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남 탓'만 하는 문 정권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나오는 얘기다. 리디아의 왕 크로이소스는 델포이 신탁(神託)을 받아보고 페르시아를 공격했다. 신탁은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로 출병(出兵)하면 대제국을 멸망케 할 것이다"였다. 그러나 크로이소스가 페르시아에 패해 리디아는 페르시아의 속주로 전락하게 된다.이에 크로이소스는 신을 탓했다. 그러나 델포이 무녀(巫女)의 대답은 가혹했다. "신탁은 대제국을 멸망케 할 것이라고만 했을 뿐이다. 크로이소스가 신중하게 생각했다면 대제국이 페르시아인지 리디아인지 물었어야 했다. 신탁의 뜻도 모르고, 살펴보지도 않은 자신에게 죄를 돌리는 것이 옳다."이 이야기에 내포된 의미는 분명하다. 자신의 결정과 행동은 온전히 자기 책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델포이 무녀의 말은 '거짓 신탁'에 대한 교활한 변명일 수도 있다. 그렇다 해도 '대제국'이 페르시아라고 제멋대로 해석하고 확신한 잘못은 온전히 크로이소스의 몫이다.히틀러가 독소전쟁에서 패한 책임도 마찬가지다. 히틀러는 당초 작전 개시일을 1941년 5월 15일로 잡았으나 6월 22일로 연기했다. 그리스를 침공한 무솔리니가 대패해 돕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전쟁을 끝낸다는 계획은 틀어졌다. 패배가 확실해지자 히틀러는 "이탈리아가 우리에게 해줄 수 있었던 최선의 도움은 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었다"며 무솔리니를 탓했다.하지만 패배는 예정돼 있었다. 서쪽의 미국과 영국, 동쪽의 소련과 동시에 전쟁을 할 능력이 독일에는 없었다. 무솔리니를 도울 일이 없어 예정대로 5월 15일 소련으로 쳐들어갔어도 독일의 패배는 불가피했다는 것이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여당 지도부와 회동에서 경제 성과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는다며 '언론 탓'을 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여당 원내대표가 고용난을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으로 돌렸다. '남 탓'은 비겁한 책임 회피이자 문제 해결 능력이 없다는 고백이다. 크로이소스는 무녀의 말을 전해 듣고 잘못은 신이 아니라 자기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문재인 정권에 이런 '내 탓'을 기대하는 것은 과욕인 듯하다.

2019-01-03 06:30:00

[관풍루]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우리 남편이라 생각한다" 발언해 큰 논란

○…전두환 전 대통령 부인 이순자 씨, "한국 민주주의의 아버지는 우리 남편이라 생각한다" 발언해 큰 논란. 아무리 부창부수라지만 착각도 유분수.○…문희상 국회의장, 2일 "대통령, 청와대도 초심으로 촛불 뜻 다시 읽어라"고 주문. 대통령은 언론 탓, 국회는 대통령청와대 겨냥하니 그야말로 사분오열.○…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 맞아 선열의 땅 대구경북도 기념사업 준비 박차. 독립선언서 뛰어넘는 대구경북발전선언서 발표는 어떨지.

2019-01-03 06:30:00

김수용 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너그러움에 대하여

너그럽게 살기가 힘든 세상이다. 다양성의 사회가 됐지만 포용성은 줄어버렸다. 가치 판단의 기준이 저마다 달라진 탓이라고 치자. 달리 말하자면 어떤 사건이나 인물을 평가하는 기준점이 달라서 서로 다른 견해가 나오는 것인데, 도무지 이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은 정의이자 선(善)이고, 그에 반하는 것은 '불의'여서 척결해야 할 대상이 된다.가치 판단의 기준이 다른 것은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도 있다. 물론 그저 이해관계의 차이라는 단순한 이유로만 포용성이 줄어든 것을 설명하기는 힘들다. 상대방이 살아온 삶의 궤적과 현재의 상황, 특정 사건이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지 않고는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군가를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쉽사리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자신이 듣고 보고 배워서 옳다고 믿게 된 신념, 종교, 가치관이 하나의 집단의식 속에서 공통분모로 발현됐을 때 그것이 얼마나 위협적이고 폭력적인지 우리는 인류 역사를 통해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이 봐 왔다. 전쟁, 학살, 인종청소 등 극단적 형태뿐 아니라 착취, 억압, 수탈 그리고 차별 등과 같이 지속적이고 때론 은밀한 형태로 이런 악행들이 벌어져 왔다.너그러움은 흔히 '관용'(寬容)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관용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남의 잘못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거나 용서함. 또는 그런 용서'라고 돼 있다.하지만 관용에 대한 종교적, 철학적, 정치적 의미는 다르다. 우선 '남의 잘못'이라는 전제가 없고, '용서'라는 결론도 없다. '네가 잘못했지만 내가 봐줄게'라는 뜻이 아니라는 말이다. 굳이 '잘못'과 '용서'를 고집스레 집어넣어야 한다면 중간에 들어 있는 '너그럽게'가 이를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바꿔 말해서 나 자신도 인간으로서 근본적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당신이 저지른 잘못을 폭력적으로 바로잡아 나의 가치관과 동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인정한다는 뜻이다.지난해 뉴스 지면을 가득 채웠던 최저임금, 주당 근로시간, 소득주도성장,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대체 복무, 직장 내 갑질, 미투 운동 등을 둘러싼 갈등을 바라보면서 과연 우리는 관용의 사회에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적폐 청산은 당위성과 필요성을 백번 인정하면서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은 떨칠 수 없다.잘못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은 너무도 당연한 명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폭력적이고 배타적이어선 안 된다. 입시제도 개편을 비롯한 교육개혁, 부동산 문제 해결, 경기 부양 등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희망들이 그다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한 해가 저물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것은 이런 희망에 대한 배신감이 컸던 탓도 있겠지만 이른바 전 정권에 대한 적폐 청산 작업이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이뤄진 탓이 아닌가에 대한 겸손한 자세의 반성도 필요하다.행여 위정자들이 '보수는 악이고, 진보는 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을까 봐 염려스럽다. 물론 그 반대도 결코 성립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는 신념의 문제다. 아울러 너그러운 관용의 대상이다. 잘못을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2019-01-02 17:32:1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새해 첫날의 '플랜B'

기해년 첫날 1월 1일을 관통한 키워드는 '플랜B'였다. 축구대표팀은 손흥민이 빠진 상황에 대비한 플랜B 전술을 점검하는 사우디와의 평가전에서 0대0으로 비겼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미국의 제재·압박이 계속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플랜B에 대해 김 위원장이 처음으로 운을 뗀 것이다.59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축구대표팀은 플랜B 전략을 모색했으나 뾰족한 답을 찾지 못했다. 손흥민이 키르기스스탄과의 아시안컵 2차전 이후 합류하는 까닭에 사우디전에서 대안을 찾으려 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플랜B를 얼마나 숙달하느냐에 대표팀 우승이 달렸다.김정은 위원장이 발표한 신년사 대미(對美) 메시지는 2차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화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일방적 양보는 강요하지 말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협상이 뜻대로 안 되면 플랜B로 갈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다.김 위원장이 언급한 새로운 길은 핵 프로그램 재개로 풀이된다. 북한이 새로운 길로의 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확인된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계속하는 조짐이 포착됐다고 했다. 미국 NBC는 북한이 이미 핵무기 양산에 들어갔고 2020년엔 1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지난해 11월 북한은 "관계 개선과 제재는 양립될 수 없는 상극"이라며 미국의 태도에 따라 핵무기 개발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김 위원장이 말한 새로운 길은 이 논평과 일맥상통한다. 미국이 찍어 누르면 북한이 미국 말을 듣고 수그리기보다 핵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 세끼 먹고 버티는 쪽을 택할 것으로 보는 이가 많다.축구대표팀에게 플랜B를 안착시켜 꼭 우승할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김 위원장이 플랜B로 갈 경우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2019-01-02 06:30:00

[관풍루]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문 정부, 세수 넘치는데 쓸데 없이 적자국채 발행 강요" 폭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문재인 정부, 세수 넘치는데 쓸데없이 적자 국채 발행 강요" 폭로. '미꾸라지 타령'에서 '삼인성호'까지, 다음은 무슨 반박 나올지?○…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평가 설문조사에서 32.2%가 '최저임금 정책 가장 잘못됐다' 응답. 일 서두르다 도리어 어렵게 해 '욕속부달'이라는 뜻.○…트럼프, 주한미군 분담금 "6억달러에서 12억달러로 두 배 올려라" 협상팀에 지시했다고. 3억달러 뭉텅 잘라내는 엉터리 계산도 '거래의 기술'인 모양.

