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할머니 남편 장례식 날, 도착한 편지 한 통…"아시아인 한 명 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비치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B(83)씨의 장례식 당일 혐오로 가득한 협박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사진은 사망한 B씨. ABC7 뉴스 캡쳐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비치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B(83)씨의 장례식 당일 혐오로 가득한 협박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사진은 사망한 B씨. ABC7 뉴스 캡쳐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일어난 총기사고로 아시아계 주민 8명이 사망한 가운데 이번에는 남편을 떠나보내고 비통에 빠진 한인 할머니에게 협박과 조롱성 익명 편지가 도착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4일(현지시간) ABC7뉴스는 남편을 잃은 80대 한국계 미국인이 편지 테러를 당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ABC7 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비치에 사는 한국계 미국인 A(82)씨에게 편지 한 통이 날아들었다. 편지에는 고인이 된 A씨의 남편 B(83)씨에 대한 인종차별적 모독과 협박이 가득했다.

익명의 테러 용의자는 자필 편지에서 "B가 죽었으니 이제 레저 월드(현지 실버타운)에서 참고 견뎌야 할 아시아인이 한 명 줄었다. 당신 같은 아시아인들이 우리 미국 사회를 장악하고 있다"며 증오심을 드러냈다. "밤길 조심해라. 빨리 짐 싸서 당신 나라로 돌아가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딸 클라우디아 최씨는 "우편 소인이 찍힌 걸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 장례식날 도착한 편지였다. 역겹다. 어머니 아버지는 모든 선거에서 당당히 투표권을 행사했다. 누구 못지 않게 미국인으로 살았다"고 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 역시 팬데믹 이후 증가한 아시안 증오범죄라고 지적했다.

클라우디아 최 ABC7 뉴스 캡쳐 클라우디아 최 ABC7 뉴스 캡쳐


미국에서 터전을 일군 최 씨의 부모는 어렵게 개인사업을 성공시키며 딸 넷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10년 전 캘리포니아 주 실비치 소재 실버타운 '레저 월드'에 노후를 보낼 거처를 마련해 이곳에서 거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비치 레저 월드는 모두 6천482세대로, 이중 한국계의 비율은 10% 정도다. 최 씨는 실버타운에 사는 다른 누군가가 이 편지를 쓴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고 있다.

 

최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사건을 수사 중인 형사는 "용의자를 가려내기 위해 편지에 남은 지문, DNA를 분석하는 한편 필적 감정을 벌이고 있다. 실버타운 내 보안 카메라와 주변 이웃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관계자는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증오 범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논란 이후 긴급회의를 소집한 레저 월드 운영사 골든레인재단은 "악의적이고 터무니없는 혐오 편지는 인종적 평등과 사회 정의라는 우리 재단의 핵심 가치를 위협한다"면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인 한국계 미셸 박 스틸(한국명 박은주, 캘리포니아) 의원도 재단 측에 철저한 조사를 요구했다. 스틸 의원은 "곳곳에서 아시안 증오 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경악할 사건이 또 한 번 발생했다"면서 "다음 재단 회의 때 우리 측 직원을 보내 조사 과정을 직접 참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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