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출범 석 달도 안 돼 ‘정권 호위처’ 논란 휩싸인 공수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금(出禁) 사건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수처 출입과 관련해 국회에 '거짓 해명'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수처는 "(공수처가 있는) 과천청사 5동 출입 기록은 정부청사관리본부에서 관리하고 있다"는 답변을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청사관리본부는 "사건 관계자 출입 기록은 공수처가 관리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공수처는 "실무진의 실수였다"고 말했다.김진욱 공수처장은 지난달 7일 피의자인 이성윤 지검장을 면담 조사하면서 자신의 관용차를 은밀하게 제공해 모셨을 뿐만 아니라 조사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황제 조사' 논란을 불렀다. 또 면담 당일 청사 내부 CCTV 영상을 제출해 달라는 수원지검의 요청에 공수처는 면담 조사가 이루어진 342호실 복도 영상은 제출하지 않았다가, 검찰의 압수수색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영상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342호 조사실 내부에는 CCTV가 설치되지 않아 영상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러 CCTV도 없는 조사실에서 면담했다는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다. 공수처는 이성윤 지검장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는 검찰이 하고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판단하겠다'고 억지를 부렸다.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고위공직자범죄은폐처' '정권 호위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제1야당의 반대를 무시하고, 범여권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만들고, 개정하면서 무리하게 출범시킨 조직이다. 그렇게 올 1월 21일 출범한 공수처가 출범하고 석 달도 안 돼 공정성 시비로 '정권 호위처' 논란에 휩싸였다. 공수처는 검찰이나 경찰과는 차원이 다른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공정성, 정치적 중립에 더욱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시작부터 편파적 태도를 보였다. 그 중심에 김진욱 공수처장이 서 있다. 만약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당 측 인사에게 이런 태도를 취했다면 정부·여당은 어떻게 나왔을까?

2021-04-07 06:30:00

[사설] 北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남북한 ‘평화 쇼’ 환상 버려라

북한 체육성이 홈페이지 '조선체육'을 통해 "악성 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제32차 올림픽 경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를 내세워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함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구상'에 급제동이 걸렸다.문 대통령은 지난 3·1절 기념사에서 도쿄올림픽을 두고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른바 '도쿄 구상'을 피력했다. 도쿄올림픽을 북한과의 다자 대화 무대로 만들어 보려는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여기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도 포함됐을 것이다. 이를 위해 그동안 일본에 날을 세웠던 문 대통령은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에 유화 제스처를 보내고, 도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한·일 협력을 언급했다.그러나 북한의 도쿄올림픽 불참 선언으로 도쿄올림픽을 남북 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대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문 대통령의 도쿄 구상은 무산 위기에 처했다.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최종 수립 시점을 전후로 본격 추진을 계획했던 도쿄 구상에 브레이크가 걸린 분위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를 계기로 시작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3년 전 평화 쇼를 재연하려는 문 대통령의 구상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문 대통령으로서는 지지율 회복은 물론 내년 대통령 선거를 겨냥해 남북한 평화 쇼를 되풀이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북한 핵 폐기 협상이 전혀 진척되지 않은 것은 물론 북한이 핵 보유국 지위를 더 공고히 한 상태에서 남북한 평화 쇼에 손뼉을 칠 국민은 없다. 바이든 대통령마저 트럼프식 톱 다운 쇼 외교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 마당이다. 문 대통령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남북한 평화 쇼를 재연할 생각을 버리고, 실패한 대북 정책을 직시하고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에 나서기 바란다.

2021-04-07 06:30:00

[사설]  온갖 잡음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대구 섬유전문연구기관들

대구에는 한국패션산업연구원(패션연)을 비롯해 한국섬유개발연구원(섬개연), 다이텍연구원(다이텍) 등 섬유전문연구기관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 연구기관 모두 이런저런 내우외환에 휩싸이고 있다. 이들 기관이 지역 섬유산업 발전에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지 오래고, 쇄신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모습을 보면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패션연은 신임 원장 공모 과정에서 대구시 공무원들이 특정 인사 밀어주기를 했다는 주장이 대구 경실련과 전국공공연구노조에 의해 제기됐다. 결국 국민권익위가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기에 이르렀는데 시 공무원이 밀었다는 의혹을 받는 인사가 채용 비리 등으로 2차례 징계까지 받았다고 하니 말문이 막힌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패션연은 간부들이 인건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나랏돈을 가로챈 혐의로 경찰에 의해 사건이 검찰에 송치(기소 의견)되기도 했다.섬개연의 경우 원장이 이사회에 의해 쫓겨나면서 조직이 뒤숭숭하다. 경영 평가 점수가 낮은 것이 해임 사유라는데 이사회 및 대구시와의 갈등이 진짜 속사정이라는 소문이 관가와 경제계에 파다하다. 다이텍도 유해 물질이 검출된 나노 필터 마스크를 대구시교육청 등에 납품했다는 의혹 때문에 작년부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연구 용역비 횡령 및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직원들이 경찰 수사를 받기도 했다.비리와 자리 다툼 등으로 바람 잘 날 없으니 이들 기관에 대한 지역 섬유업계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이들 세 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능 중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폐합 등 개혁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대구시도 통폐합을 검토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이사회라도 통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한다. 섬개연, 다이텍, 패션연은 임직원 밥그릇 보전하라고 만든 기관이 아니다. 사양 산업에 접어든 대구 섬유 부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2021-04-07 06:30:00

[사설] 접종 이리 더딘데 어느 세월에 집단 면역 형성하겠나

지난 4일 0시 기준으로 우리 국민 가운데 96만여 명이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쳤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 38일이 지나도록 100만 명을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인구 대비 1차 접종률도 1.85%에 그쳐 구미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방글라데시나 르완다보다 낮은 접종률이며 국가 순위로도 97위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줄어들 기미가 없고 4차 대유행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데 백신 접종은 소걸음이니 이보다 답답한 노릇이 없다.접종 부진은 지난해 정부가 백신 물량 확보에 실패할 때부터 이미 예상된 일이다. 게다가 올 들어 세계적으로 백신 자국 이기주의가 심해진 여파로 백신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정부가 확보했다고 발표한 물량마저도 수입 일정에 일부 차질이 생기면서 정부가 상반기 도입 확정한 물량이 접종 대상자 수보다 300만 명 밑도는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2차로 계획된 물량을 당겨 1차 접종용으로 쓰겠다며 2분기 접종 시행 계획을 변경하기에 이르렀다.이런 상황에서 백신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감도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접종 대상자들을 상대로 한 접종 동의율이 올 초 90%대였는데 지난 3월 조사 때에는 70%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국내 대다수 국민이 접종할 수밖에 없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 발생 논란에 휩싸인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그중에서도 경북과 대구의 접종률이 전국 꼴찌 또는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는데 'K방역' 선두 주자라는 지역 이미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코로나19 대재앙으로부터 국민들에게 일상을 돌려줄 유일한 수단은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형성이다. 이미 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만으로도 확진자 사망률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음이 증명됐다. 변종 확산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백신의 적기 접종에 실패할 경우 집단 면역 형성도 어려워진다.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정부 및 지자체 등 방역 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2021-04-06 05:00:00

