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정부 비판하면 '친일'이고 '매국'이라는 여당의 오만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여권의 대응이 갈수록 비이성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도리어 악화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당내에 설치한 '일본경제보복특위'의 명칭을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로 바꾼 것부터 그렇다.'보복'은 상대방의 원인 행위가 있음을 내포하지만 '침략'은 일방적 행동을 의미한다. 결국 민주당의 주장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한국의 원인 행위 없는 일본의 일방적 조치라는 것이다. 그렇게 믿을 사람이 일본은 물론 국내에도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사 문제를 고리로 한 일본의 경제 보복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당연히 철회돼야 한다. 그렇다고 일본의 경제 보복이 우리의 원인 행동이 없는 일방적인 침략 행위라고 할 수는 없다. 여당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그렇지 않다고 우긴들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더 기가 막히는 것은 최재성 위원장의 발언이다. 최 위원장은 "아베 정부의 경제 침략은 경제를 매개로 한국에 통제 가능한 친일 정권을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굴종적인 친일 정권을 바란다면 그것은 오판이다"라고 했다. '친일'이든 아니든 정권을 세우는 주체는 국민이지 아베 정부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 위원장의 발언은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심화되면 우리 국민이 친일 정권을 선택할 것'이란 소리밖에 안 된다. 우리 국민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최 위원장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한 문재인 정부의 '외교 무능'을 비판하는 언론과 야당을 항해 "국익을 해치고 일본을 의도적으로 이롭게 하는 세력은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를 비판하면 매국이고 일본을 이롭게 하는 것인가?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풀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런 막말을 쏟아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현재 정가에서 나오는 "여당이 내년 총선을 '친일' 대 '반일' 구도로 치르려 할 것"이란 관측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2019-07-19 06:30:00

[사설] 신라왕경특별법, 고도 경주의 위상 회복 계기돼야

신라왕경 핵심유적 복원·정비에 관한 특별법(이하 신라왕경특별법)이 발의 2년여 만에 국회 통과를 눈앞에 뒀다. 신라왕경특별법 제정은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도약시키는데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갑고 환영할 만한 법안이다. 경주가 지진과 관광객 감소, 낡은 관광 인프라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그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이 특별법은 경주를 활력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규정한 것이 특징이다. 법안에는 ▷정부는 5년 단위로 핵심유적 복원·정비 종합계획 수립 ▷문화재청에 핵심유적 복원·정비 추진단 설치 ▷연도별 시행 계획의 수립 및 시행 ▷월성, 황룡사 등 8개 복원사업 추진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이 법안 제정으로 현재 진행 중인 왕경복원사업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물론이고 추가적인 예산 투입까지 가능하다는 점이 큰 수확이다. 왕경복원사업은 박근혜 정권 당시인 2014년부터 2025년까지 9천450억원을 들여 추진되고 있으나, 이 법안으로 정권 교체로 인한 예산 확보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게 됐다.경주는 2016년 규모 5.8의 유례없는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해 수학여행단, 관광객 등이 감소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낡고 오래된 관광 인프라와 식상한 문화 유적 중심 관광 등도 경주의 매력을 떨어트리는 요인이었다. 월성원전과 방사성폐기물처리장, 한수원 등으로 인해 '고도'(古都)보다는 '원전 도시'라는 오해를 받은 것은 뼈아픈 일이다.이 법안이 경주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요술방망이는 아니다. 그간 경주가 역사문화·관광에 집중하지 않고 엉뚱한 곳에 신경쓰다가 불거진 각종 부작용을 해소할 필요는 있다. 김석기 의원이 법 제정에 앞장서고 많은 국회의원이 호응한 것은 경주를 세계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만들어 달라는 바람 때문이다. 이 법안으로 경주가 경쟁력 있고 볼거리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19-07-19 06:30:00

''전남·경남 남해안→경북 남부·대구→포항 동해안' 기상청 태풍 다나스 예상경로 오후 10시 업데이트. 날씨누리

'전남·경남 남해안→경북 남부·대구→포항 동해안' 기상청 태풍 다나스 예상진로 오후 10시 업데이트

기상청이 '태풍 다나스' 예상경로를 18일 오후 10시 발표했다.이날 오후 4시 발표에 이어 6시간 만이다.진로 예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전남 서해안을 통해 진입, 전라남도와 지리산, 경상남도 등을 아우르는 남해안 및 그 일대 내륙 지방을 지나고, 이어 북동진하며 대구와 경상북도 남부 일대를 지난 후, 포항을 통해 동해안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태풍 소멸 시점은 앞당겨졌다. 21일 오후 3시로 예상됐던 것에서, 오전 9시로 6시간 빨라졌다.15분 전 일본기상청이 발표한 예상경로와는 여전히 큰 차이를 보였다.일본기상청은 전남 서해안을 통해 태풍 다나스가 진입하는 것은 같지만, 전라도를 관통하는데다 충청도 남쪽 일대 및 경북 북부를 거쳐 강원도 동해안을 통해 태풍이 빠져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즉, 한국 기상청은 태풍 다나스가 거의 남해안을 따라 가는 것으로, 일본기상청은 태풍 다나스가 현재의 북동진 진로를 내륙에서도 유지하며 관통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게 차이점이다.이 같은 차이는 태풍이 좀 더 가까워진 내일(19일) 오전 양국 기상청의 예상경로 발표에서 좀 더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2019-07-18 22:18:25

[사설] 일제 상징물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 실천 가능한 규정 돼야

16일 개의한 대구시의회가 김병태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 제한 조례안'을 심의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례안의 목적은 올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일제 잔재를 청산하려는 뜻에서,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 사용(공공 장소와 공공 행사)을 제한·조정하기 위한 만큼 나름 의미있고 반길 만한 일로 볼 수 있다.앞으로 남은 조례안 심의 처리 과정을 지켜봐야겠지만 발의된 내용을 보면 지적할 점이 적지 않다. 먼저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에 대해서다. 해당 조항은 '일본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군사기 및 이를 연상시키려는 목적으로 사용된 유사 디자인'과 '일제강점하 강제징용, 위안부 등 피해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의도로 사용된 디자인'으로 돼 있다. 규정 내용과 적용 범위가 너무 포괄적인 데다 애매하기도 한 까닭에 객관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흔히 '욱일승천기'(욱일기)로 불리는 옛 제국주의 일본 해군기처럼 일본제국주의 상징물에 포함되는 대상을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히 밝히고 그 잣대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과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적잖고, 조례안 제정의 뜻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도 하다. 물론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칫 이런 규정을 남용·악용할 경우 설치될 심의기구(심의위원회)를 통한 해결까지 괜한 갈등과 소모전은 어쩔 수 없다.제대로 손질을 거쳐 이번 조례안이 마련되면, 지난 2016년 대구의 한 축제장에서처럼 욱일기 모양의 도안을 한 깃발을 앞세워 행진한 바람에 물의를 일으키는 일은 아예 처음부터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과거 일제강점기 식민지배 반성은커녕 아픈 과거사를 상품화하려는 불순한 의도의 차단도 가능하다. 나아가 공공 사용을 넘어 민간 영역까지 퍼지는 효과도 기대할 만하다. 유럽 국가가 과거 독일 나치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일 터이다.

