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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코로나의 추억'

[야고부] '코로나의 추억'

봉준호의 영화 '살인의 추억' 엔딩은 오래 여운을 남긴 명장면이다.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진 시골의 토박이 형사 박두만(송강호)의 표정과 시선을 클로즈업한 이 장면은 감독의 제작 의도를 압축한 상징 프레임이라는 점에서 압권이다.대체로 중의적 해석으로 이 장면에 접근한다. 하나는 감정적이고 비과학적 수사로 일관하다 좌절하고 경찰 옷을 벗은 두만의 애환을 한 화면에 각인시킨 것이라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전지적 감독 시점에서 '너'(범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라는 것이다.'봉 테일'(봉준호 디테일) 별명답게 감독이 영화에 엮어 놓은 극적 장치와 상징 고리 중 두만과 서태윤(김상경)의 성격 대립과 갈등 또한 스토리 전개의 큰 줄기다. 자청해 수사본부에 참여한 서 형사는 육감과 자백 강요 등 폭력적인 수사 방식이 몸에 익은 두만과는 다르다. 작은 단서에서 실마리를 찾아 사건을 풀려는 태윤의 캐릭터는 과학과 논리, 사회 변화 등 시대성을 암시한다.그렇지만 사건이 미궁에 빠지면서 이 둘은 그렇게 욕하고 경멸하던 서로의 스타일을 향해 바뀌어나간다. 좌충우돌하던 두만은 차분해지고, 냉정하던 태윤은 반대로 감정적으로 변한다. 이런 변화는 살인사건이라는 극단적 환경과 절박한 상황이 인간 심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여주는 영화 문법이다.코로나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두만과 태윤이 '살인의 추억'에서 보여주었듯 한국 사회가 대립하고 갈등 중이다. 확진자가 열흘 가까이 매일 세 자릿수로 늘면서 사태가 미궁인 데도 여야가 갈리고 국민은 패를 이루며 진영 논리가 판을 친다.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만 바이러스와의 처절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건 아니다. 우리 사회도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정치인은 말할 것도 없고 논객, 유튜버, 댓글꾼 등 제각각 상황을 해석하고 비판하며 제 생각을 보태느라 여념이 없다. 바이러스나 국가 위기는 뒷전이고 특정 지역을 향해 거칠고 저급한 언어폭력을 동원해 헐뜯고 공격해댄다. 사스·메르스 사태에서 보듯 시간이 흐르면 코로나도 잠잠해질 것이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 엔딩처럼 막이 내릴 때 과연 어떤 우리의 모습이 클로즈업되고 또 어떤 메시지가 남을지 궁금하다. 가히 '코로나의 추억'이다.

2020-02-27 06:30:00

[야고부] '문재인 폐렴'

[야고부] '문재인 폐렴'

다운증후군(Down syndrome)은 21번 염색체가 1개 더 많아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이다. 1866년 영국 의사 존 랭던 하이든 다운이 처음으로 그 존재를 발표하면서 '몽골리즘'(Mongolism)이라고 명명했다. 얼굴 모습이 동부 아시아인(Mongolian)을 닮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다운은 이 질병이 퇴보한 격세유전의 결과 우수한 백인종이 열등한 동양 인종으로 퇴화 변이를 일으킨 것이라는 가설까지 제시했다.어이없는 인종차별적 병명이었지만, 거의 100년을 버텼다. 1965년 몽골 정부의 요구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 명칭을 다운의 이름을 딴 '다운증후군'으로 정하고서야 의학계에서 사라졌다.반대로 당사자의 강력한 요구에도 바뀌지 않는 병명이 있다. '냉방병'으로 불리는 레지오넬라증이다. 1976년 미국 필라델피아 재향군인회 행사에 참석한 참전용사 221명이 감염돼 34명이 사망한 것이 그 유래다. 사망자 대부분이 재향군인(Legionella)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이에 재향군인회는 항의했지만,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특정 국가나 인종, 집단을 매도하지 않는 중립적 병명이 창조되는 경우도 있다. Syphilis(매독)가 그렇다. 이탈리아의 의사이자 시인인 지롤라모 프라카스토로가 1530년에 발표한 라틴어 시 '매독 또는 프랑스병'(Syphilis sive morbus gallicus)에서 이 단어를 처음 썼다. syphilis는 그리스어 'sys'(돼지)와 'philos'(사랑)의 합성어로 시의 주인공 이름이다.그러나 매독보다는 '프랑스병'이 더 파급력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매독은 유럽에서 '이탈리아병' '스페인병' '폴란드병' 등 앙숙인 국가들이 서로 매도하는 병명을 갖게 됐다.일부 온라인 매체와 SNS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문재인 코로나' 또는 '문재인 폐렴'으로 부르거나 부르고 싶다며 문재인 정권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수하(手下)들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지 않은 것이 국내 감염 확산의 도화선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게 댕겨진 감염의 불길은 이제 통제 불능 상태이다. '문재인 폐렴' '문재인 코로나'라는 소리가 맹목적 비난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2020-02-26 06:30:00