[사설] 외교·안보 문제 툭하면 거짓말하는 문 정권의 대국민 기만

문재인 정부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대국민 발표나 설명에서 정권에 유리한 사실은 발표하고 불리한 사실은 숨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외교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의 생존과 미래에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이런 선택적 정보 공개는 용납할 수 없다. 유한한 정권의 정치적 이익에 영원해야 할 국가와 국민 모두의 공적 이익을 종속시키는 대국민 기만이다.지난 3일 중국 샤먼(廈門)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 후 외교부는 "중국 측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했다"는 결과문을 발표했다. 앞서 정의용 장관도 기자들에게 "시진핑 주석 방한은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는 대로 조기에 추진하고, 구체적 계획에 대해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측 발표문에는 '시진핑 방한'은 언급조차 없었다. "중국은 한국과 각급에서 밀접한 소통을 유지하기를 희망한다"고 했을 뿐이다.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일본·호주·인도의 4개국 연합체인 쿼드(Quad)에 한국이 참여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문 정부는 미국의 참여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정 장관이 한중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미국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쿼드 참여에 관해) 한국 친구들과 매우 긴밀히 협의해 왔다"고 했다. 정부가 대놓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북한과 관련해서는 거짓말이 더 심하다. 군 당국은 북한이 지난달 21일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꼭꼭 숨겼다. 국민은 이를 3일이나 지나 미국 언론 보도로 알았다. 한미 당국은 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사실이라면 미국이 '약속'을 깬 것이다. 왜 그랬겠나? 지킬 가치가 없는 약속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이런 사실은 외교 안보 문제에서 문 정권이 국민에게 숨기는 비밀이 숱할 것이란 의심을 굳힌다. 군 당국도 이를 인정했다. 북한 순항미사일 도발을 숨긴 사실이 들통나자 "모든 것을 발표하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2021-04-06 05:00:00

[사설] 나무 심기 넘어 관리와 다양한 산림 산업 육성 나서야

산림청이 국민 1천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나무 심기와 식목일 변경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79.2%가 나무 심는 시기를 앞당겨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 식목일을 당기고 나무를 많이 심는 것은 중요하다. 나아가 산림을 효율적으로 가꾸고 이용할 수 있는 정책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우리나라는 1967년 산림청을 신설하고 본격적으로 산림녹화사업을 추진한 덕분에 민둥산을 울창한 숲으로 가꾸는 데 성공했다. 6·25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산림 총량은 2018년 현재의 약 5%에 불과했고, 민둥산 비율이 전체 산의 50%에 달할 정도로 황폐했다. 2020년 현재 우리나라 산의 나무 양은 16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상회한다. 세계 평균 임목 축적량 약 130㎥/㏊에 비하면 상당한 양이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는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일한 녹화 성공 국가'라고 평가했고, 유엔환경계획기구(UNEP)는 '한국의 조림 사업은 세계적 자랑거리'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숲을 울창하게 가꾸는 것만으로도 공공 가치는 늘어난다. 숲 그 자체로 산소 생산, 이산화탄소 흡수, 물 함량, 생물다양성 보전, 열섬 완화, 토사 유출 방지, 산림 정수, 산림 휴양 기능 등 다양한 공익을 제공한다. 이제 한발 더 나아가야 할 때다. 우리나라 목재 자급률은 15% 안팎이다. 자급률이 낮은 것은 1970년대 들어와 나무 심기에 집중한 만큼 목재로 이용할 만큼 큰 나무가 적었다는 점, 민둥산 녹화가 급해 성장 속도가 빠른 나무를 집중적으로 심다 보니 직경이 작거나, 재질이 물러 목재로 적합하지 않은 수종이 많다는 점, 우리나라 산이 악산이고 임도(林道)가 부족해 관리, 벌목, 운반이 어렵다는 점 등 여러 이유가 있다.산림 녹화가 급했던 시절, 우리는 심는 데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단계적 수종 교체, 임도 확충, 40~50년령에 집중돼 있는 나무 연령 다양화, 목재 산업 다각화 등 산림 산업 육성에 과감한 투자와 연구가 필요하다.

2021-04-06 05:00:00

[사설] 느슨한 방역 의식에다 음주운전까지, 경계 늦출 때 아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완화로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풀리면서 지역사회의 신규 확진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등 산발적 감염이 지속되고 있다. 봄철 야외 활동의 증가로 공원·유원지 등에서 5인 이상 모임 금지나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어기는 사례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데다 음식점·주점 영업시간 제한 해제로 음주운전 적발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 사태에 대한 섣부른 판단과 느슨한 경각심이 빚어내는 현상이다.지난달 30일 이후 닷새째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500명대를 이어 가고 있다. 대구경북도 이달 들어 두 자릿수의 확진자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수도권에 쏠렸던 확진자 비율이 이제는 비수도권으로까지 확산하는 등 사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그동안 방역 당국은 코로나19 사태가 국민들의 예상만큼 쉽게 진정될 상황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백신 접종과 별개로 상당 기간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켜 나가는 것만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재확인한 것이다. 우리보다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은 유럽·미국 등에서 여전히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고 심지어 독일·프랑스는 국가 봉쇄 조치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단계가 결코 아님을 알 수 있다.이런 상황에서 긴장을 풀고 방역 수칙마저 외면하는 것은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문제다. 무엇보다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 사회적 경각심이 높은 시점에서 이를 역행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구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구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494건으로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오히려 10%이상 높은 수치를 보였다. 몰지각한 이런 행동은 코로나 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에 조금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져 나가도 모자랄 판에 사회적 흐름과 거꾸로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시민 모두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2021-04-05 05:00:00

[사설] 공정·정의가 자리 잡아야 할 ‘근원적인 곳’은 문 대통령 자신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공정'과 '정의'만큼 그 본래의 의미가 훼손된 낱말도 없을 것이다. 그 선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서 있다. 문 대통령은 4일 부활절을 맞아 SNS에 게시한 메시지에서 "근원적인 곳에서 공정과 정의가 자리 잡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며 "정직한 땀과 소중한 꿈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헛웃음이 저절로 나온다.이에 앞서 지난달 10일에도 같은 소리를 늘어놨다. LH 사태와 관련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사태의 책임자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경질 여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국민은 그야말로 귀를 씻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했다. 이후 지금까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정'과 '정의'를 들먹였다. 작년 9월 청년의 날 기념식에서는 무려 37번이나 공정을 말했다. 그러나 문 정권의 실제 행동은 정반대였다. 하나하나 열거하기도 벅차다. 조국 사태부터 최근 드러난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새 임대차법 시행 전 임대료 대폭 인상에 이르기까지 문 정권이 보여준 것은 '공정한 척' '정의로운 척' '착한 척' '청렴한 척'이었다.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예수 부활이 갖는 의미는 영혼의 재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잘못을 뉘우치고 깨끗한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이 부활절 메시지로 공정과 정의, 정직 운운한 것은 참으로 어이없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예수 부활의 본뜻을 더럽히는 꼴이나 마찬가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정과 정의를 더럽힌 장본인이 일말의 뉘우침도 없이 공정과 정의를 다시 들먹였기 때문이다. 공정과 정의가 자리 잡도록 해야 할 '근원적인 곳'은 달리 있지 않다. 바로 문 대통령 자신이다.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공정과 정의라는 소리는 이제 더는 듣고 싶지 않다.

