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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어떤 보수를 재건하시겠습니까

[취재현장] 어떤 보수를 재건하시겠습니까

"진짜 이 정도일 줄 몰랐다."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로 최근 국회에 입성한 자유한국당 초선 의원이 첫 의원총회에 참석한 소감이다. 그는 이날 차마 눈 뜨고 있기 어려운 참혹한 모습을 봤던 모양이다.모두가 알고 있듯 한국당은 지난달 13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재앙이나 다름없는 참화를 겪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두 곳(대구시장, 경북도지사), 226곳의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서 53곳밖에 건지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구경북과 제주를 제외한 14개 광역자치단체를 장악했고, 기초자치단체는 151곳을 차지했다.충격적인 성적표에도 한국당은 선거 뒤 첫 의원총회에서 쇄신을 위한 어떠한 생산적 방안도 도출하지 못했다. 초·재선 의원들은 지난 10년간 보수정치의 실패 책임이 있는 중진에게는 정계 은퇴를, 당을 제대로 이끌지 못한 중진에게는 당 운영 전면에 나서지 말 것을 요구하는 등 누구 하나 '내 탓이오' 하는 이 없이 '네 탓'만 했다.이어지는 상황도 가관이다. 한국당에게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다. 선거 참패의 의미를 전혀 깨닫지 못하고 계파 싸움이 한창이다. 지난달 29일 열린 혁신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문제를 논의하고자 소집된 의원총회에서도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잔류파·복당파로 갈려 악다구니를 부리는 통에 정작 의제는 다뤄지지도 못했다. 이러니 혁신 비상대책위원장 물망에 오른 이 가운데 일부가 '구제 불능'이라며 손사래를 칠 수밖에.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며 서울 한 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지식인은 "이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보수를 재건하겠다는 것인지 당최 알 수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한국당이 완전히 방향을 잃어버린 배가 됐다고 봤다. 궁금증이 도져 조심스레 물었다. 정치학자의 눈에는 이들에게 내일이 있을지.그는 여느 정치평론가와 다른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한국당에 인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는 한 미래는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하지만 그는 '가치'를 말했다. 그는 "한국당이 됐든 다른 정치집단이 됐든, 기치와 깃발이 분명하면 사람들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며 "민주당은 성장 과정에서 인권, 상생, 평화, 분배 등 정책과 관련된 가치를 점유했다. 반면 한국당은 도대체 어떠한 가치를 점유하고 있느냐"고 했다. 이어 "지금은 그 기치와 깃발을 세우기도 전에 뭉치자고 하는데 무엇을 가지고 뭉치냐는 것이냐. 답답하다"고 했다.이 말을 곱씹으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국당이 유일하게 점유해 온 가치는 안 보였다. 이 유일한 가치가 최근 남북관계 변화에 무너져 내렸다. 안보의 목적은 평화가 아닌가. 정부와 여당이 평화를 실현하겠다는데 "위장평화 쇼"라고 공세를 펼치니 국민이 보기에는 빈정거림이고, 딴죽을 거는 것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말한다. "당신들(한국당) 따라가면 무엇이 있느냐고 국민이 묻는 거야. 당신들이 가자는 곳으로 가면 어딘데? 그게 안 보이니깐 사람들이 안 가는 거야."광야에 초인이 홀연히 나타나고, 초인이 다른 계파보다 나를 먼저 신세계로 이끌어주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스스로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게 어떨까.

