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대구 근교 늦가을 단풍놀이, 달성으로 가자

멀찍이 가버린 가을, 막바지 단풍놀이에 적당한 달성
가창 방면 대구숲, 네이처파크... 수목원 기반 테마파크
화원 방면 강정디아크, 화원동산에서 보는 가을 노을
송해공원에는 효자,효녀,효부 행렬 이어져
세계문화유산 등재 이후 가기 편해진 도동서원

가을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면서 단풍도 끝물을 보이고 있다. 대구 달성 가창에 있는 에코테마파크 대구숲의 가을 명소 홍단풍길을 연인들이 걷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가을이 끝자락을 향해 달려가면서 단풍도 끝물을 보이고 있다. 대구 달성 가창에 있는 에코테마파크 대구숲의 가을 명소 홍단풍길을 연인들이 걷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가을이 꽤 멀리 가버렸다. 출퇴근길 가로수에 단풍이 절정이구나, 찬탄하던 게 엊그제다. 벼르던 단풍놀이는 또 내년인가. 이제 가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입동 지난 지 엿새다. 단풍도 끝물이다. 대구에선 그나마 남쪽인 달성이 기다려준다. 1995년 대구에 들어왔지만 휴양의 이미지는 여전하다. 숲이 좋으니 가을색도 화려하다.

오랜 세월 해온 역할이니 사람으로 치면 '선수'다. 남동쪽의 가창, 남서쪽의 화원, 서쪽의 하빈 어디를 택하든 쉼터로 손색없다. 당장 다음 주가 '소설'이다. 1년 참 빠르다. 어이쿠, 그러고 보니 곧 송년회 시즌이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의 신뢰도를 부인할 필요는 없다. 기필코 추울 예정이다. 끝물 단풍도 서둘러야 즐길 수 있다.

 

대구숲 메타세쿼이아 진입로 옆으로 서 있는 대형 정크아트를 관람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구숲 메타세쿼이아 진입로 옆으로 서 있는 대형 정크아트를 관람객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구숲과 네이처파크

대구의 남동쪽 가창 방면으로 나서면 수목원 출신 테마공원 둘을 만난다. 에코테마파크 간판을 내건 대구숲, 교감형 생태동물원일 표방하는 네이처파크다. 우선 대구숲은 옛 허브힐즈다. 더 옛 이름, 냉천자연농원이다. 여름 물놀이장, 겨울 눈썰매장으로 아이들이 있는 집이라면 한번쯤 검색해본 곳이다.

사람 쉽게 안 변하듯 공간도 쉽게 안 변한다. 옛 정체성이 남아있다. 허브힐즈의 장점이 뿌리내려 있다. 나무와 풀의 다양성으로 이름값을 한다. 올 가을에도 그 나무와 풀이 색깔을 바꿔 관람객을 맞는 중이다. 색깔놀이중인 나무와 시설물 군데군데 관람객들이 멈춘다. 예외없이 셔터를 누른다. 메타세쿼이아 진입로, 홍단풍숲, 그리고 대구숲 전체에 뿌려진 듯한 정크아트가 인기 배경이다. 인증샷 찍었는데 인생샷이 나온다. 가을색의 마법이다.

키가 큰 나무들 위로 공중을 오가는 이들이 보인다. 에코어드벤처를 즐기는 연인들이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이들에게 위층 공기는 어떤가 물으니 '기분 좋아 들뜬 냄새'라는 묘한 답이 돌아온다. 수많은 동물들이 페로몬 향을 좇는다지만, 사람에게도 아드레날린 향이 있다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는 피톤치드 사이로 페로몬과 아드레날린이 번져 나가는 상상을 하자 '기분 좋아 들뜬 냄새'가 적당히 풀이된다.

교감형 동물생태동원인 네이처파크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거위들이 차례대로 연못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교감형 동물생태동원인 네이처파크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 거위들이 차례대로 연못에 들어가려 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대구숲을 나서면 곧장 네이처파크가 보인다. 옆집이라 불릴 만큼 가까운 거리다. 어느덧 물놀이장의 대명사가 된 스파밸리와 패키지로 묶이는 네이처파크다. 그러나 이곳이야말로 완연한 가을색의 적지다. 이곳 역시 시작은 수목원이었던 것이다.

네이처파크로 가을나들이를 나온 가족 관람객이 아기에게 주변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네이처파크로 가을나들이를 나온 가족 관람객이 아기에게 주변 풍경을 설명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숙박시설인 호텔드포레 주변 산책로는 요양시설 버금가는 삼림욕장이다. 주변이 온통 소나무다. 소나무숲 가운데 호텔을 지어 요양시설이 아닌지 착각할 만큼이다. 호텔 건물마저 편백나무 기둥에 흙집이다. 무엇 하나 천연의 가을색과 어울리지 않는 게 없다. '완미(完美)'의 경지다. 동음 풀이로 '완전히 미쳤다'라 해석해도 무방하다.

