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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묻고 트리플로 가

[데스크 칼럼] 묻고 트리플로 가

"돈이 없나, 빚이 없나." 오랜만에 만났던 지인의 알쏭달쏭한 한마디가 며칠째 머릿속을 맴돈다. 고교 졸업 후 일찍 도회지로 나와 고생 끝에 자영업으로 자기 나름 자수성가한 지인은 평소 자신감이 넘쳤고 주위에 베풀기를 좋아하는 호인이었다.그러나 코로나19는 넘지 못했던 것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에 빚을 내서라도 업(業)을 영위해야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빚이 내 돈일 리가 없고 이자를 갚는 것도 벅찰 터이다.이 정부 들어 유독 빚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나 경기 침체로 내는 '생활대출'이면 어쩔 수 없다. 가장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가족들 밥은 먹여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이나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하려고 내는 투자 대출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투자에 빚을 짊어지고 뛰어들고 있다. 2030세대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그래서일까.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투자 계좌가 300만 개에 육박하고 하루 거래 금액이 20조 원을 넘는다. 가상화폐에 이어 '가상 부동산'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 이들의 영끌 투자는 엄밀히 말하면 정부·여당의 실정 탓이다. 집값 등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소득 격차가 갈수록 양극화되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내몰린 것이다.그러나 이런 절박함이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얻을 기회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못 간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천만 원을 주자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역 군인에게 사회출발자금 3천만 원을 주자고 나섰다. '묻고 트리플'을 외친 셈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한술 더 떠 스무 살이 되는 사회 초년생에게 1억 원을 지급하겠단다. '묻고 더블로 가'를 유행시킨 영화 '타짜'의 곽철용도 대선 주자들과 고스톱을 한다면 호기롭게 '고'를 외치긴 어려울 것이다.대차대조표는 기업의 재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게 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이다. 손익계산서와 함께 재무제표의 핵심으로 기업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계량화하여 발표한다. 왼쪽은 자산의 영역이고 오른쪽(우변)은 부채와 자본이 자리한다. 왼쪽에는 부동산(주택, 땅)과 금융(저축, 펀드, 보험 등) 등을 적고 반대편은 부채를 기재한다.이를 국가나 개인에 대입해 재무제표를 만들어보면 지금까지 경제 성과는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국가나 개인이나 우변이 너무 무거워졌다. 지난해 기준 공적 연금 충당 채무(1천44조 원)를 합친 광의의 국가 부채는 1천985조 원으로 연간 국내총생산(1천924조 원)을 넘어섰다. 대차대조표가 마침내 우변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 가계 부채 역시 1천726조 원, 기업 부채도 1천233조 원으로 나라 전체가 빚잔치를 할 판이다.국가 부채는 과세를 유발하는 등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당국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 등이 내려가게 되고 금리 부담과 투자 수익 하락으로 개인은 이중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빚을 내 투자한 영끌족들의 고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빚이 아무리 많아도 돈을 잘 벌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 벌기는 돈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 늦기 전에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서라도 나라 곳간을 채울 궁리를 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쉬운 돈 뿌리기보다 어떻게 나라 곳간을 채울지 그것이 듣고 싶다.

2021-05-12 17:29:47

[데스크 칼럼] 우리가 와칸다가 아니라면…

[데스크 칼럼] 우리가 와칸다가 아니라면…

"역병이 없었다면 활기 넘치는 민주주의가 성공의 롤 모델이 돼 서구 역사는 다르게 전개됐을지 모른다."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즈' 편집장을 지낸 미국 저널리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신간 'Ten lessons for a post-pandemic world'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대결을 예로 들어 코로나19의 상처를 설명하면서다.실제로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전쟁 초기에 역병이 아테네를 휩쓸어 엄청난 피해가 있었다고 기록했다. 좀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이던 아테네가 이겼다면 민주주의는 환하게 타올랐다가 곧 꺼져 버린 불꽃이 아니었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물론 스파르타는 대놓고 독재를 일삼는 현대의 군국주의·전체주의 국가와는 달랐다.공교롭게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표현으로 자주 설명되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역시 코로나19라는 역병 속에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른바 신(新)냉전이다. 심지어 하버드대 교수 출신인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양국의 군사·경제·기술 수준을 고려하면 신냉전이 과거 미소 냉전보다 인류에 훨씬 더 위험하다는 오싹한 진단을 내렸다.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이후 양국 관계는 더욱 꼬여만 가고 있다. 전임자에 뒤질세라 강공책을 잇따라 밀어붙이면서 1979년 수교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에는 알래스카에서 첫 고위급 회담이 열렸으나 신장 위구르자치구, 홍콩, 대만 인권 문제 등을 두고 기 싸움만 벌이다 공동 성명조차 내지 못한 채 돌아섰다.특히 맞짱 뜨기를 즐기던 전임자와 달리 바이든 대통령은 벤치클리어링을 선호하는 듯하다.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인도·호주 협의체인 '쿼드'(Quad)에 한국을 끌어들여 '펜타'(Penta)로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위세를 등에 업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 뉴질랜드 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도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상황은 대서양에서도 비슷해 중국을 편드는 러시아와 미국 쪽에 선 유럽연합이 연일 날 선 공방을 벌이고 있다. 다만 중국의 경제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자국의 이해가 걸린 결정적 순간에는 서방국가들이 벤치에서 뛰어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G2의 충돌은 마블 영화에 나오는 은둔의 첨단기술 강국 '와칸다'가 아니라면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국제 질서의 양극화가 현실화하면서 한국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구한말 쇄국주의자가 아니라면 고를 수 있는 시나리오는 양다리 걸치기(hedging), 균형(balancing), 편승(bandwagoning) 정도다. 국내 범여권 일각에선 한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다자주의를 거론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오는 21일 백악관에서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청와대에는 비상이 걸렸을 테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격언은 외교가의 진리인 만큼 무엇을 내주고 뭘 얻어올지에 대한 고민이 깊을 것이다. 적어도 바이든 대통령과 첫 대면 회담을 가진 외국 정상이란 데에만 의미를 부여한다는 '조공 외교' 비판을 받았던 일본 총리와는 달라야 하지 않겠는가.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우리 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아무래도 북핵 문제와 코로나19 백신 협력이 아닐까 싶다. 성공하기만 한다면 양다리 걸치기든 균형이든 편승이든, 그 어떤 방법이든 좋다. 그러나 고급 도자기 밀수, 국비 가족 여행 의혹을 받는 장관 후보자들이 전혀 낯설지 않은 현 정부가 '운전자'니 '촉진자'니 같은 자화자찬만 잔뜩 늘어놓을까 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2021-05-05 17:30:41

[데스크칼럼] 다 확보했다는데, 백신 언제 맞나요?

[데스크칼럼] 다 확보했다는데, 백신 언제 맞나요?

"도대체 언제 맞을 수 있다는 얘기? 맨날 확보했다는 소리만, '확보 호소인'이 또 '확보 쇼' 하네."지난 주말 정부가 화이자 백신 2천만 명분(4천만 회분)을 추가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한 네티즌이 단 댓글이다. '확보 호소인'이라는 기발한 표현에 한참을 웃었다.마스크를 벗는 나라도 있는 마당에 전 국민의 95% 이상이 백신 구경도 못 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백신 추가 확보라는 반가운 소식에 이런 조롱 섞인 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이는 문재인 정부와 집권 여당이 자초한 일이라는 얘기가 많다.작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 당시 백신 수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언론의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를 '가짜 뉴스'로 매도했다. 한발 나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화이자, 모더나가 우리와 빨리 계약을 맺자고 오히려 재촉한다"고 큰소리까지 쳤다.이를 두고 한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매체는 우리나라가 바짓가랑이를 붙잡은 화이자·모더나를 향해 "얼마까지 알아보고 왔냐"고 묻는 만평을 그리기도 했다. 이 만평은 두고두고 회자됐지만, 박 장관의 말은 알고 보니 새빨간 거짓말이었다.백신 불안감이 다시 고개를 든 작년 말에는 대통령이 등장했다. 문 대통령이 모더나 CEO와 전화 통화를 했더니 "물량은 두 배 늘고, 시기는 석 달 앞당겨지고, 가격도 인하됐다"고 청와대는 자화자찬을 늘어놨다. 이때도 정부는 올해 11월로 정한 집단면역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정도의 백신을 확보했다고 국민들에게 '믿으셔야 한다'고 요구했다.하지만, 해가 바뀌고 4월의 끝자락이 다가왔지만 지금까지 백신을 맞은 우리 국민은 전체의 5%도 채 되지 않는다. 국민들은 "도대체 확보했다는 그 많은 백신은 다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다.국민들의 백신 불안감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지난 26일 대통령과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시간 차를 두고 '백신은 염려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부는 처음부터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제시했으며, 이행을 자신하고 있다. 플러스 알파로 집단면역 시기를 더 앞당기려는 목표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우리는 총 1억9천200만 회분, 즉 9천9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했다. '11월 집단면역' 목표를 반드시 이루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홍 총리대행은 여기에 더해 9월 말까지 전 국민의 70%인 3천600만 명의 1차 접종을 완료하겠다는 내용도 밝혔다.그러나 감염병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백신 불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한 전문가는 "백신 조기 확보 실패와 백신 수급 어려움에 대해 정부·여당이 솔직하게 인정하고, 대책 마련에 다 함께 머리를 맞대자고 해야 국민 신뢰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정부는 무조건 믿음만 강요하고, 여권은 제약사와 언론 탓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올해 11월까지 1·2차 백신을 다 맞고 연말이나 내년 초쯤 동남아 여행을 떠나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한 친구는 얼마 전 정부의 약속을 믿어도 되는지 물었다. 그는 "대통령이나 총리나 여전히 '나는 언제, 어떤 백신을 맞을 수 있느냐'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지 못했다"고 했다.친구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돈다. "내년에 백신을 다 맞은 다른 나라 사람들은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즐기는데, 대한민국 여권을 든 사람만 외국 공항에서 입국 금지를 당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어."

