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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청어 과메기

[야고부] 청어 과메기

'푸른 동해를 누비던 청어 떼도/ 북해도를 헤엄치던 꽁치 떼도/ 과메기가 되려면 구룡포에 와야 합니다/ 구룡포 투명한 겨울 해풍에/ 얼었다 녹았다/ 며칠을 덕장에서 참고 또 참아야 합니다/….' 매일신문 신춘문예 출신인 김현욱 시인은 '과메기'란 시에서 매운 바닷바람에 과메기의 붉은 속살이 꼬들꼬들 여물어가는 구룡포의 겨울 풍경을 담았다.미국의 해양저술가 마크 쿨란스키는 '세상을 바꾼 물고기'란 책에서 유럽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물고기로 대구를 꼽았지만, 청어 또한 강력한 경쟁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특히 통조림과 냉동식품이 등장하기 전에는 소금에 절인 청어가 정말 중요했다고 한다. 염장 생선 수요가 폭증하면서 발트해 연안 도시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결성한 한자동맹을 출범시키는 동력의 하나가 되기도 했다. 소금과 청어는 그만큼 큰 돈벌이 수단이었다.청어가 북해로 대거 이동하는 15세기에는 네덜란드가 급부상했다. 내장을 빼고 간수에 절여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염장 기술을 개발한 네덜란드 사람들에게 청어는 금 노다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암스테르담을 한때 '청어의 도시'라 했다. 지금도 초절임 청어의 전통이 음식문화에 남아 있다. 청어를 잡기 위해 낯선 해역으로 나가던 개척 정신은 네덜란드를 해양국가로 발전시켰다.임진왜란 때 구국의 영웅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는 청어를 잡아 군량미와 바꾸는 대목이 나온다. 청어가 물물교환의 중심이던 쌀과 바꿀 정도로 환전 가치가 있었다는 증거이다. 기름기가 넉넉해 맛이 좋은 데다 많이 잡혔던 청어야말로 단백질의 보급원으로 조선 수군 연전연승의 원동력이었다. 일제강점기까지는 청어가 상당히 많이 잡혔다. 동해가 '물 반 청어 반'이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그 청어를 잡아다 말려서 과메기를 만들었다. '과메기'란 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등장하는 '관목어'(貫目魚)에서 유래한다.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 말린 데서 나온 말이다. 청어 어획량이 늘어나면서 올겨울은 그동안의 '꽁치 과메기' 대세를 역전시킬 전망이다. 출렁이는 구룡포 파도를 권주가 삼아 원조 '청어 과메기' 안주로 소주 한잔이 맛깔스럽게 떠오르는 계절이다.

2019-12-18 06:30:00

[야고부] 정치 세습

[야고부] 정치 세습

16세기 이후 1795년 폴란드·리투아니아 연합국의 와해로 '귀족 공화국'이 멸망할 때까지 유럽에서 귀족이 가장 많은 나라는 폴란드였다. 귀족이 전체 인구의 10%를 넘었다는 비공식 통계도 있다. 중세 유럽의 귀족 비율은 프랑스가 약 1%, 스웨덴 약 0.5%, 독일이 약 0.01% 정도였다. 18세기 유럽 전체 인구에서 귀족 비중이 약 1.5~2.3%인 것과도 대조를 이룬다.특히 귀족으로 구성된 폴란드 의회 '세임'(sejm)은 모든 권력을 쥐고 행사했다. 다른 나라와는 달리 선거를 통해 국왕을 뽑고 외국인을 왕좌에 앉힐 정도로 귀족이 전권을 휘둘렀다. 폴란드 귀족은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국가의 왕족을 폴란드 국왕으로 뽑아 '허수아비 군주'로 만들고 권력을 독점했다. 이런 구조는 '로마 황제 43%는 세습 황제가 아니라 갑자기 권좌에 오른 인물'이었다는 점과도 맥이 닿는다.현대 일본의 정치 구조도 폴란드와 닮았다. 패전 이후 일본은 화족(華族) 제도를 폐지했지만 '정치 귀족'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역구를 아들에게 세습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총리에서부터 장관, 각 정당 요직 인사 상당수가 '세습 정치인'이다. 자민당뿐 아니라 군소정당에도 세습 정치인이 많다. '파벌'과 '세습'이 일본 정치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2017년 일본 중의원 선거 결과 전체 의원 정수 465명 중 26%인 120명이 세습의원으로 나타났다. 열에 셋이 '금수저 정치인'인 셈인데 증조부-조부-아버지-아들 등 몇 대에 걸쳐 권력을 대물림하는 사례도 있다. 영국 하원의 세습의원이 10%가량인 점과 비교해도 일본 사례는 특이한데 지명도와 조직, 자금을 모두 물려받아 애초 '흙수저'와는 출발선이 다르다는 점에서 비판적 여론이 높다.요즘 문희상 국회의장의 '지역구 부자 세습' 문제가 관심사다. 서점을 운영 중인 문석균 씨는 현재 더불어민주당 의정부갑 지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이다. '아들 공천' 비판과 경선 과정을 넘어 당선된다면 현역 의원 아버지로부터 아들이 지역구를 바로 물려받는 사례가 된다. 여당 내에서도 '부적절한 대물림'이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이고 보면 요즘 여당이 국민 눈치조차 보지 않고 막간다는 생각이 든다.

