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지방 소멸 위기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뭔가

경북 영양군이 '인구 1만7천 명 붕괴'라는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 영양군의 인구는 7만791명이던 지난 1973년이 분수령이었다. 그때부터 내리막길로 들어선 인구수는 산업화에 따른 젊은 층의 유출로 2002년에는 2만 명 선이 무너졌다. 한때는 모범 사례로 평가될 만큼 적극적이었던 군 당국의 출산정책도 역부족이었다. 지난 10월 말에는 인구가 1만7천15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그야말로 지역의 존립이 시한부로 내몰리는 상황과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영양군은 당연히 비상이 걸렸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인구 지키기 범군민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영양군의 기관단체와 기업 관계자들은 지난달 29일 모두 군청 대회의실에 모여 비상 대책회의와 함께 결의대회를 가졌다.학생들의 역외 진학 문제, 공무원 전출 제한, 기관 직원들의 숙소 제공, 농업기반 조성을 통한 도시민 유치 등의 장·단기적인 대책을 논의했다. 이와 함께 공직자와 기관단체, 기업 임직원들은 물론 친인척·출향인을 대상으로 주소지 이전 운동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영양뿐만 아니다. 군위·의성·청송·청도·봉화 등도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위험지수가 높은 지역에 속한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전국의 24개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이 최근 단양군청에 모여 '특례군' 법제화에 나서기도 했다. 인구가 3만 명 미만으로 감소하거나 정주 여건 악화로 소멸 위험에 직면한 지자체에 국가의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우선해달라는 것이다.영양군처럼 인구 2만 명 회복이 절체절명의 과제가 된 곳도 있지만,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지자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이미 국가적 현안이 되었지만 뚜렷한 해법 또한 없는 게 현실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상호 협력과 해법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런데 경제정책 실패와 정쟁의 일상화로 혼란의 늪에 빠진 현 정권이 그럴 여유나 여력이 있는지 의문이다.

2019-12-02 06:30:00

[사설] 文대통령 이번에도 검찰 개혁 둘러대며 검찰 압박할 텐가

문재인 대통령이 하루 연차휴가를 내 어제까지 사흘을 쉬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와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 강행군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서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장고(長考)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 것이 휴가의 진짜 이유일 것이다. 자유한국당 울산시장에 대한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이 정권의 뇌관(雷管)이 된 탓에 문 대통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오늘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보좌관 회의 또는 내일 국무회의에서 문 대통령이 두 사건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가능성이 크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문 대통령이 정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랐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오히려 검찰 수사를 압박·비판하는 것이다. 벌써 이를 예견하게 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관이 검찰에서 한 진술이 중계방송 되는 듯한 현 상황은 분명하게 비정상적"이라며 "어떤 부적절한 의도가 있지 않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검찰이 선택적·정치적·자의적 수사를 반복하며 불공정의 상징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조국 사태 때 문 대통령은 "성찰하라" "수사 방식도 개혁해야 한다"며 검찰을 비판한 바 있다. 이번에도 검찰 개혁을 앞세워 검찰 수사를 압박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당위성을 강조하는 카드를 들고나올 개연성이 있다.두 사건은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권력의 사유화와 직결되는 문제인 데다 의혹과 관련돼 거론되는 5명이 친문(친문재인)을 넘어 진문(진짜 친문) 중의 진문으로 꼽히는 인사들이기 때문이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권이 뿌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조국 사태처럼 검찰을 압박하고 나선다면 의혹을 덮으려는 시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문 대통령은 검찰을 향해 한 점 의혹도 남기지 말고 수사하라고 독려해야 한다.

2019-12-02 06:30:00

[사설] '일자리 정부'라는 간판이 부끄럽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취임 한 달 만에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까지 걸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국민의 기대가 컸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민간 부문 일자리는 감소한 반면 세금을 퍼부어 만든 일자리가 대폭 늘어났다. '일자리 정부'가 아닌 '세금 일자리 정부'란 말이 딱 어울린다.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올해 상반기와 문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17년 상반기에 이뤄진 '지역별 고용조사'를 분석한 결과 세금이 대거 투입되는 공적 일자리가 증가하고 도·소매업 등 민간 부문 일자리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년간 취업자가 29만4천132명 늘었는데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일자리가 82.3%인 24만1천990명에 달했다. 공공기관이거나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곳이 대부분인 비거주 복지시설 운영업의 취업자가 가장 많이 증가했다. 공무원이 속한 입법 및 일반 정부 행정도 취업자 증가 상위 5개 분야에 포함됐다.일자리가 가장 많이 줄어든 분야는 고용 알선 및 인력공급업으로 13만3천111명 감소했다. 고용 알선은 직업소개소처럼 일손이 필요한 사업장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것이다. 인력공급업체는 대규모 사업장으로 출퇴근하는 직원을 파견하는 회사다. 인건비 부담이 늘고 근로시간 준수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일할 사람을 찾는 사업장이 크게 준 탓이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친노동 정책 폐해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섬유, 의복, 신발 및 가죽 제품 소매업과 생활용품 도매업 등 주요 도·소매업에 속한 취업자도 크게 줄었다.정부는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무차별 주 52시간제 등에 따른 고용 참사를 세금으로 땜질하고 있다. 문 대통령과 정부는 세금을 퍼부어 만든 일자리를 앞세워 소득주도성장 성과라고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총선이 있는 내년에도 역대 최대인 25조7천697억원의 일자리 예산을 쏟아부어 실효성이 없는 단기 일자리를 잔뜩 만들 것이다. 정부의 만성적인 세금의존증 탓에 재정 부담은 물론 민간 경쟁력 저하, 고용시장 왜곡 등 문제가 심각하다. 제대로 된 민간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만 쏟아내는 문 정부는 '일자리 정부'란 간판을 스스로 떼는 게 맞다.

2019-11-30 06:30:00

[사설] 문 대통령, 측근비리 엄정수사 검찰에 닦달하라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덜하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비리를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 비리와 견줬을 때 나오는 말이다. 조국 사태, 유재수 감찰 중단,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등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 적폐를 청산한다며 전, 전전 정권까지의 비리는 샅샅이 캐더니 이보다 더한 적폐를 쌓고 있었다는 지적엔 눈을 감고 있다.최근 의혹이 불거진 인물들은 하나같이 문 대통령의 측근들이다.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민정비서관으로 일했다. 노 전 대통령 장례식 때 고함을 지르며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달려가다 제지를 당하자 문 대통령이 "껴안아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던 사람이다. 그가 넘긴 첩보 수사를 바탕으로 8전9기한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 대통령의 복심'이라 불리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문 대통령의 진짜 복심"이라 표현했다.그런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지금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런데도 백 전 비서관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반발했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겠다"던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금 진술을 거부하며 검찰을 조롱하고 있다. 그 역시 절대다수 국민이 법무부 장관 임명은 안 된다고 외쳤음에도 문 대통령이 밀어붙였다. 대통령 측근들의 이런 자신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할 따름이다.영원한 재야로 불리는 장기표 씨는 "박근혜에게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열 명이 될 것"이라 했다. 지금 청와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이 진단은 조금도 틀리지 않아 보인다. 오죽하면 참여연대조차 진상조사와 명확한 설명을 요구했을까. 한국당은 이를 '친문 농단 게이트'로 규정했다.그런데도 청와대와 여당이 공수처법 처리에 몰입하는 것은 그 의도를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공수처법이 통과되는 순간 문 대통령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들은 유야무야 되기 십상이다. 이는 권력형 비리를 막기 위해 공수처를 설치해야 한다는 문 정부의 주장에도 정면으로 어긋난다. 정녕 당당하다면 문 대통령은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에 측근 비리 전모를 수사해 밝히도록 닦달해야 한다.

