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우리나라가 중병을 앓고 있다

매일희평.김경수화백 매일희평.김경수화백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우리나라는 지금 중병에 들어 있다. 그 징후가 심각하지 않은 분야를 찾기 어렵다.

주요 경제지표는 올 들어 급락했다.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사상 최대다. 과거 정부가 사수했던 GDP 대비 국채 비율 40% 붕괴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온 국민이 나라 살림살이를 걱정한다. 수출은 11개월째 마이너스다. 기업들의 사기는 바닥이다. 탈한국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기업은 널렸어도 돌아오겠다는 기업은 찾기 힘들다. 자영업자 소득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로 떨어졌다. 생산성을 고려 않은 임금 인상과 고용 강요는 만성병을 일으킨다. 직격탄을 맞은 공기업은 속속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은 바닥을 드러내고 건보료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기료 인상은 시간문제다. '역대 정부 중 단기간 내 최고로 집값을 올린 정부'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집값은 폭등했다.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없는 집일수록 더 쓸 돈이 없도록 만들었다. 50년 이상을 승승장구해 온 한국 경제에 '역대 최저'니 '역대 최악'이라는 말이 일상이 됐다.

북한은 남한을 하대(下待)한다. 남한을 향한 비방과 무시가 갈수록 도를 더해간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비밀리에 보낸 부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그냥 거절한 것이 아니라 '저지른 잘못에 대한 반성과 죄스러운 마음'을 가지라고 비아냥댔다. 문 대통령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평화라는 착각에 빠져 있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평화가 왔다는 자화자찬은 빛이 바랬다. 그 사이 북핵은 더욱 공고해졌다.

한미동맹은 파열음이 요란하다. 지소미아 파기를 임시 봉합하고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여전히 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드 보복을 내세우며 중국은 한반도를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고 있다. 사드로도 막을 수 없는 극초음속 둥펑-17 미사일로 한국의 목줄까지 거머쥐었다. 동맹이 약화되자 한반도 운전자론도 힘을 잃었다. 구한말 조선 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국민은 늘었다.

중병의 원인은 리더십에 있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방향도, 방법도 틀렸다. 문 대통령보다 사흘 뒤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업적은 시사적이다. 마크롱 취임 후 '저성장 고실업'으로 대변되는 프랑스병이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과감한 노동 개혁과 감세를 지목했다. 국민과의 집요한 소통도 한몫을 했다.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았기에 국민 설득이 가능했다. 우리는 반대 방향을 택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에서 가장 급진적인 좌파 정책'이라 표현했다. 애초 방향을 거꾸로 잡았으니 기대할 게 없었다. 프랑스는 독일을 제치고 유럽 경제 모범국으로 거듭날 기세다. 반면 한국은 주변국으로부터 동네북 신세거나, 패싱을 우려해야 하는 처지다.

말 따로 행동 따로 요설(妖說)은 국민을 일시적으로 기망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국민은 허망한 말보다 실적을 내는 정부를 원한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흔들림이 없다. "무너진 나라를 다시 세워 정상화했다"고 한다. 남북 관계는 여전히 '굉장히 보람을 느끼는 분야'다. "부동산 정책에서는 자신 있다"는 장담도 늘어놓았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최고의 명의로 이름을 떨친 편작은 어느 명의도 고칠 수 없는 6가지 병을 들었다. 그 일불치(一不治)가 교만하고 방자하여 내 병은 내가 안다는 환자다. 주관적 판단만 갖고, 의사의 진료와 충고를 따르지 않는 교만한 환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 하물며 병든 줄도 모르는 환자라면 어찌 고쳐야 할지 난감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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