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FOCUS] 미국 극우단체의 기승, 바이든 행정부의 국내 안보 짓누른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시위대가 대선 결과 승인 절차를 진행중이던 의사당에 난입, 미국과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연합뉴스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시위대가 대선 결과 승인 절차를 진행중이던 의사당에 난입, 미국과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졌다. 연합뉴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된 미국 드라마 '홈랜드'는 테러 집단과 싸우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활약을 다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다. 촘촘한 구성을 통해 숨막히는 긴장이 이어지며 완성도가 높아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이 드라마의 팬이라고 해 화제를 낳았다. 게다가 드라마의 전개 내용이 예측한 것처럼 실제 현실과 들어맞아 주목을 끌었다. 이 드라마는 시즌 5까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탈레반과 IS(이슬람국가) 등 외부 테러단체와의 대결을 그리다가 시즌 6·7에서는 미국이 분열된 상황에서 국내 테러집단을 쫓는 내용으로 지금의 미국 상황과 너무 흡사해 놀라움을 안겨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에 분열의 생채기를 남기며 퇴장한 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통합'을 강조했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새 대통령의 취임식 직전에 극우 성향의 시위대가 미국 의회 의사당에 난입하는 미증유의 사태가 빚어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100만 민병대의 무장 행진'설이 나도는 가운데 삼엄한 경비 속에서 취임식을 치러야 했다. 극우적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의사당 점거 사태를 선동했다 하여 탄핵이 진행 중이다.

미국이 이처럼 분열된 모습은 일찌기 볼 수 없었다. 흑백 갈등과 계층 갈등 등이 끊이지 않았지만 통합의 가치가 언제나 우선했던 나라에서 이를 무시하는 극우 세력의 준동이 지금처럼 위협적인 때는 없었다. 이를 반영하듯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지난 27일(현지시간) 이념적 음모론에 경도된 극단주의자의 국내 테러 위협이 커졌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정부기관이 자국인에 의한 테러를 경고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DHS는 "신임 대통령 취임 이후 수 주 동안 미국 전역에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가 발생할 수 있는 분위기가 높아졌다"며 "첩보에 따르면 일부 폭력적 극단주의자가 정부의 권한 행사와 정권 교체를 반대하고 허위 정보로 불만을 품어 폭력을 계속 도모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한 해 국내에서 자생한 폭력적 극단주의자는 코로나19 방역 조처, 대선 결과, 공권력 행사 등 여러 사안이 동기가 돼 종종 정부 시설을 겨냥해 공격을 벌였다"며 "올해도 이런 동인에 의한 폭력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지난해 6월에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IS나 알카에다, 극좌 단체 안티파(Antifa) 등보다 극우 테러 단체가 미국에 더 위협이 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CSIS가 1994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893건의 테러 사건과 테러 모의 사건을 모두 분석한 결과 57%가 백인 우월주의자와 신나치, 반유대주의자 등 극우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좌파 테러리스트 25%, 종교 테러리스트 15%, 극단적 민족주의자 3% 순이었다.

1995년 4월에 벌어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청사 폭탄 테러 사건은 미국 극우 테러의 대표적 사례이다. 반(反)연방정부와 백인 우월주의 성향을 지닌 티머시 맥베이 등이 저지른 이 테러로 168명이 숨지고 600여 명이 다쳤다. 극우 테러는 시간이 흐를수록 잦아져 지난해 2월 '아톰와펜 사단(AWD)'으로 불리는 신나치 조직원 4명이 기자 등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다 체포됐다. 지난해 6월 초에는 '부걸루(Boogaloo)' 운동과 연관된 극우파 인사 3명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소요 사태를 기획하다 체포됐다. 4개월 뒤인 지난해 10월 초에는 극우 무장단체 회원 등 13명이 민주당 소속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납치를 모의한 혐의로 체포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수도 워싱턴 D.C에서 테러와 시위 등에 대비한 연방군 병사들이 경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이 열리는 수도 워싱턴 D.C에서 테러와 시위 등에 대비한 연방군 병사들이 경계 활동에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극우 단체들은 자생적으로 생겨나 전에 없이 활개를 치고 있다. CNN 방송은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이란 친(親)트럼프 그룹이 시위를 조직했고 미 전역의 극우·음모론 조장 단체들이 적극 가담해 폭력 사태를 기획했다고 분석했다. 가짜 뉴스와 음모론을 생산하는 큐아논(QAnon), 극우성향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프라우드보이즈(Proud Boys), 총기 소지 지지 단체(Pro-Gun Rights Group) 등에 소속된 자들이 의사당 난입 사태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특히 프라우드보이즈가 워싱턴 대선불복 집회를 앞두고 총기 휴대를 종용하면서 워싱턴DC에 총기를 밀반입하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전했다.

반정부 무장 세력인 '부걸루'(boogaloo)도 요주의 극우단체이다. 부걸루는 수년 전 미국의 극우 온라인 게시판 '포챈'(4chan)에서 태동한 단체로 총기 소유와 반정부 활동을 지지하는 백인 남성들이 중심이다. 부걸루는 특정한 리더가 없는 느슨한 형태로 활동하면서 극우 게시판에서 제2차 남북전쟁과 같은 새로운 내전과 사회의 붕괴, 반정부 무장활동, 정부조직에 대한 테러 등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총기규제법 반대 시위, 코로나19 반(反)봉쇄 집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항의 시위에 잇따라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미국의 각 주에서 활동하는 민병대도 대부분 극우 성향을 띠고 있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2조는 "규율 있는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의 안전보장에 필요하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 자유롭게 민병대를 창설할 수 있도록 했으며 부걸루 같은 무장 극우단체들도 이에 기반해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민병대 역사는 2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과거 영국의 식민지 시절에는 치안에 위협을 주는 세력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구성됐으나 이후 성격이 변질돼 '아리안족 국가'나 '쿠 클럭스 클란'(KKK) 같은 악명 높은 백인 우월 집단과 연결됐다.

민병대는 대체적으로 미국 정치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지니고 있으며 연방정부는 물론 연방정부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적('敵)으로 간주하고 자신들이 정부 부패와 직권남용의 희생자들이라고 생각한다. 반(反)유대주의에 물들어 있고 미국 정부의 총기류 단속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표시한다. 이 중 미시간 민병대는 과거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정부 폭탄 테러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고 지난해 4월에는 미시간주 정부의 코로나19 봉쇄정책에 항의해 주의회 건물을 일시 무장 점거하기도 했다.

미국의 극우 단체들은 트럼프 행정부 집권기에 기승을 떨치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자신들을 선동하고 지지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자신들을 비난하자 그를 '배신자'로 부르며 등을 돌리는 모습도 나타난다.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없게 되자 좌절감과 패배감이 스며들고 있다고 관측되기도 한다. 그러나 세력이 커진 극우단체들이 일시적으로 잠잠하더라도 언제든 활동의 기지개를 켤 수 있어 경계의 대상인 것은 분명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생, 헝클어진 대외 관계의 복원 등 산적한 현안에 국내 테러에 대한 대응이라는 무거운 과제도 함께 짊어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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