2019-07-18 06:30:00

[사설] 황교안 대표, 예산 타령 외에는 내놓을 정책이 없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6일 대구에서 중소기업을 방문하고 경제토론회도 열었지만, 그리 개운치 만은 않다. 어려운 지역 경제를 살피는 것은 바람직한 행보라고 해도, 발언 내용만 볼 때는 지역 경제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난 2월 대표 취임 이후 다사다난했음은 잘 알지만, 한국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에 대한 공부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황 대표가 이날 '대구 경제 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해 중점적으로 밝힌 것은 예산 문제였다. 그는 "대구 경제가 홀대받고 후퇴하고 있다"며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대구경북이 홀대받는 일이 없도록 챙기고 또 챙기겠다"고 했다. 대구시·경북도가 보내준 자료를 보고 예산 문제를 강조했겠지만, 국회의원이라면 모를까 당 대표가 중심 주제로 삼기에는 걸맞지 않은 사안이다.황 대표는 지역 경제에 대한 비전이나 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구체성마저 없었다. 그는 "근본적으로 대구의 경제 체제를 바꾸고 산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혁신 지원 방안도 챙겨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가 어려운 이유로 소득주도성장과 민주노총의 횡포를 들며 정치 공세를 쏟아냈다.아무리 이날 토론회가 학계 전문가, 기업인, 전통시장 상인 등 참석자의 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자리라고 해도, 지역 경제 해법에 대해 두리뭉실하게 피상적인 얘기로 일관한 것은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항 이전, 대구-구미 상수원 문제 등 현안을 피해간 것이나, 정책이나 대안을 심층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지역 경제에 대한 몰이해 때문일 것이다.대구경북은 전통적인 한국당 강세 지역이다. 당 대표가 지역 경제 현실과 지역민의 살림살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면 지역의 '맹주'로 인정받을 만한 자격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지역민의 지지를 얻고 싶다면 구체적인 정책과 대안을 제시하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2019-07-18 06:30:00

[사설] '경제 보복'이란 비판까지 나온 文정부의 대구 예산 홀대

'대구 경제 살리기 토론회'에 참석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대구시가 요청한 내년도 예산의 정부 부처 반영액이 5월 말 기준으로 80.9%만 반영됐다. 이러니 대구 패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또 "작년에 편성한 올해 대구 예산도 다른 광역단체는 다 늘었는데 대구만 줄었다. 이는 또 다른 경제 보복이다"고 밝혔다.야당 대표가 '경제 보복'이라고 비판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대구는 정부 예산 편성에서 홀대받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 편성에서 대구시가 거둔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구시는 내년 예산으로 3조4천418억원을 요청했지만 5월 말까지 80.9%만 반영됐다. 올해에도 정부 예산에 대구시 예산 반영률이 저조했다. 대구시는 올해 국비사업으로 총 543건 3조4천419억원을 요구했지만 정부 예산안에 3조719억원만 편성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정부 예산이 짜였는데도 대구시 예산은 2018년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대구와 달리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 이 정권의 텃밭 지역은 올해 국비 예산이 크게 늘어 대조를 보였다. 부산시는 7천186억원 늘어난 6조613억원을 확보했고 경남도도 4조8천268억원으로 2천602억원 늘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작년보다 2천346억원, 6천8억원 증가해 2조원, 6조원을 돌파했다. 내년 총선 승리에 집권 세력이 목을 매는 만큼 내년 정부 예산에서도 이들 지역의 예산은 대폭 늘어날 게 분명하다. 그 반면 정권으로부터 패싱을 당하는 대구의 내년 예산은 올해 수준에 머무르거나 줄어들 우려마저 있다.정부 예산이 대폭 늘어나고 상당수 지방자치단체의 국비 사업 예산이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대구 예산 차별은 잘못된 일이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지역민들의 정치 성향이 다르다고 예산 홀대를 하는 것은 지역 균형 발전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 올해에 이어 내년 예산마저 대구가 홀대를 당한다면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대구 시민 마음을 얻기는 불가능하다. '경제 보복'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정부·여당이 대구 예산을 적극적으로 챙기기 바란다.

2019-07-18 06:30:00

[사설] 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성과는 文대통령에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내일 청와대에서 만난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청와대 회동은 지난해 3월 5당 대표 회동 이후 1년 4개월 만이다. 최대 당면 과제인 일본의 경제 보복 대처를 비롯해 안보·외교 문제, 선거법 개정, 검경수사권 조정, 추가경정예산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이번 회동은 그동안의 만남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말미암은 경제 위기에서 촉발된 회동인 만큼 국민이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일본의 경제 보복 등 국가가 처한 총체적 난국 돌파 방안을 찾기 위해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이번 회동이 갖는 무게와 의미, 중요성부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어렵게 성사된 회동이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려면 문 대통령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금껏 문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대한 조언(助言)과 쓴소리를 듣고서도 국정에 반영하지 않거나 정책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 탓에 대통령이 얘기를 귓등으로 흘려듣는다거나 받아들일 생각이 없으면서 듣는 시늉만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됐다.하지만 이번 회동만큼은 문 대통령이 귀와 마음을 열고 야당의 얘기를 경청하고 국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나라가 처한 상황이 미증유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야당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 대일특사 파견과 민관 협의체, 국회 방미단 등을 포함한 장단기 해법을 제안할 예정이다. 국방부·외교부장관 등 안보·외교라인 교체를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듣기에 거슬리고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고 하더라도 성의있게 듣고 자신의 견해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야당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진정성을 갖고 노력한다면 이번 회동에서 성과를 끌어낼 수 있다. 위기 돌파를 위한 국력 결집 실마리를 마련할 것인가, 아니면 대통령과 야당의 정쟁이 또다시 표출될 것인가. 청와대 회동 결과를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문 대통령과 여야 대표는 명심하기 바란다.

2019-07-17 06:30:00

[사설]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니 국민 뒤에 숨겠다는 것인가

일본의 경제 보복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이 계속되고 있다.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국가지도자로서 하지 말아야 할 무책임한 발언이라고도 할 수 있다. 1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다. 여기서 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 조치로)결국에는 일본 경제에 더 큰 피해가 갈 것임을 경고해둔다"며 "국민도 자신감을 갖고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했다.보복 조치가 일본의 자해(自害)가 될 것이라는 소리부터 무책임하다. 일본을 자극해 사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복 조치가 일본에도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는 일본 내에서도 나온다. 그러나 피해의 총량과 강도에서 우리는 일본과 비교할 바가 안 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일본이 그런 계산도 하지 않고 보복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일본 자해' 발언은 일본에 씨알도 안 먹힐 소리다.더 한심한 것은 국민더러 '힘을 모아달라'는 소리다. 사태를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해놓고 국민에게 힘을 모아달라니 책임 회피도 이런 책임 회피가 없다. 국민을 전면에서 내세우고 그 뒤에 숨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민이 힘을 어떻게 모으라는 것인가. 미국의 중재를 요청하러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의 말처럼 '국채보상운동'과 'IMF 금 모으기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나.더욱이 적폐를 청산한다며 집요한 정치 보복과 편 가르기로 우리 사회를 갈가리 찢어놓은 장본인이 바로 문 대통령 아닌가. 국민이 하나가 돼 나서기에는 그 골이 너무 크고 깊어졌다. 그래놓고 다급해지자 '국민이 나서달라'고 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염치없는 짓이다.이날 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일본에 "외교적 해결"을 제안하며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한 것은 분명히 진일보한 대응이다. 그러나 '경고'니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느니 쓸데없는 말로 제안의 '진정성'을 스스로 깎아버렸다.