2021-04-28 15:44:42

[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백신 굼벵이’가 돼야 하나

[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백신 굼벵이’가 돼야 하나

"한국은 언제부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나요?"이스라엘은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마스크를 벗고 예루살렘 도심 거리를 활보하는 뉴스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53%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백신 접종 후발국'인 한국은 어떤가. 한마디로 암울하다.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20일까지 177만1천407명이다. 국내 인구(5천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3.41%에 불과하다. 국민 100명 중 3명 정도가 1차 접종을 마친 셈이다.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 일본, 호주 등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우수 대응 국가로 꼽혔지만 현재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며 백신 '굼벵이들'(laggards)이라고 꼬집었다.미국, 유럽 등은 백신 접종률에서 한국을 월등히 앞섰다. 미국은 인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백신 접종을 마쳤고, 영국은 국민의 거의 절반이 1차 접종을 했다.한국에서는 '11월 집단면역'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드라이브스루' 같은 창의적인 방역을 선보여 전 세계로부터 극찬받은 것과 비교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 속도는 '굼벵이'처럼 느리고 백신 수급 전망은 어둡지만, 정부는 11월까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큰소리만 친다.특히 대구경북의 백신 접종률은 전국에서 최하위권이고 접종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접종이 이달부터 시작됐지만 상당수가 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대구 각 보건소와 예방접종센터 등에는 백신 접종 시기를 묻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확보한 백신은 4월 3주 차까지 6만5천520명분으로, 전체 75세 이상 대상자 16만4천 명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모의 접종 훈련만 각 구·군별로 진행돼 "백신을 맞지도 못하는데 모의 접종 훈련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장 많은 계약을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정부가 올해 2분기에 들어올 것이라고 했던 모더나 백신 도입도 하반기로 지연됐다. 올해 안에 공급받기로 한 얀센 백신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정부는 올 상반기 국민 1천200만 명 이상에 대해 접종을 완료하고 3, 4분기 접종분을 더 늘려 11월 안에 전 국민의 70% 이상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다른 국가들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백신뿐이기 때문이다.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신 확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국민들이 접종하지 않으면 집단면역 형성은 요원하다. 대구에서는 최근 백신을 맞지 않은 보건의료인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보건의료인도 맞지 않으려고 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는가. 대구경북 시도민도 백신 접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 보건의료인들이 솔선수범해서 백신 접종에 나서야 한다. 자신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족이나 이웃이 위험해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전 세계로부터 극찬 받았던 'K-방역'의 영광을 'K-백신'으로 이어가자. 언제까지 '백신 굼벵이'라는 조롱을 받아야 하겠는가.

2021-04-21 16:40:08

[데스크칼럼] 언택트로 재개한 대구마라톤대회

[데스크칼럼] 언택트로 재개한 대구마라톤대회

최근 10여 년간 대구의 봄은 마라톤과 함께 시작됐다. 대구국제마라톤대회(이하 대구마라톤)가 2009년부터 국제 공인대회로 승격된 이후 매년 4월이면 1만5천 명 안팎의 선수·동호인이 도심을 달리며 봄의 도착을 알렸다.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가 모든 일상을 멈추게 했고, 대구의 봄 '알람'도 켤 수 없었다. 출범 20번째 잔치는 축포에 불을 붙이지 못한 채 취소됐다. 코로나19는 그렇게 2020년 대구의 봄을 삼켰다.1년이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으나 대구마라톤은 '언택트'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봄 기지개를 켰다.코로나 집단감염 우려에 정해진 날짜에 많은 인원이 지정된 코스를 뛰는 전통적 대회가 아닌 대구시, 대구시체육회가 개발한 전용 앱을 실행한 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뛰어 인증을 받는 방식이 도입됐다.4월 한 달 동안 진행되고 있는 언택트 마라톤대회에는 참가비가 있음에도 마스터즈 부문에 1만1천600여 명이 신청했다. 엘리트 부문은 13개국에서 210명이 동참했다. 이와는 별도로 해외 마스터즈 부문에서도 많은 외국인이 등록, 현재 세계 곳곳에서 전용 앱을 통해 기록들을 올리고 있다.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한 이때, 대회가 재개되고 무사히 치러지고 있다는 건 사전 준비가 있어서 가능했다.대구시체육회는 코로나 블루(코로나19+우울감)를 겪는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고자 지난해 2월부터 언택트 마라톤대회를 계획했고 대회 참가자들을 모두 연결하는 앱을 개발, '세계 최초 언택트 레이스'를 탄생시켰다.코로나19 속 스포츠 행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대구의 저력을 다시 한번 보여준 산물로 평가받을 만하다.대구마라톤은 대구가 성공적으로 치러낸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사실상 유일한 유산이다. 세계의 이목을 대구로 집중시켰던 육상대회가 개최된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됐지만, '육상 메카'로 발돋움하겠다는 후속 작업은 지지부진하다.찬란했던 대회를 상기시키는 건 대구스타디움 앞 우사인 볼트의 대형 입간판과 대구국제마라톤대회뿐이다.2001년 마스터즈 대회로 출발한 대구마라톤은 2011 세계육상대회 유치 후 대구와 대회 홍보의 최고 수단이 됐다. 대구은행과 대구도시공사가 남녀 마라톤팀을 창단하며 붐 조성에 나섰고 대회는 2009년 국제대회로 승격되면서 위상이 높아졌다.2013년부터는 세계육상연맹(IAAF) 공인 8년 연속 실버레벨대회로 인증받았다.2007년 풀코스를 도입한 지 3년 만에 대구마라톤은 서울국제마라톤, 춘천마라톤, 서울마라톤과 함께 국내 4대 대회에 포함됐다.그러나 이런 성장세와는 달리 2018년부터 마스터즈 부문 풀코스가 없어지며 스스로 국제대회의 권위를 실추시켰다.도심을 세 바퀴 도는 루프 코스가 교통 통제로 시민 불편을 일으킨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풀코스 없는 국제대회는 찾아보기 어렵다.1억 달러가 넘는 경제 효과를 거두는 뉴욕마라톤, 세계 최고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마라톤, 자선 기금 조성 대회로 유명한 런던마라톤 등은 주민 불편을 극복하고 세계적 축제가 됐다.언택트 레이스로 코로나 팬데믹을 박차고 나온 대구마라톤이 유수의 대회로, 대시민 축제로 나아가고자 디뎌야 할 다음 행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뛸 수 있는 지혜로운 대비와 노력, 실천이다.20년 역사의 대구마라톤은 '육상 도시' 대구가 세계에 내놓을 아직은 유효한 매력적인 상품이기 때문이다.