2021-04-05 05:00:00

[사설] 궤변과 속임수로 부동산 실패 덮기 급급한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를 사과하고 정책 전환을 언급한 것과 달리 청와대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기존 정책 기조를 밀고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급한 민주당은 사과와 정책 수정을 통해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선 반면 청와대는 실패 인정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 까닭에 당·청 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주 "집값 상승은 한국적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으로 많은 유동성이 풀리고 자산가격이 실물과 괴리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성공이다 실패다라고 말하기엔 매우 복합적인 문제"라며 실패를 인정하지 않은 것을 넘어 부동산 정책 일관성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25차례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전셋값·보유세 폭등을 가져왔다는 것은 국민 대다수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청와대 정책실장은 유동성 탓으로 돌렸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탓한 것과 같은 전형적 책임 떠넘기기 속임수다.이 실장이 한국은행 자료를 봤으면 얼토당토않은 얘기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한국 집값 상승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9.3%로 미국(6.0%) 독일(5.4%) 등 6개 선진국보다 높았다. 한은은 또 집값 변동의 71%가 국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원인이 무엇이든 민주당이 부족했다"면서 정책 실패를 인정했고, '문재인 보유국' 운운한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조차 "지금과는 확실히 다른 부동산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런 마당에 청와대 정책실장은 딴소리를 했다.청와대가 기존 부동산 정책을 고집하는 것은 정책 전환이 부동산 정책 실패 인정으로 연결될 것을 우려해서다. 그러나 청와대가 인정하든 안 하든 부동산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문 정부가 가장 잘못한 경제 정책으로 부동산 정책이 꼽히는 실정이다. 청와대가 궤변과 속임수로 부동산 정책 실패를 덮으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일 뿐이다.

2021-04-05 05:00:00

[사설] 다 지은 신한울 1호기 조속히 운영 허가하라

신한울 1호기 원자력발전소의 공정률이 99%로 사실상 완공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연료만 장착하면 즉각 가동할 수 있는 상태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온갖 핑계를 대며 운영 허가를 내주지 않아 가동이 하염없이 늦춰지고 있다. APR-1400 원자로를 갖춘 최신형 원전의 가동이 늦어질수록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로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돼 있다. 정부는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한전의 가격 인상을 막았지만 '탈원전'을 고집하는 한 선거 후 언제라도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한 상황이다.신한울 1호기 가동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의 '탈원전' 후유증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울 1호기 공사가 시작된 것은 2010년 4월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4년 12월 1일 운영 허가를 신청했고 2018년 4월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안위는 운영 허가를 신청한 지 6년 4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심사 중이다. 신한울 1호기와 같은 APR-1400 노형으로 아랍에미리트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은 이보다 늦은 2012년 7월 착공했지만 지난해 2월 이미 운영 허가를 얻어 가동 중이다. 뒤늦게 수출한 원전은 가동되고 이보다 앞서 지은 국내 원전은 가동되지 않는 것은 정부의 탈원전에 원안위가 부응하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다.신한울 원전 가동이 늦춰지면서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수원은 신한울 1호기가 생산할 수 있는 전기가 하루 최대 2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1년 가동이 늦춰지면 7천300억 원의 기회비용을 날리는 것이다. 그런데 당초 목표보다 3년이나 가동이 늦춰진 현재까지 기약도 없다.전기 1㎾h를 생산하기 위해 원자력은 60원, LNG는 130원, 기타 재생에너지는 200원이 든다.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분기마다 원자력 석유 석탄 LNG 등 전기 연료 구매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로 한 것이다. 유가나 LNG 가격이 오르면 국민들이 비싼 전기요금을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그래서 정부가 신한울 원전 가동을 늦추면 늦출수록 그 피해는 국민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쓰게 된 것이다. 원안위가 갖은 핑계로 원전 가동을 늦추는 것이 직무 유기라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원안위는 하루빨리 신한울 원전 가동을 허가해야 할 것이다.

2021-04-03 05:00:00

[사설] 자신의 관용차로 피의자 ‘모신’ 공수처장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달 7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 은밀하게 공수처 청사로 들어오게 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지검장을 조사한 김 처장이 조서나 면담 세부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논란이 된 데 이어 김 처장이 이 지검장에게 자신의 관용차를 제공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황제 조사'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김 처장은 "보안상 어쩔 수 없었다"며 "앞으로 사건 조사와 관련해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지 않도록 더욱 유의하겠다"고 했다. 보안을 들먹인 김 처장의 해명은 군색하기 짝이 없다. 사건 피의자를 수사기관장 관용차까지 제공해 '모신'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다른 피의자들이 '나도 이성윤과 똑같은 대우를 해달라'고 요구하면 김 처장은 어떻게 할 것인가. 수사 절차에서 법 앞의 평등, 형평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를 어긴 김 처장의 행위는 크게 잘못됐다.이 지검장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옵티머스 펀드 사기 등 문재인 정권의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틀어막고 있는 장본인이다. 이런 역할 덕분에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불법 출금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이첩받은 김 처장은 이 지검장을 조사하고서도 수원지검에 이첩한 기록에 면담 일시, 장소만 기재했을 뿐 면담 세부 내용은 남기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위법성이 심각한데 이 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 논란까지 터졌다. 이 지검장이 정권 비호를 받는 실세가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다.공수처는 출범 전부터 '정권 수호처'란 의심을 샀다. 공수처 자체의 위헌성과 입법 과정의 불법성, 처장 인선 제도의 정치 중립 붕괴로 공수처는 이미 정당성을 잃었다. 김 처장의 이 지검장에 대한 황제 조사로 공수처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공수처가 존속하는 한 앞으로 더한 일도 벌어질 것이다. 이번 일로 공수처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할 당위성이 더욱 커졌다. 서둘러 공수처를 폐지해야 한다. '이성윤 모시기'를 한 김 처장은 즉각 사퇴 외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수사 당국은 부적절한 만남을 가진 김 처장과 이 지검장을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

2021-04-03 05:00:00

[야고부] 한국, 버마와 미얀마

[야고부] 한국, 버마와 미얀마

"한국은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지난 2019년 9월 3일, 문재인 대통령은 미얀마에 들러 당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을 만났다. 그리고 1950년, 북한 남침으로 전쟁을 치르던 한국에 5만 달러 상당의 쌀을 원조해 준 사실을 떠올리며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식민 지배와 민주화 투쟁이라는 두 나라 역사 속 고통스러운 공통점을 떠올리며 유대와 연대를 강조했다.두 나라는 70여 년 전 이런 사연을 간직한 나라였지만 아름다운 선연(善緣) 말고 악연(惡緣)도 있다. 옛 버마 시절인 1983년 10월 9일,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에 맞춰 북한이 저지른 아웅산 국립묘지 폭파 사건으로 경북 성주 출신 서석준 부총리 등 대통령 수행원 17명이 죽고 14명이 다쳤다. 선연과 악연 모두 북한과 얽힌 두 나라의 현대사이다.이런 뒤섞인 사연의 미얀마에서 지난 2월 1일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면서 400명 넘는 국민이 숨지는 사태가 벌어지자 여러 한국인이 그들과 아픔을 나누는 행동에 나서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대구 자매도시인 일본 히로시마 시민단체는 물론, 국내 거주 동남아 4개국(미얀마·스리랑카·캄보디아·베트남) 사람과 함께하는 고통 나눔이 펼쳐지고 있다.특히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국제분과위원장인 최봉태 변호사는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되새기며 미얀마 민주화 활동 희생자를 돕는 작업에 힘을 모으고 있다. 최 변호사 등은 불복종 뜻의 세 손가락을 새기거나 양국 국기에 '시민불복종운동 지지' 등 글귀를 넣어 만든 나비 모양 휘장(배지)을 팔아 수익금을 전하기로 했다.북한으로 인한 두 나라의 좋고, 나빴던 인연 위에 이젠 미얀마 군부의 양민 학살이란 불행한 사태로 대구경북이 미얀마와 새로운 인연을 맺는 셈이다. 문 대통령의 약속을 지키듯, 무엇보다 국채보상운동의 나눔 정신을 이어온 대구경북 사람이 나눔의 나라 밖 실천에 나서니 두 나라 민간 교류에 돌다리를 하나 더 놓는 일 같아 올 4월의 출발이 남다르게 와닿는다.

