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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풍] 이건희 미술관, 어디에, 왜 건립하는가

[세풍] 이건희 미술관, 어디에, 왜 건립하는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을 사회에 환원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이건희 컬렉션'을 전시할 별도 공간 검토를 지시하면서 지자체마다 '(가칭) 국립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나서고 있다. 현재 대구시를 비롯해 부산시, 인천시, 세종시, 수원시, 진주시, 의령군 등이 그 나름의 근거를 내세우며 유치를 희망한다.너도나도 나서지만 결정된 것은 없고, 유가족도 장소와 관련해 입장을 낸 바 없다. 정부도 아직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정부 혹은 미술계가 이건희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의견을 낼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점이 있다. '이건희 미술관'을 왜 건립해야 하는지 먼저 묻고, 장소는 그다음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이건희 컬렉션'은 '감정가 3조 원, 시가 10조 원'이라고 한다. 하지만 거기에는 감정가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철학이 있다. 하나하나의 작품도 명작이지만 이건희 컬렉션 자체가 하나의 철학이고 명품이다. 그러니 대한민국 어디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더라도 의미는 클 것이다. 하지만 이건희 미술관이 '왜 그 도시에 있어야 하는지' 답하지 못한다면 의미는 퇴색한다.이건희 회장은 일제강점기였던 1942년 1월 9일 경상북도 대구부(현 대구시 중구 인교동)에서 태어났다. 지금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삼성의 출발지도 대구다. 대구에서 태어나 세계의 별이 된 이건희 회장의 철학과 대구에서 시작해 세계의 삼성이 된 삼성의 도전 정신을 선명하게 그려내고, 세계에 전파하자면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는 것이 가장 좋다. 고향 타령을 하자는 게 아니다.사업가 기질만으로는 삼성이라는 명품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 돈이 있다고 누구나 '이건희 컬렉션'을 완성할 수도 없다. 삼성과 이건희 컬렉션에는 철학, 혜안,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시대를 이끌어가는 철인의 소명 의식이 담겨 있다.유가족이 이건희 컬렉션을 사회에 기증한 것은 대한민국을 향한 공헌인 동시에 우리에게 막중한 책임을 당부한 것이다. 작품 하나하나를 잘 보존하고 전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건희 컬렉션의 철학과 오늘의 삼성을 만든 이건희 회장의 도전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 널리 전파해 달라는 것이다. 이런 복합적 요청을 실현하자면 '이건희 미술관'은 삼성의 출발지이자 이건희 회장의 고향인 대구에 건립해야 한다.대구 '국립 이건희 미술관'은 기존 (삼성)제일모직 터에 설립한 삼성창조캠퍼스, 삼성이 지어 기증한 대구오페라하우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 이건희 회장 생가 등과 연결해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다. 또 각각의 거점들은 전 세계 미래 세대를 위한 생생한 교육 현장으로 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모든 스토리와 역할 수행은 대한민국의 자부심이자 자산이 된다.대구는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의 태동지다.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대구미술관(근·현대미술), 대구간송미술관(한국전통미술)과 함께 집적효과를 내기에도 적합하다. 나아가 대구는 국채보상운동과 2·28민주운동 정신에 이어 삼성과 이건희라는 또 하나의 철학이 숨 쉬는 역사·예술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대한민국 어느 도시라도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한다면 '세계적 명작'(이건희 컬렉션)을 보유한 도시로 유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대구에 이건희 미술관을 건립하면 '이건희 컬렉션'은 물론이고, '이건희 철학'과 '삼성 스토리'까지 세계인들에게 자랑하고 전파할 수 있다.

2021-05-11 06:00:00

[세풍] 그 많은 쥐틀은 다 어디 갔나

[세풍] 그 많은 쥐틀은 다 어디 갔나

또 구렁이 담 넘어가듯 할 모양이다. 내부 정보 이용을 의심받고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철저한 조사 합의와 대국민 약속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내 이럴 줄 알았다'는 반발이 절로 나올 정도다. 4·7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리자마자 여야 누구랄 것도 없이 발뺌을 하면서 '오초의 흥망은 내 알 바 아니다'는 속담대로 된 것이다.LH 투기 의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국면을 뜨겁게 달군 사안이다. 여론의 성화에 못 이겨 검·경은 마지못해 수사에 나섰다. 속도가 생명인 압수 수색은 굼벵이가 부럽지 않을 수준이었다. 이런 형편에 정치권마저 일단 급한 불이 꺼지니 나몰라라며 꽁무니를 빼는 판이 되고 있는 것이다.시곗바늘을 몇 달 전으로 되돌려보자. 정부는 천정부지의 집값 오름세를 잡기 위해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본격화했다. 지난 2월 24일 광명·시흥 지역을 3기 신도시로 추가 선정했다. 이로써 3기 신도시는 모두 6개 지구로 늘었는데 천정부지로 치솟은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한 공급 확대 정책이었다. 알곡이 많으면 쥐가 들끓는 법. 아니나 다를까, 제보를 받은 시민단체가 내부자들의 투기 의혹을 세상에 알리면서 LH 사태는 수면 위로 떠올랐다.이렇듯 문재인 정부의 신도시 정책 관리의 허점이 드러나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철저한 조사를 천명했다. 여야도 공기업 직원과 지방의원 등 공직자들의 비리 정황이 꼬리를 물자 지난 3월 중순 국정조사와 특검, 국회의원 전수조사까지 합의했다. LH 사태로 국정조사가 성사되면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5년 만의 국정조사다. 그런데 시곗바늘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배터리가 다 닳은 탓일까. 선거를 앞두고 공직자 부패에 대한 국민 불신이 일파만파 커지자 급한 불부터 끈다며 질세라 손을 잡고 입을 맞췄지만 선거가 끝나니 문득 제정신이 든 모양이다.물론 재보궐선거가 끝난 직후 당 대표, 원내 대표 등 지도부 선출 문제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시간표가 빡빡하긴 했다. 하지만 임시국회가 열려도 후속 조치 논의는커녕 일언반구도 없다가 근 한 달이 지나면서 LH 특검과 국정조사는 여야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당내 문제로 경황이 없었다는 핑계를 대지만 정당 내부의 일이 국가의 대사보다 중한가.여야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목청만 높이고는 발본색원과 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에 슬며시 꼬리를 내리면서 분노한 국민만 닭 쫓다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된 것이다. 이런 식이면 제2, 제3의 LH 사태는 불을 보듯 뻔하고 '세상의 모든 가치가 시작되는 LH, 희망의 터전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슬로건도 단단한 화강암에 계속 새겨질 것이다.한동안 인터넷에 'LH=내'라는 등식이 도배되다시피 했다. 신도시 등 공공개발지 땅 투기에 분노한 네티즌들이 작금의 현상을 정확히 짚어낸 언어유희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사회 지도층과 공직자들이 공공연히 '선금 지르는' 부정한 땅이 되지나 않을까 두렵다. 슬로건대로 집 없는 사람의 터전이 아니라 부당이득의 꿈나무가 자라는 땅, '내 재산 불리기'라는 오만한 가치의 시작점 말이다. 더 늦기 전에 여야는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후속 조치를 실행해야 한다. 이 땅이 집 없는 이들의 '절망의 터전'이 되지 않도록 말뚝 박기를 서둘러야 한다. 누가 쥐틀을 사놓고 놀리나.

