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친문 패권과 한국 리스크

이춘수 이춘수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8월 25일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치른다. 새로 선출될 당 대표는 2020년 21대 총선 공천권을 갖고 차기 대권 주자 반열에 오를 수 있어 민주당의 3선급 이상 의원 다수가 욕심을 내고 있다. 하마평에 오른 친문(親文) 후보만 줄잡아 10명이 넘고 나머지 도전자들도 범문(汎文)임을 자임하고 있다. 당 안팎에선 진문(眞文)이 누구를 미느냐로 당권이 교통정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친문의 권력 독과점은 2016년 8·27 전당대회에서 여실히 드러난 바 있다. 이때 친문은 당 대표, 최고위원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또 민주당은 최근 3년간의 선거에서 트리플크라운(20대 총선, 19대 대선,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을 기록했다. '보수 폭망'에 따른 반사이익도 있었지만 모두 친문에 의한. 친문을 위한, 친문의 정치로 국민의 평가를 받은 결과였다. 이 때문에 한국의 정치 시계는 친문의 선택이고, 한국의 권력 지도는 친문의 향배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치는 생물이라지만 보수가 지리멸렬한 현재의 여건상 친문의 위상과 국정 주도력은 당분간 불가역적일 정도로 철옹성에 가까워 보인다.


친문은 친노(친노무현)에 뿌리를 두고 한때 폐족(廢族-조상이 큰 죄를 지어 그 자손이 벼슬을 할 수 없게 된 처지)을 자처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을 얼굴로 내세워 권력을 다시 잡았다. 친문을 좀 더 확장하면 정부와 국회의 기성 정치인, 민주당을 떠받치는 대의원권리당원 중심의 풀뿌리층, 혐(嫌)보수가 본질인 좌파 이데올로그와 열혈 지지층으로 세분화할 수 있겠다.


현재 여권은 친문을 중심으로 구심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집권 초반인 점, 웬만한 정치 이슈와 정책어젠다를 삼키는 한반도 정세, 보수든 당 내부이든 대체 세력의 부재로 친문의 길은 현재 탄탄대로이다.


그러나 친문의 위기는 시작됐다. 역설적이게도 여권 내부에서 반문(反文) 기치가 전혀 없다는 점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다. 불가역적일 것 같은 친문의 철옹성은 독단과 교조적 행태를 양산해 나라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전을 폐기하자면서도 수출은 하겠다는 이중성, 자신들이 임명한 경제부총리가 소득주도성장의 문제점과 폐해를 강력히 제기하고 시간당 최저임금 때문에 청년과 서비스 부문 실업이 늘고 있는데도 홍보 부족이라며 귀를 막는 현장 괴리 포퓰리즘, 북측 김정은 독재정권에는 핵폐기와 인권 개선 요구는 못하면서 동맹국에는 '할말 하겠다'는 역주행 안보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한국의 리스크로 심화될 것이다.


친문의 또 다른 위기는 내부 세력 간 주도권 싸움으로 권력의 사유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점이다.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내 사람 심기가 진행되면서 친문의 분화는 필연적이다. 친문 분화가 계파 갈등의 출발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특히 문 대통령의 임기가 종반으로 접어드는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선 친문의 분열이 급격히 진행되면서 친임(친임종석)이든, 친이(친이낙연)든 차기 대권으로 시선이 옮겨갈 것이다. 친문의 원심력이 본격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친문 성향의 권리당원과 대의원, 중앙위원이 80%에 가깝다는 말들이 나온다. 이 때문에 어느 누구도 반문은커녕 비문(非文)을 자처하지 않는다. 친문이 지금은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 화양연화(花樣年華)를 구가하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의 친이와 박근혜 정부의 친박이 어디에 있는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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