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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컴퓨터 훈련만 하는 군대

[야고부] 컴퓨터 훈련만 하는 군대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지. 한 대 처맞기 전까지는."(마이크 타이슨) 인간사 모두가 그렇지만 전쟁만큼 이런 말이 잘 들어맞는 것도 없다. 생각도 못한 변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게 전쟁이다. 1942년 히틀러의 소련 침공이 그랬다.독일의 계획은 대략 4주 내에 작전을 완료한다는 것이었다. 개전과 동시에 소련군을 박살 내면서 계획대로 되는 듯했다. 거기까지였다. 아무리 쳐부숴도 소련군은 '화수분'이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련 예비 병력에 독일은 기가 질렸다. 당시 독일군 참모총장 프란츠 할더는 일기에 이렇게 썼다. "전쟁이 시작될 때 우리는 러시아군 사단이 200개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는 이미 360개를 세었다."인도 동북쪽의 주요 도시인 임팔을 공략하기 위해 일본이 1943년 3월부터 7월까지 전개한 임팔 작전도 마찬가지다. 전사 3만 명, 부상 2만5천 명이란 막대한 피해를 내고 무위로 끝났다.지휘관 무타구치 렌야(牟田口 廉也)의 계획은 50일 안에 임팔을 점령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위한 보급 계획은 무모했다. 병사들에게 3주치 식량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군수품 운반을 위해 징발한 물소 고기로 충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물소는 인도와 버마(지금의 미얀마) 국경의 험준한 산을 넘는 도중 대부분 절벽에서 떨어져 죽었다.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건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야외 기동훈련 없는 컴퓨터 훈련으로는 연합 방위 능력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은 2019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축소·폐지되고 훈련도 대부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바뀌었다.컴퓨터 도상(圖上) 훈련은 시나리오를 정해 놓고 한다. 그러나 전쟁에서는 그런 시나리오가 없다. 수많은 변수가 예상 못한 지점과 시간에 출현한다. 컴퓨터 훈련으로는 그런 변수에 대처할 능력이 길러질 리 없다.

2021-01-30 05:00:00

[야고부] 찬미(讚美) 문재인

[야고부] 찬미(讚美) 문재인

'사미인곡'(思美人曲)은 조선 선조 때 정치가 송강 정철(鄭澈)이 1587~1588년 쓴 가사(歌辭) 작품이다. '이 몸이 태어날 때 님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생 함께할 인연이며~,(로 시작해) 님께서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님을 따르리라'로 맺는다. 이별한 남편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지만, 실은 고신연주(孤臣戀主)의 정(情), 즉 임금의 사랑을 잃었으나 자신의 충정은 변함없음을 호소한 것이다. 당시 정철은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인 전라도 창평(昌平)에 살고 있었다.군주국 조선에서 신하는 임금의 마음에 들어야 관직을 얻을 수 있었다. 정철은 '사미인곡'을 씀으로써 다시 임금의 마음을 얻고 싶어 했다. 정철뿐만 아니라 조선의 신하들에게는 자신의 철학과 능력, 비전보다 임금의 총애가 훨씬 중요했다.정철이 '사미인곡'을 쓰고 433년이 지났다. 국가 체제는 군주제에서 민주공화제로 바뀌었고 사회풍토, 산업구조 등 거의 모든 영역이 진보했다. 하지만 정치 영역은 거꾸로 간다. 군주국에서나 있을 일들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진다.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이다!"는 찬사의 글을 썼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던 대한민국과 대통령을 맞이할 수 있게 됐다.… 1월 24일 오늘은, 대통령님의 69번째 생신이다"고 썼다. '대깨문'들은 "명월(明月)이 천산만락(千山萬落)에 아니 비친 데가 없다"는 문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를 냈다. 그들에게는 천산만락에서 터져 나오는 '곡소리'가 가야금 선율로 들리는 모양이다. 하긴 온갖 폭정과 실정이 밝고 부드러운 달빛으로 둔갑하는데, 곡소리가 가야금 선율이 못 될 까닭도 없다. '명월 천산만락…' 어쩌고 하는 저 낯뜨거운 칭송은 정철이 또 다른 가사 작품 '관동별곡'(關東別曲)에서 선조 임금에게 바친 아부였다.민주당 후보들에게는 개인 능력, 대중성은 둘째 문제다. 대통령에 대한 사모의 정이 약하면 당내 경선 탈락이다. 본선엔 나가지도 못한다. 조선에서 임금이 절대적이듯, 북한에서 김정은이 원톱이듯, 누가 문 대통령을 더 잘 보필하느냐가 '간택'의 기준이다. 퇴행도 이런 퇴행이 없다.

2021-01-29 05:00:00

[야고부] ‘이재용 옥중 회견문’

[야고부] ‘이재용 옥중 회견문’

가짜 뉴스(fake news)가 만들어지는 것과 유통되는 것은 별개 사안으로 봐야 한다. 가짜 뉴스 생산엔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목적이 개입된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만 살펴보면 허위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가짜 뉴스가 급속히 퍼져 나가는 까닭은 복합적이다. "사람은 자기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했듯이 가짜 뉴스를 진짜로 믿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이다.최근 화제가 된 가짜 뉴스 두 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대중의 비판 심리가 가짜 뉴스가 퍼지는 촉매제가 됐기 때문이다.국정 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특별 회견문'. 삼성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내용이 구체적이어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다. '이재용입니다'로 시작하는 1천200여 자 옥중 회견문에는 "그룹 본사를 제3국으로 옮기겠다" "이제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박근혜 대통령의 부탁을 직접 받은 건 아니다" "말을 사서 정유라가 사용하도록 한 것이나 영재센터에 기금을 지원한 것은 기업인으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삼성에서 80억이 돈이냐? 개인 돈으로 지원했어도 뇌물은 변함이 없었을 것"이란 문구도 포함됐다.수년째 감옥을 오가는 이 부회장의 처지가 가짜 회견문을 널리 유포하게 만들었다. 정권으로부터 워낙 고초를 당하다 보니 이 부회장이 삼성 본사를 외국으로 옮기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터였다.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과 관련한 가짜 사진도 나돌았다. 이 사진엔 프롬프터 화면에 '대통령님, 말문 막히시면 원론적인 답변부터 하시면서 시간을 끌어 보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조작된 사진이 진짜처럼 여겨지며 유포된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 책임도 있다. 문 대통령의 동문서답, 견강부회, 자화자찬에다 정곡을 찌르지 못한 질문 등 대통령 기자회견에 실망한 민심이 가짜 사진 유포의 단초가 됐다.나뭇가지 하나에 깃든 춘심(春心)을 알아채야 하는 법. 가짜 뉴스가 널리 퍼지는 것 자체를 탓할 게 아니라 유포되는 까닭을 성찰하는 게 위정자가 할 일이다. 민심을 살피라는 말이다. 비를 맞은 뒤 우산을 펴는 것은 너무도 어리석은 일이다.