2021-04-03 05:00:00

[사설] ‘천안함 폭침’ 재조사 결정, 북한 격침 사실 부정하나

문재인 정권의 '과거사' 재조사가 끝도 없다. 이번에는 천안함 폭침 재조사다.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천안함 피격 사건에 대한 재조사를 결정했다. 작년 9월 피격 사건 원인을 밝혀 달라는 진정이 접수됐으며 사전 조사를 거쳐 12월 14일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진정을 낸 장본인이 천안함은 북한 잠수정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한국·미국·호주·영국·스웨덴 등 5개국 전문가의 만장일치 결론을 부정하고 '좌초설' 등 괴담을 유포한 신상철 씨이기 때문이다.더불어민주당 추천 민간위원으로 민군합동조사단에 참여했던 신 씨는 합조단에 단 2시간 참석하고 합조단을 이탈한 뒤 '미 군함 충돌설'을 주장하며 "정부가 천안함 침몰 원인을 조작하려고 구조를 늦췄다" "국방장관이 증거를 인멸했다"고 했다. 그리고 결정적 증거인 북한 어뢰추진체에 대해서도 "서해에서 발견된 어뢰에 동해에만 있는 붉은 멍게가 붙어 있다" "(북한 어뢰의 1번 글씨가) 우리가 쓴 것 같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늘어놨다.그 뒤 신 씨는 명예훼손으로 기소돼 2016년 1월 1심에서는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작년 10월 2심에서 무죄 방면됐다. 신 씨의 주장이 '비방 목적'이 아니라 '공익 목적'이라는 어이없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2심은 신 씨의 주장이 허위임은 인정했다. 신 씨가 '거짓말쟁이'라고 확인한 것이다.그런 점에서 위원회는 신 씨의 진정을 각하했어야 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신 씨가 '사망사건 목격자로부터 전해 들은 사람'이라는 진정 요건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게 위원회 독자적 판단일까? 문 정권 이후 각종 과거사 재조사에 정권의 입김이 강력하게 작용한 전례로 보아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은 자연스럽다.사실이라면 가증스러운 이중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5월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장에서 천안함 피격에 대해 "북한 소행이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재조사를 할 이유가 없다.

2021-04-02 05:00:00

[사설] 21세기 대한민국에 부활한 고대 궁예의 ‘관심법’(觀心法)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향해 이틀 연속 '관심법(觀心法) 공세'를 펼쳤다. 박 후보는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내곡동 토지 의혹'과 관련, "토론을 해 보니 어느 부분에서 거짓말을 하는지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표정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에도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오 후보의) 표정을 보고 '이분이 갔었구나' 확신이 오는 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박 후보가 궁예의 관심법을 발휘했다"고 쏘아붙였다.서울 '내곡동 토지' 논란과 관련해 오세훈 후보가 거짓말했다면 박영선 후보는 그 증거를 제시하면 된다. "표정을 보니 거짓말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는 식의 공세는 김은혜 의원 지적처럼 고대 궁예의 '관심법'이나 다를 바 없다. '관심법'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표정을 보고 속마음을 읽는다는 것이다. 스스로 미륵을 자처한 궁예는 자신에게 신통력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며, '관심법'을 동원해 정치적 반대파를 공격했다. "딱 보니 너는 역적이다." "기침을 하다니, 네 속에 마구니가 들었구나." "그러므로 너를 처형한다."는 식이었다.비단 선거전에서뿐만 아니다. 근자에 자신들의 확증편향(確證偏向)과 세(勢)를 업고 막무가내로 상대를 윽박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신들의 느낌이나 확신 외에 아무런 증거나 근거 없이 상대에게 '유죄 낙인'을 찍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극렬 정치 지지 집단의 좌표 찍기성 공격이다.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나 주장, 기사가 나오면 판사와 정치인, 언론인 앞으로 우르르 몰려가 무차별 공격을 퍼붓는다.싫은 것과 나쁜 것은 엄연히 별개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싫은 것'이 곧 '나쁜 것'이다. 중세 마녀사냥 같은 이 야만적인 행태가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예사로 벌어진다. 어렵게 민주화를 달성한 한국 사회가 '관심법'이 날뛰던 '궁예의 왕국'으로 회귀하는 모양이다.

2021-04-02 05:00:00

[사설] 백신 접종 세계 111위…국가 역량 총동원 백신 확보 나서라

코로나 백신 접종이 1개월 넘게 진행됐지만 백신 확보 차질로 지난달 31일 기준 접종률이 1.64%에 불과하다. 정부 목표인 70% 접종 시한인 9월까지 6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진행 속도가 턱없이 더디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세계 평균 7.24명에 크게 못 미치는 1.62명으로 세계 111위다. 11월까지 집단면역을 달성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틀어질 우려가 커졌다.정부는 2분기 1천150만 명에 대한 접종을 마칠 예정이었지만 200만~300만 명 맞기도 어려울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백신 확보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3월 중 들어오기로 했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도입 일정이 3주 뒤로 밀렸다. 물량도 34만5천 명분에서 21만6천 명분으로 줄었다. 2분기부터 도입할 예정이던 얀센(600만 명분), 노바백스(2천만 명분), 모더나(2천만 명분) 백신은 공급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맞고 싶어도 백신이 부족해 제때 접종을 못하는 최악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은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면서 국가 간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미국·유럽연합(EU)·인도 등의 자국 우선주의로 백신 물량 확보 및 수급 불안정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접종 속도가 빠른 선진국 위주로 '백신 여권' 도입이 준비되는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고립될 우려까지 제기된다. 지난해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백신 확보에 나서지 않았던 정부를 또다시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백신은 코로나 터널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다. 백신 확보는 국민 생존이 걸린 사안이자 경제 회복 열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 백신 확보에 나서야 한다. 계약한 백신이라도 제때 들여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질병관리청에만 맡겨 놓지 말고 외교와 경제 등 모든 정부 기관이 달려들고, 민간 채널과의 협력 체계까지 가동해 백신 확보에 총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2021-04-02 05:00:00