2019-01-02 06:30:00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대한민국을 이끌어 온 '시작의 도시 대구경북'에서 다시 새 각오를 다진다. 지능형자동차부품진흥원 연구원과 계명대학교 자율주행차 학생연구원들이 달성군 대구주행시험장에서 대구경북이 야심차게 주도하는 미래형 자율주행차과 함께 희망찬 내일의 꿈을 키우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시작의 고장 대구경북' 브랜드로 키우자

대구경북은 '시작 도시'다.2019년 희망의 동이 텄다. 우리는 대구경북의 미래를 그려본다. 꿈을 가져야 내일이 있다. 매일신문은 올해의 대경몽(大慶夢·대구경북의 꿈)으로 '시작 도시, 대구경북'을 제안한다.'시작 도시'! 낯설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구경북 역사를 톺아보면 무릎을 치게 된다. '시작 도시'는 과거 얘기 만은 아니다. 현재이며 미래지향이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대구경북은 근·현대사에서 구국과 변혁의 발상지였다. 또한 산업화(대구 섬유산업·구미 전자산업 등)로 대한민국 경제를 일군 지역이다.대구에서 시작된 국채보상운동(1907년)은 주권회복운동이며, 최초의 시민운동이었다. 이를 계기로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도 외채상환운동이 일어났다.우리 지역은 독립운동에서도 선봉에 섰다. 무장독립운동단체인 대한광복회가 1915년 7월 7일 달성공원에서 결성됐다. 경북은 전국에서 독립운동 유공자가 가장 많은(15.62%) '독립운동의 성지'로 꼽힌다.해방공간에서는 대구가 '한국의 모스크바'라 불릴 만큼 좌익 활동가와 노동운동 세력이 강했던 곳이었다. 대구에서 일어난 2·28민주화운동(1960년)은 대한민국 헌정사 최초의 민주화운동이다. 이같은 역사로 볼 때, 대구경북을 싸잡아 '수구골통'으로 폄훼하는 시각은 부당하다.새마을운동이 시작됐고, 새마을운동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는 곳도 대구경북이다. IMF 외환위기 때 들불처럼 번진 금모으기운동의 발상지도 대구다. 또 대구는 지방분권운동의 불을 지핀 곳이며, 자원봉사활동 1등 도시로 꼽힌다.이런 이유로 '시작 도시'를 대구경북의 브랜드로 키우자는 주장도 있다.권은태 (사)대구콘텐츠플랫폼 이사는 "대구경북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한 지역이다. 근·현대사에서 나라의 운명을 바꿀 만한 역사적 사건의 시초는 대구경북이었다"며 "우리는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고 도시브랜도로 만들어야 한다. 이제는 다른 도시, 다른 나라를 따라잡으려 하지 말고 우리의 장점을 살려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근·현대사를 이끌었던 대구경북의 저력은 새 시대를 여는 에너지로 승화돼야 한다. 시도민들은 대구경북이 4차산업혁명과 다원화 시대에도 '시작 도시'로 우뚝 서기를 염원하고 있다.이미 대구시와 경북도는 물산업, 미래형자동차산업, 로봇산업, 신약 및 백신산업 등 신수종 사업을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지역 역량을 결집해 신산업을 선점하자는 게 목표다. 신산업 육성과 함께 섬유, 안경 등 전통제조업에 '스마트 혁신'을 적용할 방침이다. 전통제조업에 로봇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팩토리도 확대하고 있다.대구경북통합공항 건설은 지역은 물론 나라의 미래가 걸린 대형사업이다. 통합공항은 글로벌 물류산업과 세계도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이다.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9년은 대구경북이 좀 더 열린 태도를 갖고 세계로 나아가는 원년이 되길 바란다. 물산업 등 지역산업도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글로벌새마을운동은 보수성이 세계화와 결합해 새로운 빛을 발한 좋은 사례다. 이제는 지역민들이 세계시민이라는 의식을 갖고 무대를 확장해야 한다. 대구경북이 대한민국의 100년을 선도하는 '시작 도시'가 되길 소망한다"고 했다.꿈은 이루어진다. 미국 시인 존 업다이크(John Updike)는 역설했다. '이뤄질 가능성이 없다면 애초에 자연이 우리를 꿈꾸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2019-01-02 06:30:00

재물과 복을 불러온다는 산돼지를 그린 민화 산돈도.

[돼지띠의 해] '지저분하다'는 선입견 버리면 복스러운 참모습 보여요

나, 저팔계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옴)'라 하시면 곤란하오. 돼지의 해라고 등장한 거니까 뜨악하게 여기진 마시오. 이때 아니면 내가 나설 일도 없소. 반인반저(半人半猪, 반은 사람이고 반은 돼지)라고 등 떠밀린 거니 적당히 봐주오.곰돌이 푸우의 친구 피글렛이나 아기돼지 삼형제가 아이들한테는 유명하지. 그런데 신문에 나서서 이야기할 마땅한 돼지가 나밖에 없다나, 거참. 요즘 뜨고 있는 요괴메카드 '뻔도야지'한테 넌지시 떠밀었더니 정통성이 없다나.'손형'만 주구장천 찾았지만 '날아라 슈퍼보드'에서 남긴 강렬한 이미지도 있지 않겠어. 하긴 '서유기'라는 고전도 있으니 인지도에선 내가 갑(최고)이지. 국제적인 면모도 있는 내가 적임자이긴 하지, 꿀꿀, Oink(오잉크), 哼哼(헝헝), ブー(부).내 소개는 이쯤으로 하겠소. 2019년 기해년(己亥年) 돼지해에 '돼지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관용어로 쓸 정도로 벤치마킹해보고 돼지의 존엄을 이번 기회에 잘 알게 되길 바라오. ◆깨끗한 돼지, 반려동물이 되다.저팔계의 말처럼 돼지는 선입견의 피해가 크다. 원래는 비교적 깔끔하게 산다. 공간이 비좁을 뿐이다. 키워본 사람들은 안다. 똥오줌도 가린다.독특한 축에 못 낄 만큼 반려동물로 입지가 오름세다. 주로 포트벨리 돼지, 혹은 미니돼지라는 반려동물로 알려진 소형 돼지다. 수명은 12~18년이지만 20년을 넘게 사는 경우도 있다. 기니피그도 많이 키운다고?이름만 보면 돼지겠지만 아프리카 기니 출신이 아닌 건 물론이고 돼지도 아니다. 가장 반려동물 느낌을 주는 귀여움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정작 출신지인 남미에선 두 말할 것도 없이 식용이다."어떻게 이렇게 귀여운 걸 먹을 수 있냐"고 한다면 개고기 식용 금지를 주장한 왕년의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와 한 꾸러미로 묶인다.말이 나온 김에, 기니피그는 '꾸이(Cuy)'라 불린다. 숯불구이용이라고 꾸이가 아니다. 울음소리가 하이톤의, 굳이 의성어로 표현하자면, '뿌이뿌이'처럼 들리는데 남미에선 '꾸이꾸이'로 들렸다고 한다. 다시 돼지로 돌아오자. 돼지는 오랜 기간 사람과 함께 살아왔다. 대개의 목적은 식용이었다. 지금도 우리 국민의 돼지고기 사랑은 '치느님(치킨의 극존칭)' 이상이다. 1인당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24.6kg. 어쩌다 한 번 먹는다는 쇠고기가 11.3kg, 닭고기는 13.3kg에 불과하다.1980년대까지는 농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줘가며 한두 마리씩 길렀다. 지금은 양돈농가에서 대규모로 사육한다. 문제는 경제성이라는 이름의 가성비다. 적당한 공간에 적당히 키우면 될 것을 비용 대비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공간을 좁혀 놨다. 돼지가 움직일 수 없다. 면역력이 떨어진다. 자칫 병이라도 생기면 전염 속도는 빠르다. 결국 사달이 난 게 2010년 구제역이다. 식용으로 키우다보니, 삼겹살이 많은 고기를 위해 살만 뒤룩뒤룩 찌운다. 좁은 데 갇혀 있으니 똥오줌 가릴 묘수가 없다.막말로 화장실 없는 원룸에 인스턴트 배달음식만 먹으며 사람 8명이 1년 동안 산다면. 똥독 올라 죽는 건 시간문제다. 고양이 찬사를 늘어놓는 집사들이 있는데 고양이의 탁월한 변 처리 능력에는 그만한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亥, 12년 만에 다시 온 돼지띠식용으로 사육되고 있지만 예로부터 친근한 동물이었다. 십이지지에도 어엿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에겐 돼지띠, 일본에선 멧돼지띠다.기해년이 왜 황금돼지해인지는 한 번만 더 설명하자. 땅을 뜻하는 '기(己)'의 색깔이 노랑이고 '해(亥)'가 돼지니 노랑돼지, 즉 황금돼지라는 거다. 자칫 카레돈까스로 해석될 여지도 있으나 황금돼지라고 해석하는 게 정석이다.십천간, 십이지지를 돌려쓰는 육십갑자 시스템에서 60년에 한 번 돌아오는 기해년은 역사적으로 주목받을 일이 많지 않았다. 국사 시간에 중요도의 표시인 별표를 쳐가면서 본 사건들만 간추리자면 '기해예송(1659)'과 '기해박해(1839)' 정도를 꼽는다. 돼지띠는 돼지의 이미지답게 다산의 세대로 인식됐다. 구공탄 학번으로 불린 90학번, 1971년생의 인구수는 실제 94만 4천여명(2017년 말 기준)으로 출생연도별 인구에서 가장 숫자가 많다. 사족이지만 그렇다고 인구수 2, 3위와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건 아니다. 1968년, 1969년생도 92만명대다.인구가 많을 경우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동질감, 운명공동체의 유대감 같은 다소 비합리적인 결속력이 생기는데 이걸 등에 업고 대망론을 펼 만한 정치인이 1971년생 중에서 한 둘 정도 꼽힐 수 있지만 언론의 중립성을 지킴은 물론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이름을 나열하진 않는다.외국인은 괜찮겠지. 캐나다의 훈남 총리 쥐스탱 트뤼도가 1971년생이다. 1980년대생들도 열폭(열등감 폭발)할 만한 비주얼까지 갖췄으니 1971년생들도 자괴감 갖지 말길. ◆재력, 다산의 이미지돼지는 체형 때문에 뚱뚱한 사람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그렇다고 돼지고기를 많이 먹어 뚱뚱한 체형이 된 건 아니다. 사실 피하지방은 돼지고기 때문이 아니라 탄수화물 탓이 크다는 게 의학계의 정설이다.지금이야 비만이 질병으로까지 인식되고 있지만 밥 세 끼도 다 못 챙기던 농경사회에서 여분의 포도당이 아랫배에 피하지방으로 바뀌어 저장될 정도로 움직이지 않던 이들은 지주층 등 소수에 불과했다.2000년대 초반까지도 불룩 나온 배는 덕(德)이 쌓여 생긴 거라는, 지금으로 치면 목숨을 위협할, 농담이 먹혔다. 그러다보니 배가 나온 캐릭터는 부(富)와 덕, 그리고 자비의 상징으로 통했다. 1960년 탄생한 금복주의 복영감 브랜드를 떠올리면 얼추 맞다. 다소 뚱뚱한 체구에 얼굴은 터질 듯했고 가부좌를 틀고 앉은 게 신기할 정도였다. 물론 그림이니 뭐가 불가능했을까.복영감은 당나라 말기 승려 포대화상(布袋和尙)을 모티브로 삼아 넉넉한 이미지가 강조된 것이었다. 포대화상은 저잣거리에서 생활하며 큼직한 자루를 메고 다녔는데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탁발해 얻은 물건을 아이들에게 나눠줘 동양의 산타클로스라 불렸다고 한다.돼지처럼 뚱뚱한 체형이 복을 가져다준다는 희망사항 같은 믿음은 꿈의 세계로 이어진다.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돼지의 고급 가치는 꿈의 세계에서 발현된다. '돼지같은 그 녀석'도 꿈에서 봤다면 괜스레 반가운 이유다. 돼지로 해몽하기엔 애매한 측면이 없진 않지만.돼지꿈은 용꿈과 태몽이라는 점에서 급이 같다. 그러나 용꿈이 주로 태몽인 반면 돼지꿈은 재물운을 뜻하기도 한다. 로또 구입량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돼지가 등장한다고 모조리 금전운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꿈에 등장한 돼지의 상태, 심지어 표정까지 해몽에 동원된다. 표정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 소액으로만 로또를 사자. 어차피 될 사람은 되니까.혹 피곤할 정도로 돼지에 쫓겨 다녔다거나 돼지가 돈사를 부수고 탈출하는 꿈이었다면 남은 채무가 없는지 확인하고 채권자를 경계해야할 꿈으로 풀이하는 게 합리적이다.

