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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가덕도’라는 이름의 덫

[세풍] ‘가덕도’라는 이름의 덫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라는 억지 해석을 내린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론을 들고나온 데 이어 2월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며 대오를 가다듬고 있다. 밀어붙이는 힘과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국민의힘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쳐 놓은 그물에 단단히 걸려든 모양새다. 우왕좌왕 사분오열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해 당사자인 대구경북(TK)은 또 어떤가. 제자리걸음질이다. TK 국회의원들은 최근 3주간 가덕도 신공항 대책 회의를 4차례나 열었지만 결론은 원점이다. 어느 TK 정치인은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고 나섰다.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만난 TK 유력 정치인은 이런 말을 했다. "가덕도 신공항, 절대 못 짓는다. 정부가 수용할 리 없다. 선거용으로 적당히 써먹다가 흐지부지될 것이다. 설령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다 하더라도 하세월일 것이다. 대구경북으로서는 통합신공항을 빨리, 제대로 지어 선점 효과를 거두면 된다."집권 세력의 집요함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부산 정서에 이리도 둔감할 수 없다. 현실을 보자.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아예 건너뛰려 하고 있다. 완공 시기도 2029년으로 못 박았다. 가덕도 카드는 먹혀들고 있다. 여당의 일방적 열세라던 부산 민심이 최근 돌아섰다는 여론조사도 있다.여당은 2016년 20대 총선 이후 4연승을 기록한 정치 세력이다. 이기는 법을 알고 전략 구사도 능통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면 차기 집권도 물 건너가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 속에 집권 세력은 결집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한참 전부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정치에서는 논리보다 기(氣) 싸움이 유효할 때가 있다. 한데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TK에서 나온 가장 강경한 톤은 "천인공노할 일"(권영진 대구시장)이 고작이다. 삭발하겠다는 정치인도 없고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겠다고 나서는 용자(勇者)도 없다. 어차피 중앙 무대 정치권에 잘 보이면 국회의원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싸움닭'이 안 보인다. 만약 이명박 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구경북에 동남권 신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면 부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대구경북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강경 반응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이는 PK 정치권 주도 아래 이뤄졌을 것이다.영남권 5개 광역 지자체 공동 사업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어느 한 도시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선거에 이기려는 생각에 특정 지역 편을 대놓고 들고 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현실적으로도 가덕도 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추진 중인 통합신공항에 악재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정부 여당 차원의 밀어주기가 진행될 경우 군(軍) 공항 핸디캡을 지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국제 노선 유치 등에서 소외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TK 정치권은 참으로 나이브(naive)하다. 통합신공항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릴지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해법도 보이겠건만 그런 위기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통합신공항과 역내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와 철도망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을 짓는 데 천문학적 재정을 들인 정부가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TK 정치인들의 엄중한 상태 인식과 분발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1-01-26 05:00:00

[세풍] 목숨 나눈 그들 100년, 어찌 잊으랴

[세풍] 목숨 나눈 그들 100년, 어찌 잊으랴

지난해 12월 1일 나란히 모금을 시작한 대구와 경북의 사랑의 온도탑이 이달 31일 마감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달 11일과 12일 100℃를 넘겼다. 지난 한 해 동안 본지의 이웃사랑을 통한 성금도 2005년 첫 시작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고 2019년보다 1억원이나 많이 답지했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터에 대구경북 사람이 세운 훈훈한 정 나눔의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올해 들어서도 이런 나눔이 이어져 대구에서는 지난 11일 기업체를 운영하는 이명수·박영선 부부가 개인으로 1억원 넘는 고액을 기부하는 모임의 회원(170호·171호)으로 첫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경북에서도 기업체를 가진 서중호 대표가 경북 지역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써 달라며 1억원을 경북도에 내놓았다는 소식이다.나를 위해 애쓰는 자리(自利)보다 남을 위하는 이타(利他)의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타는 배려이자 차원이 높아 늘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타에는 여러 꼴이 있다. 앞선 사례처럼 재물도 있다. 하지만 따질 수 없는 게 생명의 나눔이다. 장기 기증으로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나눔이 그렇다. 생명 나눔은 늘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여운도 길다.그렇기에 대구경북 사람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 실천한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던진 생명 나눔의 헌신과 희생의 이타 정신은 마땅히 기억하고 기릴 만하지 않겠는가. 특히 35년 암흑기인 일제강점기 나라의 보호 울타리도 없는 망국(亡國)의 백성으로 어떤 대가나 뒷날의 보답조차 바라지 않고 오로지 광복만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독립운동가의 삶이야말로 그렇다.그래서 대구와의 인연으로 100년 전, 1921년 목숨을 나라에 바친 14명의 독립운동가를 신축년 새해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대구 달성공원에서 1915년 결성된 당대 최대 무장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대한)광복회 소속 7명의 활동가이다. 이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는 대구감옥(김한종·박상진)과 오늘날 역사관으로 변신한 서대문감옥(김경태·임봉주·채기중)에서 8월 11, 13일 각각 사형으로 삶을 마쳤다. 강병수 회원 역시 사형으로, 장두환 회원은 서울 마포감옥에서 고문으로 눈을 감았다.또 있다. 이들과는 다른 쪽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최수봉과 박재혁은 대구감옥에서 사형 집행으로, 또는 사형 집행 전 단식 자결로 삶을 마쳤다. 또 다른 5명은 대구감옥에서 순국(이종주)하거나 대구감옥에서 나온 뒤 고문 후유증(김점쇠·박규상·박재선·이양준)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10대를 갓 넘긴 김점쇠(20세)부터 50대를 눈앞에 둔 채기중(49세)까지 20대 4명, 30대 5명, 40대 5명의 청장년인 이들은 한창나이에 목숨을 조국과 나눴다. 너무나 짧았던 그들의 삶이 비록 길이 빛나겠지만 비통하지 않을 수 없다.지금은 나눔의 도시가 된, 옛 식민지 대구와의 독립 인연으로 목숨을 나라와 나누며 순국한 독립운동가 14명의 100주기를 맞아 어찌 그들을 그냥 잊고 지낼 수 있겠는가. 물론 이들의 삶과 배경, 출신 고을도 달라 여럿(경남·경북·전남·전북·충북)이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며 목숨을 나라 몫으로 돌려 바친 사실은 같다.이들 14인의 대구 인연 독립운동가의 생명 나눔과 희생에 걸맞게 대구와 대구 사람으로서 이제 마땅한 예우와 도리를 찾을 때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삶은 바로 그들의 생명 나눔 덕분이 아닌가. 나눔 실천에 앞장선 대구경북 사람의 지혜를 구하는 까닭이다.

2021-01-19 05:00:00

[세풍] “살려주세요”

[세풍] “살려주세요”

어떤 죽음이든 세상에 메시지(message)를 남기는 법이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대구 한 헬스장 관장, 입양아 정인이 등 일련(一連)의 죽음들은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줬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 맞나"라는 한탄(恨歎)이 안 나올 수 없다.'코로나 재앙'을 맞은 동부구치소에서 전체 수용자의 절반 가까운 1천193명이 감염됐다. 사망자도 3명에 이른다. 치료를 받다 사망한 한 수용자 경우 유족에게 화장 직전에야 알리는 등 반인권·반인륜적 행태도 드러났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서 3주 가까이 쉬쉬했고, 마스크조차 제때 주지 않았다. 한 수용자가 종이에 적어 쇠창살 밖으로 내건 "살려주세요" 문구는 감옥(監獄)이 지옥(地獄)이 됐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대구 50대 헬스장 관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전국 헬스장 운영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부의 코로나 대책으로 실내체육시설 영업이 제한되면서 경영난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지옥과 같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 헬스 업계의 절박한 처지를 대변한다. 국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정부 대책 탓에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죽어가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삶을 마감한 정인이에겐 이 땅이 지옥이었을 것이다.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 '헬(hell)조선'을 들먹이며 정권을 공격한 게 지금 집권 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4년 동안 이 나라는 더 지옥으로 굴러떨어졌다. "촛불은 지옥불이 되었다"는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은 통렬(痛烈)하다.문 정권 4년을 뜯어보면 일정한 법칙(法則)이 발견된다. 출발은 그럴듯했지만 결론은 '폭망'이 된 국정이 수두룩하다. K방역이라며 자화자찬했던 코로나는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백신 후진국을 초래하며 국민을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몰아넣었다. 판문점과 평양·백두산의 남북한 평화쇼는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총살,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남한을 겨냥한 북의 핵 협박으로 돌아왔다. 검찰 개혁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괴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귀결(歸結)됐다. 자신 있다던 부동산은 집값 폭등,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일자리 만들기는 일자리 참사(慘事),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으로 끝이 났다.문 정권의 실력 부족과 무능 탓이지만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정권 안위, 퇴임 후 안전판 마련, 재집권 등 정권의 꿍꿍이 수작(酬酌)이 국정 전반에 개입(介入)된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왔다. 개혁으로 포장한 검찰 손발 자르기와 공수처 설치는 정권 비리를 덮으려는 꼼수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를 선거 등 정치적으로 써먹은 것은 정권이었다. 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을 노린 국민 갈라치기도 서슴지 않았다.사람이 먼저인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지옥의 나라'였나. 단테는 '신곡'에서 모든 희망을 영원히 버려야 하는 곳이 지옥이라고 했다. 희망, 꿈, 비전이 없는 곳이 지옥이다.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적힌 A4 서류를 줄줄 읽으며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최악 상황을 안겨주고, 국무총리는 다른 나라 백신 확보량과 비교를 하는 야당 의원에게 "그 나라 가서 물어보라"고 쏘아붙이고, 법무부 장관은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을 이명박 정부 탓으로 돌리는 나라…. 국민은 절망(絕望)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부구치소에 내걸린 "살려주세요"는 수용자 한 사람이 아닌 하루하루 지옥을 살아가는 국민의 비명(悲鳴)이다.