2021-01-28 05:00:00

[야고부] 이마트 프로야구단

[야고부] 이마트 프로야구단

코로나 탓에 스포츠계도 죽을 맛이다. 특히 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인 프로 스포츠는 코로나로 입장이 제한되면서 돈줄이 마르는 상황이다. 계속 이어진 무관중·최소 관중 경기는 사실상 김 빠진 맥주나 다름없다.프로 스포츠는 철저히 수익을 따지고 돈으로 평가하는 '비즈니스의 총아'다. 한 예로 막강한 경제력과 브랜드 파워를 가진 미국은 프로 스포츠 시장 규모가 엄청나다. 아메리칸 풋볼과 농구, 야구, 아이스하키 등 4대 스포츠를 위시해 미국 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571조원(2017년 기준)으로 단연 세계 1위다. 한국 시장은 약 75조원 규모로 추산한다.'풋볼은 축제, 야구는 일상'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서 스포츠는 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다. 4대 스포츠 중 가장 먼저 시작된 메이저리그(1876년) 시장 규모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럽 4대 축구 리그를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 중동의 부호들이 '오일 머니'를 싸들고 유럽 축구시장에 뛰어들어 판도를 바꿔나가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국내 프로 스포츠 시장도 매년 커지고 있다. 아직은 국제와의 격차가 있지만 매년 몸집을 불리고 있다. 26일 SK 프로야구단을 1천352억원에 인수 협약한 신세계그룹 이마트의 투자도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프로 스포츠 접근법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관심사다.유통 기업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통합과 온라인 시장 확장을 위해 몇 해 전부터 프로야구단 인수를 물색해 왔다고 한다. 대형 유통 현장을 찾는 고객과 야구팬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시너지를 키우려는 전략적 선택인 것이다.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은 프로야구는 팬들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하고 게임이나 커뮤니티 활동이 활발해 온·오프라인 통합에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야구장을 찾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서비스를 제공해 '보는 야구'에서 '즐기는 야구'로 진화시키겠다는 것이 신세계그룹의 복안이다.이제 한국도 과거처럼 기업에 프로 스포츠단을 떠넘기던 시절은 지났다. 스포츠의 주요 소비자인 중산층의 폭이 두터워지면서 엔터테인먼트가 유통과 연결되고 비즈니스가 성숙해지는 환경에 진입한 것이다. 이번 인수가 국내 스포츠계에 어떤 자극제가 될지 기대가 크다.

2021-01-27 05:00:00

[야고부] 비밀번호 관리

[야고부] 비밀번호 관리

코로나19 시국이라 어디를 가더라도 체온을 재고 휴대전화 번호를 적는다. 최근 음식점에 들어가면서 갑자기 휴대전화 번호 가운데 네 자리가 생각나지 않아 당황한 적이 있다.일시적인 일이었고 전화번호를 기억하는 대신 휴대전화로 확인하는 게 일반화된 상황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런데 전화번호 기억보다 더 심각한 게 있다. 현대 생활의 필수품이 된 각종 비밀번호 관리다. 이를 위한 그 나름의 기술이 필요하다.예전 수십 개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다닐 때처럼 기억력에 의존하면 좋겠지만 문명의 이기가 숫자에 대한 기억력을 떨어뜨렸다. 어쩔 수 없이 각종 비밀번호를 한 군데 모아 휴대전화 노트에 저장하고 혹시나 해서 프린트까지 해 놓았다.옥상옥은 또 있다. 휴대전화는 잠금 해제 패턴을 실행해야 열리고, 노트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내용물을 볼 수 있다.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을까. 노트 속에는 30개가 넘는 비밀번호가 담겨 있다. 일상생활과 업무에 필요한 것들이다.아파트 거주자에게 필요한 두 단계의 비밀번호가 있다. 경북본사 근무 시절 숙소와 사무실 비밀번호도 담겼다. 은행과 카드사 업무, 항공사 마일리지 확인을 위한 것과 포털 사이트 이용 등 SNS를 위한 비밀번호도 여러 개다. 예전 타고 다닌 승용차 문을 여는 비밀번호도 있다.회사, 기자 업무를 위한 컴퓨터 사용, 정보 이용 비밀번호도 10여 개나 된다. 비밀번호가 없으면 아무 일도 못 할 지경이다.그나마 올해부터 공인인증서를 대신하는 민간인증서가 도입돼 다행스럽다. 특수문자를 포함한 10자리 공인인증서 비밀번호를 매년 편안한 마음으로 갱신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연말정산을 하면서 민간인증서의 편리함을 맛본 시민들은 다른 분야에서도 비밀번호 관리에 대한 개선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얼마 전 비트코인을 담은 전자지갑의 비밀번호를 몰라 2천600억원을 찾지 못할 위기에 빠진 미국 남성 이야기가 뜨거운 뉴스로 떠올랐다. 암호화폐 분석 업체에 따르면 비트코인 중 20%는 주인이 전자지갑을 여는 데 실패해 찾아가지 못하고 있다.여하튼 비밀번호 관리가 현대인의 새로운 고민거리가 된 건 분명하다.

2021-01-26 05:00:00

[야고부] 공수처, 적폐 이처럼!

[야고부] 공수처, 적폐 이처럼!

