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전지훈련 교훈

지난 1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삼성라이온즈 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지난 1일 오전 경북 경산시 삼성라이온즈 볼파크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서 삼성라이온즈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최두성 체육부장 최두성 체육부장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5년 2월, 삼성라이온즈는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로 '미국' 전지훈련을 단행했다. 감독 포함 38명의 선수단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스타운에 둥지를 틀고 18일간 훈련하며 선진 야구를 익혔다.

그곳에서 김일융은 발렌수엘라의 주무기 포크볼을, 김시진은 제구력을 다듬었고 둘은 그해 각각 25승을 올렸다. 이해창은 메이저리그 도루왕 모리윌스의 개인지도를 통해 진일보한 주루 기술을 습득했다.

삼성이 그해 처음 선보인 '전문 마무리 투수제도' 역시 미국 전지훈련에서 보고 배운 것이 토대가 됐다.

태평양을 건너가 진행한 전지훈련은 그해 삼성이 프로야구사(史)에 남긴 전무후무한 전·후기 통합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삼성은 홈런 이만수, 타격 장효조, 다승 김시진·김일융 등 각종 개인 타이틀도 휩쓸며 처음으로 '사자군단'의 위용을 발휘했다.

삼성의 미국 전지훈련은 프로야구의 새 이정표가 됐다.

까마득한 옛이야기를 꺼낸 건 코로나19가 국내 전지훈련이라는 예기치 않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워서만은 아니다. 큰아버지뻘 선배들이 낯선 곳에서 흘린 땀을 후배 선수들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재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전 세계적 코로나 팬데믹에 10개 구단은 지난 1일부터 국내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리고 훈련에 돌입했다. 삼성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경산볼파크를 오가고 있다.

따뜻한 해외에서의 몸 만들기가 익숙한 선수들이었기에 아직은 차가운 바깥 바람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 시즌 준비를 방해하나 코로나19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 훈련 공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불평은 거둬들여야 할 판이다.

올 시즌만큼은 반등이 필요한 삼성이다. 현존 구단 중 가장 먼저 창단(1982년 2월 3일)했고 이제는 롯데자이언츠(2월 12일)와 함께 둘만 남은 원년 멤버로 숱한 발자취를 남겨온 삼성이 최근 5년간 받아든 성적표(9-9-6-8-8)는 민망스럽기까지 하다.

다행히 삼성은 스토브리그서 전력 보강에 나서며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17년 강민호 이후 3년 만에 지갑을 열며 FA 최대어 오재일을 데려왔고 팀의 주축이 될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도 민첩하게 마무리했다.

데이비드 뷰캐넌, 벤 라이블리와의 재동행을 선택했고 2020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호세 피렐라도 새롭게 영입, 어느 구단보다 빨리 외인 투타 조각을 마쳤다.

해가 바뀌기 전 내부 FA 이원석과 우규민을 잡는 신속성도 보였다.

지난 시즌 최채흥·원태인, 허윤동·이승민, 이승현·최지광·김윤수 등 선발-필승조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외형적으로 마운드도 한층 깊어졌다.

전지훈련이 시작된 이제부터는 오롯이 감독, 선수의 시간이다.

감독 데뷔 시즌을 미완의 실험으로 끝내며 '파격' 등장의 기대를 '역시'와 '한계'에 가둬버린 허삼영 감독, 가능성에만 머물며 팬들을 '희망 고문'했던 선수들에게 더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11년, 기자가 삼성의 기록물 '위드 라이온즈, 열정의 30년' 연재를 위해 1985년 전지훈련을 취재했을 때 삼성 창단 멤버이자 주전 유격수였던 오대석 당시 포철공고 감독은 "'호화군단'으로 평가받았지만 '모래알'이었다. 우린 그곳에서 선진 기술뿐 아니라 타격이 부진할 땐 주루에 신경 쓰고, 마운드가 흔들릴 땐 한발 더 움직이는 발 수비로 경기에 집중하는 '팀워크'를 배웠다"고 했다.

'왕조 부활'을 준비하는 삼성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새겨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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