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환경부 블랙리스트’ 유죄 선고, 청와대 뭐라고 둘러댈 텐가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게 법원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가 직권남용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법원은 함께 기소된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 및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블랙리스트로 옭아매 박근혜 정권을 혹독하게 단죄(斷罪)했던 문 정권이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충격이다.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은 전 정권 때 임명됐던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아내고, 이 자리에 청와대가 점찍은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채용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신분 또는 임기가 보장되는 산하기관 임원들에 대해 사표를 제출하게 하는 것은 직권남용"이라고 판시했다. 김 전 장관이 전 정권에서도 이런 관행이 존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는 타파돼야 할 불법 관행이지, 피고인 행위를 정당화하는 사유로 고려할 수 없다"고 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통상적 업무의 일환으로 진행한 체크리스트"라며 "블랙리스트라는 먹칠을 삼가 달라"고 강변했다. 전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적폐라면서, 문 정권의 블랙리스트는 적폐 인사를 솎아내는 '체크리스트'로 둘러댄 것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정부에는 민간인 사찰 유전자가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법원이 환경부 블랙리스트를 유죄 선고함에 따라 청와대 변명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이번엔 청와대가 뭐라고 둘러댈 것인가.

환경부 블랙리스트는 빙산의 일각일 개연성이 농후하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보훈처, 법무부 등 다른 부처 산하기관들에서도 '사퇴 종용'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 전 장관은 인사권은 자신이 아니라 청와대가 행사하고 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전 정권이 임명한 사람들을 쫓아내려고 표적 감사를 하고, 그 자리에 친정권 인사들을 임명하도록 정권이 전방위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크다. 문 정권 블랙리스트 범죄에 대한 검찰의 총체적 수사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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