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킹덤: 아신전’, 한 수의 포석이 만든 세계관의 확장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 김은희 작가의 노림수는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킹덤'의 스페셜 에피소드인 '킹덤: 아신전'이 공개됐다. 반응은 호불호로 양분된다. 어딘지 심심한 전개라는 반응과, 아신(전지현)이라는 인물의 탄생이 주는 기대감이 크다는 반응이 그것이다. 이런 상반된 반응은 왜 나오게 된 걸까.

◆'킹덤: 아신전', 애초 기대와 양분된 반응들

김은희 작가의 '킹덤: 아신전'은 아마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중 전 세계 구독자들이 가장 기대했던 작품 중 하나였을 게다. 실제로 지난 23일 공개된 '킹덤: 아신전'은 데이터업체 플릭스패트롤 기준, 전 세계 시청률 2위까지 올랐다. 이렇게 기대감이 높았던 건, 당연히 '킹덤'의 시즌1, 2가 만들어낸 글로벌 신드롬 때문이다. 시즌1이 '조선시대 좀비'라는 독특한 세계관으로 글로벌한 이목을 끌었다면, 시즌2는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감염병 유행과 맞물리며 화제를 낳았다.

단순히 '조선시대 좀비'라고 표현했지만, '킹덤'은 좀비 장르를 조선으로 끌어오면서 색다른 세계관을 구축했다. 그것은 '생사역(죽지 않는 존재)'으로 좀비를 재해석했고, 이들의 탄생이 '생사초'라는 약초에서 기인했다는 설정이었다. 물론 조선시대라는 시공간은 기존 서구의 좀비 장르들과 배경만이 아니라 스토리에도 색다른 세계관을 구성하게 했다.

이를테면 차가 없는 조선시대에 생사역에 쫓기는 이들은 말을 타거나 마차를 끌고 때론 뛰어서 도망쳐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건물이 없으니 대신 피할 곳은 성이고 그래서 굳게 성문을 닫아걸고 몰려드는 생사역과 사투를 벌이는 광경은 한편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서구의 시청자들은 반색했다. 조선시대 특유의 복색이나 유려한 궁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생사역과의 사투는 좀비 장르에 익숙한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묘미를 안겨줬다. 그러니 '킹덤'의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됐던 것.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하지만 '킹덤'은 시즌3로 돌아오기 전, '킹덤: 아신전'이라는 '스페셜 에피소드'를 먼저 소개했다. 기존 6부작씩 채워져 있던 시즌1, 2와 달리 92분짜리 단편이다. 그래서 어찌 보면 영화가 아닌가 싶지만 실상은 '짧은 에피소드'를 담은 소품에 가깝다. 북방에서 여진족의 분파였던 성저야인으로 태어난 아신이 조선을 위해 충성을 다했던 아버지 타합(김뢰하)과 부족들이 사실은 조선에 철저히 이용당했다는 걸 알고는 복수의 화신으로 탄생하는 이야기를 별다른 반전 요소 없이 투박하게 담아냈다.

시즌2 엔딩에 생사역들을 조종하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로서 아신이 등장하며 키워놓은 기대감에 비하면, '킹덤: 아신전'의 이야기는 다소 단순하다. 한 편의 독립된 영화처럼 작품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어딘지 아쉬움이 많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시즌1, 2를 안 봤거나 혹은 본 지 오래 돼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시청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이 '킹덤: 아신전'을 하나의 외전으로서 시즌1, 2와 연결지어 앞으로 올 시즌3 사이의 중요한 '징검다리'로 보는 시청자라면 말이 달라진다. 이 작아 보이는 '피스' 하나가 끼워넣어짐으로써 '킹덤' 시리즈 전체 퍼즐이 보다 확장되었다는 게 실감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킹덤: 아신전'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제공

◆아신의 등장이 만들어낸 세계관의 확장

'킹덤: 아신전'은 아신 탄생기의 전제로 '생사초'의 존재를 먼저 그려낸다. 이 생사초를 먹은 동물들의 눈빛이 변하고 공격성을 드러내는 걸 보여준다. 생사역이 된 호랑이와 일전을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사초라는 조선판 아포칼립스의 전초전을 담는다.