2021-01-12 05:00:00

[세풍] 시내버스 승하차 습관 완전히 바꾸자

[세풍] 시내버스 승하차 습관 완전히 바꾸자

얼마 전 시내버스에서 사람이 넘어지는 사고를 목격했다. 정류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하차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던 승객이 넘어져 운전석 바로 뒤까지 굴러갔다.승차한 승객이 자리에 앉기 전에 버스가 출발하거나 버스 주행 중에 승객이 하차를 위해 일어서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아니, 하차하려는 거의 모든 승객이 버스 운행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나가는 게 우리나라 시내버스 이용 문화의 현실이다. 그래서 승하차 승객들이 균형을 잃고 휘청대는 장면을 보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다음 정류장에 내릴 예정이면서도 미리 일어나 문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왠지 눈치까지 보인다.낙상(落傷)사고는 겨울철 빙판길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버스 안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넘어져도 대부분 가벼운 염좌(捻挫)나 붓는 정도로 끝나지만 60대 이상,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상당수 나이 든 여성들은 골다공증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노인들의 고관절 골절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일어날 수 없어 종일 누워 있어야 하고, 누워만 있다 보면 욕창이 생길 수 있고, 근력이 급속도로 퇴화돼 골절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률이 90%에 달하고, 6개월 내 사망할 확률도 20~30%나 된다고 한다. 다른 곳은 다 멀쩡한데 엉덩이 관절이 부러져 몇 달 혹은 몇 년을 누워만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비참하고 불행하기 짝이 없다.코로나19가 창궐하자 대구시와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은 발 빠르게 대구 시내버스 전 차량(1천617대) 내부에 항균 동필름을 부착해 방역에 나섰다. 또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승차 제한, 차량 내 소독약 비치, 스피커를 통한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 방송, 버스 안 곳곳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주의 사항을 붙여 놓았다. 버스 회차지마다 방역 장비와 인력을 배치해 버스 내부 소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방역뿐만 아니다. 버스 내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친절버스 추천 캠페인을 펼쳐 친절한 대구 버스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모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위험천만한 승하차 문화 개선에는 소홀한 듯하다. 고작해야 버스 운전기사 개인의 "손잡이 꽉 잡으세요"라는 안내 방송 정도를 드물게 접할 뿐이다.낙상 사고의 결과는 짐작보다 훨씬 가혹하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순간의 사고로 평생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대구시와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에 요청 드린다. 신축년(辛丑年) 새해부터 '승객 착석 후 출발' '버스 완전 정차 후 자리에서 일어서기' 캠페인을 펼쳐 주시라. 버스 기사 개인의 안내도 중요하지만, 다음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 말미마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하세요"라는 안내 코멘트를 붙여 주시라. 그리고 "안전을 위해 승차 즉시 자리에 앉아 달라"는 방송도 해 주시라.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서 계신 승객은 손잡이를 꼭 잡아달라"는 안내방송도 해 주시라. 버스가 운행 중일 때 일어나 걷는 시민이 없는 안전한 대구경북 버스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1-01-05 05:00:00

[세풍]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배울 것

[세풍]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배울 것

장담컨대 세월이 흘러 과거사를 떠올릴 때면 2020년은 반드시 소환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잘 버텨왔다. 유전적으로 바이러스에 강해서가 아니다. 위태위태한 상황에도 강한 의지와 높은 국민 의식으로 잘 억제해 왔기 때문이다.그런데 3차 유행기에 접어들면서 여론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치중한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다. 야당과 언론의 날 선 비판도 가세했다. 이른바 '늑장 백신' 논란이다. 이달 중순부터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EU 27개국이 백신 뚜껑을 열기 시작했고 멕시코와 칠레,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신 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일각에서 "백신 확보를 게을리한 정부의 K-방역 자충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백신은 예방이 목적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개인의 감염 확률이 크게 낮아지면 집단 전체의 면역이 가능해진다. 질병 확산을 막는 1차 방패인 백신 접종은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신속하고 대량의 접종이 이뤄질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데 대한 뒷맛이 꽤 쓰다.이달 14일부터 백신 투여를 시작한 미국 사례를 보자. '초고속작전'(Operation Wrap Speed)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주간 약 200만 명이 화이자와 모더나,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맞았다. 하루 15만 명꼴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각 주에 배포한 백신 물량은 모두 946만5천725회분이다.그런데 전문가들은 "일반 시민의 백신 접종은 내년 한여름이나 초가을이 현실적인 시간표"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백신 대중화의 길이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다는 뜻이다. 만약 백신 접종자가 빠르게 늘지 않고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 인구 약 3억3천만 명이 모두 접종하는 데 꼬박 6년이 걸린다. 게다가 하루 백신 접종자 수보다 확진자 수가 더 많은 게 미국의 현실이다. 이는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효과가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미국뿐 아니라 현재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국가들이 마주한 현실이다.이런 상황에서 그제 영국 정부가 "내년 1월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보급한다"고 밝혔다. 이 백신은 우리 정부가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려둔 것이다. 정부·여당은 27일 당정 협의회에서 "내년 2월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지난주 계약한 화이자·얀센 물량을 포함해 모두 4천600만 명분으로, 정부 계산대로라면 내년 2분기로 예정된 각국의 일반인 대상 접종 계획과 비슷한 시기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다.이런 흐름을 잘 살펴보면 '늑장 백신'의 팩트가 드러난다. 생명공학자 강충경 씨의 24일 페이스북 글도 눈여겨볼 만하다. "백신과 치료제는 많이 다르다. 주사 한두 번으로 만사가 해결되지 않는다. 백신은 안전성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섣불리 결정할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접종 후 근육통 등 즉시적 현상만 보지만, 장기적으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른 나라 사례를 두 달가량 지켜보며 시간을 번 것은 잘한 일이다. 형편이 된다면 백신 개발 이후 관찰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내용이다.백신과 치료제가 급한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급하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현재 조건과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바르게 대처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 백신에 버금가는 것이다.

2020-12-29 05:00:00

[세풍] 문재인 독재의 홍위병(紅衛兵)들

[세풍] 문재인 독재의 홍위병(紅衛兵)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반체제 인사가 한밤중에 사라져 영원히 소식을 들을 수 없는 나라"라고 표현하며 현대적 개념의 전체주의와 거리가 먼 영국의 '구식' 독재에 대한 간디의 비폭력 저항은 소련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나는 왜 쓰는가') 스탈린 독재는 그처럼 무지막지했다. 하지만 스탈린 독재는 이런 공포와 이를 불러오는 감시와 통제, 투옥과 처형에만 의존한 게 아니었다. 스탈린은 든든한 추종자들이 많았다.스탈린 장례식 풍경은 이를 잘 보여준다. 스탈린은 사망 후 몇 시간 만에 레닌처럼 방부처리돼 인민에게 공개됐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눈물 젖은 창백한 얼굴로 시신이 안치된 모스크바 노동조합회관으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추모하겠다며 밀치다 수백 명이 질식하거나 경찰 기마(騎馬)에 밟혀 죽었다.당시 소련 인민 일부는 스탈린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했다. 한 젊은이가 전하는 자신의 장모의 반응은 그 심도(深度)를 압축해 보여준다. "스탈린 동지가 죽었으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일을 해야 하나?"('독재자들', 리처드 오버리) 스탈린을 혐오했던 사람들은 이런 스탈린 숭배를 마주하고 절망했다. 이런 사실은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독재가 작동하려면 독재자를 추종하고 영합하는, 독일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표현대로 '자유로부터 도피'한 인간 군상(群像)이 있어야 한다는.이들 스탈린 숭배자의 21세기 한국 버전이 자칭(自稱) '대깨문'이다. 이들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는 '무조건'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가 잘 보여주는 바다. 지지 이유로 그저 '열심히 한다' '전반적으로 잘한다' '모른다'고 답한 지지자가 30%를 넘는다. 이런 맹목적 지지, 아니 추종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법치를 파괴하며, '소주성'과 부동산 대란으로 서민의 삶을 파탄 내고, 정부 공인 해석 말고는 5·18에 어떤 이견도 불허한다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만적 '연성(軟性) 독재'의 기반이다.문 대통령 지지도는 이른바 '마(魔)의 40%대'가 깨지면서 30%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통상적으로 국정 수행 동력이 상실된 것으로 평가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추미애가 기획하고 그 '애완견'들이 온갖 불법적·탈법적 기만책으로 실행에 옮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재가했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마음대로 하겠다는 소리다.그 이유는 아마도 죄를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드러난 것만 해도 그렇다. 정권이 와해 지경에 몰릴 수 있는 대형 권력형 비리이다. 윤 총장 징계 재가는 이를 파헤치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막아 정권을 보전하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피력한 대로 퇴임 후 국민에게서 잊히기 위함일 것이다.온갖 협잡으로 공수처법도 통과시켰으니 그 '소망'은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공수처는 어떤 사건이든 검찰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다. 국민은 문 정권이 어떤 비리를 저지르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해찬이 말한 '20년 집권'은 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이런 불순한 기획의 든든한 '빽'이 대깨문이다. 문재인의 말, 문재인의 정책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의 형상(形相)을 한 목석(木石)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대깨문'이란 사람들은 '양심으로부터 도피'를 택한 것인가? 마오쩌둥(毛澤東) 독재를 받쳐준 홍위병(紅衛兵)이 이랬다. 부끄럽지 않나?