2019-07-17 06:30:00

[사설] 대한항공의 대구공항 화물 사업 중단, 피해 대책 마련 후라야

대구국제공항의 명암이 뚜렷이 갈리고 있다. 대구공항 이용객은 올 상반기만 해도 사상 최대인 247만 명을 돌파하고 연말 500만 명 달성도 넘보게 됐다. 반면 국내선 화물 분야만큼은 반대다. 취급량이 갈수록 줄어 이를 맡은 대한항공이 아예 10월부터 사업 철수를 예고했다. 사업 중단 시 대구~제주 간 화물 수송이 어렵게 돼 신선 수산물 등의 취급 업체를 비롯, 연쇄 피해가 불가피하다. 당국의 대책 마련은 발등의 불이 됐다.그러나 대구시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손을 쓰지도 못했다. 최근에야 항공사를 찾아 뒤늦게 설득에 나서는 등 허둥대고 있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물론 국내 운송 화물의 대체 수송 수단 다양화 등에 따른 물량 감소와 영업 적자 누적 등 경영 악화의 악순환으로 항공사의 사업 중단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을 터다. 그렇더라도 대구시로서는 늑장 대처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 만큼 대책 마련도 시급하게 됐다.이제 남은 과제는 지역 업체나 관련 업소 피해를 줄일 길을 찾는 일이다. 해법을 찾지 못하면 대한항공의 화물사업 철수로, 지금까지 대한항공이 맡았던 대구공항의 아시아나 항공 이용객 화물 수송조차 중단될 처지다. 이는 곧바로 대구공항 이용객의 불편과 피해로 이어져 결국 대구공항 활성화에 악영향을 주는 결과를 낳을 것이 자명하다. 그동안 대구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애쓴 노력이 자칫 헛되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대구시는 쉽지 않겠지만 먼저 대한항공의 기존 화물 분야 사업 폐쇄 기한의 최대한 연장을 위해 협상력을 발휘하는 한편, 대체 수송 수단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 현재 대구~제주 간 하루 평균 5~10t에 이르는 화물에 생존을 건 이해 당사자가 여럿이고, 그 물량도 결코 적지 않다. 그런 만큼, 대구시는 항공 이용 업체와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늑장 대처를 만회할 대구시의 기민한 행정이 절실한 때다.

2019-07-17 06:30:00

[사설] 황교안 대표, 총선 공천권 불행사는 바람직한 방안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조만간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대표가 공천권 불행사를 천명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어서 '한국당에서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획기적이고 파격적이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이 내놓은 수많은 개혁안 중 이보다 참신한 방안은 찾기 어려울 것이다.한국당 신정치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14일 황 대표에게 공천권 불행사를 건의했다고 한다. 혁신위는 공천권 불행사 이유로 2016년 20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해 총선을 망친 전례를 들었다. 당시 새누리당은 총선을 앞두고 '180석은 무난하다'고 교만을 떨다가 공천 심사 과정에서 '진박(眞朴) 논쟁' '김무성 대표 직인 날인 거부' 등 온갖 추태를 연출한 끝에 제2당으로 추락했다. 그 기억이 아직까지 국민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는 만큼 혁신위의 제안은 합당해 보인다.황 대표의 수락 여부는 듣지 못했지만, 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이 방안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전했다. 전통적으로 야당 대표는 공천권을 쥐고 '줄 세우기' '당 장악력 확대'를 시도하는 것이 공식처럼 돼 있는데, 이를 내려놓겠다니 참으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실제 이뤄지면 정치 개혁 및 정치 문화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만약 황 대표가 공천권 불행사를 선언한 후 실제 공천 심사에서 '제3자'를 내세우거나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면 아니한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 뻔하다. 주변 참모나 지원 세력의 압력과 유혹이 적지 않을 것이기에 처음부터 '공천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모진 각오를 다지지 않으면 안 된다.중도층이 한국당을 신뢰하지 않는 이유는 웰빙·기득권·불통 이미지 때문이다. 한국당은 변화하고 바뀌는 모습을 보여야 미래가 있다. 그렇기에 대표의 공천권 불행사는 이미지 변신을 위한 적절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2019-07-16 06:30:00

[사설] 최저임금 공약 이행 어렵다면서 '소주성' 집착할 이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임기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한 것은 용기있는 행동이다. 대통령의 공약은 포기하거나 수정할 수 없는 '도그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이 10.9% 인상돼 '2020년 1만원 목표'가 사실상 무산된 작년 7월에도 사과했다.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처음부터 우리 경제의 현실을 무시한 것이었다. 최저임금 인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이를 감당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을 지난 2년간 각각 16.4%와 10.9% 올린 결과는 이를 잘 말해준다.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야 할 저소득층의 소득은 도리어 줄고 고용은 최악으로 곤두박질했다. 고용하는 사람의 수입이 더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금이 올라가면 고용을 줄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적응'이다. 최저임금 인상 공약은 이렇게 간단하고 자명한 이치를 무시한 상상 속의 '장밋빛' 약속이었다.소득주도성장 정책도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을 높이는 것이 '소주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노리는 시나리오는 참으로 희망적인 '선순환' 일변도이다. 최저임금을 높이면 소비가 늘어나고 이는 기업 활력을 높여 다시 기업의 지급 여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간단하게 말해 소주성은 실패했다.그런데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사과'가 소주성의 폐기나 포기가 아니라고 했다. 소주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애착은 이해하지만 그런다고 소주성이 실패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은 '사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소주성을 포기하고 경제 활력을 북돋우는 새로운 정책으로 좌표를 이동해야 한다.자존심이 상한다면 명시적으로 '소주성'을 포기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설익은 좌파 정책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된다.

2019-07-16 06:30:00

[사설] 직장 내 괴롭힘 막으려면 사회적 관심과 노력 뒤따라야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직장 내 갑질 방지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지위나 관계 등을 이용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못하도록 강제했다.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서는 지시나 폭언, 인격 모독 등 위법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고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상하도록 규정한 것이다.그동안 직장 내 자율적 관리나 통제를 벗어난 채 부당한 업무 지시와 차별, 강요 등이 일상화하다시피 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직장에서 공통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이다. 이런 그릇된 직장 문화와 구조가 깊게 뿌리를 내리면서 인간관계를 왜곡시키고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며 병폐로 굳어졌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이번에 관련 법을 만들고 시행한 것은 이런 부분을 바로잡기 위한 예방책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 내 갑질 근절과 괴롭힘 예방 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대체로 법 시행을 반기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가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조항이 없고, 갑질 행위를 규정하는 기준이 모호한 점,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를 직접 조사해야 하는 등 한계도 분명하다. 또 입법 취지와 달리 허위 신고나 음해 등으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도 예상돼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해 보인다.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갑질 같은 비인간적 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춰 우리도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다듬고 보다 엄격한 잣대로 위법행위를 엄하게 처벌하는 환경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괴롭힘을 당하는 피해자 대다수가 신입사원이나 여성 하급자 등 직장 내 약자라는 점에서 광범위하게 사례를 축적하고 시행착오도 최대한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사용자의 책임도 크다. 직장 내 괴롭힘이 없도록 임직원을 철저히 교육하고, 모든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 괴롭힘이나 갑질 대신 건전한 인간 관계와 조직 구조가 정착할 수 있다.

