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조두진 문화부장

[시각과 전망] 하고 싶은 대로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취미나 예술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은 까탈스럽다. 가령, 생업 농부들은 작물에 병이 들면 농약이나 영양제를 투입해 어떻게든 살려보려고 안간힘을 쓰지만, 취미로 텃밭을 가꾸는 사람들은 병든 작물을 뽑아내고 새로 심거나 수확을 포기한다. 농약을 쳐 키운 작물은 자신이 원하는 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이름난 도예가들이 멀쩡해 보이는 항아리를 미련 없이 깨부수는 것은 그들이 항아리의 기능성이 아니라 예술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많은 여성들이 자신이 찾는 딱 그 핸드백이 아니면, 크기와 디자인이 비슷해도 눈길을 주지 않는 것 역시 핸드백의 기능성이 아니라 정체성에 방점을 찍기 때문이다.21세기 한국은 기능성과 예술성 모두를 욕심내도 좋을 만큼 여유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가난 극복에 매진해야 했던(기능성만 살펴야 했던) 앞세대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한국 사회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유리 상자 속 사회가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문재인 정부는 눈만 높은 견습 도공과 닮았다. 마음에 안 든다며 때려 부수기는 잘하지만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한다.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합의를 '10억엔에 혼을 팔았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했다. 나쁜 정부가 혼을 팔았다면, 좋은 정부가 혼을 찾아오면 될 텐데, 문 정부는 전임 정부를 욕할 입은 있어도 더 나은 걸 만들어낼 실력은 없다.드러난 현상만 보는 것도 문 정부의 특징이다. 비정규직제도를 기업이 근로자를 착취하는 제도라며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이 생겨날 수밖에 없는 구조, 즉 정규직 해고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 사회 노사관계를 조정할 실력이나 생각은 없다.그런 예는 많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법제화해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을 야기하고,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해 일자리를 빼앗고 생활 물가를 올렸다.올해 10월 실업률은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은 말할 것도 없고, 55∼64세 중장년층 실업률 역시 외환위기 후 처음으로 미국을 앞질렀다. 일자리 정부를 자처하며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판을 설치하고 50조원 이상을 갖다 붓고도 공무원 숫자와 단기 일자리만 늘렸을 뿐이다. 양극화 해소한다더니, 오히려 심화시켰다. 눈에 보이는 것만 때려잡기 때문이다.북한 비핵화도 마찬가지다. 해외 순방에서 '선(先)대북제재 완화'를 외쳤지만 각국으로부터 '비핵화가 먼저다'는 반박을 받았다. 현실을 외면한 채 하고 싶은 말만 하기 때문이다.가계소득 분배가 계속 악화하고 있다는 통계조사 결과가 이어지자, 정책 수정은커녕 통계청장을 전격 교체하더니, 더 나아가 내년부터 가계동향조사 (방식을) 개편하겠다며 예산을 확정했다.(159억4천900만원)좋은 정부란 장단이 섞인 딜레마를 조정하고 적절한 대책을 내놓는 정부다. 마음에 안 든다고 때려 부수고, 그 손해와 고통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정부는 나쁜 정부다.국가 경영은 성공해도 저 홀로 성공하고, 실패해도 홀로 실패하는 은둔 예술가의 작업이 아니다. 성과가 없어도 그만인 취미 생활도 아니다. '우리 이니(문재인 대통령)' 하고 싶은 대로 하지 말고, 해야 할 일을 하시라.

2018-12-11 16:24:40

경북서부본부 신현일 기자

[취재현장] 크리스마스 이브엔 산모들에게 행복한 선물이 전해지길

"산골이나 섬처럼 오지도 아닌데 내년에는 애를 낳으려면 구미나 대구 등으로 원정출산을 가야 하나요."김천지역의 한 산모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이다.지역에서 유일하게 산후조리원과 분만산부인과를 운영해오던 김천제일병원이 적자를 이유로 올해 말 산후조리원 폐업을 예고한 데다가 내년 초에는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출산을 앞둔 산모들이 불안해하고 있다.이런 상황이 벌어지기 전 김천시는 김천시의회에 지역의 산후조리원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으로 '김천시 출산장려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상정했다.김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예산으로 분만의료기관 지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산후조리원에 매년 운영비 2천만원과 시설보강비 8천만원을 합해 1억원씩 5년간 5억원을 지원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이 조례는 일부 시의원의 반대 때문에 김천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조례가 보류된 후 기다렸다는 듯 김천제일병원은 산후조리원의 폐업을 예고했다.조례에 반대했던 시의원들은 "김천제일병원이 산모들을 볼모로 김천시의회에 대한 공갈·협박을 하는 것"이라고 발끈했다.조례에 반대한 한 시의원은 "적자라고 주장하는 근거자료를 달라고 해도 아직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특정 의료기관을 지원할 것이 아니라 직접 산모가 혜택을 받도록 조례를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한 해 1천여 명의 지역 산모 중 400명에 못 미치는 인원만이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산모에 대한 직접 지원으로 더 많은 산모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적자를 이유로 산후조리원 문을 닫는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이 시의원은 "조례 심의과정에서 김천시보건소에 조례를 변경해 다시 상정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김천시보건소가 응하지 않았다"며 "자신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겠다"고도 했다.이런 논란 속에 김천의료원이 "김천제일병원이 분만산부인과 문을 닫는다면 공공병원에서 분만산부인과 개설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지역의 산모들이 주변 도시나 대도시로 원정출산을 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덜게 됐다.하지만 김천시의회와 김천제일병원 간의 기 싸움은 팽팽하게 이어지고 있다.김충섭 김천시장이 강병직 김천제일병원 이사장을 만나 산후조리원 폐업을 고려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이 병원 관계자는 "폐업은 예고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김천시의회도 12월 정례회를 열었지만 보류됐던 조례는 아직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못 하고 있다. 다만 시의회는 이번 정례회가 끝나는 24일 이와 관련한 입장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24일은 크리스마스이브다. 김천시의회와 김천시, 김천제일병원이 기 싸움을 끝내고 해결책을 마련해 지역 산모들에게 크리스마스 산타처럼 행복한 선물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2018-12-11 15:50:41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의료, 공공성 vs 경제성

국내 첫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 제주도에서 16년간의 논란 끝에 개설 허가를 받았다. 그리고 또 다른 논란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허가권자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한 조건부 허가'를 강조하고,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 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지역 의료계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영리병원이 확산하면서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해지고, 사보험이 의료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리병원화한 수도권 대형 병원들이 학력과 스펙을 바탕으로 거액의 마케팅을 통해 '좋은 병원 이미지'를 창출함으로써 의료 유출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부자들은 영리병원으로, 서민들은 기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원으로 나눠지는 셈이다. 아무리 영리병원 개설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우리 국민의 '속성상' 확산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반면에 영리병원의 '제한적인' 추가 도입 및 확산을 주장하는 측은 고용과 경제적 파급효과를 강조한다. 의료를 국민 건강·보건 및 공공성 차원에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는 경제·사회적 관점이 추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대학 입시 철이다. 우리나라의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리는 곳이 의과대학이다. 돌이켜보면 1970, 80년대 우수한 인재들이 기계공학·전자공학 분야에 몰리면서 오늘날 한국의 자동차·조선·기계 산업과 반도체·스마트폰 산업을 세계 일류로 일구었다. 이제 자동차·조선·기계는 사양산업 소리를 듣는 처지로 전락했고, 반도체 호황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우리 미래 세대들의 먹거리를 생명공학·바이오·헬스·보건·의료 분야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미 우리의 인재들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는 만큼 공공성의 가치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편으로 의료는 또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기도 하다. 한국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분야라면, 당연히 좁은 국내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적 경쟁과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영리병원 논란이 이해관계의 다툼이 아니라, 한국 의료계의 지평을 넓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018-12-11 09:03:13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부메랑