2018-07-03 17:15:49

[취재현장]'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논란

[취재현장]'대구 수돗물 발암물질' 논란

2016년 대구 한 조미료 제조업체는 자가품질검사 결과 업소용 제품에서 특정 물질이 평소보다 소폭 늘어 기준치를 초과한 것을 알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 지정 발암우려물질(2B등급)의 한 종류로, 인체 유해성 자료와 동물 실험 자료가 불충분하지만 엄격히 관리하기를 권고하는 물질이다. 업체는 소비자 개봉 전에 문제 제품을 전량 회수했고 보건당국에도 자진 신고했다.이 사실을 알린 뉴스 속 '발암'이라는 단어는 업체의 일시적 매출 하락을 불러왔다. 오늘날 암은 불치병에서 난치병으로 다소 격하됐지만, 시민 인식에는 여전히 '암=죽음'의 등식이 뿌리 깊다.2년이 지나 최근 대구 한 방송사가 "대구 수돗물에서 신종호르몬, 발암물질이 다량 검출됐다"고 단독 보도했다. '발암 수돗물' 공포에 전국 언론이 따라붙어 기사를 쏟아냈다. 환경 담당 기자인 내게는 '물먹었다'(특종을 놓쳤다)는 낭패감도 더했다. 다만 취재를 거듭할수록 '정말 이처럼 심각하게 위험한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지난 1년간 낙동강 수계 정수장에서 검출된 과불화옥탄산은 2B등급 물질인데다, 검출량이 일부 국가의 먹는 물 수질기준치에 한참 못 미쳐 유해성을 논할 수 없었다. 함께 발견된 신종 환경호르몬(과불화헥산술폰산, 비발암물질)은 몇몇 국가의 먹는 물 수질기준 권고치보다 다소 많이 검출돼 우려할 만했다.그러나 먹는 물 수질기준은 사람이 매일 2ℓ씩 평생 물을 마셔도 안전한 수준에서 정한다. 유해성이 명확지 않은 물질은 나라마다 기준을 두지 않거나 권고치만 둔다. 극미량(1ℓ에 최대 0.000454㎎)씩 검출된 점, 권고치의 구속력이 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그 역시 위험성을 지적하기 주저됐다. 과불화화합물이 든 물을 끓이면 농도가 더 높아진다지만, 세균이 아니고서야 끓여서 물이 줄면 함량비가 높아지는 것은 상식이다.환경부가 사실을 고의로 숨긴 것도 아니었다. 환경부는 이미 지난달 30일 "전국 수계에서 검출량이 늘고 있는 과불화화합물을 먹는 물 수질 감시 항목에 포함해 관리하겠다"며 각 수계의 검출량과 국제수질기준(권고치)을 밝혔다. 여러 정황을 고려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 중요시하지 않았을 뿐이다.'발암'이라는 단어에 기대어 앞선 보도를 따라갔다가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키우기보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했다. 그렇기에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점에 일단 안도하고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자 했다.한편, 정보를 쥐고 있으면서도 최초 보도 이후 하루 동안이나 해명을 미룬 대구시의 대응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각에선 '울고 싶던 대구시, 뺨 맞았다'는 음모론도 나온다. 대구시는 취수원 구미 이전에 무게를 싣고 있는데, 이전에 성공하면 그간 제한받던 지역개발과 수질규제에서 자유로워지니 늑장 해명을 하면서까지 이번 사태를 노림수 삼았다는 의혹이다.안전한 수돗물을 안전하다고 하지 못한 대구시 대응이 행정 불신만 키웠다. 조미료 업체는 작은 문제에 재빨리 대응하고도 신뢰 회복에 한참 애먹었다. 대구시의 신뢰 회복력이 그에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18-06-27 05:00:00