'세상 여론이 모두 통쾌하게 생각했다.'(輿情咸快'여정함쾌)조선 때 안동 사람 배삼익 묘지에 적힌 글로, 새긴 까닭이 있다. 그가 네 임금(중종~선조) 65년에 걸쳐 난마처럼 얽힌 한 집안의 억울함을 오로지 '법과 정의'의 잣대로, 앞선 어떤 조정과 관리도 손 대지 못한 난제를 푼 업적을 뒷사람들이 기려서다. 대(代)를 이은 적폐(積弊)를 권력 눈치 보지 않고 줏대 있게 풀었으니 당시 사람들로선 그럴 만했으리라.그가 1586년(선조 19년) 장례원 판결사(判決事)에 앉을 당시 누명으로 망한 집안을 바로 세워 달라는 송사가 있었다. 1521년(중종 16년) '신사무옥'(辛巳誣獄)으로 안씨(安氏) 집안 사람은 역모로 여럿 목숨을 잃었지만 무고한 송씨(宋氏) 집안 사람은 공신으로 영달을 누렸다. 안씨 집안 몰락에 송씨 집안은 관계·학계에 탄탄한 터를 다졌고 세상은 어쩌지 못했다.이미 60년 세월이 흘렀고, 풍비박산의 안씨 집안 사람 말을 들을 사람보다 네 임금 거치며 쌓은 인맥과 집안 아들 5형제 출세로 송씨 집안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한 아들은 학문으로 뛰어난 제자도 기르고 이이·성혼 같은 당대 서인 인물과 두터운 우의를 다졌다. 이들 송·이·성 세 사람 이야기와 주고받은 편지 즉 삼현수간(三賢手簡)은 뒷날 사람들 관심을 끌 정도였다.이런 세월에 묻힌 두 집안 사연과 무고에 따른 한 집안의 억울함은 결국 판결사에 오른 배삼익이 풀었다. 왕을 설득해 무고한 5형제 아버지 위훈(偉勳)을 없애고 노비 신세의 안씨 집안은 옛 신분을 되찾았다. 송씨 형제는 천민 신분이 됐다. 뒷날 안씨 집안에 대해 "세력이 약하여 이길 수 없었고, 법관들이 모두 피해 판결하지 못했다"며 "배삼익이 판결하니 여론이 모두 통쾌하게 여겼다"는 평가는 수긍할 만하다.지난 21일 정부·여당이 목을 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다. 초대 해결사로 대구 출신 김진욱 처장이 나섰다. 그러나 공수처를 두고 정부·여당의 환호와 야당의 '정권 수호처' 걱정이 확실히 엇갈린다. 지금 정부 관련 숱한 의혹의 느슨한 수사나 정부·여당 사람의 이런 뭇 의혹 뭉개기 같은 발언과 행동을 보면 공수처 앞날도 알 수 없다. 김 처장이 과연 '산' 권력을 감쌀지, 배삼익처럼 판결사로 역사에 남을 길을 갈지 두고 볼 일이다.

2021-01-25 05:00:00

[야고부] 박정희·김일성의 대결

[야고부] 박정희·김일성의 대결

지난 100년 동안 한반도에 큰 족적(足跡)을 남긴 두 사람을 꼽는다면 박정희와 김일성이다. 두 사람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남북한 체제 경쟁을 이끌며 다른 삶을 살았다.박정희는 경제개발5개년계획, 새마을운동,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추진해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는 기반을 마련했다. 남한에 앞서가던 북한을 완벽하게 추월했다. 1961년 남한의 1인당 소득은 82달러에 불과했으나 1979년 1천640달러로 20배나 커졌다. 같은 시기 북한은 195달러에서 1천114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김일성이 김신조 특공대, 문세광을 앞세워 박정희를 제거하려 한 것도 체제 경쟁에서 밀린 탓이 컸다.지금 남북한 위상을 보더라도 박정희가 김일성에게 완승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9 남북한 주요 통계 지표'에 따르면 남북한은 천양지차다. 북한의 국내총생산은 35조3천억원으로 남한(1천919조원)의 54분의 1이다.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141만원으로 남한(3천744만원)과의 격차가 27배에 달한다. 북한의 무역액은 32억4천만달러로 남한(1조456억달러)의 322분의 1에 불과하다. 북한의 기대수명은 남성 66.7세, 여성 73.5세로 남한(80.0세·85.9세)과 비교가 안 된다.남북한 국력(國力) 차이를 감안하면 북한이 남한에 고개를 숙이고 쩔쩔매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특등 머저리' 등 남한을 향해 험한 말을 쏟아내고, 핵무기를 앞세워 위협하고 있다. 그에 반해 남한은 북한의 비난을 받은 외교부 장관을 갈아 치우고, 한미연합군사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에 허락 받겠다는 등 저자세다. 북한이 강대국, 남한이 약소국 모양새다.김일성 손자가 북한을 통치하는 것과 달리 남한은 박정희를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세력이 정권을 잡고 있다. 지금까지는 남한이 확실하게 이겼던 남북한 체제 경쟁이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에 굽실거리는 남한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김일성은 파안대소, 박정희는 울며 땅을 칠지도 모를 일이다.

2021-01-23 05:00:00

[야고부] 공매도 논란

[야고부] 공매도 논란

최근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 '공매도'(空賣渡) 재개가 큰 관심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공매도 금지' 청원까지 등장하자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부와 금융 당국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21일 현재 서명한 인원만도 16만 명을 넘었다.공매도는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매입해 주식을 되갚고 차익을 챙기는 투자 방식이다. 세계 각국 주식시장에서 허용하는 제도이지만 한국 증시에서 공매도는 '맹독성 제초제'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선진 금융시장과 달리 공매도 규정이 너무 엉성해 '개미 돈 먹는 하마'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공매도 거래에 순기능도 있다. 과열된 증시를 가라앉히는 데 공매도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시장 상황에 의문을 가진 일부 헤지펀드의 '빅 쇼트'(공매도)가 버블을 잠재운 방향타가 됐다. '대륙의 커피'로 불린 중국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을 추적해 상장 폐지로 몰아간 '머디 워터스' 사례도 공매도의 긍정적인 얼굴이다. 하지만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수익이 나기 때문에 '주가 하락의 촉매제'라는 비판도 만만찮다.정부가 공매도를 중단한 것은 작년 3월이다. 코로나 사태로 증시 폭락 사태에 직면하자 3월 16일부터 6개월씩 두 차례 금지했다. 오는 3월 15일로 금지 기간이 끝난다. 그러자 개미들이 들고일어났다. 이대로 공매도를 재개하면 10년 넘게 증시를 2,000선에 가둬 둔 '박스피'(박스+코스피)가 재현된다는 주장이다. 개미들은 "미국 증시처럼 무차입 공매도 금지와 차입금 의무 상환 기간 설정, 증거금 납입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질 때까지 금지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키운다. 이에 정부도 '제도 개선 후 공매도 재개'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공매도가 기관이나 자본 규모가 큰 외국인 투자자의 배만 불리는 '영양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매도를 금지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거나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고 주가 거품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배척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제가 많은 제도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그게 더 큰 문제다. 어떤 제도든 공정하면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인정받게 마련이다.