2020-12-22 05:00:00

[세풍] 코로나19와 체스판의 밀알

[세풍] 코로나19와 체스판의 밀알

한 남자가 자신이 발명한 체스판을 들고 왕을 알현했다. 체스 게임에 매료된 왕이 상을 내리겠다고 하자 남자는 밀을 달라고 했다. 체스판의 첫 칸에 한 톨, 둘째 칸에 두 톨, 셋째 칸에 네 톨을 주는 식으로 앞 칸의 두 배씩 양을 늘려 달라는 조건이었다. 남자의 요구가 너무 소박하다고 생각한 왕은 흔쾌히 수락했다. 하지만 심각한 오판이었다. 체스판의 총 64칸 중 32칸을 채우자 남자에게 왕이 줘야 할 밀은 큰 밭에서 소출되는 양으로도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64칸을 다 채우기도 전에 나라 살림이 거덜 날 판이었다.왕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여기에는 두 개의 열린 결말이 있다. 하나는 '남자에게 왕실의 전 재산을 빼앗긴다'이다. 다른 하나는 '왕이 약속을 깨고 남자를 죽여버린다'이다. 지구적으로 창궐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세를 보니 체스판의 밀알 이야기가 떠오른다. 왕이 판단 착오로 밀알 보상 증가세를 감당하지 못했던 것처럼 코로나19도 대응이 늦어질수록 막기가 힘들어진다. 애초에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초기에 제대로 대응을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지구적 재앙으로까지는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역사는 돌고 돈다. 코로나19는 100년 전 지구촌을 강타한 스페인독감과 많이 닮았다. 다른 유행병에 비해 치명률은 낮지만 막강한 전파력을 무기로 두 바이러스는 인류의 방역망과 사회적 관계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인류가 학교·교회 폐쇄, 다중집회 금지, 마스크 착용 의무화, 감염자 격리, 소독 등 대응을 한 것도 유사하다. 스페인독감은 세계 인구의 27%를 감염시켰고 세계 인구의 3~6%(5천만~1억 명 추산)나 되는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의료 수준이 떨어졌고 시민들의 무지가 겹쳤던 탓이다. 코로나19는 중국 우한에서 집단 전파가 시작된 이래 1년여가 지난 지금 전 세계에 7천200여만 명의 확진자와 163만 명의 사망자를 냈다.통계만 보면 인류가 선방하는 것 같지만 상황이 암울하기는 매한가지다. 스페인독감은 집단면역 효과로 2년여 만에 종식됐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집단면역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선방을 한 것으로 인식돼 왔는데 요즘 들어 그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확진자 발생 곡선 기울기가 무서울 정도로 가파르다. 경제와 방역 두 토끼를 잡겠다는 마음이 앞선 나머지 정부가 중요 고비 때마다 사회적 거리두기 상향 조치에서 한 박자 늦게 대처를 한 점이 너무도 뼈아프게 다가온다.사실, 정부가 마냥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대는 것은 옳은 자세가 아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백신과 치료제가 나올 때까지 확산세를 통제 범위 안에 두는 보조적 수단일 뿐이며 장기화될수록 성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우리가 자부심을 갖던 'K방역' 성공 뒤에는 국민들의 협조가 있었다. 우리 국민들은 방역과 인권이 충돌할 경우 방역이 우선이라는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 확진보다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 자체가 더 큰 공포인 사회이기도 하다. 이런 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된다.하지만 어떤 사회에도 말 지독하게 안 듣는 집단과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방역은 이런 사람들이 있음을 전제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을 찬찬히 뜯어보면 성공할 경우 '정부 덕', 실패하면 '국민 탓'이라는 유체이탈식 화법이 은연중에 읽힌다. 이런 마음가짐으로는 코로나19를 이길 수 없다. 이미 국민 협조와 희생에만 기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2020-12-15 05:00:00

[세풍] 33구경(邱慶), 방아쇠를 당겨라

[세풍] 33구경(邱慶), 방아쇠를 당겨라

대구경북이 요즘 외롭고 힘들다 못해 처량하기까지 하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노골적인 정부·여당의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부산 가덕도신공항 추진 등으로 대구경북의 속이 뒤집어지고 맞설 힘마저 없어도 어디 마땅히 하소연할 만한 곳조차 없다. 마냥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대구경북 처지라 가련도 하다.가덕도신공항 추진 사업 경우 정부가 앞장서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이 뭉쳐 힘으로 특별법안까지 밀어붙이며 국비로 공항을 지으려 안간힘이다. 여기에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 가운데 여당 소속 14명과 무소속 1명이 7일 부산에서 모여 13명은 가덕도신공항 추진 지지 선언을 하며 정부·여당에 힘을 보탰다.대구시·경북도의회 의장의 반대에도 이들은 마치 17명 전 의장이 뜻을 모은 것처럼 '전국 시·도의회 의장' 명의로 버젓이 포장을 하는 파렴치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2016년 영남의 5개 시장·도지사 합의를 뒤집은 이들 행태는 가덕도 대신 김해신공항 사업으로 결정한 국가 정책을 스스로 팽개친 문재인 정부의 여당과 다를 바 없다.정부와 여당, 이들 의장들 행태가 합리와 논리와는 거리가 멀고 말도 되지 않지만 이들에 맞서 대구경북에 귀를 여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없다. 정치 고립 탓이다. 대구경북의 정치 색깔을 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4월 총선 결과, 대구경북 24곳 선거구 모두 국민의힘 소속뿐이다. 대구의 홍준표 의원은 무소속이나 역시 같은 색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역시 대구경북 33곳 지방자치단체장 가운데 자유한국당 소속 26명, 민주당은 1명에 그쳤다.하지만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대구경북의 정당 색깔은 야당의 단색 같다. 항간에서는 지도를 펴놓고 천년 전 비좁은 땅을 차지했던 신라의 영토와 흡사한 모양의 꼴이 됐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래선지 중국 우한발 폐렴 괴질이 넘실대고 2월부터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폭증하자 대구경북을 싸잡아 비난한 사람도 나타났다.그러나 대구경북 사람들은 신라인들이 국난 위기를 이긴 것처럼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리고 코로나 괴질과의 전쟁에서만큼은 대구경북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일부 못된 인물을 빼면 국민 모두 나서 대구경북을 응원했다. 그런 덕분에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대구경북과 국민은 아무 색깔 없이 힘을 모았다.이런 상애(相愛) 정신도 당파에는 빛이 바래고 힘에 부쳤다. 코로나 위기 속에 치러진 4월 대구경북의 총선 결과가 그랬다. 정당 깃발을 든 인물이 누군지를 따지기보다 당이 내건 깃발 색깔만 봤다. 그렇다 보니 대구경북의 정당 깃발 색깔과 정치 지형도는 4년 전보다 퇴보하고 특정 당이 싹쓸이한 결과 정부·여당 창구는 사라졌다.이러니 대구경북은 다른 색의 정당 인물이 뿌리 내리기 어려운 척박한 황무지로 고착되고 다양한 정치 목소리와 색깔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대구경북은 더욱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급기야 정부의 장차관 인사에서부터 국가 정책, 예산 등 곳곳에서 홀대와 푸대접, 무시의 대상이 되는 지경까지 자초하게 됐다.그럼 고립무원의 대구경북은 어찌 해야 하나. 누굴 탓하랴. 문 정부의 잘못을 기억하되, 같은 길을 가지 않는 정치 토양을 일궈야 한다. 특히 정치 다양성 복원이 급하다. 정부·여당의 무관심과 차별은 33개 대구경북 지자체 소속 모두 참고 각오를 다지는 수밖에. 33구경(邱慶) 500만 마음을 모아 대구경북 발전을 이끌 방아쇠를 당기는 일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2020-12-08 05:00:00