2019-12-16 19:52:17

[야고부] 홀씨 가족

[야고부] 홀씨 가족

'구개열 파열 수술 총 70명, 어린이들 발 내반증 외반증 총 10명, 피부 이식, 의족 및 특별한 수술 총 5명, 발목 절단 총 5명 수술, 의족·수족 해드릴 수 있었기에 감사드립니다.'서아프리카 '상아 해안'으로 알려진, 옛 프랑스 식민지 코트디부아르(영어로 아이보리 코스트)에서 활동 중인 박달분 프란체스카 수녀에게서 온 글이다. 안동이 본부인 '그리스도의 교육 수녀회' 소속으로 파견된 박 수녀의 사연은 최근 나온 수녀회 해외 선교 소식지 '홀씨 되어'의 2019년 겨울호에 실려 알려졌다.복음 전파와 함께 의료 지원 활동을 펴는 그의 글은 올 1, 2월 현지 자원봉사에 나선 이춘자 아녜스 수녀 등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이 수녀가 봉사하며 겪은, 가난으로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힘든 아이, 젊은이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려 그들의 후원에 나선 많은 사람의 정성을 모아 보낸 성금으로 두루 혜택을 입어서다.일흔 넘은 노구를 이끌고 자원 봉사에 나선 이 수녀의 용기도 예사롭지 않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사정에도 힘든 나라 밖 사람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성금을 모아 이 수녀의 도움 호소에 선뜻 응한 사람들, 특히 대구경북인의 마음은 돋보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격려의 말 한 마디에서 몇만원, 몇백만원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마음이 모여 여러 가지 고통을 덜 수 있었으니 말이다.서아프리카 기니만의 평화롭던 고을 원주민과 상아, 향료, 곡물 등 풍부한 자원을 마구 약탈했던 서구 제국주의 식민지의 하나였던 상아 해안. 그곳에서 옛 식민지의 아픔을 겪은 한국의 박 수녀 등 여러 성직자의 인류애적 헌신과 그들을 도와 우리 고유 정신인 홍익(弘益)의 가치를 널리 퍼뜨린 대구경북 후원자의 아름다운 마음은 반길 만하다.이런 대구경북인의 마음은 이 수녀의 '홀씨 가족을 위하여'라는 소식지 글이 대신하는 듯하다. '콩 반쪽 나누어 먹고/ 없는 집 제삿밥이라도 이웃에/ 돌리며/ 겨울 까치 위해 홍시 하나 남겨두는/ 우리 조상들의 나눔은/ 예수님의 사랑 실천이었네.'세밑에 전해온 박 수녀의 소식과 먼 서아프리카 낯선 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눈 모든 '은인'에게 보내는 이 수녀의 간절한 기도가 와 닿는 12월이다. '새해에는/ 은인들을 축복하소서!/ 세상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감싸/ 주소서.'

2019-12-16 06:30:00

[야고부] 문제투성이 가장(家長)

[야고부] 문제투성이 가장(家長)

지구촌(global village)이란 말은 1945년 아서 클라크가 소설 '외계로부터의 전달'에서 처음 썼다. 지구를 하나의 마을로 규정했다. 국제 분쟁이나 환경·경제 등을 언급할 때 지구촌이란 용어를 쓰면 훨씬 가깝게 다가온다. 지구가 마을이라면 국가는 마을을 구성하는 가구(家口)로 볼 수 있다.'가구 대한민국'은 2년 7개월 전 새로운 가장(家長)을 뽑았다. 구성원들은 새 가장이 잘하리라 기대했지만 지금까지 거둔 성적표는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무엇보다 지구촌에서 우리 편을 들어주는 곳이 없다. 누구 말대로 우리 가장은 툭하면 '구타'당하는 신세다. 한때는 이웃집 '김 씨' 아저씨와 사이가 좋았지만 지금은 전보다 관계가 더 나빠졌다. 입에 담지 못할 험한 말에다 주먹을 들어 위협하는데도 항의조차 못한다. '시 씨' '푸 씨' 식구들이 안마당을 헤집고 다녀도 꿀 먹은 벙어리다. 조상님 이름까지 들먹이며 '아 씨' 집안과 한바탕 붙었으나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훨씬 많다. 우리 편이던 '트 씨' 집안과는 사이가 벌어져 남보다 못한 관계가 됐다.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에 식구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먹고사는 것도 최악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돈을 벌어와 식구들을 배불리 먹일 생각은 않고 창고에 있는 것을 퍼주는 데에만 열을 올린다. 뒷감당은 생각하지 않고 빚만 잔뜩 진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아우성에 "동네가 다 어렵다" "조금 있으면 나아진다"고 둘러대기에 급급하다. 원전(原電) 기술을 가진 아들에게 집어치우라고 하면서 밖에 나가서는 우리 아들 원전 기술이 좋으니 일자리를 알아봐 달라고 한다. 불안한 일부 식구들은 금·달러를 사고 아예 가출(家出)까지 한다.제일 큰 잘못은 식구들을 둘로 쫙 갈라놓은 것이다. '국이' 같은 애들을 편애하고 자기편만 챙기니 식구들이 마음을 합치기 어렵다. 누가 맞는 소리를 해도 듣는 시늉만 할 뿐 고치지는 않는다. 부부가 왜 그렇게 자주 외국에 나가는지도 이해하기 어렵다. '똥 피하려다 지뢰 밟은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남은 2년 5개월을 어떻게 버틸지 식구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2019-12-13 19:29:28