[취재현장] '살코기 세대'를 위하여

[취재현장] '살코기 세대'를 위하여

점심 때 식당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다 씁쓸한 장면을 목격했다. 삼삼오오 모여 앉은 사람들이 대화는 거의 나누지 않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동료와 몸은 같이 있지만 마치 각자 '혼밥'을 하는 듯했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앉은 식탁을 둘러보니 나의 동료 역시 핸드폰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수다라도 떨며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던 나는 별 수 없이 슬그머니 핸드폰을 들고 말았다.곧장 친구에게 카카오톡을 보냈다. '평일 점심시간에 다 같이 밥 먹으러 나와서 대화 없이 핸드폰만 보는 직장인들 보는데 뭔가 슬프다.' 친구가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요즘 사람들이 쉬는 방식이지 않을까.'친구의 말을 듣고 보니 문득 요즘 들어 점심을 거르고 낮잠을 자는 동료가 떠올랐다. 낮에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어 일부러 혼자 점심을 먹는다는 친구도 떠올랐다. 점심시간은 직장인들의 유일한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이니 동료에게 함께 밥을 먹자 거나 담소를 나누자고 강요할 권리가 내게는 없다. 그렇지만 시시콜콜한 대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쩐지 슬픈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요즘 2030세대에게 새로운 별명이 붙었다. '살코기 세대'. '인생에서 기름기를 쫙 뺐다'는 의미란다. 불필요한 인간관계는 최소화하고 관계를 맺더라도 필요한 것 이상 주지도 바라지도 않으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새로운 사람과 관계 맺는 데 권태를 느끼는 '관태기(관계 권태기의 줄임말)'라는 말도 흔히 쓰인다. 20대의 79.9%가 혼자 보내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2016년 대학내일 조사결과)는 조사가 이런 현상을 뒷받침해준다.생각해보면 인생을 우울하게 만드는 요소는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인생 앞에 켜켜이 쌓여 있다. 역대 최악의 실업률을 뚫고 취업을 해도 비정규직의 그림자가 등 뒤에 들러붙어 있고 평균 근로시간은 OECD 톱2에 든다.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평생의 동반자가 되기로 맹세하는 데 평균 2억이 넘는 돈(결혼 비용)이 들고 겨우 마련한 내 집은 사실상 은행 지분이 최대 7할이다."친구, 연애 포함 모든 인간관계는 사치"라며 핸드폰을 없애버린 취업준비생 후배의 마지막 메시지엔 '힘내'라는 별 영양가 없는 말밖에 해줄 수 없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고된 현실을 차치하고서라도 젊은이들의 관계 기피 현상은 어쩌면 관계가 주는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것의 방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위로와 감동 등 인간관계에서 오는 만족보다 간섭으로 인한 부담과 스트레스가 훨씬 큰 것일지도 모른다.그래도 나 같은 진드기(라고 쓰고 관계집착증이라 부른다)들은 소통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동료를 귀찮게 하지 않는 선에서 동료와 소통할 수 있는 법을 찾아보다 카카오톡으로 동료가 좋아할 만한 '움짤(움직이는 사진)'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대화라는 방법은 여의치 않으니 동료가 좋아하는 걸 하나라도 챙겨주며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다.대화라는 고전(?)적인 소통법을 고수하기보다는 관태기 시대에 맞는 새로운 소통법을 시도해보는 게 어떨까? 팁을 하나 드리자면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움짤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있다.

2018-06-19 15:55:14

[취재현장]  공약(空約)이 아닌 진짜 공약(公約) 내라

[취재현장] 공약(空約)이 아닌 진짜 공약(公約) 내라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미시장 후보로 한때 15명이나 거론됐었다. 그만큼 구미시장 선거가 뜨거웠다는 것이다.선거가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각 정당마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본선에 오른 후보들이 구미 발전을 위해 공약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그렇지만 지역 발전을 오히려 저해하는 공약마저 난무하고 있다.이번 구미시장 선거에서 '구미시청사 이전'과 '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이 핫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장세용 후보는 '구미시청 부지와 구미세무서 부지를 맞교환하겠다'(본지 4일 자 12면 보도)고 공약을 내놓았다가 시민단체와 언론, 시청 인근 상가 상인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장 후보의 '도시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공약'이란 논리는 궤변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민단체와 시청 인근 상가 상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자 장 후보는 "갈등 요소가 있는 시책 사업은 반드시 예비타당성 조사 및 시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한발 물러났다.조근래 구미경실련 사무국장은 "지역 학습이 안 된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무책임하고 황당한 공약을 철회하라"며 "구미시장이 되기 위해 얼마나 지역을 생각하며, 유권자들을 고려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간다"고 했다. 조 국장은 "구미세무서는 새로 지은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이전할 이유가 전혀 없다. 시청사가 좁으면 경제통상국 일부 과가 공단 인근으로 옮기면 된다"며 "공약으로 거론할 필요조차 없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거는 말도 안 되는 발상은 비민주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시청사 이전에 따른 청사 신축 및 지하주차장 등의 비용으로 600여억원이 들어가는데 전액 시비로 충당해야 한다"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와 복지 예산은 무엇으로 할 것인가"라고 되물었다.구미시청 인근 상가 상인들도 "시 청사 이전은 오히려 자영업자를 말살하는 정책"이라며 격분하고 있다.대구취수원 구미 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바른미래당 유능종 후보와 무소속 김봉재 후보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구미경실련은 "유 후보가 대구취수원이 구미로 이전되면 상수원보호구역 확대로 개발 행위가 제한되고, 하루 생활용수 취수량이 70만t가량 추가로 증가하게 된다고 한 것은 잘못된 것이다", "김 후보가 해평·옥성·무을·도계면과 고아·선산읍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편입(상수원보호구역 추가 지정)돼 주민 재산권을 침탈한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후보의 공약은 당선될 경우 4년 임기 동안 이뤄내야 하는 성과물이다.자칫 잘못된 공약으로 지방자치단체에 빚을 떠안기거나,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경제복지정책이 뒷걸음질칠 우려가 있다면 당장 수정해야 할 것이다.표를 얻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으로 유권자들을 현혹하는 것은 중대한 잘못이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바라는 지도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구미시장 후보답게 허위 공약(空約)이 아닌 진짜 공약(公約)으로 정책선거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18-06-06 05:00:00

