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국가장(國家葬)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례를 치르기로 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비록 그가 헌정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지만 대통령 재임 중 국가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 가운데 국가장이 치러진 것은 2015년 김영삼 전 대통령 장례식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가진 국민들이 많은 것은 엄연한 현실이며 충분히 납득할 만한 정서다. 12·12 군사 쿠데타의 주역으로서 대한민국 헌법을 유린했으며 재임 중 4천억 원대 부정 축재에 연루돼 유죄 판결을 받은 그다. 당장 진보 진영에서 국가장 반대 목소리가 크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제기됐다. 5공화국을 탄생시킨 신군부 2인자로서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씌워진 죄과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공이 많은 것도 부인할 수 없다. 6·29선언을 통해 국민 요구를 수용했고 김영삼 문민정부 등 민주 정부를 여는 다리 역할을 했다. 북방 외교, 남북 화해 기반 마련, 인권 제도 개선, KTX 건설, 전 국민 의료보험제 실시, 88올림픽 성공 개최 등 재임 중 굵직한 업적들을 다수 남겼다.
자신에 대한 법적·역사적 단죄가 내려진 이후에는 일체의 정치적 행보를 하지 않은 채 은둔 생활을 했다. 2천628억 원 추징금을 완납했고 아들이 5·18 묘역에 수차례 참배했으며, 유언을 통해 자신의 과오에 대한 용서를 국민께 빌었다. 퇴임 후 그의 행보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사뭇 달랐다.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서라도 국민들 손에 의해 직접 선출됐다는 점에서 그는 체육관 선거로 뽑힌 전 전 대통령과 경우가 다르다. 그의 국가장 예우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가 우리 헌정사에는 불행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국가장 예우가 현행법에도 어긋나지 않는데 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너무 지나치게 분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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