2019-11-30 06:30:00

[사설] 靑 '하명 수사' 의혹 검찰 수사를 '정치적'이라는 백원우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기현 전 울산시장을 겨냥한 경찰 수사의 청와대 하명(下命)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의혹의 중심에 있는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덮어씌운 더불어민주당의 물타기 시도의 재판이다.현재까지 검찰이 확인했다는 사실은 두 가지다. 청와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 전 시장 비위 첩보를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에 내려 보냈다는 것과 그 첩보 문건은 민정비서관실에서 만들었으며 이를 당시 백원우 민정비서관이 같은 민정수석실 산하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에게 건넸고, 이것이 경찰에 내려가 수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이는 김 전 시장의 억울한 낙선을 초래한 경찰 수사가 백 부원장의 '기획'에 의한 '하명'이었을 것임을 시사한다. 경찰청이 청와대에서 받아 울산경찰청장에게 내려 보낸 문건 중에 '수사 진척이 느리다'고 청와대가 질책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거나, 경찰의 압수수색 계획 등 수사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는 검찰의 전언은 이를 강력히 뒷받침한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청와대가 경찰력을 동원해 관권선거를 획책한 노골적 정치공작으로, 문재인 정권의 도덕성의 총체적 파탄이기 때문이다.현재까지 드러난 '하명 수사' 의혹 관련 인물은 백 부원장, 박 비서관, 황운하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 등 3명이고 이 중 '몸통'이 백 부원장이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일을 백 부원장 단독으로 기획했느냐이다.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그래서 수사 결과에 따라 이번 사건은 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할 수도 있다.이 사건은 이제 덮을 수 있는 지점을 넘어섰다. 백 부원장의 '정치적 의도' 운운은 이런 곤경에서 벗어나려는 '정치적' 술수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청와대나 여당이 검찰의 수사에 어떤 방어 전술을 펼지 짐작게 한다. 검찰은 이에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 검찰 뒤에는 국민이 있다.

2019-11-29 06:30:00

[사설] 대구경북 상생협력 형식보다 실제 성과가 중요하다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상생협력 과제로 추진한 시·도 공무원 상호 파견 근무가 도입 1년 만에 막을 내릴 전망이다. 27일 대구시장 교환 근무 차 시청을 방문한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내년부터 사람 교환은 안 하는 게 좋겠다"며 "업무 통합이 더 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내년 대구경북 문화관광의 해에 문화관광 분야부터 실제적 공조를 통한 프로그램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대구시와 경북도는 올 들어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국장과 과장에 대한 1년간 상호 파견제를 시행해왔다. 그러나 곡절이 없지 않았다. 경북도에 파견 중이던 대구시 국장이 6개월 만에 중도 복귀하면서 후임 국장이 다시 나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전시 행정이라는 지적도 뒤따랐다.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올 새해 벽두 국립영천호국원을 공동 참배하는 것으로 첫 업무를 시작했다. 상생협력을 시·도정의 중심에 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이에 따라 시·도지사 교환 근무와 국·과장급 인사 교류, 공동 관광상품 개발 등 다양한 협력 관계를 모색해온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대구·경북을 하나의 관광권역으로 발전시키려는 일차적인 노력도 기울였다.대구도시철도 1호선 하양 연장사업을 순조롭게 견인했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 후보지 지자체 간 이견과 갈등을 중재하고 통합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것도 사실이다. 시·도지사가 과거와는 다른 공조 노력과 상생 의지를 보여온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와 방향이 옳아도 실제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대구와 경북은 한 뿌리이다. 많은 대구시민의 고향이 경북이다. 시도민들에게는 정서적으로 경계가 없다. 공직사회의 행정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늘 문제였을 뿐이다. 이번의 시·도 공무원 상호 파견 근무 철회 방침이 말로만 상생을 외친 또 한 번의 이벤트성 협력 관계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상생협력과 공동사업이 더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2019-11-29 06:30:00

[사설] 조국발(發) 대입제도 개편…날벼락 맞은 교육 현장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3이 치르는 2023학년도 대입부터 서울 소재 16개 대학의 수능 위주 정시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사실상의 대입 전면 개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부정 논란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입 공정성 강화 발언이 나온 지 근 석 달 만에 개편안이 나왔다.문 대통령 지시로 교육부가 급히 내놓은 대입 개편안은 '5년짜리 미봉책'이라는 것부터 문제다. 교육부가 현재 초등 4학년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을 대폭 개편한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2025년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 도입됨에 따라 수능 체계도 새로 마련할 수밖에 없다.정시 비중을 높이고 수시 비중을 낮추는 것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도 논란이다. 급격한 정시 비중 확대는 단 한 번 시험으로 결판이 나는 수능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키우는 등 문제가 많다. 진보 교육계뿐만 아니라 전국 대학들은 "정시 확대는 지역 간 대학 불균형을 강화하고 대학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초·중·고 전 단계에서 혼란도 불가피하다. 정시 확대 기조에 따라 당장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의 다음 달 고교 진학에서 자사고를 비롯한 우수 명문 일반고 지원 현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 수능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심해질 것이고 이를 노린 사교육도 기승을 부릴 것이다. 수험생이 내신·수능·대학별고사를 모두 준비해야 하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부활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2022년도 대입 개편안이 나온 것이 작년이다. 2025년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완전 폐지하겠다는 발표가 얼마 전에 나왔다. 이번엔 메가톤급 대입 개편안이 발표됐다. 교육제도가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수시로 고치는 수시대응계획이란 비판이 무성하다. 수시로 변하는 대입제도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겐 재앙이다. 조국 사태가 몰고 온 불리한 국면을 벗어나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촉발한 대입 개편으로 교육 현장이 날벼락을 맞은 형국이다.

2019-11-29 06:30:00

[사설] 서문시장 가건물 갈등, 뒷날의 화를 막기 위해 풀어야

대구 서문시장 노점상 가건물을 둘러싸고 상인들 사이의 갈등은 물론, 관할 중구청의 행정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약 1년 전부터 서문시장 2지구 상가 앞 100여m에 걸쳐 가건물이 들어서면서 불거진 일이다. 폭 8m의 도로에 노점상 50여 명이 가건물을 하나둘 세우면서 상가 인근 상인들과의 불편한 관계로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탓이다.이번 갈등과 민원의 주원인이 된 것으로 보이는 가건물 노점상 문제는 상인 생계가 달린 만큼 민감할 수밖에 없다. 임차료를 내고 장사하는 상인이나 도로 일부를 차지, 영업을 하는 노점상의 입장은 다르지 않다. 이들 사이의 갈등과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 관할 중구청에서도 양측의 입장이 다르고, 또한 법적인 잣대로만 행정을 할 수 없는 현실적인 사정을 감안해야 하는 만큼 어려운 숙제인 것만은 분명하다.그러나 서문시장이 갖는 특수성이나 과거의 불행했던 사례를 감안하면 지금처럼 그냥 넘어갈 수만은 없다. 서문시장은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데다 최근에는 야간시장 개설로 관광 명성까지 얻어 대구 명물로 떠오른 곳이다. 자연스레 나라 안팎의 관광객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탈바꿈한 명소이기도 하다. 이제 시장 내 상인뿐만 아니라 대구로서도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게 됐다.이러한 서문시장이지만 과거 몇 차례 화재 발생 같은 불행한 일로 상인과 시민 모두 큰 고통과 아픔을 겪은 참사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옛날의 예상치 못했던 참담한 기억을 떠올리면 지금 노점상 가건물을 둘러싸고 빚어지는 갈등과 논란은 방치할 수 없는, 분명한 해결이 필요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첨예한 이해관계라는 현실 문제를 이유로 이대로 갈등과 논란을 풀지 않고 두었다가 자칫 잘못된 결과를 낳는 일만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힘들겠지만 해법 마련은 중구청의 행정 몫이다. 상인 간 갈등과 이해 충돌을 푸는 설득 작업과 함께 대책을 세우는 일은 뒷날 초래할지도 모를 또 다른 불행과 재앙을 미리 막는 일인 까닭이다. 이는 서둘수록 좋을 것이다.