10년 전 세계적인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한국인이 내놓은 공전의 히트작은 적을 향해 겨눈 병사의 총구가 결국 자신의 뒤통수로 되돌아오는 것을 담은 반전(反戰) 포스터였다.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의미(What goes around comes around)의 문구도 눈길을 끌었다. 그것은 상대를 향해 던진 부메랑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적나라한 메시지였다.'부메랑'(Boomerang)이란 말의 유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이 사냥을 하거나 다른 부족과 전투를 벌일 때 사용하던 도구에서 비롯되었다. 활등처럼 굽은 이 나무 막대기는 던지면 회전하면서 날아가는데 목표물에 맞지 않으면 되돌아오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나 자신에게 위협적인 결과로 되돌아오는 상황을 부메랑 효과라고 한다.부메랑 효과는 다양하게 존재한다. 무분별한 환경 파괴가 자연재해가 되어 돌아오는 현상도 그렇고, 선진국의 경제 원조나 자본 투자로 개발도상국에서 만든 제품이 역수출되어 원조국의 상품과 경쟁하는 것도 그렇다.심리적 측면에서는 일방적인 설득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전문 용어로 '저항의 심리학'이라는 개념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과도한 강요를 하면 오히려 반감을 가지고 더 삐딱선을 타는 것도 일종의 부메랑 효과이다. 오늘 우리나라의 일방통행식 경제정책과 남북 화해 또한 그 예외가 아닐 수도 있다.이재수 전 기무사령관의 투신과 관련,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이 '과도한 적폐청산의 칼춤, 스스로에게 칼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프랑스 혁명 때 로베스피에르의 단두대가 생각난다'고 덧붙였다.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에는 '불호사 방차사'(不好事 紡車似)라는 말이 있다. '악의 보복은 물레바퀴와 같다'는 뜻이다. 공자의 도(道)를 계승한 춘추시대 유학자 증자(曾子)는 일찍이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이 너에게로 돌아간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고 설파했다.

2018-12-11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청와대 회의에서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송구하고 부끄럽다" 사과

○…문 대통령, 청와대 회의에서 KTX 강릉선 탈선 사고 "송구하고 부끄럽다" 사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코레일 현주소 보면 장관대통령 사과로 끝날지 의문.○…부산지법, 식자재 납품 리베이트 챙긴 유치원장들과 급식업자에 '사기죄' 유죄 판결. 아이들 입에 들어갈 밥 빼앗아 제 배 채웠으니 '갈취죄' 추가!○…중국 어선 싹쓸이 탓에 올해 울릉도 주민 오징어 어획량 고작 450t에 그쳐 100년 만에 최악. 오징어 풍년이면 시집간댔는데 한참 흘러간 옛 노래.

2018-12-11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세풍] 김정은이 서울에 온들

"라인란트로 진격해 들어간 뒤 48시간 동안은 내 인생에서 그야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 그때 프랑스군이 라인란트로 진격해왔다면 우리는 꼬리를 내리고 철수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의 군사적 자원은 적절히 저항하는데도 아주 부족한 수준이었다."라인란트 재점령 후 히틀러가 한 말이다. 라인란트는 산업지대다. 독일의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지역이다. 이를 점령했다는 것은 전쟁을 하겠다는 분명한 신호였다. 프랑스는 이를 보고만 있었다. 그 이유는 당시 프랑스 정부의 머리에는 '협상'만 있었지 협상 실패에 대비한 'B플랜'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전쟁이었다.하지만 프랑스는 '전쟁'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1차 대전에서 17~28세 남성의 4분의 1이 사망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런 끔찍한 경험 때문에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협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본위적 소망에 집착했다. 급기야 이런 소망은 "반드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강박증으로 발전(?)했다.유럽 정세가 전쟁으로 향하고 있는데도 관련 정보를 숨기려 한 것은 이 때문이다. 프랑스 정보원들은 히틀러가 권력을 잡기 전부터 독일이 은밀히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음을 훤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정치인들과 언론은 이런 정보를 국민에게 전하지 않았다. 프랑스의 한 법원은 프랑스에 대한 노골적 적대감을 쏟아낸 히틀러의 '나의 투쟁'을 통째로 번역하는 것을 금지하기까지 했다.프랑스의 이런 헛발질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크다. 문재인 정부의 북핵 문제 해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관계 개선'일 뿐 그것이 실패했을 경우의 대비책은 없다. '협상으로 전쟁을 막을 수 있다'가 '전쟁을 막아야 한다'로 바뀐 프랑스의 맹목을 빼다 박았다. 북한 비핵화는 그 문턱에도 못 갔다. 3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알맹이 없는 '이벤트'였다. 김정은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현실은 그것이 '립 서비스'였음을 확인해주고 있다.앞으로 달라질까? 북한이 황해북도 삭간몰 등 북한 전역에서 최소 13개 이상의 비밀 단거리 미사일 기지를 운용 중이라거나 양강도 김형직군 영저리 기지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인근 시설을 계속 가동 중이며 이들 기지는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는 유력 후보지라는 사실은 고개를 가로 젓게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이런 미사일 프로그램을 꾸준히 운용·증강해왔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삭간몰 기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통상적인 활동'이라 했고, 영저리 기지에서 대해서는 "군이 추적 감시하고 있는 대상 중의 한 곳"이라고 했다. 이런 해명의 의도는 "새로운 것이 아니니 문제 될 것이 없다"였겠지만 문 정부는 자기도 모르게 북한이 변하지 않았음을 토설한 꼴이다. 통상적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문 정부는 김정은의 서울 답방에 큰 희망을 걸고 있다. 김의 답방이 성사된다면 북한 비핵화에 돌파구가 열릴까? 지금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협상 결과를 되돌아보면 '김정은이 서울에 온들'이라는 비관적 예측을 떨치지 못하게 한다. 그렇게 됐을 때 국민은 물을 것이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문 정부가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2018-12-11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어느 죽음의 평가

'동생을 대신해 죽어서(代弟而死) 어버이의 뒤를 잇게 하다(爲親之嗣).'대구에서 청도로 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달성군 가창면 냉천의 한 산속 포장길을 오르면 소나무 숲 한 야산의 무덤 앞에 작은 비석이 하나 세워져 있다. 행정 당국에서 세운 안내 간판도 옆에 있는 '의로운 누이(義姊) 이 낭자(李娘) 무덤'이다.간판 설명을 보면, 무덤의 주인공은 조선 순조 때 이씨 성의 냉천 산골 아가씨이고, 부모가 밖으로 나가고 없는 사이 집에서 불이 나자 방 안의 젖먹이 남동생을 몸으로 감싸 안고 불길을 막아 자신은 끝내 숨졌으나 대신 동생은 살렸다는 사연의 내용이다.그런데 이를 기리는 추모 글에서, 앞의 비문에 어울리는 문구 즉 '감라의 나이(甘羅其齡), 섭앵의 뜻(聶嫈乃志)'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 사마천의 '사기'에 나오는 뛰어난 소년 재상 '감라'와 의로운 자객이라는 '섭정'과 그의 누이 '섭앵'이 등장하니 말이다.당시 대구의 관리였던 조종순(趙鍾淳)이란 판관이 이런 사연이 깃든 소녀의 죽음을 의롭게 보고 무덤 앞에 비석을 세우면서 기리는 시를 새겨 넣을 당시, 중국 역사 속 인물인 두 사람을 굳이 넣은 까닭은 그만큼 소녀의 행위를 잊을 수 없는 일로 생각했을 터이다.특히 소녀가 12세여서 12세에 재상이 돼 죽은 감라를, 동생을 대신한 죽음은 자객으로서 임무 완수 뒤 혹 누이에 해가 될까 스스로 낯가죽까지 벗기고 죽은 동생(섭정)을 모른 체 않고 동생의 의로움을 세상에 떳떳이 밝히고 자결한 누이(섭앵)에 빗댔으니 말이다.지난 8일, 꽃다운 12세에 죽음을 맞은 소녀의 무덤과 비문을 살피면서 세월호 사찰 혐의로 전날(7일) 자살로 60년 삶을 마친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소식이 떠올랐다. 투신한 곳에는 '당신의 죽음은 조국을 위해 헛되지 않을 것'이란 추모 글이 붙어 있었다고 한다.이 전 사령관은 유서에서 '모든 부하들은 선처됐으면 좋겠다. 우리 군과 기무사는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일했다'는 내용을 적어 둔 모양이다. 한 소녀의 죽음조차도 평가된 옛 역사를 보면 뒷날 그의 죽음 역시 가늠되고 기록될 것이다.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2018-12-10 06:30:00

[관풍루] 2년 연속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이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

○…2년 연속 세비(수당)를 '셀프 인상'한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연봉이 OECD 회원국 중 이탈리아·일본에 이어 세 번째. '하는 일'은 과연 몇 번째일까 궁금하군!○…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서 북한 김정은 찬양 일색의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 'KBS 평양방송총국' 개설은 '따 놓은 당상'이로다.○…김천시장실과 본관 점거 농성 중 공무원 폭행 등 불법행위를 한 민노총 노조원에 대해 경찰 조사 착수. 현 정권의 '대주주'를 얼마나 건드릴 수 있을지….