2019-01-01 19:30:00

김교성 경북본사장

[시각과 전망] 기부로 얻는 마음의 명예

대구·경북에서 알아주는 부자로부터 5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은 적이 있다. 시골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이 분은 경제인으로 활동하면서 민선 자치단체 의원으로도 족적을 남겼다.그와는 처가 쪽에 친분이 있고, 출입처에서 기관장과 기자로 만난 인연이 있다. 오래전 인사차 그의 회사에 들렀는데 손때 잔뜩 묻은 상품권을 건넸다. 만지작거린 흔적이 역력했다. 지역 사회에서 돈에 인색하기로 소문났기에 대접받은 느낌을 받았다.세월이 흘러 그가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에 가입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 클럽이다. 1억원 이상을 한 번에 내거나 5년 이내 납부를 약정하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이 된다.그는 부인, 아들, 딸 등과 함께 아너 소사이어티에 가입했다. 당시 가족이 한꺼번에 가입해 화제가 됐다. 안부 전화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옮기지 못했고 얼마 안 돼 그의 부고를 접했다.운명을 앞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게 아닐까.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가 생전에 좀 더 일찍 더 많은 기부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매일신문이 매주 화요일 연재하는 '이웃사랑'은 그 이전부터 '燈'(등)이란 컷으로 사회면 등에 실렸고, 사연을 안타깝게 여긴 독자의 성금 기탁이 이어졌다. 매일신문은 성금을 받아 신문에 실린 당사자들에게 전달했다. 1990년대 초 담당 업무를 맡은 기자는 성금을 받은 뒤 간이 영수증을 끊어줬는데 이를 받지 않으려는 익명의 독지가들이 많았다. 성금을 착복하거나 유용할 수 있기에 현시점에선 납득하기 어렵지만, 매일신문에 대한 공신력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현재 '이웃사랑'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를 통해 기부 영수증을 발행하고 있다.연말연시 '기부의 계절'이지만 한파만큼이나 기부 손길이 얼어붙었다. 사회복지모금회가 시행(지난해 11월 20일~1월 31일)하는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예년보다 낮다고 한다.증가세를 보이던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자도 지난해에는 줄어들었다. 아너 소사이어티 경북 가입자는 2017년 20명이었으나 2018년 14명에 그쳤다.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게 가장 큰 이유다. 성금 착복과 유용 등이 뉴스가 되면서 기부금 모금 단체에 대한 불신이 높아진 탓도 있다.기본적으로 '사랑의 온도탑' 수은주가 높아지려면 경제 사정이 좋아져야 하고 기부 단체를 신뢰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만 기부 문화의 확산이 더 필요하다.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은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일에 도움을 주고 싶어 하지만 선행이 남에게 알려지지 않기를 바란다. 이들은 자기 일에 열정적이며 기부를 당연한 사회적 책임으로 여긴다. 기부로 즐거워하며 마음의 명예를 얻고자 한다.최근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 무대는 개인에서 부부, 가족, 친구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그럼에도 아너 소사이어티를 비롯한 기부자는 여전히 부족하다. 숨어 있는 알짜 부자들의 통 큰 기부가 절실하고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오피니언 리더의 기부 동참도 요구된다. 새해에는 내가 아는 이들의 기부 소식을 더 많이 접하길 소망한다.

2019-01-01 18:44:58

홍준표 기자

[취재현장] 개인 미디어와 민주주의

2018년 마지막 날이었다. 이날 오전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하고자 국회 로텐더홀에 올랐다. 국회 안에 있던 모든 언론의 카메라가 그를 향했다. 순간 내 눈은 조 수석이 아닌 다른 이에게 가 있었다. 현장에 개인 미디어가 나타나서다. 이들은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이따금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해 가을부터 셀카봉에 스마트폰을 매단 채 '백블' 현장에도 등장했다. '백블'은 기자들이 흔히 쓰는 줄임말이다. 공식적 브리핑 외에 사안을 추가 설명하거나 부연을 위해 기자회견장 밖에서 행해지는 또 다른 회견인 '백그라운드 브리핑'을 이른다. 독자들이 매체를 통해 흔히 보아온 대로 종전에는 기성 언론 기자로 복도를 가득 메웠다. 국회 취재 현장의 변화상이다.최근 눈에 들어온 흥미로운 모습이 또 하나 있다. 지난달 18일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가 문을 열었다. 첫날 구독자가 2만 명을 넘었고, 같은 달 31일에는 16만 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구독자 수로는 주요 정치인 중 가장 많다. 최저 조회 수가 5만 건대, 대개는 10만 건을 훌쩍 넘기고 있다. 누적 조회 수도 400만 건을 돌파했다고 한다. 31일에는 한꺼번에 1만2천 명이 홍 전 대표의 콘텐츠를 보기도 했다. 콘텐츠의 질은 차치하자. 성과만 놓고 보면 신규 채널치고는 대단한 수준이다.이는 콘텐츠 시장의 변화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이 두 가지를 목도하며 19세기 말을 떠올린다. 1880년대 초 미국의 토머스 에디슨은 직류라는 송전 방식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는 직류에 의한 발전, 송전 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했다. 직류는 먼 거리까지 송전하기에 전압이 낮았고 전력손실 문제로 3~5㎞ 거리밖에 송전할 수 없었다. 에디슨사의 연구원이었던 니콜라 테슬라는 교류 유도와 송전에 적합한 변압기를 내놓았다. 이는 도시 전체를 밝힐 만큼 넉넉한 전기를 생산하고 송전할 수 있게 했다. 교류는 변압이 쉽고 고압으로 먼 거리까지 송전할 수 있었다. 에디슨의 필사적인 공격과 반론에도 불구하고 직류와 교류 논쟁에서 교류가 승리했다.최근 개인 미디어를 보며 '민주주의의 변압기와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방적이고 독점적인 직류로 전달되던 정보 체계를 엄청난 파급 효과를 지닌 교류 방식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기존 언론은 모든 뉴스를 전한다. 알고 싶지 않은 것도 알아야 한다고 강요한다. 개인 미디어는 시청자가 '내가 보고 싶은 주제'를 취사 선택할 수 있다.직류 방식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독점은 정계와 언론계의 힘을 키워줬다. 개인 미디어가 소비되는 플랫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세대, 지역을 넘어서는 공론장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치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더욱이 개인 미디어에서는 다루지 못할 주제조차 없다. 과거에는 언론의 그물망에 걸린 주제만 공론장의 의제가 됐다. 이제는 수많은 스몰브라더에 의해 언론이 선별하지 않은 주제도 의제가 될 수 있다. 물론 교류에도 고압이라는 단점이 있듯 개인 미디어도 '가짜뉴스'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겠다. 정치권 가까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지켜보고 기록하는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절차적 민주주의의 상징 중 하나인 기성 언론이 개인 미디어와 어떠한 관계를 형성할지 자못 궁금하다.

