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권력 구조, 개편해야 한다

이창환 사회부 차장 이창환 사회부 차장

최근 사석에서 여권 인사를 만났다. 오랜 당 생활 덕분에 여권 내부 기류에 밝았다. "정권을 뺏기면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 소신껏 일을 해서 정권 재창출을 하면 다행이고 못하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냐?" 적폐 청산이 가져올 후폭풍에 적잖은 부담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정권을 뺏기면 또 다른 적폐로 몰릴 것이란 우려가 강했다.

여권은 정권 재창출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 정책까지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 구체적 예산 확보 방안 없이 올해 2학기부터 고교 3년생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내년 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확대라는 해석이 강하다.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의 투기 논란과 부실한 장관 후보자 검증에 대한 청와대와 여권의 해명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이유도 정권 재창출 프레임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맹공에 밀리면 정치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는 조급함이 결기 묻은 반박에 드러난다. 어떻게 해서든 정권 재창출로 적폐로 몰리는 상황만은 피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보인다.

반대로 한국당이 정권을 가져와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현 정권 인사는 대거 내몰리고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앞선 정권의 정책은 싫든 좋든 문패를 바꿔 달게 되고 정권 재창출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 반복된다.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이런 극단적 정치에 언제까지 국민들은 마음을 졸여야 하나? 대한민국은 대통령 중심 국가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전부'를 가지거나, 아무것도 없는 '전무'인 승자 독식 구조다. 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적폐로 내몰리는 비정치적이고, 대결적인 정치 문화가 일상화되고 있다.

이런 정치 문화에서는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은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환호와 분노를 동시에 분출하는 영원한 상극 관계로 지내야 한다. 윈윈은 절대 나올 수 없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의 정점에 서는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 아무리 훌륭한 대통령이 나와도 현 권력 구조에서는 국민 통합은 요원하고 반목과 갈등이 분출한다. 대통령의 인기가 높을 때는 그나마 국정이 운영되지만 지지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여야는 정쟁에 시간을 다 소비한다. 여야 간 악다구니로 국회의 제 기능은 사실상 마비된다.

이런 국회에 실질적인 권한은 막강하다. 대통령의 핵심 정책도 국회가 거부하면 안 되고, 국무총리도 국회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명할 수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정부 조직 개편안의 국회 처리가 지연되면서 취임 한 달 동안 국무회의조차 열지 못했다.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국회가 권한만큼 책임을 가져야 한다. 국회의 책임 정치를 높이지 않고 현행 정치시스템이 지속되면 극단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없다.

대런 애스모글루 MIT 경제학과 교수와 제임스 로빈슨 하버드대 정치학과 교수는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저서에서 한 나라가 어떤 정치제도와 경제제도를 채택하는지에 따라 번영할 수도, 퇴보할 수도 있다고 했다. 헌법경제학 창시자로 198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1919~2013)은 정치 실패도, 경제 실패도 근본 원인은 헌법의 실패에 있다고 강조했다. 현 헌법상 권력 구조를 바꿔야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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