[야고부] 스파게티 괴물교

[야고부] 스파게티 괴물교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Flying Spaghetti Monster, FSM)교'라는 종교가 있다. 이 종교 신자들은 돌출된 눈 2개 달린 스파게티 뭉치 모양의 신을 믿는다. FSM은 과음 상태에서 의도치 않게 천지를 창조했다. FSM이 4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3일은 숙취로 몸져 누웠기 때문에 이 종교에서는 금요일이 안식일이다. FSM이 '신성한 면발'을 움직여 사람들을 인도하기에 신자들에겐 '면식의 생활화'가 필수다. '그분'에 대한 기도의 마무리는 '아멘'이 아니라 '라멘'(r'Amen)이다.FSM은 미국 오리건주립대 물리학 석사인 바비 헨더슨이 2005년에 창시했다. FSM은 수만 년간 비밀에 감춰져 있었다가 '위대한 예언자' 헨더슨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고 너스레를 떤다. 신자들은 율법이나 종교적 규제에 구속되지 않으며 의식을 지킬 의무가 없다. FSM교는 풍자로 시작했지만 유명세를 타면서 신자들이 늘어나 미국, 네덜란드, 호주, 러시아 등에서 종교로 인정받았으며 한국을 포함해 10여 개 나라에 지부를 두고 있다.FSM 같은 패러디 종교로 '보이지 않는 분홍 유니콘' '서브지니어스교회' '자본주의교' 등이 있고 우리나라에는 방송인 유재석을 신으로 받드는(?) '무한재석교' 등이 있다. 이들 패러디 종교들은 허무맹랑하고 황당하지만 논리구조상 기성종교를 코스프레한다. 유머스러울 뿐 사회에 해악을 끼치지는 않는다. 교주 신격화, 신도 착취, 재산 헌납 강요, 종말론 같은 특징을 띠며 사회 규범과 곳곳에서 충돌하는 여느 신흥종교들과 구별되는 대목이다.우리나라의 신흥종교단체 중 하나인 신천지교회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 와중에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안 그래도 특유의 폐쇄성과 기성종교에 대한 잠입형 포교 때문에 논란이 많은 단체다. 그런데 이만희 신천지교회 총회장은 21일 내부 SNS에 올린 글을 통해 '금번 병마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 '우리는 세상에 속하지 않고 우리의 본향은 천국'이라는 주장을 폈다. 코로나19 집단 전파로 나라를 대혼란에 빠트려 놓고 사과는커녕 대한민국 법을 따르지 않겠다고 대놓고 선언한 격 아닌가. 그 억지에 말문이 막힌다.

2020-02-25 06:30:00

[야고부] 코호트 격리

[야고부] 코호트 격리

코로나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감염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을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가 이번 사태 들어 국내에서 처음으로 내려졌다.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다. 이는 질병이 퍼지는 것을 막고자 특정 질환에 함께 노출된 사람을 동일 집단으로 묶어 격리하는 것을 말한다.'동일 집단' '지지자'의 뜻을 가진 코호트는 사회학에서 같은 특색이나 행동 양식을 공유하는 그룹을 의미한다. 코호트는 고대 로마 군대의 기본 편제인 라틴어 '코호스'(Cohors)에서 파생됐는데 360~800명(통상 500명)으로 구성된 코호스는 오늘날 대대(Battalion) 규모다. 의학에서 코호트는 특정 공간에 있는 특정 질병 감염자나 의료진 모두를 외부와 물리적으로 단절시키고 질병 확산을 막는 것을 말한다.중세 유럽에서는 전염병이 돌면 발병 도시나 지역을 봉쇄하는 방역 전략을 썼다. 특히 14세기 중엽 페스트가 창궐하자 베니스와 제노아, 라구사 등 이태리 항구마다 페스트 유행 지역에서 온 모든 선박의 입항과 하선을 한 달간 금지하고 선상 격리했다. 이 기간이 점차 40일로 늘었는데 영어에서 검역이라는 뜻의 '쿼런틴'(Quarantine)이 된 것이다. 라틴어로 '40'을 뜻하는 '콰드라긴타'(Quadraginta)가 어원이다.보건복지부는 22일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선 청도 대남병원을 코호트 격리했다. 환자는 물론 병원 내외부 의료진도 함께 병동에 격리됐다. 대구에 왔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노출된 육군 사병의 확진 결과가 나오자 국방부도 22일 소속 부대 전체를 코호트 격리 조치했다. 앞서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감염자가 대량 발생한 대전 을지대병원과 대청병원 등이 코호트 격리된 사례가 있다.우리 속담에 '병은 알려야 낫는다'고 했다. 주변 사람에게서 유익한 정보를 모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감염병에서도 발병 사실을 외부에 널리 알리면 그만큼 경계의 강도가 커진다. 그런데 병은 제대로 알리지 않고 누구 때문에 병이 커졌느니 입만 살아있다면 긁어 부스럼 만드는 꼴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병은 보지 않고 근거없이 대구경북을 헐뜯는 일부 미디어와 타 지역민의 행태는 몹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나은 게 없다.

2020-02-24 06:30:00

[야고부] 느리게 살기

[야고부] 느리게 살기

지구상에서 한국처럼 바쁘게 살아가는 사회나 나라도 없을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한국인은 늘 시간에 쫓기듯 마음이 급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억척스레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기술과 시스템의 빠른 변화는 '앞서가는 한국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한몫했다.이런 현상은 불과 반세기 만에 압축성장한 우리 현대사와 국민 기질 변화의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서두르다 보면 정확성이 떨어지고 느리면 그만큼 뒤처지는 게 이치다. 어느 것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는 힘드나 명암이 함께 존재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재(財)테크나 시(時)테크는 우리에게 익숙한 용어다. 이는 많은 돈과 생산적인 시간을 획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이르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풍요로운 삶을 뒷받침하는 수단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동시에 다른 방식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지 않음을 뜻하는데 채우는 것에 쏠려 그 반대의 경우는 눈이 어둡다는 말이다.코로나19 사태가 급반전했다. 지역 감염이 확산하면서 활기차던 인구 250만 명 대도시가 마치 정지화면을 보듯 멈춰서고 정적마저 감돈다. 평소 많은 사람이 오가던 곳은 인적이 거의 끊겼고 붐비던 거리도 한산하다.지난 5일 이후 거의 변동이 없던 코로나19 감염병 확진자 수가 18일 39명으로 뛰어오르더니 76명, 104명, 156명, 204명으로 계속 치솟고 있다. 발생 지역도 대구경북의 경계를 넘어 경남 제주 전주 충북 등으로 번졌다. 이는 '슈퍼 전파자'로 불리는 일부 확진자의 동선이 말해주듯 현대인의 분주한 활동과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의 자유를 증명한다. 2014년 1천608만 명이던 한국인 해외여행자 수가 2018년 2천869만 명으로 급증한 것은 실로 놀랍다.바이러스 확산은 인명과 경제적 피해 등 큰 손실을 낳는다. 하지만 위기는 새로운 기회의 서막이자 변화의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울삼아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돌아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조금 더 절제하고 조금 더 느릿한 삶, 바이러스에 발이 묶인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2020-02-21 20:28:01

