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4류들의 행진, 정치 참 쉽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오른쪽)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법무부·행정안전부 업무보고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해용 논설실장
김해용 논설실장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95년에 "행정력은 3류, 정치력은 4류, 기업경쟁력은 2류"라고 말했다. 당사자는 설화(舌禍)를 치렀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이런 명언도 잘 없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 말은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여전히 정치는 4류이고 행정도 3류 신세다.

정치 4류, 행정 3류인 나라가 성할 리 없다. 게다가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압도적 의석을 차지한 집권 여당의 목엔 힘이 더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은 170석 다수결을 앞세워 '잉여법'(剩餘法)을 양산해내고 있다. 21대 국회 출범 이후 국회를 통과한 법률의 90%가 여당발(發)이다. 헌정 사상 경험하지 못한 입법 독재다.

국회의원이 법을 많이 발의하면 의정 활동을 잘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법은 많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법은 곧 규제인 탓이다. 잘못 만들어진 법은 애꿎은 피해를 낳고 사회 동력을 갉아먹는다. 없는 것만 못한 법률로 인한 시장의 실패를 우리는 '임대차 3법'에서 톡톡히 경험하고 있다. 소위 '검수완박' 등 집권 여당 입법 폭주를 보고 있노라면 역설적으로 '의정 활동 멈춤법'이라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재정 퍼주기도 4류들의 폭주라고 할 만하다. 코로나19 비상 상황 아래서 여·야 할 것 없이 돈 풀기에 여념이 없다. 미증유 감염병으로 국민들이 고통받고 있으니 국가가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정도껏이다. 특히나 그 의도가 불순하다. 여당이 추진하는 재난지원금 세례가 보궐선거와 무관치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국민의 돈을 갖고 자기 돈 쓰듯 온갖 생색을 낼 수 있으니 정치하기가 이보다 더 쉬울 수 없다. 자기 돈이라면 저렇게 마구 써 댈 수 있을까. 외상이라면 소도 잡아먹는다고 하지만 결국 나중에 자기가 감당해야 할 것임을 잘 알기에 장삼이사조차도 빚을 끌어 쓰는 데에는 주저함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분별력 자체가 결여된 듯하다.

요즘 시끌벅적한 가덕도 신공항도 마찬가지다. 정부 여러 부처에서는 천문학적 공사비, 유지비, 환경 파괴 논란, 효용성 등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 반대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을 짓는 데 7조5천억원이 든다는 것이 부산시 주장이지만 국제·국내선을 합친 관문 공항으로 제대로 지으려면 28조원이 든다는 게 국토교통부 입장이다. 대규모 토건 공사에 줄곧 우호적이던 국토부마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면 애초에 논란 거리도 안 된다.

코로나19 재난지원금 때문에 국가 재정이 위기인데 28조원이 뉘 집 강아지 이름인가. 국가 미래와 재정 건전성을 생각한다면 가덕도 신공항은 지어선 안 될 사회간접자본(SOC)이다. 그런데도 집권 여당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밀어붙여 통과시켰다. 역시 선거용이다. 현 집권 세력이 끈질기게 공격을 일삼았던 4대강 사업 예산이 22조원이다. 고작 1년짜리 부산시장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4대강 사업 예산을 웃돌지도 모를 막대한 세금을 가덕도 바다에 퍼붓겠다는 집권 세력의 내로남불에 말문이 막힌다.

4류 정치가 국민 돈으로 잔치판을 벌이는 사이 국가 채무는 1천조원을 넘보고 있다. 당장 증세를 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결국 거위털 뽑히듯이 국민 주머니에서 세금이 착착 뜯겨 나갈 것이다. 국채 발행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미래 세대 국민들이 갚아야 할 빚이 아닌가. 고령화와 출산율 감소가 재앙적 상황인데, 이렇게 많은 빚을 미래 세대에게 무책임하게 떠넘기는 정치가 참 비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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