2021-01-22 05:00:00

[야고부] 일론 머스크의 꿈

[야고부] 일론 머스크의 꿈

현재 세계 제1의 부자는 일론 머스크다. 테슬라 모터스의 최고경영자인 그의 재산은 1천950억달러(한화 215조원)에 이른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을 탐독하던 소년 머스크는 하루 10시간씩의 독서를 통해 지식과 상상력을 키웠다. 떡잎부터 워커홀릭이었던 그는 온라인 결제 시스템 '페이팔'을 창업해 청년 시절에 이미 수천억원의 부(富)를 일궜다.젊은 시절 머스크는 하루 1달러만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한동안 이를 실천했다. 돈 욕심 없는 그가 세계 제1의 부호가 된 것은 역설적이다. 그의 가슴을 설레게 한 것은 돈이 아니라 꿈이었다.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킨다는 꿈이었으니 스케일이 장난 아니다. 이를 위해 그는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차렸다. 모두가 비웃었지만 불도저처럼 전진했다.수많은 실패 끝에 스페이스X는 우주개발사에 기록될 만한 신기술을 여럿 개발했고 미항공우주국(NASA)으로부터 3조원의 투자 지원 약속까지 받아냈다. 이제 민간인을 화성에 보낸다는 그의 구상이 허황되다 생각하는 이는 거의 없다. 이게 끝이 아니다. 4만 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지구 전역에서 초고속 인터넷 통신을 가능케 하고(스타링크 프로젝트), 시속 1천280㎞의 신개념 열차를 개발하며(하이퍼 루프),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시키는 인공지능 사업(뉴럴링크)도 추진하고 있다.어찌 보면 괴짜와 몽상가, 천재는 한 끗 차이다. 문명은 큰 꿈을 꾸는 괴짜들에 의해 도약하지 돈과 권력을 좇는 자가 주역이 될 수 없다. 현재 세계 제2의 부호인 제프 베조스(아마존닷컴의 경영자)도 준궤도 우주 관광 및 민간인 달 여행 프로젝트(블루 오리진)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참으로 공교롭다. 오랫동안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지켰던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도 백신과 식량, 방사능 위험 없는 원자력발전 개발 사업에 진력하고 있다.최근 우리나라에서는 명색이 최대 재벌의 오너가 경영권 승계 편의를 위해 86억원의 뇌물을 공여한 죄로 법의 심판을 받았다.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돈에 대한 갈애(渴愛)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진정한 부자라고 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론 머스크 같은 꿈을 꾸는 진짜 부자들 찾기가 왜 이리 어려운지. '인류의 미래' 같은 큰 꿈을 꾸는 '진짜 부자'들이 많은 미국이 부럽다.

2021-01-21 05:00:00

[야고부] 문재인의 망상

[야고부] 문재인의 망상

1941년 6월 22일 독일의 기습으로 시작된 독소전(獨蘇戰)에서 소련은 이겼지만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정규군인 850만 명을 포함해 2천만 명이 죽었다. 도시 1천701개, 마을 7만 개, 가옥 600만 채, 공장 3만1천850개가 파괴됐으며, 말 500만 마리, 소 등 가축 1천700만 마리가 독일군에게 약탈당했다. 소련이 미리 대비했다면 독일의 침공에 고전은 했겠지만 이렇게 큰 손해를 입지는 않았을 것이다.소련이 대비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독일과의 전쟁은 1941년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스탈린의 맹목적 믿음 때문이었다. 독일의 침공을 경고하는 정보가 1941년 봄 동안 끊이지 않았지만, 스탈린은 모두 무시했다.영국 총리 처칠은 해독한 독일군 명령서까지 제시하며 스탈린에게 경고했으나 마찬가지였다. 스탈린은 처칠의 경고가 불가침조약으로 맺어진 독일과 소련의 동맹을 찢으려는 비열한 수작이라고 믿었다.이것 말고도 경고는 넘쳐 났다. 일본에서 기자로 활동하며 독일 대사관을 상대로 소련 간첩질을 하던 독일인 리하르트 조르게가 독일이 6월 20일 공격할 것이라며 날짜까지 찍어 줬는데도 소련 정보부는 믿지 않았다. 또 침공 전 독일 정찰기가 150회 이상 소련 영공을 침범하고, 침공 하루 전인 6월 21일 독일 병사가 투항해 다음 날 독일군이 공격할 것이라고 했으나 스탈린은 흔들리지 않았다. 스탈린은 투항한 독일 병사를 총살하라고 명령했다.스탈린이 1941년에 독일과 전쟁은 없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이유는 독일이 영국과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총부리를 소련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란 자기 나름의 계산이었다. 한마디로 망상(妄想)이었다.문재인 대통령의 망상도 막상막하다. 북한 김정은이 집권 이후 일관되게 핵 무력 강화에 전력투구해 왔음은 세계가 아는 사실이다. '핵 무력 건설의 중단 없는 강행'을 천명한 제8차 당 대회는 이런 사실을 재확인해 주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평화와 비핵화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리고 김정은의 핵 무력 강화 천명의 원인을 평화 체제가 구축되지 않은 탓으로 돌리며 평화 체제가 되면 해결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통령이 앞장서 국민을 김정은의 핵 인질로 잡히는 꼴이다.

