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소감] 단편소설

2021 매일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허성환 2021 매일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허성환

살아남은 소설가들의 당선 소감을 살펴봤다. 그들은 무조건 '쓰고 있다.'였다. 나도 쓰고 있었다. 신춘 시즌에 치열하게 썼지만, 깨졌다면 다음에 꺼내는 소설은 무조건 더 진화된 형태여야 한다. 다음 행선지는 문예지기 때문에 가독성이 좋고 가벼워 보이면서도 강렬한 주제 의식을 내포한 '당선 킬러'를 준비 중이었다. 누구와 맞장 떠도 지지 않을 자신으로 만들고 전장으로 보내야 한다. 그렇게 내보내도 은둔 고수가 말도 안 되는 솜씨를 뽐내며 내 소설을 단박에 제압해버릴 것이다. 소설 바닥은 아주 무서운 동네다.

소설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못해서, 밀도 낮게 지난날을 보내서 가슴이 아프다. 문예창작학과 관련해서는 한 학기만 수업을 들었다. 그럼 나는 학교에서 무얼 배웠나. 실력파 교수들의 비밀 노하우는 문우를 찾으라는 거였다.

서른다섯 살에 문우가 처음으로 생겼다. 서로 글을 봐주는 일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은 이 짧은 지면에 다 나열할 수가 없다. 투고하기 전에 내 글을 읽어준 모두에게 고맙다. 신춘문예를 오래 붙들고 있으니 당선 이후에는 옷깃을 스쳤던 모든 사람까지 다 고맙게 느껴진다.

뜨내기 때나 조마조마했지, 이 바닥에 발을 디디고 쓴지 10년 차를 넘기니 별생각이 없다. 덜컥 된 게 아니고 여러 편의 소설을 보유 중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심사위원들에게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 미래는 심사위원들이 간혹 밥을 먹다가 '아, 맞아. 그때 그 친구 뽑길 잘했어. 계속 글 쓰고 발표하잖아.'가 되어야 한다. 나는 나를 믿어준 심사위원들을 위해서 죽을 때까지 소설을 쓰고 발표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의 이름을 내 가슴속에 새긴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려 그분들에게 맹세한다. 쉬지 않고 쓰겠습니다. 사실, 다음 작품도 미리 다 세팅해놨어요. 감사합니다.

◆허성환

1986년 경남 진주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예창작 전문가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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