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컬럼

 
박병선 논설위원

[계산동 스케치] 외국에서는 한국인을 어떻게 봤는가

신문사 건너편에는 산책삼아 한번씩 오를 만한 90개의 계단이 있다. 그다지 멋이 없는 콘크리트 계단에 불과하지만, '3·1만세운동길'로 불리는 역사의 현장이어서 뭔가 느낌이 색다르다. 1919년 3월 8일 계성고·신명여고·대구고보 학생들이 3·1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간 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당시 그 분들의 모습이 오버랩되곤 한다. 청년학생들의 불타는 애국심과 의기는 우리 같은 소시민을 늘 부끄럽게 한다.내일이면 3·1운동 100주년을 맞는다. 길이 기억하고 기념할 날이지만, 마음은 그리 편하지 않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모자라 진보·보수로 갈려 싸움질만 하고 있는 후손들은 선조들의 빛나는 정신을 이어받기에 너무나 부족하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이념·정파에 따라 '진보사관'이니 '뉴라이트사관'이니 하면서 선조들의 업적을 맘대로 재단하는 풍토다.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에는 친일파만 득실댔다는 시각이나 친일행위는 생존의 방편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시각이 대립한다.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다 보니 역사를 편향적, 단편적으로 볼 수밖에 없고, 이는 선조들의 업적을 폄하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상류층·지식인 등의 친일 여부도 중요하지만, 보편적인 한국인들이 일본 제국주의에 어떻게 저항했고 어떤 방식으로 투쟁했는지가 훨씬 더 중요한 문제다. 우리는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자기비하에 빠져 있지만, 한국인의 독립투쟁은 전세계가 감탄할 정도였다.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李光耀)는 자서전에서 한국인의 독립운동을 이렇게 평가했다. '한국인은 일본이 한국을 통치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은 한국인의 풍습, 문화, 언어를 말살하려 했지만, 민족적 자부심을 갖고 있던 한국인은 굳은 결의로 야만적인 압제자에게 항거했다. 일본은 수많은 한국인을 죽였지만, 그들의 혼은 결코 꺾지 못했다.' 이광요는 한국인과 같은 저항 사례는 흔하지 않다고 썼다. 대만, 말레이·싱가포르인들은 이민족 상전들에게 별달리 저항하지 않았고, 일본인이 새로운 보호자가 되어주길 바랐다고 했다.제국주의 연구로 이름높은 마크 피티는 저서 '식민지-20세기 일본제국50년의 흥망'에서 일본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 만주의 주민 반응이 극명하게 달랐다고 했다. '한국은 일본의 보호국이 될 때부터 전쟁 상태였으며, 깊은 증오의 불길이 서서히 격해져 3·1운동으로 다시 활활 타올랐다. 철저한 탄압, 군대의 위압, 지도자의 투옥과 추방에 의해 한국인은 묵종했을 뿐이다. 그외 식민지의 주민 반응은 대체로 온건했다. 만주는 중국인의 대다수가 거의 반발하지 않았다. 반발은 커녕, 재산이 있는 중국인들이 본토의 군벌항쟁에서 벗어나 식민지의 좋은 치안과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고 피난해왔다. 대만은 주민 다수가 일본의 지배를 환영하지 않았다고 해도, 소극적으로 받아들였다.'훗날 안중근 의사에게 사살된 통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6년 경성으로 출발하기전 부인과 아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지금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이른 감은 있지만, 대한제국 각지에서 폭동이 발생하고 있고 반일감정도 높아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장담 못한다." 이토가 목숨을 걸어야 할만큼 선조들의 저항은 거세고 광범위했다.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고 칭송한 것도 일제 치하에서 굴하지 않은 한국인의 꿋꿋함 때문이었다. 일본의 악랄한 식민 지배에 순종하지 않고 끝까지 항거한 민족은 한국인 뿐이었다. 역사 해석에 부정적인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현재 잣대로 과거를 재단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우리가 선조들을 존경하고 자부심을 가질 이유는 차고 넘친다. 그렇기에 3·1운동 100주년이 소중하고 자랑스럽다.

2019-02-27 19: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당(黨)과 파(派), 또

'이놈아! 너는 한국 북부 사람이 아니다. 너는 한국 남부 사람이 아니다. 너는 한국인이다. 알아듣겠느냐! 우리가 분열되었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를 정복했다. 최가 북부 출신이라서 네가 그를 증오한다면, 네가 남부 출신이라서 최가 너를 증오한다면, 우리 한국인에게 희망은 없다. 우리는 항상 남의 나라 노예가 될 것이다.'독립운동가 현 순의 아들 준섭이 1919년 3·1운동 뒤 상해에 머물며 한국인 자녀를 위한 인성학교에서 겪은 일이다. 상해 아이들의 '망국노야!'란 놀림 속에 다닌 학교의 북부(평양) 출신 최 학생과 싸우다 들켜 통곡하며 회초리를 든 선생의 절절한 하소연이다.현준섭은 책상 위에 쓰러져 흐느껴 울던 선생님이 가르쳐 준 교훈을 언제나 잊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한국 독립운동에 관한 기억을 모아 '만세'란 책을 남기며 후손들이 아픈 옛 식민지 과거 역사를 잊지 말기를 바랐다.독립운동가 서영해도 이런 하소연을 했다. 3·1운동 뒤 상해로, 다시 프랑스로 무대를 옮겨 임시정부를 대신해 힘들고 외롭지만 미국의 이승만과 쌍벽일 만큼 독보적인 외교 독립운동을 편 그가 1940년 3월 1일 쓴 심정이 그렇다.'나라를 잃고 왜놈의 총칼 밑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지가 30년이 되었다…통일 덕으로 강적을 대할 줄 몰랐던 우리는 3·1운동 이후…당파 싸움으로 원통한 실패를 얼마나 거듭하였더냐!…무슨 당, 무슨 파하고 아직도 당파 싸움을 하고 있는 분이 있으니 참 한심하다…제발 당파 싸움을 고치자!'일본은 한국을 '영원히, 완전하게' 지배하려 한국을 열등하고 미개한 나라로 낮췄다. 일부러 '당파'의 나라로 한·일 두 나라 사람에 최면을 걸었다. 하지만 앞의 글을 보면 실제 못난 당파도 더러는 있었던 모양이다. 시대 사정으로 어쩔 수 없었을 수도 있다.세월이 흐른 지금은 과연 어떤가.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이 끊어지고, 남쪽은 동서로, 보수와 진보로, 또 대구경북과 그 밖으로 나뉜 꼴이다. 이제 나라도 있으니 당과 파로 맘껏 흩어지고 갈려 찢어져 싸워도 좋을 때인 모양이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년이 눈앞이다.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2019-02-27 06:30:00

[관풍루] 애국심 함양과 대한민국 기초 닦은 공적 인정해 유관순 열사에 1등급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가 수여

○…애국심 함양과 대한민국 기초 닦은 공적 인정해 유관순 열사에 1등급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추가 수여. 선열의 큰 뜻, 제격 찾기까지 걸린 시간 무려 100년.○…중소기업, 불황에다 최저임금 부담에 외국인 근로자 줄이거나 고용 신청 꺼려 5년 만에 미달 사태. 세상 돌아가는 건 책상보다 현장에서 더 잘 보이는 법.○…민주당 서울시당, 동장 폭행한 최재성 강북구의원 제명하고 의원직 사퇴 권고. 여야 할 것 없이 때려도 때려도 고개 드는 '두더지 게임' 하느라 팔뚝에 힘 붙겠네.