[야고부] 돌

[야고부] 돌

오랜 세월 일편단심 돌을 그려온 작가가 있다. 맑은 물속에 잠긴 조약돌을 진짜 돌보다 더 돌같이 그린 화폭에는 작가의 고향인 영덕 바닷가의 숨결이 배어 있다. 그런데 돌이 품고 있는 세월의 결마저 드러내는 작가의 필치와 색조의 궁극은 무엇일까. 이른바 '석심'(石心)이란 명제의 그 가없는 조약돌 연작 속에 숨어 있는 화가의 내면 풍경은 어떤 것일까.그 해답은 그림 안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나비의 몸짓에서 찾을 수 있다. 나비의 날갯짓이 있어 돌은 바야흐로 생명력을 얻는다. 나비를 맞고서야 돌은 작가의 그리움을 머금고 이상향으로 비상한다. 어느 날 바람처럼 황망히 사라진 나비였다. 차안(此岸)을 떠난 나비는 피안(彼岸)의 화폭에서 그렇게 날개를 편다. 그래서 '조약돌 화가' 남학호의 작품 '돌과 나비'는 불이(不二)의 세계관을 상징한다.'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는 옛말이 있듯이, 자고로 '돌'에 대한 우리 정서는 귀한 편은 아니었다. 삼천리 강산에 흔해 빠진 돌이 무슨 특별한 가치가 있었을까. 게다가 '돌'자가 접두어로 붙으면 그 의미가 더 악화되기 일쑤이다. '돌X가리' '돌상놈' '돌무식' 등이 그 사례들이다. '돌쇠' '삼돌이' 등 '돌'자가 들어가는 사람의 이름도 예로부터 신분이 낮은 하인들이었다.'돌'자는 한자로는 '乭'로 쓰는데 한국에서만 쓰는 희귀한 글자이다. '乭'자가 들어간 이름 또한 극히 드물어 구한말 영덕의 평민 출신 의병장 신돌석(申乭石)과 오늘날의 프로바둑기사 이세돌(李世乭) 정도이다. 그런데 흔하면서도 특별한 돌이 등장했다. 이른바 '떡돌'이다. 포항에서 '떡돌'로 부르는 광물인 벤토나이트가 간암·대장염·헬리코박터·고혈압 신약 후보 물질의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이미 동물 실험을 통과해 상업화 단계를 눈앞에 두고 있다고 한다. 벤토나이트는 메디컬 점토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의 대표적 광물로, 우리나라에서도 특히 포항에 1천만t 이상 매장돼 있다. 간암 치료제를 비롯한 5종의 신약 후보 물질이 상용화된다면 10조원 이상의 세계적 신약 시장을 열게 되는 것이다. 동해안의 평범한 돌에 아픈 이들의 염원을 보듬은 나비가 앉아 석심대작(石心大作)을 이루는 것인가.

2019-12-13 06:30:00

[야고부] 개로비(開路碑) 단상

[야고부] 개로비(開路碑) 단상

'길을 내다!'대구경북과 경계하고 서로도 이웃인 경남의 밀양시와 창녕군에는 '길을 연' 사연을 기념한 비석이 하나씩 있다. 밀양시 청도면 구기리와 창녕군 부곡면 노리마을에 있는 이른바 '개로비'(開路碑)이다. 비에 적힌 이야기 주인공은 서로 다르지만 마을 주민들을 이롭게 한 길을 낸 사실은 같다.밀양시 청도면 구기리 개로비는 1961년 동네 주민 이택언(李宅彦)이 마을 진입도로 문제로 통행에 어려움이 있자 약 100평의 논을 기꺼이 내놓았고, 이후 1963년 세상을 뜨자 주민들이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 1965년 돈을 모아 1967년 세운 비로 알려지고 있다. 뒷날 '새마을운동'처럼 마을을 위해 주민 스스로 땅을 기부하고 길도 냈음을 기린 셈이다.그러나 창녕군 부곡면 노리 개로비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개(犬)여서 흥미롭다. 옛날 부곡의 낙동강변 임해진과 동쪽의 노리 마을 사이에는 험한 산이 있어 사람이 다니기 힘들었다. 그런데 두 마을의 성(性)이 다른 개 두 마리가 오가며 정(情)을 나누자 어느덧 길이 나고 사람도 다녔다. 이에 개의 고마움에 비를 세워 개로비 또는 개비(犬碑)라 불렀다.이런 개로비 가운데 밀양 청도 사연엔 아쉬움도 든다. 특히 1969년 8월 4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청도군 청도읍 신도리 마을 자활(自活) 경험담 청취를 계기로 새마을운동이 시작됐다는 청도군 주장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현 밀양시 청도면이 원래 청도군 외서면이었으나 1914년 일제가 밀양군 청도면으로 강제 개편했으니 말이다.일제는 당시 청도군 외서면의 관할을 바꾸며 명칭에 '청도' 지명을 살려 두었다. 하지만 밀양군 관할이 아닌 청도군 땅이었으면 이택언의 마을길 조성을 위한 땅 희사는 신도리 마을사람의 자활 노력처럼 새마을운동의 전조 사례가 될 만했고, 그랬으면 청도를 새마을운동 발상지로 삼는 자긍심은 더 컸을 터였다.마침 청도군이 지난 4일 2019년 경북도 새마을운동 시·군종합평가에서 대상 성주군과 함께 최우수상을 받았다. 현 정부의 홀대 속에 새마을운동의 동력을 살리려는 경북도와 두 군의 활동이 반갑다. 특히 청도 개로비를 살핀 박순문 밀양문화원 부원장(변호사)이 청도 개로비 사연의 문헌 기록 뜻을 밝혀 경남북의 '청도'로선 다행스럽다.

2019-12-12 06:30:00

[야고부] 전전반측

[야고부] 전전반측

해마다 연말연시에는 한 해를 되돌아보거나 새해 소망을 글자로 풀어보는 이벤트가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연말 교수신문은 2018년 사자성어로 '짐은 무겁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임중도원'(任重道遠)을 선정해 우리 사회 분위기나 정치·경제·안보 등 각 분야의 흐름을 읽어내는데 도움을 주었다.올해 연초 신문 지면을 장식한 한자 성어 '마고소양'(麻姑搔痒)도 마찬가지다. 마고소양은 '모든 일이 뜻대로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는 의미로 직장인과 구직자, 자영업자 등 보통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렸다.2019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로 접어들자 매체마다 예외없이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설문이 줄을 잇는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 968명에게 물었더니 '올해의 사자성어'로 가장 많이 손꼽은 것은 '전전반측'(輾轉反側)이었다. '걱정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뜻으로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근심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현대인의 심경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많은 노력에도 이룬 것이 별로 없다'는 '노이무공'(勞而無功)과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는 뜻의 '각자도생'(各自圖生)을 꼽은 이도 많았다. 선택 순위가 높은 이 한자 성어들을 살펴볼 때 2019년 한 해에 대한 평가가 대체적으로 긍정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나름으로 노력하고 애를 쓴 만큼 결실이 따르지 않았거나 의지할 데 없이 홀로 해결해 나가야 하는 처지임을 말해준다.특히 전전반측은 중국 고전 시경(詩經)에 실린 시 '관저'(關雎-물수리가 울다)의 한 구절이다. '구하여도 찾지 못해(求之不得) 자나깨나 생각하네(寤寐思服) 생각하고 또 생각하니(悠哉悠哉) 잠 못들고 뒤척이네(輾轉反側)'에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여인을 생각하며 잠을 설치는 상황을 표현했지만 근심 때문에 속을 태우는 의미로 널리 쓰인다.내년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다. 부지런히 움직이는 쥐의 이미지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새 각오를 다지게 마련이다. 우리 삶의 여건이 갑자기 확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나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로운 한 해를 착실히 준비한다면 내년 이맘때는 보다 긍정적인 현실을 반영하는 성어가 뽑히지 않을까 싶다.