[사설] 농지 투기 의심받는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 철저한 조사를

대구의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 16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86명(52.4%)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다는 정의당 대구시당의 폭로는 충격적이다. 본인 또는 배우자, 부모, 자녀 등의 명의로 타 지역의 농지를 갖고 있으며 불법 소유 의심 사례도 한둘이 아니고 농지 쪼개기 매입 정황마저 있다고 하니 개탄스럽기 그지없다.정의당 대구시당에 따르면 한 지방의원은 28곳 총 2만2천여㎡ 농지를 갖고 있는데 대부분 실제로 경작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다른 지방의원은 20곳 전답 총 1만3천㎡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는 지분 일부를 분할 매입한 정황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지방의원이 타지에 소유한 땅은 인근 지역이 지난해 혁신도시로 지정됐다는 점에서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한 기초단체장의 경우 경기도에 본인 명의의 논 1천6천여㎡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이번에 드러났다.대도시인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 절대 다수의 직업이 농사가 아니라는 점은 상식이다. 하물며 이번에 드러난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 86명이 보유한 총 335필지 가운데 78.2%가 경북·경남·경기·강원·충남 등 외지에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더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상속받았거나 주말농장용이 아니라면 이들의 농지 소유는 투기 용도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이번 LH 사태에 국민들이 공분하는 이유는 부동산 투기를 막아야 할 공기업 직원들이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취했다는 데 있다. 선출직 공직자 역시 일반인보다 권력과 정보 취득 면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만큼 이들의 부동산 투기 역시 지탄받아 마땅하다. 게다가 농업경영계획서를 허위로 제출하고 농지를 거래했다면 명백한 불법 행위이다. 폭로된 내용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대구의 선출직 공직자들의 농지 보유에 대한 전수 조사가 시급해 보인다. 전수 조사에서 불법 정황이 드러난 사례에 대해서는 사법 당국의 수사와 엄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2021-04-01 05:00:00

[사설] 선거 급하다고 ‘내 집 마련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이낙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생애 처음으로 주택을 구하려는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내 집 마련 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며 "청년과 신혼 세대가 안심 대출을 받아 내 집을 장만하고 그 빚을 갚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50년 만기 모기지대출 국가보증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서울 및 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니 이낙연 위원장이 급하긴 한 모양이다. 그러나 아무리 급해도 주거 문제처럼 복잡한 문제에 관한 정책을 불쑥 내놓을 건 아니다. 사회적 문제는 홀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는 4년 내내 튀어나온 못을 망치로 쳐서 반대쪽으로 흉하게 튀어나오도록 해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튀어나온 못을 치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했을 뿐, 반대 쪽은 생각지도 않았던 것이다.조정대상지역, 투기과열지구, 임대차 3법 등 문 정부가 강화하거나 쏟아낸 '부동산 안정화 정책'이 어떤 결과를 낳았나? 집값 잡겠다며 LTV(주택담보대출 때 인정하는 자산가치 비율), DTI(금융부채 상환 능력을 소득으로 따져 대출 제한), DSR(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과도하게 잡아 집값이 안정됐나? 공공 주도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난을 해결했나? 오히려 매물 감소, 집값 폭등, 전·월세 폭등, 재산세 폭탄, 청년 영끌 투자, 내 집 마련 포기, 공공기관 부패만 낳았다. 국가가 내 집 마련을 책임지겠다고? 50년 만기 모기지대출이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 50년 상환 기간 동안 재산권 행사 가부에 따른 이익과 불이익 문제는 어떻게 되나.정부·여당의 지난 4년 동안 분탕질에 국민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양도세 중과 폐지하고, 민간 아파트 공급 늘려 아파트 물건 늘리고, 실수요자들이 집 살 수 있게 대출 규제나 풀라. 나머지는 국민 각자가 알아서 한다. 정부·여당 인사들이 입만 열면 부동산값이 폭등한다.

2021-04-01 05:00:00

[사설] ‘신용 낮으면 높은 이자’가 모순이라는 대통령의 지적 수준

문재인 대통령이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은 높은 이율을 적용하는 것이 구조적 모순"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법정 최고 이자율을 현행 24%에서 20%로 낮추는 내용의 '대부업법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이자제한법' 관련 대통령령 개정안이 의결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문 대통령의 지적 수준을 의심케 하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이 말한 '구조적 모순'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인류 역사에서 금융업이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지속됐고 앞으로도 그러할 세계 표준이다. 이는 직관적으로는 공정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돈을 떼일 위험 수준을 반영한 돈의 '시장 가격'이란 금리의 속성이다.문 대통령의 '구조적 모순'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돈을 갚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신용도가 높은 사람은 그 반대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식 축에도 못 낀다.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이게 정의롭지 않다고 해서 국가가 거스르려 하면 엄청난 부작용이 생긴다. 신용도가 낮은 사람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게 된다. 세계 모든 국가에서 실증(實證)된 사실이다.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구조적 모순' 다음 발언은 참으로 걸작이다.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 등에 내몰리지 않도록 더욱 형평성 있는 금융 구조로 개선되게 노력해 달라"고 했다. 어이없는 모순 어법이다.대통령의 지식 수준이 이러니 이 정권의 경제정책이 판판이 실패하는 것도 당연하다. 소득주도성장이란 공상(空想)을 고집해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 집값 안정의 열쇠는 공급 확대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한 25번의 헛다리 짚기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시장은 황폐화됐다. 그 직격탄은 이 정권이 보호하려고 했던 세입자들이 맞고 있다.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는 한탄이 왜 쏟아지겠나.

2021-04-01 05:00:00

[사설] 가덕도 공항 짓겠다 결국 김해신공항 사업 폐기한 정권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중단하고, 가덕도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존 김해공항에 활주로 1본을 더 건설하는 내용의 김해신공항 계획은 5년 만에 공식 폐기됐다.작년 11월 국무총리실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 데 이어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김해신공항 폐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5년 동안 추진되던 국책사업이 선거 탓에 느닷없이 폐기됐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로 4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수립비 34억3천만 원, 환경영향평가 용역비 7억3천만 원이 헛돈이 됐다.혈세 낭비 못지않게 더 심각한 문제는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추락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때문에 치러지는 보궐선거 판세가 불리하자 민주당은 반전을 도모하려고 가덕도 신공항을 끌어들였다. 차기 대선까지 내다본 속셈도 없지 않았다. 선거에 도움만 되면 무슨 일이든 하는 집권 세력 탓에 국가 정책에 대한 믿음이 시궁창으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국토교통부는 특별법에 따라 예비 타당성조사를 거치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 사전 타당성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정부·여당이 어떤 예비 타당성조사 면제 구실을 갖다 붙인다 해도 군색한 논리에 불과하다. 해상 매립 등에 따른 공사의 어려움, 막대한 공사비로 인해 가덕도 신공항이 차질 없이 건설될지도 불투명하다. 가덕도 신공항은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 평가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판정까지 받았다. 부산 시민들이 가덕도 신공항을 내세운 민주당의 불순한 의도를 꿰뚫어 본 덕분에 부산 민심은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다. 선거 승리를 노려 멀쩡한 김해신공항을 폐기하고 무리하게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인 정부·여당은 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겼다. 국가 정책 불신, 국론 분열, 혈세 낭비를 초래한 정부·여당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2021-03-31 05:00:00

