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CEO] <5> '뿌연 안경' 방지…김영선 씨엠에이글로벌 대표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작년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 세계적 '히트'
지난해 초극세사 친환경 염색기술 개발…친환경 섬유 분야 정조준
"대구 섬유 도시 이미지 퇴색돼 아쉬워…대구시가 적극 나서야"

김영선 씨엠에이글로벌 대표가 자사의 초극세사 안경닦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김영선 씨엠에이글로벌 대표가 자사의 초극세사 안경닦이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신중언 기자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온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지역 섬유업계 전반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발 빠르게 대처한 일부 기업은 예외다. 동구 이시아폴리스에 본사를 둔 씨엠에이글로벌도 그런 경우 중 하나다. 이 회사가 개발한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는 지난해 '대박'을 치며 세계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성공의 배경은 남다른 실력이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인 초극세사 안경닦이는 산업통상자원부 세계일류상품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이미 정평이 난 제품이다. 이를 바탕으로 씨엠에이글로벌은 대구시 스타기업, 중소벤처기업부 글로벌 강소기업 등에 연이어 선정되며 지역 섬유기업 가운데서도 뚜렷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초극세사 섬유를 무기로 세계시장을 겨냥하는 씨엠에이글로벌의 김영선 대표를 만났다.

-초극세사는 무엇인지, 또 어떤 분야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설명해 달라.

▶통상 머리카락 1/100 굵기의 섬유를 극세사라고 부른다. 초극세사는 이보다 훨씬 가늘고 정교한 섬유라고 보면 된다. 초극세사로 만든 원단은 타 원단보다 부드럽고 촘촘해 먼지, 물 흡수력이 탁월하다. 아주 작은 먼지도 깨끗하게 닦아낼 수 있고 닦는 과정에서 조그만 흠집도 생기지 않는다. 때문에 안경닦이로는 물론, 카메라 렌즈나 스마트폰·모니터 등의 제조공정에도 활용된다. 보석이나 시계 등 고가의 제품을 닦는 데도 쓰이고 있다.

-국내 섬유업계를 초토화시킨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이례적으로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리는 매출액의 85%가 수출에서 발생하는 수출중심기업이다.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위기였던 만큼 3~4월에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9월부터 김 서림 방지 안경닦이가 국내외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하며 21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전년 매출액과 같은 수치이지만, 사실상 성장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가 '대박'을 친 이유는?

▶초극세사 원단으로 렌즈를 닦기만 하면 '안티 포그(anti-fog)' 코팅이 되는 제품으로 당초 산업현장의 보안경에 김이 서리는 것을 막기 위해 3년 전에 개발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안경 렌즈에 김이 서리는 현상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각지 수요가 폭증했다. 운도 좋았지만, 마케팅을 정말 열심히 한 결과다. 당시 해외 바이어를 대상으로 관련 소개 동영상이나 제품 샘플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홍보 활동을 펼쳤었다.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는 '스테디셀러'인 만큼 겨울 시즌이 되면 지난해만큼의 실적을 거둘 것으로 본다. 이 시기에 맞춰 항균 기능을 추가한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마케팅의 중요성은 현재 지역 섬유업계에도 통용되는 이야기 같다.

▶맞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지역 섬유업계가 활로를 찾을 방법은 자신만의 고유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이를 널리 알릴 수 있는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김서림 방지 안경닦이의 사례에서도 드러나듯 '고객의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 제품은 뭘까?'라는 고민이 먼저다.

-현재 미래 먹거리로 생각하고 진출을 시도하는 분야가 있다면?

▶단연 친환경 섬유 분야다. 이제 좋은 품질의 제품만 만든다고 살아남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한다. 수출 기업은 높은 수준의 친환경·윤리적 기준을 충족해야 물건을 팔 수 있는 시대다. 씨엠에이글로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초극세사 안경닦이에 대한 유럽 친환경인증(Oeko-Tex)을 계속 받고 있다. 어린아이가 제품을 입에 물어도 무해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몇 년 전부터 폐 페트(PET)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 안경닦이도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 섬유 관련 기술도 개발했다고 들었다.

▶지난해 '초극세사 친환경 염색기술'을 개발했다. 기존에 초극세사를 염색하는 데는 '가성소다' 등 화학약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화 등의 과정에 어마어마한 양의 물이 쓰이고 오·폐수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었다. 그러나 이 기술은 가성소다 없이 오직 물로만 염색할 수 있어 상당히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다. 전력소비량과 공정 시간도 대폭 줄여 경제성도 뛰어나다. 3년 안에 현장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섬유기업 대표로서 대구시에 바라는 점이 있는가?

▶대구가 지닌 섬유 도시라는 이미지가 많이 퇴색돼 아쉽다. 과거 섬유산업의 중심지였던 만큼 대구는 많은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시가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는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본다. 섬유 도시의 명성을 회복한다면 지역 기업들도 더 많은 비즈니스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섬유업계에서 보기 드문 여성 기업인이다. 강점이 있다면?

▶섬유는 과학적이면서도 감성적인 분야다. 고객이 요구하는 색상, 질감, 디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려면 섬세한 감수성이 필요하다. 여성이 가진 공감 능력과 감성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특성은 직원들과의 수평적인 소통에도 도움을 준다. 나 역시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회사 분위기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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