2019-12-11 06:30:00

[야고부] 인문학과 왜관

[야고부] 인문학과 왜관

'강은/ 과거에 이어져 있으면서/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는다/ 강은/ 오늘을 살면서 미래를 산다/…/ 강은/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면서/ 무상 속의 영원을 보여준다'. 구상 시인은 왜관 낙동강변 관수재(觀水齋)에서 '강' 연작시를 썼다. 시인에게 강은 삶과 문학을 일깨운 회심(回心)의 터전이었다. 구도의 방편이자 사랑의 궁극이었다.1970, 80년대 왜관의 어느 이름난 음식점에 욕쟁이 할머니가 있었다. 식당 골목에 들어서면 사회적인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할머니의 걸쭉한 육담부터 한 사발 얻어먹어야 했다. 할머니도 낙동강변에서 자란 그저 순박한 소녀였다. 전쟁의 격랑과 삶의 굴곡이 소녀를 억센 여인으로 만들어버렸다. 그래도 할머니의 욕은 여울져 흐르는 강물처럼, 농익은 판소리의 사설처럼 정감나는 넋두리이기도 했다.왜관(倭館)은 그런 곳이다. 낙동강 물류 수송의 길목인 나루터가 있었고, 통상·교역을 위한 왜인들의 거주 공간이 있었다. 경부선 철도 개통과 함께 왜관역이 생기면서 왜관이란 지명이 확정되었다. 군청이 옮겨오면서 명실공히 칠곡의 중심지가 되었다. 왜관철교의 내력에는 낙동강 방어선의 참혹한 상흔이 배어 있다. 가실성당과 베네딕도 수도원에는 사랑과 평화를 희구하는 염원이 스며 있다.매원마을은 유교적 이상향을 꿈꾸던 선비들의 세거지였다. 왜관 낙동강변에는 전쟁의 비극을 되돌아보고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호국평화기념관이 있고, 해마다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이 열린다. 칠곡군이 문화교육 선도도시 부문에서 '한국의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대상'을 7년 연속 수상했다. '인문학도시 칠곡'의 입지와 명성을 재확인한 것이다.평생학습대학을 운영하고 평생학습인문학축제를 열며, 글 모르던 할머니들이 시집을 내고 '칠곡 가시나들'이란 영화까지 만들어 유명세를 타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일은 인문학마을사업이 골골마다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도시 칠곡'은 그냥 이루어진 게 아니다. 또 한 해의 석양이 드리워진 낙동강은 말한다. 그것은 왜관 사람들의 곡진한 애환을 품고 숱한 아리랑 고개를 넘어온 '강의 노래'라고….

2019-12-10 06:30:00

[야고부]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야고부]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트라우마(trauma)는 상처라는 뜻의 그리스어 트라우마트에서 유래했다. 과거 경험했던 위기,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다시 느끼면서 심리적 불안을 겪는 증상을 일컫는다. 트라우마는 개인적으로 존재하고 드러나는 게 일반적이지만 집단 차원에서 잠재하고 표출되는 경우도 있다.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은 좌파 진영에 트라우마를 남겼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와 '논두렁 시계'와 같은 피의사실 공표가 노 전 대통령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는 인식이 뇌리에 박혀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앞서 "정권(政權)과 검권(檢權)과 언권(言權)에 서거 당한 대통령의 영결식"이라고 했다. '검찰 트라우마'라 할 수 있다.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유재수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청와대를 정조준하자 집권세력의 검찰 트라우마가 또다시 밖으로 드러났다. '조국 사태' 때보다 이번엔 증상이 더 심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 공정수사 촉구 특위'까지 만들어 검찰 수사를 성토하고 특별검사 도입을 들고나왔다. 청와대는 검찰에 공개 경고를 날리고 문재인 대통령은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다음 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사실상 검찰에 선전포고를 했다.급기야 민주당 한 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악마의 손'에 비유했다. 그는 "윤석열이 마치 악마의 손 같다. 이 수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가늠할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7월 하순 문 대통령이 임명장을 주면서 "우리 윤 총장님"이라고 불렀던 검찰총장이 넉 달여 만에 좌파로부터 악마로 낙인 찍힌 것이다.일이 터지면 '남 탓'으로 돌리는 게 문재인 정권의 장기(長技)인데 이번에도 검찰, 야당, 언론 탓을 하고 있다. 이렇게 남 탓만 하는 정권을 국민은 보지 못했다. 자신들이 검찰 수사를 자초(自招)하고서도 잘못에 대한 반성·사과는커녕 검찰, 야당, 언론 때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트라우마의 일반 증상은 과민하게 경계하고 집중해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검찰을 공격하고 우왕좌왕하는 정권의 모습이 딱 그렇다. 드러나는 팩트들이 메가톤급이어서 좌파의 검찰 트라우마 증상은 더 심해질 것 같다.

