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국민을 지킬 것인지, 정권을 호위할 건지 자문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초대 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함으로써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 수사 대상은 3급 이상 공직자로 전·현직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국무총리, 장·차관, 검찰총장, 판사,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 장성급 장교 등이다.수사 대상만 보면 정부·여당이 공수처 출범에 반대하고, 야당이 지지해야 자연스럽다. 하지만 오히려 야당이 극구 반대하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은 명운을 걸고 출범을 밀어붙였다. 야당과 언론은 공수처가 정부·여당의 '비리 은폐처'이자 야당 및 판·검사를 겁박하는 '정권 친위대'로 전락할 것을 우려한다. 공수처가 직접 수사뿐만 아니라, 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 사건을 가져가 '우리가 보니 문제없다'며 뭉개버려도 그만이기 때문이다. '문 정권 맞춤형 보장보험'이란 말이 공연한 게 아니다.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19년이 지나서야 출범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뻔뻔한 말이다. 노무현의 공수처는 문재인의 공수처와 달랐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문재인 공수처와 달리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공수처에는 수사권만 있었다. 입만 열면 검찰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모두 있기에 무소불위의 권력이며,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검찰 개혁의 핵심'이라더니 그보다 더한 수사기구를 만들어 놓고 '노 대통령 때부터 추진한 개혁'인 양 속이려 든다.21일 민주당은 "공수처가 권력형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공정한 수사기구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가증스럽다. 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하라"고 한 사실, 막상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하자 윤 총장을 쳐내기 위해 정부·여당이 지난 1년 내내 물고 뜯었음을 국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는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특정 정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을 저버릴 것인지, 정권에 타격을 주더라도 국민을 지킬 것인지.
2021-01-22 05:00:00
[사설] 재활용품 분리배출, 성과별 보상과 구체적 안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와 1인 가구 증가로 비닐과 플라스틱, 종이 등 배출량이 급증했지만(대구의 경우 1년 전보다 34.3% 증가), 재활용률은 40~50% 수준에 머물고 있다.우리나라는 2003년부터 분리배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평범한 시민도 재활용이 천연자원 보존에 도움이 되고, 쓰레기 처리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재활용률이 낮은 것은 분리배출에 대한 시민의 인식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대다수 시민들은 종이는 종이대로, 플라스틱은 플라스틱대로 분리만 하면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음식물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나 음료가 담긴 캔, 담배꽁초가 든 플라스틱 병, 비닐 라벨을 떼지 않은 페트병 등을 그대로 내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분리배출'은 재활용을 위한 '과정'일 뿐인데, '분리배출' 그 자체를 '결말'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이물질이 묻어 있는 종이나 플라스틱 제품을 그대로 내놓으면 분리수거 업체에서 일일이 뜯어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당연히 비용이 많이 들고, 재활용률은 떨어진다. 시민들은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숙지하고, 번거롭더라도 철저한 분리배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가급적 포장 안 한 상품 구매하기, 음식 배달 주문 때 식당 그릇에 담아온 음식을 각 가정의 그릇에 받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작은 불편을 감내할 때 우리는 풍요를 누리면서도 환경을 지킬 수 있다.행정 당국 역시 단순 홍보와 과태료 부과를 넘어 새 접근법을 개발해야 한다. 가령, 각 분리수거장에 '분리수거합시다'라는 두루뭉술한 안내보다 '재질별 분류는 재활용 1차 공정입니다'라는 구체적 문구는 어떤가. 또 분리수거에 적극 동참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에 차등 보상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아파트 단지별 혹은 일정 구역별 보상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제조업체도 마찬가지다. 생산 단계부터 가위나 칼 같은 도구 없이 서로 다른 재질을 쉽게 분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고, 최대한 재활용이 가능한 재질로 제품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2021-01-21 05:00:00
[사설] 정권이 ‘기업 팔 비틀기’하는 나라에 미래가 있겠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코로나19 이익공유제'에 대해 기업의 성장 동력을 악화시키고, 주주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이익 산정의 불명확성, 주주의 형평성 침해, 경영진의 사법적 처벌 가능성, 외국 기업과의 형평성, 성장 유인 약화 등 5가지 문제점을 적시하면서 이익공유제에 대해 정치권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코로나 사태로 호황을 누린 기업의 이익 일부를 떼어내 피해 업종을 지원하자는 내용의 이익공유제를 들고나온 데 대해 완곡하게 비판한 것이다.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내세우고 있지만 정권 눈치를 봐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이익공유제는 또 하나의 세금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업 팔 비틀기'이자, 초법적인 사회주의식 배급이란 비판이 안 나올 수 없다. 