2021-01-20 05:00:00

[야고부] 코로나19와 영화

[야고부] 코로나19와 영화

영화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가 큰 대표적 업종이다. 많은 극장이 문을 닫았고 완성된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거나 온라인 동영상(OTT) 서비스로 넘어갔다. 어떤 영화들은 촬영을 중단하고 일부 영화들은 극장에서 상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극장 안은 썰렁할 수밖에 없다. 영화 관람은 청춘 남녀의 흔한 데이트 코스이자 대표적인 여가 보내기 수단이었는데 이제 보기 드문 풍경이 되고 있다.코로나19가 만든 세상은 이전의 세상과 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천만 관객이 드는 대박 영화를 더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극장 시스템이 OTT 서비스에 자리를 내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봉준호 영화감독은 이와 관련, 지난달 한 스페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낙관적이라며 "우리가 이전 세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것은 과장이다. 친구들에게 나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코로나19는 사라지고 영화는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봉 감독은 영화 '기생충'으로 2019년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2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봉 감독이 세계 영화사와 한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은 직후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쳤다. 이 때문에 세계 3대 영화제로 평가받는 칸 영화제는 지난해에 개최되지 못했으며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베네치아 영화제와 베를린 영화제는 온라인으로 개최됐다.봉 감독은 최근 올해 9월 열리는 제78회 베네치아 영화제의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그는 심사위원장직을 수락하면서 "진정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3대 영화제는 그동안 빔 벤더스,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마틴 스콜세지, 쿠엔틴 타란티노, 왕가위 등 명장들과 로버트 드니로, 카트린 드뇌브, 숀 펜, 공리, 케이트 블란쳇 등 명배우들이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세계적 거장 반열에 오른 봉 감독의 위상을 재확인한 셈이다.영화제가 개최되는 것은 영화가 변함없이 사람들의 현실과 꿈을 이야기하고 영화를 통해 문화 교류가 이뤄지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물러가고 세계 곳곳의 극장에서 많은 사람들이 큰 화면 속으로 빨려 들듯 몰입하는 순간을 기대하게 된다.

2021-01-19 05:00:00

[야고부] 시공초월 법리(法吏)

[야고부] 시공초월 법리(法吏)

문재인 정권에서 법(法)이 고무줄이 되고 있다. 정권 입맛에 따라 법을 적용하거나 적용하지 않음을 제멋대로 한다.2019년 3월 23일 새벽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긴급 출국금지할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은 출입국 당국에 보낸 출금 요청 서류에 '가짜' 사건번호와 존재하지도 않는 내사번호를 기재했다. 명백한 불법임에도 법무부는 "불가피했다. 별 문제 아니다"고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출금 조치'이기 때문이다.'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이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2017년 당시 사회정책비서관)의 선거 개입 혐의가 상당 부분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보고했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뭉개고 있다. 이 지검장은 또 지난해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채널A 사건'과 관련해 한동훈 검사장을 무혐의 처리해야 한다는 수사팀 보고서 역시 결재하지 않고 있다. 둘 다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수사 결과이기 때문이다.지난해 4·15 총선 이후 전국 130여 곳 지역구에서 선거무효 소송이 제기되었다. 공직선거법 제225조는 "선거에 관한 소청이나 소송은 다른 쟁송에 우선하여 신속히 결정 또는 재판하여야 하며, 소가 제기된 날부터 180일 이내에 처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9개월이 지나도록 130여 건 중 단 한 건도 결론 내리지 않았다. 정권 입맛에 안 맞는 소송이기 때문이다.2천100여 년 전 중국 한(漢)나라 무제(武帝) 때, 두주(杜周)라는 관리가 있었다. 그는 황제가 배척하려는 자는 모함해 잡아넣고, 황제가 풀어주려는 자는 '그 억울함을 넌지시 비추어' 풀어주었다. 한 논객이 "당신은 법에 따르지 않고, 오로지 황제의 뜻에 따라 판결하니, 어찌 된 거요?"라고 따졌다. 두주는 "율(律)과 령(令)은 황제가 그때그때 옳다고 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때그때 맞는 것이 옳다는 말입니다"고 답했다. 황제는 두주의 사람됨을 인정해 어사대부로 승진시켰다.문재인 정부 사법 관리들은 시공을 초월해 두주의 사법관(司法觀)을 전수받은 모양이다. 출중한 능력으로 2천100여 년을 훌쩍 뛰어넘고, 그 많은 법리(法吏) 중에 가장 나쁜 놈을 찾아내 사사(師事)했으니, 신축년(辛丑年) 승진을 기대할 만하다.

2021-01-18 05:00:00

[야고부] 망상 장애

[야고부] 망상 장애

망상(妄想) 장애는 현실 판단력의 장애로 인해 망령된 생각이 생기는 정신병적 질환이다. '망상은 논리적인 설명으로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의 잘못된 믿음이나 생각'으로 사전은 정의한다. 이런 망상 장애의 원인 중 하나로 사회문화적 요인을 꼽을 수 있는데 낯선 환경이나 문화와 맞닥뜨렸을 때 고립감·소외감 때문에 망상에 빠질 수 있다고 한다. 여러 사람이 망상을 서로 공유하는 공유 정신병적 장애도 마찬가지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최근 노골화하고 있는 중국의 '한국 문화 가로채기'는 거의 망상 장애 수준이다. 뜬금없이 김치나 한복, 태권도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중국 것"이라고 우기는 것도 모자라 이를 비판하면 "무식하다" 비아냥대는 꼴까지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이런 황당한 소동은 국수주의에 빠져 있는 일부 중국 청년들의 문제나 망상 수준이 아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과 관영 매체, 어용 지식인까지 가세한 '공유 과대망상 장애' 수준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최근 장쥔 UN 주재 중국대사가 SNS에 김장 사진과 함께 뜬금없이 김치를 홍보해 논란을 부른 데 이어 1천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유명 유튜버는 직접 김치를 담그고 김치찌개까지 끓이는 영상에 '중국 음식' 자막을 달았다가 큰 논란을 불렀다. 그러자 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는 SNS 계정을 통해 "한국 네티즌들의 비난은 부족한 자신감이 원인이며 피해망상을 낳을 뿐"이라고 대거리를 했다.김치는 피자나 퐁듀, 과카몰리 등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즐기는 음식이다. 하지만 김치를 먹고 만드는 모든 사람이 그들처럼 엉터리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많은 중국인들은 천연덕스럽게 "한국 문화는 중국에서 기원했으니 모두 중국 것"이라고 우긴다. "손흥민은 손오공의 후예"라고 내뱉을 정도니.중국인들이 어설프게 김치 담그기를 흉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오랜 세월, 우리가 직접 체득한 문화적 경험과 전통, 맛의 미학까지는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 없다. "김치는 중국 것"이라는 억지는 한마디로 '메이드 인 차이나 과대망상'이다.