2019-01-01 16:40:21

[관풍루] 미국 NBC 방송과 정보기관, 북한 핵 공격력 계속 확충 사실 거듭 확인

○…미국 NBC 방송과 정보기관에서 북한의 핵 공격력 계속 확충 사실을 거듭 확인. 중국 러시아도 비핵화 안 믿어. 한국 정부의 김정은 짝사랑만 눈물겹구나!○…문 대통령, '흔들림 없는 국방태세 점검' 취지에서 전방 신병교육대 방문하고 장병들 격려. 적이 사라지고 없는데 국방을 어떻게 하라는 말씀인지?○…대구 동구문화재단 파행 운영 둘러싸고 의회와 구청 충돌이 감정싸움으로 비화. 예술이냐 사업이냐의 공방이 이판사판이 될까 걱정.

2018-12-31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조망(眺望) 효과

스핀오프(Spin-off)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기존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파생 작품 또는 파생 기술을 뜻하는 용어다. 특히 일상에서 널리 쓰이는 발명품 중 우주과학 기술의 산물이 많은데 정수기나 전자레인지, 화재경보기, MRI, CT, GPS 등이 그런 예다. 바로 우주과학에서 이전된 파생 기술 즉 스핀오프다. 인간의 달 착륙도 마찬가지다.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의 신무기 개발 경쟁이 부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1961년 5월 25일, 케네디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10년 내 우주비행사를 달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1972년까지 250억달러의 예산이 투입된 '아폴로 프로젝트'다. 달 착륙이라는 초유의 이벤트를 통해 미국이 얻으려 한 것은 바로 무기 기술의 고도화다. 한발 앞선 소련의 로켓 기술력과 핵 미사일 능력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미국의 우위를 되찾겠다는 반전 카드였다. 1969년 7월 21일,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렸다.앞서 1968년 12월 24일, 아폴로 8호는 생소한 사진을 지구에 전송했다. 달 지평선 위로 떠오르는 지구의 모습을 달 궤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몇몇 우주인을 빼고는 여태 아무도 보지 못한, 사람이 사는 땅의 모습이었다. 인류에게 이보다 더 극적인 조망 효과를 주는 장면은 일찍이 없었다. '조망 효과'(Overview Effect)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며 느끼는 의식 상태를 뜻하는데 높은 곳이나 시야가 트인 곳에서 전체를 조망할 때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이런 효과가 극대화되는 곳이 바로 우주다. 칼 세이건은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으로 이름 지었다. 만약 광대한 우주에서 한 점 티끌보다 작은 지구를 되돌아본다면 어떤 감정을 느낄까. 강렬한 체험의 크기만큼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인생관과 삶, 생명에 대한 의식까지.2018년의 마지막 날에 섰다. 저무는 한 해를 되돌아보며 겸허한 반성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기대와 다짐의 진폭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 또한 조망 효과다. 밝고 희망찬 새해는 차분히 자신을 추스르고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만이 누리는 특권이기 때문이다.

2018-12-31 06:30:00

이춘수 편집부국장

[매일칼럼] 힘겨웠던 2018년, 한반도 명운 걸린 2019년

교수신문이 전국 교수 설문을 통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 '임중도원'(任重道遠)처럼 정부, 국민 가릴 것 없이 '짐은 (참으로) 무거웠고, 갈 길은 (아직도) 멀다'. 분단 이후 올 한 해만큼 한반도 정세가 격동기를 보낸 때는 없었다. 그러나 돌고 돌아 여전히 정세는 안갯속이다.금방이라도 북의 핵무기와 핵물질이 폐기되고, 북한과 미국이 외교 관계를 수립하며, 한반도에 과거와 질적으로 다른 봄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가 부풀었지만 북 비핵화는 본격적인 협상 궤도에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다.새해 한반도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며 북 비핵화가 급진전하고 북미, 남북관계가 평화의 급물살을 탈 수도 있지만, 그 반대로 협상 결렬 시 이전의 대결 국면으로 회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의 시도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대전환기로 기록될지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달렸다. 그래서 2019년이 올해보다 더 중요한 한반도 운명의 해다. 내년엔 역사의 새로운 물줄기를 남·북·미가 적극 만들어가야 한다.경제는 어땠나.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이 3만달러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국민의 행복지수는 더 내려갔다. 소득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최저임금 폭등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더 늘었다.일부 지역의 높은 부동산 가격은 서민들을 더욱 좌절에 빠트렸다. 서울 강남에선 99㎡(30평)대 초반 아파트 매매가격이 20억원을 훌쩍 넘겨 이 집 저 집에서 한숨이 나오고 부부 싸움도 잦아졌다.주력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제조업 강국에서도 밀려나고 있다. 중국의 부상으로 자동차·조선·철강 등 전통 주력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지만, 이를 대체할 산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설비 투자가 위축되고 제조업 생산 능력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암울하고도 엄중한 한국 제조업 위기의 현주소다. 혁신적인 변화가 없으면 위기 탈출구를 찾기 어렵다.국민 다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지 벌써 1년 반이 지났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 문 정부에 대한 절대적 지지가 무너짐과 동시에 문 정부의 제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망과 탄식이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민들의 민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면서 그 열렬했던 지지도 물거품으로 변하고 있다.2019년 국내 경제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2017년 3%를 넘었던 실질경제성장률이 올해는 2.7%대로 하락하고 내년에는 더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가계부채는 1천500조원을 넘은 데다 금리 인상 분위기로 내년에는 가계부채 증가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국내외적 상황을 봤을 때 2019년은 문 정부는 물론 우리 국민들에게 커다란 도전과 시련의 해가 될 것이다. 내년에도 조야하고 엉성한 정책들로 인해 서민들의 민생이 내팽개쳐지거나 등한시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민심이반도 예상된다.가혹한 시련이 오더라도 세상은 살 만하고, 또 잘 살아야 한다.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중략~/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 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김종길 선생의 '설날 아침에'라는 시가 와 닿는다.

2018-12-30 17:55:45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북한의 성탄 예배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기독교를 공인한 이유로 개인적 신앙심 이외에 정치적 목적도 있었다고 역사학자들은 주장한다. 그 요지는 콘스탄티누스가 동로마의 기독교인들을 당시 한창 발흥하고 있던 페르시아의 사산 왕조의 대항 세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특히 황제 권력의 강화에 이용 가치가 높다고 봤다는 것이다.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이단 박해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카르타고의 도나투스파 탄압이다.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 공인 후 황제는 하느님과 교회의 권위에 의해 임명되며 인간이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웠다. 도나투스파는 교회 내에서의 이런 황제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성스러운 것은 황제와 교회가 아니라 어떤 세속적 타협에도 흔들리지 않는 독실한 믿음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새로 뽑힌 카르타고 주교 카에킬리아누스를 앞세워 이들을 무참히 박해했다.러시아 혁명 후 러시아정교회는 엄청난 탄압을 받았다. 혁명 당시 교회는 4만6천457개, 수도원은 1천28개였으나 1939년에는 100개에서 1천 개 미만으로 격감했다. 이 과정에서 사제 80%가 처형되거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죽었다.1941년 6월에 터진 독소전쟁으로 이런 탄압이 끝나고 스탈린은 정교회 지원으로 돌아선다. 그 이유는 국민의 꺾이지 않는 신앙심이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1937년 인구조사다. 여기서 국민의 57%가 여전히 신앙인이라고 대답했다. 스탈린은 대독(對獨) 저항을 위해서는 국민 총동원이 필요한데 그 역할을 정교회가 해줄 것이라고 본 것이다.북한 민족화해협의회가 운영하는 사이트 '려명'이 26일 "조선반도의 평화 분위기가 사탄 무리들의 방해 책동으로 흐려지지 않도록 평화의 별이 걸음걸음 비춰주기를 기원하는 축복기도가 있었다"며 북한 내 교회에서 성탄절 예배가 진행됐음을 공개했다. 북한에도 종교의 자유가 있음을 내보이기 위한 제스처다. 정치적 목적에 종교를 이용하는 불순한 의도를 여기서 다시 본다.