2021-04-14 15:54:52

[데스크칼럼] "대백에서 만나자"

[데스크칼럼] "대백에서 만나자"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질 위기다. 오는 7월 1일, 1969년 개점 이후 52년 만에 영업을 중단하는 '대백'(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본점) 얘기다.30대 이상 대구 사람들에게 대백은 장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매일신문이 29일 보도한 '"대백에서 만나자" 동성로 대구백화점 5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기사에는 대백을 추억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대백에서 보자' 추억이 생각나 코끝이 찡합니다" "대백 정문 말고 남문에서 보자. 참 그리운 말이 되었네요" "추억의 대구백화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돌이켜보면 지난 십수 년간 대구 도심을 지탱해 왔던 향토 상권이 하나둘 고사하면서 그 속에 녹아 있던 추억, 땀과 문화도 함께 사라져 갔다.지역 서점 '제일서적', 지역 극장 '아카데미·만경관', 지역 백화점 '동아백화점' 등이 차례로 문을 닫거나 대기업에 팔렸다.서울과 수도권에 본사를 둔 유통 대기업들이 쓰나미처럼 밀려와 도심 상권을 점령하면서 토종 업체의 생존 기반이 무너진 결과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대구백화점마저 결국 본점 영업 중단을 결정하고, 앞으로 대백프라자 하나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이즈음에서 '지역 사랑, 지역 소비'라는 화두를 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에서 소비되는 돈이 지역 투자와 생산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유통 대기업 본사가 몰려 있는 수도권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현실 , 이 과정에서 지역 기업과 소상공인이 무너지는 악순환을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하는가?'지역 사랑, 지역 소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지역 상권이 당면한 최우선 과제이기도 하다. 코로나발 비대면 유통 혁명이 지역 상권에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오면서 지역 경제 주체들이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역 기업이 생산하고 지역 상인들이 판매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착한 소비'가 화두로 떠올랐다.지난해 대구시가 도입한 '지역화폐'(대구 행복페이)는 '착한 소비'의 진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출시 4개월여 만에 조기 소진되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특급 소방수' 역할을 했다. 대구경북연구원은 지난 한 해 행복페이가 생산유발효과 3천582억 원, 부가가치 효과 1천870억 원을 창출했다고 분석했다.지역화폐 등 착한 소비 운동이 향토 기업 장수(長壽)로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그 가치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올해 창립 77주년을 맞은 대구백화점 유통 60년사에는 "긴 세월 동안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숨겨져 있기에 역사의 값어치는 이루 말로 할 수 없다"는 글귀가 있다.대구백화점 등 향토 장수 기업은 오랜 기간 지역의 우수한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에서 이뤄낸 이윤을 지역에 재투자하며 지역 경제를 묵묵히 떠받쳐 왔다.앞으로 대구백화점이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업종 전환, 매각, 폐점 등 7월 1일 영업 중단 이후 본점의 운명 또한 가시밭길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대백이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매일신문 기사 댓글에는 대백을 추억하는 글 못지않게 "끝까지 살아남아 대구의 상징이 됐음 좋겠네요" "대백프라자만은 대구인들이 살리자" 등 응원글이 이어졌다."대백에서 만나자", 향토 기업의 추억과 가치가 우리 세대를 넘어 다음, 그다음 미래 세대까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2021-03-31 13:42:42

[데스크칼럼] 시절 따라 춤추는 투자와 투기

[데스크칼럼] 시절 따라 춤추는 투자와 투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개발지 투기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요즘, 택지 개발과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공기업 직원들이 개발 정보로 부당 이득을 취했다는 것은 당연히 공분을 살 일이다.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며 어떤 악재에도 추락하지 않던 대통령 지지율이 LH 사태 이후 급락하는 것을 보면 국민들이 얼마나 부동산에 대해 민감한지 알 수 있다.대한민국은 어떻게 보면 '부동산 공화국'이다. 집값이 널뛰기하듯 등락하고 서울 강남과 대구, 부산의 일부 지역은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20억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버블 시대 일본 전체 땅을 팔면 미국 땅을 사고도 남는다는 말이 있었다. 현재 대한민국도 한 채에 수십억 원에 이르는 강남 아파트 대단지를 몇 개 통째로 판다면 웬만한 나라 전체 땅을 살 수 있을 것이다.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부동산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딱히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직장인이라면 쉽게 엄두를 낼 수 없는 것이 대도시 아파트 가격이다.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산다는 것이 힘든 만큼 발품을 팔아 아파트 청약 당첨을 받은 뒤 분양권을 팔고,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재건축 단지에 투자를 하는 것은 보편적인 투자 방법이다.부동산을 통한 재산 증식에는 보수와 진보, 좌와 우도 없다. 대한민국에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또는 부의 축적을 위한 필수 아이템일 수도 있다.하지만 부동산을 통해 받는 국민들의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무주택자는 집 한 채 장만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고가 주택 소유자나 다주택자는 세금 폭탄의 짐을 메고 살아야 한다.여기에다 집값 추이에 따라 춤추는 일관성 없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폐해도 국민들의 몫이다.'미분양 아파트 구입 시 5년간 양도세 면제'. 그리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9년과 2013년,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미분양 아파트 구입에 대해 세제 혜택이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리먼 사태 여파로 미분양이 넘치면서 건설 경기가 추락하고 준공 후 미입주 아파트가 급증한 때문이다. 정부가 아파트 구매를 처음으로 독려한 것은 IMF 이후다. '소비가 나라를 살린다'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아파트 구입은 물론 소비 장려 정책을 내놓았다.이 시절에 아파트를 구매하면 투자가 된다. 하지만 집값이 올라가면 투자는 묘하게 투기적 행위로 분류된다.이 시점이 되면 정부는 아파트 가격을 잡겠다며 1가구 2주택 양도세 중과세는 물론 분양권 전매 금지, 보유세 강화 카드를 꺼내 든다. 좀 더 부유한 사람들이 세수 부담을 더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시절에 따라 집 구매를 부추기던 정부가 어느 날 고가 주택 또는 다주택자란 이유로 보유세와 양도세 등 양날의 칼을 휘두르는 것에 대해서는 정서적 반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아파트 가격은 항상 8~10년 주기로 변해왔다. 지금은 분양받은 아파트가 입주 때가 되면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어느 시기가 되면 미분양이 조금씩 늘어나게 되고 당연히 집값도 떨어지게 된다.대구만 해도 올해부터 입주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게 된다. 미분양이 사회적 문제가 될 때 정부는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 사뭇 궁금하다.

2021-03-24 17:35:44

[데스크칼럼]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데스크칼럼]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

"끝까지, 묵묵히 다 읽습니다. 비판하는 기사로 도배가 돼 있는 날도 아무 말씀 안 하시고 다 읽죠. '저렇게까지 꼼꼼하게 읽을 수 있나'라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렇다고 비판 기사에 대해 버럭 화를 내는 일도 없습니다."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하다가 지금은 밖에 나와 있는 한 인사가 기자에게 이렇게 얘기한 기억이 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의 비판 기사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그랬던 문 대통령이 최근 그야말로 낯선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에 농지가 형질 변경돼 편입됐고 이로 인해 큰 차익을 보게 됐다는 야당의 공세에 대해 직접 나서 비판의 화살을 날린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에 글을 올려 "선거 시기라 이해하지만 그 정도 하라. 좀스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야당에 대해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청와대 참모들은 이 글을 올리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진영을 결집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들끓는 민심을 다독이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지시로 글이 결국 게시됐다는 후문이다.과격한 언사를 하지 않는 문 대통령이 '돌변한' 이유는 사실 간단하다. 문 대통령은 민생경제 분야의 핵심 과제로 집값 안정을 내세웠고 여러 차례 이 부분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보다 강력한 대책을 끝없이 내놓겠다. 임기 내 부동산만큼은 확실히 잡겠다"고 수차례 단언하면서 집값 안정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어 왔다. 일관성 있는 정책 사령탑이 필요하다면서 숱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오랫동안 재임시켰다. 그러나 25차례의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잡히기는커녕 더 올라갔다.결국엔 국민들의 인내 임계점을 넘어서는 이른바 초대형 부동산 투기 사건인 'LH 사태'까지 터졌다. 이런 판에 야당이 문 대통령 양산 사저까지 농지 투기의 현장으로 몰아세웠고, 문 대통령은 불같이 화를 내고 말았다.문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에서 송구하다고 머리를 숙이긴 했지만 국정 전반을 운영해 나가는 태도가 바뀔 조짐은 없었다. 다른 어떤 것보다 문 대통령은 국정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정쟁'으로 규정, 이를 조언과 충고로 받아들이지 않는 태도를 지속하는 모습을 또다시 드러냈다.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LH 사태와 관련, 야당에 대해 "이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말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과정에 대한 야당의 비판이 나와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정쟁을 자제해 달라"고 말했었다.민주주의는 반대의 자유를 허용하는, 문 대통령이 자주 소환하는 단어인 '정쟁'이 일상화한 정치 체제다. 이따금 만장일치가 가능은 하겠지만 만장일치·일사불란이라는 목소리는 다원주의를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에는 치명적 상처를 안기는 것이다.정쟁을 인정해야 하며, 자신을 타자화(他者化) 함으로써 상대의 의견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민주주의다. 민주주의란 나와 대립하는 상대 진영을 경쟁해야 할 반대자로 봐야지, 파괴해야 할 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건전한 민주주의의 과정은 정치적 입장들 사이의 왕성한 충돌을 전제 조건으로 한다.젊은 시절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던 문 대통령의 여러 발언을 들으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대통령의 몰이해가 느껴진다. 이 땅의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자 없는 민주주의'로 가고 있다는 걱정은 기자만의 우려일까?