2021-05-04 06:00:00

[세풍] 대통령의 국정 철학? 그런 게 있기나 한가

[세풍] 대통령의 국정 철학? 그런 게 있기나 한가

문재인 대통령이 신임 검찰총장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인사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에 대한 상관성이 클 것"이라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발언은 이런 예상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 발언은 '하산길'을 앞둔 문 대통령에게 '살아 있는 권력에 고분고분하고 비리는 뭉개 퇴임 후 안전판을 마련해 줄 충견이 필요하다'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 유력한 후보가 문 대통령의 대학 후배, 문 정권의 '애완견'을 자임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다.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이런 속내를 '국정 철학'이라는 거창한 단어로 포장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묻는다. 국정 철학이라고? 그런 게 있기나 한가? 있는 '척'은 했다.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가 될 것이다. 이른바 '시대정신'(Zeitgeist)을 완벽히 포착한 단어의 선택이었다. 이 단어들을 문자 그대로의 의미대로 실천에 옮겼다면 '10년 집권'의 꿈은 한층 더 현실성을 띠게 됐을 것이다.문 정권은 지난 4년간 그 반대로 갔다. 평등과 공정과 정의에 대한 배신의 세월이었다. 조국과 그 가족의 위선은 이를 압축해 보여줬다. 말마다 옳은 소리를 늘어놓던 조국의 가면이 벗겨지면서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마음에 빚이 있다"며 그를 감쌌다. 평등, 공정, 정의와 이를 갈망하는 국민은 이렇게 배신당했다.그런 배신과 같은 동전의 다른 면이 '말 따로 뜻 따로'의 교활한 이중 어법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도 수사하라"고 당부해 놓고 윤 전 총장이 이를 실천에 옮기자 '살아 있는 권력' 수사팀을 해체하고 윤 총장 징계를 몰아붙였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엄두를 못 낸 일이다.그래도 씨알이 안 먹히자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떼내 경찰과 공수처에 넘겨버렸다.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꿈도 꾸지 말라는 얘기다. 윤 총장이 반대로 알아들어야 하는 문재인식(式) 어법의 비밀을 진작에 깨쳤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이런 위선에 위와 아래가 따로 없다. '재벌 저격수'를 자처해온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월세 인상 상한선을 5%로 정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직전 전세금을 상한선의 3배 가까이 올렸다. "부동산 대책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가 그의 지론이었다. '거지갑'이란 별명을 즐겨온 여당 의원도 같은 위선을 떨었다. 그는 전월세 5% 이상 금지 법안을 발의한 당사자다. 그래 놓고 쏟아지는 비판에 '부동산 사장님' 탓을 하며 한다는 소리가 "시세보다 낮은 금액"이었다.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렇게 4년 내내 도덕적인 척, 윤리적인 척, 깨끗한 척,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 철학'이란 말은 가당치 않다. 국정 철학이란 말이 지향하는 당위(當爲)의 가치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그 가치에는 공정과 정의의 본래 의미의 보전과 실천도 당연히 포함된다.그러면 문 대통령의 '진짜' 국정 철학은 어떤 것일까. 원전 폐쇄의 불법성을 감사하는 최재형 감사원장에 대한 여당의 공격은 그 실마리를 제공한다. 작년 7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으면 감사원장은 사퇴하라"고 했다.그래서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대통령의 국정 철학? 그런 게 있다면 나와 내 편에 도움이 된다면 공정과 정의는 물론 법률까지도 간단히 뭉갤 수 있다는 것 아니겠나."

2021-04-27 06:13:25

[세풍] 진보의 위선, ‘이대남’의 분노

[세풍] 진보의 위선, ‘이대남’의 분노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4·7 보궐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이 있었다. 현 정권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압도적인 비토(veto)다.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72.5% 몰표를 던졌다. 무엇이 이토록 '이대남'(20대 남성을 지칭하는 속어)을 분노케 만들었을까.많은 분석들 중에는 젠더(Gender) 갈등이 주원인이라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데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현 집권 세력의 페미니즘 경도 논란에 대한 반발이었다면 이번 보선에서 집권 세력은 20대 여성들의 지지라는 반사이익을 얻어야 했건만 그런 현상도 없었다.이들을 분노케 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정성'의 훼손이다. 젊은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공정과 거리가 멀다. 정권을 잡은 진보좌파는 말로만 공정을 외칠 뿐 행동은 내로남불과 위선이다. 젊은이들은 진보좌파가 신분 상승 사다리를 걷어차는 데 있어 보수 정권보다 몇 술 더 뜨는 모습을 봤다. 이대남에게 현 집권 세력은 무능한 꼰대 집단이다. 그런데 영구 집권까지 하겠다는 야욕마저 숨기지 않았으니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젊은이 시각으로 세상을 한 번 보자. 취업, 결혼, 집 장만 등 제대로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상승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빼앗았다. 청와대 고용 상황판을 차지한 것은 세금 들이부어 억지로 만든 노년층 공공 일자리 실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얼치기 노동정책이 만들어 낸 최악의 취업시장 미스매칭이다.게다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대재앙 코로나19마저 터졌다. 팬데믹의 최대 피해자도 20대들이다. 그들은 유례없는 취업난과 사회적 거리두기 고립감 및 절망 속에서 꽃다운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한 언론사가 20대 60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생활비 부족으로 끼니를 챙기지 못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37.1%로 나왔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도시락 급식 사업에 신청자가 쇄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밥 굶는 청년들이라니!다른 한편에서 청년들은 투기 시장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의 집값 안정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바보가 된 경험을 한 20대들이다. 내 집 마련은 물 건너갔으니 그보다 진입 장벽 낮은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노린다. 암호화폐 시장 하루 거래액이 우리 국민들의 국내외 주식 하루 총거래액을 넘어섰다는데 이런 위험천만한 투전판에 청년들이 영끌·빚투까지 해 가며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나라가 과연 온전한 나라일까.우리 사회의 20대가 부동산 및 증시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 10년간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의 길을 답습할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취업을 통해 얻는 기술과 지식,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없었던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평생을 질 낮은 일자리와 잦은 실업에 시달렸다.20대가 '잃어버린 세대'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 잘못이 크지만 그중에서도 집권 세력의 귀책이 가장 크다. 이번 보궐선거의 충격적 결과를 보면서 집권 여당이 제대로 성찰하고 반성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궐선거 이후 행보를 보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재난지원금 고작 몇십만 원과 미래를 맞바꿨다고 생각하는 이대남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나 있는지.

2021-04-20 05:00:00

[세풍] 文 정권 향한 국민 반격 시작됐다

[세풍] 文 정권 향한 국민 반격 시작됐다

"내일 한국에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집니다. 한국 제1·제2의 도시에서 동시에 보궐선거를 하게 된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장들의 성폭력(sexual violence)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한국의 정치 상황은 물론 내년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요지의 서울 특파원이 보내온 뉴스를 본 다른 나라 국민들이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를 상상하면 끔찍하다. 오랜 시간 우리 국민이 피땀 흘려 쌓은 대한민국의 긍정적 이미지가 무너질까 걱정이다.쓰지 않아도 될 국민 혈세(血稅) 824억 원이 들어가는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두고서 문재인 정권의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학습할 기회"라고 했다. 다시 들어봐도 가당치 않은 망언(妄言)이다. 그러나 '기회'라는 점에서 서울·부산시장 선거는 역사적 의미가 크다.역시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논리는 명쾌했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성범죄 때문에 치르게 됐다"며 "상식과 정의를 되찾는 반격(反擊)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그의 지적처럼 4·7 선거는 문 정권 4년 동안 미쳐 돌아갔던 이 나라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더 의미를 부여하면 이번 선거는 '내로남불' 정권에 대한 국민 심판(審判)이다. 여론조사에서 정권 심판론이 국정 안정론의 두 배나 되는 게 이를 증명한다. 문 정권에 국민은 단단히 화가 났다. 정권 심판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 추락은 분노한 민심(民心)을 대변한다. 대통령 지지율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의 두 배에 육박한다. 서울·부산 선거에선 '블랙아웃'(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을 앞둔 조사에서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국민의힘 후보에 크게 뒤졌다.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는 윤 전 총장이 여당 후보들을 앞서고 있다. 부동산, 일자리, 국민 통합, 경제성장, 남북 관계 등에서 모두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질렀다.1년 전 4·15 총선에서 문 정권에 압승을 안겨줬던 민심이 급변한 것은 정권의 무능 탓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정권의 본색(本色)을 국민이 낱낱이 알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은 정의롭고 공정한 척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공격하고, 국민을 핍박한 문 정권이 정의롭지도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입만 열면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없게 하겠다"고 했지만 뒤로는 땅 투기 천국을 만든 정권에 국민은 질렸다.문 정권 전유물로 여겨졌던 정의와 공정이 정권을 공격하는 비수(匕首)가 됐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 입장에서는 '일등공신'이다. 상(賞)을 좋아하는 추 전 장관, 낡은 가방을 들고 다니는 김 전 실장,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박 의원에게 상과 가방, 배지를 선물하고 싶을 정도다.비싼 대가를 치른 것은 안타깝지만 국민이 정권의 실체를 깨달은 것은 이 나라를 위해서는 천만다행이다.토머스 엘리엇은 시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문 정권에 4월은 잔인한 달이 될 것 같다. 그 반대로 국민에게는 희망을 건져 올린 달로 기록될 것이다. 서울·부산시장 선거와 내년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 운명을 결정할 '두 개의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우리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렸다.