2019-11-28 06:30:00

서울동부지검은 25일 금융위원회 재직 당시 업체들로부터 금품과 향응 등을 받은 혐의(뇌물수수·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근무하던 2017년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차량 등 각종 편의를 받고 자녀 유학비와 항공권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았다. 사진은 지난 22일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하는 유 전 부시장. 연합뉴스

[사설] 정권이 공수처 설치 목매는 이유 보여준 '유재수 사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둘러싼 사건이 문재인 정권을 궁지로 몰고 있다. 그의 비리를 적발해 감찰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 관계자들이 "윗선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고 검찰에 진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국 전 민정수석을 소환해 감찰 중단 압력을 행사한 '윗선'을 조사할 방침이다.청와대 감찰에서 유 전 부시장은 금품 수수를 시인하는 등 범죄 혐의가 명백했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감찰을 중단시켜 비리를 은폐했고 유 전 부시장은 국회 수석전문위원·부산시 경제부시장 등 영전했다. 그를 감찰한 특감반원들은 감찰 중단 이후 검찰로 원대복귀 조치됐다. 유 전 부시장과 조 전 민정수석은 잘 모르는 사이여서 조 전 수석이 자기 판단으로 감찰 중단 지시를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행비서를 지낸 유 전 부시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여권 실세들과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민정수석을 움직일 수 있는 인사가 유 전 부시장 '뒷배'가 돼 압력 혹은 청탁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청와대 감찰 중단은 '조국 수사'에 이어 문 정권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집착하는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권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검찰 수사 사건도 이첩받을 수 있다. 정권 입맛대로 움직이는 공수처라면 유 전 부시장 사건을 검찰로부터 넘겨받아 뭉갤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공수처는 대통령과 여당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로부터 살아있는 권력을 비호하는 방패막이로 공수처가 전락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문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이 총출동해 권력 비리를 파헤친다는 명분으로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 감찰 중단에서 보듯이 사실상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수 있는 독소조항을 가진 공수처가 자기편은 물론 정권의 비리를 덮는 기관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검찰 개혁이라고 국민을 현혹하며 공수처 설치를 강행하는 정권의 속셈을 청와대 감찰 중단으로 많은 국민이 잘 알게 됐다.

2019-11-28 06:30:00

[사설] '사람이 먼저'라는 문 정권, 황 대표의 목숨 건 단식 외면말라

여당의 선거법·공수처법 강행 처리 움직임에 맞선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의 단식 농성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 건강이 크게 악화돼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단백뇨 증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앞으로 1, 2일 내에 단식 중단을 결정해야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황 대표는 비장하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며 단식 중단 권유를 뿌리쳤다.독재 시대도 아닌데 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 것은 지금 정치 상황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만큼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임을 웅변한다. 선거법 개정안은 여당과 범여권 군소정당이 투표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을 정당별 의석수 배분에 잘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선전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 독재' 구축이 그 목적임은 이제 삼척동자도 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국당의 약화는 말 그대로 '제도화' 된다.공수처법은 그렇게 구축된 '선거 독재'에 방어벽을 치는 '사정(司正) 독재' 구축이 그 본질이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는 공수처가 사실상 대통령의 하명(下命) 수사를 위한 친위 조직이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는 앞으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 검찰은 사라지고, 권력과 한 몸인 슈퍼 사정기관이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과거 독재정권도 시도하지 못한 민주주의에 대한 제도적 테러이다. 황 대표의 단식은 이를 막아야 한다는 처절한 절규다. 그러나 민주당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선거법·공수처법이 자동 부의(附議)된 27일 이인영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수용하면 협상할 수 있다"고 했다. 황 대표에 대한 백기 투항 요구다. 단식을 계속해 위험한 지경에 이르든 말든 상관 않겠다는 건가.오만을 넘어 생명 경시다. 문 정권은 입만 떼면 '사람이 먼저'라 하지 않았나. 이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황 대표가 단식을 중단할 카드를 내놓아야 한다. 그것은 선거법·공수처법 강행 처리 포기이다.

2019-11-28 06:30:00

[사설] 통합신공항 절차에 따라 흔들림없이 추진해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선정을 위한 후보지 주민투표 방식이 확정되었다. 군위군과 의성군 주민 각 100명씩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대전에서 2박 3일간의 합숙 토론을 거쳐 이끌어낸 결론이다. 시민참여단이 공론화를 통해 선택한 카드는 '이전후보지 관점(공동후보지 분리)+투표참여율' 방안으로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이다.따라서 군공항 이전부지 선정위원회가 이 안을 바로 심의·의결하고, 다음 달 초에 주변지역 지원 계획에 대한 공청회 절차를 진행한 다음, 내년 1월 21일에는 주민투표를 실시하게 된다. 시민참여단으로 합숙·토론을 마치고 나온 주민들의 분위기도 좋았다. 다소간의 입장 차이는 있었지만 심각한 의견 대립은 없었다고 한다.대구경북의 미래가 걸린 역사적인 과업에 동참했다는 자긍심도 있었다고 한다. 통합신공항 이전 추진 과정을 지켜봐온 군위와 의성 지역민들의 성숙한 주민 의식의 반영이다. 두 지방자치단체 간의 이견과 갈등을 적절하게 아우른 대구시의 중재안도 주효했다. 그런데 군위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고 말았다. 김영만 군위군수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만 것이다.지역의 중대사를 주도하던 현직 단체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접하고 보니 군민들의 당혹감이 상당할 것이다.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 선정을 위한 주민투표를 앞두고 이번 사태가 혹여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그러나 통합신공항 이전사업은 절차에 따라 차질없이 진행되어야 한다.무엇보다도 군위군수의 구속 사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가덕도 신공항론을 앞세운 부산·울산·경남의 통합신공항 딴죽걸기가 심심하면 불거져나오는 판국이다. 군위·의성 공직사회는 물론 주민들도 대승적인 화합과 결속의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된다. 대구시와 경북도 역시 그동안의 중재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통합신공항 사업을 흔들림없이 이끌어야 한다.

2019-11-27 06:30:00

[사설] 썩은 물 고인 물통 소리 들은 한국당, 감동 주는 정치해야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과 신뢰 추락에 대한 쓴소리가 당 안팎에서 쏟아지고 있다.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주장도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는 25일로 6일째를 맞은 황교안 당 대표의 목숨을 건 단식조차 국민적 호응을 받지 못함에 따라, 당을 살리고 보수 세력 결집을 위해서는 당장 내년 총선을 겨냥한 공천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의 희생이 절대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위해 자기 희생을 요구하는 목소리인 셈이다.이런 당내 비판 분위기는 김순례 최고위원의 "중진과 지도부라면 적어도 여당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출마해야 한다"는 24일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당 밖에서는 25일 한국당이 연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모 행사에서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한국당은 썩은 물이 가득 차 있는 물통", "한국당이 정치에서 국민에게 감동하게 한 적이 있나"며 "황 대표의 단식 투쟁에 조롱밖에 나오지 않는 것은 희생이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당 지도부와 중진들이 기득권에 연연하는 모습으로 국민적 신뢰는 추락하고, 황 대표의 단식마저도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냉소적 분석이다. 당의 신뢰 회복과 국민 지지를 위한 희생은 피할 수 없고, 특히 지도부·중진 희생의 당위론은 마땅하다. 희생의 첫걸음은 내년 총선을 앞둔 공천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미 당의 총선기획단이 밝힌 현역 의원 50% 이상 교체는 물론, 지도부와 중진의 험지 출마는 그 괴로운 희생의 실천인 셈이다.이런 즈음에 앞서, 지난 17일 "한국당은 수명을 다했다"며 불출마를 선언하고 한국당 쇄신을 촉구한 김세연 의원을 보면, 한국당 텃밭인 대구경북 다선·중진 정치인의 기득권 연연 작태는 실망스럽다. 안방 터줏대감으로서 당의 혜택을 누린 만큼 누구보다 먼저 당을 구하는 희생을 실천해도 모자랄 판에 현역 자리 보전 구태를 벗지 못하니 더욱 그렇다. 당을 위한 희생에서 대구경북 정치인의 솔선과 수범은 양보할 수 없는 책무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19-11-27 06:30:00