2021-03-17 16:52:37

[데스크칼럼] 그 대구

[데스크칼럼] 그 대구

2월 21~28일은 대구시민주간이었다. 각종 기념식과 문화예술 행사, 이벤트 등이 다양하게 마련됐지만 아쉬움도 컸다. 어느 때보다 시민의 의지와 역량 결집이 필요했던 시기라 시민주간이 좋은 장이 될 거라 기대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같아서다.올해 시민주간은 코로나19의 국내 진앙이라는 오명을 쓴 채 갖은 설움을 당해야 했던 지난해 2월 이후 1년 즈음 되던 때였다. 대구시민답게 우직하게 잘 이기고 견뎌내긴 했지만 1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적잖은 시민의 삶은 피폐해져 위로와 격려, 비전이 절실했다.통합신공항, 행정통합 등 꼬여가는 지역 주요 현안과 관련해서도 분위기를 다잡고 다시 힘을 내 동력을 끌어올릴 기회였다. 천신만고 끝에 합의에 성공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본궤도에 오르나 했지만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논리에 밀려 짙은 안갯속에 갇혀 버렸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가장 기본인 당위성이나 공감대, 시민 관심을 얻지 못한 채 좀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정치 지형에서도 이런 찬밥 신세가 없다. 여당과 야당 어느 곳으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소외받고 있다. 이번 보궐선거 과정에서 부산 민심을 잡기 위한 정치 놀음에 대구는 뒷전이다 못해 아예 '투명 인간' 취급을 당했다.그래서 이번 대구시민주간은 어느 때보다 중요했고 의미가 컸다. 상처받고 지친 시민들을 위로하고, 나아가 힘들 때일수록 더 큰 힘을 발휘하는 대구 시민의 저력을 끌어낼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이었고 기회였다. 그러나 늘 하던 기념식과 공연, 행사만 곳곳에서 열렸을 뿐 시민들을 향한 특별 이벤트도, 메시지도 없었다. 국회의원, 대구시장 등 지역 리더들의 존재감도 찾아보기 힘들었다.시민주간은 대구 역사와 정체성을 되새기고 위대한 시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마련한 기간이다. 기존 10월 8일이던 대구시민의 날을 지난해부터 국채보상운동 기념일인 2월 21일로 바꿔 시민주간 첫날로 삼았고, 마지막 날은 2·28민주운동 기념일인 28일로 정했다. 2·28민주운동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주화 운동, 국채보상운동은 대구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된 최초의 시민 주도 경제주권 수호 운동이다.몇몇 형식적인 행사, 공연, 이벤트를 하려고 대구시민주간을 정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시민의 날, 시민주간 제정이 대구 정신을 기억하고 기리고 이를 현재에 되살리기 위해서라면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의 대구에 그 의미와 역할이 더욱 절실했다.코로나로 대규모 집합 행사가 어려웠다 하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결과가 성공적이었든 아니든 공격적·대대적으로 시도하고 추진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대구와 대구시민의 정신과 힘을 모아 돌파구를 마련하고 폭발시킬 뭔가를 위해 시정부의 적극적인 관련 콘텐츠 연구·개발이 필요했다.최근 검찰총장의 대구검찰청 방문 때 꽃다발을 들고 달려간 대구시장이 왜 대구시민주간 땐 시민들에게 다가가지 못했는지 안타깝다. 그때 거기서 나올 것이 아니라 시민주간에 시민 앞에 나와 대시민 호소문, 담화문이라도 발표해야 했다. 직접 대면이 어려우면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라도 말이다.위로와 격려, 희망, 재응집이 필요했던 시기에 때마침 대구시민주간이 찾아왔지만, 아쉽게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놓쳐버린 그 기간과 그 대구를 찾고 싶다.

2021-03-10 18:21:14

[데스크칼럼] 실검 실종 시대

[데스크칼럼] 실검 실종 시대

네이버에서 실시간 검색 서비스가 사라졌다.'독자들의 궁금증과 관심사는 무얼까?' 항상 대중의 관심과 여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펴야 하는 처지(?)라 허전하고 급작스럽다. "등산화 한 켤레는 장만한 듯 든든하다." 지난달 검찰 인사에서 수사권을 갖게 된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의 소감과 달리 등산화 한 켤레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이랄까.일주일 전, 네이버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2005년 출시 이후 16년 만이다. 그동안 여론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내달 7일 치러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사망' 선고를 내린 것이다.그동안 실검의 위세는 대단했다. '실검에 오르다' '실검 총공(총공격)' 등 관용구까지 만들어내며 늘 국내외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재난이나 속보 등 빠르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이슈를 공유하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사안이 무엇인지 보여줘 사회적 이슈를 확산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순기능을 해왔다. 때론 청와대 국민청원과 같이 사회적 이슈의 결과이자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약자의 편이었다. "실검 1위에 한번 올라 볼래?" 백화점, 마트, 택시, 비행기 내 등 사회 곳곳에서 '갑질'을 일삼던 이들도 이 한마디에 물러서기 일쑤였다. 우리 사회의 '을'들 편에 서서 해결사 노릇을 자처했다.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실검 순위를 확인한 후 뉴스를 볼 정도로 실검 사랑이 각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실검 서비스를 악용·남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대중의 사랑을 서서히 잃기 시작했다. 어느새 대중의 관심을 반영하기보다 정치적 목적이나 장삿속에서 의도적으로 관심을 만들어내는 도구로 변해 버렸다.선거 때나 주요 이슈가 생길 때면 사회적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2019년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당시에는 지지파와 반대파가 생사를 건 '실검 대결'을 펼치며 극한으로 치달았다. 앞서 국정원 댓글 공작이나 '드루킹' 일당의 댓글 순위 조작 때도 그랬다.언론까지 덩달아 실검 전쟁에 뛰어들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많은 언론이 실검 상위에 오른 검색어를 이용해 비슷한 기사를 만들어내는 '어뷰징'을 일삼았다. 인기 방송에서 진행자가 특정 주제나 인사를 실검 1위로 만드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걱정스러운 것은 불똥이 엉뚱하게 지역 언론으로 튀고 있다는 점이다. 매체보다 이슈 중심으로 뉴스를 소비하는 포털 뉴스 이용자들의 성향상 실검 폐지는 지역 언론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계는 크게 네이버에 입점한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지역 신문으로는 매일신문, 부산일보, 강원일보만이 입점한 상태다. 많은 언론이 네이버의 간택(?)을 받지 못했다.네이버에 입점한 지역 대표 언론들의 경우 구독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이나 타 지역 사람들이다. 따라서 지역의 목소리를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실검도 중요한 기능을 했다. 실검 폐지로 지역 언론이 위축되면 결국 지역의 이슈와 민원들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실검은 악용·남용만 막는다면 실보다 득이 훨씬 많다. 역기능이 컸지만 주요 현안을 요약해서 전달하는 장점이 있고,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실검의 조속한 귀환을 기대해 본다.

2021-03-03 17:50:13

[데스크칼럼] 특별법 정부? 특별법 당?

[데스크칼럼] 특별법 정부? 특별법 당?