2021-04-06 05:00:00

[세풍] ‘작은 농사’는 힘이 세다

[세풍] ‘작은 농사’는 힘이 세다

채소가 싱그럽게 자라는 들녘,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을 바라보며 건강한 자연을 떠올린다면 오해다. 농사는 그 자체로 자연에 반(反)하는 행위다. 농업 기술이 발달할수록 더욱 반자연적이다. 면적당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계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각종 농약과 장비, 시설을 투입하기 때문이다. 벌레 먹은 흔적이 없는 배추, 왕방울만 한 포도, 한겨울에 먹는 참외와 수박 등에는 환경오염이 그림자처럼 수반된다.IPCC(정부 간 기후 변화 협의체)에 따르면 2019년 현재 전 세계 인위적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량의 23%가 농업·임업 등 토지 이용 과정에서 발생한다. 화학비료, 농기계, 축사 연료, 농약, 비닐하우스, 멀칭용 비닐(풀 방지·습도 조절 등을 위해 밭에 덮는 비닐) 등을 제조, 사용, 폐기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나온다. 논 물의 혐기성 미생물, 가축 분뇨에서도 온실가스는 발생한다.인류 문명사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자연과 사람 사이에 인공물을 집어넣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위험하고 차가운 들판에서 잠자는 대신 집을 짓고, 약한 피부로 자연과 직접 접촉하는 대신 옷을 입고, 치타처럼 빨리 달리기 위해 조상 대대로 달리기를 연마하는 대신 도로와 바퀴를 발명한 것 등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거의 모든 행위는 '자연과 인간 사이에 인공물'을 집어넣는 과정이다. 밭을 일구고 농약과 비료, 농기계를 투입하는 것 역시 '자연과 사람 사이에 인공물을 집어넣는' 작업이다. 대체로 인공물이 많고 복잡할수록 사람살이는 나아지지만 환경 훼손은 커진다.그렇다고 전업 농부들에게 농기계를 쓰지 말고, 농약도 비료도 투입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 농산물 공급이 줄어들면 생산자인 농부뿐만 아니라 소비자인 도시인들도 생활에 큰 타격을 입기 마련이다. 하지만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하면 풍요로운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한 예로 도시인들의 '작은 텃밭 농사'는 '대량생산'에 따르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전업 농부 한 사람이 1천 평(약 3천306㎡) 농사를 짓자면 농기계와 농약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그 나름의 직업을 가진 100명의 도시인이 각자 10평(약 33㎡)의 농사를 짓는다면, 농기계나 농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면적이 작아 호미로 밭을 갈고 손으로 해충을 퇴치할 수 있고, 판매 목적이 아닌 만큼 좀 못생겨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작은 농사'가 늘어날수록 농작물 재배에 따르는 환경오염이 감소하는 것이다.물론 도시 농부들이 재배할 수 있는 작물에는 한계가 있다. 전업 농부들은 도시 농부가 짓기 어려운 작물 재배에 무게를 더 둠으로써 소득을 올릴 수 있고, 농산물 공급 균형도 맞출 수 있다.2019년 추산, 우리나라 도시 농부는 20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멀리하는 '작은 농사'를 추구한다는 점은 환경보호에 큰 힘이 된다. 다만 상당수 도시 농부들이 밭에 비닐을 덮는다(비닐 멀칭)는 점은 아쉽다. 검은 비닐을 덮으면 풀을 뽑거나 물을 주는 번거로움을 덜지만, 환경에 해롭고 보기에도 흉하다. 전업 농가의 대규모 농사에는 비닐 멀칭이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작은 텃밭에 굳이 대규모 농사에나 쓰는 농법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작은 농사'는 환경 보호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러자면 도시 농부들이 약간의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2021-03-30 05:00:00

[세풍] 용버들을 심은 까닭

[세풍] 용버들을 심은 까닭

수도권 3기 신도시 인접 지역에 땅과 주택을 소유한 공직자에 대한 정부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국토교통부 공무원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144명에 이어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와 지방 공기업 직원 237명의 명단이 특별수사본부에 넘겨졌다. 이들이 실제 투기를 했는지는 조사가 모두 끝나야 밝혀질 부분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 관심사는 공직을 더럽히고 국민을 기만한 독직(瀆職) 행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 후속 조치다.신도시나 산업단지 등 공공개발 예정지에 왜 용버들이 풍문보다 먼저 똬리를 틀고, 비닐하우스나 '벌집'이 지천인지 그 이유는 뻔하다. '보상비가 몇 배나 뛰고, 투기를 해도 별 탈이 없더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그 학습자가 개발 정보에 밝은 공직자라면 이는 공직 기강과 사회 질서를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다. 이는 단지 개인의 일탈을 뛰어넘어 법과 제도의 불신과 가치의 붕괴를 뜻하기 때문이다.법과 제도는 그 사회의 가치와 공동체 의식을 반영한다. 만약 법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제도가 허술하면 그 사회는 계속 유지될 수 없다. 뿌리가 썩으면 잎이 말라 들어가고 이내 둥치마저 허약해져 결국 나무가 죽어 넘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법과 제도의 빈틈을 파고드는 인간들의 욕심이 결국 사회를 도탄에 빠뜨리고 파국을 부르는 것이다.그동안 이런 투기 행위가 은밀하고도 대담하게 벌어졌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 국토부, 감사원 그 어느 곳도 이를 감시하고 감독하지 않았다. 이는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가 그만큼 만연하면서 사회 전체가 부정과 비리에 무감각해진 것일 수도 있다. 배경이 무엇이든 국민을 속이고 실망시켰다는 점에서 투기자에 대한 엄한 처벌은 불가피하다. 국리민복은 고사하고 공공정보를 빼돌려 제 잇속을 챙기는 데 '열일하느라 바쁜' 공직자들을 모두 솎아 내야 하는 이유다.뒤늦게 여당과 정부가 투기 사태 재발을 막는다며 모든 공직자를 대상으로 재산등록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현행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등 22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대상을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에 공무원 사회에서 '과도한 조치'라며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투기자 처벌과 범죄 수익금 환수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법을 개정해도 소급 적용은 어렵다'거나 'LH 해체적 개편은 결국 1990년대로의 회귀'라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혁신에 대한 국민 의지를 우롱하는 것이다.물론 법의 소급 적용을 통한 처벌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을 속이고 공직을 더럽힌 투기자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그냥 넘길 수는 없다. 과거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장치를 만들어서라도 제대로 마무리를 해야 한다.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할 국가 정책이 특정인의 배를 불리는 밑밥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지금 국민은 '고까워서' 투기자들을 비난하고 욕하는 게 아니다. 그들이 해온 짓이 천만부당하고 국가 기강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공직 윤리를 저버린 일부 사람들이 일으킨 참사이지만 법과 제도의 허점 등 잘못된 구조가 그 토양이다. 개발 붐이 일었던 1970, 80년대부터 생긴 고름을 완전히 짜내지 않고 대충 들기름이나 바르고 넘긴 탓에 똑같은 사태가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모내기하듯 용버들을 심고는 팔짱을 낀 채 흐뭇해하는 장면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전 국토가 투기판이 되기 전에 그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2021-03-23 05:00:00

[세풍] 문재인이 만든 ‘컴퓨터 게임’만 하는 군대

[세풍] 문재인이 만든 ‘컴퓨터 게임’만 하는 군대

지난 8일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훈련은 병력과 장비의 야외 기동이 없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런 도상훈련(圖上訓鍊)은 실전에 아무리 가깝게 설계해도 '전쟁의 안개'(fog of war)라는 근본적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전쟁의 안개란 프로이센의 전략가 클라우제비츠가 '전쟁론'에서 제기한 문제로, "전쟁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고 많은 부분은 우연에 의해 결정된다"는 의미이다.1차 대전 때 독일이 프랑스를 치기 위해 벨기에를 침공했다가 당한 낭패는 좋은 예다. 독일 통일 전 프로이센은 민간인이 개발한 '크릭스슈필'(Kriegsspiel) 즉 '워 게임'(war game)을 장교 훈련의 필수 과목으로 채택해 상상 가능한 모든 실전(實戰)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그 효과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1870~1871)에서 잘 나타났다. 프로이센군은 프랑스군을 단 6주 만에 패배시켰다.프랑스와의 두 번째 대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독일은 자신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침공하는 시뮬레이션 결과 탄약이 신속하게 보급되는 한 프랑스에 이기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세계 최초로 차량화 보급 부대를 창설했으나 상황은 독일 참모본부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벨기에 공작원들이 자국 철도망을 파괴해 독일의 보급선을 끊은 것이다.최악은 아군이 무조건 이기는 시뮬레이션이다. 미드웨이 해전(1942년) 준비를 위한 일본 해군 도상훈련에서 대항군 장교들은 실전에서 미 해군이 그랬던 것과 똑같이 하와이 섬 동북쪽 해상에 매복했다가 일본 연합함대를 기습해 항공모함 2척을 격침하고 2척을 대파했다.(실전에서는 4척 모두 격침)그러나 연합함대 참모장 우가키 마토메(宇垣纏)는 "미국은 일본의 미드웨이 공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어 그런 매복 전술을 쓸 수 없다"고 우기며 격침된 항공모함 중 가가(加賀)만 '침몰', 아카기(赤城)는 '경미한 손상'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 암호를 해독해 일본의 공격 계획을 알고 있었다.이에 앞서 일본 해군대학이 실시한 미국과의 함대결전 도상훈련도 마찬가지였다. 몇십 회를 했지만, 항상 패배해 일본 함대가 시고쿠(四國)의 도사(土佐) 앞바다까지 몰리는 것으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한 일본 해군의 대응은 한심했다. 미군 역할을 한 대항군의 작전은 '비상식적'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고는 도상훈련을 중지해 버렸다.컴퓨터 시뮬레이션의 한미 연합훈련이 이런 식일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의 '특성'이 '우리가 지는 결과'는 없으며, 더구나 재래식 전력은 '통계상' 한국과 미국이 북한보다 월등한 우위에 있으니 결과는 뻔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북한은 핵무기가 있다. 이를 계산에 넣으면 시뮬레이션은 전혀 다르게 설계돼야 한다. 그렇게 하는지 의문이다.재래식 전력 간의 대결도 마찬가지다. 병력과 장비를 실제로 움직여 보지 않고는 시뮬레이션대로 되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 돌발 변수들이 널린 게 전장(戰場)이다. 이는 전쟁 계획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근대적 참모본부 제도를 정립한 프로이센 군인 헬무트 폰 몰트케는 "적과 마주치는 순간 전쟁 계획은 무용지물이 된다"고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컴퓨터상에서 아무리 이긴다고 한들 실전에서도 이긴다는 보장은 없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주요 한미 연합훈련을 대부분 '컴퓨터 게임'으로 대체했다. 그 이유는 '북한 김정은이 싫어한다'일 것이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의 기괴한 현실이다.