시즌1, 2에서 생사초는 서비(배두나)가 생사역의 원인으로 찾아낸 풀로 여름에도 한기가 도는 '얼음골'에서 자란다는 정도로만 설명되었다. 그 누가 생사초를 조선으로 들였고 그것이 얼음골에서 자라나게 됐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킹덤: 아신전'에서야 밝혀진다. '킹덤: 아신전'이 북방 여진족과 조선 사이의 경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건, 추운 곳에서 자라나는 생사초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시즌1, 2에 창궐했던 생사역들이 햇볕 때문에 낮에 어둠 속으로 숨는 것이 아니라, 온기 때문에 서늘한 곳을 찾는 것이란 사실도 이 '북방'에서 자라난 생사초와 생사역이라는 설정과 연관된다. 북방의 혹독한 환경과 서늘함이 느껴지는 아신이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잘 어울린다.

하지만 북방을 굳이 아신의 탄생지로 설정한 건, 그가 조선인도 여진족도 아닌 그 변방의 경계인인 성저야인이라는 위치의 상징성 때문이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난민 같은 아신으로 대변되는 '약자들'은, 현재에도 애매한 경계에 서 있어 핍박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대변자처럼 등장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결국 강자들에 의해 핍박받다 살해된 이들은 아신의 생사초를 통해 생사역으로 부활한다. "조선 땅과 여진 땅에 살아있는 모든 걸 죽여버리고 당신들 곁으로 갈 거야"라고 말하는 아신은 그래서 살해된 약자들, 민초들의 왕이 된다. 이미 죽은 존재들을 다시 일으켜 산 자들을 무너뜨리는 혁명의 주인공이 바로 아신이다.

아신이라는 인물을 '킹덤: 아신전'을 통해 세워놓자, '킹덤'의 세계관은 보다 넓어졌고 이야기도 더 흥미진진하게 됐다. 시즌1, 2를 통해 왕세자 이창(주지훈)이 생사역으로부터 민초를 구해내고 핏줄과 혈통에 굶주린 권력자들과 대적하는 히어로로 섰다면, 이제 '킹덤: 아신전'은 여기에 막강한 안티 히어로로서의 아신을 세운다.

이창이 지배세력의 통치 개념을 가진 보수적인 히어로라면, 아신은 핍박받는 민초들을 대변하고 세상을 뒤집는 혁명적인 안티 히어로다. 이창만이 원탑으로 세워진 영웅담이 권선징악의 단순한 구도였다면 아신의 등장은 서로 다른 소신과 생각의 충돌로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킹덤: 아신전'의 포석 하나에 담긴 김은희 작가의 노림수

김은희 작가는 제작발표회에서 "'아신전'은 한에 대한 이야기이고 '킹덤2'의 세계관은 피였다"고 밝힌 바 있다. 붉은 피를 탐하는 생사역, 핏줄과 혈통을 탐하는 인간의 상반된 세계를 그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킹덤' 시즌1, 2는 두 부류의 생사역을 통해 서로 다른 '굶주림'의 형태를 대비한 바 있다.

즉 생사역이 된 민초들이 말 그대로 먹지 못한 '굶주림'을 통해 연민을 이끌어내는 존재들이었다면, 생사역이 된 권력자들(왕, 신하)은 핏줄과 혈통으로 이어지는 권력에 굶주린 존재들이었다. 이들의 대비만으로도 '킹덤'은 좀비 장르에 흥미진진한 정치적 이야기까지 담아내는 성취를 만들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킹덤: 아신전'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그렇다면 '킹덤: 아신전'이 담은 한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질까. 사실 작은 소품처럼 보이는 이 작품 하나만으로 보면 무슨 성취가 있을까 싶지만, 그 포석이 만들어내는 향후 노림수는 결코 작지 않다. 아신이라는 한의 정서를 품은 안티 히어로의 포석은 향후 '킹덤'이 그려나갈 세계가 보수와 혁명, 강대국과 약소국, 권력자와 민초 같은 양방향의 서로 다른 가치관의 충돌을 가능하게 한다. 게다가 남남(南男)과 북녀(北女)의 대결구도는 한반도라는 상황과 더불어 성 대결에 이르는 재미 요소까지 담아낸다.

'킹덤: 아신전'에 대한 엇갈린 반응들은 그래서 향후 이어질 시즌3을 통해 어느 쪽이 옳은 평가였는가가 밝혀질 전망이다. 만일 시즌3이 이창과 아신의 쫄깃해진 대결 구도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면, '킹덤: 아신전'이라는 외전의 포석이 가진 의미와 가치가 그제서야 빛을 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어쨌든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여놓은 이 외전의 포석은 영민했다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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