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오늘의 그들이 어제의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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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대법원은 이혼한 이주여성이 억울하게 추방되는 것을 막는 판결을 내놨다. 이혼 책임이 한국인 배우자에게 더 많다는 사실만 증명되면, 이주여성의 체류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첫 판결이다. '한국인 배우자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있을 때만 체류 연장이 가능하다'고 봤던 기존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이주여성이) 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이혼에 이르게 된 것이 오로지 한국인 배우자의 귀책사유 탓인 경우에만 체류 자격을 연장해 준다면, 외국인 배우자로서는 혼인 관계를 적법하게 해소할 권리를 행사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한국인 배우자가 이를 악용해 외국인 배우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 판결은 '베트남 아내 폭행 동영상'으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우리 사회에는 결혼이주여성에게 차별적인 제도와 인식이 있다. 이주여성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 이혼을 하려면 추방을 각오해야 한다. 이주여성의 체류권이 남편에게 전적으로 의존되는 독소 조항 때문이다. 이주여성이 비자 연장이나 영주권 신청을 할 때는 남편의 신원보증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에 피눈물 흘리면서도 이혼을 꺼린다.

가정폭력에는 나쁜 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가부장주의와 성차별이다.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경우 언어·문화적 갈등과 차별·멸시가 추가된다.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성일수록 그 정도는 심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결혼이주여성(920명)을 조사한 결과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10명 중 4명(42.1%)이 가정폭력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가정폭력 유형은 ▷심한 욕설(81.1%) ▷한국 생활 방식 강요(41.3%) ▷폭력 위협(38%) ▷생활비 미지급(33.3%) ▷성행위 강요(27.9%) ▷부모·모국 모욕(26.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국제결혼 과정이 이런 결과의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의 결혼은 '인연'보다는 '거래'에 가깝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베트남 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2007년 미국 국무부의 인신매매보고서에 증거물로 공개된 한국 길거리의 현수막 문구다. 보고서는 브로커를 통한 한국의 국제결혼을 인신매매로 규정하며 "동남아 저개발국 여성들을 상품처럼 다룬다"고 지적했다.

지금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이다. 생활력이 강하다. 부모님을 극진히 모신다' 등의 표현을 쓰고 있다. 또 업체들은 여성의 국적에 따라 권장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국제결혼업체 홈페이지에 소개된 '베트남 결혼 일정표'는 놀라울 따름이다. 현지에서 7박 8일간 일사천리로 결혼까지 이뤄진다. 몇 번의 맞선을 거쳐 3일 차에 '최종 결혼 승낙', 4일 차에 결혼식과 웨딩 촬영을 한다. 이후 혼인 접수와 데이트로 '결혼 원정기'는 마무리 된다.

한국에서 국제결혼은 전체 혼인의 10%에 이른다. 저출산 고령화로 이주노동자가 늘고, 결혼이주여성도 증가할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37만 명이다. 10년 뒤엔 한국 인구의 10%(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이제 외국인들과 더불어 사는 세상이 됐다.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한다. 세심한 인권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문명국가의 기본이다. 대한민국이 가난할 때, 우리도 설움을 겪었다. 오늘의 그들이 어제의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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