2021-03-16 05:00:00

[세풍] 4류들의 행진, 정치 참 쉽다

[세풍] 4류들의 행진, 정치 참 쉽다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에 "행정력은 3류, 정치력은 4류, 기업경쟁력은 2류"라고 말했다. 당사자는 설화(舌禍)를 치렀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이런 명언도 잘 없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정치는 4류이고 행정도 3류 신세다.정치 4류, 행정 3류인 나라가 성할 리 없다. 게다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의 목엔 힘이 더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170석 다수결을 앞세워 '잉여법'(剩餘法)을 양산해내고 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90%가 여당발(發)이다. 헌정 사상 경험하지 못한 입법 독재다.국회의원이 법을 많이 발의하면 의정 활동을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법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법은 곧 규제인 탓이다. 잘못 만들어진 법은 애꿎은 피해를 낳고 사회 동력을 갉아먹는다. 없는 것만 못한 법률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우리는 '임대차 3법'에서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소위 '검수완박' 등 집권 여당 입법 폭주를 보고 있노라면 역설적으로 '의정 활동 멈춤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재정 퍼주기도 4류들의 폭주라고 할 만하다. 코로나19 비상 상황 아래서 여·야 할 것 없이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미증유 감염병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정도껏이다. 특히나 그 의도가 불순하다. 여당이 추진하는 재난지원금 세례가 보궐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국민의 돈을 갖고 자기 돈 쓰듯 온갖 생색을 낼 수 있으니 정치하기가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다. 자기 돈이라면 저렇게 마구 써 댈 수 있을까.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결국 나중에 자기가 감당해야 할 것임을 잘 알기에 장삼이사조차도 빚을 끌어 쓰는 데에는 주저함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분별력 자체가 결여된 듯하다.요즘 시끌벅적한 가덕도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러 부처에서는 천문학적 공사비, 유지비, 환경 파괴 논란, 효용성 등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을 짓는 데 7조5천억원이 든다는 것이 부산시 주장이지만 국제·국내선을 합친 관문 공항으로 제대로 지으려면 28조원이 든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이다. 대규모 토건 공사에 줄곧 우호적이던 국토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면 애초에 논란 거리도 안 된다.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문에 국가 재정이 위기인데 28조원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인가. 국가 미래와 재정 건전성을 생각한다면 가덕도 신공항은 지어선 안 될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역시 선거용이다. 현 집권 세력이 끈질기게 공격을 일삼았던 4대강 사업 예산이 22조원이다. 고작 1년짜리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4대강 사업 예산을 웃돌지도 모를 막대한 세금을 가덕도 바다에 퍼붓겠다는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 말문이 막힌다.4류 정치가 국민 돈으로 잔치판을 벌이는 사이 국가 채무는 1천조원을 넘보고 있다. 당장 증세를 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거위털 뽑히듯이 국민 주머니에서 세금이 착착 뜯겨 나갈 것이다. 국채 발행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미래 세대 국민들이 갚아야 할 빚이 아닌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재앙적 상황인데, 이렇게 많은 빚을 미래 세대에게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정치가 참 비열하다.

2021-03-09 05:00:00

[세풍] 선거로 비리 세탁하는 창의 나라

[세풍] 선거로 비리 세탁하는 창의 나라

그는 정부 고위급 관리 자녀로, 학생회장에 뽑혔다. 회장의 위력을 앞세워 어린 하급생을 성(性)으로 괴롭혔다. 부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간부는 물론 학교 당국도 모른 체 외면했다. 계속된 괴롭힘에 하급생은 절망했다. 어느 날, 또래 자녀를 둔 학교 앞 가게 주인이 어쩌다 풍문을 듣고 교육 당국과 사법기관에 신고했다.그러나 어떤 조치도 없었다. 결국 주인은 가게 앞에 사연을 적은 대자보를 붙였다. 그러자 학교 등 여러 기관에서 가게에 협박했다. 생계 걱정에 주인은 글을 내리고 입을 닫았다. 결국 어린 학생은 자퇴했고 문제는 엉뚱한 데서 터졌다. 학생회장은 이를 자랑했고, 사회관계망을 통해 퍼지자 당국은 그제서야 조치하는 시늉에 나섰다.어쩔 수 없이 회장은 물러났고 다시 선거가 공고되자 억울했던 그는 대리 학생을 내세웠다. 대리 후보를 위한 '특별한 공약'도 준비했다. 학생과 학부모도 솔깃할 '전 학생 개인 교통편 제공'이었다. 여기에 '성(性) 비위 문제 학생의 불이익과 차별 철폐'도 넣었다. 앞은 세금으로 가능하다는 아버지 말을 믿고 공약했고, 뒤는 학내 여학생이 소수이고 자신과 같은 피해자(?)를 막고자 한 속셈이었다.마침내 대리 학생은 당선됐고 공약 이행을 위한 작업이 추진됐다. 그러나 곧 난관에 부딪혔다. 학교를 지원할 재단이나 교육 당국의 어느 규정에도 당선 학생의 공약 이행을 도울 근거가 마땅하지 않았다. 이에 학교와 교육 당국은 정부의 특별 지원을 받아 공약 이행을 위한 '특별 조례'를 급조해 문제 해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이후 학교는 달라졌다. 학생 등하교 조건은 나라 안에서 최고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여학생 입학이 줄었고, 아예 사라졌다. 남학생 입학도 내리막길이었고 학교는 학부모 기피 대상이 됐다. 학생 사이에 '정의, 공정, 평등, 신뢰' 같은 피 끓는 단어는 실종됐다. 학교는 '불공정, 불의, 불평등과 차별'이 일상인 그런 현장으로 변했다.이런 일은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공동체 사회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 없는, 가상의 세상에서나 일어날 만하다. 물론 비정상이 정상인 사회에서는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둔 현실을 보면 이런 가상의 모습이 겹쳐진다. 성 비위로 빈 자리가 된 단체장 선거에 국민 호주머니를 털 특별 공약이 넘실댄다.여당은 물러난 공직자 비위를 선거 공약으로 세탁하고, 선거 승리를 위해 국회와 정치인은 엉터리 특별법을 급조하고, 지도자는 장관에게 강요하고, 장관은 실천의 충성 서약에 바쁜 요즘이다. 절반 넘는 반대 여론 속 겨우 실무 공직자만 법 잘못을 따져 대들지만 여당, 지도자, 자리 욕심의 장관, 특별법 혜택을 누릴 정치인은 귀를 닫았다.일찍부터 부정과 비리를 세탁하는 창의(創意)와 혁신(革新)의 선거문화 정치를 몸에 익힌 지도자, 장관, 정치인이 자칫 나라 밖에까지 이런 독창의 선거문화를 '한류 방역'처럼 퍼트릴까 걱정이다. 게다가 작금의 비리 세탁에 앞선 세대의 창의 선거 전통을 지켜본 뒷세대마저 청출어람(靑出於藍)의 실력을 발휘할지도 모르지 않는가.가뜩이나 세계에서도 사기 사건이 많은 나라라는 사법 통계도 언짢은데 비리 세탁의 '한류 선거문화'까지 돋보이면 어찌 끔찍하지 않겠는가. 4월 선거의 정치인이야 나라 앞날과 백성 호주머니 걱정보다 당과 개인 잇속이 최고인지라 기댈 건 없지만 유권자조차 이들 정치인의 표를 사는 헛정치에 헛표를 던질까 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102년 전 목숨 바쳐 이런 나라 찾으려 독립을 외친 3·1절의 함성이 그저 아득하다.