[취재현장]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취재현장]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지난 26일 남북 정상이 예고 없이 다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직후였다.남북 정상은 '세기의 담판'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자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깜짝 회동'을 가졌다. 427 판문점 선언의 이행과 북미 회담 성공을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하고 확인했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이번 회담의 요지다.남북 관계가 훈풍을 타고, 북미 정상회담도 극적으로 다시 추진되면서 한반도 정세 변화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남북 정상의 깜짝 회동에 대해 정치권이 앞다퉈 논평을 냈다.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주요 정당 가운데 유일하게 회담을 깎아내렸다는 점이다. 비슷한 목소리를 내온 바른미래당마저 남북 관계 개선 움직임이 주는 긍정성에 주목했지만 한국당은 공세를 강화했다.정태옥 대변인은 26일 구두 논평에서 "법률적으로는 아직 반국가단체에 해당되는 김정은과의 만남이, 국민에게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고 충동적으로, 전격적이고, 비밀리에,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너무나 가벼운 처신"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앞서 427 정상회담 당시에도 '남북 위장 평화쇼'라며 폄하하다 비난 여론에 직면한 바 있다.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사건들이 급작스레 열리다 보니 놀라움과 기대감이 생긴다. 생경함에서 오는 불안감도 고개를 드는 것이 사실이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것도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해를 돌이켜보면 한반도 평화는 예측하기 쉽지 않았다. '코리아 패싱'에 대한 우려가 지면을 뒤덮었던 때도 있었다.갈 길은 멀고 험하지만 무산 위기까지 내몰렸던 북미 회담이 기사회생 흐름을 보인 과정에서, 현실이 상상을 앞지르는 한반도 정세는 어느새 진영 논리를 뛰어넘고 있다. 내달 1일 열리는 남북 고위급회담 등을 시작으로 남북 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다만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소돼야 불확실성이 제거될 수 있는 만큼 아직 정부 부처들은 신중 모드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내부적으로는 검토를 하면서 차질 없이 준비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다. 모든 부분의 결과를 낙관할 수 없음에도 예측하거나 평가할 수 없을 만큼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급변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얼마 전 국회로 이동하기 위해 탔던 택시의 운전기사는 개성공단에 있었다고 소개했다. 택시를 몰기 전에 의류업계에서 30년간 일했고, 몇 년은 개성공단에 머물렀다고 했다.요즘 트로트보다 뉴스를 더 자주 듣게 됐다는 그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결과는 알 수 없어도 언젠가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아니겠느냐'는 말을 했다. 듣고 보니 문득 소설가 한강이 쓴 '흰'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살아온 만큼의 시간 끝에 아슬아슬하게 한 발을 디디고, 의지가 개입할 겨를 없이, 서슴없이 남은 한 발을 허공으로 내딛는다. 특별히 우리가 용감해서가 아니라 그것밖에 방법이 없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도 그 위태로움을 나는 느낀다. 아직 살아보지 않은 시간 속으로."ekkang@msnet.co.kr