[야고부] 흑사병, 체르노빌, 우한

[야고부] 흑사병, 체르노빌, 우한

대재앙은 사회를 뒤흔들어 놓는다. 종국에는 그 사회를 붕괴시키는 경우도 흔하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가져온 천연두로 인구가 몰살되면서 멸망한 잉카 문명과 아즈텍 문명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재앙은 의외의 발전적 변화를 낳기도 한다.유럽 인구 2천500만~3천500만 명이 희생된 흑사병이 그렇다. 중세 장원경제를 붕괴시키고 근대의 문을 연 것이다. 페스트는 농노(農奴)를 격감시켰다. 이에 따라 노동자 임금이 크게 뛰었다. 흑사병이 유행하는 동안 평균임금은 2배 상승한 반면 땅값(지대)은 50% 이상 하락했다.그 결과는 영주들의 줄파산이었다. 이를 막아보려고 영국의 에드워드 3세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흑사병 발생 이전으로 동결하는 법까지 만들었으나 소용없었다. 임금 상승은 이후로도 100년간 더 지속됐다.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사고도 마찬가지다. 이 사고로 엄청난 인명이 희생됐지만, 강대국 소련의 실체도 함께 폭로됐다. 미국과 함께 2대 슈퍼 파워라는데 알고 보니 비도덕적이고 허약한 국가임이 드러난 것이다.국가보안위원회(KGB)는 1982년과 1984년 3호기와 폭발한 4호기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이는 기밀에 부쳐진 채 아무런 개선 조치도 없었다. 사고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소련 당국은 4일간이나 '보안'을 유지했다. 그러다 대기 중 방사능 물질 증가에 놀란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이 진상 공개를 촉구하자 마지못해 시인했다. 그런데 그게 기가 막혔다.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결코 위험하지 않다." 그 끝은 소련 붕괴였다. 사고 뒤 '개혁'과 '개방'을 들고 나온 고르바초프는 훗날 "체르노빌이 소련 붕괴의 결정적 계기였다"고 회고했다.우한 폐렴 사태로 중국의 시진핑 1인 독재체제가 흔들릴 조짐이다. 폐렴 확산 초기부터 지금까지 중국 정부는 실상을 은폐·축소하는데 급급했다. 이에 지식인들이 시진핑 체제의 무능과 비도덕성을 비판하자 이들을 모두 체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현재 이들의 행방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의 SNS상에는 우한 사태를 체르노빌 사고에 빗대며 정부와 공산당에 대한 노골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우한 사태가 공산독재 중국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궁금하다.

2020-02-21 06:30:00

[야고부] 전염병의 역설

[야고부] 전염병의 역설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염병의 창궐은 국가와 민족의 생사와 존망이 걸린 엄중한 위기 상황이었다. 중국 역대 왕조에서 전염병의 파괴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그 이상이었다. 전란이 그칠 날이 없던 왕조 교체의 혼란기는 말할 것도 없고, 송·명·청대의 태평 시기에도 수시로 전염병이 나돌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곤 했다. 대륙의 마지막 왕조인 청나라 때만 해도 모두 80건에 이르는 대규모 전염병이 발생했다.의료 기술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역대 왕조들이 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서 취한 최선의 수단은 다름 아닌 전염원의 차단이었다. 철저한 격리조치와 나름의 위생방역이 뒤따랐다. 국가 경제와 의료 역량을 동원하는 것도 오늘날과 비슷하다. 각종 역병과 역질이 유행했던 조선시대의 양상도 다를 바가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전염병에 대한 대응의 성패는 정권의 흥망을 좌우하는 시험대이기도 했다.인류 문명을 강타한 가장 무시무시한 전염병은 흑사병(페스트)이었다. 흑사병은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앗아가버린 공포와 죽음의 사신이었다. 전쟁이 전염병을 몰고 왔지만, 전염병의 공포가 전쟁의 참화를 막기도 했다. 몽골군은 스스로 몰고 온 흑사병 때문에 막바지 유럽 정벌이 좌절되었지만, 유럽은 몽골의 말발굽보다 더 혹독한 흑사병 쓰나미에 무너져내렸다.흑사병은 당시 유럽의 크고 작은 전쟁을 종식시키며 인간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전염병 창궐에 무기력했던 중세 교회의 권위를 뒤흔들며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여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민족의 개념이 싹트고 인간 중심의 사상이 출현했다. 노동력 부족이 임금 상승과 농민 폭동으로 이어지며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져왔다.전염병은 치명적인 재앙이지만 인간 사회의 부조리를 일신하며 인류 문명을 한 차원 더 끌어올리는 분기점이 되기도 했다. 오늘날 인간 사회의 경이로운 의학적 성과와 보건 위생의 향상에도 신종 전염병은 이를 비웃듯이 한발 앞서 횡포를 부린다. 중국 우한에서 비롯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포와 파동이 중국 공산당 정권의 행보에 어떤 악재로 작용할까. 그리고 21세기 세계 문명에 던지는 교훈은 무엇일까.

2020-02-20 06:30:00

[야고부] 색깔 전쟁

[야고부] 색깔 전쟁

빛의 반사체인 색깔은 맛, 냄새처럼 뇌가 느끼는 주관적 감각이다. 그래서 색은 고유의 느낌으로 사람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친다. 색은 곧 문화이고 이미지 그 자체이며 기업의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다.정치도 색깔을 이미지 도구로 삼는다. 정당의 상징색은 크게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 파란색은 보수 진영을 상징했지만 2012년 2월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그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한나라당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면서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바꾸는 파격을 단행했다. 반대로, 그해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은 2013년 5월 당명을 민주당으로 개칭하면서 상징색도 파란색으로 바꿨다.정당이 많아지면 정치판의 색상도 알록달록해진다. 파란색과 빨간색을 거대 양당이 선점했으니 남은 것은 노란색, 초록색 등 나머지 색들이다. 바른미래당의 상징색은 초록색과 하늘색을 섞은 민트색이다.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오렌지색을 상징색으로 채택했다. 그러자 오렌지색은 자신들의 상징색인 주황색과 같은 색이라는 민주노동당 항의를 받는 촌극이 벌어졌다. 그런데 국민의당 해명이 재미있다. "(우리의 상징색은) 좀 더 비비드(vivid: 밝고 선명하며 생생하다는 의미)하다."자유한국당의 새 통합당인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상징색을 핑크빛으로 정하고 이를 '밀레니얼 핑크'라고 이름붙였다. 대한민국 정당 역사에서 경험하지 못한 상징색이다. 핑크빛은 곱상해서 여성스럽게 비친다. 하지만 색상에 대한 이미지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달랐다. 1927년 타임지에서 미국의 주요 백화점이 아이의 성별에 따라 어떤 색깔의 옷을 권장하는지 정리한 표를 보면 상당수 대도시에서 남자아이에게 권하는 옷의 색깔은 분홍색이었다.국민의당의 오렌지색 논란, 미래통합당의 밀레니얼 핑크는 우리나라 정치 무대의 색깔 품귀 현상이 빚어낸 산물이다. 양당제를 선호하는 국민 기대와 달리 군소정당 난립과 정당 간 이합집산으로 인해 우리 정치판은 때 아닌 색깔 전쟁을 경험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요란한 색깔들이 거리를 장악할 것 같다. 일곱 색깔 무지개는 조화롭기나 하지, 정치권의 색깔 전쟁은 눈만 아프게 할 것 같다.