2021-03-02 05:00:00

[세풍] 정권 마수(魔手)에 ‘위대한 국민’ 실종되다

[세풍] 정권 마수(魔手)에 ‘위대한 국민’ 실종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으로 영속하려면 주권자인 국민 역할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국민이 이성적이고 현명(賢明)한 판단을 통해 권력을 잘 부여해야만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대한민국이 오늘의 위치로 올라선 것은 '위대한 국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국민에게서 위대함이 사라지고 있다. 탁월했던 우리 국민이 비이성적이고, 우둔한 존재로 추락 중이다. 국가 발전 기반이 허물어진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위대한 국민' 실종(失踪)의 첫째 증세는 기억상실증이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강세를 보이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에선 박영선 후보가 야당 후보 누구와 대결하더라도 이긴다는 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부산에서는 가덕도 신공항을 앞세운 민주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꿈틀대고 있다. 민주당이 두 곳 모두 가져갈지도 모를 일이다. 민주당 시장들의 성추행으로 안 해도 될 선거를 하게 됐고, 선거에 국민 혈세가 824억원이나 들어간다는 사실을 서울·부산 시민들이 기억조차 못 하는 것 같다.둘째 증세는 공짜 심리 만연이다. 코로나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 인식이 나쁜 쪽으로 변질했다. 1차 지원금 때엔 '전 국민 지급' 찬성이 30.2%로, '하위 70% 선별 지급' 29.8%와 엇비슷했다. 그러나 4차 지원금 여론조사에서는 전 국민 지급이 68.1%로 선별 지급 30.0%의 두 배나 됐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시려는 사람들이 급증한 탓이다. 공짜에 국민 이성이 마비됐다. 기본소득과 같은 퍼주기 공약을 남발하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자조(自助)를 모토(motto)로 여겼던 위대한 국민은 어디로 갔나.위대한 국민을 추락시킨 주범(主犯)은 문재인 정권이다. 이 정권에 국민은 장기 집권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국민을 격동시켜 국가 발전의 에너지로 삼지는 않고 국민을 선동(煽動)해 저열(低劣)한 존재로 만들어 권력을 이어가는 지렛대로 써먹으려고 한다. 나라가 어떻게 되든 말든 국민 환심을 사 표(票)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문재인 대통령의 '코로나 전 국민 위로 지원금' 발언은 정권이 국민을 어떻게 여기는가를 결정적으로 보여준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날 기약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코앞에 두고 위로금 카드를 꺼낸 대통령의 저의(底意)가 의심스럽다. 서울·부산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찍으면 돈을 주겠다는 말을 한 것과 마찬가지다. 선거에서 이기려고 대놓고 국민 매수(買收)에 나서고 있다.세금으로 감당할 위로금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국민 혈세로 국민을 조삼모사(朝三暮四) 원숭이 다루듯 우롱하고 있다. 포퓰리즘 정책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거짓말과 내로남불로 국민 이성을 마비시키는 정권의 마수(魔手)가 두려울 지경이다.히틀러는 총칼로 권력을 탈취하지 않았다. 독일 국민이 선거에서 표를 줘 히틀러에게 합법적인 집권 길을 열어줬다. 또 히틀러의 무도한 정책들을 국민투표로 승인해 줬다. 칸트·헤겔을 낳은 이성적이고 현명한 독일 국민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사악(邪惡)한 권력 집단에 국민이 현혹돼 비이성적이고 우둔한 존재로 추락해 그들의 폭주를 방조하면 국가와 국민은 재앙(災殃)에 빠진다. 1930년대 독일을 2021년 대한민국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길 바랄 뿐이다.

2021-02-23 05:00:00

[세풍] 아파트도 고향이 될 수 있다

[세풍] 아파트도 고향이 될 수 있다

텃밭 가꾸기는 흥미로운 취미이자 건강한 먹을거리 장만, 환경보전, 이웃 간 소통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도시인들의 텃밭 가꾸기가 취미를 넘어 환경보전과 이웃 간 소통에 기여하자면 몇 가지 전제가 있어야 한다.도시 농부가 집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의 근교 밭에서 상추를 재배한다고 하자. 그는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기에 농약은 물론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게 기른 상추는 유기농 상추가 틀림없다. 그러나 그가 텃밭을 가꾸기 위해 일주일에 한 번 텃밭에 오가느라 길에 쏟아낸 자동차 배기가스는 환경보전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먼 나라에서 수입해 온 채소보다 오히려 푸드 마일리지 {식재료가 생산자의 손을 떠나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발생하는 환경 부담. '식품 수송량(t)Ⅹ수송 거리(㎞)'로 나타낸다}가 더 클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에서 수입하는 채소는 대량으로 들여오기 마련이고, 단위 채소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근교 텃밭에서 소규모로 재배한 상추보다 작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도시 농부 자신은 유기농법으로 채소를 가꾸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수입 농산물보다 환경에 더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게다가 근교의 홀로 떨어진 곳에서 텃밭을 가꿀 경우 이웃과 나눔·소통에는 한계가 있다.환경과 이웃 간 소통까지 생각하는 텃밭 농사를 짓자면 걸어서 갈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 텃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도심의 집 근처에서 텃밭을 구하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도심 내 텃밭 확보와 관련해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의 화단이나 조경 면적을 텃밭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대구시 조경 관리 조례는 면적 200~1천㎡ 미만의 건물을 지을 경우 전체 면적의 5%를 조경 시설로 갖추도록 하고 있다. 그 이상의 건축과 택지개발에도 일정한 비율로 조경 면적을 갖추도록 정하고 있다. 조경 시설이란 생활 주변 경관 향상과 시민 정서 순화를 위해 설치하는 시설 혹은 식물을 말한다. 건축조례상 조경 시설에는 나무, 잔디, 꽃, 지피식물 등 식물과 분수, 조각, 동상, 의자, 그늘 시렁, 정원석 등이 있다. 텃밭에서 흔히 가꾸는 채소는 대부분 조경 식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대구시 조례를 개정해서 건축법상의 조경 면적에 '도시농업시설'을 포함하면 주거 공간 인근에 상당한 면적의 '텃밭 부지'를 확보할 수 있다. 건물을 신축할 때 법정 조경 면적 별도, 또 텃밭 면적을 별도로 확보하자면 건축주 입장에서는 부담이 큰 만큼 '텃밭'을 '조경 시설'에 포함해 '텃밭 부지'를 확보하자는 것이다. 전체 조경 면적에서 일부만 텃밭으로 활용해도 상당한 면적의 텃밭을 확보할 수 있다.도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는 수천 가구가 입주해 살지만, 철문과 벽으로 격리돼 사실상 우리 가족만 사는 외딴 곳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 까닭에 바로 옆집이 끔찍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도시 텃밭은 이웃 간의 소통과 공동체 문화 형성, 이웃 간 갈등을 해소하는 데 효과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무엇보다 아파트 텃밭을 통해 '이웃'을 알게 되고, 주민들이 인사를 나누기 시작하면, 아파트 단지는 '숙소'가 아니라 '마을'로 거듭나게 된다. 아는 사람이 많은 동네, 상추와 시금치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에서 아이는 마음의 안정을 얻고, 노인은 외로움과 서글픔을 덜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고향'이 없다고들 한다. 아는 사람이 많고, 추억이 쌓이면 아파트도 '고향'이 될 수 있다.

2021-02-16 05:00:00

[세풍] 81,185 그리고 1,474

[세풍] 81,185 그리고 1,474

다음 주면 코로나19 사태의 신호탄이 된 '31번 확진' 사례가 발생한 지 꼭 1년이다. 이를 기점으로 이전과 이후가 달라졌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출발 지점은 대구였지만 파문이 전국으로 번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년 만에 우리는 완전히 뒤바뀐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중국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19 사태는 현재 1억660만 명 이상의 감염자와 232만여 명의 사망자를 냈다. 8일 기준 국내 확진자도 8만1천185명, 희생자는 1천474명에 이른다. 사태가 급박하게 치닫다 너누룩해지기를 거듭하는 동안 일상은 헝클어졌고 삶은 팍팍해졌다. 이틀 뒤가 설인데도 명절 분위기를 찾기 힘들 정도로 무겁다.중국 정부는 우한이 코로나19 사태의 시발점이 아님을 거듭 강변하고 있지만 최근 우한을 찾은 세계보건기구(WHO) 연구팀은 "우한 화난 시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결정적인 몇 가지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새로운 사실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제야 세상을 놀라게 한 코로나19 사태의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코로나 3차 유행기의 수구막이가 될 백신 접종도 희소식이다. 수세에 몰린 인류가 이제 겨우 작은 방패를 손에 쥔 것이다. 백신 부족에다 안전성 문제가 걸림돌이지만 미생물의 도전에 맞서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12월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스라엘의 경우 약 330만 명이 1차 접종을 마쳤는데 이는 전체 인구의 35%가 넘는 비율이다. 한국도 이달부터 백신 접종이 예정돼 국면 전환의 기대가 크다.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의 시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상의 변화에서 보통의 사람도 그런 분위기를 어느 정도 읽고 있다. 경기를 앞둔 권투 선수들이 옷을 벗고 저울 위에 올라서듯 지금이 그런 때라는 것을 감지했다. 말하자면 코로나 사태는 '다른 차원으로 통하는 다리'이다. 링 바깥과 링 위의 상황이 다르듯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모든 분야에서 변화의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점을 직감한다.문제는 그 속도와 양상이다. 적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시대 전환과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회나 집단과 달리 낡은 시스템을 지탱해 온 사회일수록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것임은 분명하다. 세계 석학들의 미래 예측을 담은 '초예측'이라는 책에서 유발 하라리는 수렵 채집인의 특성으로 '유연성'과 '적응력'을 꼽았는데 이를 무기로 인간이 힘든 환경을 극복하고 살아남았다고 했다. 이는 현대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특성이다.코로나는 변곡점에 선 우리에게 묻고 있다. 혹시 우리가 입고 있는 옷이 낡고 거추장스러운 것은 아닌지 말이다. 뭐든 '빨리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이지만 새로운 시대의 도전 의지도 그럴지는 장담할 수 없다. 가까운 우리 역사를 돌이켜보면 한반도를 분단으로 몰아넣은 것은 외세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 씨앗을 뿌린 것은 우리 내부의 분열이다. 당대 사회적 모순과 독단, 차별, 무지, 착오가 침탈의 빌미가 됐고 피를 불렀다. 지금 우리의 현실이 과거와 다르다고 말할 수 있나.지난 1년은 그래서 소중하다.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이다. 또박또박 가다 보면 목적지에 도달하게 되지만 서두르다 제풀에 지쳐 중도에 멈추면 실패는 기정사실이다. 코로나 시대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도전과 변화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우리에게 좋은 시험대인 동시에 기회다. 지금 우리 체제와 변화 의지를 점검하지 않으면 기회는 없다.