2018-05-30 05:00:00

[취재현장] 문재인 케어, 국민 목소리도 들어라

[취재현장] 문재인 케어, 국민 목소리도 들어라

지난 20일 의사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원들은 서울 대한문 앞에서 제2차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인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저지하겠다는 게 이들의 목표. 경찰 추산으로 7천여 명(의협 추산 5만여 명)이 이 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12월의 1차 대회 때와 비슷한 규모였다.요즘은 북한과 관련한 얘기가 아니면 신문의 첫머리를 장식하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북한 관련 뉴스가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란 말까지 나올까. 하지만 그 소식이 아무리 흥미롭고 중요해도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들은 있다. 문재인 케어를 두고 벌어지고 있는 정부와 의사단체의 갈등도 그중 하나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문재인 케어는 비급여 치료 항목을 급여화해 국민의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2022년까지 미용과 성형을 제외한 자기공명영상(MRI), 초음파 등 진료비를 급여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의협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이미 의협은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눈총을 받으면서도 두 차례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의협은 문재인 케어가 현실성이 떨어지는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문 대통령 임기 중 3천600개가 넘는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는 불가능하다는 게 의협의 논리다. 의료수가(의사가 환자를 진료한 뒤 환자와 건강보험공단에서 받는 돈)가 낮은 상황에서 이를 현실화하면 중소 의료기관은 도산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가 올라 국민 조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편다.하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정부뿐 아니라 보건의료노조, 무상의료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의협에 비판적이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두고 의사들이 수익만 생각한다는 것이다. 최근 무상의료운동본부 측은 "국민 개인의 사적 부담으로 연계되는 비급여 시장의 팽창은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문재인 케어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물론 의협의 주장 가운데 검토해볼 만한 부분도 있다. 문재인 케어를 시행하는 데 30조원 이상 들기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주장도 그중 하나다. 갑론을박이 있는 만큼 정확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문제다. 의료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되새겨봐야 한다.그렇다고 의협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설 일은 아니다. 더 이상 환자를 볼모로 집단 휴진 운운하는 것도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 이대로라면 논리적인 주장을 편다 해도 집단이기주의로 매도당하기 쉽다. 더구나 정부도 점진적 급여화를 논의하고 의료수가도 조정하겠다는 의사를 비치는 마당이다.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한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현실화하는 문재인 케어를 두고는 아쉬운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무엇보다 수혜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실종됐다는 쓴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다양한 이해 당사자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래야 문재인 케어가 관치주의, 정치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제 색깔을 유지할 수 있다.