2020-02-19 06:30:00

[야고부] '0'으로 끝난 올해는?

[야고부] '0'으로 끝난 올해는?

"경(庚)의 해는 끝자리가 '0'인 해로서 우리나라를 둘러싼 커다란 일이 많이 일어났습니다…100년 전의 경술국치(1910), 6·25전쟁(1950), 4·19혁명(1960), 새마을운동(1970), 5·18민주화운동(1980), 소련과 수교(1990), 남북정상회담(2000년)…."2010년 1월 4일, 당시 경북 구미 사무실에 근무하던 김경룡 전 대구은행장 내정자가 매주 월요일 800여 명의 고객에게 보낸 전자편지의 한 부분이다. 2000년대 새로운 천년의 해를 맞아 첫 10년을 보내고 다시 맞은 10년의 첫해, 첫 주 편지에서 '0'으로 끝나는 경인(庚寅)의 해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담았다.아니나 다를까 그해 경인년 365일 동안 나라 밖도 그렇지만 특히 남북 강산에서는 큼직큼직하고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일들이 어김없이 일어났다. 그해 2월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가 세계기록을 깨고 금빛 정상에 올랐고, 11월엔 세계 20개국 정상이 서울에 모여 정상회담을 갖는 등의 경사스러운 일도 펼쳐졌다.반면 3월에는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사건으로 나라를 지키던 젊은이 46명이 고귀한 목숨을 잃는 참사로 분노와 함께 세상을 경악시켰다. 또 9월엔 북한 김정일이 아들 김정은을 공식 등장시켜 세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며 오늘날 정치사에 그 유례가 없는 3대 세습이라는 통치 방식을 알리는 암흑사를 거듭했다.그리고 10년 세월이 흘러 다시 맞은 '0'으로 끝난 2020년의 새해 한 달이 지나면서 겪은 경험은 앞으로 빚어질지도 모를 일의 조짐처럼 예사롭지가 않아 걱정이다. 먼저 나라 밖 중국 우한 폐렴 전파로 시작된 괴질(怪疾)의 공포이다. 다음은 국내 정치적 혼란의 나쁜 전조이다. 나라를 뒤흔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이후의 뭇 사례가 그렇다.우리는 재난과 큰일이 느닷없이 오지 않음을 오랜 경험으로 배웠고 미리 경계했다. 이를 위해 나라가 앞서고 국민은 따르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언제쯤부터 이런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듯하다. 되레 바뀌고 있다. 정부는 어수선하고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세상이 되기에 이르렀다. 새해부터 뜨거운 법(法) 권력을 둘러싼 정부 내 갈등 회오리, 경제난 등 악재가 넘쳐도 정부는 보이지 않으니 스스로 살길을 찾을 일이다. '0'의 해, 부디 잘 보내세요!

2020-02-18 06:30:00

[야고부] 정치인의 설화

[야고부] 정치인의 설화

2004년 3월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대구에서 가진 청년층과의 인터뷰에서 "60,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투표하지 않고 집에서 쉬셔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그분들은 앞으로의 미래를 결정할 분들이 아니니까요"라고 발언했다. 노인 폄하라는 비난이 쏟아졌고 정 의장은 2007년 대선 때까지 이 악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후일 정 의장은 "열심히 투표를 하는 어르신들을 본받아 어르신들은 집에서 쉬시더라도 대학생들은 나가서 투표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말로 먹고사는 것이 정치인의 속성인 만큼 세 치 혀를 잘못 놀렸다가 설화(舌禍)를 당하는 정치인들이 많다. 표를 왕창 깎아 먹는 것을 넘어 정치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까지 있다.부정적 의미에서 '뉴스메이커'로 떠오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툭툭 내던지는 말로 인해 곤욕에 처한 일이 종종 있었다. 2017년 7월 '머리 자르기' 발언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추 장관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지원·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 제보 조작을) 몰랐다는 것은 머리 자르기다. 꼬리 자르기가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의당은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 참수 운운했다"며 강력 반발했다. 결국 청와대가 '대리사과'를 했고 '추미애 패싱'이란 조어를 낳기도 했다.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경제 현장을 찾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한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 총리는 손님이 뚝 끊겨 거리가 한적하고 상점도 텅텅 빈 서울 한 상가를 방문했다. 한 상인이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 (손님이 줄었다)"며 고충을 토로하자 정 총리는 "원래 무슨 일이 있으면 확 줄었다 좀 지나면 다시 회복되고 하니까 그간에 돈 많이 벌어 놓은 것 갖고 조금 버티셔야지"라고 했다. 이어 정 총리는 한 식당 종업원에게 "손님이 적으니 편하시겠네"라고 발언을 했다.가뜩이나 어려운 이들에게 민생을 책임진 공직자가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생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진심을 다해 위로하기는커녕 웃지 못할 농담을 했다. 성경에 "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혀를 조심하고 거짓을 말하지 않도록 입술을 조심하라"고 했다. 아무리 농담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하는 법이다.