2021-01-16 05:00:00

[야고부] 최면술 통치

[야고부] 최면술 통치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작년 한 해에만 100조5천억원을 가계가 은행에서 빌려 썼다. 2004년 집계 시작 이래 최대 증가 폭이다. IMF에 따르면 2020년 3분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100.6%다. 영국(87.7%), 미국(81.2%), 일본(65.3%)은 물론, 선진국 평균(78%)과 세계 평균(65.3%)에 비해 매우 높다. 왜 이처럼 어마어마한 빚을 끌어다 썼을까.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은 더 올랐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부지런히 일하고, 알뜰히 저축해도 집값은 자고 나면 올랐다. 아무리 아끼고, 열심히 벌어도 오르는 집값을 따라잡을 길이 없다. '일개미' 삶으로는 내 집 마련은커녕 점점 변두리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세상이 변하는 바람에 내 처지가 궁색해지는 것이다. '일개미'가 거액의 빚을 내 '동학개미'로 나서고, 영혼까지 끌어모아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까닭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상위 20%의 평균 순자산(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은 11억2천481만원으로 하위 20%(675만원)보다 11억1천800만원 이상 많았다. 상위 20%의 순자산은 2017년 9억4천670만원에서 계속 늘어 2020년 18.8% 증가한 반면, 하위 20%는 950만원에서 더 줄었다. 또 '순자산 5분위 배율'은 166.64배로 2019년(125.60배)보다 41.04배 포인트 올랐다. 5분위 배율이 클수록 자산 불평등이 심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폭등과 고용 한파로 이 배율은 매년 상승했다.좋은 말. 가령 사랑한다,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로 풀리는 매듭들이 있다. 가족 간, 친구 간 마음의 빚이나 소소한 앙금은 그런 말로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배부르다'고 천만 번 외친다고 사흘 굶은 사람의 배고픔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자기최면으로 시간만 보내다가는 사망에 이르기 마련이다.문재인 정부는 애당초 현실의 실체를 개선할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실체를 개선하는 대신 국민의 인식을 바꾸는 데 집중했다. 오직 그럴듯한 말뿐이었다. 과학과 통계가 아니라 최면술로 3년 8개월 내내 국민을 기만한 것이다. 그 결과가 작금의 양극화, 고용 한파, 집값 폭등, 자영업 폭망, 세금 폭탄이다.

2021-01-15 05:00:00

[야고부] 문재인의 환상

[야고부] 문재인의 환상

2차 대전 발발 직전 영국과 일본은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만든 환상에 사로잡혀 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영국부터 보자. 1938년 영국 정보부는 국경에 배치된 독일 공군력이 영국의 두 배이며 향후 독일의 항공기 생산도 영국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내각에 보고했다. 내각은 이 정보를 토대로 개전(開戰) 첫 두 달 동안 영국 국민 60만 명이 희생될 것으로 예측했다.그러나 독일의 실제 공군력은 영국보다 60% 높은 정도였고 예비 전력은 더 약했다. 또 독일은 독립적인 폭격을 위한 항공 전력도 없었다. 독일 공군은 오로지 지상군과 합동 작전을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1939년이 지나면서 영국의 항공기 생산은 독일을 앞질렀다. 또 전쟁 기간을 통틀어 독일의 폭격으로 죽은 민간인은 6만2천 명이었다.이런 오판을 두고 영국 역사학자 A. J. P 테일러는 "영국인들은 스스로 만든 환상으로 벌벌 떨었다"고 했다. 그 논리적 귀결이 히틀러를 달래 전쟁을 피해 보자는 '유화정책'이다.반면 일본은 미국의 국력을 너무나 잘 알았다. 진주만 기습 전 주미 일본 대사 노무라 기치사부로(野村吉三郞)의 보좌관 이와쿠로 히데오(岩畔豪雄)를 통해 입수한 미국과 일본의 생산력 차이는 '강철 20:1, 석유 100:1, 석탄 10:1, 항공기 5:1, 선박 2:1, 노동력 5:1, 전체 10:1'이었다. 1905년 쓰시마 해전에 대위로 참전했으며 개전을 앞두고 이순신 장군에게 이기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했다는 미즈노 히로노리(水野廣德)는 1929년 '일본은 전쟁할 자격이 없다'고 했는데 그 말대로였던 것이다.그럼에도 일본은 하와이 진주만의 미국 함대를 기습했다. 그 근저에는 전쟁 초반에 미국의 기를 꺾어 놓고 버티면 자신들이 요구하는 조건으로 미국이 강화(講和)에 응할 것이라는 착각이 있었다. '진짜' 미국을 몰라도 너무 몰랐던 것이다.문재인 대통령도 똑같다. 대화와 협력만 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올해 신년사는 이를 재확인해 준다. 김정은이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핵잠수함, 극초음속 미사일, 전술핵을 개발하고 무력으로 통일을 하겠다고 협박하는데도 문 대통령은 '비대면 대화'까지 제의하며 '대화' 타령만 했다. 얼빠졌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은 '무개념'이다.