2019-02-27 06:30:00

이춘수 동부본부장

[시각과 전망] 남북 명운 걸린 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이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회담의 종착지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은 달라진다. 회담 결과에 대해 미국 대부분의 언론과 정치인, 정보기관은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이번 회담에서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긴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에 대한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진전이 있어야 한다.한미 양국이 그리는 북한 비핵화 로드맵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핵무기·핵분열 물질 및 영변 외 시설 등에 대한 포괄적 신고와 완전한 핵 폐기'다.한국과 미국으로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최선이지만 북측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은 생존의 문제다. 김 위원장은 세습 왕조 체제를 보존하기 위해 핵을 만들었다. 북측 입장에서 보면 핵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능력을 가지는 것은 미국을 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의 한반도 개입이나 북에 대한 무력 사용을 막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개입 저지, 억제 수단인 셈이다. 따라서 김정은이 미국 본토에 한 방을 날릴 수 있는 핵 무력 완성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선택이다.반면 미국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은 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본토에 도달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소리(VOA) 방송에서 "북한은 그동안 우리를 등쳐 먹었다. 다시는 수십억달러를 퍼주지 않겠다"고 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도 상원 정보위에서 "김정은은 자신의 정통성과 체제 유지 때문에 핵 폐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다.이 때문에 북미 정상이 적정선에서 대충 타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완전한 핵 폐기 대신 핵 동결로 가고 ICBM만 없애는 수준의 합의 이른바 스몰 딜(small deal)을 하는 경우다. 대신 미국은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을 해주는 것이다.이 경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선택과 반응을 보일까? 문 정부는 애써 "전쟁과 대립에서 평화와 공존으로, 경제와 번영으로 나아가는 신한반도체제가 구축됐다"고 자위할 것이다.그러나 국민들의 불만과 불안은 점증할 것이다. 북측의 핵 동결 다시 말해 북이 기존의 핵을 보유하게 하는 어정쩡한 협상 결과가 탄생한다면 국민들로부터 핵무장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이는 '혹 떼려다 혹 붙인 꼴'로 미국 정부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어서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어둡게 하고 있다.비관적이지만 예상을 뛰어넘어 북측이 비핵화로 간다면 이는 결국 개혁 개방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김정은이 감당할 수 있을까? 베트남이나 중국과 달리 1인 세습 체제인 북한의 개혁 개방은 체제 수호의 가장 큰 위협이다. 이 또한 회담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미국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진전을 전제로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 카드까지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이 선뜻 받아들일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기대치를 밑돈다면 문 정부는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다. 문 정부는 북이 고립과 자멸의 길을 걷게 압박하든지, 아니면 미국으로부터는 외면받고 북으로부터는 핵 위협을 받는 상황 가운데서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2019-02-26 17:56:14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GIGO

컴퓨터 공학계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용어 중 'GIGO'라는 게 있다.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는 것으로, 잘못된 데이터를 입력하면 데이터도 아닌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이다. 2016년 3월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채팅 로봇 테이(Tay)는 좋은 사례다. 테이는 지대한 관심과 기대 속에 출시됐으나 '나치의 유대인 학살은 조작' '히틀러는 잘못이 없다' '페미니스트는 지옥에서 불타 죽어야 한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이에 MS는 사과와 함께 출시 16시간 만에 테이를 회수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부 트위터 이용자가 테이와 대화에서 그런 악성 발언을 집중 학습시킨 것이다.이런 일이 기계인 AI에서 그치면 그나마 다행이다. 국가 운영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재앙이다. 1970년 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자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의 '사이버-신'(Cyber-Syn) 프로젝트의 실패가 바로 그랬다. 사이버-신은 '버로스 3500'이라는 슈퍼컴퓨터로 국가 경제를 관리하는 극단적 계획경제 프로젝트로, 전 세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그 방식은 현장 관리자가 매일 아침 생산량과 부족분 등 각종 정보를 중앙에 보고하고 중앙은 이를 버로스 3500에 입력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의사결정을 내린 다음 다시 현장에 내려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입력 데이터는 말 그대로 '쓰레기'였다. 현장 관리자가 보고하고 싶은 것만 보고하고 감추고 싶은 정보는 숨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버로스 3500이 출력하는 데이터 역시 쓰레기일 수밖에 없었고 '사이버-신'의 실패는 당연했다.환경부 4대강 평가위가 금강·영산강의 세종·공주·죽산보(洑) 해체를 결정하면서 해체 때의 이익 지표는 부풀리고 보를 유지할 경우 생기는 경제적 효과는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으며 보 철거 시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도 감안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를 해체해 4대강 사업 이전 상태로 돌리면 보마다 국민 편익이 100억~1천억원까지 생긴다는 결론이 어떻게 나왔는지 알 만하다. 역시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는 법이다.

2019-02-26 06:30:00

[관풍루] 북한 김정은, 베트남 하노이 北美정상회담 위해 기차로 중국 대륙 종단 쇼

○…북한 김정은,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위해 기차로 중국 대륙 종단 쇼. 국제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하며 핵과 경제까지 챙기려는 대도무문(大盜無門)?○…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위원회, 같은 강물에 같은 인물이 수질 등 경제성 평가를 했는데 7개월 만에 반대의 결과. 정권 위세에 강물도 알아서 기는 모양!○…방공식별구역을 맘대로 들락거리던 중국 군용기, 이젠 동해 울릉도와 독도 사이로 당당히 진입 비행. 이러다가 독도를 일본이 아닌 중국에 빼앗기겠네.

2019-02-26 06:30:00

박병선 논설위원

[세풍] 대구 대통령, 부산 대통령

요즘 정권 차원에서 대구경북을 배제하는 소위 'TK 패싱' 논란이 화제다. 일부에서는 'TK 패싱'이 노골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했고, 일부에서는 근거 없는 피해 의식 내지 히스테리라고 반박했다. 역대 정권과 대구와의 관계를 추적하면 'TK 패싱'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지 않겠는가.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쯤으로 기억한다. 대대적인 검찰 인사가 이뤄졌는데, 된서리를 맞은 것은 경북고 출신이었다. 당시 대구지검 형사부를 비롯해 공안·특수부 부장검사 자리는 인사에서 물먹은 경북고 출신으로 채워졌다. 전임 노태우 정부 때 그렇게 잘나가던 TK 검사들은 YS 재임 동안 지방을 전전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관·군·경제계에서도 TK 출신을 대상으로 '피의 숙청'이 단행됐고, 빈자리는 부산경남 출신이 대거 차지했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20년 이상 TK 출신들이 승승장구했기에 그럴 수 있겠다 싶었지만, 정작 불똥은 애꿎은 곳에 튀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국책사업·예산 등에서 배제되다시피 했고, 대구경북 몫이라고 여긴 것조차 부산경남에 빼앗겼다. YS는 삼성자동차 부지를 대구에서 부산으로 바꾸고, 대신 지금은 없어진 삼성상용차를 대구에 줬다. 위천국가공단을 가로막은 것도 그때다.부산에는 5조5천억원의 신항만, 삼성자동차, 거가대교, 해양수산부 개청, 부산아시안게임 유치 등 큼직한 선물을 안겨줬으니 YS로 인한 낙수효과가 엄청났다. 얼핏 계산해 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3명의 대통령이 고향인 대구경북에 내려준 국책사업을 합해도 YS의 절반에 채 미치지 못했다. 정치 보복 때문인지, 고향 사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TK 패싱'의 원조는 YS였다.부산 출신인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대구경북은 찬밥 신세였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에 큰 선물을 안겨주지 못했지만,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정상회의 유치, 북항재개발 및 하얄리아 부대 이전 등의 규모 있는 국책사업을 내려줬다. 지난 10년간 대구경북과 부산이 첨예하게 대립한 동남권 신공항을 국책사업으로 확정한 것도 2006년 노 전 대통령 집권 4년 차 때였다.2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할 당시에도 부산 출신이라는 점을 찜찜하게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역대 부산 출신 대통령이 해온 것처럼 'TK 홀대, PK 우대' 정책을 고수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한동안 참고 있는 듯하더니만 고향 여론에 시달려서인지 몰라도 서서히 과거 전철을 밟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의 가덕도 신공항 신설 시사 발언, 원전해체연구소 부산·울산 입지 결정 움직임, 예타 면제 사업 비용 부산경남 편중 등은 'TK 패싱'에 가속도를 내는 촉매제가 아닐까 싶어 걱정스럽다.문재인 정권도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부산에 큼직한 선물을 던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문 대통령이 임기 후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그 방법뿐이다. 신공항이 될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으나 그 희생자는 오롯이 대구가 될 것이다. 과거처럼 국책사업을 두고 대구와 부산을 경쟁시킨 뒤 부산에 줘버리면 그만이다. 대구는 제 밥그릇 못 챙기는 것은 고사하고, 밥그릇까지 깨먹을지 모른다. 정신 바짝 차리고 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또다시 호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경계경보를 발령할 때다.