[사설] 졸속 탈원전 불똥 튄 영덕 외면하는 文정부의 무책임함

산업통상자원부가 29일 제67회 전원개발사업추진위원회를 열어 영덕군 천지원자력발전소 예정 구역 지정 철회를 심의 의결했다. 천지원전 건설 공식 백지화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만하다. 이번 결정은 예고된 수순이어서 쓴소리를 하는 것 자체가 쇠귀에 경 읽기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원전 건설 결정 및 백지화 과정에서 영덕군과 지역민들이 받은 피해마저도 정부가 모른 척하는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특히 정부가 영덕군에 이미 교부한 원전 유치 특별지원금 380억 원을 회수하기로 한 것은 감탄고토(甘呑苦吐)의 전형이다. 영덕에 원전을 짓지 않게 됐으니 기지급한 인센티브를 되돌려받겠다는 것인데, 누구식 표현처럼 좀스럽고 민망스럽다. 주지하다시피 영덕은 천지원전 건설 이슈로 지난 10년 동안 많은 풍파를 겪었다. 원전 건설 찬반 양론으로 나뉜 민심 분열 후유증도 아직 남아 있다."일방적 원전 건설 취소에 따른 직·간접 경제 피해가 3조7천억 원에 이른다"는 영덕군 주장도 엄살로만 치부할 수 없다. 정부가 전 정부 기조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데 따른 피해를 기초 지자체와 지역민이 지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정부 정책을 따랐을 뿐인 영덕군에 귀책 사유가 없다는 점은 상식적 판단이다. 특별지원금을 회수하지 않는 방법은 원인 제공자(정부)가 찾아야 할 몫이다.더구나 천지원전 예정 부지에 편입됐지만 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10년 가까이 재산권이 묶인 땅도 전체 면적의 81.5%나 된다. 이에 대한 보상이 어떤 형태로든 있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행법상 토지 보상이 어렵다면 해당 부지를 국책사업단지로 지정해 달라는 영덕군의 요구에 정부는 귀를 열 필요가 있다. 국민은 졸속 탈원전 정책의 총알받이가 아니다. 정부의 '법 타령'은 '해 줄 의지가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정부가 결자해지(結者解之) 자세로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

2021-03-31 05:00:00

[사설] 스스로 ‘민주유공자예우법’ 만들어 혜택 보려 한 의원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여권 의원 73명이 '민주유공자예우법'을 공동 발의했다가 '셀프 특혜' 비판이 거세자 30일 발의를 철회했다. 이 법안은 민주화 운동 유공자의 배우자와 자녀에게 중·고교·대학 수업료, 직업훈련·의료·양로·양육·주택 구입·임차 대부 등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공자예우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추진됐으나 '특혜' 논란으로 좌초된 바 있다. 학생운동 경력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이 되거나 정·관계에 각종 자리를 얻은 것도 모자라 '법'을 만들어 특혜를 자녀들에게 세습까지 하려 했으니 비판에 직면하는 것은 당연하다.이 법안은 애초 발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추진하다가 비판 여론에 좌초된 법안을 다시 발의한 것 자체가 국민을 무시한 오만한 행태다.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민주화'를 자기네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 때문에 자신들을 절대 선으로 여겨 독선에 쉽게 빠진다. 스스로 공정과 정의를 파괴하면서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도 자신을 '절대 선'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더구나 운동권 출신이 많은 범여권 의원들이 '민주유공자예우법'을 추진한 것은 낯 뜨거운 '셀프 칭송'이다. 옛 중국이나 조선에서 개국이나 반정에 기여한 인물들이 스스로 공치사를 하거나 주거니 받거니 치켜올려 '공신'(功臣) 칭호를 받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스스로 공신이 되어 혜택을 누리고, 그 혜택을 세습까지 하려 들었으니 참 가관이다.우리나라 민주화는 특정인,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온 국민이 피땀으로 이룩한 성과다. 자신이 유공자이기도 한 김영환 전 국회의원은 '민주유공자예우법' 발의와 관련해 30일 "이러려고 민주화 운동 했나. 이 나라에서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자들이 벌이는 이 위선과 후안무치를 어찌 해야 하나"라고 탄식했다. '민주유공자예우법' 발의 논란에 섰던 의원들은 이번 소동을 계기로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2021-03-31 05:00:00

[사설] 정책실장 경질한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에서 자유롭나

문재인 대통령이 임대료 인상 폭을 5%로 제한한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본인 소유 서울 강남 아파트의 전세 보증금을 14.1% 올려 논란을 일으킨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경질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민심 이반을 막으려고 범정부 차원의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소집한 상황에서 김 실장의 '내로남불'로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신뢰가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인사로 보인다.김 실장은 불가피했던 사정을 내세웠지만 문제가 다분하다. 지난해 7월 부부 공동 명의의 아파트 전세 보증금을 8억5천만 원에서 9억7천만 원으로 14.1% 올려 세입자와 계약을 갱신했다. 세입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계약 갱신 시 전·월세를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시행 이틀 전이었다. 임대차법의 비현실성을 체험하면서도 자신은 쏙 빠져나가고, 대다수 국민을 전세 주기도 얻기도 어려운 혼란에 빠뜨릴 정책을 밀어붙였다.김 실장을 경질한 문 대통령 역시 부동산 문제로 의혹을 사는 처지다. 양산 사저를 둘러싼 형질 변경 논란에 딸과 처남이 부동산 거래로 상당한 시세 차익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실장보다 윗물인 문 대통령이 맑다고 보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청와대 등잔 밑이 이 지경이니 문 대통령이 부동산 대책 회의를 하는 게 국민 눈에는 쇼로 비칠 뿐이다.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수차례 장담했지만 역설적이게도 부동산 문제가 정권을 위기에 빠트렸다. 집값이 폭등한 것은 물론 부동산 문제로 국민 분노를 사는 정권 인사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부동산 정책을 책임진 청와대 정책실장들의 일탈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상징하고도 남는다. "강남에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자신은 엄청난 시세 차익을 본 장하성, '부동산은 끝났다'면서도 집값만 올려놓은 김수현, 자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김상조 등 정책실장 모두가 부동산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엔 문 대통령이 뭐라고 변명할 것인가.

2021-03-30 05:00:00

[사설] 대구경북 감염병 전문병원 제대로 구축해 지역민 생명 지키자

질병관리청이 최근 감염병 전문병원 대상 권역으로 경북권을 지정함에 따라 대구경북에도 감염병 전문병원이 생길 전망이다. 경북권 지정은 호남권, 중부권, 경남권에 이어 국내 4번째다. 대구경북은 지난해 영남권 감염병 전문병원 선정 당시 경남에 밀려 고배를 마신 바 있는데 위치상으로나, 인구 규모로 보나 대구경북을 권역으로 하는 감염병 전문병원이 생겨야 할 당위성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감염병 전문병원은 치명적 감염병 발발 시 의료 대응 분야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의료 인프라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감염병 전문병원은 음압병상 30개를 포함한 36개 병상 규모의 독립 병동 시설을 갖추게 된다. 법정 전염병 감염 환자에 대한 진단, 치료 및 검사, 전문 인력 양성 등을 담당하는 시설이다. 감염병 전문병원 유무에 따라 법정 전염병 유행에 대한 지역의 방역 대응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감염병 전문병원 구축 기회가 열림에 따라 지역에서는 경북대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이 유치 신청 방침을 정했다. 경북대병원은 국립대 공공 병원으로서 앞선 의료 인프라를, 계명대 동산병원은 지난해 코로나19 1차 대유행 시 거점병원 운영 경험을,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지난해 심사 때 최종 본선 진출 경력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며 물밑 경쟁 중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들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서면 평가와 발표, 현장 평가 등을 벌여 오는 6월 말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코로나19와 같은 치명적 전염병들이 몇 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염병에 대한 지역의 대응 역량 강화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2월 대구에서 코로나19 31번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전문병원 개념이 존재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지역 의료계는 모범적 대응 능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제 감염병 전문병원까지 생겨나면 그 역량은 더 체계화될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생겨날 감염병 전문병원과 대구시의 공조를 기대한다.