2018-12-10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만약, 위장된 평화공세라면

'체임벌린의 시간'(Chamberlain's moment)이란 말이 있다. 히틀러의 위장 평화공세에 속아 나치에게 시간을 벌어줬던 영국 총리 체임벌린의 어리석음을 빗대 나온 말이다.히틀러는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외치는 한편으로 올리브 가지를 흔들고 다녔다. 영국과 프랑스 연합군을 상대할 힘이 없다 보니 평화를 위장한 것이다. "민족 사회주의(나치) 독일은 평화를 필요로 하며 또 원한다"고 입에 달고 다녔다. '폴란드와 맺은 불가침 협정을 지키겠다' '오스트리아를 합방할 의도가 없다'고 했다.체임벌린이 걸려들었다. 히틀러를 몇 번 만나더니 "냉혹하지만 한 번 약속한 것은 꼭 지키는 믿을 수 있는 사나이"라고 했다. 인물 됨됨이를 제대로 간파할 능력이 그에겐 없었다. 대신 그는 '평화'라는 수사에 매달렸다. 국민을 향해 "어떤 사정이 있어도 대영제국을 전쟁으로 끌어넣을 수는 없다. 나는 영혼 깊숙한 곳까지 평화 애호가"라고 호소했다. 국민 역시 전쟁보다는 평화라는 말에 더 솔깃했다. 그는 히틀러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던 프랑스를 설득하기 위해 영불해협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 결과 히틀러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 뮌헨협정이 체결됐다. 이번엔 '우리 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흥분했다. '총리의 협상 결과는 전면적 절대적 패배'라는 처칠의 경고는 '평화'란 수사에 묻혔다.그로부터 2년도 안 돼 나치의 비행기가 런던 하늘을 뒤덮었다. 런던 대공습이었다. 영국인 4만8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평화라는 말에 솔깃해하던 국민들은 때늦은 후회를 했다. 체임벌린은 실각했다. 영국은 이미 혹독한 피해를 입은 후였다.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영국과 프랑스가 진작 좀 더 강하게 대응했더라면 2차대전에 앞서 히틀러 정권이 먼저 무너졌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지금 체임벌린은 영국 역사상 가장 무능했던 총리로 남아 있다.요즘 김정은을 두고 오가는 수사가 당시 히틀러를 두고 영국에서 오간 말들을 곱씹게 한다. 히틀러가 '게르만 민족의 통일'을 내세웠다면 김정은은 '우리 민족끼리'를 강조한다. 독일이 1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면 북한은 6·25전쟁을 일으켰다. 평화 시대를 열자면서 핵과 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모습은 세계 최초 미사일 개발에 열중하던 모습과 닮았다.김정은을 몇 차례 만난 후 '아주 예의 바르고 솔직 담백하더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평가는 체임벌린의 히틀러에 대한 평가를 떠오르게 한다. '국민이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평화가 일상화됐다'는 청와대의 변은 '우리 시대의 평화가 왔다'고 흥분하던 모습에 다름 아니다. 북에 대한 제재의 고삐를 조금만 더 죄었더라면 북이 비핵화를 먼저 제안했을 것이란 역사적 가정도 흡사하다.역사에 가정은 없지만 안보에 가정은 필수다. 그것도 최악의 시나리오에서의 가정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이를 너무도 허투루 여긴다. 북방한계선(NLL)은 사실상 무력화됐다. 말로 이룬 평화에 우리 군의 무장해제 속도는 가파르다. 반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요지부동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김정은 답방에 목을 매고 있다.문 대통령의 판단이 옳기를 기대한다. 청와대 말처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서라거나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판단해서가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 결과가 너무 끔찍할 것 같아서다. 문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남지 않기를 학수고대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2018-12-10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장례식 유머

한 달에 3, 4차례 정도 부고가 날아오니 상가를 자주 찾는다. 드물게 상주가 실실 웃으며 문상객을 맞는 상가가 있다. 그런 곳은 예외 없이 고인이 천수를 누렸거나 오랜 병치레 끝에 돌아가신 경우다. 유족들이 유교 제례에 따라 삼베 상복을 입고 죽장을 짚고 있는 상가도 가끔 있다. 영정 앞에서 조의를 표하고 있는데, 상주들이 입을 맞춰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哭)을 할 때면 왠지 어색하다.그때마다 오래전에 친구에게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그는 형제가 많은 집안의 막내였는데, 중학생 때 부친상을 당했다. 며칠간 '아이고, 아이고~'를 하고 있으니,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날 큰형에게 죽지 않을 만큼 매타작을 당했다고 한다." 수십 년 전 에피소드지만, 절대로 잊지 못할 부친상일 게다.5일 미국 워싱턴에서 있은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한국과 서양의 장례 문화가 얼마나 다른지 보여준다. 추도사를 하는 이들은 추모의 말 가운데 유머 한둘을 꼭 준비한다. 역사학자 존 미첨은 "고인은 선거 유세 때 한 백화점에서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다 마네킹과도 악수했다"고 했다. 앨런 심슨 전 공화당 상원의원은 "고인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실컷 웃고 난 뒤 자신이 왜 웃었는지 핵심 포인트를 늘 기억하지 못했다"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어느 글에서 본 한국인의 장례식 목격담이다. 10여 년 전 미국 골프 선수가 비행기 사고로 요절했는데, 장례식장은 슬픔 대신 웃음과 유머로 가득했다고 한다. 고인에 대한 기록영화를 보고, 그가 불렀던 노래를 친구들이 부르고, 가족들이 나와서 재미있던 일화를 소개했다.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은 풍속과 문화에 따라 다르다. 그렇다고, 억지로 울거나 웃을 필요는 없다. 지난 8월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이 존 메케인 전 상원의원의 장례식장에서 한 인상적인 추도사가 있다. "그 사람(고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오기 전에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될 것이다."

2018-12-08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지명 전쟁

지명은 식별 기호다. 요즘에는 고유 브랜드나 부가가치 높은 정보와 동일시하는 인식이 커지면서 지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지는 추세다. 단순히 정보 전달 차원이 아니라 지명을 통한 '아이덴티티'(정체성) 고도화나 차별화 전략으로 진화하는 것이다.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이름 바꾸기'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명 변경은 자치사무다.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조례를 만들고 시행하면 된다. 지명 변경에 따른 수십억원의 행정 비용만 감당하면 더 큰 부가가치와 이미지 개선 등을 노려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 지자체들이 발 빠르게 움직인다.2007년 강원 평창군 도암면이 대관령면으로 바뀐 것을 시작으로 영월군 하동면이 김삿갓면, 영월군 서면은 한반도면으로 지명 개칭이 줄을 이었다. 최근 지역 지자체도 이 흐름에 합류했다. 2015년 고령읍이 대가야읍으로, 울진군 서면이 금강송면, 원남면이 매화면으로 각각 현판을 바꿔 달았다. 올 7월 인천시 남구가 미추홀구로 바꿔 광역시 자치구로는 첫 사례다.하지만 지명 개편이 모두 가능한 것은 아니다. 2012년 영주시 단산면이 추진한 '소백산면' 변경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충북 단양군이 '고유명사 독점'을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대법원 판결까지 4년여를 끌다가 끝내 무산됐다. 강원 양양군 서면의 대청봉면 추진도 사정은 같다. 전남 담양군 남면의 경우 '가사문학면'으로 바꾸는 것을 놓고 내부 불만이 쏟아지면서 주춤한 상태다.그제 청송군 부동면의 '주왕산면' 개칭에 관한 주민 투표에서 98.9%의 찬성 결과가 나왔다. 조례 개정 절차를 거치면 부동면은 주왕산면으로 다시 태어난다. 1914년 일제가 청송도호부(현 청송읍) 동쪽에 있다는 이유로 부동면으로 바꾼 지 100여 년 만이다.아직도 동서남북 방위에 기초한 일본식 지명이 수두룩하다. 1946년 행정지명 개편 당시 그 흔적이 남은 데다 1963년 시행된 분구(分區) 체제에도 이런 방식이 그대로 이어졌다. 지명 변경에 따른 혼란만 줄인다면 언제든 지명도 바꿀 수 있다. 우리 삶의 터전인 이 땅의 정주 여건 등 경쟁력을 더 높인다면 더 바랄 게 없다.