[사설] 북 해안포 도발 숨긴 정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국방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 26일 구두로 항의하고 전화통지문도 보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이 있은 지 3일 만이다. 이렇게 늑장을 부린 이유에 대해 "분석하는 와중에 북한 보도가 나왔다"고 둘러댔다. 북한은 지난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창린도에서 남쪽으로 해안포를 쐈는데 북한 매체가 25일 이를 보도했다. 그래서 북한 매체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국방부는 그냥 덮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그 근거는 25일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이라는 사실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한·아세안 CEO 서밋' 인사말을 통해 "북한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아세안의 포용 정신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북한을 감쌌다. 북한의 '합의' 위반은 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결국 국방부는 이를 우려해 사실을 숨기려 했다가 북한이 먼저 보도하자 어쩔 수 없이 도발 사실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문 대통령 개인을 위해 안보 문제의 은폐를 기도한 것이기 때문이다.도대체 문재인 정권에는 왜 이렇게도 비밀이 많은지 모르겠다. 북한 선원 2명의 강제 북송도 일선 부대 대대장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고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고서야 국민은 알게 됐다. 이달 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을 초청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비밀리에 보낸 사실도 북한이 21일 공개하지 않았다면 국민은 지금도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다.주권자인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북한 관련 사실을 북한을 통해 알게 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문 정권이 또 무엇을 비밀로 꽁꽁 싸매고 있나라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26일 국방부 발표도 그렇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몇 발을 쐈고, 사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는 북한에 항의했다는 발표도 사실인지 의심케 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정부가 일하는가.

2019-11-27 06:30:00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사설] 거짓말에 무능한 국가안보실에 국가 안보를 맡겨서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협상 내용을 놓고 한일 양국이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 유예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중지하기로 물러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국장급 대화에 응하기로 했다"고 하고 문재인 정부는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한 다음 일본이 접근해 와 협상이 시작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거의 우리의 퍼펙트 게임"(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 "문재인 대통령의 원칙과 포용 외교의 승리"(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라며 서로 자기가 이겼다고 주장한다.어느 쪽 주장이 맞는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지소미아 종료 유예에 따라 곧 열리게 될 국장급 협의가 개최되면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도 어느 쪽 말이 맞는지 추론해볼 근거는 있다. 바로 지소미아 파기와 관련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뱉어낸 말 들이다.김현종 2차장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직후 "미국에 이해를 구했고, 미국이 이해했다"고 했다. 미국은 "거짓말"이라고 되받았다. "(미국에)도와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글로벌 호구'가 된다"고 했지만, 지소미아 종료 직전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했다. 그 목적은 한국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 손을 벌린 것이다.정의용 실장도 막상막하다. "지소미아는 한미동맹과 무관하다" "지소미아가 한미동맹의 근간을 훼손할 정도로 중요한 사안은 아니다"라고 큰소리쳤지만 미국은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격앙했다. 미 상원까지 나서 "주한 미군이 위험해지고 미 국가 안보에 직접 피해를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서 정 실장의 말은 둘 중 하나다. 거짓말이거나 한미동맹과 지소미아가 어떻게 결속되는지를 모르거나. 전자라면 거짓말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한 것이고 후자라면 한미동맹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치명적 무능이다.이는 국가안보실의 전면적 인적 교체를 요구한다. 거짓말을 하거나 무능한 인사들에게 국가안보를 맡겨 둘 수 없다.

2019-11-26 06:30:00

[사설] 월성원전 재가동은 국민의 요청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월성 1호기 영구정지안을 지난달에 이어 지난주 다시 논의했지만 역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원안위 위원 간 첨예한 의견 차이에 따라 차후 재상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날 회의장 밖에는 원자력노동조합연대 회원들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반대 기자회견을 하는 등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었다.위원들의 의견도 "탈원전 정책의 입김이 작용한 상황에서 영구정지를 논의하는 건 무의미하다" "원안위는 안전성만 판단하면 된다"는 등 엇갈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를 앞두고 '월성 1호기가 재가동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원안위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폐쇄 방침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이 많았다.설령 원안위가 재가동으로 가닥을 잡더라도 '사업자(한수원)가 재가동을 안 하면 그만'이라는 예측에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되어도 탈핵 정책을 강행하는 정부가 나서서 재가동을 추진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연료를 모두 빼내버려 '깡통 상태'나 다름없는 월성 1호기를 다시 가동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2022년까지 10년 연장 운전 승인을 받고 2015년부터 재가동에 들어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한수원 이사회가 조기 폐쇄를 결정해버렸다. 한수원은 이어서 지난 2월 원안위에 영구정지 허가를 신청했다. 재가동에 7천억원을 들인 자산이 고철로 전락한 것이다.하지만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수원 이사회가 날치기 비판에 직면하고 경제성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논리에 허구가 드러났다.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의결한 까닭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거의 확정적인 듯하다. 세계 최고의 원전기술은 사장되고 한전은 적자의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그나마 원안위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기대하는 국민 가슴만 타들어간다.

2019-11-26 06:30:00

[사설] 대기업 유치 등 경제 살리기에 대구시 총력 쏟아부어라

대구시민 10명 중 6명가량이 대구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으로 대기업 유치와 고용 확대를 꼽았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대구 거주 만 19세 이상 성인 1천511명을 대상으로 대구 현안 여론조사를 한 결과 63.4%가 대기업 유치와 고용 확대를 대구시가 다뤄야 할 정책 중 가장 시급한 것으로 꼽았다. 그다음으로는 공항 이전, 시청사 재건축, 취수원 이전 등이 꼽혔다.시민들이 공항 이전 등 다른 현안들을 제쳐놓고 시급하고 중요한 정책으로 대기업 유치와 고용 확대를 압도적으로 많이 꼽은 것은 그만큼 대구 경제 침체와 고용 한파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국 취업자가 1.5% 증가한 것과 달리 대구경북만 줄었다. 대구 고용률 역시 전년보다 1.0%포인트 감소한 58.1%로 18개 광역단체 중 가장 감소 폭이 컸다.섬유·건설 붕괴 후 대구 경제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 회복을 견인할 만한 대기업이나 업종을 유치·육성하지 못해 대구가 대도시로서 유지할 수 있는 기반마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침체가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고 인구 유출을 불러오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올 3분기 대구 인구는 5천194명 순유출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 3천535명보다 유출 폭이 커졌다.권영진 시장은 물론 역대 대구시장들이 경제 회복을 공약했지만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경제자유구역청, 첨단의료복합단지, 테크노폴리스 등 장밋빛 청사진들을 제시하고 추진했으나 경제 회복은커녕 갈수록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다. 공항 이전이나 시청사 재건축, 취수원 이전 등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대기업 유치와 고용 확대 등 대구 경제 살리기를 시정의 제1 목표로 설정해 대구시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갈수록 암울해지는 대구의 미래를 바꾸기 위한 권 시장과 대구시의 말 아닌 실천을 촉구한다.

2019-11-26 06:30:00

최진근(73) 작가는 68세 늦깎이로 그림 공부를 시작해 올해 대한민국 신조형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선정되면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에 마련한 화실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최진근 작가. 석민 선임기자

 최진근 작가, 방송PD → 대학교수 → 수필가·화가!!