2020-02-17 06:30:00

[야고부] '나도 고발하라'

[야고부] '나도 고발하라'

1933년 4월 12일부터 5월 10일까지 베를린 등 독일 전역의 22개 대학 도시에서 '독일 정신에 위배되는 책'이 불길 속으로 던져졌다. 이른바 나치의 분서(焚書)로 에밀 졸라, 지그문트 프로이트, 토마스 만,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비독일적' 작가 학자들의 책 2만여 종이 재로 변했다.이런 야만에 지식인들은 분노했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로 건너간 독일 작가 오스카 마리아 그라프도 그랬다. 그는 분서 목록에 자신의 이름이 빠진 것을 알고 1933년 5월 12일 '빈 노동자신문'을 통해 이렇게 조롱했다. "나도 불태워라. 나의 삶 전부와 저술 활동 전부에 의거해서 나는 권리가 있다. 내 책들을 장작더미의 순정한 불길에 넘기라고 요구할 권리, 갈색 살인도당(나치당을 지칭)의 피에 젖은 손과 썩은 두뇌에 바치지 말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다."역시 나치를 피해 덴마크에 머물던 브레히트는 이 글에서 영감을 받아 같은 해 가을 풍자시 '분서'를 썼다."위험한 지식이 담긴 책들을 공개적으로 불태워 버리라고/ 이 정권이 명령하여, 곳곳에서/ 황소들이 끙끙대며 책이 실린 수레를/ 화형장으로 끌고 왔을 때…추방된 어떤 시인이 분서 목록을 들여다보다가/ 자기의 책들이 누락된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는 화가…집권자들에게 편지를 썼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나의 책을 남겨 놓지 말아다오!/ 나의 책들 속에서 언제나 나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느냐?/ 그런데 인제 와서 너희들이 나를 거짓말쟁이처럼 취급한단 말이냐!/ 너희에게 명령한다. 나의 책을 불태워다오!"똑같은 사태가 이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자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등 진보 인사들이 잇따라 '나도 고발하라!'는 격문(檄文)을 쏟아냈다. 그러자 민주당은 화들짝 놀라 곧바로 고발을 취하했다. 그런다고 '고발'로 드러난 문재인 정권의 추한 민얼굴은 가려지지 않는다. '고발'은 문 정권의 실체를 재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감사를 표하고 싶다. 민주당, 땡큐!

2020-02-14 19:36:51

[야고부] 교도소를 부탁해

[야고부] 교도소를 부탁해

다양한 군상의 범죄인들이 드나드는 곳에 걸맞게 교도소는 그 별칭도 다양하다. '큰집' '학교' '깜빵' '국립호텔' 등이 그 사례들이다. 조선시대에는 감옥으로 불렀고 일제강점기에는 형무소로 통했다. 범죄인 수용시설이 교도소로 바뀐 것은 인권 의식의 성장과 교정·교화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였다. 그러나 범죄인에 대한 인식이 그렇듯 교도소에 대한 이미지 또한 여전히 우호적이지는 않았다.징역 20년 이상의 악질 범죄자들을 수용하는 태국의 방쾅 교도소는 3개월 동안 쇠사슬을 차고 있는 게 기본이다. 살인범은 죽을 때까지 쇠사슬을 동반자로 삼아야 한다. 식사도 동물 사료 수준으로 최소한만 제공한다. 영양실조로 다시 죄를 짓고 싶은 생각마저 사라진다. 미국의 ADX 플로렌스 교도소는 수용자들을 온종일 독방에 가둬 놓아 가장 높은 자살률을 자랑(?)한다.러시아와 카자흐스탄 국경 근처에 있는 한 교도소는 최고의 흉악범들만 가둬 놓는 수용시설답게 악명이 높다. 단 1%의 희망도 없이 오로지 죽어야만 나갈 수 있는 공간이다. 완벽한 감시체계 때문에 자살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이동할 때는 수갑을 채우고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눈마저 가려버린다. 끝내 하늘 한 번 쳐다볼 수 없다. 생명만 유지시킬 뿐 인권이라는 개념조차 없다.경북 청송에 있는 경북북부교도소는 최고 흉악범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조직폭력배 김태촌과 조양은, 대도 조세형과 성폭행범 김길태·조두순, 토막 살인범 오원춘 등이 거쳐간 곳이다. 그래서 한때 교도소 이름 앞에 '청송'이라는 지역명을 빼달라고 호소하던 청송군이 교도소 신규 유치에 나서 또 한번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기피 시설을 끌어들여 지역 경제의 회생을 도모하려는 역발상 때문이었다.포항교도소와 상주교도소 그리고 머잖아 주민개방형으로 준공 예정인 대구교도소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교도소를 혐오시설이 아닌 효자기관으로 반기는 분위기이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대규모 식자재 공급과 수많은 접견 방문객들이 뿌리는 경제적인 효과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시설의 대명사였던 교도소가 지역 발전의 효자 시설이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격세지감이다.

2020-02-14 06:30:00

[야고부] '기생충'과 신 포도

[야고부] '기생충'과 신 포도

기생충은 다른 생명체에 달라붙어 양분을 가로챈다. 그래서 저급 생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생물학적으로는 상당히 성공한 생명체다. 살아남기 위해 기생충은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다. 양의 몸속에 기생하는 간충의 신비로운 생존 전술을 보자.간충은 양의 체내에서 부화할 수 없다. 그래서 일단 양의 몸 밖으로 나가 자란 뒤 되돌아와야 한다. 양의 대변에 섞여 배출된 간충의 알은 애벌레가 되어 중간숙주인 달팽이를 거쳐 개미 몸속으로 침투한다. 간충은 개미의 뇌를 조종한다. 감염된 개미는 밤만 되면 몽유병 환자처럼 개미굴을 떠나, 양이 가장 좋아하는 풀의 꼭대기에 올라앉는다. 풀과 함께 양에게 잡아먹힐 때까지.톡소포자충도 비슷한 전략을 쓴다. 쥐를 중간숙주로 하고 고양이를 최종숙주로 삼는 기생충인데, 쥐에 기생할 때는 쥐의 겁을 없애고 고양이 냄새를 좋아하게끔 조종한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겁내지 않아 잘 잡아먹힌다. 이처럼 빌붙어 사는 신세라고 해서 기생충을 얕잡아볼 일이 아니다. 숙주와 공생관계인 기생충도 있고 기생충을 살리기 위해 헌신하는 숙주도 있다고 하니 자연의 섭리가 참 오묘하다.'기생충' 제목을 단 우리 영화가 세계 영화계를 호령하고 있다. 상류층과 반지하 하류층, 상류층 저택 지하에 숨어 사는 최하층, 세 가족의 만남을 이보다 더 재미있고 유쾌하게, 스릴 넘치게, 여운 많이 남게 만들 수는 없다. 영화 속 하류층이 교묘한 수법으로 상류층을 속이며 기생하는 모습이 간충, 톡소포자충 빰칠 만큼 기상천외하다. "빈부 격차는 인류 전체의 문제"라고 공감하면서 세계는 이 걸작 영화에 온갖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그런데 영화 '기생충'의 찬란한 질주가 불편한 사람도 있는 듯하다. 일본 매스컴들은 "'기생충'이 한국의 징병제, 부동산 문제, 빈부 격차, 한국의 어두운 부분을 세계에 알렸다"며 슬며시 비꼬았다. 북한의 대외 선전 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전하면서 "남한은 빈부 격차가 심한데 비해 우리 공화국은 누구나 공평하고 평등한 삶을 누리고 있어 세상 사람들의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논평을 냈다. 이솝우화 '여우와 신 포도'를 연상시키는 시샘이다. 참으로 소인배스럽다.