2021-01-14 05:00:00

[야고부] 담장 밖에 나온 도서관

[야고부] 담장 밖에 나온 도서관

300년 전, 1721년 낙육재(樂育齋)라는 건물이 대구읍성 남문 밖 오늘날 대구 중구 남산동 옛 동산양말공업사 터 일대에 들어섰다. 경상도 최초 관립(官立) 성격의 도서관을 겸한 인재 양성소였다. 경상감사 조태억이 당시 소외됐던 영남의 문풍(文風)을 떨치고 인재를 키우기 위해 세웠다. 경상도 71고을 인재를 뽑아 기숙사에서 먹고 자며 마음껏 책을 읽고 공부하도록 했다.뒷날 일제 간섭으로 1906년 문을 닫을 때까지 185년을 이은 낙육재 재산 일부는 대한제국 시절 옛 협성학교 설립에 쓰였고, 협성학교는 오늘날 경북고의 전신인 관립 대구고등보통학교 재정에 보탬이 됐다. 이런 역사의 낙육재는 암흑기를 거쳐 지난 1990년 대구향교 안에 재건돼 옛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엄선된 교육생이 몰린 낙육재에는 영조와 순조가 선물한 귀한 서적에다 사들인 도서를 두루 갖춘 곳이었으니 배움에 목말랐던 경상도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지식 보급의 샘 같았다. 450여 명의 교육생이 남긴 글과 문집도 여럿이었으니 낙육재는 그야말로 영남 고을마다 지식을 전파하는 전령 역할도 했다.한때 장서각 비치 도서는 1천397책에 이르렀고, 구한말에는 1만 권쯤 됐다. 낙육재의 공부 분위기와 서책 수요로 대구에서는 인쇄물도 잇따라 발간됐다. 뒷날 대구의 앞선 인쇄 문화는 우연이 아니었다. 과거 풍미한 관립 도서관 역할의 낙육재 소장 서책 일부는 지금도 대구시립도서관에 남아 옛날을 엿보게 한다.이런 학문과 교육의 도시 대구에는 도서관이 많다. 뭇 학교 시설에다 행정기관과 민간단체 운영 도서관도 숱하다. 특히 대학 도서관은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장서량 350만 권을 자랑하는 경북대 도서관이 그렇다. 국내 모든 대학 가운데 서울대 다음이라니 놀랍다. 국립대학 도서관인 만큼 300년 전 영남의 첫 관립 도서관 낙육재에 견줄 만하다.마침 본지는 올 1월 9일부터 매주 한 차례 대학 도서관을 재발견하는 기획물을 선보이고 있다. 대학이 가진 장서뿐만 아니라 대학 사회에 갇힌 뭇 지식 자산이 대학 담장을 넘어 세상 속으로 스며들어 지역사회 기여와 함께 대구경북 발전을 이끌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350만 권, 담장 안에 그냥 두기 아깝지 아니한가.

2021-01-13 05:00:00

[야고부] 도시농부와 호박

[야고부] 도시농부와 호박

농업인이 된 지 6년째다. 기자 본업이 있기에 형식적인 농부에 머무르다 지난해부터 밭을 왔다 갔다 하며 나 나름 농부 행세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농업인임을 앞세워 경남 양산에 사저를 짓기로 했듯이 사이비 비슷한 농부들이 꽤 있는 것 같다.돈을 버는 목적의 농부가 아니기에 아직 속은 편하다. 속을 타게 하는 건 전업 농부가 되기를 유혹하는 나무와 풀이다. 문전옥답이라도 버려두면 금방 풀밭이나 산으로 변한다.이렇게 되는 것이 두려워 병충해에 강한 나무를 심고 텃밭을 일구었다. 모든 작물이 변화무쌍함을 자랑하며 초보 농부를 놀라게 하지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긴 건 호박이다.친구가 씨를 뿌린 호박은 손댈 게 없었다. 나무와 울타리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뻗어 나가며 잎을 달고 꽃을 피웠다. 잎과 열매는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먹을거리를 제공했다.초기에 달리는 애호박은 수확물의 일부이며 가을 태양을 먹고 탄생한 늙은 호박도 전부가 아니다. 자고 나면 달리는 가을 애호박이 절정의 수확물이다.호박이 전한 마지막 메시지는 한순간 사라짐이다. 가을 첫서리에 줄기와 잎, 열매가 폭삭 말라 죽은 것이다. 1년생 식물의 한계임을 알지만 서리 맞은 호박의 처참함이 머리를 맴돈다.인간은 긴 삶을 산다. 불꽃처럼 살며 발자취를 남긴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질긴 운명을 마주한다. 행복의 순간은 짧고 긴 질곡 속에 신음하는 게 다반사다.코로나19가 각박한 세상을 더 험난하게 하고 있다. 주위를 돌아보면 요양원이나 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가까운 이들도 있다.건강한 사람들의 생활도 행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단조로워진 생활 방식에 마음은 쪼그라들었다. 아파트, 주식 가격에 노심초사하며 정치판을 비웃는 게 일상이 됐다.호박의 기세를 단번에 꺾은 서리처럼 코로나19도 뭔가에 의해 잠재워질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보급되는 백신이 그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자신의 위치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도시 농부의 삶은 장점이 많다. 주말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농촌 생활은 불편하지만 자연 속에는 자유로움이 있다.