[세풍] 죽을 자리 향해 달려가는 文정권

[세풍] 죽을 자리 향해 달려가는 文정권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사람들이 '바보'가 아닌 만큼 윤석열 검찰총장 몰아내기가 몰고 올 후폭풍(後爆風)을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실제로 전대미문의 검란(檢亂)이 현실화하고,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졌다. 정권이 '조국 사태'보다 더 큰 위기에 몰렸다. 이를 무릅쓰면서 문 대통령과 정권이 윤 총장을 쫓아내려는 이유는 뭘까.문 정권이 윤 총장을 서둘러 찍어내려는 이유는 두 가지다. 윤 총장을 이대로 놔뒀다가는 정권에 치명적인 비리들이 드러나 재집권(再執權)이 물 건너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선 주자 지지도에서 강세를 보이는 윤 총장을 야인(野人)으로 만들어 대권 주자가 될 싹을 잘라 버리려는 의도도 깔렸다.둘 중 전자(前者)가 결정적 불쏘시개가 됐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수사를 하는 대전지검이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가 발표되기 일주일 전 대검찰청에 감사원 감사를 방해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보고했다. 영장이 발부되면 수사가 날개를 달 것이고, 검찰의 칼날이 청와대는 물론 문 대통령을 겨눌 게 뻔하다. 다급하게 윤 총장 목을 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정권 비리 혐의로 이렇게 많이 검찰에 '목줄'을 잡힌 정권도 없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경제성 조작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관여한 정황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옵티머스·라임 등 재집권에 치명상을 주고도 남을 사건들이 숱하다. 윤 총장을 제거해 정권 비리를 덮어 정권 안녕을 지키고, 재집권에 장애가 될 폭탄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문 대통령과 정권 사람들은 재집권에 실패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노무현 전 대통령으로 인한 집단 트라우마(trauma)를 갖고 있다. 폐족(廢族)으로 추락했던 기억을 공유(共有)하고 있다.'집단의식'은 '집단행동'으로 표출되는 법. 윤 총장 몰아내기에 정권이 총동원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문 정권은 출범하자마자 20, 50년 집권을 들먹이며 재집권에 맞춰 국정을 운영했다. 윤 총장 찍어내기를 비롯한 무리한 일들이 쏟아진 까닭도 여기에 있다.부산시장을 야당에 내주면 대선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가덕도신공항 카드를 들고나왔다. 김해신공항보다 6조원이 더 들어도 개의치 않는다. 부산 선거에서 이겨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되면 그만이다. 재난지원금과 엉터리 일자리 만들기 등으로 나랏빚이 폭증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세금을 퍼부어 재집권하면 오케이(OK)일 뿐이다.부동산과 외교 등에서 실패가 산적(山積)하는데 장관을 경질하지 않는 것도 재집권에 나쁘게 작용한다는 판단에서다. 장관을 바꾸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되고, 실패를 자인하면 대선에 악재(惡材)가 돼 재집권에 실패할 수 있다고 여긴다. 죽어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전·전전 정권, 야당,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다.국정에서 성과를 내고 지지를 받아 재집권하는 것이 순리(順理)이다. 그러나 문 정권은 재집권에 맞춰 국정을 운영한다. 주객(主客)이 뒤바뀐 것이고,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이러니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정권을 놓치면 죽는 줄 알기에 이런 짓을 한다. 나라에 끼치는 폐해를 따지면 차라리 뇌물을 먹는 정권이 낫다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런 정권이 재집권하는 것은 턱도 없는 일이다. 결국 재집권에 실패할 것이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기를 쓰고 죽을 자리를 향해 달려가는 정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20-12-01 05:00:00

[세풍] 집요한 코로나보다 더 독해야 산다

[세풍] 집요한 코로나보다 더 독해야 산다

얼마 전 국제의학저널 '임상 감염병'(Clinical Infectious Diseases)에 이런 연구 논문이 실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 피부에서 최장 9시간 이상 생존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A형 독감바이러스의 1.82시간과 비교해 약 5배나 더 긴 생존력이다. 바이러스가 인체에서 빨리 사멸하지 않고 더 오래 버틴다는 것은 그만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뜻이다.그렇지 않아도 1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지금까지의 상식과 경험치가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코로나19는 독감 바이러스에 비해 접촉으로 인한 감염 위험이 높아 대유행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연구팀의 경고는 '코로나가 쉽게 소멸하지 않고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는 말로 들린다.지난주말, 조카 결혼식에 참석했다. 올 3월에 준비를 모두 마친 상태에서 코로나 사태로 대구가 혼란에 휩싸이면서 미룬 결혼식이었다. '아마도 가을쯤이면 상황이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를 위안 삼아 8개월을 기다려 결혼식을 치렀지만 내심 조마조마했다. 공교롭게도 하루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어서고 3차 코로나 유행이라는 말이 입에 오르내리는 때라 긴장 속에서 혼사를 치렀다. 안쓰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정작 당사자들 타는 속마음이야 어찌 짐작하겠나.이렇듯 코로나의 악몽이 다시 시작되면서 정부는 24일부터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2단계로 올렸다. 호남 지역도 1.5단계로 상향했고, 경북도는 1.5단계 강화를 검토 중이다. 일단 내달 7일까지 2주간을 예정하고 있으나 그 이후에 어떤 조치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이달 들어 하루 신규 확진자 추이를 보면 100→200→300명으로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앞자리가 계속 바뀌고 있다. 현재 1명의 확진자로 인해 감염되는 사람 수인 감염재생산지수도 1.5명 이상이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 후반 신규 확진자는 400명, 12월 초에는 600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질병관리청은 전망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전문학회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12월 초 일일 확진자가 1천 명 넘게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온이 떨어지는 계절적 요인에다 환자 발생 양상이 이전과는 달라 2차 유행 때보다 위험도가 더욱 높다는 것이다. 결국 선제적인 방역 관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준수 등 협조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진다.이달 5일부터 4주간 2차 봉쇄 조치에 들어간 영국의 사례는 좋은 참고 자료다. 존슨 정부는 이번 봉쇄로 확산 속도를 늦추고 의료기관 부담을 낮추는 등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봤다고 판단해 봉쇄를 해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12일 3만3천470명까지 오른 뒤 꾸준히 감소해 21일 1만9천875명으로 떨어졌다. 3차 유행에 들어선 우리에게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를 영국의 경험이 말해준다.지금과 같은 여건이라면 아마도 지난봄 대구경북이 겪었던 어려움보다 더 큰 시련이 닥칠지도 모른다. 백신과 치료제가 제 힘을 발휘하기 전까지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러려면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이 생활의 기본이 되어야 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결코 옵션이 될 수 없다. 감염 예방은 접촉을 줄이는 데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활동의 제약 등 대가는 크겠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말처럼 코로나가 여전히 우리 곁에 버티고 있고 지금이 중대 기로다.

2020-11-24 05:00:00

[세풍]  “관계를 맺어주면 안 될까요?”

[세풍] “관계를 맺어주면 안 될까요?”

"관계를 맺어주면 안 될까요?" 아주 오래전 큰 인기가 있었던 TV 코미디 프로에서 심형래가 날린 배꼽 잡는 멘트다. 극 중에서 심형래가 일을 잘못해 질책을 받자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했고, 이에 극 중 상관이 "야, 그게 이거와 무슨 관계가 있어?"라고 야단을 치자 심형래가 그렇게 둘러댔다. 프로그램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너무 웃겨서 눈물이 찔끔찔끔 난 심형래의 기발한 멘트만큼은 또렷이 기억한다.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는지를 수사하는 검찰을 공격하는 문재인 정권의 '말의 폭주'가 이를 생각나게 했다. 문 정권은 검찰 공격에 동원 가능한 모든 말을 끌어온다. 여당 의원이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이자 정책 결정"이라고 하니 법무부 장관이 "통치행위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맞장구를 친다. 여당 대표는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이라고 하고, 원내대표는 "검찰의 국정 개입"이라고 한다. 급기야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사람의 입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는 거창한 소리까지 나왔다."관계를 맺어주면 안 될까요?"라는 소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심형래의 이 멘트는 웃음을 선사했지만, 이들의 '관계 맺기' 멘트는 듣는 사람을 화나게 한다. "야, 그게 이거와 무슨 관계가 있어?"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검찰의 수사는 '통치행위 수사'도, '정치 수사이자 검찰권 남용'도, '국정 개입'도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은 더욱 아니다. 폐쇄가 정당한 절차를 거친 합법적 결정인지 들여다보는 것일 뿐이다. 이는 검찰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 않으면 직무 유기다. 문 정권은 검찰에 직무 유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감사원 감사 결과는 폐쇄의 비밀을 드러내 줬다. 주무 부처는 경제성 평가를 시작하기도 전에 '즉시 가동 중단'을 청와대에 보고했다. 이어 '계속 가동'의 경제성은 낮추고 '즉시 가동 중단' 필요성은 높이겠다는 실행 계획도 청와대에 보고했다. 경제성 평가는 처음부터 폐쇄를 결정해 놓고 벌인 대(對)국민 사기극이었던 것이다. 주무 부처 공무원이 일요일 한밤중 사무실에 들어가 관련 자료 444건을 폐기한 감사 방해는 이를 웅변한다. 그 시작은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되느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마디였다.멀쩡한 원전의 폐쇄를 초래한 문 대통령의 '탈(脫)원전' 정책은 발상 단계부터 난센스였다. 좌파적 '환경 근본주의'의 망상(妄想)으로 버무려진 재난 영화를 보고 '탈원전'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세상에! 다큐멘터리도 아닌 '픽션'을 보고 국가 정책을 결정하다니.무식하면 용감하다. 탈원전 도그마에 빠진 문 대통령만큼 이를 실감케 하는 것도 없다. 원전이 가장 환경친화적이고, 가장 안전하며, 가장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이라는 과학적 증거도, 세계 각국이 원전 건설에 매진하는 '원전 르네상스'도 '픽션'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문 대통령의 몽환(夢幻)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이런 무지가 7천억원을 들여 고쳐 잘 돌아가고 있는 원전을 폐쇄하는 무모함을 초래했다.그래도 폐쇄는 그럴듯하게 보여야 했다. 데이터를 악의적으로 조작한 범죄행위가 필요했다. 대통령의 몽환을 지켜주려고 거짓을 사실로 둔갑시키고 국민을 속인 것이다. 이를 덮기 위해 문 대통령의 수하(手下)들은 감사원과 검찰을 '정치 집단'으로 몬다. 그리고 범죄행위를 '통치행위'로 포장한다. 문 대통령은 법 위에 있다는 소리다. 이들의 눈에는 국민이 개, 돼지로 보임이 틀림없다.