2018-12-07 06:30:00

[관풍루] 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사태 빈발

○…많은 국민의 이해가 걸린 정부의 중요 정책들이 대통령 한마디에 손바닥처럼 뒤집히는 사태 빈발. 북한의 '최고 존엄'과 친하게 지내더니 좋은 걸 배웠군!○…이낙연 국무총리 취임 후 첫 구미 경제인 간담회에서 지역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은 초청 대상에서 제외해 말썽. 그들은 '경제를 모른다'는 말씀?○…의정비 10여 년째 동결한 지방의회가 소재한 안동·울진·고령이 국민권익위 '청렴도 측정'에서도 꼴찌 지자체 명단에서 탈출. 우연일까 필연일까….

2018-12-07 06:30:00

임상준 경북부 차장

[청라언덕] 사투리의 품격(品格)

대학 시절 남도에서 상경한 동무와 실랑이를 벌인 적이 있다. 친구는 조선시대는 전라도 말이 표준어였다는 논리를 폈다. 경상도 짝꿍과 함께 단번에 '머라카노'로 응수했다. '경상도' 사투리가 임금이 사용하는 언어였다고 큰소리쳤다.골치 아픈 상소가 거듭 있으면 "제발 쫌(그만 좀 하시오)"이라 했으며 중전에게는 "밥 뭇나, 아는, 자자"라고 속삭였다고 우겼다. 부부싸움이라도 할라치면 "가스나, 자꾸 이 칼래, 치아라 고마"로 꼰대 남편임을 스스로 자임했다는 억지도 곁들였다. 어쨌거나 지방에서 올라온 서울 새내기들의 사투리 자존심이 벌인 일화로 기억된다.경상도 사투리가 전국에서 먹힐 때가 있었다. 경상도 말을 쓰면 사윗감으로 80점은 먹고 들어간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왔다. 수십 년간 TK(대구경북) 정권을 가지면서 국가 요직 등은 TK 인사들이 꿰찼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요즘은 경상도 조폭들의 걸걸한 사투리도 스크린에 걸리고 전파를 탄다. 말의 흥망성쇠는 곧 그 지역의 부침과도 연관이 있다는 점을 실감케 한다.라틴어(교황청 공용어)는 현대의 영어에 필적할 정도로 번성했다. 현재는 교황청 바티칸의 언어로 통하며 극히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 규칙이 많고 외울 게 많아 언어의 경제성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라틴어는 여전히 품격 높은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다양한 격 변화가 철저한 규칙 속에 이뤄지는 까닭에 '신의 말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언어'란 찬사가 붙는다.언어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소쉬르는 '언어 가치'(linguistic value)란 개념을 설파했다. 각 낱말의 대립에 의해 낱말의 언어 가치가 보장된다고 봤다. 화폐에 비유하자면 10원짜리 동전은 100원짜리나 5원짜리 같이 높거나 낮은 동전과 대비된 위치에 의해 가치를 지닌다.이는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사투리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한다. 이 지사는 "경상도 사람은 진짜 뛰어나다. 사투리도 잘 쓰고 표준말도 잘 알아 듣는다"는 농담을 자주한다. 지난 경북도 국정감사 때는 일부러 사투리를 섞어 쓰기도 했다. 그만큼 경상도 말의 가치를 올리려 노력한다. 잃어버린 경북을 되찾겠다는 투지(?)가 말에 녹아 있다.말이 행동을 규정한다는 소쉬르의 주장처럼 사투리로 투영된 경북의 기질이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여는 데 일조했다고도 할 수 있다. 경북은 한반도에서 처음 통일국가(신라)를 세웠고, 낙동강 전투를 승리로, 새마을 운동으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경북의 위상이 현재보다 더 추락한다면 '우리 사투리'가 품격을 깎아먹는 말로 치부될 수 있다. 나라가 흥해야 말이 흥하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쇠퇴할수록 우리의 기질도 잃게 된다.하지만 라틴어처럼 도백은 도백답게, 도민은 도민답게 각자 주어진 역할에 맞게 행동한다면 경상도 말은 품격 높은 언어로 경북 기질을 계승하지 않을까. 나아가 대통령도, 민정수석도, 대법관도, 광주시장도, '~답게'를 할 때 대한민국의 격도 저절로 올라갈 것이다. 사투리의 품격을 기대한다.

2018-12-06 17:47:44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색(色)의 위력

'명상록'을 남긴 로마의 철인(哲人)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영혼은 생각의 색으로 염색된다'는 말을 남겼다. 곳곳에 있으면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고 알게 모르게 감정과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색(色)의 개념을 간파한 명언이다.자연에서 비롯된 색은 19세기 인공합성 안료가 개발된 이래 다양하고 화려한 색채의 변주를 이어왔다. 모든 기업은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때 어떤 색으로 포장해서 소비자의 눈길과 관심을 이끌어낼지에 대해 고민을 한다. 색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이른바 '컬러 마케팅'(Color Marketing)이다.컬러 마케팅은 1920년대 미국에서 남성 위주였던 검은색 만년필에 빨간색을 입혀 여성층을 공략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시원한 맛의 음료수를 파란색 병에 담고 새콤한 맛의 음료는 노란 용기에 담는 것도 컬러가 지닌 스토리를 제품의 특성과 결합시킨 것이다. 유통업계를 거쳐 전자통신업계를 석권한 컬러 마케팅은 이제 정치권으로도 확산되었다. 현대 정치에서는 각 정당도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 속에 정치적 지향성과 지지자들과의 일치감이 내포되어 있다.더불어민주당은 파란색이고 자유한국당은 빨간색이며 정의당은 노란색이다. 민주당이 노랑에서 파랑으로 바뀌고, 레드 콤플렉스가 있는 한국당이 파란색을 버리고 빨간색을 택한 것을 보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색의 상징성도 변한다는 것을 실감한다. 색의 파워는 지구촌 곳곳에서 실증되고 있다. '흰 두건'을 쓴 아르헨티나의 어머니회, 태국의 '옐로 셔츠'와 '레드 셔츠' 시위대, 폴란드의 '검은 시위', 미국의 '핑크 모자 시위', 홍콩의 '노란 우산 시위' 등이 그랬다.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거침 없는 개혁 드라이브를 펼치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유류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색 물결에 서민과 중산층까지 동참하며 반정부 시위로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일방통행이 횡행하는 오늘 한반도에는 무슨 색깔이 빛을 잃었고 또 어떤 색깔이 득세하고 있을까?

2018-12-06 06:30:00

[관풍루] 청와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제안과 함께 답방 시나리오 검토 등 사전 작업중이라고

○…청와대, 연내 김정은 서울 방문 제안과 함께 답방 시나리오 검토 등 사전 작업 중이라고. 단김에 쇠뿔 뽑다 그릇까지 뒤엎는 실력, 아직 여전하네.○…역대급 '불수능' 평가 속 올해 수능 '국어' 만점자 52만 명 중 고작 148명, 2005년 이후 최고난도. 세종대왕도 입 딱 벌릴 어려운 국어, 대체 어디 쓰려고….○…국세청, 올 들어 고액상습 체납자 재산 추적해 1조7천억원 체납 징수. 죽음과 세금은 아무도 피할 수 없댔는데 끝까지 발버둥 치는 요지경 세상사.