2019-07-16 06:30:00

[사설] 이 판국에 '이순신 장군, 12척의 배' 소리가 왜 나오나

일본이 경제 보복을 예정된 시나리오대로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전남 무안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전남 주민들이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켰다"는 발언을 했다. 이는 원고에 없는 발언으로, 문 대통령은 이날 '이순신 장군'을 세 번이나 언급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정면 대응 의지를 밝힌 작심 발언으로 해석된다.한마디로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는 부적절한 발언이다. 도대체 지금 시점에 422년 전의 '명량해전' 얘기가 왜 나오는지 참으로 모르겠다. 그런 '민족감정팔이'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맞대응할 실질적인 수단이 있나? 안타깝지만 별로 없다. 그게 우리의 엄연한 현실이다. '이순신 장군'과 '12척의 배'를 아무리 상기한들 이런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최선은 무엇인가. 우리가 처한 현실 내에서 해법의 실마리를 찾는 것이다. 바로 외교적 해결이다. 그러나 이것도 잘 안 되고 있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러 갔던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왔다. 그가 푼 보따리는 "미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데 세게 공감했다"는 것뿐이다. 얼마나 할 말이 없으면 '세게'라고 굳이 강조했을까. 수출 규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에 갔던 우리 대표단도 모욕적인 홀대만 당하고 성과 없이 돌아왔다. 예상됐던 결과다.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본을 더욱 자극해 그렇지 않아도 좁디좁은 외교적 해결 통로의 폐색(閉塞)을 더 심화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현실과 괴리된 강경 발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주 30대 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일본은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런 발언을 하려면 일본이 '막다른 길'로 갔을 때 내놓을 카드가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에게 그런 게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있는 게 낫다.

2019-07-15 06:30:00

[사설] 낙동강 보 양수장 예산 수용 논란, 길게 보고 판단할 때

정부의 낙동강 수계 보(洑)의 양수장 시설 개선 국비 지원 수용 여부를 두고 대구경북지역 달성군 등 6개 시·군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굳이 정부 지원을 달갑지 않게 보는 까닭은 국비 수용이 자칫 보 개방의 빌미가 되지 않을까 걱정한 탓이다. 반면 환경단체는 정부 예산을 받아 양수장 시설 개선을 주장하는 만큼 시·군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게 됐다.이명박 정부가 추진해 마친 4대강의 16개 보 공사로 낙동강에는 모두 8개, 특히 대구경북에만 6개로 가장 많다. 그런 만큼 낙동강 물을 퍼서 수면보다 높은 농경지에 물을 대는 양수장도 어느 곳보다 많다. 낙동강 전체 118곳의 양수장 가운데 대구경북 6개 보와 관련, 관리하는 양수장이 79곳이니 말이다. 이는 대구경북 농경지의 낙동강 양수장 의존도가 높다는 증거나 다름없다. 그만큼 대구경북 시·군 양수장 관리의 중요성을 뜻하는 셈이기도 하다.이는 대구경북 농민들이 정부나 환경단체와 달리 보 개방에 반대하고 보에 갇힌 물을 지키려고 지금까지 필사의 노력을 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 행정안전부가 특별교부세 114억원을 배정, 양수장 개선에 나서도록 신청을 독려해도 대구경북의 6개 시·군에서는 이런 농민 사정을 감안해 응하지 않은 까닭일 것이다. 국비 지원 수용이 정부의 보 개방 정책을 인정한다는 오해를 받기 좋은 데다, 정부의 보 개방 강행의 명분까지 줄 수도 있어서다.이런 시·군의 입장은 나름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국비 지원 수용의 신중한 검토도 필요하다. 79곳 양수장 가운데 공기업인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45곳이 이미 지난해 560억원가량의 예산으로 정부 방침에 따라 시설 개선 작업을 하는 이유와 달리, 자연재해 같은 만약의 일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양수 시설 개선과 보 개방을 분리하는 행정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담보할 장치를 마련하고 양수 시설 개선으로 혹시 있을 재난까지 대비하는 긴 호흡의 일 처리는 나쁘지 않다.

2019-07-15 06:30:00

[사설] 한발 앞선 고분양가 관리대책 아니면 집값 안정 어렵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대구 일부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제동이 걸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12일 대구 중구와 대전·광주 등 전국 6개 구를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대구 관리지역은 지난해 4월 지정된 수성구에 이어 중구가 두 번째다.당국이 일부 지방도시의 아파트 분양가 고삐를 조금씩 당기기 시작한 것은 잘한 일이다. 관리지역에 포함되면 해당 지역에서 1년 이내에 분양한 아파트 분양가 수준에 맞춰야 하고 105% 이상의 분양 가격을 매길 수 없다. 다만 대구를 비롯한 전국 아파트 분양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뒤 규제에 나섰다는 점에서 때를 놓쳤다는 지적도 만만찮다.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가 달아오르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자 수성구와 중구 등 대구 일부 지역 신규 아파트 분양 가격도 덩달아 치솟았다. HUG의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대구의 신규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천358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5월 1천248만원과 비교해 1년 새 12.7%나 오른 것이다.특히 수성구는 3.3㎡당 2천만원을 훌쩍 넘기며 고분양가 논란이 거세자 일찌감치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또 활발한 재개발·재건축 움직임을 보이며 신규 아파트 분양이 줄을 이은 중구도 올 상반기 평균 분양가가 3.3㎡당 1천591만원으로 1년 새 11.5%나 오르자 비현실적인 분양 가격 인상에 대한 시민 우려가 커졌다.지나친 분양 가격 인상은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적절히 규제할 필요가 있다. 분양 가격이 크게 오르면 기존 아파트값도 함께 치솟는 등 악순환을 부르기 때문이다. 결국 과도한 분양가 인상이 집값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주된 원인이라는 말이다. 당국은 나머지 6개 구·군의 분양가 인상 움직임도 꼼꼼하게 점검해 한발 앞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자칫 수성구나 중구의 예처럼 풍선효과만 키우고 시장 혼란을 부르는 일이 없도록 적극적인 대응 자세가 필요하다.