2020-11-17 05:00:00

[세풍] 대구경북 통합, 일장춘몽 안 되려면

[세풍] 대구경북 통합, 일장춘몽 안 되려면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상북도지사가 한목소리로 대구와 경북의 행정구역 통합을 외치고 있다. 이 지사가 선창(先唱)하고 권 시장이 화답(和答)하는 모양새다. 이 지사는 2018년 취임 초기부터 대구경북 통합론을 주변에 말하고 다녔다. 권 시장은 대구경북 통합 어젠다에서 선수(先手)를 놓쳤나 싶더니 요즘 들어서는 이 지사보다 더 적극적으로 통합론을 주창(主唱)하고 있다.살림을 합치면 자리 하나가 사라지는데도 두 단체장이 앞장서서 통합하자는 까닭은 뭘까. 여기에는 두 가지 개연성이 있다. 먼저, 대구경북 통합단체장 자리 욕심이다. 대권까지 꿈꿔온 권 시장으로서는 의미 없는 3선 시장보다 대구경북 통합단체장 자리가 훨씬 매력적일 것이다. 도지사 재선 가도에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이 지사에게도 통합단체장 선거판은 승산이 충분한 게임으로 비칠 수 있다.대구경북 통합론에 불순한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정치인들의 높은 자리 욕심이 비난을 받을 일만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공익과 충정이 정치적 욕심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지 여부가 더 중요하다.두 사람은 통합이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다. 국가 간은 물론이고 도시 간 경쟁 시대다. 한 몸에서 분리된 지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대구와 경북의 상황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대구는 지역내총생산이 이십 수년째 전국 꼴찌일 만큼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 경북도 인구 소멸을 우려해야 할 정도다. 산업과 교육, 문화, 소비 등 모든 것이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면서 대구경북은 도합 인구 500만 명 유지마저 간당간당인 상황이다.사실, 대구경북은 한 뿌리 의식과 정서적 연대감이 유독 강하지만 행정구역이 나눠진 뒤 불협화음도 잦았다. 앞에서는 상생을 외쳤지만 뒤로는 기업 유치와 국비 확보 등에서 소모적 경쟁을 벌였다.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를 10년째 해결하지 못했고 첨단의료복합단지와 물산업 클러스터 등 주요 현안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냈다.대구경북이 통합하면 단일 행정권·경제권을 구성하고 자체 재정을 확보할 여력이 더 생긴다. 중복 투자를 피하고 산업단지 재배치 등을 통한 산업구조 개편도 훨씬 쉬워진다. 대구와 경북을 문화·경제 중심지, 산업·관광 중심지로 육성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가 구현됨으로써 서울과 경기도, 인천 등 수도권과도 한번 비벼볼 수 있다.하지만 대구경북 통합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광역지자체 통합 전례는 없다. 그래서 두려운 길이기도 하다.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실익 없이 사회적 비용과 갈등만 부를지 누구도 예단할 수 없다. 특히 통합하면 장기적으로는 국비 예산(교부세) 불이익을 각오해야 한다. 대구시의 법적·행정적 지위 및 역할, 통합 지자체 명칭, 대구시민 정체성 문제 등을 놓고 지역적 갈등 및 이해관계 충돌이 분출할 소지도 크다.통합이 성공하려면 특례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의 지원 사격이 매우 중요한데 현재까지는 통합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는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상당수다. 시일도 촉박하다. 권 시장과 이 지사가 내놓은 로드맵에 따르면 내년 6월 이전에 주민투표를 거쳐 시도민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등 뒤숭숭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지역민 관심도 높지 않다.지금 중요한 것은 청사진을 잘 그려 숙성시키는 것이다. 만약 추진해 봤는데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접는다는 용기도 필요하다. 천려일실(千慮一失)조차 허용 안 될 일이 있다면 그게 바로 대구경북 통합일 것이다.

2020-11-10 05:00:00

[세풍]  ‘문재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세풍] ‘문재인 시절’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어제는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逝去)한 날이다. 박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제왕적 권력을 가진 한국 대통령들의 불행(不幸)한 운명(運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대통령 대다수가 대통령 권력에 따라붙은 재앙(災殃)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절대 권력의 칼날이 그 주인(主人)을 찔렀다.임기가 1년 반가량 남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대통령 권력이 가진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예외(例外)가 될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잊히고 싶다고 했지만 대통령이란 절대 권력을 휘두른 대가(代價)를 치러야 한다. 재임 중 한 일들이 문 대통령을 따라다닐 것이고, 문 대통령에게 적의(敵意)를 품은 이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대통령 재임 중 과(過)보다 공(功)이 많기라도 하면 퇴임 후 안전판으로 삼을 수 있겠지만 문 대통령은 그럴 형편이 못 된다. 실패한 대통령들의 전철(前轍)을 그대로 밟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등 경제 정책은 '폭망'했다. 목을 맨 대북 정책은 세계 최대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참혹한 죽음으로 돌아왔다. 검찰 개혁은 검찰을 정권 애완견으로 만드는 데 그쳤고, 옵티머스·라임 등 권력형 비리 의혹들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 실정(失政)과 부패(腐敗)가 도를 넘었다. 조국·윤미향·추미애로 대변되는 '문재인 시절'은 실패로 귀결(歸結)될 게 확실하다.문 대통령의 실패는 본인과 그 수하(手下)들에게 직접 책임이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을 뽑은 국민의 책임도 크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질(資質)을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대통령 권력을 맡긴 것은 국민이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자 폭탄 등은)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는 문 대통령 발언이 내포(內包)한 의미와 위험을 국민은 간과(看過)했다. 진영 논리, 편 가르기 막이 올랐는데도 국민은 알아채지 못했다. '노무현의 정치적 계승자'라는 외양(外樣)과 촛불에서 촉발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분위기에 휩쓸려 표를 몰아줬다. 문 대통령의 실패와 국가 혼란, 그로 인한 국민 고통은 국민이 감내해야 할 업보(業報)다.혹자(或者)는 '싸움의 정치' 양산(量産), 대통령들의 비운을 이유로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내각제를 불신하고 대통령제를 지지하고 있어 쉽지 않은 일이다. 화끈한 것을 좋아하는 국민성에도 승자독식(勝者獨食)의 대통령제가 더 맞다. 대통령제는 유지될 것이고, 결국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다음 대통령이 갖춰야 할 자질은 수없이 많겠지만 세 가지를 꼽고 싶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慧眼), 포퓰리즘(populism)을 물리칠 수 있는 용기(勇氣), 지지 진영의 포로가 되지 않고 국민 모두의 리더(leader)가 될 수 있는 능력(能力)이다. 이 세 가지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 국가 지도자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를 우리는 물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확인할 수 있다.문제는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중 세 가지 자질을 갖춘 이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권 후보 중엔 이른바 '대깨문'을 붙잡으려 머리를 조아리고, 포퓰리즘에 경도(傾倒)되고, 독재자(獨裁者) 기질까지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인사들이 대통령이 되면 국민이 '문재인 시절'을 그리워하는 참담한 일이 벌어질 우려가 농후하다.국민 수준에 맞는 국가 지도자를 갖는 것은 동서고금의 철칙(鐵則)이다. 2022년 3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우리 국민은 어떤 대통령을 갖게 될 것인가.