2021-03-30 05:00:00

[사설] ‘한명숙 사건’ 합동 감찰, 허탕 친 수사지휘권 재탕 아닌가

'한명숙 전 총리 정치자금 수수' 사건의 수사·공판 과정에 대한 법무부·대검의 합동 감찰에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과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이 참여해 실무를 맡는다고 한다. 이에 앞서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따라 '한 전 총리 위증교사 의혹'을 심의해 '무혐의·불기소' 결정을 내렸다.그러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절차적 정의를 기하라는 수사지휘권 행사의 취지가 제대로 반영됐는지 의문"이라며 합동 감찰을 지시했다. 같은 사건에 대한 사실상의 수사지휘권 재발동이자 문재인 정권이 '검찰 개혁'을 내세울 때 자주 언급된, 나올 때까지 파는 '별건 수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합동 감찰에 친(親)정권 성향을 여과 없이 보여준 박 담당관과 임 연구관을 투입해 실무를 맡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한명숙 구하기'는 법리상 불가능하니 수사·공판 과정은 물론 '의혹'에 대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처리 방식에 도덕적 흠집을 내려는 의도일 것이다.헛웃음이 나오는 것은 '의혹'이 '거리'가 안 됨은 임 연구관 스스로 증명했다는 점이다. 임 연구관은 대검 부장·고검장 회의에 출석해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검사에게 '의혹'과 관련해 질문할 기회가 있었다. 임 연구관이 그토록 원하는 '진실'을 밝힐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임 연구관은 그것을 스스로 차 버렸다. 수사 검사에게 질문하라고 하자 임 연구관은 "질문할 자리가 아니다"며 거절한 것이다. 이에 앞서 대검이 부부장급 6인 회의를 열어 무혐의를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표명할 기회를 줬으나 스스로 거부했다. 이런 경우를 두고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니 안 한다'고 하는데 과한 비유가 아니다.이유가 무엇일까? 수사 검사와의 '진검승부'를 겁낸 것이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꼬리를 내린 임 연구관을 투입해 어떤 성과를 얻을지, 성과가 있다고 해도 과연 국민이 믿을지 모르겠다.

2021-03-30 05:00:00

[사설] 박영선 “文 부동산 정책 잘했다 생각 안 해” 선거용 아니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강남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반드시 공공 주도를 고집하지는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부 주도의 부동산 정책'을 펴온 정부·여당과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래 공공 주도 및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정책을 펼쳤다. 택지 개발뿐만 아니라, 전·월세 문제, 부동산 관련 대출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일방적으로 끌고 갔다. 문 정부가 유난히 공공 주도 정책을 편 바탕에는 '민간 업자는 자기 이익밖에 모른다. 공공이 주도해야 공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하다.과도한 공공 주도 정책의 결과는 참담했다. 서울을 비롯해 전국 주요 대도시 집값과 전·월세 가격은 급등했고, 집 가진 사람들은 '세금 폭탄'을 안았다. 청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내서 집 마련에 나서거나 아예 집 마련을 포기했다. 거기다 개발 사업 정보를 독점한 공공기관의 내부자 거래(LH 직원 신도시 투기 의혹) 사태까지 터졌다. 과도한 정부 주도 부동산 정책으로 '미친 집값' '미친 전·월세' '내집 마련 포기'를 초래한 데다, 내부 부패까지 키운 셈이다.민간은 선(善)도 아니고 악(惡)도 아니다. 그들은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역시 '이익 극대화'를 생각하는 소비자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다. 오직 '탐욕'만 부리는 회사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오히려 정보와 권한을 독점한 데다 감시 기능까지 허술한 'LH'와 달리 '민간 업자'는 시장의 차가운 감시와 선택을 받기 때문에 적정한 가격과 품질을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도 있다.민간 자본이 턱없이 부족하던 1970, 80년 개발 시대에는 공공 주도 부동산 개발이 부작용에 비해 성과가 컸다. 하지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과도한 공공 주도는 합리적이지 않다. 같은 당 소속인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의 '입장 변화'를 정부·여당은 단순히 '선거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비단 부동산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2021-03-29 05:00:00

[사설] 주민들 결사반대 대구국가산단 LNG발전소 건설, 접는 게 맞다

25일 대구시가 달성군 구지면 대구국가산업단지 안에 조성될 예정인 액화천연가스 복합화력발전소(이하 LNG발전소)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발전소 예정지 인근 주민들이 극렬히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구시의회가 최근 반대 입장을 공식화한 데 이어 대구시마저 이 대열에 동참함으로써 이 사업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졌다.이 LNG발전소는 정부의 제8·9차 전력 수급 계획에 포함된 국책사업으로, 14만5천㎡ 부지에 총 1조4천억 원을 투입해 1천200㎿급 복합화력발전소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당초 2022년 5월에 착공해 2024년 12월에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사업은 발표 이후 표류해 왔다. 구지면 주민들은 건립반대추진위원회까지 구성해 1만2천 명의 반대 서명부를 작성, 대구시와 대구시의회에 전달하는 등 반대 목소리를 높여 왔고 여기에 경남 창녕군 대합면 주민들도 가세했다.주민들은 발전소 운영에 따른 발암 물질 배출과 땅값 하락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피해를 상쇄할 만큼의 지역 경제에 미치는 유발 효과도 미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구시의회도 "이해 당사자인 주민들이 제대로 내용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업이 추진됐다"면서 시의원 전원 동의 아래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국책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발목을 잡을 수 없다던 대구시도 결국 반대편에 섰다.한국남동발전 측은 LNG발전소가 청정 연료를 사용하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 시설로서 오염 물질 배출이 거의 없다고 주장해 왔지만, 주민 불안을 끝내 불식시키지 못했다. 게다가 사업의 다른 한 열쇠를 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주민 수용성 절차를 거쳐야 부지 분양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아무리 국책사업이라 할지라도 주민 반대를 무시해 가면서 강제적으로 추진할 수는 없다. 주민 수용성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연해진 만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남동발전은 이제 이 사업에 대한 미련을 접고 대안을 찾는 게 맞다.