2019-07-15 06:30:00

[사설] 낙동강 수계, 오염원 관리가 이 지경이라니

낙동강 수계 주요 폐수 배출 업체를 단속했더니 절반 이상이 관리 부실로 드러났다. 퇴비화되어야 할 가축 분뇨가 넘쳐 강으로 유출되고 있었다, 사업장에 불법 야적해 둔 폐기물은 비가 내리면 오염된 침출수로 변해 역시 강으로 유입됐다. 강으로 흘러든 오염원은 결국 부영양화를 재촉해 녹조 등의 원인이 된다는 점에서 가벼이 넘길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례를 보면 낙동강 오염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이번 단속은 강정고령보를 비롯해 달성보, 합천창녕보, 창녕함안보 등 4개 보 상류 폐수 배출 업소와 가축 분뇨 재활용 업소, 하폐수종말처리시설 등에 대해 이뤄졌다. 낙동강 수계 녹조 등 오염물질 저감을 위한 조치였다. 그 결과를 보면 기가 막힌다. 단속 대상으로 삼은 77개 소 중 43개 소가 46건의 위반행위로 적발됐다. 낙동강을 오염시키는 온갖 행위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가축 분뇨를 재활용해 퇴비·액비를 생산하는 업체라면 수거한 가축 분뇨를 처리시설 및 보관시설 등에서 흘러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리의 기본이다. 그럼에도 적발 업체들은 이를 거의 지키지 않았다. 6개 업소가 운영 중인 퇴비화시설 및 보관시설에서 가축 분뇨가 외부로 유출돼 적발됐다. 사업장 발생 폐기물을 벽과 지붕을 갖춘 장소에 보관해야 하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업소도 많았다. 14개 업체가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사업장 내 불법의 장소에 불법 야적해 뒀다가 적발됐다. 이렇게 쌓아둔 폐기물은 우천 시 침출수가 외부로 유출돼 강으로 흘러들기 마련이다. 비점오염 저감시설을 설치한 6개 업소는 저감시설인 저류조의 용량이 부족하거나 유입·유출 관측조차 않다가 단속에 걸렸다.이번 단속은 6월 10일부터 불과 5일간 이뤄졌다. 상류 오염원이 없는 강물은 설혹 물을 가둬 두더라도 녹조 등 수질오염이 덜하다. 가축 분뇨나 침출수 불법 유출은 단순한 환경 훼손으로 끝나지 않는다. 낙동강 주변 주민들의 젖줄인 강물은 물론 지하수까지 오염시킨다.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 오염물질을 배출하면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소득 이상의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오염물질 배출 행위를 근원적으로 막을 수 있다.

2019-07-13 06:30:00

[사설] 반기업 정책이 초래한 외국인 투자 급감

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 러시에 이어 외국인의 한국 투자도 급감하고 있다.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감소하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반(反)기업 정책의 당연한 결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산업통상자원부 집계 결과 올 상반기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신고 기준'으로 98억7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3% 감소했다. 실제 투자가 이뤄진 '도착 기준'으로는 감소 폭(45.1%)이 더욱 커 거의 반 토막 났다. 이에 대한 산자부의 '해명'은 참으로 안이하다. "작년 상반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기저 효과에다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 위축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이다.물론 '기저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를 원인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것일 뿐이다. 그 본질이란 투자를 꺼리게 하는 국내 기업 환경이다. 기업의 숨통을 죄는 각종 규제와 최저임금 인상이 불러온 인건비 상승과 주 52시간제, 강성 노조 등이 맞물려 한국을 투자 부적격 지역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와 기업인들의 일치된 지적이다.국내 기업의 해외 탈출은 이를 뒷받침한다. 올 1분기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9% 증가한 141억1천만달러로 관련 통계가 처음 나온 1981년 4분기 이후 38년 만에 최고치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일자리 창출의 주역인 제조업의 해외 탈출이 더욱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올 1분기 제조업 해외 투자는 57억9천만달러로 작년 1분기(24억1천만달러)보다 무려 140.2%나 늘었다.국내 기업 환경이 '친기업적'이라면 이렇게 국내 기업이 해외로 탈출하고 외국인이 국내 투자를 줄이는 현상은 생기지 않는다. 그 원인은 정부의 반기업 정책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법인세 인상이다. 투자 유치를 위해 법인세를 낮추는 세계적 추세를 역행한 것이다.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8번째로 높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지원 혜택도 없어진다.정부는 올해 FDI 목표를 200억달러로 잡고 첨단 부품 소재, 신산업 분야의 기술력 있는 외국 기업을 집중 유치한다는 계획이지만 반기업 정책을 전면 수정하지 않는 한 공상일 뿐이다.

2019-07-13 06:30:00

[사설] 대통령과 정부·여당 대처가 어처구니없는 것 아닌가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이 한국 정부의 정치·외교 실패 때문이란 지적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이라며 발끈했다. 그는 "일각에서 정부 노력을 폄훼하고 우리 정부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여 유감"이라며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주관한 세미나에서 '정치·외교 실패가 원인' '보여주기식 대응' 등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이 소개됐다"고 날을 세웠다.여당 정책위의장이 격앙한 것은 한국경제연구원의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세미나에서 나온 발언 때문이다. 한 참석자는 "정치·외교적인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하다는 의미"라며 "맞대응 확전 전략은 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며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궁지에 몰린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를 편들려는 여당 정책위의장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일본의 경제 보복이 강제징용자 배상을 둘러싼 한·일 정부 간 갈등에서 빚어진 정치·외교 문제란 것은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한 데엔 일본 정부 못지않게 대화·협상에 적극 나서지 않고 방치한 대통령과 정부에게도 책임이 있다. 또한 일본의 경제 보복이 반 년 전부터 예상됐는데도 정부는 대책 마련은커녕 사전 파악조차 못 했다. 보복 조치 후에도 우왕좌왕하다 수입선 다변화, 소재·부품 국산화 등 공허한 대책을 늘어놓고 있다.대통령과 정부·여당의 허술한 대처에 오히려 국민이 어처구니없어 하는 상황이다. 대통령과 주요 대기업 총수와의 간담회는 보여주기식 이벤트에 그쳤다. 청와대는 간담회에 일본 재계와 대화 채널을 구축해온 전경련을 부르지 않아 민간 차원의 협력 기회마저 놓칠 것이란 지적을 자초했다. 민주당 '일본 경제 보복 대책 특위' 위원장은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이라며 반일 감정 자극 발언을 했다. 한국 경제의 목을 조여오는 일본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대처가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2019-07-12 06:30:00

[사설] 대일 해법 내놓지도, 듣지도 않은 재계 간담회는 왜 했나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보복 대응책 마련을 위해 30대 기업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모아 간담회를 가졌으나 기업인들을 왜 불렀는지 의아하다. 지금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은 즉각적인 대책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제시한 해법은 '수입선 다변화' '부품 소재 국산화' 등 일본의 경제 보복 발표 이후 문재인 정부가 지겹게 되풀이해 온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것들이었다. 문 대통령의 현실 감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미스 매칭'이다.더 어이가 없는 것은 장기 대책도 무대책이란 점이다.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은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 고순도 불화수소의 국내 자립 생산을 위한 규제 완화 의견을 제시했다. 불화수소는 구미 불산 누출 사고 등으로 화학물질관리법이 강화되면서 국내 자립이 막힌 상태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신규 물질은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평가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까다로운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그뿐만 아니라 "일본을 따라잡으려면 R&D(연구개발)밖에 없다"며 주 52시간 근무제 같은 규제가 풀려야 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한 데 대해서도 이 장관은 "여러 가지 이슈가 있어 힘들다"는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이를 포함해 기업인들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안을 했지만, 정부의 답변은 여일(如一)하게 '힘들다'였다고 한다. 이럴거면 무엇하러 기업인들을 불러 모았나.장기 대책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규제를 완화하고, 자금이 몰리도록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등 정부가 전폭적으로 기업을 밀어줘도 '장기 플랜'은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처럼 기업들의 제안에 '이래서 안 된다' '저래서 힘들다'고 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무능하고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소득주도성장으로 서민경제를 파탄 내더니 이젠 외교 무능으로 우리 경제의 기간산업마저 위험으로 내몰고 있다. 게다가 이를 막을 정부 차원의 '장기 대책'도 없다. 이게 문 정부의 실력이다.