2018-12-06 06:30:00

배성훈 디지털국장

[데스크칼럼]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

모든 영·유아에게 혜택을 주는 무상 보육은 벌써 실행 중이며 아동 수당도 도입하기로 결정됐다. "낳기만 하면 나라가 키워주겠다"는 구호는 이미 귀에 익은 말이다. 하지만 "애 낳는 것보다 키우는 게 더 무섭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현재 국민들이 갈망하는 세상은 '아이를 낳고 싶은 나라, 아이를 기르고 싶은 나라, 아이를 교육시키고 싶은 나라'이다. 우리 국민의 바람은 매우 소박하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낳을 수 있는 나라,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아기를 양육·보육·교육시킬 수 있는 나라를 원하는 것이다.더 이상 현장 보육 관계자들의 노력만으로 국민의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는 보육 환경을 조성할 수는 없다. 보육의 과제가 보육 관계자들만의 과제가 아니라 국가적 과제라는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책을 수립하고 추진할 적기에 이르렀다고 본다.그동안 보육의 공공성 강화에 대한 국가의 확고한 의지와 실천 의지를 보인 정부가 있었다면 좋은 결과가 있었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보육 교육 최종 달성 목표는 공보육 40% 완성과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정립이다. 그 어느 정부보다 문 정부의 보육에 대한 공공성 강화 의지는 확연히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문 정부의 보육 공공성 관련 의지는 다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보육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의지이고, 다른 하나는 보육 교육을 인구절벽 해소의 도구로 활용하겠다는 의지이며, 마지막으로 보육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목표 설정이다. 이 목표 설정 의지는 임기 내에 국공립 보육기관 40% 목표 달성을 제시하면서 일·가정양립지원체계 완성을 통한 청년실업 극복과 초저출산 극복을 이루어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문 정부가 공보육 40% 달성을 위해 국공립 확충을 위한 공공성 강화 정책을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보육 공급 주체의 85% 이상은 민간·가정 어린이집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즉 보육의 공공성 강화가 국공립 확충에만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공급 주체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공공성 강화 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만 국가 책임 보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민간가정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의 핵심 과제는 보육료의 현실화이다. 보육료 현실화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 처우 개선 등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보육료 현실화는 먼저 현재 무상보육 정책의 주요 목표를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여 운영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 것으로 해야 한다. 민간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인건비 보조, 민간 어린이집 환경개선비, 보육 직원의 근무환경 개선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시에 질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이미 최저임금조차 반영 못하는 비현실적인 보육비의 현실화는 보육의 질과 직결되어 있다. 보육에는 국가의 과거 현재 미래의 과제가 공존하며 동시에 국가의 생존 성장 번영의 전략이 숨어 있다. '아이들은 사회가 함께 돌보며 키워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를 굳건히 하는 계기를 만들어 우리나라가 진정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2018-12-05 18:17:17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대통령들의 인사스타일

한 전직 정무 실장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생일을 맞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전 전 대통령은 꽃바구니를 들고 찾아온 한 전직 정무 실장을 앉혀 놓고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했다. 사람이 그리웠는지, 정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는지 대화는 4시간을 넘겼다.다행히도 전 전 대통령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 한참을 웃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인재 등용을 설명한 부분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대통령에 당선되고 사흘쯤 지났을 때부터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어졌지. 그런데 한결같이 영어는 물론 독어·불어까지 섞어 가면서 자신들이 구사할 수 있는 최고 유식한 말로 보고를 하는 게 아니겠는가. 자네도 알다시피 평생 군대에만 있던 내가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근엄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고개만 끄덕이고 있었지. 그러다 한 보름쯤 지나니까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네. 아무것도 모르고 고개만 끄덕인 것을 본 장·차관들이 앞다퉈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닌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개각을 단행했네. 그런데 또 내가 어떻게 전문가들을 선별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생각했네. '3심제'를 도입하자고. 요지는 이렇네. 과학기술 분야 장관의 경우 국내 최고 전문가 그룹에서 9명을 추천받고, 그 9명을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검증해 3배수로 압축하는 걸세. 또다시 다른 전문가 그룹에서 최종 1명을 선정해 장관에 임명하는 거지. 발탁된 장관과 처음 만나서는 '나는 자네를 모르지만, 자네를 추천한 사람은 항상 자네를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게. 다만 모든 역량을 자네에게 몰아줄 테니 혹시나 내 이름을 팔면서 정책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수시로 명단을 제출해 주시게. 바람막이가 돼줌세'라는 말을 힘주어 전했네."정무 실장이 놀란 대목은 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무식함'을 드러냈고 이를 기꺼이 보완했다는 것이다.현직 대통령에게 눈을 돌려보자. 최근 해외순방길에 오르면서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간담회를 했으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등 민감한 문제는 일절 질문받지 않았다.대통령으로서의 독선인지, 전문가 그룹에서 논의 중인 사안이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후자이길 바랄 뿐이다. '국가 주요 정책도 영화 한 편 보고 뒤집어 버린다'는 이미지를 가진 대통령이기에 후자를 바라는 마음은 더욱 간절하다.

2018-12-05 16:08:05

[관풍루] 국군 25사단 훈련하다 오발로 인근 부대 영내 유류 저장소 옆에 박격포탄 날렸다고

○…국군 25사단 훈련하다 오발로 인근 부대 영내 유류 저장소 옆에 박격포탄 날렸다고. 자살골도 유분수지, 포탄조차 피아를 가리지 못하는군!○…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 관련 '조국 엄호'에 나선 민주당 의원 '묵묵히 국민의 명령만 기억하라'고 역성. 그 '국민'의 뜻이 아리송.○…한국가스공사 등 대구로 이전한 9개 공공기관, 타지역 혁신도시에 비해 지역인재 채용 실적은 낙제점. 그걸 두고 '몸 따로 마음 따로'라고 하지….

2018-12-05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질문 받지 않는 대통령

"대통령 각하, 귀하는 공산주의자입니까?" "아닙니다" "그럼 자본주의자입니까?" "그것도 아닙니다" "그럼 사회주의자이신가요?" "(도대체 왜 이런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아닙니다" "그러면 각하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철학이라? 나는 기독교인이고 민주주의 신봉자입니다. 그게 다요!"루스벨트 대통령과 기자의 질의응답 내용이다. 미국의 대통령 기자회견은 이렇게 '살벌한' 장면이 자주 연출된다. 기자들이 질문 대상과 내용에 '성역'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미국 정부가 기자들을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감시하는 '워치독'(watchdog·감시견)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아리 플라이셔는 백악관 출입기자단은 백악관의 일부이며, 불편하고 긴장된 때가 있을지라도 모든 정부는 워치독이 필요하다고 했다.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오바마 전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말은 이러한 철학을 잘 보여준다. '저는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겼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들이 쓴 기사를 즐겼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게 바로 이 관계의 특징이죠…여러분은 저한테 곤란한 질문을 해야 하는 분들입니다. 여러분은 칭찬이 아니라 엄청난 권력을 쥐고 있는 인물에게 비판적 잣대를 들이댈 의무가 있는 분들입니다. 우리를 여기로 보내준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도록 말입니다.'이것이 미국 민주주의가 건강한 이유의 하나다. 그런 점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에 질문 기회를 주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은 미국 민주주의에 큰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문재인 대통령이 2일 뉴질랜드로 가는 전용기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국내 현안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외교 문제만 물으라"며 답변하지 않았다. 답변하기 곤란한 질문은 받지 않은 것이다.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10명의 대통령을 취재했던 여기자로 2010년 타계한 헬렌 토머스는 "기자들이 질문하지 않으면 대통령은 왕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 질문을 받지 않는 대통령은? 마찬가지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2018-12-05 06: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스포츠 신화의 몰락

