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진보의 위선, ‘이대남’의 분노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집권 여당의 참패로 끝난 4·7 보궐선거에서 주목해야 할 현상이 있었다. 현 정권에 대한 20대 남성들의 압도적인 비토(veto)다. 20대 남성 유권자들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에게 72.5% 몰표를 던졌다. 무엇이 이토록 '이대남'(20대 남성을 지칭하는 속어)을 분노케 만들었을까.

많은 분석들 중에는 젠더(Gender) 갈등이 주원인이라는 관점도 있다. 하지만 보다 더 근원적인 데에서 정답을 찾아야 한다. 현 집권 세력의 페미니즘 경도 논란에 대한 반발이었다면 이번 보선에서 집권 세력은 20대 여성들의 지지라는 반사이익을 얻어야 했건만 그런 현상도 없었다.

이들을 분노케 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공정성'의 훼손이다. 젊은이들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공정과 거리가 멀다. 정권을 잡은 진보좌파는 말로만 공정을 외칠 뿐 행동은 내로남불과 위선이다. 젊은이들은 진보좌파가 신분 상승 사다리를 걷어차는 데 있어 보수 정권보다 몇 술 더 뜨는 모습을 봤다. 이대남에게 현 집권 세력은 무능한 꼰대 집단이다. 그런데 영구 집권까지 하겠다는 야욕마저 숨기지 않았으니 미래에 대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젊은이 시각으로 세상을 한 번 보자. 취업, 결혼, 집 장만 등 제대로 이룰 수 있는 게 없다.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인 최저임금 상승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결과적으로 청년 일자리를 빼앗았다. 청와대 고용 상황판을 차지한 것은 세금 들이부어 억지로 만든 노년층 공공 일자리 실적이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얼치기 노동정책이 만들어 낸 최악의 취업시장 미스매칭이다.

게다가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대재앙 코로나19마저 터졌다. 팬데믹의 최대 피해자도 20대들이다. 그들은 유례없는 취업난과 사회적 거리두기 고립감 및 절망 속에서 꽃다운 청년기를 보내고 있다. 한 언론사가 20대 607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생활비 부족으로 끼니를 챙기지 못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37.1%로 나왔다.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무료 도시락 급식 사업에 신청자가 쇄도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21세기 대한민국에 밥 굶는 청년들이라니!

다른 한편에서 청년들은 투기 시장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의 집값 안정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가 바보가 된 경험을 한 20대들이다. 내 집 마련은 물 건너갔으니 그보다 진입 장벽 낮은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확천금을 노린다. 암호화폐 시장 하루 거래액이 우리 국민들의 국내외 주식 하루 총거래액을 넘어섰다는데 이런 위험천만한 투전판에 청년들이 영끌·빚투까지 해 가며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나라가 과연 온전한 나라일까.

우리 사회의 20대가 부동산 및 증시 버블이 붕괴된 1990년대 이후 10년간 이어진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의 길을 답습할 것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취업을 통해 얻는 기술과 지식, 경험을 축적할 기회가 없었던 일본의 '잃어버린 세대'는 평생을 질 낮은 일자리와 잦은 실업에 시달렸다.

20대가 '잃어버린 세대'가 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 잘못이 크지만 그중에서도 집권 세력의 귀책이 가장 크다. 이번 보궐선거의 충격적 결과를 보면서 집권 여당이 제대로 성찰하고 반성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보궐선거 이후 행보를 보면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 재난지원금 고작 몇십만 원과 미래를 맞바꿨다고 생각하는 이대남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나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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