2019-07-12 06:30:00

[사설] 줄 잇는 불법 폐기물 사건, 환경경찰제 등 제도 개선 급하다

불법 폐기물 사건이 곳곳으로 계속 번지고 수법도 날로 진화하고 있어 환경오염 사건에 대한 인식 전환 등 근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올 들어 의성군 쓰레기산 사건을 비롯해 고령군 불법 의료폐기물 사태, 영천시 북안면·고경면 공장 부지 불법 폐기물 방치 등 쓰레기 사태가 봇물을 이뤄 도내 곳곳이 거대한 쓰레기장으로 전락하다시피 했다. 사정이 이런데도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은 탁상행정에 뒷북 대응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특히 최근 골칫거리가 된 영천 북안면 불법 폐기물 사태는 조직폭력배 등 불법 폐기물 유통 조직의 개입 가능성마저 제기되면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국내 불법 폐기물 사태가 단순히 폐기물 처리나 환경 차원을 떠나 범죄 조직의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하면서 그만큼 조직화하고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지금과 같은 부실한 행정력으로는 갈수록 교묘해지는 불법 폐기물 사건을 따라잡지도 해결할 수도 없다는 뜻이다.1990년대 불법 폐기물 사건이 급증해 큰 사회문제가 된 일본의 경우 산업폐기물 사범의 10%가 폭력단 관계자라는 경찰청 통계도 있다. 이로 볼 때 국내 여러 불법 폐기물 사건에 조직폭력배 개입 가능성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불법 폐기물 사건에 접근하고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환경 사건을 전담하는 별도의 '지방환경경찰제도' 도입도 그런 대안 중 하나다. 현재 환경부 소관의 '환경특별사법경찰관' 제도가 있으나 1990년 도입 이후 이렇다 할 기능을 못하면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30년 동안 제 역할을 못했다면 실효적 측면이나 신뢰성에 허점이 있다는 뜻이다. 전국 곳곳으로 번지는 불법 폐기물 사태는 현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방증이다. 환경 행정기관에 경찰관을 파견하는 일본 사례나 2017년 중국 베이징시가 도입한 환경경찰제도 등을 참고해 제도를 재정비하고 불법 폐기물 사범에 대한 철저한 단속과 행정 집행에 나서야 한다.

2019-07-12 06:30:00

[사설] 기업 총수 불러 모은 대통령, 대책 없는 '보여주기' 아닌가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표류하고 있다. 수출 규제는 부당하다는 명분론만 목청을 높일 뿐 문제를 풀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전술은 미숙함을 넘어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30대 기업 총수를 청와대로 불러 모아놓고 일본 정부를 향해 "더 이상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를 바란다"는 발언을 한 것이 바로 그렇다.이런 발언은 기업 총수들 앞에서 할 것이 아니다. 기업들의 애로를 청취하는 선에서 그쳤어야 한다. 굳이 한마디 하고 싶었다면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 정도였어야 한다. 게다가 그런 말은 일본과 정부 간 접촉도 안 되고 있는 지금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통로가 막혔을 때에나 할 '최후 통첩성' 발언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 퇴로를 막는 자충수다. 그런 발언이 먹히지 않았을 때 대응할 카드가 문 정부에는 없기 때문이다.일본은 이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이 8일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발생하면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협의'를 촉구한 데 대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협의도 철회도 않겠다고 일축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한마디로 '해볼 테면 해보라'는 소리다.실제로 문 대통령은 기업 총수들에게 정부 차원의 현실성 있는 대책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날 발언은 일본을 향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달라는 국내용 '보여주기' 퍼포먼스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이런 와중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6박 7일 일정으로 에티오피아와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에 나섰다.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느냐는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물론 '인형'이란 비아냥을 듣는 강 장관의 '무능'을 감안하면 한일 갈등 해결에 강 장관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그렇다 해도 한일 간 외교 분쟁이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교부 장관이 자리를 비우는 것은 '몰상식' '몰염치'다.

2019-07-11 06:30:00

[사설] 내우외환에 태풍 앞 촛불 신세 전락한 한국 경제

지난달 실업자 수가 113만 명으로 6월 기준으로 1999년 이후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업률 역시 4.0%로 1999년 이후 최고치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등뼈 역할을 하는 30~50대 남성 고용률은 6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 수출 감소, 경제성장률 둔화에다 외환위기 이후 최악 실업난 등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한국 경제가 큰 위기에 직면했다.통계청에 따르면 6월 실업자 수는 113만7천 명으로 1999년 148만 명 이후 20년 만에 가장 많았다. 청년층과 30·40대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져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15~29세 청년층 실업률은 10.4%로 전년 대비 1.4%포인트 급등했고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4.6%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30·40대 실업률은 3.7%, 2.4%로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증가했다.20년 만에 실업자가 최대치를 기록한 것은 제조업 몰락 탓이다. 지난 5월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가 10개월 연속 떨어져 1971년 통계 작성 이후 최장 기간 하락했다. 이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 수는 6만6천 명 감소해 통계 작성 후 최장인 1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괜찮은 일자리를 갖고 가계 살림을 책임지는 가장(家長)의 일자리가 줄어 더 문제다. 남성 고용률이 30대는 0.1%포인트, 40대는 1.1%포인트, 50대는 1.2%포인트 떨어졌다.미·중 무역 갈등으로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국 경제가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등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과 강성 노조 탓에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마저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0%로 0.4%포인트 낮췄다. 이 와중에 위기 타개에 앞장서야 할 정부는 낙관론에 취해 역할을 못하고 있다. 촛불로 집권한 정권이 2년여 만에 경제를 태풍 앞의 촛불 신세로 추락시켰다. 미증유(未曾有)의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을 넘어 두렵다.

2019-07-11 06:30:00

[사설] 김해신공항 재검증, 목표 없다면 할 이유도 없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국회에서 김해신공항 확장안 검증과 관련해 "어디까지나 검증일 뿐이지,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 검증은 부산·울산·경남(이하 부울경)에서 요구하는 가덕도 신공항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대구경북 일각에서는 안심하는 눈치지만, 직설적으로 말하면 이 총리의 발언은 말장난에 불과하다.이 총리는 김해신공항 재검증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상황이 전혀 아니다. 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까지 구성하면서 부울경의 검증단에서 주장하는 백지화를 살피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라도 알 수 있다.부울경은 먼저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백지화하는 것을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그 뒤 순차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의 길을 열어가려는 단계적 계획을 갖고 있다. 부울경도 2016년 5개 시도지사 합의가 걸림돌인 만큼 단숨에 두 단계를 뛰어넘을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이 총리가 '부울경 주장의 옳고 그름만 따질 뿐, 다음 목표가 없다'고 밝힌 것은 현 상태에서는 하나 마나 한 변명이다.이 총리가 부울경의 강한 요구와 갈등으로 인해 검증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고 강변했지만, 만약 검증위원회가 부울경의 주장을 묵살하는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 더한 반발과 갈등이 불거지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데, 속된 말로 총리실이 할 일이 없어 검증위원회라는 폭탄을 안고 가겠는가.검증위원회를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해 공정하고 과학적으로 검증한다지만, 정부에서 구성하는 위원회 특성에 미뤄 부울경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합법적으로 추인하려는 절차임이 분명하다. 총리실의 검증위원회는 청와대·여당의 총선 전략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는 도구일 뿐이다. 김해신공항 검증 문제를 총리실에서 다루는 것을 막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19-07-11 06:30:00