2018-05-23 00:05:00

[취재현장] 계모임 가서 자식 자랑을 하지 말자

[취재현장] 계모임 가서 자식 자랑을 하지 말자

우리나라 전체 자살자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10'20대의 자살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가 14일 발표한 '2018년 자살예방백서'에 따르면, 국내 자살 사망자는 2011년 1만5천906명에서 2016년 1만3천92명으로 꾸준히 줄었다. 그러나 2016년 기준 10대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은 전년 대비 0.7명, 20대 자살률도 전년 대비 0.01명 늘었다.수치로 보면 소폭이지만, 다른 연령층에서 감소한 것에 비하면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경우는 정체한 것도 모자라 오히려 증가한 것이니, 그 이유가 궁금해진다. 백서에서는 청소년이 자살을 생각하는 주된 이유가 '학교 성적'(40.7%)과 '가족 간 갈등'(22.1%)이라고 밝혔다.두 이유를 합쳐 보니, 성적을 이유로 자식을 나무라고, 더 나아가 폭언에 폭력까지 행사하는 일부 부모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사실 이 구도는 다 큰 젊은이들에게도 적용된다. 한 60대 아버지는 사법시험에 잇따라 낙방한 30대 아들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숨지게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버지는 사건 당일 부인이 아들의 취업을 기원하는 굿을 하겠다며 집을 비운 사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2014년 11월 8일 자 매일신문)이건 좀 극단적인 사례지만, 적잖은 부모가 둔기 대신 말(言)로 자식의 못난 '성적', 번번이 낙방하는 '취업', 때를 놓친 '결혼' 문제를 나무란다. 부모들 나무람의 근거는 자식에 대한 '걱정'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체면'인 경우도 적잖다. 정확히 말하면 두 문제가 묘하게 섞여 있다. 자식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다르지 않겠지만, 이왕이면 남들에게 자랑해 그런 자식을 키워낸 자신도 빛나 보이길 바라는 것이다.그런데 자식이 잘되는 건 차차 두고 볼 일이지만, 자기 자신이 빛나는 건 당장 오늘 저녁에라도 동네 엄마들 모임이나 부부 동반 계모임에서 '자식 자랑'이라는 '썰전'으로 전개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될 수 있으면 성과를 빨리 내도록 자식을 닦달하게 되는 것 아닐까. 후자가 되면 전자도 당연하게 따라올 것이라 믿으면서.이렇다 보니 자식이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다가 삐뚤어지는 경우가 적잖다. 어느 20대 백수 여성은 자신의 장래를 걱정하는 어머니에게 승용차를 선물했다. "네가 무슨 돈이 있어 차를 샀느냐"고 묻자 "유명 파워블로거라서 관련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아 싸게 차를 샀다"고 둘러댔다고 한다. 백수였던 딸이 파워블로거가 됐다고 믿은 어머니는 이 사실을 친척에게 자랑했고, 딸은 어머니의 체면을 살려주고자 현금서비스 및 신용대출 빚까지 내가며 친척들의 명품 구매 대행 부탁을 들어줬다. 결국 딸은 사기에까지 손을 댔다 붙잡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2016년 3월 30일 자 연합뉴스)자식의 장래에 대한 진심 어린 걱정이 아닌, 부모의 체면 문제까지 뒤섞은 걱정은 자칫 '스토킹'이 될 수도 있다. 이게 자식의 자살을 비롯해 야만스러운(?) 가족사를 일으킬 수 있다. 자식에 대한 총애가 과한 기대 및 지나친 간섭으로 변질해 빚어낸 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의 비극이 옛날 얘기만은 아닌 듯싶다.(1762년 7월 12일 조선왕조실록)