2019-02-26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야고부] 유교 탈레반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위트니스'(1985년)가 지난 주말, TV로 재방영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미국 필라델피아를 배경으로 경찰 내부 비리를 다룬 작품이다. 40대 초반인 포드의 산뜻한 외모와 연기가 눈에 띄었으나 더 관심을 끈 것은 영화 무대가 된 아미시(Amish) 공동체다.아미시는 유럽의 보수적인 개신교 소수파로 탄압을 피해 1720년 무렵 미국으로 이주한 이민자의 신앙 공동체다. 스위스 종교 지도자인 야콥 암만(Jacob Ammann)의 이름에서 유래해 '아미시'로 불린다.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인디애나주와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에 몰려 있는데 현재 신도 수는 약 40만 명으로 추산한다.이들은 신앙에 기초한 독특한 생활 방식으로 유명하다. 펜실베이니아 독일어로 불리는 독일어 방언을 사용하고, 자동차 대신 마차(Buggy)를 끌며 전기와 전화, 컴퓨터 등 현대 문명을 거부한다. 단색 위주의 의복을 입는데 심지어 단추도 전혀 쓰지 않는다. 이는 변화하는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한다.이처럼 스스로 외부 세계와 벽을 쌓고 농축산업의 소박한 삶을 사는 아미시들은 서로 돕는 공동체 삶을 최고의 미덕으로 꼽는다. 특히 아미시 공동체에는 범죄와 약물알코올 중독, 이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교리와 신앙적 가치를 중시하는 아미시 관습 때문이다. 영화에 관광객들이 아미시를 조롱하며 도발해도 화를 내거나 정면 대응하지 않는 장면이 나온다.최근 정부가 인터넷 불법 성인물을 규제한다며 'https 차단정책'을 발표하자 젊은 층의 반발이 거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반대를 표시한 이가 25만 명을 넘어섰는가 하면 이런 일방적인 규제를 두고 '유교 탈레반'이라며 맹비난하고 있다.범죄를 억제하고 예방하는 노력은 필요하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소통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하나의 틀을 고집하며 보수적 가치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모든 사람이 아미시와 같은 삶과 신앙, 관습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과 같은 논리다. 개인의 자유와 금기, 불법에 대한 보다 깊은 논의와 합리적인 의견 접근이 필요한 때다.

2019-02-25 06:30:00

[관풍루] 환경부, 4대강의 "세종보·공주보·죽산보 유지보다 해체가 세금 낭비 줄일 수 있다"며 옹호

○…환경부, 4대강의 "세종보·공주보·죽산보 유지보다 해체가 세금 낭비 줄일 수 있다"며 옹호. 토목업자, "사실은 만들고 부숴야 또 세우고 새 일자리도 생기는 법!"○…김정은 국무위원장, 제2차 북미 정상회담차 23일 열차로 평양 출발. 실향민, 지난해 1차 하늘길(비행기) 2차 땅위길(기차)이니 다음은 땅굴길(도보)?○…대구 범어동 승강기 추락 사고 아파트 주민, 불안 속 집값 하락 걱정에 입단속 소문. 외지인들, 발 없는 소문 천 리 간다는 속담은 꽉 막힌 대구엔 없는 모양이군.

2019-02-25 06:30:00

김교영 편집국부국장

[매일칼럼] 3·1정신 100년의 꿈, 한반도 평화

"吾等(오등)은 玆(자)에 我(아) 朝鮮(조선)의 獨立國(독립국)임과 朝鮮人(조선인)의 自主民(자주민)임을 宣言(선언)하노라. 此(차)로써 世界萬邦(세계만방)에 告(고)하야 人類平等(인류평등)의 大義(대의)를 克明(극명)하며 此(차)로써 子孫萬代(자손만대)에 誥(고)하야 民族自存(민족자존)의 正權(정권)을 永有(영유)케 하노라."(이하 생략)기미독립선언문은 힘찬 명문이다. 소리 내어 읽어 보면 가슴 벅차다. 선언문은 100년이 지났으나,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그 뜻은 한반도 및 세계 평화를 갈구하는 지금도 유효하다. 1919년 선언은 조선의 독립과 자주에만 머물지 않았다.민주와 공화, 자유와 평등, 진리와 정의에 대한 장엄한 결의였다.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 진보에 대한 우리의 역할과 책임까지 다짐했다. 같은 해 프랑스 식민지 베트남의 호찌민은 연합국 지도자들에게 자치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보냈을 뿐이다.3·1만세운동은 세계 식민지 역사에서 유례없는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100년 전, 이 땅의 민중은 태극기를 들고 독립만세를 외쳤다. 106만 명(당시 총인구는 1천679만 명)이 참여한 민족 거사였다. 총칼로 무장한 일제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3·1운동은 일제에 맞선 저항만이 아니었다. 세계 식민지 해방투쟁의 선봉이 됐다. 이러한 투쟁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피식민국가의 독립운동에 불을 지폈다.3·1운동은 근대국가와 민주공화제를 이룩하는 노둣돌이 됐다. 온 겨레가 일어나 독립국임을 선포했다. 그 독립국은 군주국가인 대한제국이 아닌 시민이 주권을 갖는 '대한민국' 탄생으로 이어졌다.(김희곤 경북독립운동기념관 관장은 이를 매일신문 2018년 12월 3일 자 기고에서 "독립운동으로 근대국가를 이뤘다는 뜻에서 '독립운동 근대국가 건설론'이라고도 한다"고 했다)선조들은 끈질긴 독립투쟁 끝에 나라를 되찾았다. 하지만 외세에 의해 남북으로 찢어졌다. 동족상잔의 비극도 겪었다. 그러나 주저앉지 않았다. 전쟁의 참화를 딛고 산업화를 이룩했다. 독재를 타도하고 민주화를 꽃피웠다.미완의 민족 과제가 있다. 100년 전, 선언했던 세계 평화와 인류의 진보를 실현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반도의 평화조차 건사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66년 간 정전(停戰)의 긴장 속에서 살고 있다.곧 3·1절이다. 3·1운동 100주년을 맞기에 이날의 의미는 웅숭깊다. 더욱이 3·1절 이틀 전부터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한다.한반도 평화의 유일한 해법은 북한이 상당한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하는 것이다. 미국과의 동시적 행동으로, 아니면 통 큰 양보로 선제적 조치를 통해서든 이번 회담은 과감한 핵 폐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현명한 결단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자적 역할을 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한반도는 역사의 질곡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100년의 역사를 성찰하고 새로운 100년의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게 3·1정신의 완결이다.

2019-02-24 14:20:47

이대현 논설위원

[야고부] '마이 맥이기'는커녕

"국민 여러분,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2002년 대통령선거 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내세운 구호다.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든 이 구호 덕분에 권 후보는 95만여 표를 얻었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나오는 이장(里長)의 명대사 "뭘 좀 마이 맥여야지"에서 보듯 먹고사는 문제는 모든 것에 앞선다.1분위(하위 20%) 가구의 2018년 4분기 월평균 소득이 123만8천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7.7% 하락했다.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크게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소득층 소득을 높여 분배를 개선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와 달리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졌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 자영업 경영 악화를 불러온 탓이다.소득주도성장 주창자였던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 재산이 1년 6개월 만에 10억9천만원 증가한 104억원에 달했다. 장 전 실장은 재산이 늘어난 이유로 본인 및 배우자의 급여투자 수익 증가, 토지·건물 가격 상승 등이라고 밝혔다. 장 전 실장처럼 소득 최상위 계층인 5분위 가구는 월평균 소득이 10.4% 증가했다. 불평등을 해소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라 하지 않을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1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고 그것을 기반으로 2022년 대선에서 재집권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오는 100년을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20년50년 집권론을 넘어 100년 집권론을 들고나왔다. 비핵화가 빠진 남북한 화해 이벤트, 세금을 동원한 '표퓰리즘' 정책 이 두 가지로 집권 세력은 100년 집권을 노리고 있다.'마이 맥이기'는커녕 서민 살림살이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100년 집권을 들먹이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서민들의 삶이 고단해진 데 대해 반성하고, 잘못된 정책을 뜯어고치는 게 순리다. 1956년 제3대 대통령 선거 때 민주당이 내세운 선거 구호를 집권 세력은 염두에 두기 바란다. "못 살겠다. 갈아보자!"