설 연휴를 앞둔 지난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매표(買票)용 '특별법 나들이'로 불렀다. 이 대표가 1박 2일 일정으로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찾았는데, 가는 곳마다 '특별법'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마구 풀었기 때문이다.이 대표는 지난 10일 찾은 전남 나주에서 '한국에너지공대(한전공대) 특별법'을, 이튿날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전남 순천 여순항쟁위령탑을 방문하고는 각각 지역 현안 법안인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아특법), '여순사건특별법'의 국회 처리를 약속했다. 지난달 29일 부산 가덕도를 찾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2월 내 국회 통과를 공언한 것까지 치면 이 대표는 2주 새 영호남을 누비며 특별법 남발에 앞장선 셈이다. 민주당은 또 '제주 4·3사건 진상 규명 및 피해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지역의 한 야권 인사는 "이 대표는 방문하는 지역마다 해당 지역의 최대 현안을 특별법으로 해결해 주겠다면서 약속을 하고 다녔다"며 "이들 특별법은 주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과 제주, 4·7 보궐선거를 앞둔 부산 지역을 타깃으로 삼고 있어 표팔이를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민주당을 '특별법 당'으로 불러야 할 판"이라고 꼬집었다.이처럼 특정 사안과 지역 개발이 담긴 특별법이 난무하는 것은 특별법에는 일반법을 초월한 우월적 지위가 있어 현안 해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여당이 발의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다. 법안에는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 절차 면제 및 단축, 건설비용 보조를 위한 재정자금 융자, 사업 시행자에 대한 조세 감면과 자금 지원 등 각종 지원이 망라돼 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가덕도 신공항은 다른 관련법의 제지 없이 전액 국비로 일시에 지어질 수 있다.물론 풀리지 않는 지역 현안 해결과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면밀히 검토돼 만들어진 특별법을 모두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이 법안의 문제는 어떤 규모로, 얼마를 들여 공항을 지으려는 건지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국회법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의안을 발의할 때는 일부 예외를 제외하곤 소요 비용에 관한 예산정책처의 비용추계서가 반드시 첨부돼야 한다. 그런데 '부산 가덕도에 들어서는 24시간 운영 가능한 관문 공항'이라는 선언적 규정만 있을 뿐 사업 규모·사업비 등 주요 사항이 모두 미정인 한마디로 '깜깜이 특별법'이다. 여당이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해 급조한 포퓰리즘 입법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합당한 절차를 건너뛰고, 기본을 생략한 채 추진하는 사업은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받기 힘들다. 향후 진행 과정에서 많은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며 "특히 급조된 선거용 특별법은 더욱 그렇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토교통부 차관 출신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군위의성청송영덕)은 "여야 정치권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강행은 '국정 농단'"이라고까지 했다.국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제헌국회 이후 제정된 특례법·특별조치법·특별법은 모두 309개인데, 그 증가세가 21대 국회 들어 가팔라지고 있다.지역 한 정치 인사는 "문민정부(김영삼), 국민의 정부(김대중), 참여정부(노무현) 등 정권마다 추구하는 핵심 가치를 담은 정부 명칭을 사용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아직 이렇다 할 별칭이 없다. 이런 추세라면 '특별법 정부'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21-02-17 17:09:02

[데스크 칼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데스크 칼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며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 연휴가 시작됐지만 시끌벅적한 명절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직계가족이라도 주소지가 다를 경우 5명 이상 모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하면 1인당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지난해 추석보다 더 엄격한 방역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다.발생한 지 1년이 지난 코로나19가 설날 풍속과 문화까지 바꾸고 있다. 주부들은 설날 차례용품과 음식을 줄이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있는 자녀들이 있는 집에선 귀성 자제를 당부한다. 아예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는 가정도 있다.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대해 "설날 가족 간 만남까지 막는 것은 자유권 침해"라는 비판도 거세다. 지난해 말부터 5인 이상 집합을 금지하는 방역 조치가 시작된 이후 사람들의 일상은 멈췄다. 신년 행사와 동창회 등 각종 모임을 할 수 없고, 떠들썩한 학교 졸업식 풍경도 사라졌다. 유흥업계와 식당, 카페 등 자영업자들은 생계난에 직면했다며 아우성이다.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할 단계가 아니라면서 단호한 입장이다.설 연휴가 끝나면 코로나19와 싸움에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백신 개발은 최소 5년이 걸리는데 1년 만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달 말부터 시작된다. 대구 지역 첫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도 10일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것은 '백신'이 아니라 '백신 접종'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을 맞고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코로나19 공포에서 탈출할 수 있다.모두가 신속한 백신 개발을 기다렸지만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19 종식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개발 기간이 짧은 백신에 대한 우려가 공존한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이 백신 관련 여론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67.7%가 "지켜보다 맞겠다"고 응답한 반면 "빨리 맞겠다"는 응답은 28.6%였다."임상시험 과정에서 안면 마비 부작용이 발견됐다" "mRNA 백신 접종 시 유전자 변형이 우려된다" "백신에 들어있는 나노칩 등이 인체를 조종한다"는 등의 가짜 뉴스도 기승을 부린다. 영국과 미국에서 백신을 맞은 뒤 극소수의 사람이 급성으로 심한 알레르기 증세를 보인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백신 부작용은 접종하고 난 뒤 일어난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맞으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병원을 떠나지 말라고 권고한다.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망설인다면 일상의 정상화는 그만큼 늦어지게 된다. 과도한 공포와 불신을 떨쳐내야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적어도 전체 인구의 70%가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이 생길 때 유행이 숙질 수 있다. 집단면역이 70%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많은 인구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백신의 효능이 100%가 아닌 데다 현재 백신의 대부분은 만 18세 이상에 허가가 나 있어 어린이와 청소년은 백신을 맞지 못하기 때문이다. 18세 미만에 대해서는 임상시험 등의 충분한 정보가 없는 상태다. 성인 인구의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아야 70%를 넘어설 수 있다.정부는 11월 정도까지 집단면역 확보를 목표로 한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고 해서 곧바로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출구가 보이는 정도다. '나 하나쯤 안 맞아도 상관없겠지'라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집단면역 형성에 실패한다. 자신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족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도 그만큼 더 길어지게 된다.

2021-02-10 17:25:45

[데스크칼럼] 전지훈련 교훈

[데스크칼럼] 전지훈련 교훈

지금으로부터 36년 전인 1985년 2월, 삼성라이온즈는 국내 프로야구단 최초로 '미국' 전지훈련을 단행했다. 감독 포함 38명의 선수단은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다저스타운에 둥지를 틀고 18일간 훈련하며 선진 야구를 익혔다.그곳에서 김일융은 발렌수엘라의 주무기 포크볼을, 김시진은 제구력을 다듬었고 둘은 그해 각각 25승을 올렸다. 이해창은 메이저리그 도루왕 모리윌스의 개인지도를 통해 진일보한 주루 기술을 습득했다.삼성이 그해 처음 선보인 '전문 마무리 투수제도' 역시 미국 전지훈련에서 보고 배운 것이 토대가 됐다.태평양을 건너가 진행한 전지훈련은 그해 삼성이 프로야구사(史)에 남긴 전무후무한 전·후기 통합 우승의 일등 공신이 됐다. 삼성은 홈런 이만수, 타격 장효조, 다승 김시진·김일융 등 각종 개인 타이틀도 휩쓸며 처음으로 '사자군단'의 위용을 발휘했다.삼성의 미국 전지훈련은 프로야구의 새 이정표가 됐다.까마득한 옛이야기를 꺼낸 건 코로나19가 국내 전지훈련이라는 예기치 않은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워서만은 아니다. 큰아버지뻘 선배들이 낯선 곳에서 흘린 땀을 후배 선수들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재현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전 세계적 코로나 팬데믹에 10개 구단은 지난 1일부터 국내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리고 훈련에 돌입했다. 삼성은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와 경산볼파크를 오가고 있다.따뜻한 해외에서의 몸 만들기가 익숙한 선수들이었기에 아직은 차가운 바깥 바람이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불편함이 시즌 준비를 방해하나 코로나19가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상황에 훈련 공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불평은 거둬들여야 할 판이다.올 시즌만큼은 반등이 필요한 삼성이다. 현존 구단 중 가장 먼저 창단(1982년 2월 3일)했고 이제는 롯데자이언츠(2월 12일)와 함께 둘만 남은 원년 멤버로 숱한 발자취를 남겨온 삼성이 최근 5년간 받아든 성적표(9-9-6-8-8)는 민망스럽기까지 하다.다행히 삼성은 스토브리그서 전력 보강에 나서며 달라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2017년 강민호 이후 3년 만에 지갑을 열며 FA 최대어 오재일을 데려왔고 팀의 주축이 될 외국인 선수와의 계약도 민첩하게 마무리했다.데이비드 뷰캐넌, 벤 라이블리와의 재동행을 선택했고 2020 시즌 일본 프로야구에서 뛴 호세 피렐라도 새롭게 영입, 어느 구단보다 빨리 외인 투타 조각을 마쳤다.해가 바뀌기 전 내부 FA 이원석과 우규민을 잡는 신속성도 보였다.지난 시즌 최채흥·원태인, 허윤동·이승민, 이승현·최지광·김윤수 등 선발-필승조의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외형적으로 마운드도 한층 깊어졌다.전지훈련이 시작된 이제부터는 오롯이 감독, 선수의 시간이다.감독 데뷔 시즌을 미완의 실험으로 끝내며 '파격' 등장의 기대를 '역시'와 '한계'에 가둬버린 허삼영 감독, 가능성에만 머물며 팬들을 '희망 고문'했던 선수들에게 더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2011년, 기자가 삼성의 기록물 '위드 라이온즈, 열정의 30년' 연재를 위해 1985년 전지훈련을 취재했을 때 삼성 창단 멤버이자 주전 유격수였던 오대석 당시 포철공고 감독은 "'호화군단'으로 평가받았지만 '모래알'이었다. 우린 그곳에서 선진 기술뿐 아니라 타격이 부진할 땐 주루에 신경 쓰고, 마운드가 흔들릴 땐 한발 더 움직이는 발 수비로 경기에 집중하는 '팀워크'를 배웠다"고 했다.'왕조 부활'을 준비하는 삼성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새겨야 할 교훈이다.