2018-12-29 06:30:00

[관풍루] 경제 한파와 정치 혐오 풍조 만연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마다 후원금 모금 비상

○…경제 한파와 정치 혐오 풍조 만연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정당마다 후원금 모금 비상. 연극이 수준 이하인데 유료 관객이 몰릴 리 만무하지!○…대구시 개청 이래 최대 규모인 여성국장 5명 시대 개막 이어 4급에도 4명의 여성 간부 발탁 인사 단행. 여풍(女風)당당이 시민행복으로 이어지길….○…인구 1만7천여 명의 영양군이 조직개편 통해 과(課)에서 국(局) 체제로 전환하면서 도(道) 임명 부군수 자리 '흔들'. '영양공화국' 선포인가?

2018-12-2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옛 그 철길 걷는 날

'간도로 가는 유랑농민(流浪農民) 차림으로 3등 차에 올랐다. 겨우내 입고 나무하던 허름한 농민 옷 솜 속에 지폐를 펴서 넣고 전대에 넣어 허리에도 두르고…두루막에 수건을 머리에 동이고…괴나리봇짐에 보따리도 하나 들고 흡사 유랑농민 그대로 아무 환송하는 사람 없이 쓸쓸히 차에 올랐다.'100년 전인 1918년 2월, 옛 대구은행원 이종암은 대구 집을 떠나 왜관에서 숨어지내다 미리 마련한 군자금을 숨겨 허름한 옷차림으로 3등 열차에 몸을 실었다. 당시 일제의 극심한 농촌 침탈로 살길을 찾아 중국 간도로 떠나는 가난한 백성은 숱했고 일제도 이를 더욱 부추기던 즈음이라 엄한 감시도 잘 피했을 터이다.일제가 1905년 개통한 경부선 열차로 그가 100년 전, 서울 지나 경의선을 타고 국경 넘어 중국으로 망명했듯이 옛 철도엔 독립운동가들의 숱한 애환이 깃들게 됐다. 일제엔 한국 침탈과 자원 수탈의 수단으로, 또 중국 대륙 침략 군대와 물자를 옮기는 수송의 철길이었겠지만 항일 지사들은 되레 독립운동에 쓴 셈이다.그렇게 전국의 백성들은 살길과 광복을 위해 생사를 던져 국경 건너 남의 땅 중국 남쪽 상해로, 북경 밖 고비사막 지나 몽골로, 연해주와 극동을 거쳐 동토(凍土) 시베리아와 멀리 유럽까지 험난한 여정에 나섰다. 여운형과 서영해, 몽골의 은인(恩人) 의사(醫師) 이태준 같은 뭇 독립운동가의 생애와 기록을 보면 더욱 그렇다.우리가 남북 강산의 통일을 애끊게 소원처럼 노래 부른 까닭도, 끊어진 남북 철도와 도로가 다시 잇기를 바라는 마음도 한결같다. 강산을 둘러싼 외세로 허리 잘린 역사도 통곡할 만한데 이제 우리끼리마저 갈래로 찢겨 다투며 날을 새는 판이니 오죽할까. 이제는 달라질 때도 됐지 않은가.마침 지난 26일 남북과 중국, 몽골, 러시아 인사들이 모인 가운데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열렸다. 곧 땅을 파는 착공의 속도전은 상황이 여의치 않아 미뤄졌지만 감회는 남다르다. 철도나 도로, 뭐든 뭍길을 잇는 날, 군자금을 숨긴 괴나리봇짐이나 전대도 없지만 옛 그 길을 마냥 걷고 싶어서다.

2018-12-28 06:30:00

한윤조 경제부 차장

[청라언덕] '사람을 갈아넣는' 경제는 그만

찰스 다윈의 1859년 '종의 기원'을 시작으로,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모든 생물의 행동은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원칙에서 시작한다"고 설파했다. 도킨스에 앞서 '적자생존'이라는 문구를 사용한 이도 있었다. '생물학의 원리'(1864)라는 책을 쓴 허버트 스펜서다. 그는 '적자생존' 이론을 자연과학을 넘어 사회과학, 특히 경제 이론에 접목시켰다.동물의 진화를 설명한 이들의 과학 이론은 경제 논리에도 상당 부분 '이용'됐다. 이들이 원한 바는 아니었을 테지만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배경에 생물학적 이론이 자주 동원되는 탓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을 짓밟고 이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원리고, 최고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하며,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극단적 이기심에 일종의 면죄부마저 제공한다.인간의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만들어낸 '돈'은 사람을 배신했다. 급기야는 돈을 위해 사람이 죽는 처연한 풍경이 일상화했다. 올 한 해 읽은 수많은 기사 중 마치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멍하게 만든 표현이 있었다. 바로 '사람을 갈아 넣는'이라는 수식어였다. 저임금과 위험한 노동현장에 사람을 혹사시키는 자본주의의 비정함을 드러내는 적나라한 표현이다.비용을 줄이기 위해 2인 1조의 근무 원칙을 지키지 않고 혼자 근무하다 참변을 당한 비정규직 김용균 씨 사건은 돈의 논리에 사람의 목숨이 희생당한 대표적 사례다. 이 외에도 우리 주변에는 사람을 희생시켜 돈을 버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빨리빨리'를 외치는 국내 음식 배달시장은 피 튀기는 전쟁터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6월까지 음식업 배달원의 산재 사고 사상자 규모는 8천447명에 달하며, 사망자는 164명이다. 이마저도 배달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은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당일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배송시장도 '사람을 갈아 넣는' 대표적 업종 중 하나이고, 밤샘 노동이 기본이지만 정당한 대가조차 받지 못하는 게임산업, 기술교육 등을 명목으로 최저임금조차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며 혹사당하기 일쑤인 미용업계, 여전히 '태움'을 강요하면서 살인적인 업무와 열악한 처우를 감당해 내고 있는 간호사 문제 등 경제 전반에 걸쳐 사람을 희생시켜 한 푼이라도 더 벌려는 악한 경쟁 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하지만 이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인류 문화의 발전을 이끌어온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윤리와 도덕을 지키는 이타적인 협력 행위라는 사실이다. 혼자만 살아남겠다고 무한경쟁만 벌였다면 이미 오래전 인류는 멸망하지 않았을까. 최근 '수축사회'라는 책을 통해 한국의 사회경제 현실을 진단한 홍성국 전 대우증권 사장은 "자크 아탈리 등 석학들이 주장하는 지구촌 차원에서의 공생과 이타적인 삶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수축사회 해결의 유일무이한 방안"이라고 진단했다.며칠 전 본 영화 '더 포스트'에서 워싱턴포스트지의 사주였던 캐서린의 남편은 신문을 두고 '역사의 초고'라고 했다. 2019년에는 제발 역사의 초고인 신문 지면에 더 이상 돈을 위해 '사람을 갈아 넣는' 기사가 쓰여지지 않고 '공존'의 사례가 가득 기록되길 바란다.

2018-12-27 17:41:47

박상전 서울정경부 차장

[여의도통신] 국적기와 국격

얼마 전 만난 일본인 친구와의 '대한항공'에 대한 일화다.일본 방문을 우리나라 국적기인 "Korean Air(대한항공)를 이용했다"고 이야기하자, 친구는 "그런 항공사를 잘 모르겠다"고 했다.한참을 설명하자 그는 마침내 기억났다는 듯이 무릎을 치면서 "아하, 나츠 레땅 에어라인?" 하는 것이다. 4년 전 대한항공 오너가(家) 2세이자 부사장인 조현아 씨가 땅콩을 건네주는 승무원의 자세를 지적하며 강하게 항의한 덕에 비행기가 회항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빗댄 것이다. 영어 발음에 능숙하지 않고, 다른 나라 말을 변형하는 데 익숙한 일본인답게 대한항공을 'Nuts Return Airline'으로 변형하고, 이를 다시 일본인 발음으로 '나츠 레땅 에어라인'으로 부른 것이다.대한민국 국적기가 일본인에 의해 '나츠 레땅'으로 불리는 것도 그렇지만 '어떻게 너희 나라에선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는 비하적 태도에 저절로 얼굴이 붉어졌다.회항 사건은 분명히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갑질 문화'의 산실이다. 갑질 행위는 자신이 특권층이라는 점을 인식했을 때 발생한다. 그래서인지 국회의원들이 공항만 가면 구설에 오르기 십상이다.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신의 여행용 가방을 보좌진을 향해 시원하게(?) 밀어버린 '노룩 패스'(다른 곳을 보면서 패스하는 행위) 논란에,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가 신분증 없이 국내선을 이용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최근 또다시 정치권에 공항 사태가 크게 터졌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에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직원과 승강이를 벌인 것이다. 잘못한 것이 없다던 김 의원은 크리스마스날인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으로 사과했다.하지만 불과 이틀 전까지 김 의원은 "사실이 아예 다르거나 교묘하게 편집돼 있다. 상식적인 문제 제기와 원칙적인 항의를 한 것"이라며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다.법적 판결이 나 봐야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질 수 있겠으나 문제는 위정자가 젊은 직원을 상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다.이를 정치권이 활용해 야당의 공세가 언론에 연이어 보도되면서 또다시 걱정거리가 생겼다. 일본인 친구를 만나면 또 우리 국적기를 '아이디 까-아도 에어라인'(ID card Airline·신분증 항공사) 정도로 비꼬면서 이야기할 것 같아서다.

