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 그림읽기] 김민수 작 '현대 책거리 부귀영화(문양)'

Acrylic on Canvas 163×65cm (2017년)

김민수 작 '현대 책거리 부귀영화(문양)' Acrylic on Canvas 163×65cm (2017년)

 

작고 네모난 연못에 한 거울이 열리니(半畝方塘一鑑開)/ 하늘 빛 구름 그림자 함께 떠다니네(天光雲影共徘徊)/ 묻노니 어째서 그리 맑을 수 있냐고 했더니(問渠那得淸如許)/ 살아있는 물이 근원이 있어 끊임없이 흘러나온다네(爲有源頭活水來).

중국 남송 때 대학자 주희는 '관서유감'(觀書有感)이란 시에서 비록 작은 연못이라고 마르지 않는 까닭은 끊임없이 살아있는 물이 흘러 들어오기 때문이듯이, 사람도 늘 새 지식과 학문을 받아들일 때 심성 또한 맑아질 수 있다고 노래했다.

옛 선비들은 학문을 오늘날처럼 지식의 습득이나 전수 목적 혹은 출세의 도구로 삼기보다는 마음과 정신의 수양방법으로 우선시했다. 이른바 글씨의 조형성에서 오는 기운을 닦는 '문자향'(文字香)과 학문과 독서로 얻어지는 지성과 인격을 수양하는 '서권기'(書卷氣)를 통해 학문의 두 수레바퀴를 굴려왔다. 오죽했으면 조선 정조 때 선비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看書痴)로 호를 삼을 정도였을까?

김민수 작 '현대 책거리 부귀영화(문양)'는 이러한 '문자향 서권기'로 대변되는 선비의 삶에서 불가분의 동반자이자 민화의 오브제 중 하나였던 책거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화폭에 옮겨놓았다.

김민수는 민화에 등장하는 화조도, 조충도, 책거리를 비롯해 신과 영웅들이 등장하는 부적 같은 그림을 그리는 작가다. 왜 그러냐면, 그는 사람들의 부귀영화, 욕망, 평안에 대한 염원을 화면 속에 표현함으로써 그들이 바라는 꿈과 희망, 안녕을 대신 빌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란다.

이 작품은 밝게 빛나는 붉은 색 바탕에 청색의 칸막이가 대비를 이루고, 칸칸마다 책과 화려한 문양을 수놓듯이 그려넣었다. 심지어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도 있고 배트맨도 등장한다. 게다가 모란꽃 문양은 책거리의 화려함을 더욱 빛내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확 들어오는 감상의 포인트는 붉은 색의 바탕이 풍기는 색감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김민수는 이 작품을 그리기 위해 붉은 색 물감을 13~15번 정도 하얀색 캔버스에 칠하고 말리고를 반복하면서 마치 수행하는 구도자의 마음으로 그 위에 꽃과 책, 기타 오브제를 구성에 맞게 그려냈다. 민화의 본래 취지가 길상(吉祥)을 불러오고 액(厄)을 쫓는 부적의 기능을 하듯이, 작가는 부와 학문, 건강, 장수 등을 상징하는 도상을 세필로 공을 들여 그림 속으로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김민수는 자신의 작업을 개인적인 창작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자신의 작품을 접하게 되는 사람들까지 생각하고, 그들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고 기원한다고 했다.

그래서 일까? 문득 그의 '현대 책거리 부귀영화(문양)'를 방 벽면에 걸어두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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