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헌 경북부장 이상헌 경북부장

스페인은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버킷 리스트에 올려둔 나 또한 그렇다. 하지만 영영 못 가볼지도 모르겠다.

모두의 일상을 마비시킨 코로나19 탓이다. 특히 스페인의 재확산 기세는 유럽에서 가장 가파르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확진자 5만3천 명이 늘어 누적 확진자가 46만 명, 사망자가 2만4천 명에 이른다.

스페인은 예전에도 전염병으로 악명을 떨친 바 있다. 바로 인류 최대의 재앙으로 불리는 '스페인독감'(1918~1920)이다. 당시 전 세계 5천만 명이 목숨을 잃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4만 명이 사망했다.

스페인이 간직한 또 다른 흑역사는 '스페인 내전'(1936~1939)이다. 당시 자신의 신념을 좇아 전선으로 떠난 서방 지식인들이 적지 않았다. 민병대로 참전한 영국 출신 소설가 조지 오웰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오웰은 대표작 '1984'에서 전체주의 사회를 소름이 끼치도록 무섭고 끔찍하게 그렸다. 뼈대는 러시아 소설가 예브게니 자미아틴의 '우리들'과 닮았다. 전자의 '빅 브라더' '사상경찰' '텔레스크린'은 후자의 '시혜자' '수호자' '유리집'과 같은 역할이다.

그런데 케케묵은 책들에서 신기하게도 한국 사회가 오버랩된다. '1984'에서 국민들은 매일 의무적인 '2분 증오'를 통해 가상의 적을 향한 집단 광기를 표출한다. 요즘엔 우파든 좌파든 상대 진영에 대한 혐오를 매일 수천, 수만 개의 댓글로 드러낸다.

소설 속 시민들은 정교하게 세뇌되어 어떤 주제에 대해서든 깊이 생각할 수 없는 존재다. 정부에 반대하는 사고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능력인 '죄중단', 모순되는 믿음을 동시에 받아들이는 '이중사고', 엉터리 사실을 들이대면서 흑(黑)을 백(白)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하는 습관인 '흑백'을 갖춰야 한다. 어이쿠!

소설에서 '당'은 폭력과 기만으로 절대권력을 유지한다. 주인공은 나중에 발표된 수치에 맞게 과거에 만든 기록물을 정정하는 '진리부' 공무원이다. 시쳇말로 '밀어붙이기 입법' '통계 마사지' 논란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당'의 슬로건은 더 충격적이다. '과거를 장악하는 자는 미래도 장악한다. 현재를 장악하는 자는 과거도 장악한다'이다. 우리가 현 정부 집권 이후 겪고 있는 '역사 전쟁'의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지 않은가.

이쯤 되면 권력의 속성은 동서고금 똑같다는 슬픈 결론에 다다른다. 대중은 권력에 굶주린 소수에 이용당할 뿐인, 영원한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의 운명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사람이 먼저' 따위 미사여구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독일 학자 로버트 미헬스는 과두제(寡頭制)에는 철칙(Iron Law of Oligarchy)이 있다고 갈파하기도 했다.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조직에서 몇몇 지도자들이 권력욕으로 인해 개혁이란 원래 목표를 망각한 채 목표 달성의 수단인 지위 유지에만 몰두한다는 것이다. 계급구조가 변함 없이 이어진다면 누가 권력을 쥐는지는 중요한 게 아닌 셈이다.

방역 전문가들은 올가을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경고한다. 더욱이 한반도에는 민주주의인 척하는 전체주의의 망령이 기웃대고 있다.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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