2018-12-27 16:31:09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권력의 타락

'권력은 부패하는 경향이 있고,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영국 역사가 존 달버그-액튼이 19세기에 남긴 유명한 말이지만, 행동심리학자들은 이 명언을 입증하기 위해 숱하게 실험했다. 대처 켈트너 UC버클리 교수의 '쿠키 몬스터'(cookie monster)라는 실험이 흥미롭다.'실험 대상 3명을 한 조로 묶어 임의로 1명에게 리더의 자격을 부여하고, 과제를 할당한다. 작업 시작 30분 후에 갓 구운 쿠키 한 접시를 제공한다. 접시에 담긴 쿠키는 4개. 3명이 쿠키 1개씩 먹고, 남은 쿠키는 누가 먹을까?' 대부분 리더로 지목된 사람이 먹는다. 남들은 1개씩밖에 못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리더 자신은 거리낌 없이 2개를 가져간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리더들은 쩝쩝 소리를 내며 먹거나 부스러기를 흘리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다.켈트너 교수는 대학, 의회, 스포츠계 등을 상대로 다양한 실험을 한 결과, 지위가 올라갈수록 점차 나쁜 행동을 하는 사례가 많아졌다고 했다. 권력을 얻기 전에는 으레 선한 행동, 관대함과 공정성, 나눔 등의 행태를 보이지만, 권력을 얻으면 무례하고 이기적이고 부도덕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결론이다. 권력자의 타락은 인간 본성에 기인한다는 의미일 것이다.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 비슷한 사례가 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에서 24세 보안 근무자에게 '갑질' 논란을 벌인 것은 권력의 타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X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고 겁박하는 것으로 부족한지, '이리저리 전화 걸고, 사진까지 찍은 것'을 보면 비열함의 극치다.그가 젊을 때도 이랬을까. 김 의원 블로그를 보면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 함께 30여 년이 넘는 시간을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달려왔다'고 쓰여 있다. 아마 학생운동, 재야운동 때에는 그런 비열함을 드러내지 않았고 두루 민중을 사랑했을 것이다.청와대가 전 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을 두고 '6급 주사' '미꾸라지'라고 지칭하는 걸 보면 권력이 서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권력 앞에선 진보나 수구 세력이 똑같다. '인간이 제대로 돼야…' 하는 옛말이 생각난다.

2018-12-27 06:30:00

홍헌득 편집국 부국장

[데스크 칼럼]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보름 전 아들이 같은 반 친구 두 명과 함께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 발표가 난 다음 날 출발해 6박 7일 일정으로 교토와 오사카를 둘러보는 일정이었다.부모 동의 체험학습이라는 형식인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다. 학부모 동의를 받아 신청하고 학교장이 허락하면 학기 중에도 자녀들의 단독 여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들은 이전에도 방학 기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아이들끼리만 이렇게 여러 번 여행을 보냈지만 그리 불안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멀지도 않을뿐더러, 치안이 선진 어느 나라 이상으로 매우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연재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안전 문제에 관한 한 세계 제일 수준이라고 믿고 있다. 아이들이 상식적이고 정상적으로만 행동한다면 위험에 빠질 가능성은 매우 낮은 나라이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왔다.그 후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주, 우리나라 강릉에서는 고3 학생들 여럿이 꽃다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간 학생도 있다지만 몇몇은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 모양이다. 내 아들 또래일 학생들의 죽음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아려왔다.그 학생들도 내 아들처럼 고3 시간의 마지막을 위해 추억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버리지 않았는가. 여행을 허락하고 펜션까지 예약해준 부모들의 심정이 어떨지….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내 나라 안에서 여행을 하던 아이들은 목숨까지 희생당하고 말았다.안전하지 못한 대한민국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학생들만은 아니다. 그리 멀리 볼 것도 없다. 12월 한 달 동안에만도 여기저기에서 안전사고가 연이었다.태안 화력발전소에서는 꿈 많던 24세 청년이 심야에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을 거뒀다. 달리던 KTX 열차가 탈선하는 대형사고도 일어났다. 서울의 한 대형 빌딩에서는 붕괴 위험이 발견돼 입주자들이 한겨울 길바닥으로 쫓겨났고, 뜨거운 온수관이 터져 행인을 덮치는 사고도 있었다. 지난 주말에는 독감 치료용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사고 공화국'이란 말을 실감한 한 달이었다.2인 1조 근무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져 사고 당시 그 청년의 옆에 누군가 있었더라면, 철로 선로전환기의 신호 설계를 처음부터 꼼꼼히 체크했더라면, 빌딩의 시공이 설계대로 잘 되었는지 안전진단을 제대로 했더라면, 의사와 약사가 약의 부작용에 대해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보일러 배관 연결을 무자격 시공업자에게 맡기지 않고 제대로 점검했더라면…. 안전이 무너진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만시지탄이다.한 해가 저물고 있다. 여러 가지 사고로 가슴이 많이 아팠던 2018년이었다. 며칠 전에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1주년도 지났다. 수십 명의 목숨과 바꾼 교훈이 있는데, 여전히 우리 사회는 안전하지 않다. 여전히 똑같은 사고가 되풀이되고,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안전불감증, 인재(人災) 같은 후진적 단어들은 떠나보냈으면 좋겠다. 새해엔 안전 문제에 대해서만은 원칙이 지켜지는 사회를 맞았으면 좋겠다. 그렇게 송구(送舊)하고 영신(迎新)하자.

2018-12-26 18:05:52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불자동차' BMW

올해 92세인 KBS '전국노래자랑' 사회자 송해 씨가 자신의 건강 비결은 'BMW'라고 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BMW를 자주 탄다. B는 버스고 M은 메트로(지하철)이고 W는 워킹이다. 그래서 BMW라고 하는 거다."BMW는 독일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다. BMW는 원래 항공기 엔진 업체였다. 1916년 1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공군기에 쓰이며 선두 자리에 올랐다. 패전 이후엔 군수품이란 이유로 생산이 금지되기도 했다. BMW는 모터사이클로 재기했고, 1928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었다. BMW의 지난해 판매량은 자동차 246만3천500대, 바이크 16만4천 대로 역대 판매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매출액은 120조원에 달했다.이런 BMW가 한국에서는 '불자동차'로 불리고 있다. 불자동차란 의미가 불을 끄는 소방차에서 불이 자주 일어나는 BMW를 일컫는 것으로 바뀌었다. 실제 올 상반기 등록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BMW가 1.5건으로 국산·수입차를 통틀어 1위다.BMW 화재 원인을 조사한 민관합동조사단이 차량에 엔진 설계 결함이 있었으며 회사 측은 이를 알고도 은폐 축소하면서 리콜을 지연시켜온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BMW 코리아를 자동차관리법 위반으로 형사고발하고 늑장 리콜에 대한 과징금 112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화재 사고 원인이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대한 제작사의 설계 결함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BMW로서는 설계 결함은 치욕적이자 치명적이다. 설계 결함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 경우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BMW는 설계 결함은 아니라며 정면 반박했다. 양측 모두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어서 앞으로 첨예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한 지인이 몇 해 전 장성한 자녀로부터 생일 선물로 BMW 자동차를 받았다고 해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BMW가 불자동차란 불명예를 떨쳐버리지 않는 한 부모에게 BMW를 선물하는 자녀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송해 씨도 요즘엔 BMW를 탄다는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 것 같다.

2018-12-26 06:30:00

[관풍루]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 "정부 무능·불통 탓에 바닥 민심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자평

○…대구경북 자유한국당 의원들 "정부 무능·불통 탓에 바닥 민심 우리 쪽으로 기울었다" 자평. 물꼬 텄다고 그 물이 꼭 자기 논으로 흘러든다는 법은 없지.○…신분증 확인 놓고 공항 소란 일으킨 김정호 의원 닷새 만에 근무자에게 사과. 갑질 주체 드러났으니 한마디~ '김정호 씨, 국회의원 처신 똑바로 하세요.'○…'환각 증세' 부작용 보고된 타미플루 복용 후 부산 여중생 추락사해 논란 커져. 독감 예방하려다 자칫 사람 잡을 판이니 약(藥)의 패러독스네.