2019-02-23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어느 정월 대보름

정월 대보름. 보름의 으뜸으로, 한가위 대보름과 쌍벽이다. 특히 어릴 적 언 손을 불며 들판에서 뛰놀며 하던 쥐불놀이와 멀리서 봤던 달집태우기 연기와 불꽃은 정월 대보름에 절로 떠오르는 정경이다. 손꼽아 기다려 소원을 빌거나, 기리는 이들도 많은 정겨운 날이다.경북 군위군 효령면 고곡리 월리봉에서 하늘에 제사 지내는 사람들도 그들이다. 이곳의 천제는 1876년 할아버지(이규용) 때부터 손자(이세우)까지 3대(代)를 이어 군위 마을지(誌)에 오를 만큼 소문이 났다. 올해도 어김없이 지난 19일 정월 대보름, 나라의 안녕을 빌었다. 물론 대구향교도 이날 대보름 기원제로 대구 발전과 시민의 안녕, 풍요를 바랐다.그런데 대구에는 이와 좀 다른 일이 있다. 대구의 향토 역사 특히 대구의 독립운동사에 관심을 가진 이들의 마음속 정월 대보름이 그렇다. 이들에게 이날은 다른 기억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밤 깊도록 눈이 펑펑 내리던 1915년 정월 대보름, 대구 앞산(대덕산) 안일암에서 몰래 이뤄진 비밀결사 결성을 기리는 일이다.바로 조선국권회복단이다. 일제 감시를 피하느라 시(詩) 짓는 모임, 시회를 가장해 한 해 첫 보름날 안일암에서 대구의 윤상태(회복단 통령) 등 전국 여러 지사(志士)들이 만든 단체다. 이 모임은 6개월 뒤 7월 보름, 달성공원에서 박상진 단원과 우재룡 등 독립투사들의 빛나는 비밀결사인 대한광복회 탄생의 연결 고리가 됐다.필자도 지난해 광복회 대구지부의 '대구독립운동사' 발간 작업에 낀 덕에 이런 안일암과 달성공원 사연을 알았다. 이를 인연 삼아 눈이 올 정월 대보름을 손꼽으며 옛 지사들이 걸었을, 알 수 없는 숲길도 답사했다. 그러나 정성이 모자란 탓인지 예보와 달리 눈 대신 비로 안일암 결사의 흔적을 더듬는 옛길 걷기는 미뤄야만 했다.올해는 안일암 결사가 일제의 촘촘한 감시망과 밀고(密告) 그물에 걸려 1919년 3월 만세운동 뒤 들켜 조직이 무너진 지 100년이다. 눈 내리는 정월 대보름 안일암 결사 길을 걷지 못한 일이 그래서 더욱 아쉽다. 내년 정월 대보름, 눈을 바라고 싶지만 이는 하늘의 일이라 그저 속으로 빌 뿐이다.

2019-02-22 06:30:00

[관풍루] 文대통령,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협력사업에 기꺼이 역할을 떠맡고 부담을 하겠다고 자신

○…문 대통령, 남북 철도·도로 연결 등 경제협력사업에 기꺼이 역할을 떠맡고 부담을 하겠다고 자신. 소득주도성장으로 가진 건 돈뿐이고, 없으면 거두면 되고….○…야당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제기에 청와대 대변인 '그건 체크 리스트이니 먹칠을 하지 말라'고 항변. 이젠 '내로남불'에다 색깔론까지 등장시켰구먼!○…대구 목욕탕 80% 이상이 소방시설 열악한 안전 사각지대.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으려면 목욕탕 갈 때 소화기라도 짊어지고 가야 하나?

2019-02-22 06:30:00

한윤조 사회부 차장

[청라언덕] 아사히글라스와 검찰

'아사히이김', '연대로힘생김'을 들어본 적 있는가? 난데없는 문자 해고 통보를 받고 3년 8개월을 싸워 온 AGC화인테크노한국주식회사(이하 아사히글라스) 해고자들은 생계유지를 위해서 SNS 등을 통해 김을 팔고 후원금을 모아 간신히 투쟁을 이어왔다. 그게 아사히이'김'이다.이들이 드디어 큰 고비였던 검찰 '기소'를 얻어내며 하나의 '이김'을 맞았다. 검찰은 지난 15일 사건을 맡은 지 1년 5개월 만에 원청업체인 아사히글라스와 인력을 공급하던 하청업체, 그리고 두 회사 사장을 '파견근로자 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해고자들이 길바닥에서 한겨울 추위를 넘긴 것이 네 번이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약자의 편에서 불법을 처벌해야 할 위치에 선 검찰은 수수방관한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했다. 왜 이렇게까지 기소를 미루는 것인지 수소문해봐도 "답하기 힘들다" "말조차 꺼내지 마라"고만 했다.당초 대구고용노동청 구미지청은 해고자들의 고발에 따라 위법 사항을 꼼꼼히 조사한 뒤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해고자 전원을 직접 고용할 것과 과태료 17억8천만원을 지급할 것을 결정한 것이 2017년 8월의 일이다.하지만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3개월 만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해고자들이 항소하고 지난해 5월 대구고검이 재수사 명령을 내리자 이번에는 지난해 수사를 완료하고도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은 채 시간을 끌었다. 결국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기소 의견'을 받아들고서야 9개월 만에 겨우 기소했다. 아사히글라스 측 법률 대리인은 '법률 지존'이라 불리는 '김앤장'이었다.차헌호 금속노조 구미지부 아사히글라스 지회장은 "당시 근로조사관은 5천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를 검찰로 넘겼다. 여기에는 100쪽이 넘는 분량의 조사관이 직접 쓴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었다"고 했다. 그만큼 회사 측의 불법 증거가 차고도 넘쳤다는 해고자 측 주장이다.검찰이 시간을 끄는 동안 해고 노동자들은 피가 말랐다. 3년 8개월 동안 생업에 나서지 못하고 투쟁해 온 이들의 삶은 처참히 무너졌다. 해고자 178명 중 대다수가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 떠나고 이제 23명만이 남아 투쟁 중이다.이들의 죄(?)는 노조를 결성한 것이었다.차 지회장은 "노조 결성 후 한 달쯤 지난 어느 날 아사히글라스 측에서 우리 하청업체 직원들에게만 '내일은 하루 쉬라'고 한 뒤 쉬는 날 문자로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로 달려갔지만 아사히글라스 앞에는 100명에 달하는 용역업체 직원들이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있었다"고 했다. 아직도 23명은 회사 안에 그들의 짐이 그대로 남아 있다.검찰은 '정의'를 구현해야 한다는 국가의 명을 받은 이들이다.하지만 현실에서의 검찰은 힘 있는 자, 돈 있는 자의 편에 서는 경우가 다수다. 툭하면 검찰을 둘러싼 비리가 터지고, 국민으로부터 뿌리 깊은 불신을 받는 이유다.이번 사안 역시 검찰이 이렇게까지 시간을 끈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국민은 말로만 외치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치우침 없이 냉엄한 판단을 내리는 검찰을 원한다. 판단을 내리기 힘들 때는 '과연 누구를 위해 검찰이 존재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부터 출발해보라.