2020-10-27 05:00:00

[세풍] 왜 우리 도로는 늘 불안하고 위험할까

[세풍] 왜 우리 도로는 늘 불안하고 위험할까

국내 운전자들에게 교통법규나 교통사고 과실 분석·상담으로 가장 친숙한 전문가를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주저 없이 '한문철'이라는 이름을 먼저 입에 올린다. 자동차 블랙박스 관련 TV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유튜브에 '한문철TV'라는 채널도 운영 중인데 채널 구독자가 80만 명을 넘는다. 지난 2018년 채널 개설 이후 교통사고를 당한 운전자들과 상담하고 유튜브에 올린 블랙박스 영상만도 8천여 점, 누적 조회수가 5억2천만 회를 웃돌 정도로 큰 관심을 끌고 있다.그가 교통사고 관련 소송이나 법률 상담 등 후속 처리에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사고의 핵심에 접근해 정확히 규정을 적용하고 과실 비율을 명쾌하게 판단해 제시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블랙박스가 생생하게 보여주는 도로 현장의 현실을 상식과 합리주의에 기초해 해석하고 운전자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도 많은 운전자들이 이 채널을 들여다보는 이유다.특히 그는 잘못된 우리의 교통문화와 불합리한 교통법규에 주목한다. 최근 교차로 '딜레마존' 사고에 관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이나 비보호 좌회전이나 회전교차로 사고 사례, 도저히 피하기 힘든 각종 교통사고 등에서 경·검찰과 법원이 놓친 부분을 세밀히 분석해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은 사례도 많다. 특히 지난 3월, 교차로에서 사고로 숨진 오토바이 운전자의 유족인 12세 초등학생에게 보험회사가 수천만원의 구상금을 청구했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은 사례는 상식과 공익성에 대한 한문철TV의 지향점을 보여준다.지난달 중순 충북 음성에서 발생한 교통법규 위반 단속 사례도 큰 반향을 낳았다. 신호등 고장으로 교차로를 천천히 통과하다 다음 신호등에서 신호위반으로 단속된 사연인데 경찰의 어이없는 단속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신호등이 고장났으면 현장에서 수신호는 못할망정 멀리서 상황을 지켜보고 함정 단속이나 하는 경찰관을 문책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제보자의 이런 억울한 사연에 해당 경찰서 간부가 유튜브에 실명 댓글을 올려 대신 사과하고 범칙금과 벌점 원상회복 조치를 약속하면서 겨우 사태가 무마됐다. 비록 몇몇 경찰관에 해당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교통경찰관이나 사고 조사관들의 불합리한 법 집행과 판단, 전문성에 대한 불신을 부른다는 점에서 반성할 대목이다.최근 대구지방경찰청이 벌이는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 정착' 캠페인에 대한 시민 관심이 크다. 대구경찰청은 최근 몇 달간 교차로 횡단보도를 통과하는 우회전 차량에 대한 시민 홍보와 계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까지 계도 기간을 거쳐 11월부터는 보행자보호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보행자가 횡단보도 근처에만 있어도 자동차를 일시 멈추도록 강제하는 도로교통법 개정도 서두르고 있다.2019년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면허 소지자는 3천264만9천 명이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국민이 매일 운전대를 잡는다. 하지만 눈앞의 현실은 늘 불편하다. 허점투성이의 도로교통 환경, 그릇된 운전문화와 교통법규에 대한 무지는 도로를 지뢰밭으로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다 상식과 합리성, 공정성이 결여된 사법 당국의 공무 처리나 법 해석 등은 교통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잘못된 운전자 의식과 모순된 교통법규를 더는 그냥 보고 넘겨서는 안 된다. '왜 우리 도로는 늘 불안하고 위험할까'라는 의문이 사라질 때까지 고민하고 잘못을 빨리 고쳐 나가야 할 때다.

2020-10-20 05:00:00

[세풍] 서 일병에게 양심을 묻는다

[세풍] 서 일병에게 양심을 묻는다

서 일병. 전역해 사회에 복귀했으니 당치 않은 호칭이겠지만 실명을 기재하면 여당과 '대깨문'들이 또 어떤 난리를 칠지 몰라서 편의상 그렇게 부르겠습니다.(겁나서가 아니라 개, 돼지들이 꽥꽥거리는 게 성가셔서 그러함을 이해하길) 그리고 기자가 서 일병 모친 연배(年輩)이고, 아들도 서 일병 또래이니 편히 말을 하겠네. 그리해도 과히 결례(缺禮)는 아닐 것으로 보네.모친의 '애완견' 검사들이 군(君)과 모친, 모친의 전 보좌관 모두 '혐의 없음' 면죄부를 준 덕에 지금쯤 '다 끝났다'며 느긋하게 발 뻗고 있겠지.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군. 2017년 6월 25일 당직 근무 중 군이 '미귀'(未歸)한 것을 알고 전화로 복귀하라고 한 현 병장 측이 모친과 변호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니 말이네. 현 병장은 분명히 군과 통화했는데 모친과 변호인이 현 병장을 거짓말쟁이로 몰았다는 거지.알다시피 모친은 현 씨의 제보를 "이웃집 아저씨의 오인과 추측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했고, 변호인은 "통화할 일도 통화한 사실도 없다" "떠도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처럼 만들어 옮기는 'n'차 정보원의 전형적인 예"라고 했지. 이게 모두 거짓말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네.무슨 꿍꿍이인지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린 애완견 검사들의 서울동부지검이 이를 폭로(?)했네. "당시 부대 복귀를 연락받은 서 씨의 부탁으로 추 장관의 전 보좌관이 지원 장교에게 전화를 했고, 장교가 현 씨에게 휴가 처리 사실을 말한 사실이 있다." 그리고 동부지검 공보관이 이를 재확인했고! "수사팀에 다시 확인했다. (통화했다는 사실은) 서 씨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다 인정했다. 그것은 팩트가 맞다."거짓말 공방이 이런 결말에 이르기까지 군은 무엇을 했는지 궁금하군. 검찰 수사 결과와 공보관의 '확인'이 맞는다면 그동안 모친과 변호인이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는 얘기인데 왜 그랬나? 모친과 변호인에게 진실을 말했으나 '너는 아무 소리 말고 잠자코 있어'라고 해 그렇게 됐나? 아니면 모친과 변호인에게 현 병장과 통화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고, 이 말을 믿은 모친과 변호인이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게 된 건가? 그것도 아니면 아예 모친과 변호인에게 거짓말을 해달라고 했나?기자는 그 속사정을 잘 모르네. 그러나 지금 드러나는 것은 어떤 연유이든 군이 진실하지 않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네. 27세이면 청춘의 맑고 풋풋한 향기가 배어 나오는 순수한 나이이지. 그러나 드러난 팩트만 보면 안타깝게도 군은 그렇지 않아 보이네. 동료 병사를 거짓말쟁이로 만든 모친의 거짓말을 만류한 흔적은 현재로선 보이지 않으니 말이네. 부끄럽지 않나?이래서는 안 되네.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네. 이런 부끄러움을 지닌 채 어떻게 앞으로의 인생을 잘 살아가겠나? 결혼해서 가정도 꾸릴 텐데, 배우자가 '그때의 진실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 건가? 2세가 태어나 거짓말을 하면 또 뭐라고 할 텐가?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할 건가?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뮤직박스'(1990)라는 영화가 있네. 아버지가 2차 대전 당시 헝가리 나치 '화살십자당'의 행동대원으로 헝가리 유대인 학살에 가담한 사실을 알게 된 변호사가 고뇌 끝에 아버지를 사법 당국에 고발하는 내용이지. 아버지를 '양심'의 이름으로 고발하는 게 작위적(作爲的)이라는 논란도 있었지만 어쨌든 양심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지. 한번 볼 것을 권하네. 현 병장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듯하네.

2020-10-13 05:00:00

[세풍] 세금주도성장?