2021-02-09 05:00:00

[세풍] 김명수 대법원, 언제까지 선거소송 뭉갤 건가

[세풍] 김명수 대법원, 언제까지 선거소송 뭉갤 건가

김명수 대법원장은 올 초 시무식사에서 "사회 각 영역의 심화된 갈등과 대립이 법원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며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부당한 외부 공격에 대해 의연하고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김어준식으로 말하자면 판사들에게 '쫄지 마'라고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게 예상 밖의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에 대한 탄핵 운동을 겨냥한 '김명수의 반격'이라는 해석이 나왔다.그러나 탄핵 청원이 시작된 지 11일 만에 나온 늑장 대응이어서 박수보다 욕을 더 먹었다. 명색이 사법부의 수장이 사법부에 대한 겁박에 가만히 있자니 판사와 국민의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즉각 대응하는 것도 자신을 대법원장으로 앉혀 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어서 뜸을 들이다 마지못해 친 '뒷북'이라는 것이다.뒷북은 그때만이 아니었다. 작년 보수 단체의 8·15 광화문 집회를 허용한 박형순 판사를 여당이 '박형순 금지법'까지 발의하며 비난했을 때도 그랬다. 김 대법원장은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마지못한 듯 "근거 없는 비난과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부동심(不動心)으로 재판에 집중해 달라"고 했다.하지만 이런 뒷북도 많이 '발전'한 것이다. 지난해 2월 김경수 경남지사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에 대해 여당이 "양승태 적폐 사단의 조직적 저항" "탄핵을 고민하겠다"며 공격했을 때는 찍소리도 않았다. 그에 앞서 1월 검찰이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위법한 수사"라며 청와대가 거부했을 때도 그랬다. 후자는 특히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다. 법원이 '위법한 영장'을 발부했음을 대법원장이 침묵으로 인정한, 사법부 수장이 사법부를 법을 어기는 집단으로 매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이런 꼴은 안보는 게 좋다. 그래서 뒷북도, 이렇게 말하는 게 구차하지만, 치는 게 안 치는 것보다 그나마 낫다. 물론 뒷북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살아 있는 권력도 치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말 따로 뜻 따로'식 어법이라는 의심이 들긴 한다. 이런 의심이 부당하다면 김 대법원장은 판사들에게만 '쫄지 마' 하지 말고 늦었지만, 자신도 그렇게 해야 한다. 무슨 얘기인고 하니 21대 총선에 대해 제기된 선거무효 및 당선무효 소송을 이젠 처리할 때가 됐다는 것이다.총선 관련 소송은 130건이 넘는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단 한 건도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법정 처리 시한(180일)을 예전에 넘겼다. 뭉개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법관 전원이 13개 시민단체와 기독자유통일당으로부터 선거소송 고의 지연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했다. 대법원의 굴욕이다.총선 직후 부정선거 의심이 쏟아졌다. 개표 결과 수도권 1천 개 이상의 동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사전 투표 득표율이 당일 투표 득표율보다 일률적으로 10% 이상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통계학자들은 동전 1천 개를 동시에 던져 모두 한 면이 나올 확률이라고 한다. 이를 뭉개면 부정선거 의심은 '합리적 의심'이 된다.부정선거 의혹을 받는 선거구 몇 곳만 재검표를 하면 그런 의심의 진위는 금방 드러난다. 여태껏 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대법원이 재검표로 문 정권이 맞을지도 모르는 파국을 막는 전위부대가 되려고 작정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관이 전체 대법관의 절반을 넘는다는 사실은 그런 의심을 북돋운다. 부당한 모욕인가? 할 일을 제때 하면 그런 모욕을 당할 일도 없다.

2021-02-02 06:00:00

[세풍] ‘가덕도’라는 이름의 덫

[세풍] ‘가덕도’라는 이름의 덫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백지화'라는 억지 해석을 내린 지 두 달여가 지났다. 더불어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론을 들고나온 데 이어 2월 중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며 대오를 가다듬고 있다. 밀어붙이는 힘과 속도가 놀라울 정도다.국민의힘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쳐 놓은 그물에 단단히 걸려든 모양새다. 우왕좌왕 사분오열이다. 동남권 신공항 이해 당사자인 대구경북(TK)은 또 어떤가. 제자리걸음질이다. TK 국회의원들은 최근 3주간 가덕도 신공항 대책 회의를 4차례나 열었지만 결론은 원점이다. 어느 TK 정치인은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하고 나섰다.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만난 TK 유력 정치인은 이런 말을 했다. "가덕도 신공항, 절대 못 짓는다. 정부가 수용할 리 없다. 선거용으로 적당히 써먹다가 흐지부지될 것이다. 설령 가덕도에 공항을 짓는다 하더라도 하세월일 것이다. 대구경북으로서는 통합신공항을 빨리, 제대로 지어 선점 효과를 거두면 된다."집권 세력의 집요함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부산 정서에 이리도 둔감할 수 없다. 현실을 보자.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를 아예 건너뛰려 하고 있다. 완공 시기도 2029년으로 못 박았다. 가덕도 카드는 먹혀들고 있다. 여당의 일방적 열세라던 부산 민심이 최근 돌아섰다는 여론조사도 있다.여당은 2016년 20대 총선 이후 4연승을 기록한 정치 세력이다. 이기는 법을 알고 전략 구사도 능통하다. 이번 보궐선거에서 지면 차기 집권도 물 건너가고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위기 의식 속에 집권 세력은 결집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은 한참 전부터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정치에서는 논리보다 기(氣) 싸움이 유효할 때가 있다. 한데 김해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 TK에서 나온 가장 강경한 톤은 "천인공노할 일"(권영진 대구시장)이 고작이다. 삭발하겠다는 정치인도 없고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이겠다고 나서는 용자(勇者)도 없다. 어차피 중앙 무대 정치권에 잘 보이면 국회의원 생명 연장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서인지 '싸움닭'이 안 보인다. 만약 이명박 혹은 박근혜 정부 시절 대구경북에 동남권 신공항을 짓겠다고 발표했다면 부산은 어떻게 나왔을까. 대구경북으로서는 상상도 못 할 강경 반응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이는 PK 정치권 주도 아래 이뤄졌을 것이다.영남권 5개 광역 지자체 공동 사업인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어느 한 도시가 일방적으로 끌고 갈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은 선거에 이기려는 생각에 특정 지역 편을 대놓고 들고 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고 현실적으로도 가덕도 신공항은 대구경북이 추진 중인 통합신공항에 악재다.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정부 여당 차원의 밀어주기가 진행될 경우 군(軍) 공항 핸디캡을 지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국제 노선 유치 등에서 소외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TK 정치권은 참으로 나이브(naive)하다. 통합신공항 활주로에서 고추를 말릴지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해법도 보이겠건만 그런 위기감을 찾아보기 힘들다. 통합신공항과 역내 주요 도시들을 연결하는 간선도로와 철도망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을 짓는 데 천문학적 재정을 들인 정부가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를 외면할 가능성이 크다. TK 정치인들의 엄중한 상태 인식과 분발이 요구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21-01-26 05:00:00