최진근(73) 작가(수필가·화가)의 가장 행복한 시간은 깊은 어둠과 함께 찾아온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밤에 아파트 방 한칸을 따로 떼어 만들어 놓은 화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자신의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 그 자체이다. 68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시작한 그림 공부가 이처럼 고마울 순 없다.정말 무엇을 하기에 '너무 늦은 때'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에 생뚱맞게 그림 공부를 시작한다는 게 말이 되냐?"는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스승인 최영조 화백(동국대 명예교수)의 권유를 따르길 잘 했다. 지금도 매주 목요일이면 국민연금공단 유화반에 출석해 최 화백으로부터 지도를 받는다.시작은 늦었지만 배움의 과정은 치열하고 성실했다. 그림 공부를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6년 1월 한국교육미술협회 전시회에 첫 출품했고, 그해 3월 경일대 새마을아카데미 원장을 끝으로 은퇴한 뒤, 10월 첫 개인전을 열었다. 드디어 올해 4월 대한민국 신조형 미술대전 초대작가로 선정되었다. 이제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 단계를 넘어 자기 나름의 작품 세계를 추구하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셈이다."올해 경기도 광주의 장애인특수학교인 동현학교와 대구 북구 상록뇌성마비복지회관에 20호 짜리 '황매산의 봄'과 '봄이 오는 길목' 작품을 각각 기증했습니다. 장애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의미로 '봄'을 주제로 선택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엿보기 위해 전시회에 더 자주 가게되고 부부간 대화도 많아졌습니다."▶50대 초반, 은퇴 후를 고민하다최 작가는 방송국PD 출신이다. 1973년 KBS에 입사한 뒤, 주로 교양프로그램 제작을 맡았다. '대구춘추' 'TV주간지 낙동강', 라디오 프로그램으로는 '경북춘추(200회 이상 제작) 등이 대표작이다. 대구총국에서 주로 근무하면서 음악, 미술, 서예 등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가 많았고, 틈이 나면 봉산문화거리를 찾았다.서울본사에 근무하면서는 '생방송 여성토론' '여의도 법정' '열린사회 시민광장' 제작을 맡았다. 당시 교양·토론 프그램은 양한방 갈등, 청소년 흡연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루었다. 그만큼 방송사 내외부로부터 압력과 스트레스가 심했다. 제작방향과 편집 내용을 놓고 제작진과 심의실, 이익단체들 간 옥신각신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어느날 여의도에서 PD끼리 술을 마시며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툭 내뱉었습니다. '나중에 다시 태어난다면 화가가 되고 싶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마음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화가가 되고 싶다.' 말의 업(業)이 참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화가가 됐으니 말이죠."1995년 서울에서 다시 대구로 오면서 편성제작국장을 맡았다. 정년을 10년 앞둔 시점이었다. 중년의 직장인이면 누구나 그렇듯 은퇴 후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하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막막한 것 또한 현실이었다.▶'인연'의 힘은 세다!최 작가는 1997년 방송국을 떠나 경운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이듬해 구미시의 요청으로 대학에 새마을연구소가 설립되었다. 새마을운동은 남다른 인연이 있었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이었던 1970년대 KBS에 근무하면서 새마을운동 관련 프로그램을 담당했다. 당시 '공·민영 새마을 방송작품 합동 콘테스트'에서 두 번이나 우수상(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인연이 계기가 되어 기획실장 겸 새마을연구소장을 맡았고, 2007년 새마을아카데미가 개설되면서 원장까지 겸임하게 되었다.새마을운동 및 지역사회개발 관련 연구논문집 발간과 이론 개발 뿐만 아니라, 국내 새마을지도자 2천여 명과 85개국 1천500여 명의 외국인 새마을지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중국, 필리핀, 베트남, 중앙아시아 각국의 현지 연수까지 포함하면 4천여 명의 외국인 새마을지도자를 육성했다. 덕분에 대학교수 정년을 마친 뒤에도 5년이나 더 새마을아카데미 원장으로 새마을운동의 세계화에 앞장섰다. 현재는 새마을세계화재단의 이사를 맡고 있다."교수 정년을 마치고 새마을아카데미 원장으로 있을 때, 최영조 화백이 그림 공부를 본격적으로 권유했습니다. 최 화백님과는 1980년대 방송국PD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였죠. 방송에 가끔 출연하셨는데, 자상하고 친절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2000년 초반부터 스케치북을 사들고 다니며 글적글적 하기는 했습니다."본격적인 그림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굳히는 데는 부인의 조언이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신이 재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악기를 하는 것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더 낫다. 미술을 하면 작품을 남길 수 있고, 선물을 할 수 있지 않느냐." 이렇게 해서 아파트 방 한칸은 서재(2012년 수필 전문지 에세이스트 등단)로, 또 다른 방 한칸은 화실로 바꾸었다.최 작가는 "초기에는 정물이나 시골풍경을 주로 그렸지만 요즘에는 '산'을 그리고 있다"면서 "청주 온센아트센터 개관기념 '2019 송년 2020 신년 초대전(12월 10일~2020년 1월 10일)에 초청받아 막바지 작품 준비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2019-11-25 18:00:00

[사설] 文대통령, 후반기마저 '인사 실패' 반복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달 중순 총리를 포함해 복수의 장관들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총리 후보군에 대한 검증이 진행 중이고 더불어민주당이 일부 장·차관들에 대한 내년 총선 차출을 청와대에 요청할 것으로 보여 개각 폭이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문 대통령 임기 전반기엔 코드 인선과 부실 검증에 따른 인사 실패로 나라가 혼란에 빠졌다. 장관 후보자에 대한 부실 검증으로 인사 참사가 빚어진 것은 물론 하자투성이 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탓에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 여기에 총리와 장관들은 대통령과 청와대 눈치만 봐 존재감이 없었다. 청와대 참모진의 오만·독선도 문제였다. 국민 대다수가 임기 전반기에 대해 낙제 수준 점수를 준 것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각과 청와대 참모진의 잘못도 크다.임기 후반기 첫 개각에서는 전반기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가능성이 커 걱정이다. 총리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기대보다는 실망이 앞서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둔 탓인지 대부분 여권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위장된 보은성 인사'와 다를 바 없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각계각층의 인사를 데려와도 모자랄 판에 정치 외에 현장 경험이 부족한 인사들이 내각에 대거 진입하면 국정을 제대로 이끌어가기 어렵다.문 대통령 임기 전반기를 통찰해 보면 정치, 경제, 외교·안보, 대북 문제, 국민 통합 등 국정 모든 분야에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따라서 후반기에는 국정 기조의 대대적인 쇄신이 절실하고, 개각과 청와대 참모진 개편 포인트도 여기에 맞추는 게 마땅하다. 후반기마저 인사 실패가 반복된다면 국정 쇄신은커녕 국정 동력 확보조차 기대하기 힘들다. 능력과 도덕성에 기초한 탕평 인사로 총리와 장관을 임명해야 한다. 그와 함께 이들에게 권한을 대폭 줘 더는 '청와대 정부'란 비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2019-11-25 06:30:00

팔공산 비로봉 철탑. 매일신문DB

[사설] 시민 힘으로 되찾은 앞산 정상…이젠 팔공산 정상으로

대구시는 최근 대구의 대표 나들이 장소인 앞산 정상(해발 658.7m)을 12월 1일부터 개방한다고 밝혔다. 대구시가 지난해 10월 앞산 정상부에 철탑 형태의 통신중계소와 직원 숙소 등을 설치 운영하는 대구경찰청과 부지 일부를 가진 대구시교육청과 '앞산 정상 개방 업무협약'을 맺고 올 8월부터 정비 사업을 편 결실이다. 지난 1985년부터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지 34년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왔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무엇보다 이번 성과는 지난해 시민 정책 제안에 따라 대구시가 후속 조치에 나서면서 이뤄진 일이라 의미가 있다. 대구시가 관련 기관과 협의를 거쳐 시설 철거 정비에 필요한 돈 2억5천만원을 지원하면서 결실을 거두게 됐다. 시민 목소리를 받아들인 대구시의 예산 지원과 두 기관의 협조 유도를 통한 세 방면의 유기적인 흐름이 맞물리면서 '특정의 공공 자연'이 시민과 관광객 등 누구나 함께 즐기고 누리는 '공유의 공공 자산'이 된 셈이다.시민 목소리로 앞산이 다시 시민 품으로 되돌아온 사례는 팔공산 정상부를 점령한 통신·방송탑의 여러 시설에도 적용할 만하다. 이미 팔공산 정상부 봉우리는 1960년대부터 들어서기 시작한 이래 현재 9개에 이른 군사 통신 방송시설 철탑이 차지하고 있다. 비록 지난 2009년부터 사람 발길은 허용됐지만 빼어난 정상을 제대로 즐길 수조차 없다. 천제단 공간 역시 흉물스러운 철제탑에 갇혀 있어 철탑 철거 시민 여론이 높지만 요지부동이다.팔공산 정상부는 대구경북 3개 시·군·구 지자체 관할로 얽혀 있지만 이번 앞산 정상 사례처럼 관련 기관끼리의 철탑 철거를 위한 협의와 의지만 뒷받침되면 좋은 성과는 마땅하다. 이제는 뭇 철탑이 들어설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시대와 환경, 기술 등 제반 여건이 달라졌다. 공공의 자연 자산을 보다 널리 누리는 일은 자연이 제공하는 또다른 복지나 다름없다. 대구 시민은 물론, 관광객 등 모두를 위한 일이니 대구시가 앞서 나설 만하다.