야구는 어떻게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됐을까. 컬링이 올해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이유는.야구와 컬링은 경기 내내 빠른 두뇌 회전을 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머리가 좋아야 하는 운동이다.우리 국민은 머리가 좋기에 야구를 좋아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급속히 알려진 컬링은 머리를 굴리는 국민 정서에 부합했다. 두 종목은 올림픽 메달로 민족적 자긍심을 높였다. 야구와 컬링을 보는 관람객들은 치열한 두뇌 싸움에 빠진다. 공 하나하나에, 스톤이 손을 떠날 때마다 경기 상황이 달라지기에 집중해야 한다. 이는 자신과의 도박이다. 나는 이렇게 던지고 치길 바랐는데. 성공과 실패가 순간순간 반복된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관람한다.보는 사람이 이럴진대 선수, 감독 등 종사자들의 머리 회전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두 종목 종사자들이 머리를 너무 많이 굴렸을까. 올해 야구 국가대표팀과 컬링 '팀킴'이 국민 인기를 제 발로 걷어찼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 성공 신화를 만든 '국보 투수' 선동열과 김경두 경북컬링훈련원 원장은 불명예에 신음하고 있다. 그들 삶의 뿌리가 뽑혀 나간 형국이다.스포츠의 가치를 보는 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성적으로 대변되는 스포츠 신화 탄생은 이제 국민 안중에 없다. 성공을 가늠하는 잣대가 성적(메달)이 아니라 공정한 과정으로 바뀌었다. 여기에 인권과 투명한 돈 처리란 항목이 가세하면서 스포츠계의 기존 방식을 박살 내고 있다.한국 스포츠의 세계화를 이끈 성과주의 스포츠의 몰락이다. 일정한 인권 제한과 자유로운 돈 처리가 성과주의의 바탕이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선동열은 선수 시절의 영광과 삼성 라이온즈 감독으로 거둔 업적을 올해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감독을 역임하면서 모두 잃어버렸다.물론 일부 평가이지만, 선 감독은 선수를 부정 선발해 형편 없는 대회의 금메달을 땄고, 선수들이 군 면제를 받도록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선 감독은 소신껏 감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으나 무지한 정치권 추궁과 KBO의 책임 전가에 결국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 보장된 감독직을 자진해서 사퇴했다.컬링 신화의 산증인 김경두 원장 가족은 팀킴이 던진 호소문에 파렴치한 집단으로 전락하고 있다. 20여 년간 애써 일군 그들의 업적은 이미 풍비박산 났다.김경두 원장 가족에 대한 팀킴의 호소문 사태는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면서 감사 중이다. 김 원장은 맨땅에서 가족 중심으로 살림을 일구다 보니 현재 시점에서 요구하는 인권과 투명함을 지키지 못했을 수도 있다. 더불어 올림픽 후 선수단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선수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좀 들여다보면 팀킴의 호소문은 따져봐야 할 대목들이 있다. 그들에게 컬링을 가르쳐 안정적인 직장과 올림픽 연금 등 큰돈을 안긴 스승에게 던진 호소문은 배은망덕한 행위로 비칠 수 있다. 팀킴이 평창 대회 후 치솟은 인기와 유명세에 사로잡혀 초심을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김경두 원장은 팀킴을 희생양으로 보고 있다. 그는 어떤 목적을 가진 세력이 팀킴의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선동열 감독은 왜 오지환과 박해민을 뽑았고, 팀킴은 무엇을 위해 호소문을 냈는지 진실은 감춰진 느낌이다.

2018-12-04 19:23:44

[관풍루] 있던 '새마을'을 없애려 하던 장세용 구미시장이 없던 '관사'는 부활시키려 해 논란

○…있던 '새마을'을 없애려 하던 장세용 구미시장이 없던 '관사'는 부활시키려 해 논란. 유일하게 관사를 쓰는 대구경북 유일의 민주당 시장이 되겠네!○…226억원 들여 조성한 대구출판지원센터가 출판 지원은 나몰라라 하고 딴 사업에 더 치중. 이름을 '대구딴판지원센터'로 바꾸면 어울리겠군….○…대구국제공항 주차 요금 16년 만에 최대 50% 인상. 항공 수요는 늘어나고 공항 인근 불법 주차 단속은 강화됐으니 '배짱 장사'로 나가겠다는 말씀.

2018-12-04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청와대 민정수석

2003년 3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평검사 대표 40명과 '검사와의 대화'에서 검찰 개혁을 두고 토론했다. 김영종 수원지검 검사가 노 대통령에게 "취임 전 부산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하신 적 있다. 그때는 왜 전화하셨느냐"고 물었다. 노 대통령은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죠"라며 "청탁 전화가 아니었다. 그 검사를 입회시켜 토론하라면 하겠다"고 했다.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간담회에 배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저서 '운명'에서 "목불인견이었다. 오죽했으면 '검사스럽다'는 말까지 나왔을까"라고 밝혔다. 검찰 등 사정 라인을 맡고 있고 검찰 개혁 총대를 멘 민정수석으로서는 검사와의 대화 자리가 곤혹스러웠을 것이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문재인 민정수석은 대통령이 됐고, 김 검사는 자유한국당 중앙윤리위원장이 됐다.청와대에 수석이 여럿 있지만 가장 힘이 센 자리는 민정수석이다.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올라오는 정보가 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에게 직보된다.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정보를 독점하는 까닭에 힘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총리, 장차관 등에 대한 인사 검증도 민정수석이 맡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명한 문재인 민정수석처럼 대통령이 가장 신임하는 사람에게 민정수석을 맡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힘이 세지만 그만큼 위험 부담도 많아 민정수석으로 유종의 미를 거둔 사람은 드물다. 박근혜 정권만 봐도 그렇다. 곽상도 수석은 4개월여, 홍경식 수석은 10개월 만에 부실 인사 검증 여파로 퇴진했다. 김영한 수석은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 파문 속에 이른바 '항명 사태'로 8개월 만에 청와대를 떠났다. 무소불위의 힘을 휘둘렀던 우병우 수석은 영어(囹圄)의 신세가 됐다.청와대 민정수석실을 둘러싼 비위 의혹이 연일 제기되면서 조국 민정수석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야당들은 조 수석이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먼저 사의를 표함으로써 대통령의 정치 부담을 덜어 드리는 게 비서 된 자로서 올바른 처신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권은 바뀌었는데도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똑같다.