 

◆강정디아크

대구의 남서쪽 화원 방면으로 향한다. 달서구와 경계선에 있는 명소가 두 곳 있다. 강정디아크와 화원동산이다. 두 곳 모두 물이 모이는 걸 내려다보는 장소다. 금호강, 낙동강 합류지점이다. 낙동강 1,300리에서 두 개의 물길이 합쳐지는 곳은 합천창녕보(황강)와 구미보(감천)도 있다.

강정디아크 앞 자전거 전용도로를 라이더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강정디아크 앞 자전거 전용도로를 라이더들이 힘차게 달리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합류지점'이라는 단어에는 더 커지고, 더 거대한 뭔가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있다. 비슷한 규모의 둘이 합쳐질 때 생기는 시너지 효과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서로를 받아들여 섞인다. 석양 질 무렵이 진풍경이다. 겨울로 넘어가며 보다 차가워진 강물에 반사된 노을색이 진하다. 해가 진 뒤의 이곳 야경을 찍으려는 이들이 제법 있다.

강정디아크는 자전거 마니아들의 성소로 인식된다. 잘 닦인 자전거 전용도로 인프라를 무시할 순 없지만 열린 공간과 결합된 가을 풍광을 만끽할 수 있어서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파스텔톤 가을 풍경에 검푸른 색깔을 더한다.

강정디아크는 건축물이면서 작품이다. 전통 도자기인 막사발을 콘셉트로 삼았다고 한다. 요업 장인들이 너도나도 전통을 잇겠다는 다완이다. 예술적 조예와 관계없이 맨눈으로 봐도 파문을 일으키며 튀어 오른 물수제비인 듯, 물 밖으로 점프하는 고래인 듯, 안정적으로 착륙해 있는 미확인 비행물체로 보인다.

옛 화원유원지이던 사문진나루터는 사계절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화원동산과 연계돼 있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옛 화원유원지이던 사문진나루터는 사계절 행락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낙동강을 내려다보는 화원동산과 연계돼 있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Architecture of River Culture(강문화 건축물)'의 약자로 'ARC(아크)'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홀로 우뚝 서 있는 건축물이라 확 트인 전망대를 기대했지만 전망이 좋지 않다. 아쉽다면 화원동산 쪽을 추천한다. 시야가 활짝 열려있는 화원동산 쪽에서 낙동강을 보는 구도가 낫다. 초겨울 떨어진 낙엽을 바삭바삭 밟는 건 덤이다.

 

◆송해공원

좀 더 남서쪽으로 내려가면 송해공원이 나온다. 국민MC로 불리는 송해다. 유행어라고는 '전국~, 안녕하세요~' 밖에 없지만 인지도 하나만큼은 전국적이고 전시대적인 인물이다. 공원을 송해가 만든 건 아니다. 원래는 옥연지다. 농업용수를 가둬둔 저수지다. 목재데크를 두고 둘레길을 만들었다.

저수지이던 옥연지를 단장한 송해공원에서 산책나온 중년여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들 뒤쪽으로 백세정이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저수지이던 옥연지를 단장한 송해공원에서 산책나온 중년여성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들 뒤쪽으로 백세정이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평탄한 나들이길이라 몸이 불편한 어르신을 모시고 휠체어를 미는 효자, 효녀, 효부들이 더러 눈에 띈다. 3.5km에 이르는 둘레길 전체를 돌아볼 순 없어도 만수무강을 상징한다는 백세교에는 꼭 다녀온다. 옥연지를 동서로 가로질러 400m쯤 되는 백세교에는 '한 번 건너면 100세까지 살고 두 번 건너면 100세까지 무병장수한다'는, 누가 누설했는지도 알 만하고 근거도 없지만 그저 믿고만 싶은 입소문이 있다. 송해공원의 인지도도 높아지고 송해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윈윈효과다.