2019-11-25 06:30:00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오른쪽)과 김현종 2차장이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과의 정상회담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사설] 무모했던 지소미아 파기 결정, 정의용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문재인 정권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게임'이 임시 봉합됐다. 일본의 수출규제 문제를 논의할 실무자급 협의를 한다는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뿐이다. 그나마 이는 만나서 한번 얘기해 보자는 것일 뿐 합의 도출 가능성은 안갯속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현재 일본의 자세로 보아 문 정권이 원하는 합의 즉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일본이 수용하고 수출규제도 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그때 문 정권은 '지소미아 종료 유예'를 종료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결국 문 정권은 아무 것도 건진 것 없이 국민 분열을 초래하고 북한 중국에 맞선 한·미·일 안보협력을 흔들어 놓았다. 이런 귀결에 대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책임져야 한다.파기 결정부터 종료 유예까지 전 과정을 복기(復碁)해 보면 안보실이 오판했거나 아니면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짓 보고를 했다는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는 미국을 끌어들여 일본의 수출규제를 철회시키려고 했다. 한·미·일 안보협력은 물론 중국·러시아에 맞선 인도태평양 전략의 주요 기둥인 지소미아의 파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이용해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을 압박하게 한다는 것이다.그러나 미국은 정반대로 나왔다. 미 국무부와 군 수뇌부가 지소미아 유지를 압박했고 상원까지 문 정부에 초당적 경고를 보냈다.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는 무능이고 알고도 파기 결정을 건의했다면 용납할 수 없는 거짓말이다. 어느 쪽이 됐든 정의용 실장과 김현종 2차장은 책임져야 한다.문 대통령 또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소미아 파기 결정은 국내 정치를 위해 국가 안보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 대통령은 부인하겠지만, 반일 감정을 고조시켜 내년 총선에 이용해 보겠다는 것이 지소미아 파기 결정의 숨은 의도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있을 수 없는 비정상이 판을 치는 현실이다.

2019-11-25 06:30:00

[사설] 한국당 쇄신은 개혁 공천에서

자유한국당 총선기획단이 현역 의원 가운데 3분의 1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공천 과정을 통해 전체 의원 중 절반 이상을 교체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거센 세대 교체와 인적 쇄신 요구에 총선기획단이 응답한 것이다. 그래도 실천이라는 과제는 여전하다.개혁 공천이 실현될 경우 한국당 소속 현 지역구 국회의원 91명 가운데 30명 이상이 컷오프된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전체 국회의원 108명 중 54명이 국회를 떠나야 할 일이 생길 수 있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현 19명의 의원 중 최소 6명 이상이 컷오프되고 10명 이상이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위기 정국에도 '웰빙 체질'로 비난받아 온 한국당 현역 의원들을 걸러 내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당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원 지지율 성적표를 받아 든 의원들부터 먼저 솎아내야 한다. 이런 의원이라면 당 지지율을 오히려 갉아먹는 셈으로 그만큼 의정 활동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한국당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은 공천이 곧 당선이다 보니 이런 의원들이 유독 많다. 모조리 쇄신해야 한다.한국당은 2016년 총선, 2017년 대통령 선거,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내리 3연패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반부를 맞아 일자리 참사, 경제성장률 둔화, 한미동맹 균열, 종북 논란, 탈원전 등 잘한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지지율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를 한국당은 성찰해야 한다. 한국당은 오히려 혐오 정당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이는 나라야 어찌되든 중앙당 공천만 따내 한국당 텃밭에서 제자리 보전만 하려는 소속 의원들의 사욕이 큰 탓이고, 이를 거르지 못한 중앙당의 횡포가 빚은 결과다.한국당 의원들은 당장 공수처법과 선거법안 처리를 저지하는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를 지켜볼 것이고, 지역구 지지율과도 연결할 것이다. 지금같이 무기력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패스트트랙 법안 통과를 막지 못하면 내년 총선 결과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한국당이 군소 정당으로 전락하거나 당 자체가 공중분해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국민들은 한국당이 미더워서 쇄신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그마저 사라지면 보수 최후의 보루가 무너질까 두려워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그 뜻을 잘 이해하고 받들어야 할 것이다.

2019-11-23 06:30:00

[사설] 중국 어선의 오징어 싹쓸이 두고만 볼 것인가

울릉도의 한 어민은 "50년 세월 동안 오징어를 잡고 있지만, 올해처럼 오징어가 없는 해는 처음"이라고 했다. 어느 오징어 중매인도 "60년간 오징어 산업에 종사했지만 올해 같은 오징어 흉년은 없었다"고 했다. 포항 죽도시장 횟집 상인들은 그나마 서해에서 잡은 활오징어를 비싸게 들여다 내놓았는데 손님들이 발길을 돌린다고 울상을 짓는다.경북 동해안에서 오징어 씨가 마르고 있다. 지난해 12월 울릉군의 자료를 보더라도 그렇다. 연간 1만여t씩 잡히던 오징어 어획량이 10여 년 만에 450t으로 줄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대흉어' '재난'이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내년 1월까지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선주는 물론 건조공장과 중매인 등 오징어 산업 관계자들이 모두 망할 것이라는 탄식이다.한창 성어기인 가을철인데도 동해안 오징어 어선들이 항포구에 줄줄이 묶여 있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울릉도의 오징어배들도 대부분 출어조차 못하고 있다. 포항 구룡포수협의 10월 오징어 위판량은 지난해 162t에서 겨우 1.7t으로 쪼그라들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오징어 총생산량이 2000년 22만6천t에서 지난해에는 4만6천t으로 줄었는데 반해, 중국 오징어 수입량은 2014년 8천800t에서 지난해에는 7만t에 이르렀다.오징어 조업 100년 이래 최악의 상황이라고 한다. 이렇게 오징어의 씨가 마른 것은 기후변화 등의 원인도 없지 않겠지만, 중국 어선들의 남획 때문이라고 한다. 어업인들은 북한 수역에서 입어료를 내고 조업하는 중국 선단을 오징어 흉어의 가장 큰 주범으로 꼽고 있다. 오징어가 우리 수역으로 내려오는 길목인 북한 해역에서 밤낮으로 싹쓸이 조업을 하니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동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은 2004년에는 114척에 불과했지만 매년 늘어나면서 지난해엔 2천 척이 넘었다고 한다. 어민들은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인 데도 우리 정부가 중국에 제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진다. 중국 어선이 우리 어자원을 황폐화하는 것을 방관한다면 해양주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대응책이 절실하다.