2018-12-26 06:30:00

김지석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울릉도의 설움

시인 유치환은 1948년에 발표한 시 '울릉도'에서 울릉도를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애달픈 국토의 막내'로 표현했다. 멀리 떨어진 국토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냈다. 문학평론가들은 유치환이 8·15 이전에는 생의 허무함과 운명에 도전하는 시를 주로 썼으나 광복 직후에는 국토와 민족에 대한 애정과 함께 조국의 앞날이 밝기를 노래했는데 울릉도는 그 상징적인 공간이라고 보았다.70년 전 울릉도는 말 그대로 절해고도였다. 섬 주민들은 육지와 단절되다시피 한 삶을 살았고 화산섬이 빚어낸 자연과 고유의 기후와 식생 속에서 독특한 생활 양식도 만들어졌다. 지금은 왕래 배편도 늘어나고 관광객도 많이 찾아 고립감을 덜 느끼지만, 계절적으로 11월부터 4월 사이에는 파도가 높아 배편의 결항이 잦다. 이 시기에 울릉 주민 중 일부는 포항 등지에 나와 생활하기도 한다.1만여 명이 사는 울릉도는 기이하고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도동항 입구에 우뚝 서 있는 기암괴석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외국에서 오래 살고 많이 다닌 가수 이장희가 울릉도의 자연에 반해 눌러앉아 살게 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장희의 홍보 덕분인지 몰라도 울릉도에 관광객이 크게 늘었고 청정 지역이라는 점도 널리 알려졌다. 그래서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자립섬'으로 조성하는 사업이 시행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2015년에 시작된 이 사업은 민간출자자가 포함된 특수목적법인이 투자해 디젤발전 중심의 울릉군 하루 전력 사용량 19㎿를 지열 12㎿, 풍력 6㎿, 수력·태양광발전 1㎿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11·15 포항 지진의 원인으로 지열발전이 거론되면서 사업이 중단 상태에 접어들었다. 경북도는 지열발전을 풍력 등으로 대체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 구축 사업비 140억원과 도서 지역 전력거래단가 우대 등의 지원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외면당했다. 정부는 민간사업이어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없고 전력거래단가 정책 변경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정부의 논리가 일견 타당하지만, 왠지 매정한 듯하다. 울릉도는 지금까지 발전사업에서 많이 소외되고 설움을 겪었다. 울릉일주도로가 최근 개통했지만 착공한 지 55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 단적인 예다. 2016년에 정부가 사동항 2단계 항만계획 사업 중 여객선 접안시설을 취소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자 되살린 것도 그러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사업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는데 묵살한 것도 석연치 않다. 이 때문에 전 정권에서 계획된 사업이어서 외면받았다는 뒷말도 무성하다.울릉도가 그간 소외당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해 '에너지 자립섬' 사업에 대한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민간출자 사업이라 하더라도 예산을 지원하고 이익을 적절히 환수하는 방안을 검토하든지, 순수 공적 사업으로 전환해 사업을 재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구가 적은 지방의 SOC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적용,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있는데 울릉도 에너지 자립섬 사업은 경우가 좀 다르더라도 많이 소외된 지역을 배려해 발전을 촉진한다는 차원에서 정부의 방침이 재고되어야 한다. '애달픈 국토의 막내'의 애달픔을 달래주면 좋겠다.

2018-12-25 16:18:55

석민 선임기자

[세사만어] 예고된 위기, 2019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2월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업무보고에서 "정부는 산업계의 애로 사항을 제대로 경청했는지, 소통은 충분했는지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문 대통령이 이제야 현실을 제대로 보기 시작했구나" 하는 기대감을 가졌다. 최저임금의 과격한 인상, 주52시간 근무, 내로남불식 적폐 타령, 대한민국의 자존심과 최소한의 안보조차 다 버린 듯한 저자세 남북대화 등으로 서민 경제는 물론이고 국민의 정신건강까지 위협받을 지경에 이르렀다.아니나 다를까 대통령의 말씀이 채 마르기도 전에, 고용노동부는 '실제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까지 근로시간으로 간주해 최저임금액을 산출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4일 겨우 최저임금 산정에 주휴시간은 포함하고 약정휴일을 제외하기로 했다. 기존 정부안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것이 경영계의 한탄이다.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2019년 어떤 식으로든 일부 조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서민 경제의 현실은 '탁상 이념 정책'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물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처럼 흉내만 낼지, 실제로 현실을 반영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에 관계없이 진짜 위기가 오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가나 노동자나 청년이나 알바생이나 모두 '대한민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는 의지'를 상실하고 있다.최근 기계부품업체를 경영하는 대표를 만났다. "요즘 많이 어렵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한마디 했다. "정말, 어렵습니다.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거든요. 그런데 젊은 직원들은 '언제 어렵지 않은 때가 있었냐'라며 무덤덤한 반응입니다. 작업 중에 스마트폰으로 딴짓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막을 도리가 없죠. 갑질로 비칠 테니까요."그래도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IMF 이후 다진 내실 경영으로 버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신규 채용은 꿈에도 생각할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였다. "베트남을 다녀왔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올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소식이다. 기업이 떠나고 사라지는 대한민국, 예고된 진짜 위기가 이제 막 시작하려 한다.

2018-12-25 10:07:15

[관풍루] 리얼미터 12월 3주차 문 대통령 지지율, 47.1%로 하락해 취임 이후 최저로 내려 앉아

○…리얼미터 12월 3주 차 문 대통령 지지율, 47.1%로 하락해 취임 이후 최저로 내려앉아. 바닥 밑에는 지하실도 있다 하니 더 기다려 보시길.○…북한 노동신문, 국군의 야외 전술 훈련과 '2018 대침투 종합훈련'을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비난. 군사주권을 내준 합의였으니 당연한 수순.○…최저임금 산정 때 주휴 시간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키로 확정. 소상공인 여러분, 이제 장사 접으랍니다.

2018-12-25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아우성의 나라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海原)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청마 유치환은 '깃발'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그렸다. 청마의 깃발은 소리가 없는 아우성이어서 더 울림이 크다. 청마는 간파했다. 인간은 이상향에 대한 간절한 동경을 품고 있지만, 갈 수 없는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것을…. 그것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역설한 것이다.그렇다. 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다.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인간은 이데아계와 감각계에 동시적으로 관여하는 중간자"라고 했다. 프랑스의 사상가이자 수학자인 파스칼도 유명한 명상록 '팡세'에서 "인간은 신과 동물의 중간자"라고 했다. 그래서 인간 사회에서는 아무리 좋은 이념과 제도를 내세워도 이상적인 공동체를 건설할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를 보면 그렇다. 천사도 짐승도 아닌 내 스스로를 들여다봐도 그렇다.우리 국민은 현실에 대한 냉철한 인식보다는 이상에 대한 맹목적인 열망에 기우는 경향이 짙다. 시위와 집회로 지새우는 어제와 오늘이 그 방증이다. 촛불 정권의 업보 때문인가, 문재인 정부 2년 차인 올해 들어 각종 집회와 시위가 그전보다 57%나 급증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올 한 해 전국에서 열린 집회·시위가 6만7천 건을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그중에서 약 10%가 민주노총의 집회라고 한다. 모든 분야에서 모든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시·공간도 가리지 않는다. 법과 질서의 개념은 도외시한 지 오래다. 각자의 목소리가 극과 극을 이루며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방불케 한다.다양한 목소리가 화음을 이루는 민주정치가 아니라, 저마다의 악다구니가 소음으로 증폭되는 중우정치(衆愚政治)가 횡행하고 있다. 외국 언론은 한국을 '시위 공화국' '아우성의 나라'라고 비꼰다. 평범한 일상조차 보장받지 못하니 '이게 나라냐'는 자조적 통탄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차라리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목소리들이 예사롭지 않다. 도대체 얼마나 더 투쟁하고 얼마나 더 쟁취해야 직성이 풀릴까. 이러다가 '깃발'마저 부러질 판이다.

2018-12-25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맞으면서 어딜 간다는 건지

마라톤은 인간이 만든 스포츠 중 가장 이상한 게임이다. 40㎞가 넘는 거리를 줄곧 달려 체력의 바닥까지 확인하는 고약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구경꾼이 아니라 달리기를 선택한다. 자신과 싸우고 극한의 거리와 다툰다는 매력에 이끌려서다.끈기와 오기는 마라톤의 핵심 가치다. 이런 가치를 가슴에 달고 결승점에 닿으려면 컨디션 조절과 경기 운영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제 역량을 넘어서는 오버 페이스는 치명적이다. 빼어난 건각도 페이스를 잃으면 다리가 꺾인다. 요즘 마라톤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돕는 '페이스 메이커'를 두는 것도 이런 이유다.국가를 경영하는 지도자도 풀코스 마라톤 선수와 다르지 않다. 가치와 목표라는 상대와 끊임없이 다투기 때문이다. 가치는 철학에 기반하고 목표는 공동선과 공익에 수렴한다. 말하자면 정치 행위는 선의의 시체들로 어지러운 지옥 가는 길을 피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목표가 수단을 언제나 정당화하지 않는다'고 마키아벨리도 말하지 않았나. 가치나 선의, 목표가 절대적이라면 특정한 상황에 적합한 방법이 다른 조건하에서는 재앙일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내년은 올해보다 경제 사정이 더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얼마 전 간담회에서 "반도체 호황이 경제를 이끌어왔으나 3~4년 뒤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기업은 불확실성에 몸을 움츠리고 국민은 다급하다.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목을 빼고 기다려도 정부에게서 솔루션을 기대하기 힘든 탓이다. 기업 형편도 그렇지만 팍팍한 민생 때문에 보통 사람들의 근심은 천근만근이다.정치에서 부패와 독선, 무능은 이음동어다. 이는 경제적인 결과를 낳는 정치 문제로 퇴보의 지름길이다. 기회가 사라지고, 혁신은 무산되며 기업가 정신과 투자는 꽃을 피우지 못한다. 가치와 포용, 선의의 방패가 아무리 두꺼워도 현실의 날카로운 창을 막아내기가 어려운 게 이치다.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20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60개월의 꼭 3분의 1이다. 국가 경영을 책임진 리더로서 증명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금은 촛불의 염원으로 세운 국가 지도자의 이상과 민생의 현장이 서로 간극을 드러낸 난국이다. 가치 지향의 오버 페이스가 낳은 결과이기도 하다. 억누를 건 누르고 미룰 건 미뤄야 하는데 대통령이 가치의 절대성만 좇은 탓이다. 개혁의 명분에 집착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로 궁지에 몰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맞으면서 가겠다"는 집단 오기로 충만하다. 현 정부 DNA에 돌연변이는 없다는 지독한 고집이다.지도자의 평가에서 도덕성과 대중으로부터 사랑받을 만한 인품은 빼놓을 수 없는 덕목이다.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지혜로움이다. 아무리 호감 가는 지도자라 하더라도 분별력이 떨어지면 큰 흠이다. 잘못된 길이라는 판단이 서면 냉정한 결단은 지도자의 몫이다. 그렇지 않고 결정을 미루거나 반전의 시늉만 한다면 목표점은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성장한다면서 역성장하고, 혁신의 구호 뒤에 규제의 벽은 더 두터워지는데 과연 포용국가가 제자리를 잡을 지는 누가 더 잘 알겠나.