2021-02-03 15:32:32

[데스크칼럼] '오후 9시'의 역설

[데스크칼럼] '오후 9시'의 역설

정치권이 최근 '오후 9시' 논쟁으로 뜨겁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정부의 일률적인 영업규제 기준을 이같이 비꼬았고, 정부와 여당은 해당 기준이 방역에 효과가 있다며 발끈하고 있다.오후 9시 논란은 대구경북에서도 발생했다.대구시와 경주시가 지난 16일 음식점을 비롯한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제한 시간을 18일부터 오후 9시에서 11시로 2시간 늦춘다고 발표했다가 정부의 경고를 받고 이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두 지자체가 사전 협의 없이 방침을 정했다며 공개적으로 질타하는 중앙정부 담당 공무원의 기자회견도 있었다.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참 답답하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1년째이지만 아직 우리는 바이러스의 마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부터인가 본질은 잊어버리고 지엽적인 일에 집착하는 정부의 행태가 자꾸 목격된다.도대체 오후 9시 기준은 뭘까.담당 기관인 중앙사고수습대책본부에 따르면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국민들이 일과 후 야간 활동을 최소화하기 위한 나름의 기준을 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명확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는 얘기다."우리가 이렇게 정했어. 너희는 여기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따라야 해"라는 행정편의적인 발상도 담겨 있는 듯하다.일각에선 각종 꼼수와 불법적인 영업으로 이런 조치를 비웃고 있으며, 대구 수성구 노래방이나 포항 죽도시장 인근 목욕탕 등 예기치 못한 '○○발(發)' 감염 확산은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자영업자들은 "더 이상은 힘들다"며 눈물로 호소하고 있다.대구 자영업자들이 최근 SNS를 통해 "오후 9시와 11시, 단 2시간이지만 우리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겐 생존권이 걸린 시간이다"며 정부를 비판했다.전문가들 또한 시간 제한보다는 만실 기준 허용 인원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훨씬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실내 환기 등 방역 강화와 함께 실내 밀집도를 낮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문이다.개인적으로 1년간을 반추해 보면 정부의 자만과 안일함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특히 늦어진 백신 확보는 뼈아프다. 선제적으로 나섰다면 충분히 백신을 확보할 수 있었지만 국민의 희생에 의한 'K방역'에 취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주의에 묶여 그러지 못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정부는 우리나라의 백신 확보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늦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세계적인 상황을 봤을 때 이는 별로 설득력이 없다.미국이나 영국 등은 물론 방역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대만이나 뉴질랜드 등조차 충분한 백신 확보를 해놨다. 이미 백신 접종이 한창인 나라도 여럿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5일 기준으로 인구 대비 백신 접종률이 30.77%에 이른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빠르면 일부 국가는 올여름쯤엔 집단면역도 기대할 수 있다. 그때가 와도 아직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접종을 하지 못한 상태일 것이고 이래저래 박탈감이 클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다.최근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방법을 두고 '시설별 제한'에서 '행위별 중심'으로 개편, 다음 달부터 본격 논의하기로 한 점은 늦었지만 분명 다행한 일이다.지금 정부에 필요한 것은 국민들에게 충분한 양해를 구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보완하려는 모습이다. 그것이 오히려 1년 내내 앵무새처럼 "조심하고 또 조심하라"고 브리핑하는 것보다 국민들로부터 더 공감받는 길이다.

2021-01-27 17:03:38

[데스크 칼럼] 청년을 위한 대통령은 없었다

[데스크 칼럼] 청년을 위한 대통령은 없었다

1997년 11월 21일. 거짓말처럼 나라가 망했다. '국가 부도의 날', IMF 외환위기의 시작이었다.모두가 난생처음 겪는 대혼란의 한가운데 IMF 세대(1970년대생)가 있었다. IMF 세대 대학생들은 단군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 여파로, 20대 내내 청년 실업 대란에 내몰리며 '저주받은 학번'으로 불렸다.당시 취업준비생 중에는 어렵사리 대기업에 합격했지만, 첫 출근도 해보지 못한 채 또다시 취업준비생이 돼야 했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IMF 사태와 함께 기업의 합격 보류 또는 취소 결정이 도미노처럼 번졌다.2021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꼭 1년이 됐다. 전 세계를 덮친 미증유의 전염병 여파는 이제 '제2의 IMF 세대' 출현으로 이어지고 있다.이른바 '코로나 세대', 1990년대생 청년을 일컫는 신조어다. 우리 사회 전반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코로나19는 유독 청년들에게 가혹했다.코로나 세대에 불어닥친 통계상 고용 쇼크는 이미 IMF 세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4월 20대(20∼29세) 고용률은 54.6%로, 4월 기준으로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코로나19 1차 대유행의 파고에 휩쓸린 대구 역시 청년 고용 쇼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대구의 20대 취업자는 15만 명으로 전년보다 1만3천 명 급감했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감소율(7.7%)이다.(매일신문 1월 14일 자 1면)아이러니한 현실은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강력하게 '청년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 시대에 코로나 세대 청년 실업 대란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는 점이다.불과 3년 7개월 전, 2017년 6월 12일 문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은 청년으로 시작해 청년으로 끝났다.당시 문 대통령은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청년 실업은 국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면서 "현재 실업 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 재난 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며 일자리 예산 편성을 호소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실패했다. 지난 한 해 일자리 예산 37조원을 쏟아붓고도, IMF 이래 가장 많은 취업자 감소(22만 명)가 현실화했다.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새해 신년사에서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돌파 14년 만에 3,000 시대를 열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위기 속에서도 한국 경제의 미래 전망이 밝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딴 세상을 얘기했다 .코스피 3,000 시대의 이면, 실업 대란에 내몰린 20, 30대 청년들이 너도나도 빚을 내 주식 광풍에 편승하는 참담한 현실엔 침묵했다.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 대란은 코로나19 사태뿐 아니라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 비정규직 제로화 등 반(反)시장 정책의 부작용이 맞물린 결과다.문 정부는 반시장 정책과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민간 일자리 창출, 코로나19 시대 노동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정책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손을 놓았다. 공공 부문 위주의 단기 청년 일자리 수치에 집착해 코로나 세대 실업 대란을 자초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문 정부가 이제라도 청년 일자리 정책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을 꾀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표현 그대로 대한민국은 정말,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2021-01-20 15:39:32