2019-12-09 06:30:00

[야고부] 연탄

[야고부] 연탄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이 짧은 시구는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 죽비와 같은 일갈이었다. 온 몸뚱이를 불태워 한겨울 아랫목에 따끈한 온기를 전하고는 하얀 재로 전락하는 연탄. 땅바닥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고서도 빙판길 미끄럼방지용 가루로 흩어지며 마지막 봉사를 하고 사라지는 연탄재.누구나 하찮게 여겼던 연탄재에 이렇게 뜨거운 의미를 부여하며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 시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쩌면 연탄재는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 사위어 가는 부모의 모습과도 같은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탄 없는 겨울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 집집마다 연탄불 관리가 중요한 일상사였다. 연탄불을 꺼트리지 않기 위해 새벽에도 일어나 새 것으로 갈아 넣어야 했다.우리나라에서 연탄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의 와중이었다.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이 석탄과 물을 섞어 만든 수타식 연탄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그 후 태백선 철도 개통으로 석탄 생산·공급이 급증했고, 가정용 아궁이 개조도 뒤따랐다. 1970년대 산림녹화 정책 시행과 함께 농촌 지역 연탄 보급과 연탄 온수보일러 개발로 연탄 사용량은 절정을 이뤘다.연탄의 안정적인 공급과 비축은 겨울철 정부의 핵심 과제였다. 쏟아져 나오는 연탄재는 택지 조성을 위한 매립 용도로 활용했다. 그러나 연탄가스는 골칫거리였다. 겨울철 연탄가스 중독 사고로 일가족이 목숨을 잃는가 하면, 농촌에서 올라온 하숙생들도 많이 희생되었다. 한 해에 1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다.지금도 연탄이 따뜻한 온기의 원천으로 남은 곳이 있다.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 등 소외계층에게 특히 그렇다. 밥상공동체·대구연탄은행이 '따스한 온기를 나눠요'란 연탄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주변에 추위에 떨고 있는 이들이 없는지 한 번쯤 되돌아보게 되는 연말이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탄이 올겨울 우리에게 묻는다. 그 누구를 위해 '한 번이라도 뜨거워 본 적이 있느냐'고….

2019-12-06 19:37:09

[야고부] '북한 통일부 장관'

[야고부] '북한 통일부 장관'

당연한 소리지만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 공직자는 상대국과 '화'(和)해야지 '동'(同)하면 안 된다. 상대국의 정책과 여론, 국민 정서 등을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해야지 그들을 무조건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당위성을 거스른 대표적 인물이 태평양전쟁 직전 주(駐)일본 미국대사였던 조지프 그루다.그루는 일본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호의적으로 바라봤다. 이런 호감은 그의 대사 활동에 그대로 연결돼 일본 제국주의 팽창 저지라는 본국의 일본 정책과 엇나가게 했다. 태평양전쟁 발발 전 전쟁을 피하기 위한 미·일 외교 교섭에서 그는 항상 일본 편을 들었다. 거칠게 말해 중국 침략과 베트남 점령 등 일본이 만든 '현상'을 인정해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큰 틀에서 들어주는 것이 전쟁을 막는 길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이런 일본 편향은 태평양전쟁 종전 방식을 논의하는 과정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일본에 명예로운 항복을 제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명예로운'의 내용은 천황제 유지였다. 이런 주장은 일본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선언문 초안에 반영됐으나 트루먼 대통령의 승인 직전 당시 국무장관 제임스 F. 번스의 이의 제기로 삭제됐다.만약 그루의 주장대로 됐으면 어떻게 됐을까. 항복 후 일본이 메이지 헌법을 폐기하고 정치제도를 민주화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게 일본 근·현대사에 정통한 미국 역사학자 허버트 빅스의 진단이다. 그러면서 빅스는 그루와 국무부 내 그 동조자들의 일본 편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일본이라는 국가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군주제의 사회적 기반이 와해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것이다.(히로히토 평전)문재인 정권의 김연철 통일부 장관도 그루에 비견할 만하다. 남한보다는 북한 입장에 충실하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억지력 강화'라고 '해설'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 말대로라면 북한은 남한의 공격을 '억지'하려고 미사일을 펑펑 쏘아댄다는 것이 된다. 2년 전에 쓴 칼럼에서도 북한의 핵개발이 한국과 미국의 힘 과시의 결과라고 했다. 핵개발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북한의 주장이 바로 이렇다. 이쯤 되면 '북한 통일부 장관'이라는 호칭이 더 어울릴 듯하다.

2019-12-06 06:30:00

[야고부] 서민 증세

[야고부] 서민 증세

매년 이맘때면 직장인들은 지난 1년의 근로소득 등 각종 소득과 지출, 세금 등을 따져보는 연말정산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기업의 회계연도처럼 연말정산은 한 개인의 가계(家計)연도라고 할 수 있는데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기준이 12월 말이기 때문이다.현금영수증과 신용카드 사용액, 병원비, 학원비, 월세 심지어 도서구입비까지 관련 증빙 서류를 얼마나 꼼꼼하게 챙기느냐에 따라 돌려받는 세금 액수가 달라진다. 물론 소득 규모나 가계지출 구조가 연말정산 결과를 좌우하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그만큼 절세가 가능하다.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1.2%다. 이 수치는 가계소득의 5분의 1이 세금이라는 의미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한 총세입(377조9천억원)을 국내총생산(1천782조2천689억원)으로 나눈 값인데 2018년 조세부담률 21.2%는 사상 최대다. 덴마크(45.9%)나 스웨덴(34.3%) 등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매년 우리의 부담률이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에서 연말정산을 통한 절세는 가계 부담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유호림 강남대 교수와 이데일리가 최근 국세통계연보(2008~2018년)에 실린 세수 실적을 분석했더니 직장인 근로소득세 납세액이 지난 10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액의 증가는 근로소득자 증가와 소득 향상, 연말정산 감면 축소 등의 영향으로 풀이되는데 납세 증가율로 보면 지난해 경제성장률 2.7%의 3.4배에 이른다.특히 2008년 15조6천억원 규모이던 근로소득세는 2018년 39조546억원으로 무려 149.9% 늘었다. 세계금융위기 때인 2009년을 제외하면 근로소득세 수입이 매년 가파르게 증가했다. 여기에 담뱃세가 132.3%, 유류세인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28.8% 증가했고, 부가가치세도 59.8%나 늘었다.반면 금융소득세는 3천230억원(6.9%) 증가하는데 그쳤고, 종합부동산세는 오히려 2천571억원(12.1%) 줄었다. 이른바 '서민 증세'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근로소득세와 간접세 수입의 빠른 증가는 자산 배분 양극화나 조세 부담의 형평성 등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도 함께 윤택해지는 공정하고 공평한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2019-12-05 06:30:00