2020-02-13 06:30:00

[야고부] 대구의 세 남녀

[야고부] 대구의 세 남녀

추미애, 유승민 그리고 봉준호.2020년 새해는 대구 사람이 '일'을 내고 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먼저 시작했다. 1월 3일 취임과 함께 검찰 흔들기부터다. 자신을 발탁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보답이든, 소신이든 국민 관심은 진행형이다. 아마 윤석열 검찰총장이 백기를 들 때까지 이어질지도 몰라 법(法)을 다루는 두 수장의 대결은 슬프지만 흥미진진한 볼거리이다.다음은 추 장관처럼 1958년생인 유승민 국회의원이다. 지난 9일, 4월 총선 불출마와 함께 보수진영 결속 추진 발표로 이목을 끌고 있다. 2004년 비례대표 당선에 이어 2005년 재보궐 선거에서 뽑혀 '대구의 아들'로 잘나가던 그가 낯선 미답(未踏)의 야인(野人) 길을 걷겠다고 나섰으니 역시 관심거리가 됐다.다음 날, 미국에선 봉준호 영화감독이 더 큰 일을 냈다. 한국 영화 101년사뿐만 아니라, 92년의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에서 영화 '기생충'으로 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의 4개 부문을 휩쓴 '새 역사 쓰기'의 위업(偉業) 달성이다. 1969년생인 그가 저지른 일은 11살 많은 두 선배보다 더욱 빛났다.새해 벽두부터 시선을 끈 3인의 대구 남녀의 지난 발자취를 보면 앞으로 디딜 발걸음 역시 특별할 것 같다. 추 장관의 별명(추다르크)에 비춰 지금 펼치는 검찰과의 한판 승부는 처절한 결과를 점쳐도 그럴듯해서 그가 지금 추는 검찰 개혁의 칼춤을 지켜보는 고향 사람 마음은 앞선 걱정에 조마조마할 지경이다.세탁소 딸로 스스로 앞길을 낸 추 장관과 달리 법률가 아들로 온실 속 같은 비단길 삶에다 고향 사람 덕에 한 세월 누린 유 의원 역시 나름 '머리'가 있는 만큼 역할을 기대할 만도 하다. '민주공화국'을 밝힌 헌법 1조 정신을 강조한 그가 머리에 버금갈 '가슴'까지 갖춰 야인의 길을 잘 디디면 추 장관과는 다른 결과도 가능할 터여서 그나마 낫다.특히 봉 감독의 앞길은 더욱 희망적이고 사람 마음을 당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의 영화 세계가 추구하는 가치를 꿰뚫어본 나라 밖 사람이 이번에 보인 행동만 봐도 그렇다. 그의 업적은 높이 살 만하다. 대구 사람에게 자긍심을 줄 만도 하다.중국 우한 폐렴만 빼면 지금 한국은 이들 대구의 세 남녀 이야기로 하루를 여닫는다면 좀 지나칠까.

2020-02-12 06:30:00

[야고부] '친문 바이러스'

[야고부] '친문 바이러스'

"대한민국 정치는 지금 세금 도둑질 바이러스, 진영 정치 바이러스, 국가주의 바이러스 이 세 바이러스에 동시에 감염돼 있다."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빗대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정계 복귀를 선언하면서 안 위원장은 "내 팔자가 바이러스 잡는 팔자인 것 같다"고도 밝혔다. 의사로 살아있는 바이러스를 잡고, CEO로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고, 정치인으로 낡은 정치 바이러스를 잡고 있다는 것이 그의 토로다.재미있는 것은 안 위원장 자신도 바이러스라고 공격받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2016년 4월 총선을 두 달여 앞두고 국민의당을 창당했을 때였다. 그의 창당이 민주개혁 세력 분열을 초래해 여당인 새누리당에 개헌선을 헌납하게 될 것이라는 이유로 일부 진보 지식인들은 '악성 바이러스'라는 조롱을 퍼부었다.친박(친박근혜)은 물론 지금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는 친문(친문재인) 역시 바이러스로 지목돼 공격받았다. 2017년 1월 조배숙 당시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정치권에도 바이러스가 준동하고 있다. 지독한 악성 바이러스 박근혜-최순실 라인과 친박은 힘 잃고 소멸 중"이라고 했다. 이어 "박멸해야 할 악성 바이러스가 또 있다. 의견이 다르면 문자 폭탄을 퍼붓는 세력, 선(先) 총리 후(後) 탄핵도 거부해 황교안 체제를 들어서게 한 세력, 개헌은 미적거리고 대통령 다 된 듯 행동하는 친문 패권 세력이 바로 그것"이라고 쏘아붙였다.지구상에는 약 8천여 종류의 바이러스가 있다. 인류에게 바이러스가 위협적인 이유는 변종(變種)을 만들어 진화하고 급격히 수를 불리기 때문이다.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코로나 역시 변종이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와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태가 일단락된다 하더라도 제2, 제3의 신종이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국민에게 희망·비전을 줘야 할 정치가 공포·혐오의 대상인 바이러스에 비유될 지경에 처했는지 참담하다. 친노(친노무현)의 변종인 친문이 집권 후 조국 비호,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저지른 일들을 보면 바이러스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지 싶다. '양아치들'이라는 비판보다는 낫지 않겠나. 친박 바이러스는 촛불로 퇴치했지만 친문 바이러스는 무엇으로 박멸할지 걱정이다.

