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수 기자의 클래식 산책 <30>국가 대신 연주되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

러시아 선수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러시아 국기(國旗)가 아닌 횃불이 그려진 러시아올림픽위원회 깃발이 올라가면서 국가(國歌) 대신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협주곡 1번'이 연주된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러시아의 도핑 샘플 조작 혐의를 인정해 국제스포츠대회 참가 때 국호(國號)와 국기, 국가 사용을 금지하는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국가 대신 연주될 정도로 훌륭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점을 찍는 그의 대표작으로 현재까지 널리 연주되는 피아노 협주곡 중 하나다. 교향곡을 방불케 하는 웅장한 서주를 시작으로 악장 간의 화려한 전개가 돋보이며 목가풍의 온화하면서도 소박한 선율, 그리고 슬라브 무곡풍의 리듬이 멋스러운 피아노 곡이다.

​그러나 작곡 당시에는 좋은 평을 받지 못했다. 1874년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작곡한 차이코프스키는 항상 경의를 표하고 있었던 당시 모스크바음악원 원장이었던 니콜라이 루빈슈타인에게 헌정하며 직접 초연 피아노 연주를 부탁했다.

하지만 악보를 검토한 루빈스타인은 "피아노 파트는 연주할 수 없을 정도로 서투른 작품"이라고 혹평했다. 이에 격분한 차이코프스키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한스 폰 뷜로에게 악보를 넘겼는데, 그로부터는 독창적이고 경탄할 만한 곡이라는 루빈스타인과 정반대의 평을 받았다. 이듬해 미국으로로 건너간 뷜로는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협연해 대성공을 거뒀다.

루빈슈타인이 차이코프스키에게 그렇게 냉혹한 평을 한 이유가 그와 같은 훌륭한 작품을 내놓으면서 선배이자 피아노의 대가인 자신에게 한 마디의 조언도 구하지 않은 것이 서운해서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후 루빈슈타인은 차이코프스키에게 사과하며 1875년 모스크바 초연에서 이 곡을 직접 지휘했으며, 그 뒤 솔로 파트를 즐겨 연주했다고 한다.

러시아의 호방함과 저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전형적인 협주곡으로, 세 개의 악장으로 구성돼 있다. 1악장은 웅장한 서주와 건반을 튕기듯 강렬한 피아노 화음이 좌중을 압도한다. 2악장은 전원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을 연상시키는 악장이다. 3악장은 슬라브 무곡풍의 화려한 론도형식(주제와 에피소드가 반복하며 교차되는 형식)과 서정적 감성이 조화를 이루면서 장대하면서 스펙터클한 악장이다.

그래도 올림픽에서 만큼은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보다 '애국가'를 자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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