2018-05-16 00:05:01

[취재현장] 교육감 선거 핵심은 정책이다

[취재현장] 교육감 선거 핵심은 정책이다

매일신문이 지난 4일 주최한 대구시교육감 예비후보 정책토론회는 6'1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학부모와 유권자들이 대구 교육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지금까지 광역단체장 선거를 중심으로 후보들 간에 지상(紙上) 토론회를 열고 보도를 했지만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검증하는 실제 토론회는 첫 시도였다.매일신문은 토론회 2주 전 교육현장의 전문가 5명으로 공약검증단을 꾸리고 대구시교육감 예비후보들의 10대 공약에 대해 면밀한 분석에 돌입했다. 현장의 시각에서 정책의 타당성, 실효성 등을 점검하면서 질문을 추출했다.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선 전문가 및 학부모 패널의 날 선 질문이 이어졌고, 전체 토론회는 예정된 2시간을 훨씬 넘긴 2시간 45분 동안 진행됐다. 토론회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현장 질문을 하겠다고 많은 요청을 했지만 후보들의 일정상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교육감을 뽑는 선거인 만큼 이번 매일신문 정책토론회는 '학생부종합전형' 방식으로 기획했다. 10대 공약이 학생부인 셈이고,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면접을 하고 '미니 수능' 지필 시험까지 치르도록 했다. 교육감이 앞으로 학생의 입장에 서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교육 정책을 잘 살피고 이끌어 달라는 의미에서다.특히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치른 교육감 미니 수능 문제는 보도 이후 큰 관심을 끌었다. 교육청뿐만 아니라 주위에서 문제풀이에 도전해 봤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렸다. 예비후보들은 학교 현장을 파악하기 위해 더욱 열심히 다니겠다는 소감을 밝혔다.강은희 예비후보는 "유권자들에게 공들여 만든 정책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 세 후보의 공약을 비교해서 평가할 수 있도록 지면을 할애해 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전했다.김사열 예비후보는 "TV 방송 토론회와는 달리 패널들과 심도 있는 질문을 주고받으며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평가했다.홍덕률 예비후보는 "미니 수능시험은 신선하고 의미 있는 시도였다. 교육 문제에 대해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올린 효과도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한편 예비후보들 간의 상호 토론에서 자격 시비는 '옥에 티'였다. 앞서 열린 다른 토론회에서 제기한 문제를 다시 들고 나와 재확인하려는 것은 정책토론의 본질에서 비켜선 모습이었다. 상대를 흠집 내면 내가 올라간다는 생각이 과연 유권자들에게 먹혀들까.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교육감으로 적당하냐가 아니라 올바른 정책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지금 학부모들은 교육에 대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해마다 바뀌는 입시 정책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교육 정책의 효과는 매우 천천히 나타난다. 어쩌면 교육감 임기 내에 확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잘못된 정책을 되돌리려면 우리 아이들의 희생을 담보로 한다. 그래서 교육감의 철학과 정책의 방향성이 중요하다. 결국 그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이 정책이기에 우리는 후보들의 공약에 주목하는 것이다.

2018-05-09 00:05:01

[취재현장] 조물주 위에 땅주인?

[취재현장] 조물주 위에 땅주인?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고요. 건물주 위에 땅주인입니다."대한민국은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건물주인 나라다. 그런데 건물주보다 더 힘센 사람이 있다. 땅주인이다. 요즘 대구 부동산시장에 회자되는 '수성구 범어동 송원주차장 폭리 논란'(본지 4월 23일 자 1면 보도)이 대표적인 사례다.지난해 말 수성구 범어동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사업자(수성범어지역주택조합)가 사업 부지 내 송원주차장을 사들이면서 주차장 땅주인에게 지불한 금액은 594억원에 달한다. 2015년 최초 계약 당시 360억원과 비교해 보면 불과 2년 새 234억원이나 치솟았다. 사업자 측은 계약 해지, 재계약 과정에서 땅주인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다. 제아무리 건물주라도 땅 없이는 건물을 지을 수 없는 까닭이다.문제는 주차장 매매가격이 비상식적인 수준까지 폭등했다는 점이다. 3.3㎡당 매매가격이 애초 5천만원대에서 최고 9천200만원대까지 올랐다. 이달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운 수성구 아파트 분양가(3.3㎡당 1천990만원대)와 비교해 4배가 훨씬 넘는다.우리 법은 계약 자유의 원칙을 인정한다. 법적으로만 보면 송원주차장 매매계약 역시 정당한 '흥정'에 의한 결과다. 그러나 공공재 성격이 큰 땅이 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개발이익의 사유화에 이용돼 왔다는 측면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정부가 사유재산 침해 논란에도 지난달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문화한 배경 역시 바로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땅값은 유달리 비싸다. 2015년 기준 토지가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배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일본(2.2배)과 비교해도 2배 가까이 높다.상위 1% 부동산 부자가 전체 토지의 46%를 보유한 나라, 어린아이들조차 '조물주 위에 땅주인'을 꿈꾸는 나라…. 어쩌면 땅에 대한 탐욕을 혁신의 동력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오늘의 대한민국에 닥친 시대적 과제일지 모른다.

2018-04-25 00:05:00

[취재현장] SK그룹 맞나?

[취재현장] SK그룹 맞나?