2020-02-11 06:30:00

[야고부] 공포의 유람선

[야고부] 공포의 유람선

1912년 4월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영국의 초대형 호화 유람선 타이타닉호는 대부호와 귀족들을 비롯한 2천여 명의 승객과 선원을 태우고 미국으로 첫 항해에 나섰다. 타이타닉호는 항로에 얼음과 빙산이 있다는 다른 선박들의 경고도 무시한 채 나아갔다. 결코 '가라앉지 않는 배'를 만들었다는 영국인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앞섰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타이타닉호는 빙산에 찢기며 속수무책으로 침몰했다.기울어 가는 배 위에서 사람들은 극도의 공포 속에 사투를 벌였지만 1천500여 명이 영하의 바닷속에 잠겼다. 특히 3등실 승객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나치 독일이 체제 선전용으로 건조한 대형 여객선 구스틀로프호 침몰 사고는 사상 최악의 해양 사고였다. 1945년 겨울 동부전선의 피란민을 태우고 발트해를 항해하던 이 배는 소련군 잠수함의 어뢰를 맞고 1시간여 만에 가라앉았다.선장과 몇몇 선원들이 '각자 알아서 탈출하라'는 말을 남긴 채 배를 빠져나간 가운데 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중 대부분이 아이와 여성들이었다. 2014년 그 잊을 수 없는 봄날, 진도 인근 해상에서 300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를 낸 세월호 참사를 미리 보는 듯한 장면이다. 지난 5일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는 순식간에 공포의 유람선으로 변했다.배 안에 '우한 폐렴' 환자가 한꺼번에 10명이나 발생한 것이었다. 게다가 일본 정부가 감염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탑승객 하선을 전면 불허하고 2주간 선내에 머물도록 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보름 동안이나 저마다 선실에 갇혀 격리 생활을 해야 하는 여행객들은 졸지에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본 정부로서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어쩔 수 없는 비상조치였다.지난달 30일에는 이탈리아 로마 북서부의 한 항구에 정박한 유람선에서 6천여 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배에 갇힌 적도 있었다. 우한 폐렴 의심 증상을 보인 두 명의 중국인 탑승객 때문이었다. '공포의 유람선'이 어찌 배에만 국한된 일일까. 무능한 선장을 만나거나 불순한 세력이 개입되면 국가라는 유람선 또한 좌초와 고립의 위기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그 공포와 절망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2020-02-10 06:30:00

[야고부] 정당 이름 코미디

[야고부] 정당 이름 코미디

'꼬리 둘 달린 강아지당'(Hungarian Two-tailed Dog Party).장난 같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정당이다. 2014년 9월 공식 등록한 헝가리의 군소 정당인데 영생, 주1일제 근무, 작은 중력​, 낮은 세금, 공짜 맥주 등 황당무계한 공약들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정당은 2018년 헝가리 선거에서 득표율 1.73%를 기록했다. 이렇듯 세상에는 별의별 정당들이 다 있다.독일사과전선(Front Deutscher Äpfel), 헝가리마늘전선(Magyar Fokhagymafront), 무생물체당(Inanimate Objects Party), 임대료가 젠장 맞게 높다당(Rent Is Too Damn High Party), 밤샘당(All-night Party), 테디베어연합(Teddy Bear Alliance), 당!당!당!(Party!Party!Party!), 도널드 덕당(Kalle Anka-partiet), 코뿔소당(Rhinoceros Party), 맥주애호가당(Polska Partia Przyjaciół Piwa), 미스 그레이트브리튼당(Miss Great Britain Party), 지지정당없음당(支持政黨なし)….희한한 정당들이 많지만 그래도 원칙은 있다. 적어도 사람 이름은 안 내건다는 것. 겨우 하나 예외를 찾았다. 영국의 '새천년 빈당'(New Millennium Bean Party)이다. 창당자의 별명인 캡틴 비니(Captain Beany)를 본뜬 이름이라고 한다.한국 정치 무대에 사람 이름을 내건 정당이 등장할 뻔했다. 3월 1일 창당을 예고한 가칭 '안철수 신당'인데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이름 사용이 불허됐다.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당명에 포함시키면 정당 운용의 비민주성이 유발될 수 있고 특정 정치인이 선거운동 기회를 더 많이 얻는 불공평을 초래한다." 선관위의 부연 설명이다.안철수 신당 측은 선관위가 과도한 해석으로 정당 설립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발했지만 출범 전부터 모양새를 한껏 구겼다. 정당 이름에는 정당 정신이 담겨야 한다. 안철수라는 이름 석 자의 정치적 브랜드 파워가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사회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정당명을 이렇게 지으려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독재자들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2020-02-08 07:30:00