2019-11-23 06:30:00

[사설] 영풍제련소 조업정지 고민하는 경북도, 원칙 따르라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의 되풀이된 불법행위로 인한 조업정지 120일 행정 조치 이행에 대한 환경부 유권 해석을 받은 경북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018년 2월 1차 위반에 따른 20일 조업정지에 이어 올 4월 2차 불법행위 적발로 가중된 120일 조업정지의 행정 조치를 결정한 만큼 영풍제련소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치를 미룰 수 없어서다. 가동 중단에 따른 마을 주민 반발과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생각하면 경북도의 고민은 그럴 만하다.그러나 무엇보다 경북도가 염두에 둘 것이 있다. 영풍제련소의 반복된 불법행위는 그냥 두기에는 도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1970년 공장 가동 이후 토양·대기·수질오염물질 배출 등 지금까지 드러난 잘못만 따져도 상습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8월 환경부가 발표한 영풍제련소의 지난 3년간 저지른 1천868건의 대기 배출 측정 기록 조작과 거짓 자료 제출은 그 한 사례이다. 이번 두 차례 조업정지 조치를 자초한 불법도 같은 맥락이다.최근 자료만 봐도 영풍제련소의 반복되는 불법행위는 만성적이다. 과연 이런 불법행위를 통상적이고 정상적인 대기업 경영의 결과로 봐도 괜찮을까. 공장 가동 이후 근절되지 않고 이어진 불법의 자행과 적발의 악순환은 금전적인 행정 처벌에 그친 데 따른 마땅한 결실인 셈이다. 더구나 이미 망가져 붉게 변한 주변 임야는 물론, 토양과 수질에 이르기까지 전방적인 자연 훼손에 대한 복원은 꿈조차 꾸지 못할 지경이 아니던가.영풍제련소의 조업정지는 주변 마을 주민의 생계와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분명 적지 않을 것이다. 반대 집회를 하고 이의를 제기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낙동강 상류 제련소의 불법과 환경 훼손으로 낙동강에 기대 사는 더 많은 국민과 생명체가 입을 피해는 더욱 막아야 한다. 특히 후세대를 감안하면 합리적 조치는 어쩔 수 없다. 경북도가 법제처 문의와 제련소의 청문 등 적절한 절차를 거쳤다면 규정대로 해야 한다.

2019-11-22 06:30:00

[사설] 초 읽기 들어간 선거법·공수처법, 한국당은 반드시 막아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과 공수처법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한 단식 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두 법안을 예정대로 처리한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1일 당 정책조정위에서 "한국당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방해한다면 민주당은 국민 명령과 법 절차에 따라 처리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다음 달 3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두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면 정의당 등 범여권 군소 정당들과 연대해 표결 처리한다는 것이다.선거법은 정당 득표에 나타난 표심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장기 집권을 노리는 여당과 의석수 확대를 노리는 정의당 등 범여권 군소 정당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야합이다.통과되면 국민의 직접투표의 '대표성' 위기가 초래되는 것은 물론 경제, 안보 등 전방위에 걸쳐 나라를 위기로 몰아가는 문재인 정권에 장기 집권의 길을 터주게 된다.공수처법이 나쁜 법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고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을 이유를 불문하고 넘겨받는 무소불위의 사정(司正) 권력이 탄생한다. 문재인 정권에 불리한 것은 덮고 유리한 것은 부풀리는 선택적 수사와 기소가 횡행할 것이란 우려는 당연하다. 문 정권 말기에 불거질 수도 있는 권력형 비리의 검찰 수사를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라는 의심까지 나온다.이를 막지 못하면 사이비 진보·좌파의 영속적 지배를 받는 사실상의 독재국가가 된다. 조국 일가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통령이 '검찰권 행사를 자제하라'고 공개적으로 겁박한 데서 이미 그 가능성은 감지됐다. 이를 막을 책임이 한국당에 있다. 황 대표가 단식 농성으로 두 법안 통과 저지의 명분을 쌓고 있으니 이제 당 소속 의원들은 통과 저지를 위해 세심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성공 여부에 한국당은 물론 나라의 명운이 달렸다.

2019-11-22 06:30:00

김태일 대구시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장이 20일 오전 대구시청 기자실에서 신청사 이전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대구시민 252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다음 달 20일~22일까지 2박3일간 대구시 신청사 건립 예정지 선정을 위한 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사설] 대구경북의 중대 현안을 결정할 시민참여단에 바란다

대구경북의 명운이 걸린 통합신공항과 대구시 신청사 이전 건립 사업이 시도민 참여단의 선택에 따라 중대한 첫 행보가 결정된다. 시도민 참여단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방식과 대구시 신청사 입지 선정이 좌우되는 만큼, 전체 대구경북민의 이목도 집중되고 있다. 시도민 참여단의 어깨에 역사적인 책무감마저 실리는 형국이다.먼저 우여곡절이 많았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방식 확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경북도에 따르면 군위와 의성 군민 각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이 내일부터 2박 3일간 합숙을 통해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방식과 선정 기준을 확정한다는 것이다. 시민참여단의 합숙 장소 또한 일부러 제3의 지역인 대전으로 잡았다고 한다.마땅한 일이다. 혹여 있을지도 모를 공론화 과정의 외부 개입 차단으로 공정성을 확보하고 시민참여단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린 조치일 것이다. 시민참여단이 이번 합숙 토론을 통해 선택하는 방식으로 군위·의성 후보지 군민들이 내년 1월 21일 주민투표를 실시할 것이고, 난항을 겪던 통합신공항 최종 이전지가 드디어 현실화된다.대구시 신청사 입지도 다음 달 22일 결정난다. 신청사건립추진공론화위원회가 12월 20일부터 2박 3일간 신청사 건립 예정지 선정을 위한 시민참여단 252명의 합숙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무작위로 표집한 시민참여단 또한 후보지를 제외한 제3의 장소에서 합숙하며 현장 답사와 심도 있는 숙의 과정을 거쳐 개별 참여단의 평가 점수를 종합한 최고득점 지역을 신청사 이전지로 확정하게 된다.이번 시도민 평가단의 통합신공항 주민투표 방식과 신청사 이전지 확정은 지역의 재도약을 위한 중차대한 첫걸음이다.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하고 시도민 또한 참여단의 결정에 승복해야 할 것이다. 참여단 개개인도 시도민을 대표한다는 명예로운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사사로운 감정이나 소지역 이기주의를 앞세워 대구경북 백년대계의 청사진을 왜곡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019-11-22 06:30:00

[사설] 지방 수험생 볼모로 잡는 철도 파업 즉각 중단해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용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KTX와 무궁화 등 열차 운행이 평소보다 20~30%가량 감소하면서 철도 이용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었다. 여객과 화물 운송이 완전히 멈춰선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데다 이번 주 수도권 주요 대학 논술·면접 시험을 앞둔 지방 수험생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등 파업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는 19일 밤샘 협상으로 이어진 최종 교섭에서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내년 4조 2교대 시행을 위한 4천 명 충원을 비롯해 KTX와 SRT 연내 통합, 임금 4%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철도공사가 거부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노조는 "공사와 정부가 철도 안전과 공공성 강화,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공사 경영진과 정부를 비난했다. 합의를 어겼으니 노조에는 파업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노조 주장대로 철도의 안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공사와 정부가 철도 운영 시스템의 개선을 공언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키는 게 옳다.하지만 철도공사가 처한 경영 환경과 여건을 무시한 채 대규모 충원부터 내세우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이용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SRT를 없애고 KTX와 통합하라는 주장도 경쟁을 통한 경영 효율 제고보다는 노조 편한 대로 공사 경영을 끌고가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관리 시스템과 높은 임금 체계가 심각한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체질 개선을 외면하는 것은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다.무엇보다 노조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입시철의 지방 수험생과 학부모, 열차 통근 직장인 등 국민 일상을 볼모로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지금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아 현실적인 조건을 놓고 협의를 계속하되 파업 카드는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2019-11-21 06:30:00