2019-02-21 15:50:28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노익장(老益壯)

평생 책이나 들여다보고 낚시질만 하다가 아내까지 가출한 강태공이 주(周)나라 무왕을 도와 천하를 평정하고 제(齊)나라의 시조가 된 것은 칠십이 넘어서였다. 중국 역사상 노익장의 원조 격이다. '노익장'(老益壯)이란 고사성어의 유래는 후한(後漢) 광무제 때 대장군 마원(馬援)의 얘기에서 비롯되었다. 마원은 원래 죄수를 압송하는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한번은 불쌍한 죄수들을 모두 풀어주고 북방으로 달아났다.후일 광무제의 휘하에 들어가게 된 마원은 62세에 군대를 이끌고 반란군 진압과 흉노 토벌로 큰 공을 세웠다. 그가 평소에 한 말이 '대장부는 어려울수록 굳세어야 하고 늙을수록 건장해야 한다(窮當益堅 老當益壯)'는 것이었다.전국시대 조나라의 백전노장 염파와 삼국지에 등장하는 촉나라 장군 황충 또한 중국 역사상 대표적인 노익장으로 꼽힌다. 광개토대왕의 아들인 고구려 제20대 장수왕도 위대한 노익장이다. 80년에 이르는 재위 기간 동안 한반도 안의 주권국가로서는 최대 판도의 강역(疆域)을 이루고 98세에 눈을 감았다. 일본 전국시대의 마지막 패자 도쿠가와 이에야스도 노익장의 칭호가 결코 부끄럽지 않다. 오사카성을 함락시키고 도요토미 집안을 완전히 멸망시킨 후 에도막부를 열었을 때는 칠십이 넘었다.서양 역사의 노익장으로는 60대의 늦은 나이에 베네치아의 도제(최고 지도자)가 된 엔리코 단돌로를 꼽기도 한다. 베네치아 역사상 가장 놀라운 인물로 평가되는 그는 80이 넘은 나이에 십자군을 이끌고 비잔티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다. 최근 미국에서는 여성 노익장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66세의 베테랑 PD인 수잔 지린스키가 주요 방송국인 CBS의 새 회장에 취임한다. 78세의 여성인 낸시 펠로시 의원이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재선 하원의장에 선출됐고, 71세의 여배우 글렌 클로즈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차지했다. 생선가게와 순댓국집으로 생계를 이어오던 김칠두라는 63세의 남성이 시니어 모델로 데뷔하며 40년 전 청년 시절의 꿈을 이루는 것을 보며,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을 더욱 실감한다.

2019-02-21 06:30:00

[관풍루] 민주당 이해찬 대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과 남북 정상회담 재개로 평화공존 체제 넘어갈 시기"라 강조

○…민주당 이해찬 대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과 남북 정상회담 재개로 평화공존 체제 넘어갈 시기"라 강조. 서민, 우리부터 가진 자와 평화롭게 공존하게 해주오.○…정부, 20일 부처 합동 1천205곳 공공기관 채용 실태 전수조사 결과 182건 채용 비리 적발. 취업 준비생, 혹 노는 친정부 인사에게 자리 주려는 꼼수는 아니죠?○…고령군, 성주에 이어 경북 김천~경남 거제 남부내륙철도 역사 유치전 가세. 도민, 자칫 과열로 역사 설치 반대 논리에 휘말리지 않게 부디 지혜롭게 하소서!

2019-02-21 06:30:00

최경철 서울정경부장 겸 편집위원

[데스크칼럼] 반듯한 대통령

"저는 골목 상인의 아들입니다.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연탄 가게를 하신 적이 있었는데, 저도 주말이나 방학 때 어머니와 함께 연탄 리어카를 끌고 배달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 힘든 것보다 온몸에 검댕을 묻히고 다니는 것을 창피하게 생각했습니다. 자식에게 일을 시키는 부모님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자영업·소상공인과의 대화' 행사. 문 대통령은 자신의 어린 시절 연탄 배달 얘기를 꺼내면서 '대통령 말씀'을 시작했다.대통령 자신도 철없는 어린 시절부터 무시무시한 가난을 겪으면서 커왔는데 자영업·소상공인들도 지금이 몹시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을 내면 이겨낼 수 있으리라는 권면(勸勉)의 의미로 들렸다.어린 마음에 연탄 검댕이 부끄러웠으면서도 '오죽하면 자식에게 일을 시키겠느냐'는 생각으로 창피한 마음을 다잡으며 부모님을 기꺼이 도왔던 이야기. 이 대목에서도 읽어내릴 수 있듯이 문 대통령을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이들은 한결같이 문 대통령을 두고 '반듯한 사람'이라는 평을 한다.문 대통령과 오랜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나이가 일곱 살이나 많은데도 문 대통령에게 반말을 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을 만큼 노 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반듯함'을 높이 샀다.김태우 수사관에 이어 신재민 전 사무관까지 나섰던 폭로, 손혜원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서영교 민주당 의원의 재판 거래 의혹, 복심(腹心)이라 불리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법정구속까지, 지난해 연말부터 최근까지 문재인 정부에는 숨 돌릴 틈이 없을 만큼 한꺼번에 악재가 찾아왔다. 하지만 여러 곳의 여론조사기관 조사 결과를 보면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좀처럼 하락세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지난해 말부터 여러 돌발 변수가 급속도로 늘어난 가운데 문 대통령은 자신이 직접 국민들과 만나는 대면 접촉 일정을 크게 늘렸다. 대통령의 개인기, 이른바 '반듯한 대통령'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직접 보이면서 위기를 넘어서려 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살펴봐야 할 보고서가 엄청나게 많은데도 문 대통령은 지난주는 물론 이번 주에도 매일외부에 공개되는 일정을 소화해낼 만큼 강행군을 하고 있다. 하루에 2개 이상의 공개 일정을 진행하는 날도 적지 않았다.그러나 반듯한 대통령은 함정을 만나고 말았다. 지난 13일 고향 부산에서였다.문 대통령이 이날 부산을 찾아 내놓은 이른바 '가덕도 신공항 시사' 발언은 영남권 5개 시·도가 합의해 정부 국책사업으로 공식 채택된 '김해공항 확장'을 대통령이 뒤집는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영남권은 혼란의 소용돌이로 또다시 빠져들었다.영국의 정치철학자 존 로크는 권력이 제한적이지 않다면 어떠한 지배적 권위도 아예 존재하지 않는 '자연 상태'보다 더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통치자의 권력은 일시적으로 위임받은 것일 뿐, 무적의 칼과 방패는 통치자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다는 얘기다.주권자인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에게 신용카드를 맡겼지만 한도 무제한 카드를 준 적이 없다. 반듯한 문 대통령이 이를 몰랐단 말인가? 로크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 생겼단 말인가?

2019-02-20 11:34:24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빚은 갚아야 하는 것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대부분의 언어에서 채무에 해당하는 단어는 모두 '종교적 죄'(sin) 또는 '범죄'(guilt)와 동의어이다. 그리고 이는 화폐라는 단어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한 예로 화폐의 독일어 단어 켈트(Gelt)는 '앙갚음'이라는 뜻의 페르겔퉁(Vergeltung)에서 기원하는데 이 말은 '빚(score) 청산'과 '보복'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score는 본래 즉시 갚지 못한 것을 수량으로 바꾸어 나무 등에 칼로 베어낸 자국을 뜻하는데 여기서 '외상 빚'이라는 뜻과 '원한' '복수'라는 뜻을 함께 갖게 됐다고 한다.채무와 범죄, 화폐라는 말의 연관성은 일본어도 예외가 아니라고 한다. 일본 경제학자 후쿠다 도쿠조(福田德三, 1874-1930)에 따르면 일본에서 지불(支拂)이라는 개념은 고대 일본의 신도(神道) 제사 때 '죄 씻김'(하라이, 払い)이라는 정화 의식에 기원한다. 당시 신도에서 사회적 책무의 많은 것이 '불결함'(게가레, 穢れ)으로 간주됐고, 이를 '하라이' 하는 것이 개개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는 행위였다는 것이다.('돈의 본성', 제프리 잉햄)모든 종교가 그렇듯 정화 의식에는 공물(貢物)을 바쳐야 한다. 죄를 씻으려면 공물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이런 규칙은 살인 등의 사회적 범죄에도 적용되면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대신 가치 있는 물건이나 화폐를 '지불'하는 것으로 속죄와 보상이 이뤄졌다는 것이 화폐역사학자들의 분석이다. '불결한 것을 털어낸다'고 할 때의 '하라이'와 '지불한다'는 뜻의 '하라이'가 어원상 동일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이런 사실이 던지는 메시지는 채무는 곧 범죄이고, 범죄(종교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는 반드시 씻어야 하며, 그래야 채무자는 종교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온전한 인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라고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다.문재인 정부가 취약 계층이 아닌 일반인도 금융권 채무 원금의 최대 70%를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 '빚은 갚아야 한다'는 자기 책임의 원칙을 허무는 것일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채무자들만 바보로 만드는 꼴이다.