[야고부] 문 정부의 깨춤

[야고부] 문 정부의 깨춤

최대 5천만 명 정도가 희생된 스페인 독감의 진원지는 스페인이 아니다. 미국 미시간주 일부 지역이 최초 발생지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그런데도 스페인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것은 1차 대전 참전국들이 전시 보도 통제를 한 반면 비참전국인 스페인 언론은 집중 보도했기 때문이다.스페인은 억울하겠지만, 현재까지 이 명칭은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 2009년 조류 인플루엔자가 스페인 독감과 비슷하다는 주장이 나오자 스페인은 UN에 '스페인 독감'이란 말을 쓰지 말 것을 요청한 적은 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그대로 쓰는 것은 그 명칭에 스페인 모욕의 의미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물론 그런 의도로 국명을 붙인 경우는 있다. 16세기 초 유럽을 휩쓴 매독이 그렇다. 당시 이탈리아와 독일은 '프랑스 병'이라고 했고, 프랑스는 '이탈리아 병'이라고 했다. 네덜란드는 '스페인 병', 포르투갈은 스페인을 지칭해 '카스티야 병', 러시아는 '폴란드 병', 터키는 '기독교 병'이라고 했으며, 타히티에서는 '영국 병'이라고 했다.지금은 이런 이름 짓기는 사라졌다. 최초 발생 또는 발견된 장소에서 많이 따오지만, 편의상 그럴 뿐이다. 6·25전쟁 때 발생했던 유행성출혈열의 바이러스는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에서 발견됐다고 해 '한탄'이란 이름이 붙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에서 따왔다. 이런 사례는 숱하다.문재인 정부가 '우한 폐렴'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바꿔 사용해달라고 언론에 요청한 것을 두고 지나친 중국 눈치 보기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중국이 싫어하는 데도 굳이 '우한 폐렴'이란 명칭을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덥석 명칭을 바꾸는 것도 볼썽사납다.정부가 지난해 '일본 뇌염'과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명칭을 그대로 사용한 것과도 대조적이다. '일본 뇌염'은 옛 일본군 731부대 바이러스 연구담당인 가사하라 시로(笠原四郞)가 뇌염 바이러스를 1935년 최초로 인체에서 분리한 데서 유래한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처음 발생한 것에서 따왔다. 어디에도 '모욕'의 의도는 없다. '우한 폐렴'도 다를 바 없다. 발생한 지역 이름을 땄을 뿐이다. 중국만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뿐인데 왜 우리가 덩달아 깨춤을 추나.

2020-02-07 06:30:00

[야고부] 인포데믹

[야고부] 인포데믹

인간 사회를 위협하는 대규모 감염병이 한 지역과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계량화하기란 쉽지 않다. 과거 감염병 통계나 예측 모델을 통해 성장률 감소 등 부정적 효과를 전망해볼 수는 있다. 최근 확산 중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로 중국 등 아시아 각국 기업의 휴업 장기화나 인구 이동 감소에 따른 급격한 소비 위축은 눈에 바로 보이는 경제 위기 현상의 하나다.감염병의 범위가 한 국가나 지역에 국한된 '유행병'(Epidemic)일 경우와 전 세계적 대유행을 일컫는 '팬데믹'(Pandemic)일 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변수 중 하나가 '대중 심리'다. 과도한 불안 심리가 경기 위축이나 금융시장 혼란을 더 증폭시킨 사례는 2003년 사스(SARS)나 2012년 메르스(MERS) 사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이런 감염병 역사에서 보듯 인간의 불안 심리는 허위 정보나 과장된 루머가 촉발시키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세계적인 질병이나 경제 공황 등 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보다 '인포데믹'(Infodemic)에 따른 파장이 더 심각하다는 분석도 있다. '정보감염병'으로 풀이되는 인포데믹은 정보와 유행병의 합성어로 처음에는 금융 용어로 쓰였지만 유튜브·SNS 등 각종 대중 매체를 통해 잘못된 질병 정보가 급속히 퍼져나가는 현상도 포함한다.이 용어는 세계 1%의 권력층 집단을 분석한 책 '슈퍼클래스'의 저자이자 미국 클린턴 행정부 때 상무부 차관을 지낸 데이비드 로스코프가 2003년 처음 언급했다. 그는 정보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른 데다 특히 가짜 뉴스는 큰 피해를 낳게 된다며 인포데믹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그제 세계보건기구(WHO)는 '인포데믹'에 대해 우려하는 경고 메시지를 발표했고, 아시아 각국 정부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를 둘러싼 가짜 뉴스를 엄히 처벌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인포데믹의 폐해가 매우 큰 편이다. 영어의 '데믹'(~demic)의 어원이 그리스어로 '사람들'을 뜻하는 데모스(demos)로부터 나온 것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질병과 위기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바이러스보다 더 빠르게 확산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포데믹의 피해자 또한 사람이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2020-02-06 06:30:00

[야고부] 미국 원정 한미훈련

[야고부] 미국 원정 한미훈련

독일과 소련은 1941년부터 1945년까지 피 터지게 싸웠지만, 1922년과 1923년 두 차례의 군사협력 조약 체결을 시작으로 히틀러가 정권을 잡은 1933년까지 10년 동안 군사적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에 있었다. 그 이유는 독일은 1차 대전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소련은 공산주의 혁명 때문에 모두 국제적 '왕따'였기 때문이다.특히 독일의 처지가 처량했다. 베르사유 조약으로 적국에 대한 공격은 물론 자위(自衛)까지 어렵게 꽁꽁 묶였기 때문이다. 군의 규모는 장교 4천 명을 포함해 10만 명으로 제한됐고, 육군은 종류를 불문하고 전차의 개발·보유가 금지됐으며, 공군은 항공기를 보유할 수 없어 서류상의 존재로 전락했다. 해군 역시 보유 함정의 총배수량은 10만t으로 묶였고, 잠수함은 보유할 수 없었다. 이런 제약 조건하에서 독일은 신무기 개발이나 새로운 전략·전술의 개발·훈련은 꿈도 못 꿨다.이런 절망적 상황을 독일은 소련과 군사협력으로 헤쳐나갔다. 독일은 소련 장성들을 독일로 초청해 독일의 전략·전술 교리, 군사 경제와 병참 지원에 관한 '신사고'를 제공했다. 이에 앞서 소련은 독일에 무기 시험과 전술 훈련 장소를 제공했다. 모스크바 동남쪽에 있는 리페츠크에 공군 훈련장, 볼가강의 카잔에 탱크 학교, 톰카(현재 볼스크)에 화학전 훈련 단지를 세워 독일이 독일 땅에서는 어림도 없는 무기와 전술의 개발·시험·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다.우리 군 당국이 육군 전차와 자주포 등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야외 훈련장으로 수송해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미 본토 훈련장 시설을 활용해 주한 미군 순환 배치 부대와 훈련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설명이다.그러나 숨은 이유는 9·19 남북 군사합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합의' 이후 최전방에서 포 사격 훈련을 하지 못하게 된 데 따른 궁여지책이란 것이다. 국방부는 이를 부인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의 규모가 크게 줄거나 중단돼온 사실을 감안하면 믿음이 가지 않는다. 1차 대전 후 독일군처럼 우리 땅에서 훈련도 하지 못하는 우리 군의 처지가 딱하다. 독일은 어쩔 수 없어 그랬다지만 우리는 '합의'라는 자승자박(自繩自縛) 때문이어서 더 그렇다.

2020-02-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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