[세풍] 목숨 나눈 그들 100년, 어찌 잊으랴

[세풍] 목숨 나눈 그들 100년, 어찌 잊으랴

지난해 12월 1일 나란히 모금을 시작한 대구와 경북의 사랑의 온도탑이 이달 31일 마감을 앞두고 일찌감치 이달 11일과 12일 100℃를 넘겼다. 지난 한 해 동안 본지의 이웃사랑을 통한 성금도 2005년 첫 시작 이후 최고액을 기록했고 2019년보다 1억원이나 많이 답지했다. 코로나로 모두 힘든 터에 대구경북 사람이 세운 훈훈한 정 나눔의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올해 들어서도 이런 나눔이 이어져 대구에서는 지난 11일 기업체를 운영하는 이명수·박영선 부부가 개인으로 1억원 넘는 고액을 기부하는 모임의 회원(170호·171호)으로 첫 이름을 올렸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특히 지난 13일에는 경북에서도 기업체를 가진 서중호 대표가 경북 지역에 사는 독립유공자 후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써 달라며 1억원을 경북도에 내놓았다는 소식이다.나를 위해 애쓰는 자리(自利)보다 남을 위하는 이타(利他)의 일은 쉽지 않다. 그래서 이타는 배려이자 차원이 높아 늘 돋보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타에는 여러 꼴이 있다. 앞선 사례처럼 재물도 있다. 하지만 따질 수 없는 게 생명의 나눔이다. 장기 기증으로 꺼져 가는 생명을 살리는 나눔이 그렇다. 생명 나눔은 늘 사람들의 가슴을 적시고 여운도 길다.그렇기에 대구경북 사람들이 나라가 어려울 때 실천한 목숨조차 아끼지 않고 던진 생명 나눔의 헌신과 희생의 이타 정신은 마땅히 기억하고 기릴 만하지 않겠는가. 특히 35년 암흑기인 일제강점기 나라의 보호 울타리도 없는 망국(亡國)의 백성으로 어떤 대가나 뒷날의 보답조차 바라지 않고 오로지 광복만을 위해 목숨을 희생한 독립운동가의 삶이야말로 그렇다.그래서 대구와의 인연으로 100년 전, 1921년 목숨을 나라에 바친 14명의 독립운동가를 신축년 새해에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대구 달성공원에서 1915년 결성된 당대 최대 무장 독립운동 비밀결사인 (대한)광복회 소속 7명의 활동가이다. 이들은 지금은 사라지고 흔적조차 없는 대구감옥(김한종·박상진)과 오늘날 역사관으로 변신한 서대문감옥(김경태·임봉주·채기중)에서 8월 11, 13일 각각 사형으로 삶을 마쳤다. 강병수 회원 역시 사형으로, 장두환 회원은 서울 마포감옥에서 고문으로 눈을 감았다.또 있다. 이들과는 다른 쪽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최수봉과 박재혁은 대구감옥에서 사형 집행으로, 또는 사형 집행 전 단식 자결로 삶을 마쳤다. 또 다른 5명은 대구감옥에서 순국(이종주)하거나 대구감옥에서 나온 뒤 고문 후유증(김점쇠·박규상·박재선·이양준)으로 세상을 뜨고 말았다. 10대를 갓 넘긴 김점쇠(20세)부터 50대를 눈앞에 둔 채기중(49세)까지 20대 4명, 30대 5명, 40대 5명의 청장년인 이들은 한창나이에 목숨을 조국과 나눴다. 너무나 짧았던 그들의 삶이 비록 길이 빛나겠지만 비통하지 않을 수 없다.지금은 나눔의 도시가 된, 옛 식민지 대구와의 독립 인연으로 목숨을 나라와 나누며 순국한 독립운동가 14명의 100주기를 맞아 어찌 그들을 그냥 잊고 지낼 수 있겠는가. 물론 이들의 삶과 배경, 출신 고을도 달라 여럿(경남·경북·전남·전북·충북)이지만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며 목숨을 나라 몫으로 돌려 바친 사실은 같다.이들 14인의 대구 인연 독립운동가의 생명 나눔과 희생에 걸맞게 대구와 대구 사람으로서 이제 마땅한 예우와 도리를 찾을 때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삶은 바로 그들의 생명 나눔 덕분이 아닌가. 나눔 실천에 앞장선 대구경북 사람의 지혜를 구하는 까닭이다.

2021-01-19 05:00:00

[세풍] “살려주세요”

[세풍] “살려주세요”

어떤 죽음이든 세상에 메시지(message)를 남기는 법이다. 서울동부구치소 수용자, 대구 한 헬스장 관장, 입양아 정인이 등 일련(一連)의 죽음들은 이 나라가 처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일깨워줬다. "인권 변호사 출신 대통령이 다스리는 나라 맞나"라는 한탄(恨歎)이 안 나올 수 없다.'코로나 재앙'을 맞은 동부구치소에서 전체 수용자의 절반 가까운 1천193명이 감염됐다. 사망자도 3명에 이른다. 치료를 받다 사망한 한 수용자 경우 유족에게 화장 직전에야 알리는 등 반인권·반인륜적 행태도 드러났다.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나서 3주 가까이 쉬쉬했고, 마스크조차 제때 주지 않았다. 한 수용자가 종이에 적어 쇠창살 밖으로 내건 "살려주세요" 문구는 감옥(監獄)이 지옥(地獄)이 됐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줬다.대구 50대 헬스장 관장의 안타까운 죽음을 두고 전국 헬스장 운영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정부의 코로나 대책으로 실내체육시설 영업이 제한되면서 경영난에 몰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너무 힘들어서 하루하루 버티는 게 지옥과 같다"는 한 관계자의 말이 헬스 업계의 절박한 처지를 대변한다. 국민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정부 대책 탓에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죽어가고 있다. 양부모의 학대로 16개월 삶을 마감한 정인이에겐 이 땅이 지옥이었을 것이다.박근혜·이명박 정부 당시 '헬(hell)조선'을 들먹이며 정권을 공격한 게 지금 집권 세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통령 집권 이후 4년 동안 이 나라는 더 지옥으로 굴러떨어졌다. "촛불은 지옥불이 되었다"는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은 통렬(痛烈)하다.문 정권 4년을 뜯어보면 일정한 법칙(法則)이 발견된다. 출발은 그럴듯했지만 결론은 '폭망'이 된 국정이 수두룩하다. K방역이라며 자화자찬했던 코로나는 동부구치소 집단감염, 백신 후진국을 초래하며 국민을 각자도생(各自圖生)으로 몰아넣었다. 판문점과 평양·백두산의 남북한 평화쇼는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총살, 개성연락사무소 폭파, 남한을 겨냥한 북의 핵 협박으로 돌아왔다. 검찰 개혁은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괴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으로 귀결(歸結)됐다. 자신 있다던 부동산은 집값 폭등, 청와대에 상황판까지 설치했던 일자리 만들기는 일자리 참사(慘事), 소득주도성장은 '세금주도성장'으로 끝이 났다.문 정권의 실력 부족과 무능 탓이지만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정권 안위, 퇴임 후 안전판 마련, 재집권 등 정권의 꿍꿍이 수작(酬酌)이 국정 전반에 개입(介入)된 것이 더 나쁜 결과를 불러왔다. 개혁으로 포장한 검찰 손발 자르기와 공수처 설치는 정권 비리를 덮으려는 꼼수일 뿐이다. 코로나 사태를 선거 등 정치적으로 써먹은 것은 정권이었다. 선거 승리와 정권 창출을 노린 국민 갈라치기도 서슴지 않았다.사람이 먼저인 나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는 '지옥의 나라'였나. 단테는 '신곡'에서 모든 희망을 영원히 버려야 하는 곳이 지옥이라고 했다. 희망, 꿈, 비전이 없는 곳이 지옥이다.대통령은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적힌 A4 서류를 줄줄 읽으며 말한 것과는 정반대의 최악 상황을 안겨주고, 국무총리는 다른 나라 백신 확보량과 비교를 하는 야당 의원에게 "그 나라 가서 물어보라"고 쏘아붙이고, 법무부 장관은 동부구치소 집단감염을 이명박 정부 탓으로 돌리는 나라…. 국민은 절망(絕望)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부구치소에 내걸린 "살려주세요"는 수용자 한 사람이 아닌 하루하루 지옥을 살아가는 국민의 비명(悲鳴)이다.

2021-01-12 05:00:00

[세풍] 시내버스 승하차 습관 완전히 바꾸자

[세풍] 시내버스 승하차 습관 완전히 바꾸자

얼마 전 시내버스에서 사람이 넘어지는 사고를 목격했다. 정류장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지점에서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바람에 버스가 급정거하면서 하차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던 승객이 넘어져 운전석 바로 뒤까지 굴러갔다.승차한 승객이 자리에 앉기 전에 버스가 출발하거나 버스 주행 중에 승객이 하차를 위해 일어서는 경우를 자주 목격한다. 아니, 하차하려는 거의 모든 승객이 버스 운행 중에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으로 나가는 게 우리나라 시내버스 이용 문화의 현실이다. 그래서 승하차 승객들이 균형을 잃고 휘청대는 장면을 보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다음 정류장에 내릴 예정이면서도 미리 일어나 문 앞으로 나가지 않으면 왠지 눈치까지 보인다.낙상(落傷)사고는 겨울철 빙판길에서 자주 발생하지만 버스 안에서도 종종 발생한다. 넘어져도 대부분 가벼운 염좌(捻挫)나 붓는 정도로 끝나지만 60대 이상,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경우에는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상당수 나이 든 여성들은 골다공증이 있기 때문에 가벼운 엉덩방아에도 고관절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노인들의 고관절 골절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합병증으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고관절이 골절되면 일어날 수 없어 종일 누워 있어야 하고, 누워만 있다 보면 욕창이 생길 수 있고, 근력이 급속도로 퇴화돼 골절 치료가 끝난 뒤에도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경우가 흔하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고관절 골절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다른 합병증으로 사망률이 90%에 달하고, 6개월 내 사망할 확률도 20~30%나 된다고 한다. 다른 곳은 다 멀쩡한데 엉덩이 관절이 부러져 몇 달 혹은 몇 년을 누워만 지내다가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비참하고 불행하기 짝이 없다.코로나19가 창궐하자 대구시와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은 발 빠르게 대구 시내버스 전 차량(1천617대) 내부에 항균 동필름을 부착해 방역에 나섰다. 또 마스크 미착용자에 대한 승차 제한, 차량 내 소독약 비치, 스피커를 통한 코로나19 예방수칙 안내 방송, 버스 안 곳곳에 코로나19 방역 관련 주의 사항을 붙여 놓았다. 버스 회차지마다 방역 장비와 인력을 배치해 버스 내부 소독에도 힘을 쏟고 있다. 방역뿐만 아니다. 버스 내 '공공 와이파이'를 설치해 시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친절버스 추천 캠페인을 펼쳐 친절한 대구 버스 만들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모두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위험천만한 승하차 문화 개선에는 소홀한 듯하다. 고작해야 버스 운전기사 개인의 "손잡이 꽉 잡으세요"라는 안내 방송 정도를 드물게 접할 뿐이다.낙상 사고의 결과는 짐작보다 훨씬 가혹하다. 어제까지 멀쩡하던 사람이 순간의 사고로 평생 일어나지도 걷지도 못한 채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대구시와 대구버스운송사업조합에 요청 드린다. 신축년(辛丑年) 새해부터 '승객 착석 후 출발' '버스 완전 정차 후 자리에서 일어서기' 캠페인을 펼쳐 주시라. 버스 기사 개인의 안내도 중요하지만, 다음 정류장을 알리는 안내 방송 말미마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하세요"라는 안내 코멘트를 붙여 주시라. 그리고 "안전을 위해 승차 즉시 자리에 앉아 달라"는 방송도 해 주시라. 자리가 없는 경우도 있으니 "서 계신 승객은 손잡이를 꼭 잡아달라"는 안내방송도 해 주시라. 버스가 운행 중일 때 일어나 걷는 시민이 없는 안전한 대구경북 버스가 되기를 소망한다.