2019-02-20 06:30:00

[관풍루] 민주당,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김경수 경남지사 실형선고 1심법원 비판

○…민주당, 19일 국회 기자간담회서 김경수 경남지사 실형선고 1심법원 비판. 법조계, 아예 입맛 맞는 판사 배정 입법으로 삼권분립 틀 없애면 될 텐데 뭔 소란이지요.○…여야 5당 원내대표, 19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만남에서도 국회 정상화 방안 합의 실패. 해외 의회, 실컷 싸우고 놀아도 억대 연봉 받는 선진 국회 관광 가세!○…대구 동산병원, 재개발 사업 편입 병원 소유 땅값 3배 비싸게 불러 논란. 주민들, 개발되면 곧 병원 고객이 될 터인데 예비 손님을 이리 푸대접해도 되나요?

2019-02-20 06:30:00

최정암 서울지사장

[시각과 전망] 대통령을 궁지에 빠뜨린 부산시장

서울에서도 가덕도 신공항이 화제다. 화제라기보다는 비판이 주류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부산경제인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오거돈 부산시장 등이 가덕도 신공항을 건의하자 "(부산·울산·경남 자체 검증 결과에 대해) 5개 광역단체장 뜻이 하나로 모인다면 결정이 수월할 것이고, 생각들이 다르다면 부득이 총리실 산하로 승격해 검증 논의를 해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그런 논의를 하느라 사업이 표류하거나 늦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부산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환영 일색이다. 부산 정치권도 여야를 떠나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가덕도 신공항이 될지 안 될지 현 단계에서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부산이 고향 출신 대통령을 궁지에 빠뜨렸다는 점이다. 그것도 야당이 아니라 여당 출신 시장이 말이다.대통령만 곤란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향후 정부, 여당에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엄청난 산고 끝에 결정된 '김해공항 확장, 대구공항 통합이전' 정책을 뒤집어엎고 이 정부가 부산 민심을 얻기 위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강행한다고 치자. PK를 제외한 전국 여론은 고향 퍼주기, 내년 총선을 겨냥한 선심 행정이란 비판이 고조될 것이다. PK는 외톨이가 된다는 뜻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 내놓은 발언이 결국 더불어민주당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격이다.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결정되면 과연 부산의 민심이 달라질까. 신공항은 앞으로 아무리 빨라도 10년 뒤의 일이다. PK에서 작년 지방선거를 싹쓸이할 때와 지금의 민심이 다른 건 먹고사는 문제에서 비롯됐다. 서민들 삶의 질이 팍팍해져서다.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적폐 정권 때보다 못하다는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경제를 살리지 못한 청와대와 정부, 집권 여당의 무능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는데 공항을 건설한다고 해서 부산 시민들이 지지를 보낼까.대통령을 모신 자리에서 부산은 공항 문제를 거론은 해도 답변 요구는 말아야 했다. 예의에도 어긋난다. 지지율이 급락하자 고향으로 달려간 '심성 고운 대통령'이 시장과 경제인들의 거듭된 강요성 질문에 긍정적으로 읽힐 수 있는 답변을 안 할 도리가 없었다.이명박 정부 때와 박근혜 정부 때 영남권 신공항으로 밀양을 지지한 대구경북은 객관적 평가에서 가덕도를 내세운 부산에 비해 두 번이나 높은 점수를 받고도 버림받았다. 그래도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대통령을 닦달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곤란하게 만드는 게 대구경북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오히려 이들은 분노한 민심을 달랬고, 언론을 설득했다. 그게 광역단체장이 할 일이다.광역단체장은 정부를 공격하고 정치권을 질타해도 대통령이 빠져나갈 구멍은 마련해둬야 한다. 또 다른 기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오거돈 부산시장이 자신의 공약인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만 집착한 나머지 부산의 신성장동력을 찾을 기회를 잃어버릴까 봐 걱정된다. 더욱이 고향을 도우려던 대통령과 집권 여당마저 위태롭게 만드는 단체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PK 출신 기자로서 심히 우려스럽다.

2019-02-20 06:30:00

박상구 경제부 기자

[취재현장] 최고의 자영업자 대책은 양질의 일자리 발굴

지난달 매일신문 지면에 '자영업자 희망프로젝트' 연재를 시작했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경북 자영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다.취재차 만난 자영업자들에게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 외에도 공통점이 있었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낙후된 상권에 자리 잡았다는 점과 혼자 일한다는 점이었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주로 호소하는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었다. 또 다른 특징은 처음부터 자영업을 생각한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이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 대부분은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했거나 취업난에 창업을 택했다. 남다른 아이템으로 성공을 거둔 그들에게도 자영업은 '차선책'이었다.수년째 취업에 실패해 어쩔 수 없이 카페를 차렸다는 한 자영업자는 "대구는 경쟁이 치열해 뼈 빠지게 일해도 손에 쥐는 돈이 일반 직장인 월급과 큰 차이가 없다"며 "어느 정도 매출이 확보된 지금도 그냥 취업하고 회사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하다 안 되면 카페나 차려야지'라는 말은 현실적이면서도 정말 위험한 얘기"라고 했다.지역 자영업자들이 전례 없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자영업자가 대다수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경기 부진 영향으로 전년 대비 3천 명 줄었다. 빚을 내가며 버티는 자영업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자영업자 대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432조2천억원에 달했다. 일반 가계대출까지 합하면 자영업자 빚 규모는 7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 카드 수수료, 비싼 임대료 탓도 물론 있겠지만 핵심은 아니다. 자영업자 인건비 지원, 임대료 인상 폭 제한 등 정부 지원책이 피부로 와 닿지 않는 이유다.지역 자영업자 어려움의 근본적 문제는 지나친 경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수는 564만 명에 이른다. 전체 취업자의 25%를 넘는 수치로 일본의 2배 수준이다. 한정된 시장에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기 힘든 구조다.근본적 해결책은 결국 양질의 일자리 확보다. 정부가 추진하겠다는 골목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같은 자영업자 대책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용시장에서 밀려나 불가피하게 자영업에 뛰어드는 이들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그런 면에서 대구의 최근 고용지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지난달 대구 취업자 수가 120만 명으로 전년 대비 6천 명 늘어나는 동안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3천 명 줄었다. 자영업자 비중이 조금이나마 줄어든 셈이다.취재를 위해 자영업자들을 만나며 느낀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일자리의 중요성이었다. 어느 정도 자리 잡은 자영업자마저 여전히 취업해서 월급 받는 것이 낫다고 얘기할 만큼 지역 자영업자들이 놓인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아니면 최소한 인건비나 임대료 부담에서라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자영업자는 극소수다. 최고의 자영업자 지원책은 결국 '경쟁자 제거'(?)다. 양질의 일자리를 발굴해야 지역 청년들도, 자영업자도 웃을 수 있다.

2019-02-19 10:20:24

박병선 논설위원

[야고부] 민자 공항의 허구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가덕도 신공항 신설 시사' 발언을 한 이후 온통 시끄럽다. 2016년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사안을 정권이 바뀌었다고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정치적 고향인 부산에 '선물'을 주고 싶겠지만, 정부 신뢰성이나 정치 도리 측면에서는 잘못된 행태다.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을 짓기 위해 온갖 수단을 마다하지 않는다. 2015년 5개 시도지사 합의안은 물론이고, 2016년 정부의 '김해공항 확장' 결론을 뒤집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압권이 '가덕도 신공항을 민간투자 방식으로 건설하겠다'는 주장이다. 부산시 주장대로 국내에서 전례가 없는 민간투자 공항이 가능할 것인가?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국제 여객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민간 자본으로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도심과 멀리 떨어진 소규모 공항이나 노후 공항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민간 자본으로 건설하는 사례가 있기는 하다. 다만, 부산시가 목표로 하는 '관문공항' 경우에는 영리 위주 운영의 위험성 때문에 민간투자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일본 나고야의 주부(中部)공항은 국비 확보에 실패해 민자가 투자금의 50% 정도 들어가긴 했지만, 나머지는 인근 지방자치단체 등의 출연금이다.흥미로운 것은 외국계 기업이 투자를 하더라도 '민간투자법'에 따라 정부와 부산시가 투자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잘못될 경우 그 손실분을 세금으로 메워줘야 함은 물론이다. 가덕도 신공항 투자비용이 10조~13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가 이런 위험 부담을 감수할 리 만무하다.부산시는 구체적인 민간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지만, 일각에서는 민간투자금은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했다. 건설 비용의 30~50%는 부산시 예산, 외자, 지역기업 주주 참여 등으로 부담하고, 나머지는 정부가 부담하는 식이다. 결국 외자는 전체의 절반에 채 미치지 않고, 나머지는 정부에 손을 벌리겠다는 얘기다. 여기에는 철도·고속도로 등 교통수단은 빠져 있다. 결국, 민간투자 공항은 여론 호도용 구호이자 실현 불가능한 결론이 아니겠는가.