2018-12-25 06:30:00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국회의원 갑질 논란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가 넘는 스웨덴의 국회의원 세비는 9천만원가량이다.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못 미치는 우리나라는 2억원을 훌쩍 넘는다. 연봉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스웨덴 국회의원은 '3D 직업'으로 꼽힌다. 1년에 10개월이나 회기가 이어져 쉴 틈이 없다. 재임 4년 동안 1인당 평균 87개의 법안을 발의할 만큼 격무에 시달린다. 그런데도 의원 개인 보좌관이 없다. 소속 정당 정책보좌관 몇 명에게서 도움을 받는다.스웨덴 국회의원은 전용차가 없는 등 특권도 찾기 어렵다. 수도인 스톡홀름에 사는 의원은 버스나 전철, 트램 등 대중교통으로 출퇴근해야 한다. 자전거를 타는 의원을 쉽게 볼 수 있다. 국외 출장 때엔 규정에 따라 이코노미석을 이용해야 한다. 일은 고되고 특권은 없는 까닭에 자발적 불출마자가 30%에 달한다.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는 의원이 적지 않다.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은 칭찬보다는 비난을 많이 받는 존재다. 온갖 특권과 특혜를 누리면서 하는 일은 없다는 게 국회의원에 대한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다.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갑질 논란이 뜨겁다. 김 의원이 김포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공항 직원이 김 의원에게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김 의원이 지갑에 신분증을 넣어둔 채 보여주자 직원은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서 보여달라고 했다. 김 의원은 신분증이 투명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거절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욕설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인적으로 지금껏 비행기를 타면서 신분증을 지갑에 넣고서 보여준 적이 한 번도 없다.김 의원은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부산대 재학 중 학생운동을 하다 구속됐을 때 변호사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엔 농업법인 봉하마을 대표이사를 지내 '노무현의 마지막 호위무사'로 불렸다. 누구보다 특권 없는 세상을 꿈꿨던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각별한 김 의원이 갑질 논란 한가운데 섰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2018-12-24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아 취임 첫 '데드 크로스' 기록

○…문 대통령 국정지지도 긍정보다 부정 평가가 더 많아 취임 첫 '데드 크로스' 기록. '수포'(경제)에다 믿었던 '영어'(北)마저 초라하니 성적표 펼치기가 겁나.○…아베 정부,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초계기에 레이더 겨눴다며 연일 난리법석. 전직 항공막료장도 "흔한 일로 난리 피우지 말라"는데 투정도 길면 잡소리.○…시리아 철수 놓고 트럼프와 반목한 매티스 국방장관 전격 사퇴에 미국 안팎서 우려. 캐디 필요 없고 치고 싶은 대로 치는 '골프광' 트럼프 스타일 나오네.

2018-12-24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신한울원전 짓는다 하기가 그리 어려운가

2년 전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부산 서면의 한 영화관을 찾았다. 팩트 시비를 부른 원전재난 영화 '판도라'가 그날 메뉴였다. 그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고 했다. 그러려니 했다. 문 전 대표는 더 나갔다. "판도라 뚜껑을 열지 말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상자 자체를 아예 치워버려야 한다"고 했다. 이쯤되면 영화는 영화가 아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경주를 찾아서는 '판도라 영화 보았느냐'며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런 영화'라고 했다.이후 탈원전은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신규 원전 6기 중 천지 1·2호기, 대진 1·2호기 등 4기 건설 취소가 결정됐다. 부지 조성까지 다 끝난 상태로 정지돼 있는 울진 신한울 3·4호기만 어정쩡하게 남았다.탈원전 상처는 컸다. 가장 먼저 원전 수출길이 막혔다. 지난해 중국을 따돌리고 어렵게 땄던 22조원짜리 영국 무어사이드원전 우선 협정대상자 지위는 올해 상실했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원전을 수출한 UAE 원전 운영권 일부는 슬며시 프랑스 업체로 넘어갔다. 유력시되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도 난망이다. 반도체처럼 국민들의 100년 먹거리가 될 수 있던 사업이다. 정부는 수출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적은 없다. 정부가 탈원전 아닌 에너지전환정책으로 해달라는 말장난을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있을 것 같지 않다.국내 원전 생태계도 무너지고 있다. 원자력 핵심 기자재에서 독보적인 존재이던 두산중공업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한국수력원자력에 원전 부품 등을 제조 납품하는 업체들도 문을 닫고 있다. 현재 6조원에 이르는 시장이 수년 내 사라질 위기다. 이리되면 가동 중인 원전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하는데 도리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탈원전 반대 범국민 운동본부가 발족하고 탈원전 반대 서명운동에 나설 정도로 상황이 절박하다.미세먼지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원전 가동률이 뚝 떨어진 빈자리를 석탄이나 LNG발전이 파고들었다. 이들은 훨씬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한다. 올겨울 들어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뜻)라는 말이 유행이다. 원자력 발전은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이 모두 0다.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 흔히 중국을 욕하지만 정작 절반 정도는 국내 화력발전에서 나온다.문재인 정부는 영화 한 편 보고 탈원전 한다는 말을 싫어한다. 그 훨씬 이전부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탈원전이 공약으로 등장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탈원전은 '판도라' 이전과 이후로 뚜렷이 나뉜다. 문재인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치우기 시작한 것은 이후의 일이다.그나마 문 대통령이 해외에 나가서라도 국내와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영화와 현실을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긍정적 신호다. 체코에 가 "한국은 현재 원전 24기를 운영 중이고 지난 40년간 원전을 운영하면서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고 했고, UAE에서는 "바라카의 한국원전은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했다. 이것이 진실이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탈원전의 과감한 전환이다. 그 시작이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선언이었으면 한다. 그 하나면 만사형통이다.

2018-12-24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거지'의 완장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각설이패가 동냥을 하면서 불렀다는 '각설이 타령'이다. 경상도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타령은 거지라도 남의 도움을 그냥 받지 않고 춤과 노래로 청중에 보답하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역대 왕조는 전쟁·흉년 등으로 생긴 거지 떼를 사회 불안 요인으로 여겨 동향에 신경을 썼다.거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한 최초의 왕은 명태조 주원장이다. 자신이 젊었을 때 구걸 행각을 한 적이 있으므로 그 경험을 살려 거지들의 자치단체를 만들고 우두머리로 단두(團頭)를 임명했다. 단두는 잘못을 저지른 하급 병사 출신으로 채워졌는데, 권한이 막강했다. 거지들이 동냥해 온 음식·금품을 공동 수거해 분배하는 것은 물론이고 거지 사이에 벌어진 사건을 처벌하는 생사여탈권까지 쥐고 있었다.당시 단두는 타구봉(打狗棒·개 쫓는 몽둥이), 한연관(旱煙管·중국 곰방대) 등을 신물(信物)로 삼았는데,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거지 문파인 개방(丐幇)의 모티브가 됐다. 단두 완장만 차고 있으면 하루 종일 누워 뒹굴다가 동냥해 온 것 중에 맛있는 것만 골라먹으며 거지들의 왕 행세를 했다. 그 정도라면 괜찮지만, 인간의 탐욕은 가히 끝없다. 아이를 잡아다 실명케 하거나 팔다리를 잘라 장애인으로 만들어 앵벌이를 시키는 악행도 일삼았다. 한국의 거지왕 김춘삼은 고아원 설립, 거지·창녀의 결혼 주선 등 좋은 일을 많이 했지만, 중국의 거지왕들은 빌붙어 먹는 '거지 근성'의 정점에 있는 대표적인 군상이다.땀 흘려 돈 벌지 않은 이들은 그 수고로움을 모른다. 월급 받은 적이 없고, 남의 돈을 갖다 쓰기만 한 이들은 일종의 '거지 근성'이 배어 있다. 그런 이들이 완장을 차니 온통 시끄럽다. 노동의 가치·노력에 대한 대가 등은 무시하고 그저 남의 것을 내놓으라고만 한다. 법은 필요 없고 '떼법'만 있을 뿐이다. 부패하고 탐욕스러운 수구 세력과 다를 것이 무엇인가. 혼탁한 세상이다.

2018-12-2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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