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피할 수 없는 산불의 유혹(?)

봄철 산불 조심기간(2월~5월) 66% 발생
지속적인 단속, 캠페인, 시민 관심 필요

지난달 27일 대구 동구 팔공산 인산초소에서 산불감시원들이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지난달 27일 대구 동구 팔공산 인산초소에서 산불감시원들이 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도시와는 달리 농촌에서 활동하려면 불의 사용을 피할 수 없다. 주말을 이용, 어설픈 농부 생활을 한 지 몇 년 됐는데, 끊임없이 산불의 유혹(?)을 받고 있다. 산 가까이 밭이 있기에 불을 피우지 않으려고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

얼마 전 바람 없는 비 오는 날에 밭에서 조심스럽게 쓰레기를 태웠다. 종이상자와 휴지 등 종이 쓰레기만 잠깐 태우려고 했으나 야금야금 비닐이나 스티로폼 쓰레기를 타는 불에 던져 넣었다. 연기 퍼지는 것을 걱정하면서도 금방 타버리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마을 어귀에 폐비닐 등 농사용 쓰레기를 모아 두는 곳이 있음에도, 눈앞의 쓰레기가 당장 거슬리기에 태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농부에게 마른 풀, 잘라내거나 썩은 나뭇가지는 쓰레기보다 더 눈엣가시다. 땅에 숨어 있는 해충을 잡으려고 논이나 밭두렁을 태울 때도 있다.

밭에서 일하다 간단하게 음식을 해 먹으려면 불이 필요하다. 불을 피우지 않고는 농촌 생활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농촌에서는 지자체와 소방청, 산림청 등 관련 기관의 단속·예방 활동, 캠페인에도 산불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불의 계절인 봄이 돌아왔다. 지난달 21일 안동과 예천에서 큰불이 나는 등 대구·경북에서도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일 현재 전국에서 129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경북에서는 전국 17개 지자체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28건이, 대구에서는 5건이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경북에서 121건, 대구에서 6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대구에서는 최근 10년(2011~2020년) 평균 6건이 발생한 점에 비춰보면 올해 산불이 잦은 편이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4천737건이다. 3월이 1천286건으로 가장 많았고, 4월 1천41건, 2월 524건, 5월 474건 순이다. 이 가운데 66%인 3천110건이 '봄철 산불 조심 기간'으로 꼽히는 2월 1일부터 5월 15일 사이 발생했다.

산불이 난 원인별로 보면 입산자 실화가 1천594건(34%)으로 가장 많고 논·밭두렁 태우기 717건(15%), 쓰레기 태우기 649건(14%) 순이다. 담뱃불 실화 236건(5%), '성묘객 실화' 150건(3%)도 원인이 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최근 발생한 안동, 예천 산불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데 전문가를 선임하는 등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해 4월 큰 피해를 낸 안동 산불의 원인을 입산자 실화로 추정했을 뿐 구체적으로 밝혀내지 못했다.

안동 산불 목격자는 "성묘객이 내려오고 20분 후 인근에서 연기가 났다"고 했고, 예천 산불을 목격한 주민은 "쓰레기를 소각한 인근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산불은 대부분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고 있다. 번개 등 자연재해로 인해 대형 산불이 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선 사람의 실수로 산불이 나는 점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필요하다.

매일신문사는 남부지방산림청과 공동으로 지난 2012년부터 '산불 예방 어린이 포스터 그리기 공모전'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작품을 접수, 시상하며 매년 500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몇 차례 이 행사의 심사와 시상을 맡은 적이 있는데, 작품성을 떠나 학생들의 참여 열기에 놀랐다.

산불 예방 활동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주요 등산로 입구에는 산불감시 초소가 마련돼 있으며 감시원들은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우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며 예방 활동을 한다. 야외 활동을 하다 보면 헬리콥터를 이용한 산불 예방 캠페인과 감시 활동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러함에도 산불이 반복되는 것은 안이한 인식에 따른 부주의와 습관 때문이 아닐까. 밭에서 쓰레기를 태우다 "큰일 난다. 신고가 들어간다"고 주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여전히 밭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불태우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무속인 등의 종교 활동에 따른 산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불은 어쩌면 불을 이용하면서 문명인의 생활을 시작한 인간의 본능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산불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만큼 특별한 예방 대책은 없어 보인다. 실화자에 대한 형사적 처벌이나 큰 액수의 벌금 부과 등 강한 처벌을 하면 산불이 줄어들까.

현실적으로 산불 피해를 방지하려면 지속적인 예방, 단속 활동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 산불 진화 장비의 현대화와 방화 숲 조성 등 이를 위한 과학화도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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