2019-02-19 06:30:00

[관풍루] 권영진 대구시장, 당내 일부 국회의원의 5'18 망언에 사과하는 문자를 광주시장에게 발송해 파문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 여성가족부의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배포와 관련 '진선미 장관은 여자 전두환'이냐고 힐난. 그건 진 장관이 대통령감이라는 뜻?○…권영진 대구시장, 당내 일부 국회의원의 5·18 망언에 사과하는 문자를 광주시장에게 발송해 파문. 저지르는 자 따로 수습하는 자 따로, '따로한국당'이네!○…전 포항제철소장이 기본 규정과 양심마저 저버린 채 경쟁사인 현대제철 사장으로 간다는 소리에 포항 민심 발끈. 의리도 상도도 없는 배신자 그 이상이군….

2019-02-19 06:30:00

서종철 논설위원

[세풍] 오기에는 디테일이 못 산다

요즘 손흥민이 상종가다. 이름대로 '흥'하다. 아시안컵 좌절로 프리미어리그에 조기 복귀한 뒤 고작 사흘 쉬고 매 경기 풀타임 선발로 나서 4경기 연속 골망을 흔들었다.리그 3위 성적인 토트넘은 손흥민의 부재에다 핵심 전력의 부상으로 패전을 거듭하며 파장 분위기였다. 그런데 손흥민이 합류하면서 기사회생했다. 영국 언론과 전문가 입에서 "슈퍼소닉"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이유다. 챔피언스리그 16강전 홈경기는 손흥민의 가치를 입증한 중요한 경기였다. 도르트문트를 맞아 전반전 내내 수세에 몰렸지만 후반전 초반 손흥민이 선제골을 넣고 결국 낙승했다. 매체마다 손흥민을 '게임 체인저'로 치켜세우며 높은 평점을 줬다. 게임의 흐름을 바꾸고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뜻이다.'게임 체인저'는 결과나 판도를 통째로 바꿔 놓을 만한 결정적 역할을 하는 사건이나 인물, 물건, 서비스 등을 일컫는 용어다.정치·경제·외교 등 각 분야에도 게임 체인저의 사례는 많다. 고정된 상황이나 판을 뒤흔들어 새 흐름을 만들어내고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려는 욕심이 작용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도 그렇다. '무역적자=불공정무역'이라는 패러다임을 덧씌워 상대를 압박하고 주도권을 쥐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게임 체인저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일본과 중국, EU, 캐나다 등에서 들여오는 철강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또 그제 독일·일본산 자동차를 겨냥해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이 조항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미국과 거래하는 무역 상대국에는 거의 카운터펀치다. 사문화되다시피 한 규정까지 끄집어내 게임 판도를 뒤바꾸면 미국 기업의 사정은 확 달라진다. 당장 철강 관세 효과로 미국 철강업체 순이익이 2, 3배 급증한 점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의 노림수가 맞아떨어졌다.우리의 게임 체인저는 무엇일까.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과 적폐 청산을 게임 체인저로 봤다. 과거 권력의 부정·불의를 징벌하고, 사회 양극화를 개선한다는 논리다. 그런 국가적 변화가 필요하고 또 틀린 말도 아니다. 그러나 성급하지만 지금 상황이라면 정부 정책 방향이 게임 체인저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 정부의 논리도 조금 변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성장률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치솟자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각종 규제에 발목을 잡힌 기업 활동이 계속 가라앉고 재도약의 가능성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서다.우리에게는 독일의 '인더스터리 4.0'이나 중국 '제조 2025'와 같은 중장기 전략도 없다. 이런 국가 전략의 부재는 한국 경제가 내외적 변수에 휩쓸려 표류하거나 좌초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위험신호다. 최근 정부가 띄우는 '수소 경제'도 경제성과 기술적 한계 등 논란만 무성하다.무엇보다 우리의 게임 체인저 전략에는 척박한 혁신 환경과 크게 뒤떨어진 정책 디테일이라는 약점이 있다. 여기에서 혁신이 싹트고 정책 효과를 내기란 애초 무리다. 이제는 오기로 버틸 때가 아니다. 거시적인 관점과 긴 호흡으로 국가 전체를 봐야 한다. 게임 체인저로서 새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구호가 아니라 디테일에 충실해야 한다. 설익은 정책은 과적(過積)과 마찬가지다. 이내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2019-02-19 06:30:00

[관풍루] 문 대통령, '가덕도 발언'에 대구경북과 부산 갈등 증폭 조짐

○…문재인 대통령, '가덕도 신공항 신설 시사' 발언에 대구경북과 부산 갈등이 증폭될 조짐. 말 한마디에 경상도 인심 흉흉한 걸 보면 초대형 설화(舌禍)가 분명하군.○…다음 달 개각 앞두고 대구경북 출신 부처 장관이 없을 가능성 거의 높다고.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데없네' 옛시조가 절로 나올 판.○…조원진 의원, 검찰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친××'라고 욕설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받아. 어디 국회의원 '품위실추죄'라는 형벌은 없나?

2019-02-18 06:30:00

조향래 논설위원

[야고부] 가버나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한 "부모님을 고소하고 싶어요…".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최근 개봉 영화 '가버나움'의 포스터 카피는 사뭇 충격적이다.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한 죄'로 친부모를 고소해 법정에 세우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열두 살쯤 된 시리아 난민 소년이다. 출생 기록이 없어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학교도 못 다니며 일만 하면서 힘겹게 살아왔다.막 초경을 시작한 여동생이 동네 슈퍼 주인에게 팔려가는 것을 보고 가출하지만 삶은 여전히 처연했다. 임신한 여동생이 병원도 못 간 채 하혈을 하다가 죽자 슈퍼 주인을 찔러 교도소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 면회를 온 엄마는 신의 축복으로 또 동생이 생겼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리고 재판정에서도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가버나움'은 성경에 등장하는 저주받은 마을 이름이다. 프랑스어로는 '뒤죽박죽 엉망진창인 상태'를 뜻하며, 문학적으로는 '혼돈과 기적'을 의미한다. 레바논 출신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는 왜 '가버나움'을 영화 제목으로 썼을까. 본능에만 충실한 무책임한 부모 때문에 호적도 없이 투명인간으로 살아야 하는 아이들….중국에서는 30년간 강행한 '1가구 1자녀' 정책으로 출생신고 없이 유령처럼 살아온 사람이 1천30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은 학교와 병원에 갈 수 없는 것은 물론 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직장을 가질 수도 없어 한 동네에만 있는 듯 없는 듯 머물러야 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자 그제야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하고 이들에 대한 호적을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우리나라도 가족관계등록법상 부모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심각한 사건이 발생하거나 우연히 존재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국가가 출생 사실을 일일이 파악할 수가 없다.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부모뿐만 아니라 의료기관에도 출생신고를 의무화하는 '투명인간방지법'이 제기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아이 낳으라고 출산장려금을 쏟아붓는 세태에, 태어나고도 유령처럼 살아가는 인권 사각지대가 있다면 우리 사회 또한 '가버나움'의 예외가 아닐 것이다.

