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바이든 정부와 북한인권

정상환 변호사(전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정상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대응 방식은 '전략적 인내'였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톱다운' 방식의 지도자 간 직접 접촉 방식을 취하였다. '전략적 인내'는 소극적 방관에 가까웠고, '톱다운' 방식은 전 세계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았지만 용두사미로 끝났다. 오바마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계속 제기하였지만 뚜렷한 진전이 없었고, 트럼프 정부는 외면하였다.

조 바이든 정부는 북한의 핵 문제나 인권 문제에 있어 오바마나 트럼프와는 다른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바이든이 트럼프와는 다른 방식을 취하겠지만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를 답습하기도 어렵다. ICBM 등 북한의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뒷짐을 지고 있을 수는 없으며, 서구 및 일본·호주·인도 등과 연계해 대중 봉쇄 정책을 시도하는 미국은 그 정당성의 근거로 민주적 가치와 인권 문제를 내세울 것이다. 홍콩에 대한 자유 억압과 위구르 주민에 대한 강제적 중국화 등 중국의 인권유린 정책에 대해 고강도의 압박을 가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인권 문제에 대해 그냥 있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별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나 탈북자 문제 등에 있어서 전 정부의 대응 기조를 바꾸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목적으로 2016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의해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해야 하지만, 5년이 되도록 출범조차 않고 있다. 여당이 여당 몫 위원을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통일부는 북한 인권 문제를 입 밖에도 내지 않았으며, 그나마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국가인권위원회도 본질적 문제보다는 여성·장애인 등 소프트한 인권 이슈를 매개로 북한 당국과의 교류·협력 추진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욱이 작년 말에 서둘러 통과시킨 소위 대북전단금지법은 북한의 인권 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을 봉쇄하고 형사처벌 규정까지 두고 있다.

한편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동독의 인권침해 사범에 대해 철저히 단죄하였다. 지난 1989년 동독 청년 크리스 게프로이가 베를린 장벽을 넘다가 동독군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독일 정부는 통일 이후 직접 총을 쏜 병사뿐 아니라 최고지도자, 국방장관까지 모두 기소했다. 서독은 통일 30년 전부터 접경지대에 기록보존소를 설립하고 동독 정권의 인권침해 자료를 수집하고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해 가해자들을 처벌했고, 유럽인권재판소도 인권침해 범죄는 시효가 없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유엔에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허하게 들린다. 정부의 태도는 대화와 협력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북한의 핵 시계는 빠르게 돌아가고,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미국도 한국도 대화를 포기할 수 없을 것이고, 단계적 접근이든 '스몰 딜'이든 간에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화를 이유로 북한 인권 문제 거론 자체를 꺼리는 정부의 태도는 논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타당성을 잃었다. 대북 관계에서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좁힐 뿐이다. 국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북한의 인권침해 사례를 수집해야 하며,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이 동포인 북한 주민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이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한국 정부가 그나마 체면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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