2018-12-04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세풍] 누가 이들을 불러내랴

'김연수·박만규·박수의·이춘수·정칠성·현계옥….' '강두안·박제민·박찬웅·서진구·이상호·이원현·이준윤·장세파·조형길·최수원….'이들의 공통점은? 대구 청사(靑史)에 길이 빛날 인물이다. 혹 낯익은 이라도 있는가? 이미 널리 알려진 이름도 있겠지만, 아마도 처음 듣거나 낯설 듯하다. 앞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으로 이름을 새긴 대구의 여성들이다. 뒤는 1940년대 항일로 감옥에서 또는 풀려난 뒤 고문 후유증 등이 겹쳐 광복 전후 순국, 하늘의 별이 된 대구의 젊은이들이다.더 있다. 김진만-영우-일식의 3대(代)와 김태련-용해, 이현수-정호·동호의 부자(父子)들에다 김진만·진우, 백남채·남규, 이경희·강희, 이상정·상화, 서상규·상락·상일·상한, 정운일·운기, 현정건·진건 등 형제들이다. 권기옥·이상정 같은 부부에다 숙질(아재와 조카)의 이시영과 이인, 사돈인 윤상태·정운기와 이경희·정운일도 있다. 독립자금 마련을 위해 부자인 아버지(서우순)를 덮친 거사에 나섰다 효(孝)의 도리에 갈등하다 자살한 서상준 같은 삶도 있다. 독립유공자도 숱해 대도시에서 서울(401명) 다음(155명)이 대구다.또 대구를 먹칠한 박중양, 아버지(서상돈) 이름을 망친 서병조, 총명한 시인(이장희)을 요절로 내몬 비정한 아버지(이병학), 항일의 아들(윤우열)과 엇길이었던 아버지(윤필오), 자신의 제자조차 고문한 일제 경찰 최석현과 악명의 고등계 형사 서영출처럼 매국과 친일 행적으로 얼룩진 오명(汚名)도 적잖다.이들은 광복회 대구지부에서 최근 펴낸 '대구독립운동사'에 그대로 살아 있다. 책에는 더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아무런 울타리도, 뒷 보장도 없이 배움의 학생에서 차별에 울었던 기녀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항일의 한 역할을 맡거나, 반대편에서 일제 앞잡이의 변절자와 밀고자까지 뭇 군상이 지난날을 증언한다.대구는 바로 이들 항일 인물 덕분에 용광로였다. 독립과 항일에 보탬이면 뭐든 관용해서다. 어떤 장애도 없었다. 일찍 신라의 개방적 문화가 흘렀던 만큼 숱한 사조가 수용됐고, 다른 데로 퍼뜨렸다. 이런 흐름은 광복 이후까지 이어져 2·28 학생의거와 같은 역사가 이뤄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학계 자료도 그렇다.소위 '진보지표'를 잣대로 한 연구자료(손호철)는 좋은 사례다. 일제, 해방정국, 1952·1956·1963년 대선, 1960년 총선을 따졌더니 경북 특히 대구의 진보 수치는 뚜렷했다. 대구가 낀 경북의 진보지표는 다른 도(道)보다 월등했다. 주요 도시별 비교에서도 대구는 역시였다. 대구와 경북은 항일 시대 이후 줄곧 열렸지 결코 갇히고 닫히지 않았다.이런 대구가 어느 순간, 오해받으니 안타깝다. 지난달 대구사랑운동시민회의의 토론회에서는 대구가 마치 영화 속 범죄 도시를 빗대 '대구는 고담 도시'라는 편견이 떠돈다고 걱정했다. 대구를 빛낸 앞선 인물만 봐도 그런 오해는 절로 풀릴 만하다. 그래서 이들을 책에만 묻어둘 수 없다. 세상 밖으로 불러내 목소리를 내게 하자. 맨몸으로 독립의 밀알이 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광복을 일궈낸 용기를 배워 대구를 바꾸자.이들을 알고 기릴 곳은 대구요, 바로 대구 사람이 아니던가. 우리가 아니면 누가, 어디서 이들의 목소리를 듣겠는가. 이제 우리가 이들을 부르고,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2018-12-04 06:30:00

[관풍루] 문재인 정권 지지율 반토막나면서 여권에 위기감 고조

○…촛불정부를 자임하며 20년 집권을 공언하던 문재인 정권 지지율이 반토막나면서 여권에 위기감 고조. 20년 타올라야 할 촛불이 벌써 시들면 어쩌나….○…'지진 연수'를 명분으로 '유럽 관광'을 즐기고 온 포항시의회 의원들, 알고보니 일정변경에 문전박대까지. 제발 지방의회의 품격 좀 올립시다.○…청와대 직원들의 잇단 일탈행동으로 공직기강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목소리 비등. 비판할 땐 면도날 같더니 입장 바뀌니 꿀먹은 벙어리인가?

2018-12-03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원전과 죽음의 상인

"화학이니 전기니 하는 것은 필요 없어. 돈더미에 올라앉고 싶으면 유럽놈들이 서로 작살낼 수 있는, 그런 물건을 만들어야지." 발명가 하이럼 맥심(1840~1916)은 1882년 미국 친구에게서 삶의 지표를 바꿀 만한 충고를 들었다.전구의 발명 특허를 두고 에디슨과 싸웠던 맥심은 돈을 위해 사람을 죽이는데 가장 효율적인 무기를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렇게 탄생한 '맥심기관총'으로 인해 순식간에 수백, 수천 명을 죽이는 대량살상의 시대가 시작됐다. 그 대가로 맥심은 '죽음의 상인' '학살의 발명가'라는 별명을 얻었다.가장 잘 알려진 '죽음의 상인'은 노벨상을 제정한 알프레드 노벨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해 거부가 된 노벨은 1888년 프랑스 한 신문에 잘못 보도된 자신의 부고 기사를 보게 됐다. '죽음의 상인이 죽다, 사람을 더 많이 더 빨리 죽이는 방법을 개발해 부자가 된 인물….' 이 신문은 그의 형 죽음을 착각해 오보를 냈지만, 노벨이 이 기사에 충격받아 노벨상을 제정했다는 설이 유력하다.'죽음의 상인'은 전쟁을 부추겨 무기를 제조·판매하는 장사꾼은 물론이고, 공해산업을 후진국에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사업가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 최대의 산업재해는 '원진레이온 사건'이다. 신경독가스의 원료인 이황화탄소 중독으로 2012년까지 940명이 직업병 판정받고 150명이 사망했다. 1960년대 초 일본에서 건너온 이 기계설비는 1993년 한국 공장 폐업 후에는 중국에 수출돼 가동되고 있으니 끔찍하다. 미국·독일의 석면공장이 1970, 80년대 한국에서 가동됐다가 최근 동남아에 다시 수출된 것도 비슷한 사례다.문재인 대통령이 체코에서 원전 수출 세일즈를 벌인 것은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한국에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전 축소 정책을 펴왔고, 체코에서는 '한국 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운영·관리 경험을 보유했다'고 홍보했다. 우린 싫지만, 버리기는 아까우니 남에게 팔겠다는 의미다. 어찌 보면 한국은 공해산업 혹은 위험산업을 수출하는 비양심적인 국가가 될 판이다. 생명을 담보로 이득을 챙기는 '죽음의 상인'은 먼나라 얘기가 아니다.

2018-12-03 06:30:00

이춘수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국민들이 속지 말아야 할 것들

시중에는 '문재인발(發) 고난의 행군'이 회자하고 있다.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들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소비 부진과 경제 위축에 곡소리를 내고 있다. 공단에는 공장 임대나 매매 딱지가 만국기 휘날리듯 곳곳에 날리고, 사람들로 들끓던 도심의 상가들도 세입자 찾기에 혈안이다.국민들은 언제까지 문재인발 고난의 행군을 견뎌야 하는지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데 더 불안하고 답답하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이론가였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통해 한국의 경제 불평등을 진단했다. 그는 국민소득 3만달러를 눈앞에 둔 고도의 경제성장 이면에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를 거치며 '원천적' 분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했다.이런 이유로 장 전 실장은 미래 주역인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수많은 강연을 하면서 '분노하라'고 요구했다.문재인 정부는 경제에 관한 한 입을 열 때마다 '가짜 뉴스'를 생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경제 참모들은 우리 경제가 재벌 중심 경제라서 국민의 삶이 고단하고, 성장이 정체되고, 재난적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론을 들고나왔다.과연 한국은 재난적 양극화 사회인가? 소득 분포를 재는 보편적 지표인 지니계수(Ginis coefficient·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함)를 보자.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한국은 2017년까지 OECD 20개 국가 중 소득의 지니계수가 두 번째로 작은 나라다. 즉 빈부 격차가 시장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인 것이다. 다만 세금 내고 가처분소득만을 따지면 OECD 국가 중 중간쯤이다. 올해 다보스포럼의 보고서에서도 독일, 프랑스, 일본, 한국 순으로 지니계수가 낮게 나와 있다.또 다른 허위가 있다. 현 정부 경제 설계자들은 과거 보수 정권의 친기업 신자유주의가 소득 격차를 확대시키면서 양극화를 심화시켰다고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지니계수가 지속적으로 올라갔고,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상위 10%의 시장 소득은 줄어들고 하위 10%는 늘어났다. 시장 소득에서의 격차도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가계 자산은 어떻게 됐나.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가계 순자산은 최상위층인 5분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3분위 중산층의 자산이 가장 많이 늘었다. 자산으로봐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또 대기업 이익 독점이 노동시장 양극화의 원인인가? 대기업이 이익을 다 가져가서 임금 배분이 잘 안 되고 있다는 J노믹스(문재인표 경제정책) 신봉자들의 주장도 허위다.현 정부가 바라는 국가는 임금 배분율은 높고, 소득 격차는 작은 나라다.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이 이런 나라다. 그런데 이들 나라는 부실한 경제로 신음하는 나라다.대기업 보고 국가경제를 다 책임지라는 사회는 없다.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기업하고, 이에 부수적으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다.성장 없는 분배와 고용은 없다. 재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저소득층과 청년 세대, 자영업자 등 이른바 약자를 위한다는 현 정부가 정작 약자들을 힘겹게 하는 정책을 편다면 장 전 실장의 주장대로 국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2018-12-02 19:35:01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한 초부의 구미 사랑

