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0'으로 끝난 올해는?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경(庚)의 해는 끝자리가 '0'인 해로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커다란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100년 전의 경술국치(1910), 6·25전쟁(1950), 4·19혁명(1960), 새마을운동(1970), 5·18민주화운동(1980), 소련과 수교(1990), 남북정상회담(2000년)…."

2010년 1월 4일, 당시 경북 구미 사무실에 근무하던 김경룡 전 대구은행장 내정자가 매주 월요일 800여 명의 고객에게 보낸 전자편지의 한 부분이다. 2000년대 새로운 천년의 해를 맞아 첫 10년을 보내고 다시 맞은 10년의 첫해, 첫 주 편지에서 '0'으로 끝나는 경인(庚寅)의 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해 경인년 365일 동안 나라 밖도 그렇지만 특히 남북 강산에서는 큼직큼직하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 어김없이 일어났다. 그해 2월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기록을 깨고 금빛 정상에 올랐고, 11월엔 세계 20개국 정상이 서울에 모여 정상회담을 갖는 등의 경사스러운 일도 펼쳐졌다.

반면 3월에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나라를 지키던 젊은이 46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는 참사로 분노와 함께 세상을 경악시켰다. 또 9월엔 북한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을 공식 등장시켜 세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오늘날 정치사에 그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이라는 통치 방식을 알리는 암흑사를 거듭했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흘러 다시 맞은 '0'으로 끝난 2020년의 새해 한 달이 지나면서 겪은 경험은 앞으로 빚어질지도 모를 일의 조짐처럼 예사롭지가 않아 걱정이다. 먼저 나라 밖 중국 우한 폐렴 전파로 시작된 괴질(怪疾)의 공포이다. 다음은 국내 정치적 혼란의 나쁜 전조이다. 나라를 뒤흔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의 뭇 사례가 그렇다.

우리는 재난과 큰일이 느닷없이 오지 않음을 오랜 경험으로 배웠고 미리 경계했다. 이를 위해 나라가 앞서고 국민은 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언제쯤부터 이런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되레 바뀌고 있다. 정부는 어수선하고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새해부터 뜨거운 법(法) 권력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 회오리, 경제난 등 악재가 넘쳐도 정부는 보이지 않으니 스스로 살길을 찾을 일이다. '0'의 해, 부디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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