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생각·감정 나눠요"…독서모임 '문학과 서평' '브링크'

 

문학 책 위주로 독서모임을 갖고 있는 '문학과 서평' 회원들이 토론이 끝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재수 기자 문학 책 위주로 독서모임을 갖고 있는 '문학과 서평' 회원들이 토론이 끝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재수 기자

 

철학자 데카르트는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지난 몇 세기에 걸쳐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을 책 읽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같은 책을 읽고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독서 모임이 늘고 있다. 동기가 다르고 운영 방식도 다르고 역사도 다른 독서 모임이지만 공통분모가 있다. 독서를 위해 모였고,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독서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의 만남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함께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공감하는 소중한 시간을 경험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그들을 만나봤다.

◆문학 서적 읽고 토론하는 '문학과 서평'

지난 17일 저녁, 대구 중구 북성로의 한 카페. 나무 계단을 타고 2층에 오르자 작지만 토론하기 좋은 길쭉한 테이블이 놓여 있다. 오후 7시 30분이 되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1층에서 커피와 음료, 간단한 음식을 주문하고 올라왔다. 어둑어둑한 시간, 따스한 조명, 향긋한 커피향.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기에 딱 좋을 분위기다. 이날 일을 마치고 퇴근 후에 이곳을 찾은 이들은 직장인, 작가, 학생 등 '문학과 서평' 회원들이다. 앞쪽 벽면엔 '문학과 서명'이란 독서모임 이름이 붙어 있고, 그 밑에 적어놓은 말이 심상치 않다. "Aimless reading is walk"(목적이 없는 독서는 산책일 뿐이다)모임을 리더하고 있는 민영혜(39) 씨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도 생각하면서 읽자. 읽기 쉬운 책만 골라 읽지 말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한 책은 괴테의 작품으로 청년 시절의 연애 체험에서 씌어진 멜로드라마 '스텔라'와 독일 고전주의 드라마의 백미로 꼽히는 '이피게니에' 등 2권.

리더 민영혜 씨가 먼저 질문을 던졌다. "읽어보니 어땠어요? 주제가 너무 무겁지 않았나요?" 그러자 한 참가자가 "사랑을 다룬 스텔라는 읽기 편했는데, 신화이야기가 나오는 이피게니에는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민 씨는 작품 탄생 배경과 시대적 상황을 설명하고는 '사랑과 전쟁'이란 주제로 토론을 이끌어갔다. 회원들은 책에 대한 소감과 인상 깊은 구절, 사랑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날 모임은 두 시간 정도 토론한 뒤 끝났다.

문학과 서평 모임에서 읽는 책들은 꽤 묵직하다. 최근에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파우스트 등 3개월에 걸쳐 괴테 작품만을 곱씹으면서 읽고 토론했다.

문학과 서평 독서모임은 함께 책을 읽고 쓰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으로 지난해 4월 10명에서 시작해 현재 13명 회원으로 늘어났다. 회사원, 의사, 미술작가, 학생 등 다양하다. 2주에 한번, 수요일 저녁 모임을 갖는다.

김아영(48·화가) 씨는 "모임에 참가하면서 고전을 제대로 읽었다. 2주에 한 권씩 읽다보니 어느새 10권이 넘는 책이 쌓였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제 이 모임에 푹 빠졌다. 독서모임은 이제 제 삶에 빼놓을 수 없는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김도형(38·한의사) 씨는 "처음 모임에 참여했을 때는 문학을 이론적으로 접근하려는 경향이 컸는데 요즘은 감성이 먼저 반응한다"고 말했고, 이소희(29·의사) 씨는 "밤을 새며 당직을 하고 바쁜 일상 속에서 이 모임은 오아시스 같다. 회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같은 활자를 읽어도 다른 경험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아버지 빽(?)으로 이 모임에 들어오게 됐다는 정유진(16) 군은 "이 모임에 들어온 이후 한 주에 2권을 읽고 그 중 한 권은 꼭 감상문을 쓰는 습관이 생겼다"면서 "혼자 읽으면 이해하기 어렵지만 함께 읽으면 명료하게 이해가 된다.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심리 상담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위로를 얻고 있는 브링크 심리 독서 모임. 브링크 제공 심리 상담사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위로를 얻고 있는 브링크 심리 독서 모임. 브링크 제공

 

◆유료 독서모임 '브링크''

유료 독서모임 '브링크'는 월 멤버십 형태로 운영되는 독서모임이다. 회원들이 책을 정해 읽고 한 달에 한 번 토론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다. 모임을 '클럽'이라고 부르는데 저마다 멤버들이 읽는 책의 주제가 다르다. 문학은 물론 IT, 철학, 미술, 심리 등 다양하다.

브링크(brink)는 book, read, write, think, talk을 의미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여 이야기하다"라는 의미이다.

2018년 11월 3개 클럽, 멤버 20명으로 시작해 현재 14개 클럽 멤버 수 100여 명으로 성장했다. 브링크의 운영자 김동영(28) 대표는 "헬스장은 회원들이 효과적으로 운동할 수 있도록 전문 기구와 트레이너, 장소를 제공한다. 브링크 역시 더 효과적인 독서를 위한 환경을 만들어준다. 돈을 냈으니, 신체가 아니라 '지적'인 운동이라는 점에서는 다르다."

김 대표는 "기존의 독서모임의 경우 독서를 주제로 시작했다가 친목만 남게 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며 "브링크는 금전적인 투자가 아깝지 않은 퀄리티가 높은 모임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브링크에 참여하는 회원들은 일반적인 독서모임과 같이 미리 정해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한 후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모임에 참여하는 비용은 월 3만, 4만원이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오는 것이 모임 참여자의 유일한 의무다.

모임에 참여한 지 8개월 됐다는 이재연(28·영어번역사) 씨는 "독후감을 써낸 뒤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지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과 함께 책을 소재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시각도 넓어지는 것 같다"면서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정아(29·학원운영) 씨는 '시와 에세이' 모임에서 리더로 활동하고 있다. "돈을 내고 참여하는 만큼 회원들의 참여 의지가 강하고 대화의 질도 높다"면서 "과거에는 문학책만 주로 읽는 등 편독이 심했다. 모임에 나가면서 비문학 책도 많이 읽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토론하면서 생각과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브링크는 누구나 자유롭게 신청·참석 가능하며 독서클럽 멤버십은 '브링크 대구 독서모임'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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