[사설] 文·아베 담판 통한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책 찾아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 및 양국 협의를 촉구했지만 일본 정부가 정면 거부했다. 일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협의의 대상이 아니며 철회할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문 대통령은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 요구를 일본 정부가 거부함에 따라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치달을 우려가 한층 커졌다.한·일 간 경제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 피해가 더 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제한이 한국 업체들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고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2.2%에서 0.4%포인트 낮춘 1.8%로 내렸다. 일본이 타격 목표로 삼은 반도체 하나만 보더라도 지난해 수출이 1천267억달러, 약 148조원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9%, 지난해 국내총생산 1천893조원의 7.8%에 육박한다. '한국 경제의 쌀'인 반도체가 흔들리면 한국 경제 전체가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시작됐고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지만 정부는 뾰족한 해결책 마련은커녕 소재산업 육성이나 국제 여론 호소 등 한가한 대책들만 쏟아내고 있다. 문 대통령 발언 역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는 일본 정부에 자제해 달라는 것에 그쳤다.엄밀히 따지면 이번 사태를 촉발한 원인과 본질은 경제가 아닌 정치·외교 문제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는 문재인 정부의 외교 참사란 지적마저 나온다. 경제·외교 전문가들이 한·일 양국 정상 간 담판을 통한 톱다운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 같은 까닭에서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두 정상이 직접 나서 문제를 푸는 것이 한·일의 양패구상(兩敗俱傷)을 막는 최선의 길이다.

2019-07-10 06:30:00

[사설] 위증 논란 윤석열 후보자, 검찰총장 자격 있나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이며 위기를 맞고 있다. 윤 후보자는 무려 6차례나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하지 않았다고 강변했으나, 과거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개했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 위증 의혹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은 '윤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주장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 낙마 가능성은 작은 편이다.윤 후보자가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검찰총장에 취임한다고 해도, 위증 논란은 임기 내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 분명하다. 위증 논란은 단순히 말을 바꾼 차원이 아니라, 검찰 내부의 비뚤어진 관행과 제 식구 감싸기의 문제점까지 드러냈기 때문이다.윤 후보자가 위증 논란에 몰리자,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이 "2012년 내가 (형을 위해) 변호사를 소개했고, 당시 언론 인터뷰는 윤석열이 나를 보호하려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윤 국장의 말이 맞다고 해도, 절친한 후배 검사의 형이라는 이유로 특혜가 제공되고 결국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것은 의혹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다. 윤 후보자가 후배를 위해 총대를 멨다고 하면 '소의'(小義)에 충실했을지 몰라도 '대의'(大義)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다.윤 후보자나 윤 국장 중 누군가 대검 중수부 연구관을 지낸 변호사를 윤 전 세무서장에게 소개한 것만으로도 전관예우와 제 식구 봐주기를 연상시킨다. 이로 인해 엄정하고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천명한 윤 후보자의 이미지에 큰 흠집이 났다. 청문회장에서 거짓말을 한 것도 사실이다.윤 후보자는 '정권의 충견'으로 불리는 검찰 개혁을 맡을 적임자라는 기대감이 컸다. '사람보다 나라에 충성하겠다'는 멘트가 인상적이었으나, 이번 위증 논란으로 큰 실망감을 안겨줬다. 검찰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윤 후보자 자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위증 논란은 떳떳하고 솔직하게 해명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검찰총장도 똑같다'는 얘기를 들을 수밖에 없다.

2019-07-10 06:30:00

[사설] 울릉초교 교장 강제 추행 피해자, 보호는커녕 괴롭혀서야

학교 교직원 강제 추행과 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경북 울릉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업체의 돈을 학교 회식에 쓰자는 교장의 종용을 뿌리치고 강제 추행의 피해를 본 교직원이 2차 피해에 시달리는 데도 교육 당국이 보호 대책을 세우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겹친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로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입장이지만 경북 교육 당국이 손을 놓고 있고 피해자는 속만 끓이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무엇보다 사단이 된 교장의 처신은 엄정한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 경찰 수사로 업체로부터 받은 돈 50만원을 반환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면책이 될 수는 없다. 강제 추행 시비 역시 그렇다. 게다가 직장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있었다면 교장의 자질마저 의심케 할 만하다. 검찰의 엄정 수사로 교장의 행위에 걸맞은 조치가 이뤄지겠지만, 문제는 피해자의 호소에 대해 주변 사람들이 보호는커녕 또 다른 피해를 주고 있는 현실이다.지금까지 일어나고 있는 피해자에 대한 학교 안에서의 비난이나 압박은 당장 중단돼야 한다. 아울러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일부 학부모에 의한 피해자 전보 조치 요구나 교장 옹호 발언 같은 부당한 행위도 용납될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이번 사건은 오롯이 교장의 부당하고 잘못된 행위의 결과라는 의혹이 짙다. 그런 만큼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과 피해를 헤아려 보호해야 하고 2차 피해를 주는 괴롭힘은 삼가야 한다.경북도교육청은 굳이 교육청 공무원노조 대책 촉구 요구가 없더라도 이번 기회에 뇌물 수수 같은 불법행위 근절은 물론 해이한 공직 기강을 다잡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의 성적 폭력을 없앨 방안 마련에도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부당한 갑(甲)의 요구에 맞선 을(乙)의 피해자가 또 다른 눈물로 지새며 속을 태워야 하는 악순환만큼은 막고 보호 대책을 세울 때다. 입장을 바꿔 놓고 보면 해결책의 절실함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2019-07-10 06:30:00

[사설] 노후 수도관 비율 전국 최고 도시 대구, 교체 작업 속도 내라

최근 대구 노후 상수도관 파열이 잇따르면서 시민 불편과 수돗물 정책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외부 충격이 없는 상태에서 대형 상수도관이 파손돼 수돗물 공급이 끊기는 것은 수도관 노후화 등 그만큼 문제가 많다는 방증이다. 무엇보다 대구 전체 상수도관의 절반 이상이 20년 이상된 노후관이라는 점에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대구시에 따르면 2016년 기준 20년이 넘는 상수도관은 모두 4천166㎞로 전체의 52%에 이른다. 환경부가 작성한 '상수도 통계 2018'에는 이 비율이 56.8%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구시 노후 상수도관 문제의 심각성을 대변한다. 특히 수도관 기능을 거의 못하거나 내구연한이 지난 수도관이 전체의 9.6%인 770㎞에 이른다는 사실은 좀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들 노후 수도관은 외부 충격에 약하고 수명도 짧은 회주철 소재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교체가 시급하다.대구시도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시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656억원을 들여 노후 상수도관 교체 작업을 벌였다. 하지만 3년간 164㎞ 교체하는데 그쳤고, 올해도 297억원을 들여 72㎞의 노후관을 교체할 계획이나 이런 속도라면 2030년이 돼야 1차 노후관 정비가 마무리될 전망이다.이로 볼 때 노후관의 더딘 교체 속도와 비용 부담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현재 1㎞당 4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면 대구시내 우선 교체 대상 노후관 770㎞를 모두 교체하는 비용만 3천800억원이 든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 현안 질의에서 강효상 의원이 "노후 수도관 비율이 전국 최고인 대구도 인천처럼 '붉은 수돗물' 사태를 맞을 수 있다"면서 정부의 예산 지원을 촉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최근 문제가 된 인천시와 서울 일부 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는 노후 상수도관이 원인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파손 사고나 누수율 증가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크다는 점에서 노후관 교체를 서둘러야 한다.

