 빠진다. 둘은 결국 부부 연을 맺으려했고 그 순간 하늘에서 천둥이 울고 벼락이 떨어져 두 남녀가 바위로 변해버렸다는 애잔한 전설이다. 이 전설의 의미는 섬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근친상간(?)의 혼인 등을 경계하는 뜻에서 생겨난 듯싶다.

섬의 특성상 오후 7시 반경이면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닿는단다. 메뉴판을 보자 물회, 회밥, 회정식, 굴국밥, 해물파전 등 대부분 해물요리다. 저녁을 먹는 중에 섬에 대해서 묻자 가구 수는 약 20여 호 되지만 실제로 살고 있는 섬주민은 거의 없단다. 대부분 통영 또는 거제도, 저구항 등지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필요시에만 왕래를 한단다. 무료한 저녁시간을 위해서 간단한 안주를 준비해서 오는 중에 나무데크로 된 전망대에 앉았다. 이런 때는 달달한 아이스크림이 제격이라 한입 무는데 뜻밖의 광경이 눈앞으로 펼쳐진다.

◆불타는 노을 환상적인 일몰

세계 3대 일몰 장소로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산토리니 섬, 남태평양의 피지 등을 꼽지만 현재 눈앞으로 펼쳐지는 자연의 환상적인 쇼는 단연 소매물도가 최고인 것 같다. 구름 한 점 없던 하늘에서 '명랑'이란 영화에서 보았던 울돌목의 물 소용돌이가 서쪽하늘에서 용틀임 중이다. 가슴이 먹먹하고 불규칙적으로 심장이 쿵쿵거린다. 안드로메다로 떠난 영혼이 길을 잃어 헤매다가 블랙홀 속으로 쭉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 사이를 갈매기 두 마리가 유유히 날아간다. 말안장 위에서 비파를 뜯는 왕소군이라도 있었으면 부질없이 바다에 떨어지리라!

언제 왔는지 소매물도 펜션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도 넋을 놓아 바라다보고 있다. 늘 보는 바다, 늘 보는 일몰 경이지만 오늘 만큼은 특별난 모양이다. 이 멋진 풍경을 어찌 놓치랴! 부부를 모델로 불타는 노을을 배경으로 추억을 남긴다. 처음에는 많이 쑥스럽고 부끄럽단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우에 버금가는 포즈다. 촬영된 사진을 LCD창을 통해 확인하는 순간 "내일 아침에 커피 한잔 드릴께요!"라며 환하게 웃는다.

글 사진 이원선 시니어매일 편집위원 lwons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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