[야고부] 77인의 '우동사리'

[야고부] 77인의 '우동사리'

'과학을 두드려라!'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 가운데 생활과학에 관심 있는 여성 8명이 2010년 모여 어린이가 어려워하는 과학을 알기 쉽게 이해하기 위해 만든 122쪽짜리 책이다. 대구경북 어린이 대상으로 과학 전파를 위해 펴낸 과학잡지 즉 '사이진'(sciezine)인 셈이다.필진은 지난 2011년부터 구미과학관장으로 일하는 백옥경 당시 잡지 책임 운영자와 대구의 대학교 생활과학 강사, 의대 연구원, 대학원생이던 여성으로 대구경북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에서 실시한 전문 교육과정(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을 마친 수료자였다.책에는 먼저 여러 거미의 삶과 일생, 꿈속에서 거미가 된 딸 이야기 등을 다룬 백 관장의 '거미가 된 아이'라는 소설이 등장한다. 이어 쇠 이야기를 담은 '보물을 찾아 떠나는 신나는 철의 여행'(홍경미), 별과 우주 탄생을 다룬 '별도 태어나고 죽어요'(서정선)가 소개된다.또 원자력에 대한 '송 샘, 원자력의 비밀을 파헤치다'(송영주), 음식으로 지구온난화를 살핀 '엄마가 들려주는 햄버거 이야기'(박진희), 녹색 성장을 다룬 '은 목걸이의 비밀'(김효정), 자연에서 인간이 배우는 '생체모방'(조현실), 치타라는 동물로 진화론을 알아보는 '치타의 진화 이야기'(이정주)가 나온다.모두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그림과 사진도 곁들여 알기 쉽게 과학을 풀이했다. 첫 발간 이후 발간이 중단돼 아쉬움을 남겼다. 그런데 지난 10월 28일 구미고등학교 학생들이 글 쓰고 그림까지 그린 어린이 과학 동화집 18권을 만들어 전국 초교와 도서관에 전달해 관심을 끌고 있다.77명 학생이 지난 3월부터 9개월 동안 작업한 '우동사리'(우리가 만든 동화책으로 사이언스를 전하리)의 결과물이다. 18권짜리 동화집은 땅과 하늘, 사람과 동물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구성해 재미를 더하고 있다. 또한 전체 30여 쪽에 불과해 지루하지 않게 배려했다.지난 2010년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받아 이번에 동화책을 낸 77명의 우동사리에 이어 구미고가 내년에는 과학 내용의 현대음악을 만들 계획이라니 벌써 기대된다. 게다가 지난해는 과학 창작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니 더욱 그렇다. 구미고의 '우동사리', '사이진'과 달리 중단없이 쭉 이어지길 응원한다.

2019-12-04 06:30:00

[야고부] 동포를 외면한 죄

[야고부] 동포를 외면한 죄

독일 통일은 서독이 동독을 돈으로 사버린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일 전까지 서독에서 동독으로 흘러간 돈은 말 그대로 천문학적 규모다. 통일될 때까지 40년간 무역 이외에 서독 정부가 동독에 지급한 공적 보조금과 서독 주민이 동독의 가족에게 보낸 돈과 현물 등 사적 보조금은 모두 750억∼1천억마르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얄타에서 베를린까지' 윌리엄 스마이저)여기에는 '프라이카우프'(Freikauf)에 쓴 34억6천400만마르크도 포함된다. 프라이카우프는 '자유를 산다'는 의미로, 돈을 주고 동독 내 정치범을 서독으로 데려오는 프로젝트이다. 1962년 독일개신교연합회가 옥수수, 석탄 등 트럭 3대분의 현물을 몸값으로 주고 동독에 수감된 성직자 150명을 서독으로 데려온 것이 그 시작이었다.이에 서독 정부도 1963년 동독의 '매수'에 나서 현금 32만마르크를 주고 정치범 8명과 서독에 부모가 있는 어린이 20명을 서독으로 데려왔다. 이렇게 시작한 프라이카우프는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 붕괴 직전까지 동독 정치범 33만755명과 그 가족 25만여 명을 서독으로 데려왔다.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서독에서는 우파인 기독교민주연합과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 6명의 총리가 나왔지만 아무도 이를 중단하지 않았다. 좌우를 막론하고 곤경에 처한 동포를 구한다는 따뜻한 동포애가 살아 있었던 것이다.한국의 좌파 정부는 이런 동포애가 없다. 오히려 북한 눈치를 살피느라 탈북민의 곤경을 외면한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 그렇다. 지난달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민 14명이 베트남에서 체포돼 중국으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북한 인권단체가 정부에 도움을 청했지만 '기다리라'고만 했을 뿐이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나자빠진다.지난 4월에도 똑같았다. 한국으로 오려던 탈북민 3명이 베트남에서 체포됐을 때 외교부가 이들이 한국인이라는 전화 한 통만 했으면 이들은 중국으로 추방되지 않았다. 북한 인권단체가 이들을 체포한 베트남 부대 지휘관의 전화번호까지 전달했지만 외교부는 꼼짝도 않았다. 이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은 것이다. 그 죄가 참으로 무겁다.