"구미라는 말에는 '붓다' 즉 부처라는 뜻이 깃들어 있습니다."구미 금오산 정상의 모습을 일컫는 '와불상' 또는 '거인상'을 두고 필자가 쓴 '야고부'(11월 5일 자)를 보고, 구미에 사는 이종원(82) 전 구미문화원 이사는 긴 설명과 함께 구미의 지명에 얽힌 흥미로운 내용을 전했다.과거 문화원 일을 보면서 16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모아 2009년 '구미의 지명 유래'라는 44쪽짜리 자료집까지 냈다는 그는 지금의 구미(龜尾)는 1914년 일제강점기 때부터 썼고 그 이전에는 '仇彌'였다고 했다.고려(989년)부터 조선(1896년)까지 뭇 사료에 나오는 구미(仇彌)는 인도 출신 가야 왕후 허황옥이 이 땅에 온 것처럼 불교 역시 북쪽으로 들어오기 전 남쪽에서 먼저 온 만큼 인도 범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붓다' 즉 부처를 뜻하는 한자인 불(佛)이 없던 터라 구(仇)를 썼을 것이라 추정했다. 옛날 가야와 백제, 신라의 왕과 왕족들에 구(仇)가 여덟 번이나 쓰인 것도 지금처럼 원수의 뜻인 구(仇)와 달리 붓다를 의미한 때문이라 덧붙였다.따라서 과거 저명 사학자처럼 '신라 이두문자로 뜻이 없어 구미(仇彌)를 구미(龜尾)로 바꿨다'는 주장은 믿기 어렵고, 당시 일본 사전의 원수(仇)란 풀이 탓에 멋대로 거북(龜) 글자로 바꾼 일제의 잘못을 이제라도 제대로 유래를 따져 걸맞은 이름을 찾을 때라 강조했다.스스로 '나무하는 늙은이'라며 '초부'(樵夫)라 밝힌 그는 "옛 구미 이름에 깃든 사연과 금오산 정상의 부처 모습에다 이후 산업화 시절 구미의 역할까지 따지면 구미는 예사 고을이 아니다"라며 자신의 고장에 대한 자부심마저 감추지 않았다.그의 이야기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필 일이다. 그러나 한 초부의 사연을 굳이 꺼낸 까닭은 자신의 고장을 아끼고 역사를 알려는 관심이 놀라워서다. 16년 발품으로 책자까지 낸 초부의 정성과 사랑은 결코 만만히 볼 일이 아니다. 어느 시인의 노래를 빌려 '한 초부가 있어 구미는 다행입니다'라고 하면 지나칠까.

2018-12-01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플라스틱의 역습

인류의 문명이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를 거쳤다면 현대는 플라스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플라스틱 없는 현대 문명이 존재할 수 있을까. 불가능할 것 같다. 일상용품이 모두 플라스틱 아닌 것이 없고, 첨단과학 소재 또한 플라스틱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이 쓴 '플라스틱 사회'는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플라스틱과 연결되어 있는지 실감 나게 한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란 한국어판 부제 그대로이다.이렇게 우리 현대인들의 삶과 깊게 닿아 있는 플라스틱의 합성과 진화는 어디까지일까. 그러나 문제는 이처럼 곳곳에 존재하며 우리에게 물질적 풍요와 일상적 편리를 보장해온 플라스틱 또한 환경문제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마구 쓰고 함부로 버리는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고 있는 현실에 이제야 인류가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는 저절로 분해되지 않는다. 따라서 인류가 지금까지 생산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은 어떤 형태로든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땅 밑에 묻혀 있거나 바닷속에 떠다니거나…. 해마다 전 세계의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00만t에 이른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앞바다에서 발견된 죽은 향유고래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컵 115개와 생수병 4개, 비닐봉지 25개가 나왔고, 전북 부안 앞바다에서 잡힌 아귀의 배 속에서 플라스틱 페트병이 나온 게 우연한 일이 아니다.20여 년 전 내분비 교란 화학물질 연구의 권위자인 테오 콜본 등이 쓴 역작 '도둑맞은 미래'가 환경호르몬의 위험성을 경고했을 때도 '설마…'라는 반응도 적잖았다. 플라스틱 또한 환경호르몬처럼 이제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의 위험이 되었다. 분해되지 않고 잘게 부서진 미세 플라스틱이 어떤 경로를 통해 이미 우리의 식탁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플라스틱과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한 시기가 닥쳤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는 지구가 일회성의 낭비적인 플라스틱 문화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2018-11-30 06:30:00

[관풍루] 국회 유인태 사무총장, 국회가 '안면으로 30년 넘게 용역을 준 단체' 사례 거론하며 기득권화된 관행 등 지적

○…국회 유인태 사무총장, 국회가 '안면으로 30년 넘게 용역을 준 단체' 사례 거론하며 기득권화된 관행 등 지적. 국민, 국회가 세금 갖고 30년 '용역질' 잘했군!○…김의겸 대변인, 청와대 기강 문제에 "그래서 임종석 비서실장이 직원들에게 자성 촉구 메일 보냈다"고 소개. 참모들, 휴전선 기강도 잡았으니 잘 먹히겠지?○…유승민 국회의원, 28일 대학 특강을 시작으로 존재감 부각 활동 돌입. 대구경북인, 확 깎인 예산에 대구경북은 한 푼 더 따려 난린데 한가롭게 웬 신선놀음.

2018-11-30 06:30:0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청와대 통신] 정답 발표는 언제?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해외 순방을 떠나기 직전 경제 부처 장관들에게 숙제를 잔뜩 던졌다.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영업자 지원 대책 마련을 지시한 것이다.문 대통령은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카드수수료 완화 및 중소상공인 금융지원 확대 대책을 지시한 데 이어, 닷새 만에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을 또다시 주문했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홍 장관 모두에게 숙제 내용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필수 조건을 듬뿍 달아놨다. "모든 대책은 현장에서 체감하고 실질적 도움이 돼야 하며, 속도감 있게 진행돼야 한다"는 지시를 덧붙였다는 것이다. 꼼꼼한 성격의 문 대통령은 해외 순방 직전에는 일정을 줄이고 순방 준비에 몰입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 순방의 경우, 출국 직전 '민생 경제 현안'에 대한 대책 마련을 직접 지시하는 이례적 행보를 보였다.2020년 총선 준비에 시동을 걸어야 하는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물론, 총선에 나갈 잠재 후보군이 즐비한 청와대 사람들도 '20대(이), 영남(영), 자영업자(자)'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이른바 '이·영·자' 현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순방 직전 문 대통령이 숙제를 떨어뜨린 것도 이런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정치·경제·사회학자인 프레드 블록(Fred Block)은 국가의 역할과 관련해 '국가경영자'(State Manager)라는 개념을 주목했다. 국가는 '기업의 자신감'(Business Confidence)을 확보해 주는 일에 최우선으로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블록은 기업의 자신감이 떨어지면 투자율이 하락하고, 그로 말미암아 일자리가 사라지게 되며, 그만큼 정치체제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저하돼 집권 세력의 불안정으로 직결된다는 이론을 내세웠다.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28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산자부가 '기업의 기 살리기'에 정책의 방점을 찍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의 기가 살아나고 기업 내부에 자신감이 생기면 경제는 저절로 좋아지고, 고공행진했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도 다시 회복된다는 의미다. 책에도 나와 있고, 갓 창업한 경제인들까지도 모두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답. 문재인 정부는 정답 발표를 언제쯤 할까?

2018-11-29 19: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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