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김재우 씨 모친 故 추원엽 씨

팔달시장 노점에서 농사지은 채소·곡식을 팔아 등록금 마련하셨죠
제가 열심히 일해 작은 사업체 운영하며 효도하려 할 때 떠나셨지요

45년 전 달성공원 인근 사진관에서 추원엽(둘째줄 맨 왼쪽) 씨에게 김재우(왼쪽 아래) 씨가 안긴 채 찍은 가족사진. 가족 제공. 45년 전 달성공원 인근 사진관에서 추원엽(둘째줄 맨 왼쪽) 씨에게 김재우(왼쪽 아래) 씨가 안긴 채 찍은 가족사진. 가족 제공.

어머니.

하늘나라에서 저 잘하는 거 보고 계시나요? 모델로서 아저씨즈 멤버로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어머니. 어릴 적 엄마가 머리에 세탁 물통 머리에 이고 개울가에 빨래하러 갈 때 제가 함께 갔던 기억 아직도 생생하네요. 제가 동네 한가운데서 엄마 찌찌 먹고 싶다고 하자 허벅지 꽉 잡고 좀만 참으라 하시는 엄마 말 무시하고 떼쓰던 제가 얼마나 얄미웠을까요.

아버지는 그 당시 이장하신다고 거의 집안일은 좀 뒷전이고 바깥으로만 돌아다녔던 기억입니다. 어머니께서 거의 집안일과 힘든 농사일을 다 하셨던 거 같아요. 그때 누나들과 형도 학교 다녀오면 같이 논으로 밭으로 향했지요. 그때 농사일도 많이 도왔지만, 금방 싫증 나서 공부하겠다고 핑계 대고 일을 덜 해도, 따뜻한 미소로 공부하라 하시며, 그 힘든 일을 다 하신 어머니...

그때 제가 좀만 더 철들어서 도와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농사지어봤자 형, 나 고등학교, 대학교 등록금 마련하기에도 많이 부족한 형편이었지요. 등록금은 한우 새끼 놓아서 좀 크면 내다 팔아서 등록금으로 보태었죠. 그 부족한 부분은 많은 시간 채소며 곡식 등 큰 보자기를 머리에 이고, 두 팔로 들고, 시내버스 타고, 팔달시장 길가에서 노점으로 한 푼 두 푼 힘들게 벌어오셨지요. 점심 먹는 돈도 아까우셔서, 계란 몇 개로 허기 채우시고 돌아오셨던 어머니.

그때 그런 어머니가 창피하다고 가끔 외면해 후회됩니다. 제가 지금에서야 어머니의 큰 사랑과 정을 다시 한번 더 느낍니다. 대학교 졸업하고, 현장에서 일을 해도 내색 않으시고 묵묵히 믿고 후원해주셨던 어머니. 사랑합니다. 열심히 일해서 조그만 사업체 하나 하면서 이제 맘껏 효도 해드리려 하고 있을 때 먼 하늘나라로 가셨어요.

달성군 하빈면 감문1리 본가에 닭이랑 개를 키우고 있었어요. 시골이여서 넉넉지 않은 환경인지라 귀한 손님 오면 소고기는 엄두도 못 냈었고, 키우던 토종닭 한마리 잡아서 마늘 넣고 백숙으로 밥상에 올려주곤 했어요. 닭다리 등 맛있는 부분은 자식들 주고 어머니는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해하셨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그러하신 어머니였어요.

갈치조림을 참 좋아하신 어머니. 귀한 날 갈치 사다 드리면 무에 갈치 넣고 맛나게 끓여 상에 올라와도 맛나고 살오른 부분 드려도 한사코 자식들 주고 꼬리 부분만 드셨던 어머니. 그 사랑 덕분에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집에서 부엌으로 가시다 넘어져서 고관절치료로 몇 개월 누워계시니. 그렇게 건강하신 어머니도 서서히 허약해지더군요. 병원 퇴원 후 통원치료하실 때 늘 함께했지만, 그때 더 잘했으면 더 행복해 하셨을 터인데.


몇 년 전 꿈속에서 어머니, 아버지 두 분이 정말 행복하게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오셨지요. 지금도 제 뇌리에 생생합니다. 그렇게 철없던 제가 어머니의 열정적 유전자를 받아서였던지 지금 시니어 모델 데뷔 19개월 차인데도 모빌 델박 광고, 닥스 광고, PAT화보 촬영도 했어요. 대만 매체에서도 취재를, 뉴욕타임즈에도 아저씨즈 기사가 놨어요. 지금은 현대백화점 신촌점에 대형 옥외광고판에, 7층 남성매장엔 제 실물 크기 등신대가 세워져 있어요. 아들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머니, 하늘나라에서열심히 하는 제 모습 지켜봐 주세요. 언젠가 세계 4대 패션위크 무대에서 당당히 런웨이하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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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이 유명을 달리하신 지역 사회의 가족들을 위한 추모관 [그립습니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귀중한 사연을 전하실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신청서를 작성하시거나 연락처로 담당 기자에게 연락주시면 됩니다.

▷추모관 연재물 페이지 : http://naver.me/5Hvc7n3P

▷이메일: tong@imaeil.com

▷사연 신청 주소: http://a.imaeil.com/ev3/Thememory/longletter.html

▷전화: 053-251-1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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