문재인 정부처럼 기업을 옥죄는 정책과 법안을 남발한 정권은 없었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과 엄격한 주 52시간제 도입에 이어 노조 관련 법은 친노조 일변도로 치달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이어 대법원은 안전사고 시 사업주를 최대 10년 6개월의 장기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내용의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 혁신을 가로막는 제도, 경직적 노사관계, 높은 법인세율도 기업을 압박하는 요인들이다.한국이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 많다. 외국인 직접 투자(FDI)가 2년 연속 급감한 것은 한국 경제에 울린 경고음이다. 국내 진출 외국 투자 기업의 39%가 한국의 경영 환경이 다른 나라보다 비(非)친화적이라고 답해 친화적이라는 응답의 두 배를 웃돌았다. 기업을 적폐로 모는 규제가 쌓이자 해외로 나가든지, 사업을 접겠다는 기업인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실정이다.중소기업중앙회가 국정 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을 앞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같은 취지의 탄원서를 냈다. 한국 대표 기업 총수가 수년째 재판을 받는 현실, 기업하기 힘든 나라가 됐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2021-01-18 05:00:00
[사설] 감사원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다
감사원이 지난 11일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에너지 정책 수립 과정에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를 감사하고 있다. 이에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 특별보좌관(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고 있다. 집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 차지하려 든다. 주인의식 가지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 한다"고 했다. 다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대통령의 통치행위에 맞서는 것, 명백한 정치 감사, 감사원이 정신 나갔다"는 등 발언을 쏟아냈다.임 전 실장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감사원을 대통령과 정부를 지켜주는 호위견인 줄 아는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집 지키라고 했더니, 안방 차지하려 든다. 주인의식 갖고 일하라 했더니 주인 행세 한다"는 말을 할 수 있나? 문재인 정권이 이 나라의 주인인가? 감사원이 '문재인 정권'이 지목하는 사냥감만 쫓아가 물어뜯는 주구(走狗)인가?감사원은 헌법기관이다. 대통령이 감사원장을 임명하지만, 임기를 보장하는 이유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해서, 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을 지키고, 국가를 지키고,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데 있다. 정부 감시가 감사원의 존립 이유인 것이다. 감사원의 감사에 대한 문 정권 인사들의 집단 공격은 "국민이고 국가고 민주주의이고 다 모르겠다. 감사원은 문재인 정권 호위하는 일이나 열심히 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문 정권은 2017년 6월 탈원전 선언 이후 2017년 12월 29일 제8차 전력기본계획 수립까지 전광석화같이 밀어붙였다. 대통령 대선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그 실천 과정에 위법 의혹이 있다면 감사하고 수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 인사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정치 감사, 정부 정책에 대한 감사"라는 프레임을 씌우려고 안간힘을 쓴다. 감사원 감사를 '정치 행위'로 매도해 자신들의 범죄를 은폐하려는 시도로 볼 수밖에 없다.대통령과 정권이 나라의 주인은 아니다. 국민이 선출한 공복이고, 한시적으로 고용한 정권일 뿐이다. 정부 여당은 야당과 언론의 견제, 독립된 사법부, 독립된 검찰, 독립된 감사원의 수사와 감시를 받고, 국민의 지시를 받는 위치에 있다. 정부 여당 인사들의 감사원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핍박은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자 국민에 대한 린치에 다름 아니다.
2021-01-16 05:00:00
[사설] 대구산업선 서재·세천역 및 호림역 신설 교통복지 향상 기대
대구시와 국토교통부가 서대구KTX역~대구국가산업단지 34.2㎞ 구간을 연결하는 대구산업선 건설에 기존 7곳 역에다 서재·세천역과 성서공단역(일명 호림역)을 추가 신설하기로 했다. 대구산업선은 2027년 하반기 개통을 목표로 하는 국비 1조3천억원 예산의 국책사업이다. 서대구역을 제외한 모든 역을 지하로 건설하며, 계명대역과 설화명곡역에서 각각 대구도시철도 2호선과 1호선 환승이 가능하다. 말이 산업선이지 사실상 도시철도 기능을 한다.국토부는 당초 대구산업선 7개 역에 2개 역을 추가할 경우 공사 기간 연장, 예산 증가(1천600억원가량), 두 역사 간 짧은 거리(서재·세천역~계명대역 2.3㎞, 계명대역~호림역 1.8㎞)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여기에 역 추가 신설 요구가 '집값 상승을 겨냥한 이기주의' '2개 역이 산업철도의 목적과 달리 여객만 승하차가 가능하다'는 등 불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대구시와 지역 정치권이 국토부를 끊임없이 설득하는 동시에 대구시가 2개 역 건설비 일부를 부담하고, 서재·세천역 신설에 따라 늘어나는 노선 건설 비용은 국토부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역 추가 신설이 확정됐다.서재·세천 지역은 '오지'라고 불릴 만큼 교통이 불편했다. 이번 대구산업선 서재·세천역 추가로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게 됐다. 또 호림역 신설로 현재 추진 중인 산단 혁신 재생 사업, 산단 대개조 사업 등과 연계해 점점 떨어지는 성서산단 가동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설될 2개 역을 통해 근로자들의 출퇴근 편리는 물론, 이 일대 시민들의 대중교통을 이용한 대구역 및 동대구역 등 도심 진입 역시 훨씬 편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얼마 전 도시철도 엑스코선 건설사업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통과한 데 이어, 대구산업선 서재·세천역, 호림역 추가 신설로 대구의 교통망은 한층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짜임새를 갖추게 됐다. 촘촘해지는 대구 철도망이 지역 산업 발전은 물론, 시민의 교통복지, 주거복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2021-01-13 05: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