2019-02-18 06:30:00

정창룡 논설실장

[매일칼럼] 대통령이 대구공항 이전 한 말씀 하시라

영남권 신공항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김해공항이 포화될 경우에 맞춘 대안 마련 차원에서였다. 김해공항 이용객 수가 215만 명(2005년)에 불과하던 시절이었다. 이듬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를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유는 분명했다. "국토균형발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남권 허브공항이 필요하다."명분은 분명했으나 입지를 두고 영남권이 갈라진 것은 유감이다. 대구경북은 경남 밀양을 밀었다. 대구도 경북도 아닌 경남 밀양을 굳이 선택한 것은 부산경남권에 대한 배려였다. 기존 김해공항보다도 훨씬 먼, 바다 건너 가덕도는 애초부터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지였다. 그럼에도 부산은 무조건 가덕도를 고집했다. 여기엔 부산 신공항과 신항만,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구상을 완성하겠다는 '부산만을 위한' 욕심이 묻어 있었다.아쉽게도 가덕도는 대구경북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신공항을 지었는데 현재의 대구공항과 김해공항 체제보다 더 불편해진다면 대구경북민들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다.대구경북은 가덕도를 받아들일 수 없었고 부산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지역 갈등은 폭발했다. 공약을 내걸었던 이명박 정부는 수습할 의지도, 능력도 없었다. 갈등이 심해지자 백지화를 선언했다. 이유로 경제성 부족을 들었다. 적자투성이 지방 공항을 또 짓느냐는 수도권론자들의 영남권 공항 무용론도 크게 작용했다.그러나 오늘날 대구공항이나 김해공항은 전국에서 몇 안 되는 흑자 공항이다. 적자투성이 공항이란 폄훼는 당치 않다. 앞으로 길이 3천500m 이상의 반듯한 활주로가 깔린 공항으로 거듭나면 중장거리 노선이 확충되고, 대형 수송기까지 드나들며 더 큰 날개를 달 것이다.백지화에도 영남인들이 관문공항에 대한 요구를 접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입지 다툼은 여전했다. 또다시 모두가 피해자가 될 상황이 벌어졌다. 결국 2015년 5개 시도지사가 극적으로 합의했다. 입지는 정부가 외국의 전문기관에 의뢰해 결정토록하고 서로 유치 경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결정하면 토를 달지 않겠다는 대승적 합의였다.프랑스 파리공항공단용역팀은 2016년 김해공항 확장에 818점, 밀양 665~683점, 가덕도 581~635점을 매겼다. 김해공항 확장안이 채택됐다. 곧이어 대구공항 통합이전안도 나왔다. 대구공항 통합이전과 김해신공항으로 가닥이 잡혔다. 대구경북인들은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받아들였다. 대구공항 수요는 폭발적으로 느는데 마냥 허송세월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대구공항은 2018년까지 부지를 확정하고 2023년까지 민간공항과 K-2를 함께 이전하기로 계획했다.정권이 바뀌었다. 대구공항 이전 작업은 지지부진하다. 아직 부지 확정도 못 했다. 그러던 차에 김해공항 확장에 부정적인 대통령의 한마디가 터졌다. 가덕도 공항에 다시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됐다. 대구경북민들에겐 지난 10년간의 악몽을 되살리는 일이다. 가덕도 공항과의 딜을 위해 대구공항 이전을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인다.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와야 한다. "대구공항부터 계획대로 반듯하게 지어라."

2019-02-18 06:30:00

정인열 논설위원

[야고부] 수출1호 시(詩) 잇는 할매

'님이여, 강을 건너지 마오/ 님께서 끝내 강을 건너시네/ 강을 건너다 빠져 죽으니/ 님을 어찌하리오.'고조선 시대 작품으로 알려진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이다. 한국 가요에서 가장 오래됐고 1천800여 년 전 중국 후한 시대 즈음부터 중국 문인들에게도 알려져 그들의 문집에 소개된 노래다. 이러니 아마 한국 민간 가요로서 수출 1호의 시(詩)로, 오늘날 한류(韓流)의 원조쯤으로 봐도 무난한 작품인 셈이다.그런데 주인공과 노래를 부른 아내의 나이가 흥미롭다. 작품 주인공은 강가에 사는 흰머리 사나이, 즉 삶의 달고 쓴 풍파를 고루 겪었을 백수(白首) 남편이다. 이에 미뤄 이런 기가 막히는 슬픈 노래를 불러야만 했던 아내 역시 가슴 설레던 젊음을 보내고 삶의 뒤안길을 맞은 나이 지긋한 여인이었을 듯하다.우리의 첫 시는 이처럼 세월의 나이를 보낸 흰머리의 어른이 주인공이었고, 노래를 부른 이도 그만한 세월의 무게를 견딘 아내였을 터이다. 그래서일까. 이후 시대와 왕조가 바뀌고 강산이 변해도 세상에 나온 숱한 노래와 시에는 삶의 고비를 굽이굽이 지나온 옛 사람들의 작품이 적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다.올 들어 설밑에 잇따라 출판된 경북 할머니들의 삶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시집 두 권도 이런 흐름과 다르지 않다. 지난달 출판된 경북 칠곡의 권연이 외 91명 할머니가 다듬은 작품을 담은 '내친구 이름은 배말남 얼구리 애뻐요'와 이달에 나온 김천 이길자 할머니 시인의 동시집 '나무 그늘을 파는 새'는 그런 사례다.경부선 기찻길로 통하는 뭣이 있는가. 두 곳 '할매'의 놀랍고 샘솟는 시의 열정은 감탄할 만하다. 칠곡에서는 지난 2015년 첫 할매 시집 '시가 뭐고?'부터 이번까지 벌써 세 권째다. 김천 이길자 시인 역시 2010년 첫 시집 '홍매화 입술' 이후 3권까지 낸 데 이어 올해 동시집도 냈으니 말이다. '노익장'(老益壯)이다.옛 우리 '할매' 핏속 시심(詩心)이 세월을 넘어 흘러 끊임없이 이어질 길조(吉兆)가 아닐 수 없다.

2019-02-16 06:30:00

정경훈 논설위원

[야고부] 표현의 자유

로베르 포리송(1929~2018). 프랑스 리옹 1대학에서 20세기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던 학자로 1979년 이후 "홀로코스트는 역사적 거짓말"이라는 주장을 펴온 인물이다. 이 때문에 프랑스가 1990년 홀로코스트 부인을 범죄로 규정한 이후 여러 차례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았으며 1991년 대학에서도 파면됐다.이에 박해받지 않고 의견을 표명할 수 있는 자유를 요청하는 국제적인 탄원서가 작성됐다. 500명이 서명한 이 탄원서에 '존경받는 진보지식인' 놈 촘스키도 친구의 요청으로 서명했다. 프랑스 언론은 여기에 주목해 그 탄원서를 '촘스키 탄원서'라고 불렀다. 이 일로 촘스키는 '반시온주의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수정주의자' '신나치주의자'로 비난받았다.촘스키는 "홀로코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집단적 광기"라거나 "내가 볼 때 (유대인을 학살한) 가스실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합리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그런 점에서 탄원서 서명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면 왜 서명을 했을까. 포리송의 주장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 때문이다.그는 쏟아지는 비난에 이렇게 말했다. "표현의 자유(학문의 자유를 포함)는 입맛에 맞는 견해에만 국한돼서는 안 된다. 널리 경멸·저주받는 견해라도 표현의 자유는 적극 옹호돼야 한다. 보호를 필요로 하지 않는 힘센 사람의 의견이나 공적(公敵)의 인권침해를 비난하는 만장일치의 의견은 보호해주기 쉽다." 그뿐만 아니라 말할 자유의 옹호와 그 말을 한 사람의 주장에 대한 동의는 별개의 문제임도 분명히 했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사상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촘스키가 자유한국당 의원 3인의 '5·18 폄훼'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이 5·18에 대한 어떤 부정적 견해도 법으로 불허하겠다고 벼르는 지금 한국 사회를 본다면 뭐라고 할까? 표현의 자유에도 책임이 따른다. 그런데 그 책임의 내용은 무엇일까. 자기주장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가, 형사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기자의 생각에 후자는 책임이 아니다. 입을 틀어막는 족쇄일 뿐이다.

2019-02-15 06:30:00

[관풍루] 현대기아차, 대기업 최초로 정기공채 없애고 상시 채용 발표하자 취업준비생들 더 치열해질 경쟁에 한숨

○…현대기아차, 대기업 최초로 정기 공채 없애고 상시 채용 발표하자 취업준비생들 더 치열해질 경쟁에 한숨.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댔는데 요즘 취업 문은 정반대.○…트럼프 "전화 몇 통에 한국이 방위비 5억달러 인상 동의했다" 자랑. 트럼프식 계산법으로 올랐다니 됐고, 우리도 7천만 아닌 5억달러 올려준 셈이니 됐고.○…대구 아파트 신규 분양 열기는 활화산인데 기존 주택 거래는 얼음장이라고. 투기든 투자든 당첨되면 목돈 쥔다는 '로또 분양'이 빈말은 아니네.

2019-02-1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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