[세풍] 세금주도성장?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이라는 말이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제정책인 '레이거노믹스'를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가 경멸조로 비판하면서 쓴 표현이다. 부두(Voodoo)는 서인도제도의 악마 숭배 및 주술 종교를 일컫는다. 현대 영화의 단골 소재인 좀비(Zombie)의 원형을 제공한 흑마술적 믿음이기도 하다.부시의 언급 이후 부두 경제학은 점차 의미가 확대되어 비합리적, 비과학적, 비현실적 경제정책을 통칭하는 용어로 굳어졌다. 이에 상응하는 한국말로는 유사경제학, 사이비경제학 등이 있겠다. 하나 더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표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이하 소주성)이다.소주성은 일단 달콤하다. 국민 가처분소득과 구매력을 끌어올려 내수 경제를 발전시키고 새 성장동력을 삼겠다니 꿈만 같다. 소주성 이론에 의하면 성장을 이끄는 것은 분배다. 낙수효과의 한계를 극복하고 성장과 분배 사이의 딜레마를 극복하겠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경제 발전에 무한동력 엔진이 하나 생기는 셈이다.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 소득은 경제활동의 결과물이지 원인일 수 없다. 전체 파이는 그대로인데 누군가의 주머니에서 다른 사람의 주머니로 돈을 옮겨 놓는다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을까. "소주성은 마차로 말을 끌게 하는 격"이라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지적은 핵심을 꿰뚫었다. 201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도 "소주성은 너무도 위험한(risky)한 모델"이라고 했다. 소득을 올려 경제를 성장킬 수 있다면 지구상에 가난한 나라는 없을 것이다.사실, 문 정부의 집권 2년 차인 2018년부터 소주성의 폐해는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었다. 경제 주체들의 의욕은 떨어지고 퍼주기식 복지정책 여파로 도덕적 해이가 심각했다. 소주성의 간판 격인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은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을 높이기보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깎아내리고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오히려 키웠다.정권이 무모한 도박을 멈추지 않는 사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팬데믹마저 터졌다. 성장은커녕 생존이 급선무가 됐다. 팬데믹으로 경제가 멈춰서다시피 하니 밑 빠진 독처럼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소주성 로드맵을 훌쩍 뛰어넘는 확대 재정의 연속이다. 이로 인해 일시적 승수 효과로 경제적 착시 효과가 나타나겠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소주성과 코로나19가 합작해 낸 확대재정의 결과물은 부채 비율의 우려스러운 상승이다. 공공기관을 포함한 국가 부채와 가계 부채, 기업 부채 총액이 무려 5천조원에 다가섰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가채무 비율이 OECD 국가 평균치 아래여서 괜찮다고 한다. 빚이 무서운 돈이란 것은 만고의 진리다. 국채든, 증세든 결국 그 돈은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국민들이 갚아야 할 돈인데도 위정자들은 마치 제 돈처럼 선심을 쓴다. 예산 짜고 세금 거두는 관료들은 비어가는 곳간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세금 쥐어짤 궁리를 하고 있다. 부동산 규제책, 주식시장 양도세 부과, 중소기업 사내 유보금 과세, 중소기업 세무조사 등 목하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일이 가진 행간의 의미는 거위털 뽑기 식의 세금 징수 시도로도 읽힌다.부두교 신자들은 '살아 있는 시체' 좀비의 존재를 믿는다. 살아 있으면 시체가 아니니 좀비는 '뜨거운 얼음'처럼 일종의 형용 모순이다. 소주성이라는 족보 없는 이론과 코로나19 팬데믹이 합쳐진 결과 이러다가는 '세금주도성장'이라는 변종 부두 경제학이란 용어마저 등장할까 두렵다.

2020-10-06 05:00:00

[세풍] 더 작게 듣겠습니다

[세풍] 더 작게 듣겠습니다

이 나라 땅에서 태어나기 전부터 운명이 정해진 사람이 있었다. 오로지 주인이라는 사람을 받들어 모시고 죽을 때까지 일만 하다 운이 나쁘면 다른 집으로 팔려도 갔다.특히 아이를 낳아 본 적 있는 10대의 몸값이 가장 비쌌다. 이들은 양반의 재산 늘리는 좋은 수단도 됐다. 그러다 삶을 마치면 번듯한 무덤조차 없었다.죽어도 따뜻한 밥 한 숟가락, 깨끗한 물 한 그릇 떠 놓고 제대로 기리는 사람 없는 존재, 바로 종, 즉 노비였다. 조선조 한때 종의 인구가 전체의 반을 넘었고, 당시 노비법은 더없는 악법으로 평가됐다.물건과 동물처럼 팔리고 밑바닥 삶이 강요된 종은 또 옛날 양반 계급 집안 문중을 지킨 일꾼이자 후손을 경계하는 희생물도 됐다. 그 한 사례는 주인이 지은 잘못과 죄를 대신해 매질이나 처벌을 받는 일이었다.나쁜 짓은 주인이 저지르고 벌 받는 운명은 바로 애먼 종이었다. 일부 '뼈대' 있는 집안에 전하는 제사 관련 문헌에 나오는 '후손의 한 번 제사 불참 벌칙은 쌀 한 말, 두 번은 두 말, 세 번은 노비 매질할 것'이란 기록이 그렇다.이런 종의 신분 해방은 공교롭게도 양반 계급이 차별한 서자 출신 경북 경주 최제우가 동학(東學)을 창시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동학혁명과 일제 식민지배, 광복과 대한민국 건국으로 노비는 없어졌고, 평등 사회는 어렵게 이뤄졌다.우리의 평등하고, 공정하며, 정의로운 사회의 역사는 이처럼 짧다. 그리고 마침내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 취임으로 우리 사회는 비로소 그처럼 바란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운 시대를 맞았다.이후 사람들은 앞으로 '평등, 공정, 정의'의 사회는 문 대통령 전후로 나눠지리라 믿었다. 그렇게 보낸 문 정부 임기 5년도 이제 절반을 넘어 퇴임 2022년 5월까지 채 2년이 남지 않았다. 그 사이 문 대통령이 외친 '평등, 공정, 정의'의 가치는 아직 유효한가.답은 "글쎄요"가 됐다. 정부와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불평등,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측근 세력의 불법 비리 감싸는 재판의 불공정, 2017년 낚싯배 침몰 사망자에 묵념하며 알뜰히 챙기던 모습과 달리 북한군 총격에 공무원이 서해 고혼(孤魂)이 돼도 침묵하는 불의(不義)와 식어버린 대통령의 애정에 국민은 당황스럽다.아무래도 문 정부의 풍성한 언어의 효과는 생명력이 그리 길지 않은 듯하다. 또한 빈 곳간에 빚을 내서라도 환심을 사는 듯 '베푼' 자선을 '자식보다 낫다'며 반기는 환영파의 큰 목청도 있지만 아예 받지 않거나 걱정하는 우국파의 한숨 소리도 깊어만 간다.공직 출신의 한 기업인은 나라 곳간이 위험하다며 정부가 처음 '기부'를 바란 것처럼 아예 재난지원금 신청을 포기했다고 털어놓았다. 대구시청의 한 퇴직 공무원은 정부 지원 받으려 통장 잔고를 비우는 부모의 돈을 받고도 "이래도 되나" 하며 걱정이란다.세상을 바꾸고 허무는 일에는 어떤 앞선 낌새나 조짐(兆朕)이 될 만한 것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조짐의 소리는 크지 않고 잘 들리지도 않을 수 있다. 또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그러니 흔히 놓치거나 깨닫지 못하기 일쑤이다. 오죽했으면 대구시의회 경우, 지난해부터 구호를 '시민의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겠습니다'로 정해 작은 시민 목소리조차 크게 들으려 할까.그런데 정작 나라를 맡은 문 정부는 넘치는 불길한 낌새에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러다 못된 주인 탓에 애꿎은 종이 매 맞듯, 국민의 크고 작은 비판적인 소리에 귀를 닫고 더 작게 들으려는 일부 그릇된 무리 아래 서해 고혼의 희생자 신세가 되지 않을까 두렵다.

2020-09-29 05:00:00

[세풍] “당신도 정권의 적(敵)이 될 수 있다”

[세풍] “당신도 정권의 적(敵)이 될 수 있다”

나치를 대변한 독일의 헌법·정치학자 카를 슈미트는 "정치적인 것은 적(敵)과 동지(同志)를 구별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덕적인 것은 선악(善惡), 미학적인 것은 미추(美醜)의 차이에서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것'은 적과 동지의 구분에서 출발한다고 갈파(喝破)했다.문재인 정권 3년 반을 집약(集約)하면 적과 동지로 나눠 국민을 갈라치기한 시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 정권은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적을 지목하거나 심지어 만들기까지 해 위기를 모면하는 데 능수능란하다. 비판 세력을 적으로 몰아 증오(憎惡)에 찬 공격을 가하고, 정권 잘못을 덮는 데 탁월하다. 이 수법으로 지지층 결집 등 재미를 많이 본 것은 물론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한 의원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미(未)복귀 의혹'을 공익 제보한 당직 사병 실명을 무단 공개하고, '단독범' 운운 등 범죄자로 규정했다. 정권 비리를 수사하는 검사들을 '인사학살'한 추 장관을 비호하고 싶은 심정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국민을 범인 취급하면서 이름까지 공개한 것은 위험수위를 한참 넘었다. 여당 의원이 당직 사병을 적으로 삼자 친문 세력은 온라인 테러에 나섰다. 정권이 국민을 두려워하기는커녕 국민을 공격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졌다.여당 원내대표까지 지낸 한 의원은 추 장관 아들 군 특혜 의혹을 제기한 동료 의원을 면전에 두고 "쿠데타 세력"의 "정치 공작"이라고 공격했다. 다른 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정치 군인, 정치 검찰, 박 전 대통령 추종 정당과 태극기 부대가 만들어낸 정치공작 합작품"이라고 했다. 합리적 의심을 하는 사람들을 싸잡아 적으로 규정해 공격하는 수법을 써먹고 있다.코로나 재확산은 소모임 금지 해제 등 정부의 방역 잘못이 크다. 그런데도 정권은 광화문 집회, 전광훈 목사와 특정 교회에 책임을 돌리고 공격했다. 대통령은 "현행범 체포" "구속영장 청구"까지 들먹였다. 코로나 감염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화문에 모인 이유를 정권은 전혀 성찰(省察) 않는다. 적을 만들어 코로나 재확산 책임을 전가(轉嫁)하고 싶은 저의(底意)만 엿보일 뿐이다.정권은 의사 집단휴진 사태 때엔 의사들에게 화살을 쏘고, 부동산 폭등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와 다주택자 탓으로 돌렸다. 윤미향 사태와 한·일 경제 전쟁에선 토착왜구란 비수(匕首)를 꺼내 들었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과 백선엽 장군은 정권의 단골 공격 대상이다. 어느 정부보다 언론 탓도 많이 한다. 정권에 의해 적이 된 이들을 리스트(list)로 만들어도 될 정도다.적과 동지를 갈라치기해 나라를 전쟁터로 만든 정권의 행태는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추 장관 아들 의혹 제기에 공감하거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반대하는 사람은 정권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4·15 총선이 끝난 지 5개월이 넘도록 재검표를 않는 대법원을 비판하고, 세금 퍼주기로 국가채무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키는 정부를 질타(叱咤)해도 정권의 적이 될 수 있다. 정권을 향해 독재라고 규탄하거나 정권이 목을 매는 20년 집권을 반대하면 어김없이 적이 될 판이다. 국민 누구나 정권의 적이 되기 십상(十常)인 시대를 살고 있다.이 정권은 친일을 이유로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도 바꿀 심산(心算)인 것 같다. 차제에 애국가 가사도 바꾸자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적들이 나오고, 그 적들의 피로 땅을 적시자는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 가사를 방불케 하는 애국가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다.

