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부정교합에 안면 비대칭…놀림 받을까 세상과 단절한 딸

어릴적 아빠의 학대로 치아 부정교합 생기면서 말수 줄어
돌봐줬던 외할머니마저 아파…"또래처럼 지내고 싶어요"

양규민(오른쪽·가명·22) 씨와 엄마 정나영(왼쪽·가명·54) 씨. 집에 방이 넉넉하지 않아 엄마 정씨는 거실에 텐트를 쳐놓고 잠을 잔다. 배주현 기자
양규민(오른쪽·가명·22) 씨와 엄마 정나영(왼쪽·가명·54) 씨. 집에 방이 넉넉하지 않아 엄마 정씨는 거실에 텐트를 쳐놓고 잠을 잔다. 배주현 기자

양규민(가명·22) 씨는 말이 없는 아이였다. 학창 시절 내내 있는 듯 없는 듯 교실의 한구석에서 조용히 살았다. 중학생 때 치아 부정교합이 생겼다. 위턱과 아래턱은 서로 맞물리지 않았고 양턱이 심하게 비틀리면서 얼굴 모양도 틀어져 버렸다. 말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발음도 샜고 목소리도 기어들어갔다.

입을 닫은 건 살기 위한 방법이었다. 얼굴이 이상하게 변해버린 데다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발음까지 들켜버리면 놀림이 될 것만 같았다. 최대한 어눌한 발음을 들키지 않을 '네', '아니요' 같은 짧은 대답만 해댔다. 그렇게 말 없는 성인이 됐다.

◆부정교합 심한 딸, 어릴 적 학대도

몇 년간 뱉지 못한 말은 규민 씨의 마음속에서 소화되지 못했다. '외로워', '힘들어', '도와줘'…. 숱한 아픔의 말들이 그를 찔러댔다. 하지만 살면서 제대로 꺼내 본 적이 없는 그의 마음은 쉽게 털어놓기가 힘들었다.

비단 치아 때문만은 아니었다. 양씨의 마음속엔 가족에 대한 상처도 가득했다. 양씨의 아빠는 어린 양씨를 학대했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안 된 아이가 시끄럽다며 폭력을 행사했고 음식을 닦은 휴지를 아이의 입에 찔러 넣었다. 아직도 양씨의 머릿속엔 집에 들락날락하던 경찰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아이가 폭력에 노출될 동안 엄마 정나영(가명·54) 씨 역시 방패막이 돼 주지 못했다. 아빠의 폭력은 엄마에게도 향했다.

그렇게 가정이 깨지고 양씨와 여동생 엄마는 외할머니네로 들어왔다. 하지만 불행이 자꾸 겹쳤다. 가정폭력의 후유증 때문일까. 엄마는 불면증에다 식도의 정맥이 막히는 식도 정맥류, 간이 굳어버리는 간 섬유화까지 시달렸다. 몸은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망가져 정 씨는 누워서만 생활해야 했다. 딸들을 위해 돈을 벌 수 없었고 우울증까지 정씨를 덮쳤다.

◆돌봐주던 외할머니마저 아파

그런 양씨네를 돌보는 건 노령의 외할머니였다. 외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늦은 나이까지 섬유 공장에 다니며 자신의 딸과 손녀를 키우기 위해 밤낮없이 일했다. 하지만 최근 빈혈 증세가 심해지면서 일을 더 이상 나가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행여나 큰 병은 아닐까 병원에선 골수 검사를 권유했지만 기초생활수급비밖에 없는 이들에겐 검사마저 부담이다.

가세가 갈수록 기울어지자 양씨의 여동생 양정민(가명·21) 씨의 마음이 초조해진다. 정민 씨 역시 턱관절 이상이 있는 상태지만 어떻게 해서든 가족을 책임지려고 발버둥치는 중이다. 경북 구미의 한 전문대에 진학한 정민 씨는 빨리 졸업해 취업을 하고 싶다. 그는 기숙사비 50만원을 낼 돈이 없어 매일 대구에서 구미까지 통학하고 있다.

양씨 자신도 어서 돈을 벌어 집에 보탬이 되고 싶지만 여전히 집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기가 어렵다. 엄마와 여동생에게마저 마음을 털어놓기가 힘들어 홀로 눈물만 펑펑 쏟아낸다. 딸이 안타까운 건 정씨도 마찬가지지만 딸을 어떻게 세상 밖으로 이끌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정씨 역시 치료되지 못한 상처가 내면에 가득하다.

그런 양씨에겐 최근 꿈이 생겼다. 학창 시절 책이 유일한 친구였던 양씨는 번역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형편상 전문대에 진학했지만 도저히 공부가 맞지 않아 편입을 생각 중이다. 편입 준비와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알고 싶지만 이미 세상과 너무 떨어져 버린 건 아닌지 두렵기만 하다.

다행히 올 7월 2천만원을 대출해 양씨의 턱 수술을 마쳤다. 하지만 워낙 부정교합과 안면 비대칭 상태가 심했던 터라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돈이 없어 한 번의 수술에 만족해야 한다. 또 아픈 엄마와 할머니 치료까지 겹치는 탓에 그가 품었던 '편입'이라는 작은 꿈도 다시 희미해져 간다.

또래 아이들처럼 술도 마셔보고 동아리 활동도 해보고 친구와 여행도 떠나보고 싶다던 양 씨. 하고 싶은 것이 많지만 당장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지조차 모르는 막 성인이 된 그의 눈에선 또 하염없이 눈물만 흘러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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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전달 내역]

◆아들은 정신질환으로 아프고 노모는 노환으로 집 안에서만 생활하는 최남순 씨 가족에 3,128만원 전달

매일신문 이웃사랑 제작팀은 아들은 조현병, 대인기피증으로 세상과 단절됐고 노모는 노환으로 생계 꾸리기 어려워 집 안에서만 지내는 세 모자 최남순(매일신문 9월 14일 자 10면) 씨 가족에게 3천128만9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문심학 20만원 ▷전시형 10만원 ▷강병모 5만원 ▷라선희 3만3천원 ▷양명숙 2만원 ▷김순희 1만원 ▷김종식 1만원 ▷박경희 1만원 ▷박미화 1만원 ▷이서영 1만원 ▷이정미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순덕 5천원 ▷이진기 5천원 ▷조철제 5천원 ▷'무명' 3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천식 걸린 채 걷지 못하는 아들과 아픈 딸 홀로 돌보는 방진화 씨에 2,177만원 성금

병으로 걷지 못하는 아들과 쓸개에 혹이 생겨 아픈 딸을 홀로 돌보지만 본인도 천식이 있어 생활이 힘든 방진화(매일신문 9월 28일 자 10면) 씨 사연에 45개 단체 210명의 독자가 2천177만1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다우약품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태린(이일우)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라하우젠트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뉴세븐모터스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이보영) 10만원 ▷봉산교회(김명묵)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현대전산인쇄㈜(이기복) 10만원 ▷혜성한의원(이귀생)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김영준치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평리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2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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