2019-12-02 19:55:49

[야고부] 더부살이 동물

[야고부] 더부살이 동물

반려동물 인구 1천만 명 시대라고 한다. 국내 전체 2천만 가구 중 대략 25%인 500만 가구가 각종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는 조사 결과다. 한 민간 연구소가 조사해보니 대표적인 반려동물인 개의 양육 비중이 약 75%로 가장 많고 고양이가 30%, 열대어 등 어류가 약 1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1천만 명 시대'가 말해주듯 반려동물의 개체수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고 좀체 접하기 힘든 희귀 동물까지 그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사람의 영역 가까이에서 더부살이하는 동물도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비둘기나 까치, 까마귀, 멧돼지 등은 우리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인간의 손길에서 벗어난 길고양이나 들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문제는 야생동물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사람을 해치거나 각종 시설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멧돼지' 문제가 대표적이다. 도심 외곽이나 농촌지역의 경우 고압 전류가 흐르는 펜스나 미끼를 넣은 대형 포획 틀을 설치하는 사례도 부쩍 늘고 있다는 보도다.송전선에 피해를 주고 단전을 야기하는 까치에 이어 요즘에는 까마귀도 큰 골칫거리다. 울산과 제주도 등에서는 까마귀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지방자치단체마다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비둘기 배설물 피해가 큰 유럽의 도시들은 그물망 포(砲)까지 동원해 비둘기 포획에 나서는 등 유해 조수 문제가 이제 지구촌 공통의 관심사가 됐다.최근 경북대 본교 캠퍼스에 서식하는 수많은 비둘기 때문에 불편이 커지자 대학 측에서 '참매'를 방사해 화제다. 천연기념물인 참매는 청둥오리·멧비둘기 등을 먹이로 하는 맹금류로 대학 구내에 모습을 드러낸 참매에 비둘기가 쫓겨가는 보기 드문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물론 참매를 동원한 것은 야생 조수 피해를 줄이려는 적극적인 대응책의 하나이지만 그 효과나 지속성에서는 회의적이다. 평소 야생 조수의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먹이 공급을 조절하는 등 근원적인 대책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자연 생태계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일시적인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지금부터 이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키워나갈 필요가 있다.

2019-12-02 06:30:00

[야고부] 선거 독재

[야고부] 선거 독재

선거는 민주주의 국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공산 독재국가에서도 선거는 한다. 정부가 지정한 1인에 대한 찬반투표가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이는 독재체제에 민주적 정당성이란 외피를 씌우기 위한 사기(詐欺)일 뿐이다. 이를 '선거 독재'라고 부를 수 있겠다.이렇게 노골적이지 않고 좀 더 세련된 선거 독재도 있다. 다당제를 허용하면서도 공산당 지배에는 전혀 손상이 가지 않는 방식으로, 구 동독이 좋은 예다. 1963년 동독은 인민의회 의석을 재배분했다. 지배 세력인 독일사회주의통합당은 100석에서 110석, 사통당 2중대인 대중조직 대표체는 110석에서 144석으로 각각 늘리고 자유민주당 등 3개 비공산주의 정당은 이전과 똑같이 각각 45석을 배정했다. 범(汎)공산당이 비공산당을 압도하도록 '제도화'한 것이다.공산국가 출현 이전에도 선거 독재는 있었다. 재산 규모에 따라 투표권을 불균등 배분하는 것이다. 재산이 많은 극소수의 첫 번째 계급과 이들보다 재산은 적고 수는 더 많은 두 번째 계급, 재산이 거의 없는 대다수의 세 번째 계급이 각각 동일한 수의 대표를 갖는 프로이센의 '3계급 투표제'가 대표적이다.이는 과두(寡頭) 지배 체제의 유지가 목적으로, 당연하지만 극단적인 정치적 차별을 낳았다. 1913년 선거에서 지지율 17%인 보수당은 50% 의석을 차지했지만 28%의 지지를 받은 사민당의 의석은 2%에 불과했다.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하려는 선거법 개정안도 '선거 독재'를 겨냥하고 있다. 명분은 사표(死票) 방지이지만 속셈은 범여권 군소정당을 장기 집권을 위한 들러리로 세우는 것이다. 그 미끼가 비례대표 의석수 증가이다. 어떻게 조정하든 지금보다 지역구를 줄이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군소정당 특히 정의당은 어쨌든 득을 본다.정의당이 28일 선거법 개정안 원안보다 지역구를 약간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는 수정안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의석수 욕심에 선거 독재 구축에 합세하려는 그 모습이 참으로 역겹다. 이러니 '정의당'에는 '정의'가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나.

2019-11-29 19:54:27

[야고부] 소환되는 새마을운동

[야고부] 소환되는 새마을운동

"임자, 잠깐 기차를 세워! 내가 뭐 좀 봐야겠어. 뒤쪽으로 후진시켜. 여기가 어디야?" "청도군 신도리라는 곳입니다."1969년 8월 4일. 기습 폭우로 전국 농촌이 신음하던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전용열차로 경부선을 타고 청도를 지나 홍수 피해가 컸던 경남지역을 둘러보러 가던 길이었다. 그런데 창밖에 비친 농촌 모습이 어딘가 달랐다. 수행원들이 둘러본 마을은 청도읍 신도리였다.마을 주민들이 무너진 제방을 복구하고 동네 안길을 고치고 있었다. 마을 뒷산은 산림이 우거졌고, 집은 개량된 지붕으로 말끔히 단장됐다. 마을 안길도 비좁지 않아 우마차가 시원스레 지날 정도였다. 흔히 보는 그런 농촌이 아니었다. 주민들이 전한 그 비결은 '주민 스스로' 총회를 거쳐 마을을 가꾼 데 있었다.이어 1970년 4월 22일. 한해(旱害)대책 전국 지방장관회의가 열렸다. 박 전 대통령은 '새마을가꾸기 사업'을 제안했다. '5천년 묵은 가난을 몰아내도록' 시작된 새마을운동은 이렇게 '새마을가꾸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청도군이 지난 5월 펴낸 책 '청도사람들의 새마을운동'에는 이런 일화와 새마을운동에 앞장선 40명의 지도자·주민·출향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새마을운동 발상지'를 자부하는 청도로선 책을 펴낼 만큼 자랑스러울 터이다.우리 역사 속 새마을운동은 나라 밖에 수출도 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찬밥 신세였다. 박정희·근혜 전 대통령 부녀의 흔적이 어린 탓이었으리라. 홀대의 새마을운동은 그러나 지난 2017년 11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회의 방문으로 대접받았다. 그나마 이들 나라의 남다른 새마을운동 평가 덕분이긴 하지만 말이다.그리고 부산에서 25~27일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이 다시 소환됐다. 문 대통령이 27일 아세안 10개국 중 베트남·태국 등 메콩강 인접 5개국 정상회의에서 "새마을운동을 전파한 농촌개발사업 등도 전개할 것"이라며 새마을운동을 끄집어내서다.비록 나라 밖에서 인정받아 다시 나라 안으로 소환되기에 이르렀으나 어찌 반갑지 않을 수 있겠는가. 늦었지만 새마을운동의 끊임없는 소환으로, 나라 밖으로 훨훨 널리 퍼지길 기대하면 헛된 꿈일까.