[데스크 칼럼]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을 본다면

[데스크 칼럼] 노무현 대통령이 문재인 정권을 본다면

"노무현 후보는 포퓰리즘 정치를 하는데 아마 지켜봐, 대통령 될 거야." 20년 전이다. 2002년 12월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대구에서 열린 한나라당 필승결의대회장에서 고인이 된 국회의원이 정치부 기자였던 필자에게 한 말이다."우리 당 이회창 후보는 말이야, 맞는 말만 하는데 머리로만 이해가 가고 가슴엔 반응이 없어, 근데 노 후보 연설을 들으면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들어."유명한 경제학자이기도 한 이분의 말을 뚜렷이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뒤지고 있던 노 후보가 드라마 같은 역전을 이루어내며 대통령이 됐기 때문이다.당시 우리 사회는 에너지가 넘쳤다. 외신이 '한강의 기적은 끝났다'고 했던 IMF 사태를 조기 졸업하고 서울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이 기적 같은 4강 신화를 이루어냈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술주들이 잇따라 상장하며 '기술대국 한국'의 신화가 이루어질 것이란 희망이 흐르던 시절이었다.노 대통령 취임 이후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조선조 이후 오직 수도는 서울이라는 '절대 명제'에 익숙한 국민들에게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수도 지방 이전을 내세웠다. 야당의 반대가 거세지자 수도권 소재 공기업 지방 이전을 핵심으로 한 지방 혁신도시를 밀어붙였다. 또 로스쿨과 의학전문대학원 설립안을 내밀었다. 서울은 불변의 수도라는 진리와 사법시험을 거쳐야 법관이 되고 의대를 가야 의사가 된다는 상식을 통째로 깨는 시도였다.압권은 '검사와의 대화'다. 절대 권력을 가진 대통령이 평검사와 방송 생중계를 하며 설전을 벌였다. 파격이었고 좋게 보면 소통이었다. 평가야 다르겠지만 우리 국민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대중 정치를 그리고 기득권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물론 당시는 여소야대 정국인 영향도 있지만 노 대통령은 그 나름 '사과'와 '협치'의 정치를 추구했다. 재벌 개혁 등 진보 정책 반대 여론이 일자 속도조절론을 내세웠고 측근 금품 수수 비리가 터지자 자신의 책임이라며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2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노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그리고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포퓰리즘 진통'을 겪고 있다.포퓰리즘은 사전적으로 '대중에게 호소해 다수를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반대는 '대중영합적 정책을 펴며 실제로는 비민주적 행태와 독재 권력을 공고히 한다'는 의미다.현 정부 정책을 보자. 미분양이 넘칠 때 집 사라고 했던 정부가 집값이 폭등하자 공급 정책 변화는 없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다주택자를 투기 세력으로 몰며 징벌적 과세에만 몰두하고 있다. 기업들이 목 놓아 반대하는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며 경제민주화를 통한 발전을 이루겠다고 한다. 지난 1년, 국가채무는 100조원이 늘어 850조원에 이르지만 3차 재난지원금 시행도 전에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꺼내 들고 있다.또 '원전은 경제성이 없다'며 현 정권만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고집하고 있고,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울산시장 선거 비리' 등 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는 더디기만 하다. 현 정권 임기 내 핵심 비리 수사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 개혁에 방해가 된다는 '그들만의 논리'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폐로 몰아 한동안 식물 총장을 만든 데다 남은 임기도 6개월 남짓인 탓이다.노 대통령은 현 정권을 어떻게 평가할까 궁금하다. 그리고 두렵다. 미래 세대가 현 세대를 어떻게 평가할지.

2021-01-13 18:07:07

[데스크칼럼] 대통령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데스크칼럼] 대통령은 벌써부터 알고 있었다

"솔로몬의 성전에는 금은 그릇도 필요하지만 부지깽이도 필요하다. 이사 갈 때 연탄집게를 버리고 가면 이사 가서 당장 새로 사야 한다. 도저히 나쁜 사람은 안 되겠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불구속 수사하거나 풀어 주셔서 모든 사람들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탕평책을 써 달라. 화합 차원에서 풀어주시면 촛불혁명이 어둠을 밝히듯 어두운 사람들도 신뢰의 마음을 밝힐 것이다."(엄기호 한기총 대표목사)"탕평 부분은 정말 바라는 바다. 그러나 대통령은 수사나 재판에 관여할 수 없고, 구속이냐 불구속이냐 석방이냐 수사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국민과 통합을 이루어 나가려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치가 해야 할 중요한 핵심이 통합인데 우리 정치 문화가 통합과는 거리가 있다. 당선 뒤에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해 왔지만 정치가 못하고 있으니…."(문재인 대통령)문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2017년 12월 6일, 종교 지도자 초청 오찬 간담회가 열린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는 이런 내용의 대화가 오갔다. 문 대통령은 개신교 대표로 참석한 엄 목사의 탕평책 마련 요청에 대해 동의하면서 정치의 핵심이 '통합'이라고 규정지었다.법률가이기도 한 문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 권한의 한계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국민 통합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하지만 수사나 재판에 대통령이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대표가 감옥에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 들었다. 5일 나온 한 인터뷰에서는 "총리로 일할 때부터 대통령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지를 짐작해 왔다"고도 말했다. 신중한 성격으로 말을 극도로 아끼는 이 대표가 '문 대통령의 생각'까지 거론하며 사면은 결국 문 대통령의 생각과 멀지 않다는 설명까지 내놓은 것이다.그동안 청와대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았으니 언급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미 확정 판결이 나왔고, 박 전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14일 형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특별사면권 집행이 가능해진 것이다.우리나라가 민주정치의 교과서로 삼았던 미국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일찌감치 대통령의 사면권을 헌법에 명기했고, 1970년대 초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탄핵·파면은 물론 기소 위기에까지 몰린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대해 후임자인 제럴드 포드 대통령은 파격적인 사면령을 내렸다. 닉슨 대통령의 재임 기간(1969년 1월~1974년 8월) 동안 죄를 범하였거나, 범죄에 가담했을 수 있는 모든 범죄를 사면한 것이다.포드 대통령이 내놓은 사면 이유를 살펴보면 최근 불거진 사면론의 연장선에서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 많다. 포드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이 공정한 재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지 않았고 ▷전직 대통령을 재판에 회부함으로써 미국의 안정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손상시킬 수 있으며 ▷닉슨이 미국에서 선거로 선출되는 가장 높은 자리를 사임해 이미 충분히 처벌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문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단언했듯이 수많은 정치학 교과서는 정치의 역할을 통합에 두고 있다. 정치란 서로 다른 입장을 갖는 집단끼리 타협과 양보에 의해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촉진하는 기능을 한다(강원택 서울대 교수 著 '한국정치의 결정적 순간들' 중 인용)는 것이다.정치가 해야 할 본연의 역할, 노무현 정부 때부터 현실 정치에 참여해 온 문 대통령은 이미 알고 있다. 이제 실행이 남았다.

2021-01-06 16:00:51

[데스크칼럼] 공연장을 내주자

[데스크칼럼] 공연장을 내주자

다니는 교회의 담임목사 공백으로 젊은 부목사 두 분이 주일 예배 설교를 돌아가며 맡고 있다. 한동안 연륜 있으신 외부의 목사님이 오셔서 설교를 해주셨으나 몇 달 전부터 설교는 부목사 두 분의 몫이 됐다.담임목사의 부재로 교회 전반적인 운영에도 관여해야 하고, 설교를 포함한 예배도 담당해야 하는 터라 경험이 많지 않은 목사님들이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고, 기대치도 높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그러나 한 주 두 주 한 달 두 달이 지나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이들의 새로운 모습과 능력을 조금씩 알아가게 됐다. 어려운 시기를 힘껏 헤쳐 나가면서 자신감이 붙은 것도 있겠지만 전면·지속적으로 자신을 발산할 기회가 주어진 것도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얼마 전 한 문화예술공연 관련 세미나에서 기억에 남는 얘기를 들었다. 코로나19를 기회로 젊은, 신진 예술공연가들에게 무대에 설 자리를 마련해 주자는 얘기였다.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고, 이를 온라인 공연으로 연결해도 좋다는 게 요지였던 것으로 기억된다.코로나19로 공연 취소·연기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공연장 문만 닫고 있는 게 능사는 아닐 것이다. 그 기간이 얼마가 됐든 이 기회에 평소 이런 무대에 서기 어려웠던 초·중·고 공연단 등 학생 팀이나 대학·대학원생, 각종 공연예술의 신진들에게 무대를 빌려주자는 데 찬성의 한 표를 던진다.이 무대에서 온라인 공연을 하거나 녹화를 해도 좋고, 인생 역작 포트폴리오를 제작해도 좋다. 작고 어설픈 연습실이 아닌, 근사한 무대에서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을 넘어 미래를 위한 유무형의 지원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개인도 좋고 팀도 좋다. 클래식도 좋고 뮤지컬도, 연극도 좋다. 무대 경험을 하기 힘든 초·중·고 아이들에겐 관객의 유무와 상관없이 큰 무대에서 공연할 수 있는 기회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나아가 신생 팀이 공연장의 전문 스태프들과 함께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노하우를 전수받는 귀중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 공연장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홈스튜디오를 마련해 제공하거나 프로필 음원 제작까지 지원한다면 금상첨화다.대구의 공연예술 자산인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콘서트하우스, 계명아트센터, 수성아트피아 등 큰 무대도 좋고, 대구시나 각 구·군(문화재단) 소속 공연장도 좋다. 물론 음향 장비나 무대 설치, 조명 등 관련 스태프, 난방, 대관료 등 사업비나 전문 인력 지원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자치단체장이나 관련 기관장의 의지로 풀 수 있다.지역사회 공헌이나 환원 차원에서라도 취소나 연기된 공연에 들어갈 비용 중 일부와 인력을 활용한다면 공연예술가나 지역사회는 물론 전국에 대구를 문화공연예술도시로 깊게 인식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을 닫고 비워둬도 어차피 적자라면 무대를 놀리는 대신 미래를 위해 투자를 하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든, 온라인 공연이든, 자신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나 음원을 근사한 공연장에서 찍을 수 있는 무대를 빌리는 차원이든 모두 뜻깊다. 위기지만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기회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멈춘 이때, 공연예술과 젊은 공연자들이 어려움 속에서도 성장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을 한번 해보는 것은 어떨까.