[사설] 쇄신 요구 외면 똑 닮은 文대통령과 黃대표

대한민국이 큰 위기에 봉착했다는 사실을 국민 대다수가 체감하고 있다. 한·미, 한·일 관계는 최악이고 북한의 대남 위협은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선거법 개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두고 여야는 극한 대치 중이고, 경제와 민생은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나라 안팎으로 쏟아지는 악재들에 국민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 위기를 헤쳐나가려면 국가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하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인 문재인 대통령,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이끄는 황교안 대표는 국가 위기 극복과 거리가 먼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나라가 처한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에다 국민이 바라는 국정 쇄신을 외면하고 있다. 황 대표는 한국당 쇄신 요구를 묵살하고 뜬금없이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쇄신을 바라는 국민 목소리를 저버리고 엉뚱한 길로 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똑 닮았다.문 대통령은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마치며 "임기 절반 동안 올바른 방향을 설정했고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 같은 방향으로 계속 노력해간다면 우리가 원하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실패로 귀착된 전반기 국정 운영 기조를 바꾸지 않고 후반기에도 밀고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전반기에 제시한 정책 목표가 성과를 거두지 못한 만큼 과감하게 국정 쇄신을 하는 것이 마땅한데도 문 대통령은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황 대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철회, 공수처법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문 대통령에게 요구하며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단식 투쟁 당위성을 이해 못 할 바 아니지만 당 쇄신 요구를 회피하려는 꼼수란 의심을 받고 있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극단적인 투쟁만 해서는 한국당이 국민 마음을 얻기 어렵다.국민 요구를 받들어 수렴하는 것은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책무다. 문 대통령과 황 대표는 국민 바람을 외면한 행보를 멈춰야 한다. 두 사람이 열린 마음으로 국민 목소리에 부응해야만 국가 위기 극복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다.

2019-11-21 06:30:00

[사설] 대구 출마 포기 험지 가겠다는 김병준, 모르쇠하는 TK의원들

내년 4월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구 수성갑 출마를 저울질하던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험지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경북 출신 중량급 정치인의 '안방' 출마 대신 '험지'(險地) 도전을 바라는 지역민의 기대와 경쟁력을 갖춘 정치 신인의 앞길을 터주려는 고심의 결단인 만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이 안전한 텃밭에만 매달리는 모습과 사뭇 대조적이라 더욱 그렇다.대구경북의 정치인 덕목으로 흔히 선당후사(先黨後私)나 선공후사(先公後私)라는 말이 쓰이곤 한다. 정당이나 공공의 이익을 먼저 내세우고 개인적 이해는 뒤로 돌리는 오랜 대구경북 영남인의 가치관으로 세월을 뛰어넘어 예나 지금이나 그 빛은 바래지 않고 있다. 나라가 어렵고 위기에 처할 때마다 대구경북의 숱한 지도자급 인물과 그를 따른 민초가 위기 극복에 나서 기꺼이 희생하고 목숨조차 내놓았음은 숱한 지난 역사적 사실이 증명한다.지금처럼 정치권이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대결과 갈등의 악순환과 혼란이 거듭되고 변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이 고조되는 즈음, 대구경북 최대 정치 세력인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행태는 실망스럽기만 하다. 특정 지역의 특정 세력 집권 흐름을 빌미로 대구경북의 일당 독점을 당연시한 탓인지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과 달리 안방 총선 출마에만 매몰돼 18명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 조사 결과, 불출마 의원은 전무하니 한심스럽기까지 하다.다선(多選)이나 중량(重量)의 정치인과 초선 의원까지 대구경북 현역 의원 모습에서 의연함이나 이타적 희생 정신은 없고 보신에 충실한 탐욕이 부각될 뿐이라면 지나칠까. 힘은 물리적 다수라는 숫자로만 담보되지는 않는다. 내년 총선에서 대구경북에서 특정당이 지배할지언정, 그런 결과가 곧 대구경북의 힘이자 경쟁력이 될 수는 없다. 이대로면 총선 결과와 미래는 뻔하다. 대구경북 한국당 의원은 자기 희생으로 당과 지역의 변신을 위해 자신을 버려라.

2019-11-21 06:30:00

대구 중구 북성로 주상복합아파트 공사현장.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사설] 무분별한 도심 난개발 무대책으로 좌시할 것인가

대구 근대 건축물의 보고인 중구 북성로가 신음하고 있다. 대구 도심이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과 같은 난개발을 멈추지 않으면 그러잖아도 삭막한 대구는 소중한 역사적 자취들을 지워버리면서 천편일률적인 단지형 아파트 천국으로 변해버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도심 주변 도원동과 고성동 철도변 지역까지 재개발·재건축 바람을 타면서 시대적 유산과 역사적 흔적들이 무더기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대구역 건너편의 북성로는 대구 근대의 유산을 가장 많이 간직한 곳이지만, 개발의 욕망을 담은 주상복합건물 아래로 옛 정취를 묻어버릴 것이다. 최근의 재개발 여파로 사라져간 1960년대 이전 건물만 모두 55채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보전 가치가 높은 옛 건물들이 재개발의 도미노 바람에 쓰러지는 가운데 대구읍성 돌로 추정되는 석재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기도 한다. 시간의 흔적들을 보듬고 살던 원주민들은 오랜 생활의 터전마저 빼앗길 처지에 놓였다. 부동산 수익에 경도되어 분별 없이 벌어지는 각종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으로 정신적·역사적 가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그런데도 대구시와 중구청은 도심재생사업을 내세우면서도 재개발을 허가하는 이중적인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도심재생으로 시간의 여행지임을 강조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으니 개발 승인을 해 줄 수밖에 없다는 이율배반적인 행정 행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시행사가 대지 소유권을 95% 이상 확보하고 승인 신청을 해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무분별한 재개발 논리에 무책임한 도시행정이 화답하고 있는 꼴이다. 여기에 대구의 정신적인 가치나 도시행정의 공공성을 거론하는 시민의 목소리는 스며들 여지조차 없어 보인다. 그러잖아도 대구의 도심 공원 확보율이 전국 꼴찌 수준이다. 아파트 단지만 줄지어 선 기형적인 도시 공간은 각종 후유증과 부작용을 파생시킬 것이다.

2019-11-20 06:30:00

13일 오전 대구역에서 열린 '찾아가는 시민사랑방'을 찾은 한 어르신이 일자리 상담을 받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사설] 일자리 참사 40대의 비명, 정부 귀엔 들리지 않나

우리 경제 '허리'이자 가정의 가장(家長)이 집중된 40대의 팍팍한 삶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줄을 잇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 학창 시절을 보내고 취업의 문을 두드렸던 IMF(국제통화기금) 세대인 40대가 일자리 참사로 고통받고 있다. 20년 전 외환위기 당시 터져 나왔던 'IMF 세대의 비명'이 고용 악화 탓에 되풀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많이 지지하는 연령대인 40대가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 실패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게 아이러니하다.지난달 4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6천 명이나 줄었다. 인구 감소로 감소한 40대 숫자(8만 명)보다 두 배가량 많다. 30대 취업자 감소 폭 5만 명보다는 3배 가까이 된다. 같은 기간 정부의 공공일자리 사업 확대 영향으로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41만7천 명 늘었다. 40대 취업자 수는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뒤 48개월째 계속 줄고 있다. 40대 고용률 역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6%포인트 하락한 78.5%에 그쳤다. 여기에다 지난해 주택을 소유한 40대 가구주의 숫자가 전년 대비 감소했다.40대는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많아 일자리를 잃으면 한 가구의 생계가 위협받는다. 40대가 취업시장 밖으로 내몰리는 이유는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을 많이 고용하는 제조업이 악화한 탓이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8만1천 명 줄어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민간 기업의 경영 상황이 나아져 고용 여력이 살아나지 않는 한 40대 취업난은 해결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의 일자리 정책은 중·장년층 실업과 노인 빈곤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40대를 위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 고부가가치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를 통해 기업이 투자하도록 만들어야 민간 부문이 살고 40대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데도 정부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세금으로 노인 일자리만 잔뜩 만들어 놓고 고용 지표가 개선됐다고 자화자찬하는 정부 귀에는 일자리 참사로 고통받는 40대의 비명이 안 들리는 모양이다.

2019-11-20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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