2019-07-09 06:30:00

[사설] 영풍제련소 중금속 오염 원인 조사, 객관적이고 투명해야

대구지방환경청이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의 지하수 중금속 오염 원인과 유출 관련 조사에 나선다고 한다. 이를 위해 2억6천만원을 들여 조만간 연구용역 업체 선정에 들어갈 대구환경청은 6개월 동안 영풍제련소 1·2공장 지하수의 중금속 오염 원인과 낙동강 유출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제련소 자체에 대한 이런 조사로는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우선 환경 당국의 제련소 공장 내 직접적인 조사는 분명 반길 만한 소식이다. 지금까지 제련소를 둘러싼 황폐화된 주변 숲과 토양, 하천 등 자연에 대한 숱한 환경오염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제련소 인근의 오염 여부 조사는 간헐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번처럼 공장 내부에서 11군데 지하수 수질조사 관측정 설치와 카드뮴 등 모두 20개 넘는 항목을 분석 대상으로 삼은 일은 이례적인 데다 오염원으로서의 제련소를 좀 더 잘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다.그러나 이런 반가움에도 걱정 또한 크다. 무엇보다 제련소를 두텁게 에워싼, 환경부 출신 관료나 인맥의 장막을 뜻하는 '환피아'의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려서다. 이런 환피아의 모습은 지난 2017년 국정감사에서 일부나마 드러났지만 그 실체는 알 수 없다. 막강한 자금력에 기대 법과 소송으로 행정력조차 무력화시킨 지금껏 제련소 행태를 보더라도 이번 환경청 조사는 이 같은 우려를 떨쳐버릴 수 있도록 철저하고 정확해야 한다.대구환경청이 제련소의 지하수 오염 조사와 이를 통한 낙동강 상류 방류 여부 등 여러 의혹을 제대로 밝히기 위해 나선 만큼 용역 기관의 선택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일을 해낼 업체를 엄선해야 하는 까닭이다. 대구환경청은 이번 조사와 용역 업체 선정이 제련소는 물론, 낙동강을 끼고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인 사람과 뭇 생명체의 오늘과 내일에 관련된 현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은 관심으로 제련소 오염 문제를 다루려는 지금 같은 기회는 더욱 놓칠 수 없는 일이다.

2019-07-09 06:30:00

[사설] 한국당, 자리싸움·실언…아직 정신 못 차렸다

요즘 자유한국당의 행태가 눈꼴사납다는 비판이 높다. 얼마 전만 해도 빈사 상태에 있던 한국당이 황교안 대표 취임, 패스트트랙 싸움으로 지지율을 회복하는가 싶더니 자리싸움·실언 등으로 다시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다. 어려울 때는 참고 있다가 이제 겨우 살 만하니 '웰빙 본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참으로 합당한 것 같다.국민이 가장 꼴보기 싫어하는 것이 자리싸움이다. 예결위원장·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로 헐뜯고 욕하면서 한국당 전체가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예결위원장 선출 과정에서 탈락한 황영철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저질스럽고 추악한 행위"라고 거칠게 공격하더니 황교안 대표와 친박계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못 갔다고 흥분하는 국회의원의 인격도 문제지만, 예결위원장이라고 뽑아 놓은 분조차 지역구 평판이 그리 좋지 않고 처신에 문제가 많은 인물이다.박순자·홍문표 의원이 국토교통위 위원장 자리를 놓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것도 보기 흉하다. 박 의원은 자리를 내놓지 않겠다며 막무가내로 버티고 홍 의원은 입장문까지 내 '떼쓰기 몽니'라고 욕하고 있으니 속된 말로 '콩가루 집안'을 방불케 한다.황교안 대표는 패스트트랙 정국·민생 탐방 이후 꽤 지지율을 올리는가 싶더니 외국인 노동자 임금 차별 발언, 아들 스펙 발언 등으로 오히려 한국당에 부담을 주는 존재가 됐다. 황 대표가 '문재인 정권만 욕하면 만사형통'이란 식으로 처신하다가 자초한 논란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한국당은 자신들이 잘했거나 잘나서 지지를 회복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순전히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기댄 반사이익일 뿐이다. 그마저 믿음직스럽지 못해 지지를 유보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 한국당이 정신 차리고 낮은 자세로 일하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참패는 불 보듯 뻔하다.

2019-07-09 06:30:00

[사설] 경제 보복 맞선 일제 불매운동, 과연 바람직한가

한국 대법원의 지난해 10월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따른 보복으로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3개 부품의 수출 규제가 이달 1일부터 발효되자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부의 대응책 마련과 달리 민간 차원에서의 일본 상품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자제나 중단 같은 움직임이 퍼지는 분위기여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정부의 즉흥적인 대응도 미덥지 못하지만, 지금 불고 있는 불매운동이나 불매 촉구 목소리가 과연 바람직한지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 상공인단체의 공개적인 불매운동 입장 표명이나 일본 상품 불매 촉구의 1인 시위와 같은 행동도 자칫 정치적인 여론몰이에 악용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특히 이런 운동으로 과연 기대한 효과나 결과가 나올지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다.지금 이런 불매 분위기에 동조하는 사람의 의지, 불매운동에 따른 고통이나 손실 감수 같은 결연한 뜻은 충분히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흔히 이런 움직임은 이성보다는 비합리적인 감정에 치우치는 탓에 또 다른 갈등을 일으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일본 관련 업종이나 산업 현장에서 한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애꿎은 속앓이만 할 뿐 어쩌지 못하는 불안도 적지 않을 터다.과거 1910년 8월 22일 강제 한일병합 이후, 34년 11개월 24일간 일제의 한국 강점에 따른 온갖 피해는 헤아릴 수 없고, 잴 수조차 없을 만큼이다. 일제의 한국 침략 준비는 1876년 2월 27일 불평등한 강화도조약 체결부터 강제병합까지 34년 5개월 26일이 걸렸다. 이처럼 치밀한 일본답게 이번 경제 보복 준비도 그러했던 반면, 우리 정부는 과연 어땠나 묻지 않을 수 없다. 불매운동도 다름없다.지금 민간에서의 반(反)일본 정서는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않다. 불매운동 등은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켜보고 해도 늦지 않다. 굳이 하더라도 요란을 떨 일은 결코 아닐 듯하다. 소리 없는 준비로 맞서 바라는 목표를 이루는 그런 지혜로운 행동 변화가 더욱 필요한 때다.

2019-07-08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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