2020-12-30 16:37:32

[데스크 칼럼]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데스크 칼럼]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때다. 퇴근 후 가족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행복이 방 안 가득히 채워진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 지속될 것 같은 행복도 단박에 사라질 수 있다. 가난이라는 바늘구멍 하나에 방 안 가득했던 행복이 빠져나가고 불행이 그 작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법이다.얼마 전 여섯 살 난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 서울 목동으로 이사 가고 싶었던 한 가정이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 새 아파트 구매 문제로 다투던 부부가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다. 올 초에는 어느 한의사 부부가 같은 선택을 했다. 이들이 원했던 건 으리으리한 저택이 아니라 따뜻한 보금자리였을 것이다.이 정부 들어 유독 뛰는 집값에 고통받는 가정이 늘고 있다. 집값이 내릴 것이라는 정부 말을 믿고 아파트 구매를 미루었다가 집값과 전세금이 모두 폭등하면서 집도 못 사고 전세 살기마저 어려워진 '어쩌다 벼락 거지', 여기다 전세금까지 오르는 바람에 생긴 '렌트푸어', 이번 생에서 집 한 채 마련하기 힘들다는 '이생집망'까지…. 모두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최대 피해자다. 열심히 일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서 저축한 이들이다. 잘못이라면 지나치게 정부를 믿었던 것뿐이다.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가장 강조한 것이 바로 빈부 격차 해소다. 그러나 오히려 빈부 격차·자산가치 격차가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24차례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강남에서 시작된 불길이 수도권·지방으로 갔다가 다시 격차 메우기에 들어가는 '불의 순환고리'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정부 규제가 오히려 집값을 폭등시키고 있다는 원망만 늘고 있다. 정부에 '왜 대책이 없느냐?'라고 따지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는다.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서일까. 그동안 국토부 장관 뒤에서 침묵을 지키던 대통령까지 직접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11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동탄 공공임대주택 단지를 찾아 둘러봤다. 이 모습을 본 무주택자들은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졌다. 4천여만원을 들여 실내 장식을 하고 4억여원을 들여 이를 광고했다. 의도와 달리, 열심히 일해 내 집 갖고 싶고 처자식과 알콩달콩 사는 게 꿈인 이들에게 집 사지 말고 공공임대에 살라는 말로 들렸을 수도 있다. 지난 17일과 18일에는 대구는 물론 전국의 절반을 묶는 조정대상지역·고분양가 관리지역 추가 등 기습적인 부동산 정책을 내놨다. 무주택 서민들의 집 사기가 사실상 봉쇄당한 셈이다.하다 하다 22일에는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가구 1주택 보유'를 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집값 폭등을 부동산 투기 때문으로 보고 이를 막고자 1가구 1주택을 정책 목표로 삼겠다는 취지다. 처벌 조항 등 강제 규정은 없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뜩하다. 다주택자에 대한 기존 규제를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 정책을 펼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수 있어서다. 자녀 교육과 직장 등의 문제로 주택을 일시적으로 두 채 보유하는 것도 불법이 될 수 있다. 여론은 발칵 뒤집혔다. '사유재산을 부정하려는 것이냐' '사회주의·공산주의다'라는 비판과 우려가 쏟아졌다. 사유재산권과 교육 및 직장 이동의 자유까지 침해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법조계 의견도 나오고 있다.코로나19에 집값 폭등까지 견뎌야 할 것이 많아 유난히 더 추운 겨울이다. '시계를 3년 반 전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믿으면) 안 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하는 상회(傷懷)마저 든다. 그럼에도, 희망을 품어본다. '새해에는 달라질 수 있겠지.'

2020-12-23 18:17:28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Ⅱ

[데스크 칼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Ⅱ

연말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책상 위에 놓아둔 달력 메모칸은 휑하기만 하다. 그나마 뜨문뜨문 있던 약속마저 모진 코로나19 삭풍에 모두 지워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앞에 2020년은 이렇게 을씨년스럽게 저물어 가고 있다.백신 개발 소식을 비웃듯 확산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통계 웹사이트 '월드오미터' 기준으로 16일 현재 세계 누적 확진자는 7천400만 명에 육박한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 우한에서 처음 보고된 지 1년 만에 지구촌 100명 중 1명이 감염된 셈이다.전염병이 핵폭탄·기후변화보다 훨씬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 2017년 발언으로 새삼 주목받았던 빌 게이츠는 최근 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정상 생활 복귀가 2022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미국의 해외 백신 지원, 높은 접종률을 전제로 했다.그의 말대로 코로나19 종식은 전 세계의 일치된 대응이 있어야 가능하다. 부럽긴 해도, 어느 나라에서 먼저 백신 접종이 시작됐는지는 다음 문제다. 저 먼 이국 어디에서라도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면 결코 안전하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다.그럼에도 정부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불안하기만 하다. 선진국 아닌 나라에서조차 접종이 시작됐는데도 '문제 없다'는 정부 변명만 들어야 할 처지라서다. 보건복지부·외교부 등 관계 부처가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을 꾸린 게 벌써 6개월 전이다.그래서인지 시중에는 온갖 유언비어가 떠돈다. 총선 직전 뿌려졌던 재난지원금처럼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직전에 접종이 시작될 것이란 소문도 있다. 편 가르기, 이벤트 정치에 특화된 현 정부라면 벌써 1호 접종자 선정은 마쳤을지도 모를 일이다.물론 한국이 대응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봉쇄 조치를 시행하겠다는 여당 지도부의 배려 없는 발언에도 묵묵히 거리두기를 실천한 대구경북의 희생 덕분이다. '배려'는 여기에서 쓸 수 있는 가장 점잖은 표현일 것이다.그런데 월드오미터 통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코로나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사는 것이 좋다"는 전직 총리의 '문비어천가'는 낯 뜨겁기만 하다. 인구 100만 명당 누적 확진자에서 한국이 161위(886명)인 반면 경제 경쟁국이라 할 대만은 209위(130명), 베트남은 214위(118명)이다. 개발도상국만 있는 것도 아니어서 뉴질랜드는 420명으로 180위에 그쳤다.'코로나19 청정 지역'에는 공통점이 있다. 경제적 타격을 무릅쓰고 과감히 내린 확산 초기 국경 폐쇄와 철저한 감염자 추적이다. 대만은 지난 2월 6일, 뉴질랜드는 3월 19일, 베트남은 같은 달 22일부터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이처럼 각국이 자국민 안전과 포스트 코로나 대책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 정부와 의회는 과연 뭘 했나? 온 국민을 피곤하게 만든 검찰 조지기, 집값 폭등만 야기한 임대차 3법 밀어붙이기, '민주주의의 순기능'이란 궤변의 극치를 보여준 합법적 필리버스터 강제 종결…. 후대의 엄혹한 평가를 피해 가기 어렵다.자신에게 이로운 일에만 기를 쓰고 덤벼드는 부라퀴들이 득시글거리는 정치권을 보면서 세밑에 수피 바야싯의 시 구절만 속절없이 되뇐다.'젊은 시절 나는 혁명가였고, 주님께 드리는 나의 기도는 이와 같았다. 제게 세상을 뒤바꿀 힘을 주소서. ​중년에 이르러 나의 기도는 이렇게 달라졌다. 가족과 친지들만 변한다 해도 저는 만족하겠나이다. ​이제 늙어서야 내가 얼마나 어리석었던가를 알게 됐다. 나의 유일한 기도는 이것뿐이다. 저 자신을 변화시킬 은총을 주소서.'

2020-12-17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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