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굉장히 비상식적’이라는 말 진정이라면 靑이 특검 주도해야

유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의 처리 방향으로 '특검'을 언급했다. 유 실장은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의혹에 대해 "청와대도 굉장히 비상식적으로 보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저희도 (특검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의 말은 대통령의 뜻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이는 지난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입장 표명이다.

여기에는 '검경의 신속·철저한 수사' 언급만으로는 검찰의 부실·늑장 수사가 촉발한 국민적 분노를 가라앉히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는 민간업자가 엄청난 수익을 얻도록 대장동 개발사업을 설계할 당시 성남시장으로서 특혜 비리의 최종 책임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를 수사하지 않겠다는 의심을 피하지 못한다. 이 후보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배임' 혐의를 뺀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유 씨의 배임 혐의를 없애면 자동적으로 이 후보에게도 배임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니 검찰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아도 국민은 믿지 않을 것이다. 수사팀 내부에서도 '이런 식으로 수사하면 특검을 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가 나오는 마당이다.

문제는 유 실장이 특검을 언급하면서도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결단을 내리겠다"며 국회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국회에서 '대장동 특검법'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론의 눈치를 보는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정말로 특검을 바란다면 법무부 장관이 특별검사를 임명하면 된다. 특별검사법 제2조는 특검은 국회 의결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도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당장 특검 임명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 '국회에서 논의해 달라'며 떠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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