"재계 서열 4위 SK그룹이 맞습니까?" 가스 누출사고를 일으킨 SK머티리얼즈의 사태 수습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질타를 쏟아내고 있다. 사고 당일 이 회사의 컨트롤타워 부재로 부실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벌써 5번째다. 그런데도 상황 대처능력은 반쪽에도 못 미쳤다. 사고 때마다 땜질식 처방만 내놓던 SK머티리얼즈를 바라본 시민들은 "이제는 영주를 떠나라"고 한다. 하지만 이 회사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 같다. 사고 발생 5일이 지나도록 대안이나 대책을 시원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식적인 대시민 사과와 실시간 브리핑도 없다. 사고 직후 한 차례 브리핑을 한 것이 고작이다. 시민들은 속 시원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14일 SK머티리얼즈는 가스 누출사고 경위와 대책 방안 보고회를 마련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이 자리에서 장용호 대표이사는 쏟아지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을 못하고 우왕좌왕하기까지 했다. 참석자들은 질타를 쏟아냈고 SK머티리얼즈는 고개를 숙였다.지난 1월 1일 자로 SK머티리얼즈 대표이사로 발령받은 장 대표는 4개월이 지났지만 업무 파악조차 못한 것 같다. 그는 영주 공장이 본사지만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이러다 보니 사고 현장은 컨트롤타워 없는 수습으로 실수를 연발했다. 안일한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장 대표는 김현익 영주시의회 의장의 "사고가 난 후 어디로 연락했느냐?"는 질문에 "소방서에만 연락했다"고 답했다. 이는 화학물질관리법 제43조 위반이다. 화학물질관리법에는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자는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지방환경관서, 경찰관서, 소방관서 또는 지방노동관서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도 늑장 대처했다.장 대표는 "오전 6시 30분쯤 출근하다 소식을 듣고 그룹에 보고한 뒤 바로 서울에서 영주공장으로 출발했다. 영주공장에는 오전 11시쯤 도착했다. 서울사무소에 근무하는 것은 세종시, 울산, 중국, 일본 등에 있는 회사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으로는 답이 안 될 것 같다.

2018-04-18 00:05:00

[취재현장] 아무도 찾지 않는 동네

[취재현장] 아무도 찾지 않는 동네

"그냥 뭐 이리저리 계속 밀리는 거죠."최근 대구경북(TK) 출신 한 중앙부처 공무원과 지역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마지막에 나온 말이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젠 익숙해진 분위기라는 푸념도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TK 얘기만 나오면 사소한 것 하나도 결국 차별과 홀대론으로 대화가 끝난다는 것이다. 내년 예산안 편성부터 본격 시행되는 '국민참여예산제도'도 잠깐 언급됐는데 결국 대화의 끝은 홀대로 귀결됐다.지난달 26일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내년 예산안 편성지침. 이 지침에는 국민참여예산제도가 들어 있다. 처음 시행되다 보니 국민 관심도 많다. 접수된 제안이 200여 건 넘었고 계속 들어오는 추세다.기재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 전국을 돌면서 '찾아가는 국민참여예산 사업제안 설명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국민참여가 없으면 돌아가기 어려운 제도이니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취지이다. 지난달 26일 서울을 시작으로 30일 부산, 오는 6일 대전, 10일 광주에서 열릴 예정이다.그런데 TK와 강원도는 일정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부처 설명회에서마저 TK는 왕따 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또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급하게 계획을 만들다 보니 더 많은 일정을 잡지 못했던 것일 뿐 특정 지역 차별은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하지만 인구나 경제력 측면에서 부산 다음가는 TK가 제외됐다는 점은 '합리적으로'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역 출신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말대로 TK는 어느새 아무도 찾지 않는 동네가 돼 버린 것일까?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2'28민주운동 58주년 기념식 참석차 취임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찾았다. 취임 10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PK(부산'경남) 지역은 취임 이후 아홉 번, 올 들어서만 벌써 네 번이나 찾은 것과 대조된다. 물론 지난 대선에서 가장 표를 적게 받은 곳과 정치적 고향의 좁힐 수 없는 간극이기도 하겠지만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떠한 지역의 국민들도 차별을 느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탄핵으로 상처받은 모든 국민들을 치유하고 봉합해야 하는 책임을 갖고 있다. 사소한 부분일지라도 우선순위를 따지기보다 최대한 다양한 지역과 더 많은 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2018-04-0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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