2019-11-29 06:30:00

[야고부] 가야(伽倻)문명과 아리랑

[야고부] 가야(伽倻)문명과 아리랑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놓아라. 만약에 내놓지 않으면 구워 먹으리'(龜何龜何 首其現也 若不現也 燔灼而喫也).아직 임금이 없던 가락국의 추장 9명이 구지봉에 백성들을 모아놓고 이 노래(龜旨歌)를 부르니 하늘에서 6개의 황금알이 내려와 귀공자로 변했는데 그들이 각각 6가야의 왕이 되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큰 알에서 나온 사람이 수로왕이었다.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전하는 난생설화이다.어떤 학자는 이 난생설화에서 우리 겨레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의 유래를 찾기도 한다. 아리랑의 어원 중 '아리'가 알(卵)에서 유래되었다는 주장이다. 고대의 난생설화에서 '알'은 태양을 상징하며 우두머리를 나타낸다. 알은 신성하고 거룩한 것이다. '아리랑'을 '왕이랑'으로 해석하고, '아라리요'를 '아프다'는 우리 옛말 '알흐리요'와 연계하는 근거로 삼는 것이다.따라서 '아리랑 아라리요'는 '왕과 함께 앓으리요'란 뜻으로 왕과 민중의 하나됨을 의미한다. 제정일치였던 고대에는 나라의 흥망이 구성원인 민중의 생사를 가름했다. 유랑 민족의 심리적 격동과 승화된 한(恨)의 집단 반응이 아리랑을 낳았을 것이라는 학설이다. 가야 제국의 멸망 또한 그랬을 것이다. 기원 전후에서 6C에 이를 무렵, 한반도 남쪽 낙동강 일대에 번성했던 가야 연맹 왕국은 신라에 병합되면서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졌다.고분군 발굴과 함께 그 실체가 드러나면서 가야의 재조명이 본격화된 것은 불과 30여 년 전이다. 2010년에는 드라마 '김수로왕'이 등장하고, 학계의 연구와 출판도 잇따랐다. 동아시아 고대사의 미스터리를 간직한 '철의 제국'이 '잃어버린 왕국'에서 '제4의 제국'으로 부상할 태세이다. '철의 강국' '해상교역 대국' '다문화 문명국'으로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가야 문화권 시장·군수협의회가 가야의 역사·문화 복원을 위한 국회의 특별법 통과를 재촉하는 가운데, 12월부터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야본성-칼(劒)과 현(絃)' 특별전을 개최한다. 상당수 가야 고분군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다. 벼농사와 토기 제작 그리고 철기문명과 가야금으로 한반도 역사와 일본 문화에 깊게 스며든 가야인의 아리랑을 새삼 주목한다.

2019-11-28 06:30:00

[관풍루]대구 상용근로자, 전국 특별·광역시 7곳 중 가장 오래 일하고 월급은 가장 적게 받아.

○…대구 상용근로자, 전국 특별·광역시 7곳 중 가장 오래 일하고 월급은 가장 적게 받아. 많은 젊은이들이 버리고 떠날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민주당 홍의락 의원, 한국당내 TK다선 의원 물갈이론에 '장기판의 졸' 키운다 비판. 다선 중 열심인 의원 찾기 어렵고 초선 중 열심인 의원 많은 것은 어찌 설명하오.○…올들어 조세·준조세 부담 증가로 가계소득 증가가 가계부채 증가 속도 못미쳐. 파이 키울 생각은 않고 있는 파이 잘게 쪼게 나누는 소득주도성장의 그늘.

2019-11-28 06:30:00

[야고부] 이순신, 회초리 들다

[야고부] 이순신, 회초리 들다

이순신 장군을 뵐 면목이 없어지고 말았다. '열두 척의 배'를 들먹이고 '거북선횟집'에서 오찬을 하며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의 큰소리가 빈말이 됐다. 나라를 뒤흔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소동으로 잃어버린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일본엔 타격도 못 줬고 한·미 동맹만 균열이 갔다. 국론 분열에다 국민 자존심에도 금이 갔다.바둑·장기에서도 몇 수 앞을 내다봐야 승산이 있다. 하물며 국가 간 분쟁에서는 몇십 수 앞을 내다보는 혜안(慧眼)과 전략이 있더라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일본에 대한 보복 카드로 지소미아 파기를 들고나왔던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는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했다. 애초부터 '다시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었다.지소미아를 한·일 간 단순한 협정 정도로 오판(誤判)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정부 잘못이 크다. 지소미아는 한·미·일 동맹을 지탱하는 축이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틀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도 지소미아 파기가 3국 동맹을 허물어뜨리기 때문이다. 수출 규제를 한 일본에 대한 맞불 조치로 지소미아 종료를 꺼내 들었던 문재인 정권은 지소미아 의미를 잘 몰랐거나 알고도 무시했을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미 동맹과 아무 관련이 없다"는 청와대는 참으로 무지했다. '죽창가'를 외치는 사람들에게 파기 이후 몰려올 후폭풍이 보일 리 만무했다.'손자병법'에 '선승구전'(先勝求戰)이란 말이 있다. 미리 이겨 놓고 싸운다는 말이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23번의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전과를 올린 핵심 전략이 선승구전이다. 이미 이길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만들어 놓고 전투에 나선 덕분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할 수 있었다.지소미아 종료가 유예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나라를 이리저리 끌고 가는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 탓에 국민은 불안하다. 지소미아 파기 소동과 같은 오판과 전략 부재, 그로 말미암은 실패, 구차한 변명이 나라 곳곳에서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정권이 열두 척의 배와 같은 이순신 장군의 겉만 봤을 뿐 선승구전의 지혜와 전략을 배우지 못한 탓이다. 이순신 장군이 회초리를 들 지경이다.

2019-11-27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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