2021-01-05 05:00:00

[세풍]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배울 것

[세풍] 코로나 사태에서 우리가 배울 것

장담컨대 세월이 흘러 과거사를 떠올릴 때면 2020년은 반드시 소환될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잘 버텨왔다. 유전적으로 바이러스에 강해서가 아니다. 위태위태한 상황에도 강한 의지와 높은 국민 의식으로 잘 억제해 왔기 때문이다.그런데 3차 유행기에 접어들면서 여론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백신 확보가 늦어지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치중한 정부 정책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다. 야당과 언론의 날 선 비판도 가세했다. 이른바 '늑장 백신' 논란이다. 이달 중순부터 미국 캐나다를 비롯해 EU 27개국이 백신 뚜껑을 열기 시작했고 멕시코와 칠레, 코스타리카 등 중남미 국가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백신 대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 것이다. 일각에서 "백신 확보를 게을리한 정부의 K-방역 자충수"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백신은 예방이 목적이다. 백신 접종을 통해 개인의 감염 확률이 크게 낮아지면 집단 전체의 면역이 가능해진다. 질병 확산을 막는 1차 방패인 백신 접종은 부작용 등 안전성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지만 신속하고 대량의 접종이 이뤄질 때 효과가 극대화된다. 이런 점에서 보면 백신 접종이 늦어지는 데 대한 뒷맛이 꽤 쓰다.이달 14일부터 백신 투여를 시작한 미국 사례를 보자. '초고속작전'(Operation Wrap Speed)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2주간 약 200만 명이 화이자와 모더나, 바이오엔테크의 백신을 맞았다. 하루 15만 명꼴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각 주에 배포한 백신 물량은 모두 946만5천725회분이다.그런데 전문가들은 "일반 시민의 백신 접종은 내년 한여름이나 초가을이 현실적인 시간표"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백신 대중화의 길이 생각처럼 순탄하지 않다는 뜻이다. 만약 백신 접종자가 빠르게 늘지 않고 지금 추세대로 간다면 미국 인구 약 3억3천만 명이 모두 접종하는 데 꼬박 6년이 걸린다. 게다가 하루 백신 접종자 수보다 확진자 수가 더 많은 게 미국의 현실이다. 이는 백신 접종에 따른 집단면역 효과가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다는 의미인데 미국뿐 아니라 현재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 국가들이 마주한 현실이다.이런 상황에서 그제 영국 정부가 "내년 1월 4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보급한다"고 밝혔다. 이 백신은 우리 정부가 구매 리스트 상단에 올려둔 것이다. 정부·여당은 27일 당정 협의회에서 "내년 2월부터 백신 접종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지난주 계약한 화이자·얀센 물량을 포함해 모두 4천600만 명분으로, 정부 계산대로라면 내년 2분기로 예정된 각국의 일반인 대상 접종 계획과 비슷한 시기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이다.이런 흐름을 잘 살펴보면 '늑장 백신'의 팩트가 드러난다. 생명공학자 강충경 씨의 24일 페이스북 글도 눈여겨볼 만하다. "백신과 치료제는 많이 다르다. 주사 한두 번으로 만사가 해결되지 않는다. 백신은 안전성 등 고려할 것이 많아 섣불리 결정할 것은 아니다" "지금은 접종 후 근육통 등 즉시적 현상만 보지만, 장기적으로 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다른 나라 사례를 두 달가량 지켜보며 시간을 번 것은 잘한 일이다. 형편이 된다면 백신 개발 이후 관찰 시간이 길면 길수록 좋다"는 내용이다.백신과 치료제가 급한 것은 미국이나 우리나 매한가지다. 그러나 급하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덤비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현재 조건과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바르게 대처하는 성숙한 사회 분위기, 백신에 버금가는 것이다.

2020-12-29 05:00:00

[세풍] 문재인 독재의 홍위병(紅衛兵)들

[세풍] 문재인 독재의 홍위병(紅衛兵)들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은 스탈린 치하의 소련을 "반체제 인사가 한밤중에 사라져 영원히 소식을 들을 수 없는 나라"라고 표현하며 현대적 개념의 전체주의와 거리가 먼 영국의 '구식' 독재에 대한 간디의 비폭력 저항은 소련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했다.('나는 왜 쓰는가') 스탈린 독재는 그처럼 무지막지했다. 하지만 스탈린 독재는 이런 공포와 이를 불러오는 감시와 통제, 투옥과 처형에만 의존한 게 아니었다. 스탈린은 든든한 추종자들이 많았다.스탈린 장례식 풍경은 이를 잘 보여준다. 스탈린은 사망 후 몇 시간 만에 레닌처럼 방부처리돼 인민에게 공개됐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눈물 젖은 창백한 얼굴로 시신이 안치된 모스크바 노동조합회관으로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추모하겠다며 밀치다 수백 명이 질식하거나 경찰 기마(騎馬)에 밟혀 죽었다.당시 소련 인민 일부는 스탈린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했다. 한 젊은이가 전하는 자신의 장모의 반응은 그 심도(深度)를 압축해 보여준다. "스탈린 동지가 죽었으니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무슨 일을 해야 하나?"('독재자들', 리처드 오버리) 스탈린을 혐오했던 사람들은 이런 스탈린 숭배를 마주하고 절망했다. 이런 사실은 불편한 진실을 알려준다. 독재가 작동하려면 독재자를 추종하고 영합하는, 독일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의 표현대로 '자유로부터 도피'한 인간 군상(群像)이 있어야 한다는.이들 스탈린 숭배자의 21세기 한국 버전이 자칭(自稱) '대깨문'이다. 이들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는 '무조건'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가 잘 보여주는 바다. 지지 이유로 그저 '열심히 한다' '전반적으로 잘한다' '모른다'고 답한 지지자가 30%를 넘는다. 이런 맹목적 지지, 아니 추종이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법치를 파괴하며, '소주성'과 부동산 대란으로 서민의 삶을 파탄 내고, 정부 공인 해석 말고는 5·18에 어떤 이견도 불허한다며 국민의 입을 틀어막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기만적 '연성(軟性) 독재'의 기반이다.문 대통령 지지도는 이른바 '마(魔)의 40%대'가 깨지면서 30%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통상적으로 국정 수행 동력이 상실된 것으로 평가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추미애가 기획하고 그 '애완견'들이 온갖 불법적·탈법적 기만책으로 실행에 옮긴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재가했다. 국민이 뭐라고 하든 마음대로 하겠다는 소리다.그 이유는 아마도 죄를 너무 많이 지었기 때문일 것이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등 드러난 것만 해도 그렇다. 정권이 와해 지경에 몰릴 수 있는 대형 권력형 비리이다. 윤 총장 징계 재가는 이를 파헤치는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막아 정권을 보전하고 연초 기자회견에서 피력한 대로 퇴임 후 국민에게서 잊히기 위함일 것이다.온갖 협잡으로 공수처법도 통과시켰으니 그 '소망'은 실현에 한발 더 다가섰다. 공수처는 어떤 사건이든 검찰로부터 넘겨받을 수 있다. 국민은 문 정권이 어떤 비리를 저지르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해찬이 말한 '20년 집권'은 꿈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이런 불순한 기획의 든든한 '빽'이 대깨문이다. 문재인의 말, 문재인의 정책은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는다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려는 의지도 능력도 없는, 사람의 형상(形相)을 한 목석(木石)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대깨문'이란 사람들은 '양심으로부터 도피'를 택한 것인가? 마오쩌둥(毛澤東) 독재를 받쳐준 홍위병(紅衛兵)이 이랬다. 부끄럽지 않나?

2020-12-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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