2021-03-29 05:00:00

[사설] 대구시장 선거 진영 인사 땅 투기 의혹 내사, 제대로 살펴야

대구경찰청이 대구 한 언론이 제기한 대구시장 선거 진영 참여 인사의 대구 연호공공주택지구 내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 이에 앞서 해당 언론사는 최근 한 인사가 연호지구 내 땅을 지난 2016년 사들여 지번을 나눠 집을 짓고 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매입가보다 2배 넘는 보상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연호지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잇따르는 가운데 나온 데다 과거 대구시장 선거 진영 참여 인사라니 경찰로서는 그냥 있을 수 없게 됐다.대구시장 선거 진영 참여자의 부동산 투기 진위 여부는 경찰 내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의 몇 가지 정황에 비춰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살 만하다. 공교롭게도 경찰에 고발 조치된 대구 수성구청장 부인 사례처럼 이번 경찰 내사 대상자도 땅 매입 시기가 공공택지 지정 전인 2016년이었다. 또 지정 이후 공공 택지 개발에 따른 높은 보상가로 땅을 팔았다. 그러니 부통산 투기 의혹 제기는 자연스럽다. 게다가 한 사람은 현직 구청장 부인이고, 또 다른 당사자는 현 대구시장의 선거 진영에서 과거 일을 했다니 경찰로서도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닌 셈이다.이들 두 사람 경우, 비록 공공 택지 지정 이전 땅을 사고 이후 택지 조성에 따른 매각으로 높은 값을 받아 부동산 투기 목적 여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위치는 일반인 시각에서는 누구보다 대구시의 도시계획이나 부동산 흐름 파악은 물론, 부동산과 관련해 좀 더 많은 정보에 접할 수 있는 인물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일반인은 물론, 공익을 취재의 목적으로 하는 언론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따라서 대구경찰로서는 언론과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이런 의혹의 진상을 따져 밝히는 규명 작업은 본분이나 다름없다. 무엇보다 경찰은 진실을 밝혀 의혹을 제대로 풀어야 한다. 아울러 철저한 규명으로 땅 거래 당사자의 행위로 인해 괜한 세인의 오해까지 사게 될지도 모를 현직 공직자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2021-03-29 05:00:00

[사설] ‘서울’에서 입사 시험 치는 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옛 한국감정원)이 대구로 본사를 이전한 지 거의 10년이 다 되도록 직원 채용 시험을 대구가 아닌 서울에서 치러온 것은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지역균형발전의 본뜻을 무시한 것이어서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부동산원의 이 같은 행태는 현재 대구로 본사를 옮겨온 공공기관 다수가 일찌감치 필기시험 제도를 바꾼 것과 비교해 봐도 문제가 있다. 이는 지역 인재 우선 채용 등 지방의 비중을 점차 확대해 나가는 정책 전환 기조는 그저 말일 뿐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현재 대구 이전 공공기관 중 별도 채용을 진행하는 곳은 9곳으로 이 가운데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본사 이전과 함께 대구에서 공채 필기시험을 시행 중이다. 또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장학재단,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경우 여러 사항을 감안해 대구와 서울에서 시험을 병행한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옛 한국정보화진흥원)도 대구 시험장을 우선으로 하되, 상황에 따라 서울 시험장을 추가하는 방식이다. 응시생이 많은 수도권과 지역 수험생을 모두 배려하는 조치다.사정이 이런데도 한국부동산원은 '응시자가 더 많다'는 이유를 들어 수도권 필기시험장을 고집해왔다. 지역 언론 보도가 나오고 여론이 높아지자 뒤늦게 대구에서 필기시험을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한국부동산원 구성원들의 기본 인식과 관점을 노출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서울·경기 지역과 물리적인 거리가 먼 영호남 지역 등 비수도권 수험생들의 고충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이런 방식의 시험이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지 단박에 알 수 있다. 공항과 대중교통 등 각종 사회 인프라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시험 한번 보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야 하는 지역 청년들의 불편과 애로는 안중에도 없다는 말이다.과거와 달리 요즘 청년 세대는 '왜 수도권 거주자에게 모든 혜택이 돌아가고 지역민은 소수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다'며 이의를 제기한다. 지역에 뿌리를 내려 가는 공공기관까지 이런 식으로 제도 개선 없이 계속 눙친다면 지역사회에서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

2021-03-27 05:00:00

[사설] 또 10조 빚 추경, 미래 세대는 안중에 없나

선거운동이 시작되던 25일 국회가 20조7천억원에 이르는 '코로나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4차 재난지원금)이 포함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지원 규모를 당초 정부안 19조5천억 원에서 1조2천억 원을 늘렸다. 이 중 9조9천억 원이 적자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된다. 정부는 이날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가며 추경 배정안을 의결했다. 소상공인 재난지원금은 29일부터,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은 30일부터 풀릴 예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를 앞두고 돈 살포를 서둘렀고,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를 '현미경 검증'하지 않았다.올해 본예산으로 인한 정부 지출만 558조 원에 달하는데 이번 추경으로 정부 총지출이 572조9천억 원으로 늘게 됐다. 지난해 이미 965조9천억 원에 이른 나랏빚도 10조 원이 더 늘어 1천조 원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가뜩이나 올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가 본예산으로만 75조4천억 원 적자였다. 이번 추경으로 89조6천억 원에 이르는 적자가 예상된다.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47.3%에서 48.2%로 수직 상승한다.문재인 정부 들어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채무의 질 또한 악화하는 것이 문제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21 대한민국 재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국채 중 적자성 채무가 약 604조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적자성 채무란 세금으로 갚아야 할 채무다. 2016년 359조9천억 원이던 적자성 채무가 올해 603조8천억 원으로 68% 급증했다. 국민의 혈세로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그만큼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코로나가 잦아드는 시점에 '국민 위로금'을 거론했다. 정부가 우리나라의 국가 채무 비율이 OECD 국가에 비해 아직 양호하다며 국채 발행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추경을 되풀이할 가능성은 상존한다. 물론 국채 비율의 절대 수준은 OECD 국가에 비해 높지 않다. 그러나 부채 증가 속도가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은 묵과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비기축통화국의 채무 비율이 50%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도 간과한다. 미래 세대에 나랏빚을 떠넘기지만 경제활동인구는 저출산 여파로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지금 주저 없이 빚을 내지만 이 정권 이후 벌어질 일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 현 정부다.

2021-03-27 05:00:00

[사설] 북한 미사일 도발 감추려 한 군, 이것도 선거 때문인가

우리 군이 북한의 25일 탄도미사일 도발을 인정하기까지 무려 네 시간이 걸렸다. 미사일은 궤도 특성상 순항미사일인지 탄도미사일인지 발사 즉시 구분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늑장 인정은 군사적 견지에서는 이해 불가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것으로 다음 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 차단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유력하게 거론된다.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시각은 오전 7시 6분경과 25분경이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7시 9분에 이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 군은 그 후 16분이 지난 7시 25분에서야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공지했다. 그러나 '미상(未詳)의 발사체'라고 했을 뿐이다. 그 뒤에도 군은 탄도미사일임을 감추려 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탄도미사일 2발이라고 했고 미국 CNN도 미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같은 내용으로 보도했지만 국방부는 "발사체 제원을 분석하고 있다"고만 했다.군은 청와대 안전보장회의(NSC)에서 '미사일'이라고 한 뒤에야 '탄도미사일'임을 인정했다. 탄도미사일임을 감추려다 일본과 미국의 발표와 언론 보도로 어쩔 수 없이 시인한 것이 아니냐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 21일 북한의 순항미사일 발사를 인지하고도 가만히 있다가 외신이 보도하자 24일 뒤늦게 인정한 사실은 그런 의심에 '합리적'이란 수식어를 붙여 준다.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국민의 생명이 걸린 문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비밀에 부치려 했음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상황이었으면 우리 국민은 미사일이 날아오는 줄도 모른 채 당했을 것이다. 미국 폭스뉴스의 보도대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이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SLBM은 발사 장소와 시간의 탐지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국민은 안보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 권리가 있다. 군은 이달에만 두 번이나 이를 뭉개 버렸다. '국민의 군대'가 아닌 '문재인 정권의 군대'로 타락했다는 비판이 결코 과하지 않다.

2021-03-26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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