2021-01-12 05:00:00

[야고부] 인공지능의 거짓말

[야고부] 인공지능의 거짓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는데 요즘엔 기기들이 사람 말을 알아듣는다. 인공지능 스피커가 그렇고 스마트폰에 탑재된 '어시스턴트' 프로그램들을 실행해 보면 실없는 농담과 유머를 나눌 정도로 진화했다.챗봇(chatter robot)의 발전도 눈부시다. 챗봇은 문자 또는 음성으로 대화하는 기능이 있는 채팅 프로그램을 말한다. 지난해 말 출시된 챗봇 '이루다'를 예로 들어 보자. 이루다는 실제 연인들이 나눈 대화 데이터를 딥러닝(Deep learning) 방식으로 학습했는데 그 데이터 양이 무려 100억 건이라고 한다. 진짜 사람이 들어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수다 떨기가 가능하다고 한다.하지만 매사에 나쁜 쪽으로 머리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루다를 성적 대상으로 취급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개발사 측이 성적 대화를 금지어로 정했지만 이곳 커뮤니티 사용자들은 우회스러운 표현으로 필터링을 뚫으며 이루다와 음란스러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루다 노예 만드는 꿀팁' 등의 게시글을 공유할 정도라고 하니 혀가 내둘러진다.인공지능이 객관적일 것이라는 생각은 순진하다. 어떤 정보를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은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질 수 있다. 똑같은 인공지능을 둘로 나눠 하나는 어린이 프로그램을, 다른 하나는 무작위 유튜브 영상을 두 달간 보게 한 실험이 국내에서 있었다. 그 후 대화를 나눴더니 전자는 예절 바르고 순수한 동심을 담은 답변을 했다. 반면, 유튜브로 학습을 한 후자는 공격적이었고 퉁명스러웠다. 심지어 "엄마를 사랑하냐"는 물음에 "사랑을 강요하지 말라"며 짜증을 냈다.모든 면에서 인공지능이 사람을 능가하는 시대의 벽두에 우리는 서 있다. 인공지능이 작곡한 교향곡과 사람이 쓴 교향곡을 비교해 듣게 했더니 감상자들이 인공지능 교향곡을 선호하더라는 실험 결과가 있을 정도다. 최신 인공지능은 거짓말도 하고 '신을 믿는다'는 답변도 한다. 위 사례들은 인공지능 또는 알고리즘에 대한 화두를 인류에게 던진다. 인공지능 여명의 시대에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함은 물론이다. 잘못하다가는 유튜브로 학습한 인공지능처럼 인류에 적대적인 '괴물'이 대거 등장할지 모를 일 아닌가.

2021-01-11 05:00:00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야고부] 윤석열 대망론 2

이 난(欄)에 '윤석열 대망론'이란 제목의 글을 쓴 것이 작년 1월 13일이었다. 1년이 흐른 지금 윤석열 대망론이 '대세론'으로까지 커졌다. 일부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윤석열 검찰총장 지지율이 30%를 넘었다. 이재명, 이낙연 두 사람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30%를 돌파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윤 총장이 차기 대선주자로서 맹위를 떨치게 된 결정적 이유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권의 '윤석열 찍어내기' 때문이다. 추 장관과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윤 총장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 작년 6월 10%대로 진입했다. 윤 총장 몰아내기가 절정이던 작년 12월 지지율이 20%대로 수직상승한 뒤 단숨에 30%로 올라섰다.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윤 총장이 1위를 차지한 것과 같이 눈여겨봐야 할 것이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지율 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문 정권의 국정 실패와 내로남불에 실망한 민심(民心)이 윤석열·안철수라는 '그릇'에 담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껏 국민의힘은 그릇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정권 심판을 넘어 정권 교체 주장까지 쏟아지는 민심을 제대로 담아낼 그릇이 생겼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더불어민주당에서 '윤나땡'이란 말이 돌았던 적이 있다. 대선에 '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뜻이다. 윤 총장 지지율이 30%를 돌파한 이후엔 이 말이 더는 안 나오는 것이 흥미롭다. 국민 입장에서는 오히려 문 정권에 땡큐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자유민주 진영에 마땅한 구심점이 없던 차에 윤석열이란 민심을 담을 그릇을 만들어준 정권에 고마워해야 할 판이다.일부에서 윤 총장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고건 전 총리에 비유하지만 이회창 전 총리에 더 가깝다.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감사원장·총리에 발탁됐지만 김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며 총리직을 내던진 이 전 총리와 닮았다. '대쪽'과 '강골 검사', 두 사람 이미지도 비슷하다. 어느 정치평론가는 둘은 스스로 정치적 에너지를 쟁취하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했다. 7월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매우 궁금하다.

2021-01-09 05:00:00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야고부] 선교에서 방역 교회로

1920년 1월 6일, 경북 안동에서는 기독교인 모임인 제8회 조선예수교장로회 행사가 열렸다. 이날 모임에서는 1919년 대구경북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의 영향을 살핀 시찰 보고서가 제출됐다. 보고서를 통해 대구경북 교회는 268개(1920년 11월 6일 현재)로 나타났다. 이는 3·1만세운동 이전 100개 이내에 비해 무려 2.5배가 는 숫자였다.('대구제일교회 100년사', 2004년)이는 동산병원 의사 출신인 전재규 전 대신대 총장이 지난 2003년 펴낸 '동산병원과 대구 3·1독립운동의 정체성'이란 책 내용과도 통한다. 그는 책에서 "3·1운동 이후 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와 대구의 교회는 급성장했으며 불신자들 중에도 기독교 학교나 교회 건축에 거금을 기부하는 사례가 흔히 생겨났다"며 "1923년을 전후해 4년여간 112개 교회를 세웠다"고 기록했다.대구의 기독교는 1893년 약전골목 옛 제일교회 터에서 전도 활동을 시작하며 1899년 오늘날 동산병원의 출발인 제중원(濟衆院)의 문을 옛 교회 터에 열어 의료선교 활동으로 세를 불렸다. 여기에 3·1운동으로 지역민 관심과 기부까지 겹쳤으니 교회를 '마치 태양계에 별들을 심어 놓듯 병원을 중심으로 원근에 끊임없이 많이 세웠'고 '이 고장에 뿌리를 내린 원동력이 되었다'.일제강점의 암흑기 때, 특히 3·1운동에 대한 탄압이 엄혹하던 당시 교인의 헌신과 희생 등으로 컸던 역사 배경을 가진 대구경북의 기독교 역사였다. 이후에도 교회는 곳곳으로 퍼졌고 2020년 현재 대구에만도 1천600개 교회에 교인도 30만 명(대구기독교총연합회 회원 교회 기준)에 이를 정도의 교세를 자랑한다. 100년 전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이런 대구경북의 교회가 요즘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해 2월 대구를 덮친 코로나19 이후 3차 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여러 교회가 전염병 전파에 직간접 관련된 것으로 지목되고 있어서다. 급기야 올 들어 지난 5일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최원주 회장이 "너무나 죄송하고,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교회와 교인을 대신해 사과까지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를 괴질과의 전쟁에서 힘들지만 지난날의 자랑스러운 선교 성공의 역사를 가진 교회로서 새로운 방역 성공의 기록을 남기는 모습을 새해 소망해 본다.

2021-01-08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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