80억 원을 들여서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공원명으로 삼았다느니, 대구를 처가로 둔 사람을 억지춘향 격으로 갖다 붙였다느니, 이런 식이면 누구를 연결 못하겠냐는 비판이 쏟아졌었지만 공원 조성 3년이 지난 지금의 결론은 단순하다. 사시사철 걷기 좋은 곳이다.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도동서원 내부. 건물 가운데 강학 공간이던 중정당이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한훤당 김굉필 선생을 배향한 도동서원 내부. 건물 가운데 강학 공간이던 중정당이 보인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도동서원과 은행나무

구지 쪽으로 내려간다. 점점 경남 창녕과 가까워진다. 낙동강을 건너면 고령이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고 가치를 더욱 인정받은 도동서원이 있다. 고맙게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고 가는 길이 수월해졌다. 서원에 들어가기 전 넘어야했던 다람재를 넘지 않아도 된다. 일장일단이다. 터널 덕분에 다람재에서 낙동강을 내려다볼 기회가 귀해졌다. 터널을 통하자 십여 초 만에 서원에 닿는다. 온통 노란색이 눈에 들어온다. 도착을 알리는 신호, 은행나무다.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 1454∼1504) 선생을 배향하는 서원이다. 퇴계 이황은 한훤당을 두고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며 극찬했다. 서원은 자부심 넘치는 이름을 그대로 썼다. 낙동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다. 설립자인 한훤당의 묘도 서원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있다. 일생의 역량을 쏟아부은 곳에 묻히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서원은 조선시대 사립교육기관이다. 요즘으로 치면 사립대학쯤 된다. 대학 캠퍼스다보니 풍경이 요즘 대학 캠퍼스에 뒤지지 않는다. 풍경도 풍경이지만 학생들의 체력 향상을 위해 수많은 학교들이 언덕배기에 세워졌다는 설도 일견 일리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서원 설립자의 교육적 목적에 부합할는지 모르나 도동서원은 가을빛을 만방에 쏘아대는 대표명소로 통한다. 수령 400년이 넘은 은행나무 덕분이다. 둘레 8.7m, 높이가 25m에 이르는 거목이다. 뻗어난 가지 폭도 50m에 이른다.

공자가 제자들을 행단에서 가르쳤다는 데서 비롯된 은행나무 식수는 400년 뒤 도동서원의 상징이 됐다. 은행나무 가지를 콘크리트 지지대가 부축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공자가 제자들을 행단에서 가르쳤다는 데서 비롯된 은행나무 식수는 400년 뒤 도동서원의 상징이 됐다. 은행나무 가지를 콘크리트 지지대가 부축하고 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도동서원의 상징처럼 돼 버린 은행나무다. 이걸 나무라 불러도 될는지 주저할 정도의 압도감이다. 커다란 심장이 꿀렁거리는 모양으로 보이기도 한다. 심장에서 굵은 가지, 동맥을 타고 수액이 흘러나갈 듯한 기운이다. 그렇게 힘찬 나무의 그늘 안에 샛노란 은행잎이 가득하다. 뻗어나간 가지마다 콘크리트 기둥이 단단하게 서서 가지를 부축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 서원의 대표 나무들

은행나무는 김굉필의 외증손,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 선생이 1607년 심은 것이다. 도동서원이 원래 있던 곳은 비슬산 기슭이었다고 한다. 이름도 쌍계서원이었다. 임진왜란 때 불탔다. 큰 전쟁을 당한 뒤 9년 만인 1607년에 지금의 자리에 중건됐다. 중건의 기쁨을 나무심기로 표현한 셈이다.

하필 은행나무였던 것에도 이유가 있다. 공자가 은행나무 그늘 아래 행단(杏壇)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 해서다. 유학과 관련된 장소에는 으레 은행나무를 심었다. 학자수라 불리며 입신양명의 기원이 담긴 회화나무가 종택에서 자주 보이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요즘 시대처럼 도동서원에도 학교의 상징물을 넣은 배지가 있었다면 분명 은행나무였을 거라 어림짐작해본다.

은행나무와 서원은 불가분의 관계다. 모든 관람객은 은행나무부터 보고 서원으로 들어간다. 도동서원 거대한 은행나무 그늘 아래가 은행잎으로 덮여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은행나무와 서원은 불가분의 관계다. 모든 관람객은 은행나무부터 보고 서원으로 들어간다. 도동서원 거대한 은행나무 그늘 아래가 은행잎으로 덮여있다. 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학교와 나무는 불가분의 관계다. 학생들이 곁에 서거나 기대앉아 사색하지 않았을까.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요즘 캠퍼스 나무들의 기능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행여 그 시절에 교가가 있었다면 각 서원마다 대표 수종이 가사로 들어가 'OO나무 울타리 안에 자라난 우리' 정도로 반영되지 않았을까.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구경북 서원에도 상징물 대접을 받는 나무들이 하나씩 있다. 안동 병산서원에서는 배롱나무, 도산서원에는 왕버들나무, 영주 소수서원에는 소나무가 대표 수종처럼 관람객을 맞는다. 경주 옥산서원은 회화나무가 국내 서원 중에서 가장 많은 곳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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