2020-09-22 05:00:00

[세풍] 아베와 스가, 그 가면 바꾸기

[세풍] 아베와 스가, 그 가면 바꾸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14일 집권 자민당 총재에 선출됐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 잇따른 스캔들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지병을 구실로 사임한 아베 신조 총리의 바통을 스가가 이어받은 것이다. 16일 참의원·중의원 양원의 총리 지명 절차를 거쳐 '스가 내각'이 출범하면 경색된 한·일 관계도 조금의 변화가 예상된다.하지만 7년 넘게 아베 총리 관저의 수문장이었던 그가 '포스트 아베'로 낙점된 사실을 상기할 때 자민당 독주 체제와 일본 정치판의 속성에는 조금도 변화의 조짐이 없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한·일 관계의 거친 풍향을 감지할 수 있다. 스가는 2012년 12월, 집권 2기를 시작한 아베 신조 내각 7년 8개월 내내 관방장관직을 지키다 기시다(岸田)·이시바(石破) 등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총리 자리를 꿰찼다. 관방장관으로서 '일본의 입' '아베의 입' 역할을 해 온 그는 내각 브리핑을 통해 한국에도 널리 얼굴이 알려졌고,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등 막말로 우리 국민의 분노를 산 인물이기도 하다.이런 그의 역사적 관점이나 한국에 대한 시각을 감안하면 아베에서 스가로 릴레이된 일본 정치판의 얼굴 바꾸기는 중국 전통극 '변검'(變臉)과 쌍둥이처럼 빼닮았다. 속(연기자)은 그대로인데 겉(얼굴)만 바뀐 것이다. 변검은 연기자의 얼굴 표정이 순식간에 바뀌는 가면극이다.지난 2006년 9월부터 11개월간 짧은 집권에 이어 2012년 다시 총리직에 올라 역대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거머쥔 아베는 이제 막후의 실력자로 변신한다. '바지 사장' 스가 총리의 뒷배로 수렴청정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아베의 후임은 아베'라는 소리가 줄곧 자민당 내부에서 나돌았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여론 등 분위기도 아베의 연투를 기정사실화했다. 아베 뒤를 이을 재목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그런데 코로나가 흐름을 바꾸었다. 코로나 변수가 돌출하면서 아베의 행보는 뒤죽박죽이 됐다. 힘으로 꾹꾹 눌러왔던 자신의 스캔들 위에 측근 정치인 스캔들이 덮치고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무능'이라는 꼬리표가 붙으면서 임기를 1년 앞두고 중도 퇴진의 처지에 내몰린 것이다. 더 버티기 힘들자 억지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 지병을 핑계 삼아 '페이스 리프트'(Facelift) 계획을 감행한 것이다.하지만 총리가 바뀌어도 '어차피 아베 3기'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앞으로도 일본 정치판의 개혁과 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스가 또한 "일·한 관계의 기본은 1965년 체결된 청구권협정"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는다. 이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문제가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기 때문에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등 한국과의 현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정권의 모든 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 스가에게서 뭘 더 기대하겠는가.가면은 계속 바꿔치기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바꿀 가면이 없는 상황에 이르면 무엇이 남을까. 맨얼굴뿐이다. '전후 체제로부터 탈각(脫却)'이라는 깃발을 들고는 양국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아베와 일본 극우세력이 아무리 요란하게 변검술을 부려도 진실은 변하지 않는다. 맨얼굴은 드러나게 되어 있고, '다테마에'(建前)로는 진실을 계속 가릴 수도 없다. 과거사에 대한 일본 정부와 국민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반성이야말로 한·일 관계의 기본이자 기초다. 일본에 줄 게 많지 않고 주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스가 총리의 취임에 맞춰 한국민이 주는 충고다.

2020-09-15 06:30:00

[세풍] 김명수 대법원, 진짜 '판새'가 되고 싶은가

[세풍] 김명수 대법원, 진짜 '판새'가 되고 싶은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임명될 때부터 많은 우려를 자아냈다. 우고 차베스 정권의 비정(秕政)에 '법적으로 문제없음'이란 스탬프를 쾅쾅 찍어준 베네수엘라 대법원의 한국 버전을 만들 것이란 우려였다. 기우(杞憂)가 아니었다. '곡판아문'(曲判阿文·판결을 구부려 대통령에게 아부함)에 일로매진(一路邁進)하면서 베네수엘라 대법원처럼 정권의 사설(私設) 로펌으로 전락하고 있으니 말이다.베네수엘라 대법원의 오욕(汚辱)은 1999년 차베스가 입법·사법·행정부 모두에 대한 탄핵권을 제헌의회에 부여하는 새 헌법안과 부패한 판사를 해임하고 사법부를 개혁한다는 명분의 '사법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시작됐다. 이런 위협에 대법원은 제헌의회가 갖는 모든 권한에 합헌(合憲)이란 허울을 씌워주며 굴종(屈從)했다.이에 세실리아 소사 대법원장은 "(법원은) 암살을 피하려고 자살을 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변함이 없다. 법원은 죽었다"고 절규하며 사임했다. 그 말대로 됐다. 두 달 뒤 대법원은 해산됐고 새 대법원이 들어섰다. 대법관들은 살기 위해 차베스에 있는 대로 꼬리를 쳤으나 보람도 없이 '팽'당한 것이다. 이것으로는 안심이 안 됐던지 차베스는 2004년 대법관을 20명에서 32명으로 늘리고 충직한 '애완견'들을 박아 넣었다. 결과는 '대박'이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간 차베스에 반(反)하는 판결은 단 한 건도 없었다.이런 현실에 대해 국제법학자위원회(ICJ)는 2017년 '베네수엘라 대법원: 행정부의 도구'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개탄했다. "행정부를 정치적으로 돕기 위해 대법원은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헌법보다 하위 법령을 우선시하며, 헌법 조항에 대해 분석하지 않았고, 적법절차와 소원(訴願) 시스템을 외면함으로써 국회의 입법 기능과 행정부 감시 기능을 박탈하고 무효화했다."ICJ가 김명수 대법원이 하는 꼴을 본다면 똑같은 개탄을 했을 것이다. 전교조 합법 판결이 그렇다. 한마디로 하위 법령을 우선시하는 '해석의 요술'이다.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한 노조는 법외노조'라는 의미가 당연히 포함돼 있다는 것이 상식적인 해석이다. 그게 아니면 무엇이겠나?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은 '법외노조' 통보 조항이 상위법에 없는데 시행령으로 그렇게 한 것은 '불법'이라고 했다. '법을 창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그러면 과연 전교조는 합법노조인가. 대법원은 그렇다고 하지만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절대 아니다. 조합원 자격이 없는 해직 교사 9명이 조합원으로 있기 때문이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은 노동조합법을 뭉개버린 것이다. 노동조합법은 노조가 아니라고 하는데 대법원은 노조라고 하는 사상 초유의 법체계 교란을 국민은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해석의 요술은 김명수 대법원의 장기다. '적극적인 거짓말이 아니면 허위 사실 공표가 아니다'는 희한한 논리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무죄 방면하고, 검찰의 항소장 부실 기재를 꼬투리 잡아 은수미 성남시장도 살려줬다. 이를 보고 조국, 정경심, 김경수, 유재수는 아마도 빙긋이 웃고 있을 것이다.민주당의 한 의원은 보수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를 허가한 판사를 '판새'(판사 새X)라고 했다. 이번 전교조 합법 판결에 상식을 가진 국민은 정반대의 의미에서 똑같은 소리를 할 것 같다. 맹자(孟子)는 "무릇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뒤 남이 업신여긴다"(夫人必自侮, 然後人侮之)고 했다. 지금 김명수 대법원이 딱 그 꼴이다.

2020-09-0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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