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외눈박이 일자리 정책

어느 나라 대통령이나 취임하면 일자리에 욕심을 내기 마련이다. 경제가 정부 명운을 가르고, 일자리는 그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취임 일성이 일자리였다. 비슷한 시기에 취임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그랬다. 대통령의 일자리 욕심은 바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이룰 수 있다.

마크롱은 취임하자마자 프랑스 노조의 철밥통을 깨트리는 것에 정치 생명을 걸었다. '저성장-고실업'으로 대변되는 '프랑스 병'은 깊다. 마크롱은 그 원인을 각종 고용 보장 장치가 기업 경쟁력을 갉아먹은 탓이라고 봤다. 누구도 손 못 대던 노동개혁을 거세게 밀어붙였다. 고용 10인 이하 소기업은 1분기, 49인 이하 기업은 2분기 연속 매출 감소만으로도 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산별 노조의 협상 권한은 대폭 축소했다. 임기 5년간 공무원 일자리 12만 개를 줄이겠다는 폭탄선언도 내놨다. 만성적자에 빚투성이인 국영철도공사부터 메스를 들이댔다. 그의 철학은 '해고를 더 쉽게, 고용도 더 쉽게'로 요약할 수 있다.

고용시장이 유연해지자 기업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세계적 기업들이 앞다퉈 프랑스로 몰려들고 있다.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3억유로를,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는 9억유로를 투자했다. 이렇게 끌어들인 해외자본이 우리 돈 4조원이 넘는다. 기업이 몰려들자 성장률은 두 배로 뛰고, 양질의 일자리는 25만 개 이상 늘었다. 늘 두 자릿수였던 프랑스의 실업률은 지난해 4분기 8.6%까지 떨어졌다. 반면 고용률은 65.7%로 올라 1980년대 이후 최고다.

문 대통령은 방향을 잘못 잡았다. 고용의 유연성 보장이 아닌 소득 주도 성장론을 들고나온 것부터 그렇다. '소득 주도 성장'이란 실험을 한다며 최저임금을 충격적인 수준으로 올렸고, 더 올리겠다고 벼른다. 가뜩이나 강성 소리를 듣는 노동계의 목소리는 커지고 기업은 아예 입을 닫았다.

성적은 시원찮다. 기업은 기업대로, 청년은 청년대로 아우성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인 제조업의 몰락이 심상찮다. 지난 3월 중 생산과 투자가 동시에 큰 폭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이고, 제조업 재고율은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다.

지난해 세금 25조원을 일자리정책에 쏟아부었지만 청년들은 반듯한 일자리는커녕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지난 3월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악이다. 올 1분기 하위 20% 계층의 소득은 1년 전보다 8%나 줄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줄자 저소득층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동네 식당은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물가는 다락처럼 올랐다.

그런데도 경제 정책 라인의 해석은 '제 편한대로'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일자리 감소 지적에 "사실 일자리는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 감소 효과는 없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침체 국면 초기 단계'라고 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급하다'고 반박했다. 경제 전반에 걸쳐 울리는 경고음은 묻히고 '이대로'라는 외침만 강하다.

정부는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한다. 이대로라면 세계적 호황 속 불황을 겪는 우리 경제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일을 잘못 하는 데 있지 않다. 일을 거꾸로 하는 데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이를 바로잡지 않으면 프랑스 따라잡기는 영 글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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